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교육연합신문=육우균 교육국장] 
융합적인 글쓰기의 사례들을 살펴보자. 먼저 인문계열(인문학) + 자연계열 (생태학)의 융합적인 글의 사례를 보여준 최재천(국립생태원장)의 글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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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계열을 이종 결합하여 인문학적 지식과 생태학적 지식을 융합하여 나름 상상력을 동원하여 주제를 밝히고 있는 글이다. 이제 글 전문을 보자.

「세상에 뱀처럼 기이한 동물이 또 있을까 싶다. 무슨 연유로 멀쩡한 다리를 포기하고 평생 기어 다니며 사는 것일까? 지금까지는 약 1억 년 전 중생대 중반에 도마뱀이 다리가 퇴화하며 뱀으로 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영국에서 1억 6,700만 년 전 중생대에 살던 뱀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몸은 이미 지금의 뱀처럼 퍽 긴 원통형을 갖췄지만 여전히 네 다리를 지니고 있었다. 레바논과 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된 1억 년 전 뱀 화석에도 아직 뒷다리가 남아있는 걸로 보아 초기 뱀은 앞다리부터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다리를 잃으면서도 뱀은 현재 3,400 종으로 분화하여 지구촌 곳곳을 누비고 있다. 
 
약 3억 7,500만 년 전 다리가 넷 달린 척추동물이 늪을 빠져 나와 뭍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포유동물은 약 2억 년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그 당시는 공룡이 판을 치던 세상이라 숨죽이고 살다가 6,500만 년 전 거대한 운석이 카리브해에 떨어져 엄청난 기후변화를 일으키며 공룡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드디어 활개를 치게 됐다. 그러다가 5,000만 년 전 무슨 까닭인지 일군의 포유동물이 오던 길을 거슬러 다시 바다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늘날 80종 정도 남아있는 고래들은 물로 돌아갔어도 여전히 허파로 숨을 쉬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대신 세상에서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할 수 있게 됐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얻는 것과 잃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해로운가” 물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남의 것이라도 좋은 것이라면 얼마든지 가져다 쓸 수 있다.”며 역대 최대 호황을 이끌어냈지만 나는 애플의 호황은 그저 ‘반짝 호황’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궁지에 몰려 전혀 애플답지 않은 변신을 도모한 것이 잠시 소비자의 마음을 얻은 것뿐이다. 쿡도 그렇지만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도 카리스마형 리더는 아니다. 그러나 그는 냉정하게 계산하고 가치 없이 버릴 줄 안다고 들었다. 노자는 또한 “방과 그릇을 크게 쓰려면 먼저 비우라”고 가르쳤다. 삼성이 과감히 버리고 비우며 끝내 고래와 뱀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다음은 ‘달걀’을 주제로 6-LCAMST로 지식을 확산해서 융합한 글을 살펴보자. 이 글은 S+L+S+C(과학+언어+과학+사회)로 융합된다.

과학(S)

①~⑧

달걀의 세포-무게-알막-알눈-겉모양-서열-금실-알품기

언어(L)

줄탁동시, 계란유골, 누란위기

과학(S)

달걀의 껍데기

사회(C)

콜럼버스의 달걀, 정신일도로 달걀 세우기


위 <표>에 나타난 융합으로 만들어진 다음 글의 전문을 보자.

달걀은 살아있는 단세포다. 모든 세포가 세포막, 세포질, 핵으로 구성되어 있다. 달걀의 세포막은 껍데기, 알막, 흰자를 묶어 이른다. 세포질은 노른자다. 노른자 위에 자리한 작은 알눈, 즉 배반이 핵에 해당한다.
②달걀 무게는 보통 60g이다. 공룡, 타조, 에뮤 알 다음으로 크다. 달걀 껍데기에는 눈에 안 보이는 잔 홈이 7,000여 개 있다. 표면적을 넓혀서 공기 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③두 겹의 알 막은 고막만큼이나 얇다. 흰자는 순수단백질이다. 노른자에 든 콜레스테롤 같은 영양소는 병아리를 부화하는데 쓰인다. 
④알눈에는 유전물질이 들어있다. 수탉 없이 낳은 홀알(무정란)에서는 발생할 수 없는 것이다.
⑤수탉은 덩치가 크고 깃털이 곱다. 맨드라미꽃을 닮은 볏에 꽁지깃은 길게 활처럼 휜다. 다리 아래엔 크고 날카로운 각질 동기인 싸움 발톱이 있다.
⑥닭에게 모이를 주면 힘센 놈이 약한 것들을 쫀다. 이를 모이 서열이라 한다. 한 번 정해진 순위는 평생을 간다. 싸움을 피해 헛되이 힘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심사다.
⑦그런데 아무리 봐도 수놈은 암놈을 쪼지 않을 뿐더러 암탉이 수컷에게 달려드는 일도 결코 없다. 이것이 의로운 닭의 금실이다. 옛날 동네 결혼식장에 닭 한 쌍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⑧알 낳을 시간이 임박하면 암탉은 ‘고~고~고~’ 소리를 내면서 알 낳을 자리를 맴돈다. 그러다가 둥지에 날아올라 알을 낳는다. 토종닭은 알을 스무여 남 개 낳고 나면 낳기를 멈추고 알을 품기 시작한다. 어미 닭의 깃털 색과 달걀색은 일치한다.
⑨‘어미 닭이 알을 품듯 하라’는 말이 있다. 똥 누러 잠깐 알 자리를 비우는 것 말고는 스무 하루를 내내 맨입으로 옹송그려 안는다. 초췌하고 빛바랜 어미 닭은 몸이 축나고 털도 다 빠져 꼴이 말이 아니다. 알을 깨는 아픔 없이 새 생명의 탄생은 없다. 둥지 안에서 마침내 목숨의 소리가 들려온다. 찬연한 설렘이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고 병아리가 안에서 부리로 쪼고 동시에 어미는 밖에서 맞 쪼아 준다. 아무리 도와줘도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병아리 자신이다.
⑩달걀은 살아있는 세포라 줄곧 양분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낸다. 하여 오래된 달걀은 내용물이 점점 줄어 꿀렁인다. 그래서 삶은 달걀 껍데기가 쉽게 까지면 오래된 알이요, 잘 벗겨지지 않으면 신선한 달걀이다. 달걀을 끓는 물에 바로 담그면 공기집의 공기가 팽창하여 터지기에 찬물에 넣어 서서히 익힌다. 달걀을 삶을 때 소금을 넣어서 껍데기 틈새로 밀려 나오는 흰자위를 굳힌다는데 확실치는 않다.
⑪달걀을 둘러싼 이야기도 많다. 뜻하지 않은 방해가 끼어 재수없을 때를 계란유골이라 하고, 달걀을 쌓듯 매우 위태로운 상황을 누란위기라 한다. 사람들은 달걀을 깨 세웠다는 ‘콜럼버스의 달걀’ 이야기를 자주 들어온 탓에 좀처럼 달걀을 세워 보려 하지 않는다. 알을 열 손가락으로 가만히 감싸 쥐고 세우면 잘 선다. 정신일도 달걀 세우기. 창조는 발상의 전환과 선입견의 타파에서 시작한다.」
권오길(강원대 명예교수), 「달팽이 박사 생물학 이야기」 
 
융합적인 글쓰기는 지식의 확산과 수렴을 통해 응집력 있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주는 글쓰기를 말한다. 융합 글쓰기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통적인 글쓰기 형식보다 더 효과적으로 청중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 둘째, 아이디어와 정보를 보다 포괄적이고 미묘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다. 셋째, 서면 텍스트와 함께 시각적 보조 자료를 포함하면 복잡한 개념이나 데이터를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넷째, 다양한 학습 스타일이나 장애가 있는 개인이 정보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다섯째, 작가가 자신의 창의성을 표현하고 다양한 미디어 형식을 실험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이것은 더 매력적이고 기억에 남는 콘텐츠로 이어질 수 있다. 여섯째, 다양한 미디어 형식을 결합하면 작가가 더 매력적인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곱째, 미디어 소비에 대한 다양한 선호도와 취향을 수용하기 때문에 작가가 더 광범위하고 다양한 청중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반적으로 융합적인 글쓰기는 미디어 소비 습관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다각화되는 21세기 세상에서 매력적이고 효과적인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작가에게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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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우균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前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자문위원

◇ 前중등교사 임용시험 채점위원

◇ 前영흥고등학교 교감

◇ 前인천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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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균의 깨봉 칼럼] 융합적인 글쓰기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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