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교육연합신문=정은상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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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모순(自己矛盾, self-contradiction)이란 스스로의 생각이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음을 말합니다. 자기모순이 심해지면 자신도 모르게 자기 기만에 빠져들게 됩니다. 인류 역사를 둘러보면 인간은 어느 누구도 이런 자기모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사람에 따라 심하기도 하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약하기도 합니다. 실상 자기 자신도 자기모순에 빠져들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화장을 하고 치장을 하며 변장까지 합니다.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도 자기 합리화를 통해 자기모순에 빠지면 떳떳하게 낯을 들고 다닙니다. 또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서도 그저 자기를 두둔하기에만 온갖 힘을 쏟아붓습니다. 하늘 아래 자신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만이 결국 자기모순을 더욱 키웁니다.


누나현상이라는 조어가 있습니다. 누구나 아는데 나만 모르는 현상입니다. 청소년 때까지는 아직 자아를 발견하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는 질풍노도의 시기여서 그렇다고 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자기모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단정적으로 나는 그렇지 않다고 큰 소리로 말하는 사람은 자기모순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매사 조심하면서 조용히 자기모순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왜냐하면 정말 인간은 자신이 자기 스스로를 비춰보기 어렵게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필자에게도 부끄러운 경험이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5년을 지나며 국내 기업에서 외국 은행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을 시작해서 이제 프로젝트 팀장을 맡을 정도로 일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한 30대 초반이었습니다.


어느 해 연말이 되어 직장 상사가 필자의 업무를 평가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평가서를 받아보니 일은 열심히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요지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실력은 좀 부족하지만 적어도 타인과의 관계는 원만하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었는데 그 평가서를 받고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그래서 평가서를 들고 상사에게 찾아가 다짜고짜 따졌습니다. 필자가 뭘 잘못해서 그런 평가를 내렸는지는 몰라도 필자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한동안 그 상사와 서먹서먹한 관계로 지냈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흐른 후 그 상사는 캐나다로 이민을 가버리고 이윽고 필자가 부하 직원들을 상대로 평가를 해야 하는 위치가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그때 필자의 생각과 행동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말입니다.


필자에게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필자만 몰랐던 것입니다. 그 상사는 이미 떠나버렸지만 스스로 반성하고 그때부터 일도 중요하지만 원만한 소통을 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지금도 가끔 아내와 자녀들의 말을 들어보면 여전히 필자가 평소 굳게 믿고 있던 소신이 잘못된 것이 더러 있습니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면 될 일을 오기가 발동해서 끝까지 우기는 경우가 아직도 있습니다. 결국 자기모순에 빠지지 않으려면 항상 스스로를 돌아보고 배우자나 가까운 지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언제나 다른 사람을 나보다 낫게 여기고 내 의견만 관철시키려는 자세를 버려야 합니다. 비판적 사고는 필요하지만 비판적 발언은 삼가야 합니다. 그런 비판적 발언은 부메랑이 되어 언젠가는 자신에게 되돌아옵니다. 자기모순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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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기모순을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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