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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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은 식물이 있다. 식물들은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꽃은 여름에만 피지 않고, 봄에 피는 꽃, 겨울에 피는 꽃 등 저마다 처해 있는 기후나 환경에 따라 다른 시기에 꽃을 피운다. 

비단 식물뿐만이 아니라 사람도 인생의 꽃을 피우는 시기는 누구나 같지 않다. 


얼마 전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루 코엘류의 75살 생일이 지났다. 그도 처음부터 유명했던 건 아니다. 대중음악의 가사를 쓰는 일을 하기도 했던 그는 어느 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여행을 하고 돌아와 그 여행의 경험을 토대로 <마법사의 일지>를 발표하며 조금씩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해 <순례 여행>을 출판했다. 이때 그의 나이가 40살이었다. 우리에게 유명한 <연금술사>는 41살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20여 개 국어로 번역되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다. 

 

또,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톰 소여의 모험>은 마크 트웨인이 41세에 출간한 책이다. 심지어 마크 트웨인은 30세 이전까지 한 번도 글을 써본 적이 없다고 한다. 또 몇 년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저자 요나스 요나손이 47세에 쓴 첫 소설이라고 한다. 평생 배우의 매니저로 일하다가 43세에 처음으로 소설을 쓴 브램 스토커는 50세에 <드라큘라>를 출간했고, 대니얼 디포는 59세에 최초의 장편소설 <로빈슨 크루소>를 출간했다. 43세에 소설가로 데뷔한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는 64세에 <메르타 할머니>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태어나 어린 나이에 놀라운 업적을 이루는 사람도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시기에 인생의 꽃을 피운다. 꽃은 꼭 화려해야만 꽃이 아니다. 너무나도 화려한 색감으로 눈에 띄는 꽃도 있지만, 무채색이나 단아한 모습으로 잔잔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꽃도 있다. 길가의 잡초 사이에 무심히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도 얼마나 따뜻한 아름다움을 주는지 우리는 살면서 종종 느끼곤 한다.  모진 비바람과 뜨거운 햇살을 견디어내고 자신만의 꽃을 피워 낸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미국의 국민화가 모지스 할머니를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75세의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101세에 사망할 때까지 1600여 점에 달하는 그림을 그렸다. 심지어 그중 100세가 넘어 그린 그림이 250점이라고 한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나이 탓을 하며 할 수 없다고 말을 했던가? 모지스 할머니를 보면 핑계대기 바쁜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인생의 제2막에 꽃을 피운 우리나라의 훌륭한 배우도 있다. ‘오징어 게임’의 오일남 배우, 그의 나이 79세에 이 영화로 존재를 부각시켰으며, 윤여정 배우도 74세에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최우수 조연상을 수상했다. 


모지스 할머니의 말대로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는 것 같다. 내 인생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선 일단 시도해보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열정과 끈기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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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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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꽃이 피는 시기는 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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