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10-23(금)
 

[교육연합신문=전재학 기고]

고대의 중국 당나라 역사서 가운데 하나인 <구당서> ‘배도전(裵度傳)’에는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병가(兵家)에서 항상 있는 일이란 뜻으로 어떠한 실수나 잘못을 가볍게 여길 때 주로 쓰는 말이다.

 

역사적으로 당나라 헌종 때는 전쟁에 시달리면서도 개혁을 늦추지 않았는데 싸움을 여러 번 하면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데 한번 졌다고 포기해버리면 대의를 이룰 수 없음으로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두 번의 작은 승패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렇게 해서 헌종은 신하들의 반대를 피할 수 있었고 잠시나마 당나라의 중흥기를 가졌었다. 결국 어떤 실수나 실패를 했을 때 너무 낙심하거나 연연하지 말라는 교훈으로 압축할 수 있다.

 

<타임즈>의 칼럼니스트 매슈 사이드는 『블랙박스 시크릿』에서 “세계 최고의 능력을 갖춘다 해도 실수에 대한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했다. 그는 실패로부터 성공까지 가는 가장 정확하고 안전한 길을 항공업계의 블랙박스에서 찾아냈다. 항공기에는 두 개의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는데 하나는 기내 시스템으로 보내지는 지시 사항을 기록하고 다른 하나는 기내 조종실의 대화와 소리를 녹음한다. 그리곤 사고가 일어나면 박스를 열어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고의 원인을 파헤친다. 이를 통해 같은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절차를 수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실수를 통해 배우는 시스템이 튼튼하게 구축된 국제항공운송협회 소속의 항공사들은 사고율이 0.12건에 불과하다. 실수에 위협을 느끼기보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끈기, 그러한 시스템과 문화를 통틀어 ‘블랙박스 사고(Black Box Thinking)’라 명명하며 이를 개인과 기업, 사회의 차원으로 확장한 것이다.

 

필자에게는 12년 전, 모 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교사를 하던 중, 3월 중·하순경에 학급의 남학생 7명이 공모해 처녀 선생님의 치마 밑을 동영상으로 도찰해 이를 즐기다 적발이 된 사건이 있었다. 피해 교사로부터 강력한 교권침해 고발이 있었고 학교 규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면서 처음 겪는 절차가 진행됐다. 결국 주동자 3명은 타 학교로 자진 전학을 가고 4명은 사회봉사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를 통해 필자는 학생들에 대한 실망과 반성할 줄 모르는 학부모의 억지 민원에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필자는 그때 담임으로서의 학생지도 실패를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비 온 뒤에 굳어지는 길처럼 교사의 전문성을 심화시킬 수 있었다. 학생들의 심리 파악은 물론 상담 기술, 나아가 10대들을 이끄는 리더십의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결국 개인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지는 전화위복을 이뤘다.

 

주시해보면 그와 유사한 사건들이 학교에선 많이 발생한다. 그때마다 귀한 타산지석으로 삼아 ‘셋이서 길을 가면 그중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三人之行 必有我師)’는 논어의 가르침처럼 성장의 실마리를 얻기도 한다. 그뿐이랴. 학생들은 누구나 비에 젖지 않고,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가는 학창 시절이 있을까. 어찌 보면 다양한 경험과 지혜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성공만이 있을 수는 없다. 학생 누구나 몇 번의 실수나 실패를 경험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럴 때마다 그들이 좌절하고 낙심하고 포기한다면 어찌 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는 “나는 절대로 지지 않는다. 이기거나 배운다.”고 말했다. 그는 절망이나 포기를 몰랐다. 오히려 실패를 기회로 삼아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지금, 이 순간 고입, 대입에서 실패해 실의와 좌절에 빠진 학생들,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다. 그들을 격려하고 응원함으로써 훗날 ‘인생 역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도록 해야 한다. 병가지상사와 블랙박스, 타산지석의 교훈처럼 실패로부터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의 역할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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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부터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교육 - 인천제물포고 전재학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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