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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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드는 기원전 8세기에 활동한 호메로스에 의해 기록된 서사시다. 트로이 전쟁은 기원전 13세기(1,300~1,200년 전) 시대의 이야기지만, 그 뒤 일리아드라는 이름의 고전 서사시로 구전되어 오다가 호메로스가 문자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메로스가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 혹은 집단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당시만 해도 제목을 염두에 두고 출판하는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음유시인들이 방랑하면서 낭송하는, 흔히 이야기하는 판소리 정도의 시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일리아드는 “여신들이여 노래하소서,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이라는 구절로 시작하여 헥토르의 장례를 치르는 것으로 끝이 난다. 트로이의 명장 헥토르와 아카이오이족(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일리아드는 신들의 전쟁과 인간사에 대한 모든 희로애락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키는 자’라는 뜻을 가진 헥토르의 죽음 뒤에는 헥토르의 기도가 있었다. 트로이의 위대한 장군 헥토르가 아들을 품에 안고 내뱉은 기도는 매순간 위대한 발걸음을 내딛는 이 땅의 아버지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어 준다. "제우스여, 그리고 다른 신들이여! 내 아들도 나처럼 트로이아인들 중에서 뛰어나고, 또 나처럼 힘이 세어 일리오스를 강력히 다스리게 해주소서. 그리하여 그가 싸움터에서 돌아올 때 사람들이 '그는 아버지보다 훨씬 훌륭하구나!'하고 이야기할 수 있게 하소서!” 

 

위대한 트로이의 명장 헥토르의 간절한 기도와 달리 헥토르의 아들 아스티아낙스(스카만드리오스)는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가 지켜보는 가운데 성벽 아래로 던져져 죽음을 맞이하고, 안드로마케는 남편을 죽인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옵톨레모스의 첩으로 끌려가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두운 세상 속에서 초연한 왕처럼 홀로 위대한 걸음을 걷게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아스티아낙스는 ‘도시의 왕’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아버지의 바램과 달리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아스티아낙스의 결말처럼, 일리아드는 인간생애의 끝없는 비극과 슬픔을 담고 있다. 

 

일리아드가 전쟁의 어두운 면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전차를 타고 싸우는 위대한 네스토르는 모사를 통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연륜의 지혜를 가진 노년의 아름다움이 어떤 것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아가멤논의 겸손을 통해 왕이 갖추어야 할 내적 자질에 대해 숙고할 기회를 제공한다.(다만 딸을 제물로 바친 이유로 트로이 전쟁 이후 아내였던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녀의 내연관계에 있는 아이기스토스를 통해 죽임을 당한다는 점에서, 왕의 권위로 말미암은 결정과 선택들이 다수를 위한 올바른 정의였는가에 대하여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아들을 죽인 원수이자 그리스군의 위대한 영웅 아킬레우스에게 무릎을 꿇고 은혜를 구하는 프리아모스(헥토르의 아버지, 헤카베의 남편)의 모습에서는 아버지의 순수한 사랑을, 또 다른 면에서는 아킬레우스의 칼같은 냉정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일리아드가 쓰여진 시점으로부터 수천년의 역사와 시간을 뛰어 넘어 21세기에 접어들기까지 인류는 많은 파고를 만났으나, 변하지 않는 삶의 본질은 항상 존재하고 있으면서 역사의 큰 축을 굳건히 지탱해나갔다. 그 중심에 일리아드가 있고, 오디세이아가 있으며, 그 뒤에 호메로스가 세워져 있다. ‘앞날을 결정짓고자 하면 옛것을 공부하라’는 공자의 말씀처럼, 인간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고 경험해야 할 삶의 지혜와 본질이 담긴 글이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였던 헤라클레이토스가 “호메로스가 가지는 한계가 인간이 가진 삶의 한계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을 정도로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그리스 문학작품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꼽힐 뿐만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 

 

고전이 전파되고 읽히워졌던 이유는 넷플릭스가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재미를 붙이기가 어렵고, 쉽지 않다는 말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재미를 붙일수록 얻을 수 있는 것도 많다’. 아주 터무니없는 행동이 아니라는 조건하에 도전은 항상 옳다. 때가 되면 한번쯤 읽어보겠노라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오늘부터라도 일리아드를 ‘읽어내며’ 트로이 전쟁의 서막을 삶 속에 녹여내보자. 아참, 물론 넷플릭스가 좀 더 재밌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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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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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일리온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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