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교육연합신문=조성철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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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사전에 명시된 나눔의 정의는 ‘나누는 것’이고 영어사전에는 'give(주다, 전하다, 제공하다, 기부하다, 수여하다)', ’charity(자선, 기부, 모금, 사랑)‘, 'philanthropy(박애, 자선, 인류애)’로 정의하고 있다.

 

과거의 나눔은 “자선, 박애, 기부”등 재화를 소유한 사람으로부터 소유하지 못한 사람에게 전달되는 위계적 측면이었다면 최근에는 재화의 위계적 공유에서 벗어나 사람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자원의 공유를 통해 사람들간의 관계성을 중시하는 형태로 발전하여 그 의미가 sharing(공유, 나누기, 나눔, 함께)으로 변화하고 있다.


나눔의 정석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조선후기 10대에 걸쳐 약300년 동안 만석꾼을 유지한 경주 최부잣집을 들 수 있다. 12대로 대대손손 부를 쌓았으나 나눔의 철학에 기반을 둔 가훈을 지켜가며 선행을 베풀고 일제시대에는 독립자금으로, 광복 후에는 대학교 설립에 모든 재산을 바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나눔은 우리가 가진 것을 서로 나누고 함께 하면서 더불어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활동으로 기부보다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다.


최근 종교계, 시민운동, 경제계, 노동계 등 우리 사회 전반에서 생명나눔, 사랑나눔, 나눔경영 등 나눔이 강조되고 있다. 나눔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으며 나눔의 실천은 참으로 소중하지만 나눔이 지나치게 강조되거나 혜택에 의존하여 생존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반사랑적이며 비인간적으로 전락하게 된다. 국가의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인간의 존엄이 보장되는, 나눔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이상적이나 지구 어디에도 그와 같은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복지선진국에서도 기부와 나눔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인간 상호간의 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나눔이 되기 위해서는 나누어 주는 사람이나 나누어 받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대등한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수평적 나눔이 필요하다. 이처럼 나눔의 철학은 모두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면서 서로 도와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나눔의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온라인, 앱 등 누구나 쉽게 나눔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든다. 둘째, 시민나눔 활동가 양성을 통해 시민주도형 나눔모델을 마련한다. 셋째, 나눔활동의 참여 활성화를 위해 세제감면, 주식 기부자 면세한도 확대, 정부 포상의 확대와 같은 인센티브를 도입하여 제도적 환경기반을 구축한다. 넷째, 나눔활동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여 나눔에 대한 신뢰성을 높인다. 다섯째, 나눔수요, 나눔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쉽게 구하고 연계하며 상담할 수 있는 나눔포털 인프라를 구축한다. 여섯째, 지역 내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강조와 함께 기업의 브랜드 효과를 높이고 착한 기업 이미지를 제공하는 공익연계 나눔 마케팅, 지역밀착형 나눔 활동과 같은 기업 마케팅 나눔을 확대한다. 마지막으로, 기부와 자원봉사, 나눔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독립되고 통일된 법률의 제정이 시급하다. 현재 여러 관련법으로 분산되어 상호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법령의 정비와 함께 가칭 ‘나눔기본법’의 제정을 통해 나눔문화 확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 조성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나눔 중에서 특히 생명나눔이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많은 문제 중 그 대책의 시급성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부분이 바로 생명존중, 자살예방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일자 보건복지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인구 10만명 당 25.7명으로 OECD회원국 중 첫 번째로 높은 자살율을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에 부각되고 있는 자살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 그 심각성을 정부를 비롯한 사회각계가 인식하고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의 생명사랑운동에 대한 협력적 활동이 증가하면서 그 활동에 힘입어 그동안 매년 증가하던 자살자수가 2019년에 비해 2020년 4.4%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감소수치는 매우 소폭이지만 의미 있는 결과라 생각하고 향후 정부를 비롯한 자살예방, 생명존중 활동을 하는 개인, 시민사회단체, 기업 등 다각도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결과라 하겠다. 앞으로도 사회구성원 모두가 생명나눔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간다면 이는 자살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조성하는 궁극적인 힘이 될 것이다.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나눌수록 행복이 커진다는 ‘마더 테레사 효과’에서 알 수 있듯이 나눔은 동참하는 사람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사람에게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현대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방안이 될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 모두 사회약자에 대한 다양하고 지속적인 나눔활동을 수행한다면 더불어 사는 사회문화를 확립하고 상생이 원칙이 되는 건강하고 밝은 사회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약자도 사회구성원의 일원임을 자각하고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치유할 수 있는 포용력을 바탕으로 하여 궁극적으로 사람사랑, 생명사랑이라는 사회가치에 기여하는 바람직한 나눔문화가 하루 빨리 정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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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눔의 철학을 통한 생명사랑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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