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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AI 시대, 『사람 공부』가 던지는 관계(關係)의 메시지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지식은 넘쳐나는데, 왜 사람 사이의 마음은 더 닫히는 것일까?” 이 질문은 디지털 대전환의 물결 속에서 우리 교육 현장이 마주한 가장 아픈 질문이다. 아이들의 문해력 저하보다 무서운 것은 ‘관계의 문해력’ 결핍이라 할 수 있다. 상대의 의도를 읽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며, 갈등 앞에서 쉽게 무너지는 요즘의 아이들, 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코딩 한 줄, 영어 단어 하나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최고의 인문학자 진웨준(金越俊)의 저서 『사람 공부』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교육자들에게 번뜩이는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동서고금 영웅들의 흥망성쇠를 통해 ‘처세(處世)’라는 단어를 기회주의적 기술이 아닌, ‘타인과 공존하기 위한 최고의 지혜’로 격상시키기 때문이다. 진웨준은 이 책에서 조조의 일화를 통해 교육적 울림이 큰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조조가 젊은 시절, 자신을 도왔던 현령 진궁과 함께 도망치던 중 의심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내가 세상을 버릴지언정 세상이 나를 버리게 하지는 않겠다”고 말한 장면은 유명하다. 진웨준은 이를 단순한 악행으로 치부하지 않고, ‘사람을 읽는 안목’과 ‘포용의 기술’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을 하고 있다. 진웨준의 『사람 공부』를 교실에 적용하기 위해 우리는 세 가지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첫째, ‘정답’이 아닌 ‘마음’을 채점해야 한다. 교실 내 갈등 상황에서 교사는 판사가 되기 쉽다. 하지만 『사람 공부』는 ‘현상 너머의 동기’를 보라고 조언한다. 잘못을 저지른 학생에게 벌을 주기 전, 그 아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이면에 숨겨진 ‘두려움’이나 ‘인정 욕구’를 읽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진웨준이 말하는 영웅들의 통찰력이라 할 것이다. 둘째, ‘침묵’의 처세를 가르쳐야 한다. 책에서는 말 한마디로 천하를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사례가 즐비하다. 요즘 아이들은 SNS를 통해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말하는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 ‘멈춤과 경청’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 “내 주장을 관철하는 법”보다 “상대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힘”이 결국 가장 강력한 설득의 도구가 된다는 것을 아이들이 체험하게 해야 한다. 셋째, ‘패배’를 대하는 태도가 사람의 격을 결정한다. 역사 속 영웅들은 위기의 순간에 본모습이 드러난다. 진웨준은 실패했을 때 타인을 탓하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는 ‘반구저기(反求諸己)’의 자세를 강조한다. 시험 성적이 떨어졌을 때, 경기에서 졌을 때 아이들이 타인이나 환경을 원망하기보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회복탄력성’을 기르도록 돕는 것이 살아있는 사람 공부라 할 것이다. 이제 교사는 지식 전달자를 넘어 ‘관계 코디네이터’가 되어야 한다. 진웨준의 『사람 공부』가 제안하는 처세의 지혜를 교육 과정에 녹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웨준은 책의 말미에서 결국 “모든 공부의 끝은 사람이다”라고 단언한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최종적인 기술은 미적분 공식이나 영문법만이 아니다. 바로 곁에 있는 친구의 눈물을 닦아줄 줄 알고, 억울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타인의 성공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사람 됨의 기술’이라 믿는다. 서두에서 언급한 조조가 천하를 호령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완벽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의 치명적인 결함을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자신과 반대되는 성향의 인재들을 끝없이 찾아내고 그들의 능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사람 공부의 달인이었기 때문이다. “상대의 약점을 잡는 것이 처세가 아니라, 상대의 강점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사람 공부다.”(본문 중) 『사람 공부』는 우리에게 말한다. 처세는 남을 이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와 남이 함께 승리(Win-Win)하기 위한 따뜻한 전략이라고 말이다. 이 책을 읽은 교사가 교실에 섰을 때, 비로소 아이들은 책 속의 글자가 아닌 ‘살아있는 인간’의 품격을 배우게 될 것이다. 오늘, 당신의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람’을 읽어보지 않겠는가? 그 공부가 시작되는 순간, 교실은 비로소 삶의 현장이자 가장 위대한 인문학의 장이 될 것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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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왜 다시, 문해력인가?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오늘날 우리 교육의 가장 심각한 위기는 무엇인가? 학력 저하일까? 사교육 과열일까? 아니면 교권 붕괴일까? 그러나 이 모든 문제의 뿌리에는 더 근본적인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다. 필자의 칼럼 「청소년들의 뒤처지는 문해력,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는 몇 년 전 발표되었지만, 오히려 지금 더 절실하게 읽혀야 할 교육적 경고가 되었다. 오늘날 교사들이 모여 교육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화제가 단연코 학생들의 “문해력” 결핍의 심각성에 입을 모은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문해력이라는 말조차 학생들이 못 알아들을까 봐, 어떤 교사는 이렇게 다시 설명한다. “글을 읽고 뜻을 이해하는 힘 말이야.” 그러자 한 학생이 묻는다. “쌤, 그거 요약본 있나요?”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는 능력이 아니다. 글의 의미를 이해하고, 타인의 생각을 해석하며, 자신의 언어로 다시 표현하는 힘이다. 결국 인간의 사고력과 공감력, 민주 시민성의 기초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아이들은 문장을 읽지만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긴 글을 견디지 못하며, 질문보다 검색에 익숙한 세대로 변해가고 있다. 교실 현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시험 문제를 읽고도 무엇을 묻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 자신의 생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지 못하는 학생들,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본 경험이 거의 없는 학생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국어 과목의 문제가 아니다. 수학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사회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도 결국 문해력의 결핍과 연결된다. 더 심각한 것은 디지털 환경이다. 짧은 영상과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깊이 읽기와 사유의 시간을 잃어가고 있다. 알고리즘은 생각을 확장시키기보다 취향만 반복 강화하고, AI는 스스로 사고하기 전에 먼저 답을 제공한다. 이제 아이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니?”라는 질문보다 “정답이 뭐예요?”를 먼저 묻는다. 이것은 단순한 학습 습관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 사고 체계의 위기다. 필자는 당시 칼럼에서 읽기·말하기·쓰기 교육의 회복을 강조했다. 시 동아리, 스피치 활동, 글쓰기 교육, 일기 쓰기 같은 실천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언어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통찰은 지금도 매우 유효하다. 아니, AI 시대일수록 더욱 절박하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이 정보를 대신 제공하는 시대에 인간에게 남는 최후의 경쟁력은 ‘생각하는 힘’이며, 문해력은 바로 그 생각의 근육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교육은 다시 질문해야 한다. 왜 우리는 아이들에게 읽는 시간을 빼앗았는가? 왜 학교는 시험 문제 풀이에만 몰두하며 사유의 교육을 잃어버렸는가? 왜 독서는 취미가 되었고, 글쓰기는 수행평가 기술로 전락했는가? 문해력 회복은 거창한 정책 이전에 교육 철학의 전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첫째,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교과에서 읽기와 토론, 서술형 글쓰기를 강화해야 한다. 국어 시간에만 문해력을 맡겨서는 안 된다. 둘째, 학교는 ‘조용히 읽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독서는 과제가 아니라 삶의 습관이 되어야 한다. 셋째, 교사들에게도 읽고 쓰는 전문성을 회복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학생의 문해력은 결국 교사의 언어 수준을 넘기 어렵다. 넷째, 가정과 지역사회 역시 책 읽는 문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부모가 스마트폰만 보는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요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 중심 교육의 방향 수정이다. 지금처럼 문제를 빨리 푸는 능력만 강조해서는 문해력은 결코 자라지 않는다. 천천히 읽고, 깊이 생각하고,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속도가 아니라 이해의 깊이를 평가해야 한다. 교육은 결국 인간을 만드는 일이다. 문해력이 무너진 사회는 결국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혐오와 선동에 흔들리며, 민주주의마저 약해진다. 그래서 문해력 교육은 단순한 학업 향상이 아니라 사회를 지키는 공공의 과제다. 지금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입시제도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다시 책을 돌려주고, 언어를 돌려주고, 생각하는 시간을 돌려주는 일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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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아름다운 세상이란 어떤 세상일까. 아름다운 사람이 많이 사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전쟁, 인공지능, 숫자, 비교가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상이다. 세상은 그대로이기에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마음이 중요하다.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결국 타인을 대하는 방식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타인을 편안하게 만드는 힘’에 가깝다. 진짜 아름다움을 만들고 싶다면 먼저 ‘어떻게 보일까’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한 사회의 품격은 그 사회가 어떤 아름다움을 존경하느냐에 달려 있다. 돈과 성공만을 숭배하는 사회에서 사람의 마음은 거칠어진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하루하루의 선택이 겹쳐서 한 사람의 표정을 만든다. 배려와 품위가 있는 사회에서는 서로를 인간답게 대하려 애쓴다. 자기 자신만으로 가득 찬 사람은 타인을 위한 공간이 없다. 흥미로운 것은 아름다움이 전염된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의 친절은 또 다른 친절을 낳는다. 그 친절은 햇살처럼 세상을 아름답고 따스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나. 학교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 가운데 하나가 ‘관계가 어렵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국 교육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감’을 가르치는 것이다. 공감은 단순히 착해지는 교육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 일처럼 느끼는 능력이다. 공감은 민주주의와 공동체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다. 학교는 점수를 경쟁하는 공간이기 전에 인간을 배우는 공간이어야 한다. 아이들은 교과서보다 어른들의 태도를 더 많이 배운다. 교사와 부모가 타인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배려를 말할 수도 없다. 교육은 말이 아니라 분위기와 태도로 이루어진다. 아름다운 세상은 인간이 서로를 소모품처럼 대하지 않는 세상이다. 아이가 실수해도 모욕당하지 않는 학교, 나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쓸모없다고 취급받지 않는 사회. 아픈 사람이 가난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실패한 사람이 다시 일어설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공동체. 그런 곳이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세상은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지 않은 사회’이다. 사람들은 점점 타인의 불행에 익숙해지고 있다. 공동체가 무너지는 것은 가난 때문만이 아니라 서로의 아픔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시작할 때다. 아름다운 세상은 서로를 경쟁자로만 보거나 숫자와 성과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한 인간의 삶 자체를 존중하는 사회이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고, 울고 있는 사람 곁에 잠시라도 함께 서주는 누군가가 있는 세상. 인간다운 따뜻함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사회. 그런 세상이야말로 기술보다 오래가고 돈보다 강하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믿는다. 교육은 아름다운 사람이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고 믿는다. 사람다운 사람, 공감하는 사람, 함께하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교육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 창밖은 다양한 꽃들이 서로 어우러져 세상을 환하게 만드는 모습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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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은자(殷字)의 재발견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한자는 2,000여 년간 동양 문명의 핵심이자 일상의 도구였으나, 우리는 매일 쓰는 글자의 진짜 주인과 얼굴을 잊은 채 살아왔다. 오늘날 흔히 ‘한자(漢字)’라 불리는 이 문자는 사실 한나라 시대에 붙여진 이름일 뿐, 그 기원은 3,500년 전 상(은)나라의 갑골문과 금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적·고고학적 진실은 이 문자의 창제 주체가 바로 우리의 직접적인 선조인 ‘동이족(東夷族)’이었음을 명백히 가리킨다. 하지만 이 위대한 유산의 해석은 오랜 시간 왜곡되었다. 그 오해의 중심에는 서기 100년경 동한(東漢)의 학자 허신(許愼)이 집대성한 『설문해자(說文解字)』가 있다. 허신은 문자학의 권위자였으나,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갑골문과 금문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소전(小篆) 위주의 해석을 내놓았다. 이는 동이족의 풍습과 철학이 담긴 문자를 화하족(한족)의 시각에서 한정 지어 해석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수많은 ‘은자(隱字)’가 본래의 뜻과는 다른 모습으로 굳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특히 한자의 근본 원소 곳곳에는 동이족만의 고유한 생활 양식과 풍습이 짙게 배어 있다. 대표적으로 ‘오랑캐’로 격하된 ‘이(夷)’자는 갑골문에서 ‘큰 활(大+弓)’을 능숙하게 다루는 문명인의 기개를 형상화한 것이다. 또한,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술을 올리고 춤을 추며 신과 소통하던 제천 행사의 모습, 죽은 이의 영혼을 기리며 옥(玉)을 소중히 여겼던 장례 문화, 그리고 흰 옷을 즐겨 입으며 예의를 갖추어 무릎을 굽히던 생활 방식 등은 갑골문 속에 고스란히 박제되어 있다. 허신은 이러한 동이족의 문화적 맥락을 알지 못한 채, 이미 변형된 글자 모양만을 보고 억지로 뜻을 짜 맞추는 실수를 저질렀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는 여러 개의 작은 ‘근본 원소’들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정교한 퍼즐이다. 본서는 허신의 권위에 가려진 채 잃어버린 동이족의 지혜를 되찾기 위해 다음의 5가지 엄격한 원칙으로 한자의 비밀을 검증한다. ㅁ원형성: 반드시 갑골문과 금문의 초기 자형에 부합해야 한다. ㅁ역사성: 반드시 동이족의 역사적 사실이나 선진(先秦) 시대의 문헌 기록에 부합해야 한다. ㅁ일관성: 모든 한자 부호의 해석은 일관되어 다른 글자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ㅁ합리성: 자형에서 파생된 뜻이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해야 한다. ㅁ계승성: 자형과 뜻의 변화 과정이 시대별로 일관되게 이어져야 한다. 본서의 목적은 명확하다. 2,000년 전 허신의 실수와 화하족 중심의 역사관이 만들어낸 광범위한 오류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왜곡된 해석을 바로잡고 동북아시아 문명의 시원인 동이족의 발자취를 추적함으로써, 비로소 한자라는 거대한 나무의 뿌리인 진짜 ‘은자(殷字)’의 의미를 마주하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문자 해석을 넘어, 우리 역사의 잃어버린 원류를 되찾는 엄숙한 여정이다. ■ 한자의 막힌 혈관, ‘홀태’와 ‘모래톱’으로 뚫다 한자(漢字)는 동양 정신의 뿌리이자 고대인의 삶을 담은 그릇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랫동안 한자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중국의 해설서, 특히 허신의 『설문해자』가 정해놓은 틀에 갇혀 그 역동적인 본래 의미를 잃어버렸다. 이제 우리말의 고유한 감각인 ‘훑다’와 ‘모래톱’이라는 열쇠를 통해, 한자의 잃어버린 원형을 복원해보고자 한다. ■ 勿(물/몰), 깃발이 아닌 ‘훑어내는’ 동작의 형상 허신은 말 물(勿)자를 깃발이 세워진 모습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갑골문과 금문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칼(刀) 사이로 낱알(丶)이 흩어지는 형상, 즉 빗처럼 생긴 도구로 곡식을 ‘훑어내는’ 동작이 선명하게 읽힌다. 본래 ‘털어내다’라는 뜻의 털 몰(勿)이었던 셈이다. 이 흔적은 만물 물(物)자에서 더욱 명확해진다. 소의 등 긁개로 털을 훑어내는 모습에서 유래한 이 글자는, 본래 ‘털어내다’라는 동작이 한자의 핵심 자형 원리였음을 증명한다. ■ 賜(사)와 易(이), 모래톱이 내어준 자연의 선물 줄 사(賜)와 쉬울 이(易)의 관계는 우리 민족의 지형적 감각인 ‘모래톱’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賜’는 조개(貝)를 훑어내는(勿) 모습이다. 물가 모래톱에서 조개를 훑어 건져 올리는 풍경을 묘사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우리말 ‘모래톱’이다. 지형이 톱니처럼 생기지 않았음에도 우리는 왜 ‘톱’이라 부르는가. 이는 ‘훑는 도구’인 홀태(톱)의 이미지가 지형에 투영된 결과다. 자연이 거저 내어주는 조개를 줍는 일이니 ‘줄 사(賜)’가 되었고, 물줄기가 지형을 쉽게 바꾸는 모습에서 ‘바꿀 역/쉬울 이(易)’라는 뜻이 파생된 것이다. 이는 우리가 갑골문의 원형 정신을 가장 온전히 계승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利(리), 벼를 베는 것이 아니라 알곡을 ‘터는’ 유용함 우리는 흔히 이로울 리(利)를 ‘벼(禾)를 칼(刀)로 베는 모습’이라 배운다. 그러나 원형은 벼와 ‘털 몰(勿)’의 결합에 가깝다. 볏단에서 알곡을 훑어내는 ‘홀태질’의 효율성을 표현한 글자인 것이다. 수확의 극대화에서 ‘이롭다’는 뜻이, 홀태 날의 예리함에서 ‘날카롭다’는 뜻이 나왔다. 더 나아가 알곡이 체에 걸러지듯 배출된다는 비유에서 대소변을 뜻하는 의미까지 확장되었다. ‘베는’ 행위보다 ‘터는’ 행위가 농경의 핵심적 이익임을 고대인들은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 우리말로 복원하는 한자의 생명력 중국조차 자의적 해석에 갇혀 잃어버린 한자의 본뜻이, 역설적이게도 우리말의 ‘훑다’와 ‘모래톱’이라는 감각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한자를 중국의 전유물로만 여기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고유의 언어 감각으로 한자를 재해석할 때, 비로소 한자의 막힌 혈관이 뚫리고 고대인의 삶과 지혜가 우리 곁으로 온전히 돌아올 것이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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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 칼럼] 매달 반복되는 원발성 월경통, 프로스타글란딘과 중추신경 감작의 연결고리 풀기
[교육연합신문=최윤용 기고] 1. 자궁이 보내는 경고음, 원발성 월경통의 원인과 유병률 - 원발성 월경통(Primary dysmenorrhea)은 골반 내 뚜렷한 기질적 이상 없이 월경 주기에 맞춰 발생하는 하복부의 경련성 통증을 의미합니다. 전 세계 70개국 자료를 종합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원발성 월경통은 여성 인구에서 매우 높은 유병률을 보이며 일상생활과 학업·업무 수행 능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대표적 여성 건강 문제로 지목됩니다. 병태생리학적으로 이 통증의 핵심은 자궁 내막에서 과도하게 분비되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라는 염증 매개 물질이 자궁 근육을 강하게 수축시키고 혈류량을 감소시켜 허혈성 통증을 유발하는 데 있습니다. 월경통으로 인해 반복되는 통증 신호는 척수를 거쳐 뇌로 전달되며, 점차 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비정상적으로 높이는 '중추 감작(central sensitization)' 상태를 초래하여 신경학적 만성 통증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2. 진통제만으로 월경통 관리가 어려운 이유와 숨은 위험성 - 현재 원발성 월경통의 1차 치료로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와 경구 피임약이 주로 처방됩니다. 이들 약물은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차단하여 급성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많은 환자가 진통제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거나, 장기 복용 시 위장관 장애, 신장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을 겪어 복용을 중단하곤 합니다. 식물 유래 한약 치료(plant-derived therapies)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도 이러한 기존 약물의 한계와 부작용 우려 때문입니다. 특히 현재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대상 질환에 월경통이 포함되면서, 표준화된 한약 치료에 대한 치료 접근성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월경통이 동반하는 심리적 부담입니다. 매달 반복되는 심한 통증은 신경면역학적 불균형을 유발하여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이어질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따라서 단순한 진통을 넘어 신체 전반의 신경학적 안정과 염증 제어를 돕는 다각적인 접근이 절실합니다. 3. 뇌 신경망 연구를 통한 월경통의 뇌과학적 재해석 - 최근 뇌과학 연구는 월경통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등의 신경영상 기법을 활용한 연구에 따르면, 장기간 원발성 월경통을 앓은 여성들은 통증을 지각하고 조절하는 뇌의 특정 네트워크(대뇌피질-변연계 등) 구조와 활성도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즉, 자궁에서 시작된 말초의 염증 신호가 뇌의 통증 조절 회로를 교란시켜, 작은 자극에도 과도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월경통 치료가 자궁 수축 억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중추신경계의 과흥분을 안정화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합니다. 4. 원발성 월경통에 대한 효과적 대안: 한약과 침 치료의 현대 과학적 근거 - 이러한 맥락에서 한의학 치료는 월경통 관리에 있어 효율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그 효과와 기전이 최신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먼저 침 치료는 뇌의 통증 조절 네트워크를 정상화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입니다. fMRI를 이용한 연구에서 침술은 월경통 환자의 비정상적인 뇌 기능적 연결성을 조절하여 중추성 진통 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다양한 침 관련 치료를 비교 분석한 네트워크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침 치료는 통증 강도를 유의미하게 낮추고 진통제 사용량을 줄이는 데 안전하고 효과적임이 입증되었습니다. 특히 대만에서 19년간 진행된 대규모 코호트 추적 연구에서는 원발성 월경통 환자에게 꾸준히 침 치료를 시행한 결과, 신경면역 조절 기전을 통해 향후 우울증으로 이행될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했다는 보고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는 침 치료가 단순 진통을 넘어 중추신경계 보호 효과를 지님을 의미합니다. 한약 역시 다양한 약리 성분이 여러 병리적 표적에 동시에 작용하여 자궁 내 염증 환경과 혈류 개선에 기여합니다. 월경통에 다용되는 대표적 처방인 온경탕은 최신의 인공지능 기반 약리분석 연구를 통해 염증 발현의 핵심 경로인 PI3K/AKT/NF-κB 신호 전달을 억제하여 하복부의 혈류에 장애를 야기하는 원인 염증을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근래의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에서는 월경질환 치료에 오랜 기간 활용돼 온 계지복령환이 위약군에 비해 월경통 강도를 현저히 감소시키고 삶의 질을 높인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특정 처방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6년 발표된 국내 다기관 전향적 관찰연구에서도 환자 맞춤형 한약 치료가 진통제 복용량을 줄이고 통증 지속 시간을 단축하는 데 유의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5. 약물 의존을 줄이는 일상 속 월경통 자가 관리법 - 임상적인 한의 치료와 함께, 일상생활에서의 적극적인 관리 요법을 병행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으로 만성 월경통을 관리해나갈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운동 요법 : 운동은 가장 효과적인 천연 진통제입니다. 29개의 무작위 대조 연구를 종합한 네트워크 메타분석에 따르면, 규칙적인 요가, 스트레칭, 중등도의 유산소 운동은 골반 내 혈류 순환을 개선하고 통증 유발 물질을 배출시켜 월경통 강도를 뚜렷하게 감소시킵니다.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기저 체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온 유지와 하복부 보온 : 한의학에서 말하는 '한응혈어(寒凝血瘀, 차가운 기운이 혈액을 뭉치게 함)'는 실제 생리학적 혈관 수축과 일치합니다. 하복부를 따뜻하게 유지하여 골반 근육의 긴장을 풀고 미세혈류 순환을 돕는 것이 좋습니다. 생리통을 '여성이라면 당연히 참고 견뎌야 하는 숙명'으로 받아들이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렇다고 진통제에만 의존한 채 위장 장애와 우울감을 감내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궁의 국소적 염증을 다스리고 중추신경계의 예민함을 잠재우는 과학적인 한의 치료와 올바른 운동 습관을 통해, 매달 찾아오는 통증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활기찬 일상을 누리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1.de Arruda GT, Barbosa-Silva J, Driusso P, Pathmanathan C, Armijo-Olivo S, Avila MA. Worldwide prevalence of dysmenorrhe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across 70 countries. Pain. 2026 Jan 1;167(1):41-55. doi: 10.1097/j.pain.0000000000003768 2.Iacovides S, Avidon I, Baker FC. What we know about primary dysmenorrhea today: a critical review. Hum Reprod Update. 2015 Nov-Dec;21(6):762-78. doi: 10.1093/humupd/dmv039. 3.Cho SI, Jung HJ, Park M, Kim DI. Effectiveness and safety of herbal medicine on treatment of dysmenorrhea: An analysis of a multicenter, prospective observational study. Integr Med Res. 2026 Mar;15(1):101209. doi: 10.1016/j.imr.2025.101209 4.Wu L, Xu Lou I, Hu Z, Wang G, Deshpande SV, Cáceres-Matos R. Efficacy of Plant-Derived Therapies for Primary Dysmenorrhe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Phytother Res. 2026 Apr 15. doi: 10.1002/ptr.70324 5.Tsai IC, Hsu CW, Chang CH, Lei WT, Tseng PT, Chang KV. Comparative Effectiveness of Different Exercises for Reducing Pain Intensity in Primary Dysmenorrhea: A Systematic Review and Network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Sports Med Open. 2024 May 30;10(1):63. doi: 10.1186/s40798-024-00718-4. 6.Chen B, Guo Q, Zhang Q, Di Z, Zhang Q. Revealing the Central Mechanism of Acupuncture for Primary Dysmenorrhea Based on Neuroimaging: A Narrative Review. Pain Res Manag. 2023;2023:8307249. 7.Chen B, Guo Q, Zhang Q, Di Z, Zhang Q. Revealing the Central Mechanism of Acupuncture for Primary Dysmenorrhea Based on Neuroimaging: A Narrative Review. Pain Res Manag. 2023 Feb 18;2023:8307249. doi: 10.1155/2023/8307249. 8.Liao CC, Lin CL, Tsai FJ, Chien CH, Li JM. Acupuncture's long-term impact on depression prevention in primary dysmenorrhea: A 19-year follow-up of a Taiwan cohort with neuroimmune insights. J Affect Disord. 2024 Jan 1;344:48-60. doi: 10.1016/j.jad.2023.10.013. 9.Li XL, Jin Y, Gao R, Zhou QX, Huang F, Liu L. Wenjing decoction: Mechanism in the treatment of dysmenorrhea with blood stasis syndrome through network pharmacology and experimental verification. J Ethnopharmacol. 2025 Jan 30;337(Pt 1):118818. doi: 10.1016/j.jep.2024.118818. 10.Luo Y, Mao P, Chen P, Li C, Fu X, Zhuang M. Effect of Guizhi Fuling Wan in primary dysmenorrhea: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 Ethnopharmacol. 2023 May 10;307:116247. doi: 10.1016/j.jep.2023.116247. ▣ 최윤용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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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제철 음식과 탄소 중립 그리고 환경교육의 재인식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작년 겨울, “할아버지, 이 딸기 맛이 좀 이상해~.” 제철이 지난 시기에 어린 손녀가 먹던 딸기를 내려놓으며 하던 말이다.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철 지난 과일의 맛은 6살 아이의 기억과 입에도 낯설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딸기 한 알을 우리 식탁에 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비됐는지 우리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사실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지구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우리는 날로 무더운 여름을 나면서 인내의 한계를 넘을 만큼 폭염과 싸우고 있다. 이제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나 과학 교과서 속 개념이 아니다. 가뭄, 폭우, 태풍, 식량 위기까지, 우리의 삶은 이미 기후변화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이런 시대, 교육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지식을 뛰어넘는 ‘지속 가능한 삶의 선택’을 가르쳐야 한다. 그 시작은 아주 작고도 가까운 곳, 바로 우리의 식탁에서 출발할 수 있다. 제철 음식은 그 자체가 탄소 중립의 실천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 농산물이나 비제철 작물의 경우, 수송 과정에서 평균 11배 이상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한다. 특히 겨울철에 하우스에서 재배되는 작물은 인공조명, 난방, 수분조절 등에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이는 곧 탄소 배출량의 증가로 이어진다. 예컨대, 2020년 녹색연합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겨울에 먹는 딸기 1kg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탄소 배출량은 약 3.4kg의 CO₂로 밝혀졌다. 반면에, 제철인 봄에 재배된 딸기는 0.8kg의 CO₂로 훨씬 적다. 같은 딸기이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4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르고 지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교육 현장에서부터 ‘제철 급식’을 운영함으로써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철저한 탄소 중립 교육에 나서야 한다. 서울 성북구의 한 초등학교는 2022년부터 ‘제철 급식 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영양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함께 참여해서 한 주일씩 제철 재료로만 구성된 메뉴를 만들고, 식사 후에는 환경에 대한 소감을 나눈다. 한 학생은 “처음엔 낯선 반찬도 있었지만, 알고 보니 자연이 지금 주는 맛이라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적었다. 또 다른 학생은 “내가 먹는 음식이 지구를 아프게 할 수도 있다니, 앞으로 장을 볼 때도 생각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교육은 단순히 환경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삶의 태도와 가치관의 변화를 이끄는 울림 있는 실용적인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가 제철 음식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탄소 중립의 실천이다. 계절에 맞는 재료를 소비함으로써 난방, 냉방, 장거리 운송에 드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둘째, 농업의 활성화이다. 식재료는 대개 지역 농산물이다. 이는 지역 경제를 살리고, 음식의 이동 거리를 줄이는 ‘로컬푸드’ 실천이기도 하다. 셋째, 식문화의 회복이다. 제철 음식은 자연이 주는 최적의 영양 상태를 가진다. 건강한 성장기 아이들에게 특히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넷째, 소비자로서의 책임 교육이다. 아이들이 직접 음식 선택의 윤리성과 환경적 영향을 배움으로써, 더 넓은 차원의 ‘지속 가능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전남 순천의 한 중학교에서는 ‘제로 푸드 마일(Zero Food Mile)’ 프로젝트를 실시했고 그 결과는 한 학생이 쓴 글이 많은 교사들의 마음을 울렸다. “우리가 먹는 밥 한 그릇이 지구에 무게가 될 수도, 지구를 쉬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제철이라는 건 단지 맛있는 시기가 아니라, 자연이 숨 쉬는 시기였다.” 결론적으로 ‘제철 음식 먹기’는 단지 건강을 위한 선택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작은 실천이자 위대한 교육이라 할 수 있다. 탄소 중립은 거창한 기술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 계절을 느끼고, 자연의 순리를 배우고, 식탁에서 지구를 생각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환경교육이며, 지속 가능한 삶의 기초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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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문화유산해설사로 글로벌 리더의 꿈 키운다"
- [교육연합신문=김병선 기자] 여름방학을 맞아 청소년들이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배우고, 이를 전 세계에 알리는 민간 외교관으로 성장할 수 있는 특별한 교육 과정이 마련됐다. 국제교류문화진흥원은 청소년들의 올바른 역사 인식 함양과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온라인 청소년문화유산해설사 과정' 교육생을 모집한다고 6월 5일 밝혔다. 이번 과정은 단순히 역사 지식을 암기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우리 문화유산을 영어로 직접 소개할 수 있는 실전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교육 과정은 여름방학 기간 동안 온라인과 현장실습을 통해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참가 학생들은 한국사의 흐름을 파악하고, 외국인의 시각에서 흥미로운 해설 스토리를 구성하는 법을 배운다. 이번 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교육 수료 후 이어지는 '현장 실전'이다. 여름방학 동안 이론과 실습 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오는 10월부터 경복궁 등 주요 국가유산 현장에 배치된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실제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영어 문화유산 해설 봉사활동을 수행하며 글로벌 리더로서의 자질을 쌓게 된다. 특히, 눈여겨 봐야 할 교육적 효과는 문화해설 봉사 활동을 통해 시험 위주의 영어가 아닌, 외국인과 소통하며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스피치 교육 활동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참가 학생들에게는 1365 자원봉사 포털 및 e청소년 시스템과 연계된 봉사시간이 공식적으로 인정된다. 또한, 2005년 설립된 청소년단체에서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거친 해설사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우리 문화를 전파하는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보람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이 뜨겁다. 국제교류문화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과정은 청소년들이 우리 문화유산의 주인이 되어 세계인과 소통하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지방 거주 학생의 경우 서울 활동뿐 아니라 지방에서의 봉사활동 연계를 지원하고 있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역사의식과 영어 실력, 그리고 봉사 정신까지 겸비한 차세대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인터뷰] 5월24일 평택 미군 가족과 함께한 청소년문화유산해설사 한지원(철산중2) Q: 오늘 평택 미군부대에 근무하는 가족분들을 대상으로 해설을 진행하였다고 들었습니다. 네, 오늘 네 분의 미군 가족과 함께 경복궁을 둘러보았습니다. 사실 해설을 하면서 저도 깜짝 놀랄 순간이 많았는데요, 아이들이 평택에 있는 학교를 다니면서 한국 전래동화나 역사 이야기를 이미 많이 읽어두었더라고요. 홍길동 이야기부터 궁궐 지붕의 잡상, 그리고 서유기까지 줄줄 꿰고 있어서 정말 신기하고 기특했습니다. Q: 아이들이 이미 한국 문화에 익숙했군요! 아이들을 위한 해설은 일반적인 해설과는 조금 다를 것 같은데, 어떤 점에 중점을 두었나요? 아무래도 어린 친구들이라 너무 어려운 역사적 사실보다는, 이야기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풀어내려 노력했습니다.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스토리를 입혀서 전달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죠. Q: 오늘 날씨가 참 더웠는데, 현장 운영은 어떠했나요? 날씨가 정말 더웠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지치지 않도록 가급적 그늘 위주로 동선을 짰습니다. 중간에 '집옥재' 같은 시원하고 분위기 있는 장소에서 잠시 쉬며,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Q: 현장 분위기가 매우 화기애애했을 것 같습니다. 오늘 해설의 소감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요? 오늘 만난 가족분들은 제가 지금까지 만난 외국인들 중에서도 한국에 대해 가장 잘 알고 계신 분들이 아닐까 싶어요. 아이들이 워낙 한국 문화에 열려 있다 보니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스몰톡(Small talk)도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우리 문화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가족들을 만날 때마다, 해설사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정보 확인 및 참가 신청은 홈페이지(https://k-culture-english.net/청소년문화유산해설사문의: 마리이야기 Tel 02-3673-5015)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참고 자료] 청소년문화유산해설사 상세 안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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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문화유산해설사로 글로벌 리더의 꿈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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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AI 시대, 『사람 공부』가 던지는 관계(關係)의 메시지
-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지식은 넘쳐나는데, 왜 사람 사이의 마음은 더 닫히는 것일까?” 이 질문은 디지털 대전환의 물결 속에서 우리 교육 현장이 마주한 가장 아픈 질문이다. 아이들의 문해력 저하보다 무서운 것은 ‘관계의 문해력’ 결핍이라 할 수 있다. 상대의 의도를 읽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며, 갈등 앞에서 쉽게 무너지는 요즘의 아이들, 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코딩 한 줄, 영어 단어 하나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최고의 인문학자 진웨준(金越俊)의 저서 『사람 공부』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교육자들에게 번뜩이는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동서고금 영웅들의 흥망성쇠를 통해 ‘처세(處世)’라는 단어를 기회주의적 기술이 아닌, ‘타인과 공존하기 위한 최고의 지혜’로 격상시키기 때문이다. 진웨준은 이 책에서 조조의 일화를 통해 교육적 울림이 큰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조조가 젊은 시절, 자신을 도왔던 현령 진궁과 함께 도망치던 중 의심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내가 세상을 버릴지언정 세상이 나를 버리게 하지는 않겠다”고 말한 장면은 유명하다. 진웨준은 이를 단순한 악행으로 치부하지 않고, ‘사람을 읽는 안목’과 ‘포용의 기술’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을 하고 있다. 진웨준의 『사람 공부』를 교실에 적용하기 위해 우리는 세 가지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첫째, ‘정답’이 아닌 ‘마음’을 채점해야 한다. 교실 내 갈등 상황에서 교사는 판사가 되기 쉽다. 하지만 『사람 공부』는 ‘현상 너머의 동기’를 보라고 조언한다. 잘못을 저지른 학생에게 벌을 주기 전, 그 아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이면에 숨겨진 ‘두려움’이나 ‘인정 욕구’를 읽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진웨준이 말하는 영웅들의 통찰력이라 할 것이다. 둘째, ‘침묵’의 처세를 가르쳐야 한다. 책에서는 말 한마디로 천하를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사례가 즐비하다. 요즘 아이들은 SNS를 통해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말하는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 ‘멈춤과 경청’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 “내 주장을 관철하는 법”보다 “상대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힘”이 결국 가장 강력한 설득의 도구가 된다는 것을 아이들이 체험하게 해야 한다. 셋째, ‘패배’를 대하는 태도가 사람의 격을 결정한다. 역사 속 영웅들은 위기의 순간에 본모습이 드러난다. 진웨준은 실패했을 때 타인을 탓하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는 ‘반구저기(反求諸己)’의 자세를 강조한다. 시험 성적이 떨어졌을 때, 경기에서 졌을 때 아이들이 타인이나 환경을 원망하기보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회복탄력성’을 기르도록 돕는 것이 살아있는 사람 공부라 할 것이다. 이제 교사는 지식 전달자를 넘어 ‘관계 코디네이터’가 되어야 한다. 진웨준의 『사람 공부』가 제안하는 처세의 지혜를 교육 과정에 녹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웨준은 책의 말미에서 결국 “모든 공부의 끝은 사람이다”라고 단언한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최종적인 기술은 미적분 공식이나 영문법만이 아니다. 바로 곁에 있는 친구의 눈물을 닦아줄 줄 알고, 억울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타인의 성공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사람 됨의 기술’이라 믿는다. 서두에서 언급한 조조가 천하를 호령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완벽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의 치명적인 결함을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자신과 반대되는 성향의 인재들을 끝없이 찾아내고 그들의 능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사람 공부의 달인이었기 때문이다. “상대의 약점을 잡는 것이 처세가 아니라, 상대의 강점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사람 공부다.”(본문 중) 『사람 공부』는 우리에게 말한다. 처세는 남을 이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와 남이 함께 승리(Win-Win)하기 위한 따뜻한 전략이라고 말이다. 이 책을 읽은 교사가 교실에 섰을 때, 비로소 아이들은 책 속의 글자가 아닌 ‘살아있는 인간’의 품격을 배우게 될 것이다. 오늘, 당신의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람’을 읽어보지 않겠는가? 그 공부가 시작되는 순간, 교실은 비로소 삶의 현장이자 가장 위대한 인문학의 장이 될 것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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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AI 시대, 『사람 공부』가 던지는 관계(關係)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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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赤, 흙으로 덮지 못한 ‘거대한 불’의 생명력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한자 붉을 적(赤)을 보며 흔히들 땅의 빛깔이나 흙(土)을 떠올린다. 한자의 자형이 변하면서 아랫부분이 ‘흙 토(土)’의 모양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자 해석의 경전이라 불리는 허신의 『설문해자』조차 뜻은 ‘불’이라면서도 글자는 ‘흙’으로 적는 오류를 범했다. 그러나 갑골문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거슬러 올라가면, 그 속에는 흙이 아닌 활활 타오르는 ‘거대한 불’이 살고 있다. ■ ‘사람을 태우는 형상’이라는 오해를 넘어서 적(赤)의 원형은 사람(大)과 불(火)이 합쳐진 모습이다. 이를 두고 혹자는 "사람을 불에 태우는 제사 의식"이라거나 "죄인을 벌하는 모습"이라고 공포스럽게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大’는 사람이라기보다 ‘크다’는 의미의 형용사적 상징으로 보아야 마땅하다. 즉, 적(赤)은 이름 모를 들꽃의 붉음이 아니라, 세상을 삼킬 듯 일어나는 ‘커다란 불길’ 그 자체를 형상화한 글자다. ■ 갓 태어난 아기가 ‘적자(赤子)’인 이유 이 글자가 단순한 색깔을 넘어 뜨거운 에너지를 상징한다는 증거는 우리 삶 속에 녹아 있다. 갓 태어난 아기를 적자(赤子)라고 부르는 것이 대표적이다. 흔히 핏덩이라 붉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본래 의미는 아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하고 생기 있는 불의 기운을 일컫는다. 차가운 주검과 대비되는, 생명이라는 뜨거운 에너지가 곧 ‘적(赤)’인 셈이다. ■ 불길이 겹치고 번지며 탄생한 글자들 ‘큰 불’이라는 원리를 이해하면 파생된 글자들의 맥락도 선명해진다. 빛날 혁(赫): 붉은색(불길)이 두 개 모여 있다. 불길과 불길이 만나 세상을 더욱 환하게 비추는 찬란한 에너지를 뜻한다. 쏠 석(螫): 벌레에 쏘여 피부가 불꽃에 데인 듯 붉고 뜨겁게 부어오르는 고통을 묘사한다. 이처럼 赤은 정적인 색채가 아니라 동적인 에너지의 분출을 담고 있다. ■ 오해의 흙을 털어내고 본질의 불을 보다 글자의 모양이 변하면서 본래의 뜨거움은 ‘흙’이라는 차가운 껍데기에 갇혀버렸다. 땅의 색이 붉어서 赤이 된 것이 아니라, 불의 열망이 글자가 된 것이다. 우리가 한자의 자형 변화 속에 숨겨진 원형을 찾아내는 이유는 단순히 옛 지식을 뽐내기 위함이 아니다. 무미건조하게 외우던 글자 속에서 고대인들이 느꼈던 생명의 박동과 불길의 역동성을 다시 발견하기 위함이다. 흙 속에 파묻혔던 ‘큰 불’의 정신을 복원할 때, 우리의 언어생활도 비로소 뜨거운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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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赤, 흙으로 덮지 못한 ‘거대한 불’의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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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지금, 깨달을 결심 - 경동대학교 권오만 교수
- [교육연합신문=편집국] 경동대학교 건축디자인학과 권오만 교수가 신작 산문집 『지금, 깨달을 결심』(제이브리즈북스刊)을 출간했다. “비우러 갔다, 채워져 돌아온 스무날” 우리는 저마다의 소란을 등에 지고 살아간다. 잠시 멈추고 싶을 때조차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보다 무엇을 더 채워야 하는지에 익숙하다. 『지금, 깨달을 결심』은 작은 산사에서 보낸 스무 날의 기록이다. 산사 지킴이 강아지 ‘댕구(본명 자비)’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저자는 삶의 속도를 늦추고, 비움 속에서 오히려 채워지는 마음의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이 책은 바쁜 일상 속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건네는 치유와 성찰의 산문집이다.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쉼 없이 달려온 저자는 안식년이라는 뜻밖의 쉼을 마주하며, 무엇을 더 채울 것인가보다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질문을 안고 향한 곳은 경주 단석산의 작은 산사 ‘신선사’. 화려하고 편리한 도시의 삶을 잠시 내려놓은 채 머문 스무 날의 시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자신을 다시 만나가는 과정이었다. 이번 산문집에서 저자는 산사에서 불을 지피고 스스로 밥을 해먹어야 하는 소박한 일상과 작은 노동, 계절의 변화, 그리고 산사 지킴이 강아지 ‘댕구’와의 교감을 통해 삶의 본질을 들여다본다. 채움보다 비움, 익숙함보다 낯섦, 경쟁보다 멈춤이 건네는 의미를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특히, 말없이 곁을 지켜준 댕구와의 시간은 단순한 반려의 기억을 넘어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사색의 계기가 된다. 순간의 욕심보다 만족을, 앞서가기보다 함께 걷는 시간을 통해 저자는 일상의 소중한 깨달음을 발견해간다. 환경계획과 조경학을 전공한 권 교수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 지속 가능한 환경디자인에 대한 연구와 실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KBS 「북한산은 살아있다」, SBS 「월악산」 등 자연·환경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한 환경·생태 전문가이기도 하다. 책은 경쟁과 속도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멈춰도 괜찮다”는 조용한 메시지를 전한다. 반복되는 일상과 관계 속에서 잊고 지내던 자신을 다시 바라보며, 삶의 방향을 바꾸는 ‘쉼’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권오만 교수는 “이 책은 무언가를 더 얻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묻는 시간의 기록”이라며 “익숙한 삶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정호승 시인, 김우종 문학평론가, 김승진 선장, 서경덕 교수 등 각계 인사들도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이 전하는 쉼과 성찰의 의미에 공감과 지지를 보냈다. ▣ 저자 권오만 경동대학교 메트로폴 캠퍼스 건축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 지속 가능한 환경디자인에 대한 실천적·학문적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산학협력단장을 역임하며 교육과 연구, 현장을 아우르는 다양한 활동을 수행해 왔다. 자연과학과 문학, 사유와 실천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는 현재 창작산맥 문학회 제6대 회장으로, 윤동주의 문학정신을 계승하며 문학의 사회적 역할과 실천적 가치를 확장하는 데 힘쓰고 있다. 문학이 현실과 분리된 언어가 아니라 삶과 사회 속에서 작동하는 힘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꾸준한 창작과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두물머리」, 「해남 도솔암」, 「샛별」로 창작산맥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하였고, 저서로는 『신선 두꺼비가 지키는 전통 사찰 이야기』, 『디자인과 철학의 공간 우리 궁궐』, 『잊혀진 문화유산 해자와 풍류 이야기』 등이 있다. 2026년 대한건축학회 특별상 소우(윤장섭) 저작상을 수상하였다. 이번 산문집 『지금, 깨달을 결심』은 안식년의 시간 속에서 산사에 머물며 경험한 고요와 불편, 그리고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한 내면의 질문들을 담아낸 기록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채움보다 비움, 익숙함보다 낯섦 속에서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삶의 본질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결심에 대해 잔잔한 물음표를 던진다. ■ 소개 영상 https://youtu.be/NczaMqd8cx0?si=S-GxTd9q6IHcJG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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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지금, 깨달을 결심 - 경동대학교 권오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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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Royal Nights at the Gyeongbokgung Palace
- [교육연합신문=이채원 학생기자] As the sun sets over Seoul, the city transforms. Towering buildings light up the skyline, busy streets remain crowded, and modern life continues even in the darkness. Yet hidden among the city’s contemporary landscape stands a place where time seems to slow down. During the Gyeongbokgung Palace Night Opening, visitors are invited to step into Korea’s past and experience the quiet beauty of the Joseon Dynasty after dark. Located in the heart of Seoul, Gyeongbokgung Palace is one of Korea’s most historically significant landmarks. Originally built in 1395 as the main royal palace of the Joseon Dynasty, it has long symbolized the nation’s political and cultural heritage. While the palace is impressive during the day, the nighttime opening offers an entirely different atmosphere, allowing visitors to see the historic site illuminated beneath the evening sky. As visitors enter through Gwanghwamun Gate, they are greeted by softly lit palace grounds and traditional architecture glowing against the darkness. The reflections of lanterns on the palace ponds and pathways create a calm and almost dreamlike setting. Unlike the crowded pace of the city outside, the palace at night feels peaceful and reflective. Walking through the grounds, visitors can explore important structures such as Geunjeongjeon Hall, where kings once conducted state affairs, and Gyeonghoeru Pavilion, a royal banquet hall surrounded by water. At night, these landmarks appear even more striking, as the careful lighting highlights the intricate details of traditional Korean architecture. The contrast between the illuminated palace and the modern skyline beyond the walls serves as a reminder of Seoul’s unique ability to preserve its history while continuing to develop as a global city. The night opening also allows visitors to engage more personally with Korea’s cultural heritage. Many attendees choose to wear hanbok, traditional Korean clothing, which grants free admission to the palace and further enhances the historical atmosphere. Seeing visitors dressed in hanbok walking through centuries-old palace grounds creates a connection between Korea’s past and present. Beyond its visual beauty, the Gyeongbokgung Palace Night Opening reflects the growing importance of preserving and experiencing cultural heritage in modern society. Rather than existing only as a historical site, the palace becomes an active cultural space where history can be appreciated in an immersive and accessible way. Today, the nighttime opening has become one of Seoul’s most popular cultural events, attracting both locals and international visitors. It offers more than a scenic evening walk. It provides an opportunity to reflect on Korea’s history and better understand the traditions that continue to shape the country today. Held twice a year, the 2026 first-half nighttime opening of Gyeongbokgung Palace will take place from Wednesday, May 13 to Sunday, June 14. In a city known for constant movement and innovation, the quiet elegance of Gyeongbokgung at night offers something different: a chance to pause, look back, and experience the enduring presence of Korea’s royal p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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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Royal Nights at the Gyeongbokgung Pa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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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왜 다시, 문해력인가?
-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오늘날 우리 교육의 가장 심각한 위기는 무엇인가? 학력 저하일까? 사교육 과열일까? 아니면 교권 붕괴일까? 그러나 이 모든 문제의 뿌리에는 더 근본적인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다. 필자의 칼럼 「청소년들의 뒤처지는 문해력,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는 몇 년 전 발표되었지만, 오히려 지금 더 절실하게 읽혀야 할 교육적 경고가 되었다. 오늘날 교사들이 모여 교육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화제가 단연코 학생들의 “문해력” 결핍의 심각성에 입을 모은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문해력이라는 말조차 학생들이 못 알아들을까 봐, 어떤 교사는 이렇게 다시 설명한다. “글을 읽고 뜻을 이해하는 힘 말이야.” 그러자 한 학생이 묻는다. “쌤, 그거 요약본 있나요?”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는 능력이 아니다. 글의 의미를 이해하고, 타인의 생각을 해석하며, 자신의 언어로 다시 표현하는 힘이다. 결국 인간의 사고력과 공감력, 민주 시민성의 기초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아이들은 문장을 읽지만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긴 글을 견디지 못하며, 질문보다 검색에 익숙한 세대로 변해가고 있다. 교실 현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시험 문제를 읽고도 무엇을 묻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 자신의 생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지 못하는 학생들,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본 경험이 거의 없는 학생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국어 과목의 문제가 아니다. 수학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사회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도 결국 문해력의 결핍과 연결된다. 더 심각한 것은 디지털 환경이다. 짧은 영상과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깊이 읽기와 사유의 시간을 잃어가고 있다. 알고리즘은 생각을 확장시키기보다 취향만 반복 강화하고, AI는 스스로 사고하기 전에 먼저 답을 제공한다. 이제 아이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니?”라는 질문보다 “정답이 뭐예요?”를 먼저 묻는다. 이것은 단순한 학습 습관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 사고 체계의 위기다. 필자는 당시 칼럼에서 읽기·말하기·쓰기 교육의 회복을 강조했다. 시 동아리, 스피치 활동, 글쓰기 교육, 일기 쓰기 같은 실천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언어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통찰은 지금도 매우 유효하다. 아니, AI 시대일수록 더욱 절박하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이 정보를 대신 제공하는 시대에 인간에게 남는 최후의 경쟁력은 ‘생각하는 힘’이며, 문해력은 바로 그 생각의 근육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교육은 다시 질문해야 한다. 왜 우리는 아이들에게 읽는 시간을 빼앗았는가? 왜 학교는 시험 문제 풀이에만 몰두하며 사유의 교육을 잃어버렸는가? 왜 독서는 취미가 되었고, 글쓰기는 수행평가 기술로 전락했는가? 문해력 회복은 거창한 정책 이전에 교육 철학의 전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첫째,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교과에서 읽기와 토론, 서술형 글쓰기를 강화해야 한다. 국어 시간에만 문해력을 맡겨서는 안 된다. 둘째, 학교는 ‘조용히 읽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독서는 과제가 아니라 삶의 습관이 되어야 한다. 셋째, 교사들에게도 읽고 쓰는 전문성을 회복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학생의 문해력은 결국 교사의 언어 수준을 넘기 어렵다. 넷째, 가정과 지역사회 역시 책 읽는 문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부모가 스마트폰만 보는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요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 중심 교육의 방향 수정이다. 지금처럼 문제를 빨리 푸는 능력만 강조해서는 문해력은 결코 자라지 않는다. 천천히 읽고, 깊이 생각하고,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속도가 아니라 이해의 깊이를 평가해야 한다. 교육은 결국 인간을 만드는 일이다. 문해력이 무너진 사회는 결국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혐오와 선동에 흔들리며, 민주주의마저 약해진다. 그래서 문해력 교육은 단순한 학업 향상이 아니라 사회를 지키는 공공의 과제다. 지금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입시제도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다시 책을 돌려주고, 언어를 돌려주고, 생각하는 시간을 돌려주는 일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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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왜 다시, 문해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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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아름다운 세상이란 어떤 세상일까. 아름다운 사람이 많이 사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전쟁, 인공지능, 숫자, 비교가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상이다. 세상은 그대로이기에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마음이 중요하다.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결국 타인을 대하는 방식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타인을 편안하게 만드는 힘’에 가깝다. 진짜 아름다움을 만들고 싶다면 먼저 ‘어떻게 보일까’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한 사회의 품격은 그 사회가 어떤 아름다움을 존경하느냐에 달려 있다. 돈과 성공만을 숭배하는 사회에서 사람의 마음은 거칠어진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하루하루의 선택이 겹쳐서 한 사람의 표정을 만든다. 배려와 품위가 있는 사회에서는 서로를 인간답게 대하려 애쓴다. 자기 자신만으로 가득 찬 사람은 타인을 위한 공간이 없다. 흥미로운 것은 아름다움이 전염된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의 친절은 또 다른 친절을 낳는다. 그 친절은 햇살처럼 세상을 아름답고 따스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나. 학교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 가운데 하나가 ‘관계가 어렵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국 교육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감’을 가르치는 것이다. 공감은 단순히 착해지는 교육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 일처럼 느끼는 능력이다. 공감은 민주주의와 공동체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다. 학교는 점수를 경쟁하는 공간이기 전에 인간을 배우는 공간이어야 한다. 아이들은 교과서보다 어른들의 태도를 더 많이 배운다. 교사와 부모가 타인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배려를 말할 수도 없다. 교육은 말이 아니라 분위기와 태도로 이루어진다. 아름다운 세상은 인간이 서로를 소모품처럼 대하지 않는 세상이다. 아이가 실수해도 모욕당하지 않는 학교, 나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쓸모없다고 취급받지 않는 사회. 아픈 사람이 가난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실패한 사람이 다시 일어설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공동체. 그런 곳이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세상은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지 않은 사회’이다. 사람들은 점점 타인의 불행에 익숙해지고 있다. 공동체가 무너지는 것은 가난 때문만이 아니라 서로의 아픔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시작할 때다. 아름다운 세상은 서로를 경쟁자로만 보거나 숫자와 성과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한 인간의 삶 자체를 존중하는 사회이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고, 울고 있는 사람 곁에 잠시라도 함께 서주는 누군가가 있는 세상. 인간다운 따뜻함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사회. 그런 세상이야말로 기술보다 오래가고 돈보다 강하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믿는다. 교육은 아름다운 사람이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고 믿는다. 사람다운 사람, 공감하는 사람, 함께하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교육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 창밖은 다양한 꽃들이 서로 어우러져 세상을 환하게 만드는 모습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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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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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은자(殷字)의 재발견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한자는 2,000여 년간 동양 문명의 핵심이자 일상의 도구였으나, 우리는 매일 쓰는 글자의 진짜 주인과 얼굴을 잊은 채 살아왔다. 오늘날 흔히 ‘한자(漢字)’라 불리는 이 문자는 사실 한나라 시대에 붙여진 이름일 뿐, 그 기원은 3,500년 전 상(은)나라의 갑골문과 금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적·고고학적 진실은 이 문자의 창제 주체가 바로 우리의 직접적인 선조인 ‘동이족(東夷族)’이었음을 명백히 가리킨다. 하지만 이 위대한 유산의 해석은 오랜 시간 왜곡되었다. 그 오해의 중심에는 서기 100년경 동한(東漢)의 학자 허신(許愼)이 집대성한 『설문해자(說文解字)』가 있다. 허신은 문자학의 권위자였으나,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갑골문과 금문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소전(小篆) 위주의 해석을 내놓았다. 이는 동이족의 풍습과 철학이 담긴 문자를 화하족(한족)의 시각에서 한정 지어 해석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수많은 ‘은자(隱字)’가 본래의 뜻과는 다른 모습으로 굳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특히 한자의 근본 원소 곳곳에는 동이족만의 고유한 생활 양식과 풍습이 짙게 배어 있다. 대표적으로 ‘오랑캐’로 격하된 ‘이(夷)’자는 갑골문에서 ‘큰 활(大+弓)’을 능숙하게 다루는 문명인의 기개를 형상화한 것이다. 또한,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술을 올리고 춤을 추며 신과 소통하던 제천 행사의 모습, 죽은 이의 영혼을 기리며 옥(玉)을 소중히 여겼던 장례 문화, 그리고 흰 옷을 즐겨 입으며 예의를 갖추어 무릎을 굽히던 생활 방식 등은 갑골문 속에 고스란히 박제되어 있다. 허신은 이러한 동이족의 문화적 맥락을 알지 못한 채, 이미 변형된 글자 모양만을 보고 억지로 뜻을 짜 맞추는 실수를 저질렀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는 여러 개의 작은 ‘근본 원소’들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정교한 퍼즐이다. 본서는 허신의 권위에 가려진 채 잃어버린 동이족의 지혜를 되찾기 위해 다음의 5가지 엄격한 원칙으로 한자의 비밀을 검증한다. ㅁ원형성: 반드시 갑골문과 금문의 초기 자형에 부합해야 한다. ㅁ역사성: 반드시 동이족의 역사적 사실이나 선진(先秦) 시대의 문헌 기록에 부합해야 한다. ㅁ일관성: 모든 한자 부호의 해석은 일관되어 다른 글자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ㅁ합리성: 자형에서 파생된 뜻이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해야 한다. ㅁ계승성: 자형과 뜻의 변화 과정이 시대별로 일관되게 이어져야 한다. 본서의 목적은 명확하다. 2,000년 전 허신의 실수와 화하족 중심의 역사관이 만들어낸 광범위한 오류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왜곡된 해석을 바로잡고 동북아시아 문명의 시원인 동이족의 발자취를 추적함으로써, 비로소 한자라는 거대한 나무의 뿌리인 진짜 ‘은자(殷字)’의 의미를 마주하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문자 해석을 넘어, 우리 역사의 잃어버린 원류를 되찾는 엄숙한 여정이다. ■ 한자의 막힌 혈관, ‘홀태’와 ‘모래톱’으로 뚫다 한자(漢字)는 동양 정신의 뿌리이자 고대인의 삶을 담은 그릇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랫동안 한자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중국의 해설서, 특히 허신의 『설문해자』가 정해놓은 틀에 갇혀 그 역동적인 본래 의미를 잃어버렸다. 이제 우리말의 고유한 감각인 ‘훑다’와 ‘모래톱’이라는 열쇠를 통해, 한자의 잃어버린 원형을 복원해보고자 한다. ■ 勿(물/몰), 깃발이 아닌 ‘훑어내는’ 동작의 형상 허신은 말 물(勿)자를 깃발이 세워진 모습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갑골문과 금문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칼(刀) 사이로 낱알(丶)이 흩어지는 형상, 즉 빗처럼 생긴 도구로 곡식을 ‘훑어내는’ 동작이 선명하게 읽힌다. 본래 ‘털어내다’라는 뜻의 털 몰(勿)이었던 셈이다. 이 흔적은 만물 물(物)자에서 더욱 명확해진다. 소의 등 긁개로 털을 훑어내는 모습에서 유래한 이 글자는, 본래 ‘털어내다’라는 동작이 한자의 핵심 자형 원리였음을 증명한다. ■ 賜(사)와 易(이), 모래톱이 내어준 자연의 선물 줄 사(賜)와 쉬울 이(易)의 관계는 우리 민족의 지형적 감각인 ‘모래톱’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賜’는 조개(貝)를 훑어내는(勿) 모습이다. 물가 모래톱에서 조개를 훑어 건져 올리는 풍경을 묘사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우리말 ‘모래톱’이다. 지형이 톱니처럼 생기지 않았음에도 우리는 왜 ‘톱’이라 부르는가. 이는 ‘훑는 도구’인 홀태(톱)의 이미지가 지형에 투영된 결과다. 자연이 거저 내어주는 조개를 줍는 일이니 ‘줄 사(賜)’가 되었고, 물줄기가 지형을 쉽게 바꾸는 모습에서 ‘바꿀 역/쉬울 이(易)’라는 뜻이 파생된 것이다. 이는 우리가 갑골문의 원형 정신을 가장 온전히 계승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利(리), 벼를 베는 것이 아니라 알곡을 ‘터는’ 유용함 우리는 흔히 이로울 리(利)를 ‘벼(禾)를 칼(刀)로 베는 모습’이라 배운다. 그러나 원형은 벼와 ‘털 몰(勿)’의 결합에 가깝다. 볏단에서 알곡을 훑어내는 ‘홀태질’의 효율성을 표현한 글자인 것이다. 수확의 극대화에서 ‘이롭다’는 뜻이, 홀태 날의 예리함에서 ‘날카롭다’는 뜻이 나왔다. 더 나아가 알곡이 체에 걸러지듯 배출된다는 비유에서 대소변을 뜻하는 의미까지 확장되었다. ‘베는’ 행위보다 ‘터는’ 행위가 농경의 핵심적 이익임을 고대인들은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 우리말로 복원하는 한자의 생명력 중국조차 자의적 해석에 갇혀 잃어버린 한자의 본뜻이, 역설적이게도 우리말의 ‘훑다’와 ‘모래톱’이라는 감각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한자를 중국의 전유물로만 여기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고유의 언어 감각으로 한자를 재해석할 때, 비로소 한자의 막힌 혈관이 뚫리고 고대인의 삶과 지혜가 우리 곁으로 온전히 돌아올 것이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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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은자(殷字)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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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 칼럼] 매달 반복되는 원발성 월경통, 프로스타글란딘과 중추신경 감작의 연결고리 풀기
- [교육연합신문=최윤용 기고] 1. 자궁이 보내는 경고음, 원발성 월경통의 원인과 유병률 - 원발성 월경통(Primary dysmenorrhea)은 골반 내 뚜렷한 기질적 이상 없이 월경 주기에 맞춰 발생하는 하복부의 경련성 통증을 의미합니다. 전 세계 70개국 자료를 종합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원발성 월경통은 여성 인구에서 매우 높은 유병률을 보이며 일상생활과 학업·업무 수행 능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대표적 여성 건강 문제로 지목됩니다. 병태생리학적으로 이 통증의 핵심은 자궁 내막에서 과도하게 분비되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라는 염증 매개 물질이 자궁 근육을 강하게 수축시키고 혈류량을 감소시켜 허혈성 통증을 유발하는 데 있습니다. 월경통으로 인해 반복되는 통증 신호는 척수를 거쳐 뇌로 전달되며, 점차 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비정상적으로 높이는 '중추 감작(central sensitization)' 상태를 초래하여 신경학적 만성 통증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2. 진통제만으로 월경통 관리가 어려운 이유와 숨은 위험성 - 현재 원발성 월경통의 1차 치료로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와 경구 피임약이 주로 처방됩니다. 이들 약물은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차단하여 급성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많은 환자가 진통제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거나, 장기 복용 시 위장관 장애, 신장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을 겪어 복용을 중단하곤 합니다. 식물 유래 한약 치료(plant-derived therapies)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도 이러한 기존 약물의 한계와 부작용 우려 때문입니다. 특히 현재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대상 질환에 월경통이 포함되면서, 표준화된 한약 치료에 대한 치료 접근성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월경통이 동반하는 심리적 부담입니다. 매달 반복되는 심한 통증은 신경면역학적 불균형을 유발하여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이어질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따라서 단순한 진통을 넘어 신체 전반의 신경학적 안정과 염증 제어를 돕는 다각적인 접근이 절실합니다. 3. 뇌 신경망 연구를 통한 월경통의 뇌과학적 재해석 - 최근 뇌과학 연구는 월경통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등의 신경영상 기법을 활용한 연구에 따르면, 장기간 원발성 월경통을 앓은 여성들은 통증을 지각하고 조절하는 뇌의 특정 네트워크(대뇌피질-변연계 등) 구조와 활성도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즉, 자궁에서 시작된 말초의 염증 신호가 뇌의 통증 조절 회로를 교란시켜, 작은 자극에도 과도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월경통 치료가 자궁 수축 억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중추신경계의 과흥분을 안정화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합니다. 4. 원발성 월경통에 대한 효과적 대안: 한약과 침 치료의 현대 과학적 근거 - 이러한 맥락에서 한의학 치료는 월경통 관리에 있어 효율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그 효과와 기전이 최신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먼저 침 치료는 뇌의 통증 조절 네트워크를 정상화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입니다. fMRI를 이용한 연구에서 침술은 월경통 환자의 비정상적인 뇌 기능적 연결성을 조절하여 중추성 진통 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다양한 침 관련 치료를 비교 분석한 네트워크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침 치료는 통증 강도를 유의미하게 낮추고 진통제 사용량을 줄이는 데 안전하고 효과적임이 입증되었습니다. 특히 대만에서 19년간 진행된 대규모 코호트 추적 연구에서는 원발성 월경통 환자에게 꾸준히 침 치료를 시행한 결과, 신경면역 조절 기전을 통해 향후 우울증으로 이행될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했다는 보고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는 침 치료가 단순 진통을 넘어 중추신경계 보호 효과를 지님을 의미합니다. 한약 역시 다양한 약리 성분이 여러 병리적 표적에 동시에 작용하여 자궁 내 염증 환경과 혈류 개선에 기여합니다. 월경통에 다용되는 대표적 처방인 온경탕은 최신의 인공지능 기반 약리분석 연구를 통해 염증 발현의 핵심 경로인 PI3K/AKT/NF-κB 신호 전달을 억제하여 하복부의 혈류에 장애를 야기하는 원인 염증을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근래의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에서는 월경질환 치료에 오랜 기간 활용돼 온 계지복령환이 위약군에 비해 월경통 강도를 현저히 감소시키고 삶의 질을 높인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특정 처방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6년 발표된 국내 다기관 전향적 관찰연구에서도 환자 맞춤형 한약 치료가 진통제 복용량을 줄이고 통증 지속 시간을 단축하는 데 유의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5. 약물 의존을 줄이는 일상 속 월경통 자가 관리법 - 임상적인 한의 치료와 함께, 일상생활에서의 적극적인 관리 요법을 병행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으로 만성 월경통을 관리해나갈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운동 요법 : 운동은 가장 효과적인 천연 진통제입니다. 29개의 무작위 대조 연구를 종합한 네트워크 메타분석에 따르면, 규칙적인 요가, 스트레칭, 중등도의 유산소 운동은 골반 내 혈류 순환을 개선하고 통증 유발 물질을 배출시켜 월경통 강도를 뚜렷하게 감소시킵니다.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기저 체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온 유지와 하복부 보온 : 한의학에서 말하는 '한응혈어(寒凝血瘀, 차가운 기운이 혈액을 뭉치게 함)'는 실제 생리학적 혈관 수축과 일치합니다. 하복부를 따뜻하게 유지하여 골반 근육의 긴장을 풀고 미세혈류 순환을 돕는 것이 좋습니다. 생리통을 '여성이라면 당연히 참고 견뎌야 하는 숙명'으로 받아들이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렇다고 진통제에만 의존한 채 위장 장애와 우울감을 감내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궁의 국소적 염증을 다스리고 중추신경계의 예민함을 잠재우는 과학적인 한의 치료와 올바른 운동 습관을 통해, 매달 찾아오는 통증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활기찬 일상을 누리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1.de Arruda GT, Barbosa-Silva J, Driusso P, Pathmanathan C, Armijo-Olivo S, Avila MA. Worldwide prevalence of dysmenorrhe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across 70 countries. Pain. 2026 Jan 1;167(1):41-55. doi: 10.1097/j.pain.0000000000003768 2.Iacovides S, Avidon I, Baker FC. What we know about primary dysmenorrhea today: a critical review. Hum Reprod Update. 2015 Nov-Dec;21(6):762-78. doi: 10.1093/humupd/dmv039. 3.Cho SI, Jung HJ, Park M, Kim DI. Effectiveness and safety of herbal medicine on treatment of dysmenorrhea: An analysis of a multicenter, prospective observational study. Integr Med Res. 2026 Mar;15(1):101209. doi: 10.1016/j.imr.2025.101209 4.Wu L, Xu Lou I, Hu Z, Wang G, Deshpande SV, Cáceres-Matos R. Efficacy of Plant-Derived Therapies for Primary Dysmenorrhe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Phytother Res. 2026 Apr 15. doi: 10.1002/ptr.70324 5.Tsai IC, Hsu CW, Chang CH, Lei WT, Tseng PT, Chang KV. Comparative Effectiveness of Different Exercises for Reducing Pain Intensity in Primary Dysmenorrhea: A Systematic Review and Network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Sports Med Open. 2024 May 30;10(1):63. doi: 10.1186/s40798-024-00718-4. 6.Chen B, Guo Q, Zhang Q, Di Z, Zhang Q. Revealing the Central Mechanism of Acupuncture for Primary Dysmenorrhea Based on Neuroimaging: A Narrative Review. Pain Res Manag. 2023;2023:8307249. 7.Chen B, Guo Q, Zhang Q, Di Z, Zhang Q. Revealing the Central Mechanism of Acupuncture for Primary Dysmenorrhea Based on Neuroimaging: A Narrative Review. Pain Res Manag. 2023 Feb 18;2023:8307249. doi: 10.1155/2023/8307249. 8.Liao CC, Lin CL, Tsai FJ, Chien CH, Li JM. Acupuncture's long-term impact on depression prevention in primary dysmenorrhea: A 19-year follow-up of a Taiwan cohort with neuroimmune insights. J Affect Disord. 2024 Jan 1;344:48-60. doi: 10.1016/j.jad.2023.10.013. 9.Li XL, Jin Y, Gao R, Zhou QX, Huang F, Liu L. Wenjing decoction: Mechanism in the treatment of dysmenorrhea with blood stasis syndrome through network pharmacology and experimental verification. J Ethnopharmacol. 2025 Jan 30;337(Pt 1):118818. doi: 10.1016/j.jep.2024.118818. 10.Luo Y, Mao P, Chen P, Li C, Fu X, Zhuang M. Effect of Guizhi Fuling Wan in primary dysmenorrhea: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 Ethnopharmacol. 2023 May 10;307:116247. doi: 10.1016/j.jep.2023.116247. ▣ 최윤용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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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 칼럼] 매달 반복되는 원발성 월경통, 프로스타글란딘과 중추신경 감작의 연결고리 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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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국내 최대 국가유산 축제 ‘궁중문화축전’
- [교육연합신문=원나린 학생기자] ‘궁중문화축전’은 매년 봄·가을 서울의 5대 궁궐(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경희궁)과 종묘에서 펼쳐지는 국내 최대 국가유산 축제다. 궁궐을 무대로 공연·전시·체험·의례 재현 등 한국 전통문화를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선보이고 있다. 국가유산청이 주최하고 국가유산진흥원이 주관하는 궁중문화축전은 올해로 12회를 맞아 ‘궁, 예술을 깨우다’라는 주제로, 궁궐을 국가유산 관람 공간을 넘어 K-컬처의 원천을 경험할 수 있는 문화예술 무대로 확장할 예정이다. 2026년 봄 궁중문화축전은 4월 24일 개막제를 시작으로, 4월 25일부터 5월 3일까지 9일간 진행됐다. 평소엔 들어가 볼 수 없는 궁 내부 공간을 들어가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인상적인 공연들도 이어졌으며, 다양한 체험 활동도 있었다. 그 중 종묘 대제전 앞에서 펼쳐지는 종묘제례악 야간 공연은 한국의 전통 문화를 직접 느낄 수 있는 멋진 기회였다. 종묘제례악이란 조선 시대 왕실의 제사를 위해 연주되던 음악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 음악은 조상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전통 악기와 무용이 어우러지는 종합적이고 아름다운 공연이다. 공연은 전통 악기를 이용한 음악과 함께 시작되었다. 특히, 야간 공연이라는 점에서 종묘의 고즈넉한 배경과 함께 어우러진 조명 덕분에 공영의 웅장함이 더욱 배가됐다. 궁중문화축전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전통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관람객 중 많은 외국인들이 있었으며, 이러한 행사에 참여하며 대한민국의 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전통을 이어나가며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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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국내 최대 국가유산 축제 ‘궁중문화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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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구교정 동인천중 교장, '학교 성장의 구조와 실천' 출간
- 〔교육연합신문=이유연 기자〕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학교의 모습을 담은 교육 전문서 『학교 성장의 구조와 실천』이 출간됐다고 동인천중학교 구교정 교장이 5월 21일 밝혔다 구교정 교장과 함께 고흔석, 전인선, 신봉철, 이창열 저자가 공동 집필했으며, 미래교육 시대 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학교 성장의 의미를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단순한 학업 성취를 넘어 학생의 삶과 성장, 관계와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기후 위기, 사회 변화 등 빠르게 달라지는 시대 속에서 학교의 역할 역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학생이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며 자신의 삶과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자들은 이번 책에서 학교 성장을 단순한 수상 실적이나 평가 결과 중심으로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학교의 성장은 눈에 보이는 결과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실제 학교 안에서는 학생과 교사가 함께 배우며 만들어 가는 관계의 변화와 학교 문화의 성장, 교실 속 작은 실천들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학교 성장의 중요한 의미로 바라보며, 학교를 살아 있는 교육공동체로 설명하고 있다. 교육계 전문가들의 추천도 이어졌다. 손민호 인하대학교 교수는 “미래교육의 방향과 학교 현장의 실천을 담아낸 책”이라고 평가했으며, 최재광 국가교육위원회 전문위원은 “학교 현장을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전했다. 김미란 한국교육개발원 석좌연구위원은 “학교 성장의 실제와 철학을 함께 담아낸 의미 있는 저서”라고 평가했다. 임상순 평택대학교 교수는 “학교 현장의 생생한 변화와 고민을 담아낸 책”이라고 밝혔으며, 유석형 인천광역시교육청 정책기획조정관은 “성과 중심이 아닌 과정과 변화 중심으로 학교 성장을 바라본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했다. 저자들은 “학교 성장은 특정한 결과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배우고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며, “이번 책이 미래교육과 학교의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하는 교육 현장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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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구교정 동인천중 교장, '학교 성장의 구조와 실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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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제철 음식과 탄소 중립 그리고 환경교육의 재인식
-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작년 겨울, “할아버지, 이 딸기 맛이 좀 이상해~.” 제철이 지난 시기에 어린 손녀가 먹던 딸기를 내려놓으며 하던 말이다.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철 지난 과일의 맛은 6살 아이의 기억과 입에도 낯설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딸기 한 알을 우리 식탁에 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비됐는지 우리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사실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지구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우리는 날로 무더운 여름을 나면서 인내의 한계를 넘을 만큼 폭염과 싸우고 있다. 이제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나 과학 교과서 속 개념이 아니다. 가뭄, 폭우, 태풍, 식량 위기까지, 우리의 삶은 이미 기후변화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이런 시대, 교육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지식을 뛰어넘는 ‘지속 가능한 삶의 선택’을 가르쳐야 한다. 그 시작은 아주 작고도 가까운 곳, 바로 우리의 식탁에서 출발할 수 있다. 제철 음식은 그 자체가 탄소 중립의 실천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 농산물이나 비제철 작물의 경우, 수송 과정에서 평균 11배 이상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한다. 특히 겨울철에 하우스에서 재배되는 작물은 인공조명, 난방, 수분조절 등에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이는 곧 탄소 배출량의 증가로 이어진다. 예컨대, 2020년 녹색연합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겨울에 먹는 딸기 1kg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탄소 배출량은 약 3.4kg의 CO₂로 밝혀졌다. 반면에, 제철인 봄에 재배된 딸기는 0.8kg의 CO₂로 훨씬 적다. 같은 딸기이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4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르고 지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교육 현장에서부터 ‘제철 급식’을 운영함으로써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철저한 탄소 중립 교육에 나서야 한다. 서울 성북구의 한 초등학교는 2022년부터 ‘제철 급식 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영양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함께 참여해서 한 주일씩 제철 재료로만 구성된 메뉴를 만들고, 식사 후에는 환경에 대한 소감을 나눈다. 한 학생은 “처음엔 낯선 반찬도 있었지만, 알고 보니 자연이 지금 주는 맛이라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적었다. 또 다른 학생은 “내가 먹는 음식이 지구를 아프게 할 수도 있다니, 앞으로 장을 볼 때도 생각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교육은 단순히 환경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삶의 태도와 가치관의 변화를 이끄는 울림 있는 실용적인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가 제철 음식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탄소 중립의 실천이다. 계절에 맞는 재료를 소비함으로써 난방, 냉방, 장거리 운송에 드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둘째, 농업의 활성화이다. 식재료는 대개 지역 농산물이다. 이는 지역 경제를 살리고, 음식의 이동 거리를 줄이는 ‘로컬푸드’ 실천이기도 하다. 셋째, 식문화의 회복이다. 제철 음식은 자연이 주는 최적의 영양 상태를 가진다. 건강한 성장기 아이들에게 특히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넷째, 소비자로서의 책임 교육이다. 아이들이 직접 음식 선택의 윤리성과 환경적 영향을 배움으로써, 더 넓은 차원의 ‘지속 가능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전남 순천의 한 중학교에서는 ‘제로 푸드 마일(Zero Food Mile)’ 프로젝트를 실시했고 그 결과는 한 학생이 쓴 글이 많은 교사들의 마음을 울렸다. “우리가 먹는 밥 한 그릇이 지구에 무게가 될 수도, 지구를 쉬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제철이라는 건 단지 맛있는 시기가 아니라, 자연이 숨 쉬는 시기였다.” 결론적으로 ‘제철 음식 먹기’는 단지 건강을 위한 선택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작은 실천이자 위대한 교육이라 할 수 있다. 탄소 중립은 거창한 기술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 계절을 느끼고, 자연의 순리를 배우고, 식탁에서 지구를 생각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환경교육이며, 지속 가능한 삶의 기초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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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제철 음식과 탄소 중립 그리고 환경교육의 재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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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희 반려詩選] 핑계
- [교육연합신문=구본희詩選] 핑계 당신은 핑계의 대가라며 아내는 불평한다. 아직 어리니, 유치원 가면, 학교 가면...... 빈자리로 남은 약속들. 자전거 타기, 공놀이, 캠핑, 놀이공원. 돌아보니 바쁘단 핑계로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미안한 젊은 날, 나는 나만을 사랑했다. 내리사랑이라 했던가. 손주가 생기면 그때는 꼭 지키리라, 또 다짐한다. 그보다 아내가 먼저. 오늘도 아내의 한마디가 조용히 가슴을 후빈다. ▣ 구본희 ◇ 前인천국제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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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희 반려詩選] 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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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칼럼] 한·독 미래 교육의 만남: 기술적 수용성과 윤리적 성찰의 글로컬 상생을 향하여
- [교육연합신문=김춘식 칼럼]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에 따스한 봄 햇살이 깊숙이 내려앉는 이 계절, 전라남도와 독일 브레멘·니더작센주가 미래 교육이라는 가치 아래 국경을 넘어 손을 맞잡았다. 양국 교육 교류 역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전라남도교육청교육연수원(JETI)과 독일 브레멘주교육연구원(LIS)·니더작센주 교육전문가의 교원 공동 연수를 앞두고, 수많은 교육 관계자들과 교사들이 뜻을 모아 연수를 준비해 왔다. 필자 또한 양국 교원들의 교육적 고뇌가 담긴 발제문들을 한국어와 독일어로 다듬고 살피는 과정에 동참하며, 비록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으나 참여한 모든 이들의 마음만큼은 내내 뜨거웠음을 깊이 체감할 수 있었다. 교육의 본질은 결국 아이들을 가슴에 두고 서로의 미래를 위해 함께 투입하는 정성과 시간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장의 수많은 손길이 모여 시작된 헌신이 인류 보편의 가치와 맞닿을 때, 우리는 비로소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글로컬(Glocal) 교육의 진정한 서막을 목도하게 된다. 이 역사적인 만남이 뜻깊은 결실을 보게 된 배경에는 교육의 미래를 멀리 내다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린 교육 리더들과 실무자들의 결단과 헌신이 있었다. 전남 담양교육지원청 교육장을 포함한 관계자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혜안, 그리고 대한민국 최초의 한·독 공동 연수라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한 교육연수원장과 연수기획부장, 그리고 교육연구사의 교육적 진심이 맞물려 이 경이로운 무대가 완성되었다. 형식주의와 일회성 퍼포먼스를 과감히 걷어내고, 오직 교사와 학생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자 했던 이들의 교육 철학은 전남이라는 지역적 경계를 넘어 대한민국 공교육 전반에 깊은 시사점을 던진다. 무엇보다 이러한 글로컬 실천의 중심에서 이루어진 양국 교육의 만남은 '기술 수용성'과 '윤리적 성찰'의 화학적 결합이라는 거시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번 교류의 핵심 축인 ‘민주주의 교육’, ‘지속가능발전 교육(ESD)’, 그리고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교육’이라는 글로벌 3대 의제는 오늘날 지구촌 전체가 마주한 문명사적 위험이자,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 미래 세대가 반드시 풀어내야 할 공동의 숙제다.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과 전남의 교육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인프라를 빠르게 흡수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기술적 수용성'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반면 독일의 교육은 디지털 전환의 거센 흐름 속에서도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주권, 그리고 강력한 기술 윤리적 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인간 중심의 철학적 브레이크를 밟아왔다. 따라서 속도를 내며 질주하는 한국의 디지털 교육과, 방향과 안전을 철저히 점검하는 독일의 윤리적 교육이 만난 것은 단순한 친선을 넘어 미래 문명을 선도할 상호 보완적 융합의 계기다. 학교 현장을 방문하는 동안 디지털화가 가져온 편리함 뒤에 숨은 인간 소외 현상, 그리고 알고리즘 의존으로 인한 비판적 사고 저하를 깊이 염려해 온 독일 교사들의 고뇌는 대한민국 교육이 쫓던 속도전에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반대로 한국의 역동적인 디지털 수업 모델과 담양 관내 학교에서 펼쳐진 생태·역사·진로 중심의 유연한 교육과정은 독일 연수단에게 미래 교육의 실천적 가능성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었다. 주목할 만하게도 교류 첫날, 담양의 한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5·18 민주화운동' 주제의 현장 수업은 양국 교육자들에게 깊은 공감대를 선사했다. 5·18의 진실을 세계에 알린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깊이 있게 다룬 이 수업에서, 독일 연수단은 한국 초등학생들의 높은 역사적 문제의식과 성숙한 태도에 큰 감동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정체성과 존엄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바로 이처럼 국경을 초월해 인류 보편의 가치를 뜨겁게 공유했던 상생의 현장 속에 존재한다. 이번 한·독 교원 교류는 단순한 지역 단위의 연수를 넘어 대한민국 미래 교육의 거버넌스를 확장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향후 대한민국 교육 정책을 이끌어갈 선구자들과 행정 담당자들에게 세 가지 정책적 제안을 던지고자 한다. 첫째, 글로벌 교육 교류에 대한 지속가능한 행정·재정적 지원의 확대와 제도화가 시급하다. 미래 교육의 도전과제는 개별 지역이나 국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 정책 담당자들은 지역의 우수한 교육 자산이 글로벌 무대와 중단 없이 소통할 수 있도록 전용 예산을 확보하고 수립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국가적 차원의 제도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기술' 중심의 디지털 수용성 정책에서 '철학과 윤리' 중심의 가치 정책으로 확고하게 대전환해야 한다. 스마트 기기 보급률이나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속도라는 수치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독일 교육이 보여준 개인정보보호, 데이터 윤리, 그리고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 'AI 리터러시'를 대한민국 교육과정 전반에 제도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기술을 다루는 테크니션을 넘어, 기술의 시대에 인간다움을 사수하고 다스리는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셋째, 일회성이자 일방향적인 교원 연수를 넘어선 '글로컬 교육공동체 및 학생 교류 모델'의 정립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교사들의 만남과 사유의 시간은 반드시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의 실질적인 상호 교류로 이어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세계의 학생들과 민주주의와 인권, 디지털 윤리를 주제로 함께 토론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지역의 특수성과 세계의 보편성을 잇는 글로벌 교육 네트워크를 국가 정책 차원에서 밀어주어야 한다. 이번 교류는 현장 리더들의 교육적 혜안과 보이지 않는 실무진의 땀방울이 맞물려 일궈낸 대한민국 미래 교육의 역동적인 출발점이다. 참된 교육은 외형적 형식을 넘어 내실 있는 가치를 채우는 일이며, 교사의 뜨거운 가슴을 통해 아이들의 숨결을 온전히 느껴야 하는 본질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교육정책 담당자들이 이번 한·독 교류가 전남의 대지 위에 가꾸어 놓은 글로컬 상생의 불씨를 이어받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 아이들이 거대한 디지털 해일 속에서도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인간 존엄의 가치를 단단히 쥔 채 당당한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미래 교육의 문을 활짝 열어주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 김춘식 동신대학교 에너지경영학과 교수이자 한국독일사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한국의 교육, 독일의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을 만나다』(포스텍융합문명연구원; 소명, 2025) 등이 있다. ◇ 교육연합신문 논설위원 ◇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한국독일네트워크(ADeKo) 이사 겸 인문교육위원장 ◇ 2024 칼만 해외석학(독일 연방교육연구부, 아헨공과대학교) ◇ 前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 前 국가교육위원회 미래과학인재양성특별위원회 전문위원 ◇ 前 한국전문대학평가인증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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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칼럼] 한·독 미래 교육의 만남: 기술적 수용성과 윤리적 성찰의 글로컬 상생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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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1980: 광주의 뜨거운 함성
- [교육연합신문=이윤서 학생기자] 광주 소요사태가 무엇인지 아는가? 이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일컫는 말로, 5월 18일에 일어났던 항쟁을 뜻한다.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을 위해 일어난 운동인데 왜 소요사태라고 불렸었을까?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1980년 5월 17일, 전두환 신군부 세력은 군사반란으로 정치를 장악하자 거세진 민주화 열기를 약화시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전국의 여러 도시들은 계엄에 시위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민주화 운동이 더 거세졌던 곳이 있었으니, 바로 광주이다. 광주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를 외쳤다. 신군부 세력은 광주를 본보기로 삼아 권력을 확실히 하려고 했고, 광주를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광주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광주에 간첩이 있다고 하고 광주로 가는 길목을 막았다. 계엄군은 광주로 들어가 시민들을 학살했다. 6.25 전쟁 이후 최다의 사상자가 발생한 비극이었다. 비록 많은 희생을 치렀지만, 광주 민주화 운동은 이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이념을 굳건히 하는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시민들이 스스로 일으킨 반독재민주화운동이자 민중운동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의지와 단합력이 놀랍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토머스 제퍼슨의 말이 있다. 지금 누리는 것 중 대다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을 바쳤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 피를, 희생을 헛되게 사용할 것인가? 그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계속계속 새로운 과제를 내준다. 어려운 숙제지만, 모두가 다같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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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1980: 광주의 뜨거운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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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오지선다형 수능, 개선해야 할 교육의 본질을 가로막는 틀
-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오지선다형 수학능력시험(수능)은 효율성과 공정성을 앞세워 오랜 기간 강력한 힘을 발휘해 왔다. 하지만 이제 교육 전문가들과 교육 현장에서는 수능 체제가 AI 시대, 최첨단 과학·기술의 디지털 시대에는 대한민국 교육의 발전을 가로막는 강력한 틀이라는 사실에 이구동성으로 공감한다. 그동안 우리 교육이 배출한 유능한 엘리트들은 실제로는 교육 현장에서 빠른 시간에 정답을 찾는 ‘기술’을 익히는 구조에 남다르게 익숙한 인재들이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수업 중 학생들이 ‘답이 몇 번이냐’를 먼저 묻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고 지적하며, 문제해결보다는 시험 요령에 집중하는 구조적 한계를 꼬집었다. 이 같은 경향은 사교육 의존을 심화시키는 구조로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이루어 왔다. 왜냐면 객관식 수능은 ‘선택지를 제거하는 기술’을 요구하는 형태고, 이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일수록 전문 사교육이 의존해 효과를 얻어 결국 계급의 세습화를 부채질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국내의 수능 운영 방식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제한적이다. 다만, 2028학년도부터 서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며, 이를 통해 사고력 평가 강화가 기대된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다만, 공정성과 비용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런 논의들은 개관식의 한계를 통계적으로 검증하려는 노력과 맞물려 있다. 예컨대,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와 같은 서술·논술형 대입 시험은 사고력과 표현력을 측정하는 데 유리하며,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서술형 문항 도입에 대해 “학생들의 사고력이나 깊이 있는 성찰 능력을 측정할 수 있어 진일보한 방법”이라며, “2028학년도부터의 도입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 입시 전문가는 “서술형 문항은 전산 채점이 어렵고, 채점 기준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빈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역시 채점의 신뢰성과 관리 비용 문제는 현실적인 장애물로 지적된다. 앞서 말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는 전통적인 논술형 중심 평가 방식으로 역사적으로 사고력과 논리적 표현을 핵심으로 여겼다. 프랑스어 과목은 수험생이 출제된 주제에 대한 긴 글을 작성해야 하며, 수학은 풀이 과정을 중심으로 평가된다. 독일, 이탈리아, 영국도 유사한 방식의 논술·서술형 대입 평가를 채택하고 있어, 학습자의 ‘사고하는 능력’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의 흐름은 우리 교육도 단순한 지식 암기가 아닌 사고력 중심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오지선다형 객관식 수능은 평가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만, 교육이 지향해야 할 사고력, 창의성, 다양성이라는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정답 중심의 구조는 이미 변화의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혹자에 따라서는 수능 문제의 ‘해킹’조차 가능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제 요구되는 것은 선발을 위한 ‘시험’이 아니라 바람직한 민주시민 육상을 위한 ‘교육’이다. 여기엔 질문을 만들고,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으로의 전환은 필수다. 이제 우리 교육이 가야 할 길은 명백하다. 수능의 고득점자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교 시절 내내 문제 풀이 기술을 익혀 빠르게 정답을 찾는 것만이 학창 시절의 고정된 기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고 말한다. 이렇게 길러진 우리의 엘리트들은 토의⋅토론조차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인재로 고위직에 올라 공인된 인재들임에도 ‘공부머리’와 ‘일머리’의 극심한 부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흔히들 인생은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객관식 정답 찾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기존의 시스템에서 이득을 보는 기득권층의 완강한 저항과 반발로 밖에 볼 수 없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랴”는 말처럼 수능 개혁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것은 개선이 가능한 핑계 수단일 뿐이다. 개혁에는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정체되고 퇴행한다. 이제 수능 개혁은 다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우리의 미래 세대들을 위한 것이기에 더욱 필요성이 클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수능 개혁을 도모하고 대비하는 것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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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오지선다형 수능, 개선해야 할 교육의 본질을 가로막는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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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차트는 읽지만 삶은 읽지 못하는 시대
-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오늘의 한국 사회는 차트를 읽는 데는 민감하지만 삶의 방향을 읽는 데는 서툴러지고 있다. 투자 광풍과 가짜 정보가 범람하는 이유에 한국 교육의 책임도 있다고 나는 믿는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법’보다 ‘따라가는 법’에 더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주식 열풍은 결국 돈에 대한 욕망만이 아니라 양극화와 불안한 시대가 만들어낸 집단 심리의 거울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모든 시대의 광풍은 늘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암호화폐 열풍도 당시에는 모두 새로운 질서와 미래의 약속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끝내 남는 것은 본질이었다. 인간의 탐욕과 두려움, 그리고 그것을 견뎌내는 이성의 힘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수학 공식은 배웠지만 자본의 원리는 배우지 못했다. 문제를 푸는 훈련은 반복했지만 위험을 판단하는 능력은 익히지 못했다. 객관식 시험에 길들여진 사회는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을 만든다. 삶은 보기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잔인한 진실은 세상이 객관식 시험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 시장에서 상승하는 종목들을 보라. 반도체와 인공지능, 전력과 에너지 전환 산업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들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먼저 반영하고 있다. 상승하는 자산의 본질은 ‘변화에 대한 감각’에 있다. 전력 기업의 상승은 에너지 질서의 전환을 예고하고 인공지능 기업의 부상은 인간의 노동과 사고 체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은 미래의 방향을 읽고 있는데 우리의 교육은 과연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주식은 미래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교육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낼 인간을 길러내는 일이어야 한다. 오늘의 한국 사회는 교육보다 시장의 움직임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하루에도 수십 번 주가를 확인하면서도 정작 어떤 인간을 길러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무관심하다. 자본은 사회를 움직일 수 있지만 인간의 품격까지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존재는 가장 강한 종도, 가장 영리한 종도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라고 말했다. 지금 교육에 필요한 것도 단순한 제도의 개편이 아니다. 교육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의다. 질문할 수 있는 인간, 의심할 수 있는 인간,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는 인간을 길러내는 일이다. 교육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는 인간’이다. 자기만의 기준으로 유행하는 답보다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힘은 긴 독서와 토론, 예술과 철학, 그리고 혼자 사유하는 시간 속에서 단련된다. 속도의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빠른 판단이 아니라 깊은 내면이다. 차트를 읽는 능력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지만 삶의 방향까지 대신 결정해 주지는 못한다. 결국 미래를 살아갈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불안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힘이다. 미래를 주도적으로 살아갈 학생에게 교육에서 그 힘을 길러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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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차트는 읽지만 삶은 읽지 못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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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백제의 이름, ‘밝은 나라’에서 ‘일본’까지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역사는 과거를 읽는 일이지만, 단지 지나간 세월을 정리하는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역사는 오늘을 비추고, 내일을 준비하는 거울이 된다. 그래서 국호(國號), 즉 나라의 이름을 새삼 살펴보는 일은 단순한 어원 풀이가 아니다. 이름은 정체성이고, 그 이름에 담긴 뜻은 후대가 스스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큰 자산이 된다. 우리에게 백제는 교과서 속에서 흔히 “한반도 서남부의 소국, 660년 나·당 연합군에 의해 멸망”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최근 학계와 현장의 발굴은 그 단순화된 서술에 물음표를 던진다. 백제의 범위는 더 넓었고, 영향력은 훨씬 깊었으며, 무엇보다도 그 이름이 지닌 의미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풍부했다. □ 백제라는 이름의 여러 얼굴 문헌과 금석문에는 백제의 국호가 한 가지로만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가 잘 아는 百濟(백제) 말고도, 광개토대왕비에는 百殘(백잔), 다른 기록에는 十濟(습제), 또 이체자인 佰濟, 남부여(南扶餘)라는 표기도 보인다. 일본에서는 倶太羅(구다라), 百濟(일본식 발음 구다라)라 불렀다. 더 나아가 은유적 표현으로 扶桑, 風谷, 半島라는 지칭까지 섞여 있다. 이처럼 다층적이고 이질적인 표기들이 얽혀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연구자들이 찾는 것은 이들을 하나로 묶어낼 “어원 열쇠”이다. □ ‘백’과 ‘제’, 문자에 담긴 빛과 물 먼저 ‘백(百)’이라는 글자를 보자. 갑골문과 금문에서는 본래 엄지손톱의 흰빛을 그린 상형이었다. 그 흰빛이 곧 밝음, 순수함을 뜻하게 되었고, 후대에 ‘많다’의 의미가 붙으며 수사 ‘백(100)’이 된 것이다. 결국 그 뿌리는 ‘밝음’이었다.([그림 30] ‘百’ 참조) ‘제(濟)’는 본래 제나라의 ‘제(齊)’에서 갈라져 나온 글자다. 물(水) 변이 붙으며 강과 관련된 뜻으로 발전했다. 중국의 제수(濟水)와 연결되고, 후대에는 ‘건너다’, ‘구제하다’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그러니 百濟는 문자적으로도 ‘밝음’과 ‘강’이 결합한 이름이라 할 수 있다.([그림 30] ‘濟’ 참조) □ 예군 묘지명에 새겨진 단서 2011년, 중국 서안에서 발견된 한 묘지명은 백제사 연구에 큰 충격을 주었다. 백제계 인물로 추정되는 ‘예군(禰群)’의 묘지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었다. “日本餘燼(일본의 여초, 전란 뒤 살아남은 무리)”, “扶桑에 의지하여 죽임을 면했다.” 여기서 ‘일본’을 단순히 열도, 즉 야마토로 읽을 수는 없다. 당시 맥락에서 ‘餘燼(여초)’는 멸망한 나라의 잔민을 뜻했으니, 이는 분명 백제를 가리킨 것이다. 같은 문맥의 ‘扶桑’이 일본 열도를 가리키는 은유로 쓰였음을 고려하면, 문장은 이렇게 읽힌다. “망국 백제의 유민이 일본(扶桑)에 의지하여 살아남았다.” 즉, 묘지명 속 ‘日本’은 ‘해가 떠오르는 곳’이라는 은유적 표현으로, 바로 백제를 지칭했다고 보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 왜가 일본이 되다, 그리고 백제 『신당서』는 함형 원년(670)에 왜가 국호를 ‘일본’으로 바꾸었다고 기록한다. 『삼국사기』 문무왕 10년조에도 같은 내용이 보인다. 하지만 『구당서』와 『신당서』의 서술은 미묘하게 다르다. 한쪽은 “일본이 예전 작은 나라였는데 왜를 병합했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왜가 일본을 병합했다”고 전한다. 명칭이 혼용되던 전환기의 혼란이 드러난다. 해석은 이렇다. 백제 멸망 이후 유민과 지배층이 열도 정치에 깊이 편입되었고, 그 결과 670년 국호 ‘일본’ 채택은 백제 재기의 성격을 띠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본’은 단순히 왜의 새로운 이름이 아니라, 백제인의 자의식이 투영된 이름이었다. □ ‘해의 근본’, 일본과 백제를 잇다 여기서 흥미로운 언어학적 연결고리가 등장한다. 고구려 건국지로 알려진 ‘졸본(卒本)’은 광개토왕비에는 ‘홀본(忽本)’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홀’은 ‘해’를 뜻하는 말과 음운적으로 이어지고, 결국 ‘日(해)의 本(근본)’이라는 ‘日本’의 의미망과 연결된다. 소서노가 졸본계 부여 혈통이라는 전승, 해모수·주몽의 태양적 신화 계보와 겹쳐 보면, ‘해의 근본’이라는 관념이 이미 고대 건국서사 속에 자리 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백제, 밝음의 나라 우리 고대 국호 가운데는 태양과 광명과 관련된 이름이 많다. 조선(아침 해가 비치는 나라), 부여(벌판, 햇볕이 드는 곳), 고구려(높음, 태양), 발해(큰 바다에 뜨는 해) 모두 그렇다. 백제도 예외가 아니다. 국어학자 양주동은 백제를 ‘밝은 성(城), 곧 광명성’으로 풀이했다. ‘백’은 밝음, ‘제’는 성·고을을 뜻하는 자을(齊)의 음차라는 것이다. 결국 백제는 ‘밝은 땅, 해가 비치는 나라’라는 뜻으로 확장된다. 이는 예군 묘지명의 ‘日本(해의 근본)’ 은유와도 정확히 호응한다. ‘박달’이라는 말도 같은 계열이다. ‘밝-달(양달, 해가 드는 곳)’이 ‘배달’로 발전했고, 이는 곧 밝은 나라, 태양의 나라를 뜻했다. 백제의 이름도 바로 이 ‘밝음’의 계열에 속한다. □ 다양한 별칭과 변이 물론 백제를 가리키는 다른 이름들도 있었다. ‘十濟(습제)’는 몽골어·튀르크어의 ‘온(온, 열)’과 연결짓는 가설이 있지만, 『수서』의 “백가가 바다를 건너 백제라 부름”과 같은 후대식 설명에 가깝다. ‘남부여(南扶餘)’는 부여계 혈통을 강조한 표기였다. 일본에서 부른 ‘구다라(倶太羅)’는 어원설이 다양하다. ‘큰 나라(쿠) + 타라(땅)’라는 풀이, 공주 구드레 나루에서 비롯되었다는 지명설, 심지어 브리야트계 민족명과의 연결까지 제기된다. 일본어 속 ‘구다라나이(くだらない, 하찮다)’가 여기서 비롯되었다는 설까지 있지만, 아직 분분하다. □ 맺으며 사료, 금석문, 언어학, 신화적 상징을 종합하면, 백제라는 이름은 결국 ‘밝음, 해, 근본’이라는 의미장으로 수렴한다. 예군 묘지명 속 ‘日本’이 백제를 지칭했다는 해석은, 백제의 멸망 이후에도 그 이름과 상징이 일본 열도 속에서 살아남아 정치적 재편의 원동력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660년 백제가 무너진 뒤, 불과 10년 만에 왜가 ‘일본’으로 국호를 바꾼 사실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백제인의 기억과 정체성이 열도에 깊이 뿌리내린 사건이었다. 결국 백제는 ‘밝은 땅, 해의 나라’였다. 그 이름 속에는 태양의 힘과 동아시아를 가로지른 백제인의 활력이 함께 담겨 있다. 오늘 우리가 백제를 다시 불러내는 까닭은, 단순히 잊힌 나라를 복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이름에 깃든 빛을 오늘의 자존과 내일의 역량으로 되살려내기 위함이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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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백제의 이름, ‘밝은 나라’에서 ‘일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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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 칼럼] 허리를 펴야 삶이 편안해진다 : 만성 비특이성 요통을 다스리는 추나요법
- [교육연합신문=최윤용 기고] 원인 모를 허리 통증, '만성 비특이성 요통'의 굴레 - 싱그러운 5월, 산과 들로 나들이를 떠나고 싶지만 허리 통증 때문에 선뜻 걸음을 내딛기 어려운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특히 X-ray나 MRI 검사를 받아도 뚜렷한 디스크 파열이나 뼈의 이상이 발견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3개월 이상 뻐근함과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 비특이성 요통(Chronic non-specific low back pain)'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만성 요통은 단순히 허리 근육이 뭉친 것을 넘어, 척추 주변 근육과 관절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발생하기도 합니다. 통증이 몸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걷거나 앉아 있는 일상적인 동작조차 버거워지며, 근육 감소 및 우울감까지 초래하여 일상생활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근골격계 질환의 중요 대안으로 자리 잡은 '추나요법' - 이렇게 굳어지고 틀어진 척추와 골반의 균형을 바로잡는 한의학적 수기치료가 바로 '추나요법'입니다. 국제 학술지인 통합의학연구(Integrative Medicine Research, 2014)에 소개된 바와 같이,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인체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척추와 관절의 구조적 문제를 교정하는 한의학적 수기치료법입니다. 최근에는 만성 통증 관리 분야에서 추나요법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4년 국제 저명 학술지(Complementary Therapies in Medicine)에 발표된 서지학적 분석 연구에 따르면, 만성 통증에 대한 추나요법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를 분석한 2025년 대규모 후향적 연구(BMJ Open)에서는 추나요법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이후 근골격계 질환 환자들의 추나 치료 활용이 매우 안정적으로 정착하였으며, 국민의 척추 건강 관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최신 연구에서 입증된 추나요법의 통증 완화 및 기능 회복 효과 - 추나요법의 치료 효과는 엄격하게 설계된 임상연구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2026년 영국 의학저널(BMJ Supportive & Palliative Care)에 게재된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만성 비특이성 요통 환자에게 추나요법을 시행하면 통증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 기능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추나요법은 다른 보존적 치료와 병행할 때 더욱 강력한 시너지를 냅니다. 2026년 발표된 실용적 임상연구(BMC Complementary Medicine and Therapies)에서는 추나요법과 일반 물리치료를 병행한 그룹이 단독 치료 그룹에 비해 만성 요통 개선에 더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였습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퇴행성 변화가 심한 '증상성 퇴행성 요추 전방전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2025년 다기관 임상시험(Mayo Clinic Proceedings)에서도 추나를 포함한 비수술적 통합 치료가 척추 기능 회복에 도움을 주고 통증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대안임이 입증되었다는 점입니다. 신경을 재생하고 근육 위축을 막는 추나의 분자생물학적 효과기전 - 최근의 기초 과학 연구들은 추나요법이 단순히 뼈를 맞추는 물리적 자극을 넘어, 우리 몸의 세포와 신경 기능 조절을 통한 통증 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째, 손상된 신경의 재생을 돕습니다. 2025년 정형외과 연구 저널(Journal of Orthopaedic Surgery and Research)에 발표된 동물 실험 연구에 따르면, 추나 치료의 물리적 자극은 세포 내 특정 경로(Piezo1/YAP/TAZ)를 활성화하여 신경을 감싸는 보호막인 '수초(myelin)'의 재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둘째, 신경 손상으로 인한 근육 소실을 방지합니다. 요통이 오래되면 다리가 가늘어지고 힘이 빠지기 쉬운데, 2024년 발표 연구에서는 추나요법이 근육 회복과 관련된 세포 신호 (PI3K/Akt)를 조절하여 좌골신경 손상으로 유발된 근육 위축을 효과적으로 완화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셋째, 중추신경계의 통증 민감도를 낮춥니다. 2026년 세포 분자 의학 저널(Journal of Cellular and Molecular Medicine)에 실린 연구는, 추나가 척수 내 성상세포의 특정 경로(NDRG2/GLT-1)를 조절해 뇌로 전달되는 통증 신호의 증폭을 억제함으로써 만성적인 신경병증성 통증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바른 척추로 되찾는 100세 시대의 든든한 일상 - 성공적인 요통 관리를 위해서는 임상적 치료와 더불어 생활 습관 교정이 필수적입니다. •자세의 인체공학적 관리: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넣고 척추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하며 허리를 세워야 합니다. 특히 무거운 물건을 들 때 허리를 숙이는 대신 무릎을 굽혀 하체의 힘을 이용하는 습관은 요추에 가해지는 과도한 압축력을 분산시켜 구조적 변형을 예방하는 첫걸음이 됩니다. •운동 요법 : 하루 30분 이상의 평지 걷기나 수영은 척추를 지탱하는 핵심 코어 근육을 강화합니다. 이는 추나 치료가 자극하는 근육 회복 신호와 결합하여, 신경 손상으로 인한 근육 위축을 방지하고 척추의 지지력을 높여줍니다. •근육 이완과 스트레칭 : 틈틈이 허리와 골반 주변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하는 자가 스트레칭은 척추 주변 신경에 가해지는 기계적 압박을 줄여줍니다. 가벼운 스트레칭과 근육 이완은 척추 주변의 긴장을 줄이고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몸의 긴장을 완화해 만성 통증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줄이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만성 요통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지만, 단순히 진통 약물에만 의존해서는 충분한 개선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한의 치료와 올바른 생활 관리를 병행하여, 지긋지긋한 통증의 굴레에서 벗어나 평온하고 활기찬 일상을 되찾으시기를 바랍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1.Kim K, Yan D, Bauer BA, Choi JC, Wang Z, Jung JE, Kim J, Kim TH, Eldrige JS, Mauck WD, Holmes BD, Bublitz SE, Seo M, Qu W. Nonsurgical Integrative Treatments for Symptomatic Degenerative Lumbar Spondylolisthesis: A Multinational Randomized Controlled Clinical Trial. Mayo Clin Proc. 2025 Nov 2:S0025-6196(25)00334-9. doi: 10.1016/j.mayocp.2025.05.030 2.Tan ICC, Wong HEM, Qiao F, Chong WM, Soh CCR, Ho CE, Cheong KCP, Chen LTJ, Bong PA, Seet IHN, Lim XW, Ma QY, Zhou X, Shen LB, Yang J, Chen JX, Bauer BA, Tay BK. Effectiveness of tuina and physiotherapy to manage pain for patients with chronic low back pain: a pragmatic randomized clinical trial. BMC Complement Med Ther. 2026 Jan 9;26(1):47. doi: 10.1186/s12906-025-05234-w 3.Baek GG, Ha IH, Lee YJ, Shin YJ, Shin BC. Analysis of the utilisation of Chuna manual therapy for musculoskeletal disorders after its coverage under national health insurance in Korea: a retrospective analysis. BMJ Open. 2025 Aug 8;15(8):e094099. doi: 10.1136/bmjopen-2024-094099. 4.Huayu L, Jiamin Y, Xudong S, Mengchao Z, Shunqin Y. Tui Na therapy for pain and function in chronic low back pain: a systematic review. BMJ Support Palliat Care. 2026 Mar 3:spcare-2025-005896. doi: 10.1136/spcare-2025-005896. 5.Xu H, Wang Z, Wang Z, Lei Y, Chen J, Zhou H, Li M, Diao J, Bian Y, Zhou B, Zhou Y. Recent trends in Tuina for chronic pain management: A bibliometric analysis and literature review. Complement Ther Med. 2024 Sep;84:103068. doi: 10.1016/j.ctim.2024.103068. 6.Park TY, Moon TW, Cho DC, Lee JH, Ko YS, Hwang EH, Heo KH, Choi TY, Shin BC. An introduction to Chuna manual medicine in Korea: History, insurance coverage, education, and clinical research in Korean literature. Integr Med Res. 2014 Jun;3(2):49-59. doi: 10.1016/j.imr.2013.08.001. 7.Zhang H, Chen L, Jiang J, Huang L, Huang H, Huang L, Chen S, Lin Z. Tuina Inhibits Synaptic Plasticity Through the Astrocytic NDRG2/GLT-1 Pathway to Alleviate Neuropathic Pain. J Cell Mol Med. 2026 Jan;30(1):e71013. doi: 10.1111/jcmm.71013. 8.Zhang Y, Zhang H, Liu J, Sun J, Xu Y, Shi N, Zhang H, Yan J, Chen J, Wang H, Yu T. Tuina alleviates the muscle atrophy induced by sciatic nerve injury in rats through regulation of PI3K/Akt signaling. J Orthop Surg Res. 2024 Dec 31;19(1):892. doi: 10.1186/s13018-024-05270-1 9.Xu Y, Rentuya N, Yu T, Yan J, Zhang H, Zhang Y, Zhang H, Sun J, Liu J. Tuina promotes nerve myelin regeneration in SNI rats through Piezo1/YAP/TAZ pathway. J Orthop Surg Res. 2025 May 12;20(1):454. doi: 10.1186/s13018-025-05794-0. ▣ 최윤용 ◇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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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 칼럼] 허리를 펴야 삶이 편안해진다 : 만성 비특이성 요통을 다스리는 추나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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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학생복과 함께하는 탑골공원 국가유산지킴이’ 성료
- [교육연합신문=김병선 기자] 국제교류문화진흥원(원장 유정희)은 지난 5월 9일 엘리트학생복이 주최하고 국제교류문화진흥원이 주관해 진행한 ‘엘리트학생복과 함께하는 탑골공원 청소년 국가유산지킴이’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다고 밝혔다. 본행사는 청소년들이 우리 문화유산의 역사적 의미를 배우고, 환경정화 활동과 문화유산 해설 활동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프로그램은 5월 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됐으며, 학생과 학부모, 관계자를 포함해 40여 명이 현장에 참여했다. 이번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에게는 봉사활동 실적 3시간이 인정된다. 탑골공원은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발상지이자 3·1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장소로, 국보 원각사지 10층 석탑과 보물 원각사비 등이 자리한 역사문화공간이다. 참가자들은 현장 탐방을 통해 우리 국가유산의 의미와 역사적 가치를 직접 체험했다. 참가 학생들은 한국어반, 영어반(초등), 영어반(중등)으로 나뉘어 활동을 진행했다. 한국어반은 문화유산교육지도사와 함께 탑골공원의 역사와 3·1운동의 의미, 팔각정과 독립선언문 기념비 등 주요 문화유산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현장을 탐방했다. 영어반은 한국인·외국인 선생님와 함께 영어로 탑골공원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 문화를 영어로 소개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학생들에게는 사전에 영어로 제작된 탑골공원 교육 영상과 교재를 배포해 연습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문화유산과 관련된 영어 표현을 직접 말해보고 발표하며, 글로벌 소통 능력을 키우는 시간이 진행됐다. 참가 어린이와 학생들은 환경정화 활동과 문화유산 탐방을 함께 진행한 후, 탑골공원에서 서순라길과 율곡터널 상부를 거쳐 창덕공원까지 이어지는 도심 역사문화 공간을 살펴보았다. 참가자들은 활동 과정에서 20L 쓰레기봉투를 채우며 국가유산 주변 환경 보존의 중요성도 함께 체험했다. 특히 이번 활동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함께 참여해 가족 단위 문화유산 체험 활동으로 운영됐으며, 역사·문화 교육과 봉사활동을 함께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부모 참가자는 “선생님께서 설명을 정말 잘 해주셔서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소감을 전했으며, 초등학생 참가자는 “영어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유익하고 즐거웠고, 선생님들도 친절해 더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제교류문화진흥원은 청소년 문화유산해설사를 비롯해 우리 국가유산의 의미를 배우고 이를 함께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문화유산 교육과 봉사활동이 결합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제교류문화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활동은 문화유산 교육과 환경정화 활동을 함께 진행해, 청소년들이 국가유산의 가치를 배우고 이를 지키는 실천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앞으로도 청소년들이 우리 문화유산을 이해하고 국가유산지킴이 정신을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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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학생복과 함께하는 탑골공원 국가유산지킴이’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