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0(토)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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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 프로그램에 응급의학과 의사가 나와서 인터뷰하는 걸 우연히 듣게 되었다. 우리가 아는 응급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생과 사의 경계가 치열한 곳이었다. 정말 다양한 사고를 당한 환자가 가게 되는 곳이지만, 무엇보다 나를 집중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곳에선 그 ‘순간’에 삶이 계속되기도, 삶이 끝나기도 한다는 사실의 무게감이었다. 수많은 순간순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순간’의 무게감을 매번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은 사실 별로 없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워 그냥 살아가고 있든가 나와는 상관없는 먼 훗날의 일이라 생각해 관심이 없든가 그렇지 않을까.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또 너무 짧다. 자신의 삶의 끝이 언제인지 알고 삶을 계획하고 살아나가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언제 어떻게 생을 마감하고 떠나가게 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늘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35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모차르트는 레퀴엠을 작곡할 당시 “나 자신을 위해 이 곡을 작곡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레퀴엠을 마저 다 완성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레퀴엠이란 카톨릭에서 죽은 자를 위해 치르는 미사나 그 미사에서 연주되는 음악을 말한다. 모차르트가 이 레퀴엠의 작곡을 시작했던 10월, 그의 건강은 양호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참 작곡 중이던 11월 말쯤은 병세가 심각해져 누워있어야만 했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모차르트는 곡을 완성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12월 초 이 곡을 완성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정황 때문에 이 곡에 관한 많은 추측들이 생기게 된다. 우리가 잘 아는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는 모차르트의 재능을 질투하던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나오지만, 사실 그 당시 살리에르는 궁정 음악가로서 존경을 받고 있었던 인물로서 모차르트를 질투할만한 위치는 아니었던 것 같다. 


모차르트의 최후의 작품이 된 레퀴엠을 쓸 당시, 이 작품이 보수가 높아 무리해서 일을 하기도 했고, 레퀴엠을 쓰면서 동시에 다른 작품들의 일도 하느라 병세가 더 악화되었던 것 같다. 결국 작업을 하면서 모차르트는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던 것일까. 모차르트가 완성하지 못한 레퀴엠은 그의 제자 쥐스마이어가 모차르트의 스타일을 최대한 반영하여 완성했다고 한다. 


12월 5일 숨을 거두기 하루 전 모차르트는 그의 제자 쥐스마이어를 불러 레퀴엠의 부속가 중 한 곡으로 8마디밖에 작곡하지 못한 ‘눈물의 날이여(Lacrimosa)'를 어떻게 작곡해야 할지 지침을 주고 몇 시간 후 세상을 떠난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음악에 혼신을 다했던 그의 삶, 너무나 짧았던 생이지만 그렇기에 더 그의 작품이 빛나고, 이 레퀴엠은 바로크 시대의 엄격함과 까다로운 화음과 뛰어난 선율이 독창적으로 결합해 있다는 점에서 음악 양식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누구나 자신의 죽음을 예견할 수는 없고, 알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겠지만 중요한 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죽음이고,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찰나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늘 깨어있어야 우리의 삶이 그래도 조금은 더 의미 있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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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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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찰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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