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시대의 뇌과학 엿보기] 신경 다양성이란 무엇인가?
자폐아동은 뇌 발달이 지연되는 과정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어, 장애인의 처지에서 사회 인식 개선과 통합시스템 구축이 우선시 돼야.
[교육연합신문=강태우 기고]
최근 대구광역시 교육청에서 장애인 차별 발언 논란이 있었다. 장애인은 일반인과 다르다는 그릇된 인식이 여전히 사회에 팽배해 있음을 알 수 있다. 2023년에는 유명 웹툰 작가의 자폐 아동 소송 건으로 사회적으로 큰 피해와 논란이 제기됐다. 그렇지만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장애인, 특히 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개선은 미진하며, 계속 개선돼야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은 사회적 구분에 의한 것이며, 신경과학적으로는 뇌의 구조와 기능이 각자 다르다고 본다. 예를 들면 자폐아의 경우, 뇌 발달 과정이 다른 아동보다 느려서 자폐 성향을 보이는 것일 수 있다. 그렇기에 뇌 발달에 따른 아동에 대한 자세한 관찰로 이를 과학적으로 진단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뇌 구조와 기능이 일반인과 생물학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를 신경 다양성(Neuro-Diversity)’이라고 하며 ADHD, 자폐증, 서번트 증후군과 같이 유아 뇌 발달을 중심으로 다양한 증상을 연구한다.
또 하나의 예를 들면,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연구팀은 ADHD를 오랫동안 연구했다. ADHD의 대표적인 증상인 감각에는 빠르게 반응하나 지속력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정신적 문제가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원시시대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수렵과 채집이 유일한 생존이었던 시대에는 자원을 빨리 채취하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그렇기에 빠른 감각과 대응이 중요하며, 이러한 요소가 유전적으로 이어진 결과라고 발표했다. 농경사회 이후, 정착을 중심으로 하는 현대사회의 기준으로 ADHD를 보면 이상행동이지만, 신경과학적으로는 뇌에 저장된 생물학적 요소의 발현과 계발의 차이라고 보는 것이다.
과거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며, 종속된 관계라고 오랫동안 인식되었으나, 르네상스와 근대 산업혁명 이후, 여성 인권이 향상되며 독립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꽃인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된 것은 100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극단적으로 정신적 질병으로까지 지목되었던 동성애는 성적 자기 결정권으로 인식이 전환돼 법률적 권리로까지 인정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기본권에 가까운 개념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최근 법률에서 동성 부부에 대한 법적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와(현재 항소심 중이다). 이러한 사회 변화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만큼은 잘 바뀌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신체장애는 최근 신경과학, 로봇공학, 인공지능 등 융합기술 발전으로 다양한 혁신적인 대체 기기, 재활 기기가 등장하고 있어 장애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있다. 그러나 정신, 정서장애를 겪고 있는 장애인은 외형으로는 일반인과 구분하기 어려우며, 또한 사회적 수용성이 낮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교육부는 「교육기본법」,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정서장애를 포함하는 ‘국가교육책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 장애인과 일반인들의 통합학급을 운영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일상생활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장애인에 대한 교육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회적 통합이라는 교육목표에도 불구하고, 교육-취업으로 이어지는 생애 전주기의 돌봄 과정의 활성화가 더 필요한 현실이다.
국가 주도의 장애인 통합 교육도 중요하지만, 학부모, 교사, 간병인에 대한 실증적 연구와 신경과학에 근거한 뇌 발달 성과의 적용, 그리고 교육-복지-의료의 각 분야에 대한 장애인의 처우 개선을 위한 통합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사회적 인식, 이해, 실천, 정서의 4개 분야에 대한 장애인의 입장에서 실효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장애인 입장에서 우리 일상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신경과학에 기반한 경험적, 실증적 연구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 강태우
◇ 한국뇌연구원 책임행정원·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