• 최종편집 2024-03-28(목)

통합검색

검색형태 :
기간 :
직접입력 :
~

기획·연재 검색결과

  • [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해가 바뀌고 두 달이 지나려 한다. 싱숭생숭했던 연말을 지나 새해가 되면 누구나 이런저런 계획도 세우고, 그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스스로 굳은 다짐도 한다. 나이가 점점 늘어나다 보니 매년 새해마다의 그런 다짐들도 습관처럼 반복되는 뻔한 일상 중에 하나가 되어가는 것 같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지키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거창해서도 안 되겠고, 딱 내가 실천할 수 있을 만큼의 목표를 잡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사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나 싶은데, 가만 생각해 보면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며, 언제 행복하고 언제가 슬픈지 다들 잘 알고 있을까? 그래서 나도 가만히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는 나를 얼마나 잘 알고 있나? 쉽게 대답하기가 어렵다. 많은 인생의 선배들이 죽기 전에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남을 너무 의식하며 살았던 것이라고 한다. 좀 더 나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라는 의미인데, 정말 주위를 둘러보면 남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무척 많은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런 경향이 더 많은 것 같다. 왜 그럴까? 아마도 인생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것을 한참 젊을 땐 잠깐 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면 결코 오늘의 내가 남을 의식하고 있을 시간 따윈 없을 텐데 말이다. 우리가 잘 아는 방탄 소년단의 RM은 UN에서 그들이 불렀던 노래 가사를 언급하며 감동적인 연설을 했었던 것으로 유명한데, 그 내용을 보면 “아홉 살이나 열 살 때쯤 내 심장이 멈췄지”라는 가사가 나오는 그들의 노래를 언급하며 그 나이쯤부터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남들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기 시작했고, 남들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꿈꾸는 것을 멈추고 다른 사람이 만든 틀에 자신을 끼워 넣는 삶을 살게 된 것 같다고, 심장이 멈추었다는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얘기하며 연설을 이어갔는데 결국엔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감동적인 마무리로 우리에게 많은 여운을 남겨줬었다. 우리가 죽을 날을 알 수는 없지만 매 순간 죽음을 생각한다면, 남에게 내가 어떻게 보여지는지 따위를 신경 쓸 여유는 없을 것이다. 내가 더 행복하고, 더 즐거울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집중하게 될 것이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그들의 작품을 통해 죽음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자신에게 다가온 죽음을 예견하고 만든 작품들도 많다. 31살이란 젊은 나이에 죽은 슈베르트도 죽기 직전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남겼는데 피아노 소나타 19번, 20번, 21번이다. 그중 특히 19번 소나타는 그런 암울한 정서를 특히 더 많이 담고 있다. 정말 그가 죽음을 느끼고 그 곡을 만들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래도 뭔가 느낌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슈베르트는 죽기 일 년 전쯤 그가 너무나 존경하고 사랑하는 베토벤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다. 그때 베토벤도 병세가 악화되어 상태가 안 좋았을 때인데 슈베르트를 만나고 일주일쯤 뒤 베토벤이 죽고, 그 뒤 슈베르트는 슬픈 마음을 추스르며 왕성한 작곡 활동을 했는데 그때 19번 피아노 소나타도 만들어졌고 슈베르트 또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래도 슈베르트는 그가 너무나 사랑했던 베토벤과 같은 묘지에 잠들게 되었다. 이렇듯 죽음에 임박해서 훌륭한 작품을 남긴 많은 예술가들이 있지만, 꼭 어떤 무언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삶이 후회 없이 충만해지기 위해서, 나를 아는 것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나를 아는 것이 어렵다면 누구나 언젠가는 맞이할 죽음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 기획·연재
    • 연재
    2024-02-28
비밀번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