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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 칼럼] 마음의 감기를 넘어선 뇌신경계 질환 ‘우울증’
[교육연합신문=최윤용 칼럼] 1. 뇌 신경망과 면역계가 보내는 경고음, 우울증의 원인 - 우울증은 단순한 일시적 기분 저하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약 2억 5천만 명에서 3억 5천만 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치며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복합적인 신경정신과적 질환입니다. 임상적으로는 2주 이상 지속되는 우울감과 흥미 및 즐거움의 상실(무쾌감증)을 핵심으로 하며, 수면 및 식욕 장애, 만성 피로, 집중력 저하, 무가치감 등을 동반합니다. 병태생리학적으로 과거에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 뇌 내 신경전달물질의 부족을 뜻하는 ‘모노아민 가설’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신경내분비-면역 네트워크의 불균형과 뇌 구조의 기능적 변화가 핵심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을 과도하게 활성화하여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 수치를 비정상적으로 높입니다. 이는 뇌의 미세아교세포(microglia)를 자극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방출시키고 신경염증을 유발합니다. 아울러 손상된 세포 소기관과 단백질을 제거하는 세포 내 청소 시스템인 ‘자가포식(autophagy)’ 및 미토콘드리아 품질 관리 기전(mitophagy)에 장애가 발생하고, 뇌 항상성을 유지하는 성상교세포(astrocyte)가 위축되면서 결국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전전두엽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과 시냅스 연결이 손상되어 우울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2. 항우울제만으로는 쉽지 않은 우울증 관리 - 현재 우울증의 일차 치료에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s)와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s), 삼환계 항우울제 등이 널리 처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 합성 항우울제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치료에 도달하지 못하는 환자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항우울제를 복용하더라도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최소 2~4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전체 우울증 환자의 약 33~50%는 다수의 약물 치료에도 완전한 관해(remission)에 이르지 못하는 치료 저항성을 보입니다. 또한 경증 우울증의 경우 약물의 효과가 위약(placebo)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두통, 구역질, 위장관 장애, 성기능 장애, 체중 증가, 정서적 둔마 등의 부작용은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크게 떨어뜨리며, 심혈관 질환이 동반된 환자에게는 빈맥이나 심전도(QT 간격) 연장 같은 심장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약물을 감량하거나 중단할 때 환자의 약 3분의 1에서 어지럼증, 불면, 감각 이상 등을 동반하는 ‘항우울제 중단 증후군(antidepressant discontinuation syndrome)’이 발생할 위험도 가벼이 넘길 수 없습니다. 3. 우울증과 밀접한 ‘장-뇌 축(gut-brain axis)’ 및 만성 통증·심혈관 질환의 연결고리 - 최근 우울증 관리에서 뇌 바깥의 신체 기관과 뇌가 소통하는 ‘미생물-장-뇌 축(microbiota-gut-brain axis)’ 및 전신 만성 질환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체내 세로토닌의 약 90%는 장크롬친화세포에서 합성되며, 장내 미생물은 미주신경(vagus nerve), 면역계, 그리고 단쇄지방산(SCFAs)과 같은 대사산물을 통해 뇌 기능과 기분을 양방향으로 조절합니다. 스트레스나 외부 요인으로 유익균(락토바실러스, 비피도박테리움, 아커만시아 등)이 줄어들고 장내 미생물 불균형(dysbiosis)이 발생하면 장벽 투과성이 증가하는 ‘장 누수(leaky gut)’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로 인해 내독소인 지질다당류(LPS)가 혈류를 타고 혈액-뇌장벽을 손상시키며 뇌 속 NLRP3 인플라마좀을 활성화하고, 트립토판 대사를 세로토닌 합성 대신 신경독성을 가진 키누레닌 경로로 전환시켜 우울증을 악화시킵니다. 이러한 신경염증과 장-뇌 축의 불균형은 만성 통증 및 심혈관 질환과 우울증이 함께 나타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 줍니다. 실제로 만성 통증 환자의 30~54%가 우울증을 겪으며, 두 질환은 IL-1β, IL-6, TNF-α 등 동일한 신경염증 매개체를 공유합니다. 또한 관상동맥 우회술이나 스텐트 시술 등 심장 시술을 받은 환자의 15~40%에서도 수술 스트레스와 장-뇌 축 불균형으로 인한 불안 및 우울증이 발생하여 장기적인 심혈관 예후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4. 우울증에 대한 효과적 대안: 한약과 침 치료의 현대 과학적 근거 - 근래에 기존 약물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중 표적을 동시에 조절하기 위해 한의학적 치료가 효과적인 대안 및 병용 요법으로 조명받고 있으며, 최신 연구를 통해 그 작용기전이 과학적으로 규명되고 있습니다. 먼저, 만성 통증을 동반한 주요우울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이중맹검 무작위 교차 임상시험에서는 6주간의 침 치료가 해밀턴 우울척도(HAM-D)와 통증 지수(BPI)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키고 혈중 염증성 사이토카인(IL-1β, IL-6, TNF-α) 수치를 낮추어 우울증과 통증을 동시에 개선함이 입증되었습니다. 전임상 기전 연구에 따르면, 백회(GV20), 인당(GV29), 족삼리(ST36), 합곡(LI4), 태충(LR3) 등의 경혈에 시행하는 침 및 전침 치료는 전전두엽과 해마에서 스트레스에 의해 위축된 성상교세포의 구조와 밀도를 회복시킵니다. 특히 침 치료는 성상교세포의 글루타메이트 수송체(GLT-1, GLAST) 발현을 높여 시냅스 내 과도한 글루타메이트 흥분독성을 막고, P2X7R/NLRP3 경로에 의한 염증성 세포사멸(pyroptosis)를 억제하며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분비를 촉진해 신경가소성을 회복시킵니다. 아울러 ‘울증(鬱證)’ 치료에 널리 활용되는 한약 처방과 천연물 성분들은 뇌와 장을 아우르는 다중 경로를 통해 항우울 효과를 발휘합니다. 대표적으로 창출, 향부자, 천궁, 치자, 신곡으로 구성된 ‘월국환(越麴丸)’은 단백질 번역 조절 인자인 eEF2의 탈인산화를 유도해 해마의 BDNF 발현을 빠르게 증가시켜, 케타민과 유사한 신속한 항우울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미세아교세포를 항염증성(M2)으로 전환하고 시냅스 가소성 유전자를 활성화합니다. 또한 소요산, 시호소간산, 개심산, 사역산, 시호가용골모려탕 등의 한약 처방과 파극천 함유 다당류, 바이칼린, 레스베라트롤, 퀘르세틴 등 개별 한약재의 유효 성분은 AMPK/mTOR 및 PINK1/Parkin 경로를 조절해 손상된 뇌세포의 자가포식과 미토파지 항상성을 회복시키고, BDNF/TrkB/CREB 신호 전달을 활성화하여 해마 신경발생을 촉진합니다. 나아가 인삼의 주요 성분인 진세노사이드(Rb1, Rg1, Rg3, Rk3 등)와 세인트존스워트, 사프란, 라벤더, 홍경천 등의 한약재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의 과활성화를 진정시킬 뿐만 아니라, 장내 유익균을 증식시키고 장벽 밀착연접 단백질(ZO-1, Occludin)을 복구하여 단쇄지방산 생성과 도파민·세로토닌 대사체 전환을 돕는 등 장-뇌 축을 통해 안전하고 입체적으로 우울증을 개선합니다. 5. 우울증의 성공적인 극복을 돕는 일상 속 자가관리 지침 - 성공적인 우울증 극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임상 치료와 더불어 뇌 신경가소성과 장-뇌 축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상 속 자가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규칙적인 맞춤형 운동 요법: 걷기, 조깅 등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요가는 인지행동치료(CBT)에 버금가며 항우울제(SSRIs)보다 뛰어난 수준의 우울 증상 완화 효과를 보입니다. 특히 젊은 층과 여성에게는 근력 운동이, 남성과 고령층에게는 요가가 더 큰 이점을 제공하며, 신체 활동은 해마의 BDNF 발현을 높이고 수면과 인지 기능을 개선합니다. -항염증 식이와 장내 미생물 관리: 초가공식품과 정제당 섭취는 전신 염증을 높여 우울증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반면 식이섬유와 발효 식품, 폴리페놀이 풍부한 지중해식 식단과 식물성 위주의 균형 잡힌 식사는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높이고 단쇄지방산 생성을 촉진하여 장-뇌 축의 염증 신호를 줄이고 기분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수면 위생 및 생체리듬 회복: 우울증은 깊은 수면(서파 수면) 감소와 일주기 리듬(Per2 유전자 등) 교란을 동반하며, 이는 다시 장벽 손상과 신경염증을 악화시킵니다. 일정한 기상 시간 유지, 낮 시간의 충분한 햇빛 노출(광치료 효과), 카페인·알코올·흡연 제한 등을 통해 수면 위생을 바로잡고 생체시계를 안정화해야 합니다. 우울증은 개인의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뇌 신경망과 내분비·면역계, 그리고 장 건강이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하는 전신적 질환입니다. 뇌의 신경염증을 가라앉히고 시냅스 가소성과 장-뇌 축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회복시키는 과학적 한의 치료와 건강한 생활 습관을 병행하여, 마음의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 활기차고 평온한 일상을 되찾으시기를 바랍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1. Malhi GS, Bell E, Stavdal A, Wu CY, Naylor A, Kumari V. Depression. Lancet. 2026 May 2;407(10540):1738-1756. doi: 10.1016/S0140-6736(26)00201-1. 2. Liao HY, Satyanarayanan SK, Lin YW, Su KP. Clinical efficacy and immune effects of acupuncture in patients with comorbid chronic pain and major depression disorder: A double-blinded, randomized controlled crossover study. Brain Behav Immun. 2023 May;110:339-347. doi: 10.1016/j.bbi.2023.03.016. 3. Wu X, Wu W, Teng Y, Yang D, Yang H. Exploring the antidepressant potential of Yueju Pill: Insights from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Br J Pharmacol. 2026 Feb 4. doi: 10.1111/bph.70341. 4. Ren M, Tao X, Chang H, Bi HC, Lee SM, Wan JB. Ginsenosides in the management of depression: a comprehensive pharmacological review. Chin Med. 2026 May 15;21(1):133. doi: 10.1186/s13020-026-01416-x. 5.Xu N, Huang T, Wang L. Acupuncture in depression treatment: Insights into astrocyte regu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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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의 고용정책 칼럼] 사람을 위한 기업이 미래를 만든다
[교육연합신문=이수연 칼럼] 기업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는 것 모두 중요한 가치이다. 그러나 오늘날 기업에게는 한 가지 역할이 더 요구되고 있다. 바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청년 일자리, 기업의 인력난, 취약계층의 고용, 지역 간 교육과 일자리 격차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나 기업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공공과 민간,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사회적기업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단순히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아니라, 기업 활동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의 가치는 '사회적기업'이라는 인증 자체에 있지 않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는지, 얼마나 많은 기업과 지역사회를 연결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 냈는지가 더 중요하다. 우리가 만나는 참여자들은 모두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 첫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도 있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중장년도 있으며, 경력단절여성, 북한이탈주민, 장애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기업 역시 인재 확보와 조직문화 개선, 교육훈련 등 저마다 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해야 할 일은 이들을 각각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기업과 사람, 정책과 현장을 연결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교육이 새로운 시작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취업이 삶의 전환점이 되며, 기업에게는 필요한 인재를 만나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연결이 쌓일수록 지역사회는 더욱 건강한 성장 기반을 갖추게 된다. (주)채움에이치알디 역시 이러한 사회적기업의 철학을 바탕으로 사람과 기업,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청년도전지원사업, 기업탐방형 일경험, 채용박람회, 기업교육, 평생교육 등 사업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그 목적은 하나이다. 사람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며, 지역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연결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사회적 가치는 거창한 사업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사람의 취업을 돕고, 한 기업의 인재 채용을 지원하며, 한 번의 교육을 통해 누군가가 자신감을 회복하는 작은 변화들이 모여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앞으로 지역사회가 더욱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 교육기관과 기업이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사회적기업은 그 중심에서 서로의 전문성을 연결하고, 정책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장은 사회의 성장과 함께할 때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사람의 변화를 믿고 지역사회와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사회적기업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주)채움에이치알디가 앞으로도 꾸준히 실천해 나갈 가치이다. 다음 회차에서는 지역과 기업, 공공이 함께 만드는 협력 네트워크와 상생의 고용 생태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 이수연 ◇ 인천대학교 경영대학원(MBA) ◇ (주)채움HRD 대표이사 ◇ 고용·교육정책 및 HRD 분야 전문가 ◇ 인천지방고용노동위원회 사용자위원 ◇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사회통합협의위원 ◇ 인천해양경찰서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 인천발달장애인훈련센터 전문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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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가수 지드래곤에게서 배우는 ‘남다름’의 힘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최근 베트남의 한 천재 소녀가 우리 교육에 던진 시사점은 매우 깊게 다가선다. 호앙 흐엉 지앙 학생은 2026년 베트남 고교 졸업시험 A01 계열에서 30점 만점에 29.75점을 받아 전국 공동 수석에 올랐고, SAT에서도 만점을 받았다. 세계의 전통적인 명문대학들을 비롯해 서울대의 입학 허가를 받았으나 최종 KAIST라는 선택지를 택했다. 9월 학기에 입학하여 놀랍게 디자인된 KAIST 캠퍼스 적응에 익숙해지고 과학 연구에 의지를 불태우는 가운데 그가 주목한 인물 한 사람이 뜻밖에도 초빙교수인 가수 지드래곤이었음을 각종 언론은 보도한 바 있다. 지앙 학생은 지드래곤에게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는 도전 정신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는 우리에게 묻는다. “과학 영재가 가수에게서 배울 것이 있는가?”, “무엇을 배우고자 하는가?”… 매우 의아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답은 간단하다. 창의성에는 전공의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지드래곤은 2024년 KAIST 기계공학과 초빙교수로 임명됐다. KAIST는 그의 대중문화 경험과 창작 역량을 과학기술과 문화산업의 융합에 활용하고자 했다. 이후 KAIST와 함께 AI·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작업을 진행했고, 2025년에는 미디어아트와 우주 연구를 결합한 음원 송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과학의 언어로 예술을 상상하고, 예술의 방식으로 과학을 바라본 사례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청소년 교육이 주목해야 할 것은 ‘지드래곤’이라는 유명인의 이름 자체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한 사람이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하듯이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묻는 태도다. 이는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라는 말로 치환하여 이 시대 우리 교육의 중요한 화두로 다시 소환할 필요가 있다. 무리 지은 펭귄들이 얼음 끝에서 바다를 바라본다. 물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 모두가 머뭇거리는 순간 한 마리가 먼저 뛰어든다. 그 한 번의 도약이 무리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교육에서 퍼스트 펭귄은 어떤 학생인가? 정답을 가장 빨리 맞히는 학생이 아니라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학생이다. 실패하지 않는 학생이 아니라 실패를 새로운 배움으로 바꾸는 학생이다. 남보다 앞서가는 학생이 아니라 남들이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가는 학생이라 할 것이다. KAIST가 2026학년도 학사과정에서 ‘창의도전전형’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런 시대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KAIST는 해당 전형을 통해 과학영재를 선발하고 있으며, 대학 입시 자체에서도 기존의 성취만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잠재력을 바라보는 흐름을 선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흔히 오해하기 쉬운 것은 퍼스트 펭귄 교육이 무모함을 가르치는 것으로 왜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용기와 무모함은 다르다. 지드래곤에게서 청소년이 배워야 할 것은 그가 입는 옷도, 부르는 노래도, 얻은 명성도 아니다. 지드래곤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법이다. 누군가는 음악으로 자기 길을 만들고, 누군가는 과학으로, 누군가는 문학으로, 누군가는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분야가 아니라 태도다. “남들이 이렇게 하니까 나도 이렇게 한다”가 아니라, “나는 이것을 어떻게 다르게 해볼 수 있을까?”라고 묻는 태도다. 베트남의 한 천재 소녀가 지드래곤에게서 발견한 것은 결국 유명인의 화려함이 아니었다.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인간의 자세였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남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방법인가, 아니면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방법인가? 교육은 아이에게 완성된 지도를 건네주는 일이 아니다. 아직 길이 그려지지 않은 백지 한 장을 건네고, 그 위에 자기만의 길을 그릴 용기를 갖게 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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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의 고용정책 칼럼] 함께 일할 때 더 큰 가능성이 열린다
[교육연합신문=이수연 칼럼] 기업의 경쟁력은 뛰어난 기술이나 자본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경험과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때 조직은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 고용의 중요성을 꾸준히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장애인 고용은 단순히 의무를 이행하는 차원을 넘어,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사람을 장애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량과 가능성으로 바라볼 때 기업과 사회는 함께 성장할 수 있다. 현장에서 기업들을 만나 보면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의지는 있지만 실제 채용과 근무환경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채용 이후의 직무 배치, 조직 구성원의 이해, 소통 방식 등은 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포용적인 조직문화는 교육과 이해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공공기관과 협력하여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슈퍼바이저 역량강화 교육, 대기업 장애인 고용 담당자 역량강화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운영하며 장애인 고용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단순히 법과 제도를 설명하는 교육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례를 공유하고, 조직이 함께 고민하며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실무 중심의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ESG 경영이 기업의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으면서 장애인 고용 역시 사회적 책임을 넘어 지속 가능한 경영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직은 더 넓은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구성원들이 협력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장애인 고용은 특정 계층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과정인 것이다. 포용적인 일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교육은 이러한 변화를 시작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며,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기반이 된다. 앞으로의 고용정책은 채용 숫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다양한 역량이 발휘되는 조직이 결국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좋은 일터는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이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의 가능성을 믿는 조직은 더 큰 혁신을 만들어 낸다. 사람 중심의 교육과 포용적 조직문화를 통해 모두가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HRD의 또 다른 가치이다. 다음 회차에서는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사회적기업의 역할과 지역 협력 네트워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 이수연 ◇ 인천대학교 경영대학원(MBA) ◇ (주)채움HRD 대표이사 ◇ 고용·교육정책 및 HRD 분야 전문가 ◇ 인천지방고용노동위원회 사용자위원 ◇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사회통합협의위원 ◇ 인천해양경찰서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 인천발달장애인훈련센터 전문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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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AI시대, 인문학에 미래교육을 묻다
[교육연합신문=편집국] - 본지 김춘식 논설위원, 신간 『AI시대, 인문학에 미래교육을 묻다』 출간… 현장 교사, 교육청 정책기획자, 교육연수원, 대학 AI교양교육 설계자 위한 필독서로 조명 초거대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지적 노동과 신체 노동의 경계를 재편하며 일상을 바꾸고 있다. 대화형 AI 모델이 로스쿨과 MBA 시험을 통과하고, 자동차 생산라인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투입되는 현실은 미래 교육의 방향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 약 30년에 걸쳐 배우고 익히는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인공지능이 단 몇 초 만에 처리하는 시대다. 이러한 지식 습득의 속도 격차 앞에서 공교육과 대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본지 논설위원이자 동신대학교 K-남도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춘식 박사가 지난 10여 년간 주요 언론과 방송, 학술 매체에 기고해 온 글들을 오늘의 현실에 맞게 체계화한 신간 『AI시대, 인문학에 미래교육을 묻다』(소명출판)를 출간했다. 이 책은 단순한 기술 진보의 나열이나 추상적인 미래 예측을 넘어선다. 저자는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역설적으로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것은 인간 고유의 사유 체력, 즉 '생각 근육'이며, 이를 복원하는 핵심 열쇠가 인문학적 성찰과 역사적 통찰에 있음을 논리적으로 규명한다. 특히, 이 서적은 학교 현장의 교사들, 시·도교육청의 교육전문가 및 교육정책기획자, 전국 교육연수원, 대학의 AI 교양교육과정 설계자 등 교육 생태계 전반의 혁신을 도모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정책적·교육학적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유용한 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 독일 칼만 석학 특별강연 및 브레멘주 교육부 강연 성과: '자발적 가축화'에 대한 경고 책에서 제시하는 핵심 문제의식은 이미 독일과 유럽 학계 및 교육행정 기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저자는 독일 연방교육연구부(BMBF)와 아헨공과대학교(RWTH Aachen)가 주관한 '칼만 석학 특별강연'에서 'AI 시대의 인간과 미래교육'을 주제로 발표한 데 이어, 독일 브레멘주 교육부(LIS) 초청 강연에서는 'AI 시대의 문해력과 질문하는 인간'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해 독일과 유럽 교육연구자들의 깊은 관심과 공감을 끌어낸 바 있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요약문과 정답에 지나치게 의존할 때 발생하는 인지적 퇴행을 '자발적 가축화(Self-domestication)'이자 '사유의 외주화'로 정의한다. 편의성을 이유로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는 권한을 기술에 넘겨줌으로써 텍스트의 맥락을 길게 읽어내지 못하고 문단을 건너뛰는 '후천적 난독'과 비판적 문해력 저하 현상이 가속화된다는 지적이다. 충남교육청의 시선 추적(Eye-Tracking) 연구와 OECD의 성인 및 청소년 역량 조사 지표를 분석한 결과, 15세 학생 중 사실과 의견을 냉철히 구분하는 비율이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무른다는 점은 기술 도입에 앞서 '생각하는 힘'의 정립이 왜 우선되어야 하는지를 입증한다. 스웨덴이 과도한 디지털 기기 보급 정책을 재검토하고 종이 교과서와 손글씨 중심 수업으로 회귀한 사례나 프랑스의 학내 기기 통제 정책 역시 성장 단계에 맞는 문해력 교육의 순서가 중요함을 보여준다. ■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 역량: 'H-Factor'와 정서적 지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는 환경에서 교육이 지켜내야 할 고유 영역으로 저자는 'H-Factor(Human Factor)'를 제시한다. 정서 지능, 공감 능력, 도덕적 판단력, 맥락적 이해력, 그리고 타인의 아픔을 수용하는 정서적 지지는 수치화되거나 알고리즘으로 단순 복제될 수 없는 영역이다. AI는 그럴듯한 위로의 문장을 생성할 수 있지만, 타인의 슬픔 앞에서 수반되는 감정의 중력이나 인간적 망설임까지 함께 짊어질 수는 없다. 교사가 학생의 걸음걸이나 표정 하나에서 미세한 위기 신호를 직관적으로 알아차리는 역량은 데이터 계산이 아니라, 현장에서 수많은 만남을 통해 형성된 체화된 감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향후 가장 빠르게 성장할 역할 중 하나로 정서적 지원 분야를 꼽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단순 지식 전달의 역할은 기술이 보완하더라도, 학생들의 내면을 지탱하고 '질문하는 인간(Homo Quaerens)'을 길러내는 교사의 역할은 AI 시대일수록 더욱 대체 불가능해진다. ■ 고전과 역사적 기억에서 도출하는 교육철학적 대안 책은 현대의 인공지능 이슈를 프랜시스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등 고전 텍스트와 연결하여 기술 윤리의 문제를 정교하게 분석한다. 기술적 성취가 인간의 도덕적 성숙을 저절로 보장하지 않으며, 사유를 외주화할 때 기술 종속이 일어난다는 고전의 경고는 오늘날 거대 테크 기업의 데이터 독점과 알고리즘 권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제공한다. 또한, 독일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바르샤바 게토 위령탑 앞에서 사죄한 역사적 사건과 독일의 '기억문화(Erinnerungskultur)' 정착 과정을 조명하면서, 화해와 성찰은 단순한 외교적 선언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통한 지속적인 제도화로 완성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는 과거사를 대면하는 국가적 태도에 대한 분석인 동시에, 공교육이 보편적 인권과 역사 정의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지침이 된다. ■ 현장 중심의 실행 모델: 창의융합 발표토론(CCEP)과 인문학적 전환 저자가 포스텍(POSTECH) 재직 시절부터 경북과 전남 지역 초·중·고교 현장에 독서인문교육과 연계해 적용해 온 '창의융합 발표토론 교육프로그램(CCEP)'은 AI 시대 교육 혁신의 구체적인 실행 모형을 제시한다. 학생이 스스로 문제 의식을 설정하고 문헌을 탐독하며, 소논문을 작성하고 동료들과 발표·토론하는 과정은 생성형 AI를 단순한 정답 자판기가 아닌 사유의 근력을 키우는 피트니스 코치로 전환하는 실천적 접근이다. 『AI시대, 인문학에 미래교육을 묻다』는 단순한 인문학 예찬론이 아니다. 기술의 편의성 속에서 자발적 가축화의 위험을 경계하고, 공교육과 대학 교육과정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담은 실용적 가이드북이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행정가, 교원 연수를 기획하는 연수원 관계자, 대학에서 AI와 인문학의 융합 교과를 설계하는 연구자들에게 이 책은 AI 시대의 교육적 대응표를 작성하는 데 신뢰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 지은이: 김춘식(동신대학교 K-남도문화학과 교수, 교육연합신문 논설위원) ■ 펴낸곳: 소명출판 ■ 정가: 19,000원 ▣ 저자 김춘식 동신대학교 교수이자 한국독일사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독일 함부르크대학교 역사철학부 석사학위(역사학, 교육학, 정치학), 동 대학 철학박사학위(서양근현대사)를 취득했다. ◇ 교육연합신문 논설위원 ◇ 2024 칼만 펠로우(독일연방교육연구부, 아헨공과대학교) ◇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학술연구위원 ◇ 독일 슈투트가르트대학교&칼스루에공과대학교(KIT) 초빙교수 ◇ 한국독일네트워크(ADeKo) 이사 겸 인문교육위원장 ◇ 초대 국가교육위원회 미래과학인재양성특별위원회 전문위원 ◇ 前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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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희 반려詩選] 슴베 사랑
[교육연합신문=구본희詩選] 슴베 사랑 나무 자루 속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어둠 칼날의 뿌리가 산다. 번득이는 날 아래 깊숙이 몸을 감춘 채 칼과 자루 사이 다리를 놓는다. 자루가 부서지면 칼날은 제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슴베는 허공에 홀로 남는다. 서로 다름을 품어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서 비로소 한 몸으로 산다. ▣ 구본희 ◇ 前인천국제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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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성(姓)과 씨(氏), 우리 이름 뒤에 숨은 오래된 이야기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우리는 모두 성을 가지고 있다. 김씨, 이씨, 박씨... 이름을 부를 때마다 자연스럽게 앞에 붙는 그것.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묘하다. 왜 굳이 성과 이름을 나누어야 했을까? 더구나 옛 문헌을 보면 성(姓)과 씨(氏)는 본래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한다. 지금은 하나로 뭉뚱그려졌지만, 그 기원은 훨씬 더 오래되고, 훨씬 더 신비로운 세계와 맞닿아 있다. 성과 씨의 뿌리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족보의 문제가 아니라, 고대 사회의 생식 숭배, 조상 숭배, 정치 권력의 재편, 그리고 문자와 기록의 편집 과정이 얽혀 있음을 드러낸다. □ 성은 왜 ‘여자(女)’에서 시작했을까 ‘성(姓)’이라는 글자를 보자. 전통적 해석은 단순하다. ‘여자가 낳는다.’ 그러나 갑골문과 금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단순한 ‘출산’ 이상의 의미가 숨어 있다. 원형에는 여성의 형상, 풀과 씨앗, 불꽃 같은 생명의 상징이 섞여 있었다. 성은 곧 생명의 원천, 생식력을 이어가는 힘을 가리켰다는 것이다.([그림 24] ‘姓’ 참조) 하지만 세상이 변한다. 부계 중심 사회가 등장하면서, 문자의 모양조차 달라졌다. 원래 여자 그림이 들어있던 글자가 어느 순간 인(人) 자로 바뀌거나, 여성적 요소가 사라지고 추상적 부계 표지가 들어섰다. 문자학만이 아니라, 사회 구조가 글자의 뼈대를 다시 짠 셈이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성’의 모습은 그 변형의 결과물이다. □ 씨(氏), 씨앗일까, 말뚝일까 ‘씨(氏)’의 기원은 더욱 난해하다. 학계에는 다섯 가지 설이 있다. 오이를 닮았다느니, 동굴의 형상이라느니, 흐르는 물을 뜻한다느니, 절벽을 본뜬 글자라느니… 심지어 남성 성기를 상징했다는 주장까지 있다. 그중 ‘씨앗설’을 가장 설득력 있게 본다. 곡식을 뿌리는 사람의 동작, 생명을 잉태하게 하는 씨앗의 힘이 글자의 뿌리였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중앙아시아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발견된 고대 묘지(소화 묘지)에서는 남녀 무덤마다 다른 말뚝과 목주가 세워져 있었는데, 연구자들은 이를 성기 상징과 생식 숭배의 흔적으로 본다. 씨(氏)라는 제도 역시 이런 신앙과 깊이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그림 24] ‘氏’ 참조) 결론은 단순하지 않다. 씨는 씨앗이자 말뚝, 곧 생식과 토지, 신분을 함께 뜻했을 수 있다. 문자와 유물, 민속 상징이 한데 얽혀 만들어진 다층적 개념이었다. □ 조상 숭배는 곧 생식 숭배였다 오늘날 우리는 제사를 조상에 대한 예의로 이해한다. 그러나 고대인들에게 조상 숭배는 곧 생식력 숭배였다. 선조가 자손을 낳아 이어주었듯, 제사와 제의는 ‘생명이 다시 이어지길’ 바라는 의식이었다. 타클라마칸 미라 옆에 세워진 남녀 상징 말뚝은 이를 잘 보여준다. 성과 씨라는 제도가 단순히 ‘가문 구분’이 아니라, 생명의 신비를 제도화한 장치였음을 시사한다. □ 정치와 권력이 성씨를 바꿔 놓다 그러나 생명의 상징은 곧 권력의 도구가 된다. 주나라 이후 정치 권력은 모계 중심 전통을 약화시키고, ‘덕(德)’과 ‘천명(天命)’ 같은 추상적 개념을 내세워 지배의 정당성을 재편했다. 사마천 같은 역사 편찬자들은 성과 씨의 구분을 흐리게 적었고, 후대 독자들은 그 차이를 잊어버렸다. 진(秦)의 중앙집권은 성씨 제도를 또 한 번 바꿔 놓았다. 호적과 행정 체계가 정비되면서 씨(氏), 곧 봉토와 신분을 구분하던 표식은 의미를 잃고, 성과 통합되어 버렸다. 이제 성씨는 혈통과 행정이 결합한 제도가 되었다. □ 한국에서 성씨는 어떻게 자리 잡았을까 한국의 성씨 기록은 삼국시대부터 등장한다. 그러나 실제로 성씨가 사회 전반에 정착한 시기는 4~6세기 전후로 추정된다. 초기에는 귀족층만 성씨를 가졌고, 일반 백성은 이름만 있었다. 고려와 조선에 이르러 왕권이 호적 제도를 정비하면서 성씨가 확대되었고, 조선 후기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성을 가지게 되었다. 동이계 후손의 관점에서 본다면, 성씨의 뿌리는 더 오래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다만 기록이 부족해 단정하기는 어렵다. □ 이름은 곧 역사다 성과 씨는 단순한 가계 표지가 아니다. 그것은 생식과 조상 숭배의 상징이었고, 사회 구조와 권력 재편의 흔적이었으며, 문자와 행정 제도의 변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른 결과물이다. 우리가 성씨를 부를 때마다, 사실은 수천 년 전의 신앙과 생활, 권력의 흔적을 동시에 불러내고 있는 셈이다. □ 남은 과제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강 선생은 문자 연구와 고고학 발굴, 민속 연구를 종합해 성씨의 원형을 더 치밀하게 밝히는 과제를 제안한다. 타클라마칸 묘지의 말뚝, 갑골문 속의 여성 형상, 고려·조선의 성씨 확산 과정은 그 단서가 될 수 있다. 성씨 제도를 둘러싼 오래된 기억을 되살리는 일은, 단순한 과거 탐구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 우리가 누구인지를 새삼 자문하는 일이다. 우리가 오늘도 부르는 성씨. 그것은 단지 행정상의 호칭이나 족보의 표지가 아니다. 그것은 수천 년 전, 생명을 숭배하고 조상을 기렸던 인간의 마음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증거다. 우리의 이름 앞에 붙은 글자 하나에, 그렇게 깊고 먼 역사가 겹겹이 스며 있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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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성(姓)과 씨(氏), 우리 이름 뒤에 숨은 오래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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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칼럼] AI 시대의 생존 전략: 한국직업교육원과 전남광주직업교육원 설립을 제안하며
- [교육연합신문=김춘식 칼럼]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는 특이점이 목전에 다가왔다. 거대한 변화의 파도 속에서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 역시 근본적인 전환점에 서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은 직업교육이다. 이제는 단순히 개인의 기술 습득을 넘어 국가 차원의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직업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다. 그 해법으로 중앙 정부 수준의 한국직업교육원(가칭)과 광역 단위의 직업교육 거점, 특히 행정과 교육의 대통합을 이뤄낸 지역 모델로서 전남광주직업교육원(가칭) 설립을 적극 제안한다. □ 정치적 이해타산을 넘어선 국가적 책무 반세기 전 故김대중 前대통령은 옥중에서도 지식산업 사회와 초지능 시대의 등장을 예견하며 인본주의적 기술관을 강조했다. 이러한 통찰은 이후 보수와 진보라는 정권의 색채와 상관없이 기술이 곧 국력이라는 명제 아래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이어져 왔다. 직업교육은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생존이 걸린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우리 사회의 허리를 지탱해야 할 특성화고와 전문대, 폴리텍대학은 여전히 견고한 학벌주의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기업은 현장에 바로 투입할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치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한숨짓는 인력 미스매치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교육이 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지금의 구조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 학벌의 늪을 건너 실무 중심의 고등교육 개편으로 뿌리 깊은 학벌 중심 사회는 유능한 청년들조차 현장 대신 대학 간판을 쫓게 만든다. 심지어 일부 특성화고 학생들마저 직업교육 그 자체보다 대입 가산점을 위한 통로로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직업교육원의 설립은 이러한 왜곡된 흐름을 바로잡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이곳은 단순히 기관 하나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선다.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로 이어지는 직업교육의 끊어진 고리를 잇고, 간판이 아닌 실력으로 승부하는 사회를 만드는 고등교육 구조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교육의 형식이 아닌 내용에 집중할 때 우리 청년들은 비로소 당당한 전문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 칸막이를 허무는 통합적 컨트롤타워 현재 우리나라 직업교육은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로 이원화되어 있다. 부처 간의 행정적 칸막이는 현장의 목소리를 빠르게 반영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새로 설립될 직업교육원은 교육부가 주관하되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긴밀히 협력하는 범부처 통합 기구여야 한다. 학문적 기반과 현장의 실무 훈련이 한데 어우러지는 AI 시대의 기술 사령탑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독일 경제를 지탱하는 저력은 학교의 이론과 기업의 실무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이원화 시스템(Dual System)에서 나온다. 독일에서 직업교육은 단순한 기술자 양성이 아니라 노동을 통해 인간의 품격을 완성하는 빌둥(Bildung), 즉 자기 형성의 과정이다. 우리도 산업과 교육이 유기체처럼 움직여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독일식 구조의 강점에 주목해야 한다. □ 통합 전남광주교육청의 핵심 과제 지역 소멸의 위기 속에 전남과 광주는 행정과 교육의 대통합이라는 역사적 결단을 내렸다. 이 통합의 시너지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줄 모델이 바로 전남광주직업교육원이다. 이곳은 초등과 중등 단계의 진로 탐색부터 고등 단계의 전문 교육까지 아우르는 지역 인재 양성의 거점이 될 것이다. 광주의 인공지능 및 데이터 산업과 전남의 에너지 및 모빌리티 등 지역 전략 산업을 직업교육과 직접 연결해야 한다. 지역 내 기업과 학교가 하나로 묶여 한국형 독일식 교육을 구현할 때 우리 아이들은 기술의 부속품이 아닌 세계적인 전문가로 자라날 수 있다. □ 사유하는 직업인 기술의 주인을 기르는 길 직업교육은 단순히 먹고사는 기술을 가르치는 일을 넘어선다. 인간이 노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인본주의적 과정이다. 이제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교육 행정가들은 교육의 본질을 바꾸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국직업교육원과 전남광주직업교육원은 우리 아이들이 거친 인공지능 시대의 파도를 헤쳐 나갈 든든한 구명정이다. 스스로 질문하고 사유하는 힘을 가진 자유인이자 숙련된 전문가를 길러내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인공지능 시대를 가장 인간답게 살아낼 따뜻하고도 확실한 해법이다. ▣ 김춘식 동신대학교 에너지경영학과 교수이자 한국독일사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한국의 교육, 독일의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을 만나다』(포스텍융합문명연구원; 소명, 2025) 등이 있다. ◇ 교육연합신문 논설위원 ◇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한국독일네트워크(ADeKo) 이사 겸 인문교육위원장 ◇ 2024 칼만 해외석학(독일 연방교육연구부, 아헨공과대학교) ◇ 前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 前 국가교육위원회 미래과학인재양성특별위원회 전문위원 ◇ 前 한국전문대학평가인증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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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칼럼] AI 시대의 생존 전략: 한국직업교육원과 전남광주직업교육원 설립을 제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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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교육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가야 할 길
-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한국 교육은 과거에 국제사회에서 ‘모범 사례’로 자주 언급되어 왔다. 전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재임 중에 “한국 교육을 보라”며 높은 교육열을 부러워하며 한국 교사들을 “국가 건설자(Nation Builder)”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한국은 3년마다 실시되는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특히 수학과 과학에서 강세를 보이며 세계의 관심을 받아왔다. 이는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 학생들의 노력,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어우러져 만든 성과다. 그러나 세계가 한국 교육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은 우려도 깊다. 이 글에서는 우리 교육의 양면적 평가에 대해 고찰해 보고 나아갈 길을 제언하고자 한다. 한국 교육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보다 높은 학업 성취도다. 성실성과 근면함, 목표를 향한 집중력은 한국 학생들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힌다. 또한 전자 교과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수업 등 ICT 기반의 교육 환경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학습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했다. 체계적이고 일관된 커리큘럼, 우수한 교원 역량 또한 세계 여러 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높은 성취’의 이면에는 입시 위주의 과도한 경쟁이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우리 교육의 단골 비판 메뉴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이어지는 과도한 경쟁 구조 속에서 학생들은 정답 맞추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시험 점수를 중심으로 구성된 교육과정은 비판적 사고와 자기주도성을 키우기 어렵게 만든다. 세계 언론은 이를 “점수는 높지만 창의성은 낮은 교육 모델”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한국 교육의 또 다른 그림자는 사교육이다. 이는 역으로 공교육의 불신과 퇴보를 의미한다. 수능과 내신에 대한 부담은 학부모를 사교육 시장으로 이끈다. 이로써 가계의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출발선이 다른 학생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구조는 교육 본연의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 교육의 기회는 평등해야 하며, 그 평등이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오늘날 세계는 4차 산업혁명과 최첨단 디지털,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는 창의성과 융합형 인재를 요구한다. 여기에는 정해진 답보다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이제는 점수 중심의 지능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잠재력을 끌어내며 건전한 비판과 창의적 판단을 끌어낼 수 있는 지성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도한 경쟁을 줄이고, 협력과 탐구 중심의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여러 가지 비판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한국 교육은 이미 세계가 주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제는 그 시스템을 어떻게 조율하고 개선하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성적’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한때 공부의 신이라 불리던 한국 교육의 엘리트들이 사회와 공직에 진출해 ‘공부 머리’와 ‘일 머리’가 부조화를 이루어 무능의 대명사로 낙인찍히는 것을 최근 우리는 목격한 바 있다. 이는 우리 교육이 양성한 최고 엘리트들의 한계로 우리 교육의 성찰을 필요로 한다. 이제 우리 교육은 무엇보다 학생이 행복하게 배움에 열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부산 여고생 3명의 집단 자살처럼 우리의 청소년들은 세계적으로 연 10년째를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과도한 학습에 대한 스트레스와 경쟁 교육에 대한 불안과 우울증이 겹쳐 발생하는 현상 중의 하나이다. 학생이 행복하고 교사가 존중받으며 사회가 교육을 신뢰하는 환경이 바로 진정한 교육 강국의 모습이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교육은 산업화 시대의 ‘한강의 기적’을 이룬 1등 공신이라는 성취에 아직도 도취해 있기보다는 세계의 석학들과 교육 전문가들의 진정 어린 변화의 충고에 귀를 열고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이 멀다(We have so many miles to go before we sleep)”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구 한 구절을 가슴 깊숙이 품고 변화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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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교육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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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교실 안의 네잎클로버 찾기
-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인생은 예측할 수 없고 노력한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찾고 기대하고 찾아낸다. 네잎클로버는 그 작은 성과를 상징한다. 네잎클로버는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네잎클로버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희귀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노력으로 ‘찾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네잎클로버는 단순한 행운의 상징이 아니다. ‘발견하려는 의지’에 대한 작은 보상이다. 토끼풀을 ‘클로버’라고 부른다. 토끼풀 이름 유래는 3가지다. 토끼가 즐겨 먹기 때문이라는 것과 잎이 토끼 발자국을 닮았기 때문이라는 것과 마지막으로 하얀 꽃봉오리가 토끼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네잎클로버는 세잎클로버의 돌연변이로 10만 개 중 하나 정도로 생긴다고 한다. 혹자는 네잎클로버(행운)를 찾으려고 세잎클로버(행복)를 무심히 지나치는 어리석음을 비유로 말하기도 한다. ‘비정상성’에 가치를 부여하고, ‘정상성’을 하찮게 여기는 셈이다. 정말로 행운은 희귀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일까? 행운을 행복으로 바꾸는 비법은 간단하다. 행운의 네 잎에서 욕심이라는 잎 하나를 버리면 된다. 하나 덜어내는 순간 행복의 세 잎 클로버가 된다. 사람들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세잎클로버는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고 네잎클로버는 우리가 아직 가지지 못한 것이다. 중고등학교 교실을 떠올리면 이런 풍경이 연상된다. 비슷한 시간표, 비슷한 시험과 평가. 이 안에서 학생들은 종종 ‘세잎클로버’처럼 보인다. 각자 다른 생각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제도와 기준 속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학생들을 정렬한다. 학교는 평범한 ‘세잎클로버’ 속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는 공간이기도 하다. 교실에는 성적이 뛰어난 학생, 특정 재능이 두드러진 학생, 혹은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발견하고 기록하고 그 학생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발굴’이나 ‘육성’이라고 부른다. 교실 안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는 일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하게 정해진 틀에 맞춰진 뛰어난 학생을 골라내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네잎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열어두느냐에 있다. 교육이 진정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 소수의 ‘네잎’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 각자가 자신의 형태를 이해하고 확장하도록 돕는 데 있다. 모든 학생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가능성은 단 하나의 기준으로 설명할 수 없다. 교실 안에는 이미 충분히 많은 ‘네잎’이 있다. 다만 아직 그것을 ‘네잎’이라고 불러주지 않았을 뿐이다. ‘네잎을 찾는 일’은 스치듯 지나치면 실패한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고, 사랑이 있어야 한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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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교실 안의 네잎클로버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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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갑골문 속에서 되살아난 우리 풍습의 그림자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어느 민족이든 과거를 돌아보면 낯익은 것과 낯선 것이 교차한다. 한민족의 오랜 생활 풍습 가운데도 그렇다. 상투, 옷깃, 무릎 꿇어 앉는 자세, 때로는 무덤 속 순장 풍습까지. 이 모든 것이 과연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오늘까지 이어져온 걸까? 갑골문, 고분에서 나온 옥인형, 고구려 벽화, 고려와 조선의 기록들을 교차해 읽으며, 동이족과 한민족의 문화적 연속성을 추적해보면, “동이족과 현대 한국인이 완전히 동일하다 말할 순 없다. 그러나 풍습과 생활 속 흔적은 생각보다 많이 이어져 있다.” 이는 단순한 민족주의의 외침이 아니라, 차근차근 증거를 꿰는 실증적 접근이다. □ 왜 동이족을 다시 보아야 하는가 고조선, 부여, 고구려…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는 우리의 옛 나라들이다. 그러나 막상 들여다보면 기록은 신화와 전설로 덮여 있다. 삼국지의 몇 줄 기록이나 『삼국사기』, 『삼국유사』 같은 후대의 서술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헌이 부족하다면, 물증으로 보완해야 한다. 갑골문, 옥인형, 무덤 유물, 벽화, 고려도경 같은 외부인의 기록까지 모아 서로 비교해 보아야 한다. 이는 하나의 퍼즐 맞추기와 같다. 문헌만으론 모양이 안 나오던 그림이, 유물과 문자와 풍습을 함께 놓아보면 윤곽을 드러낸다. □ 상투와 옷깃, 생활 속의 흔적 첫 번째 사례는 상투다. 갑골문 가운데 ‘지아비 부자’(夫)라는 글자를 보면 머리 위로 머리를 틀어 올린 듯한 모습이 보인다. 상나라 옥인형에서도 같은 형상이 나타난다. 흥미롭게도 고구려 벽화 속 인물이나 신라 토우에도 상투가 그려져 있다. 진나라 병마용의 머리 모양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뚜렷하다. 진의 군사들은 속발, 즉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모습이다. 이렇게 문자와 유물, 벽화가 한데 모이면, 상투라는 풍습이 단순한 ‘머리 모양’이 아니라 동방 세계의 문화적 표식이었음을 알게 된다.([그림 23] ‘夫’ 참조) 옷깃 방향도 흥미롭다. 갑골문과 고구려 벽화 속 옷깃은 왼쪽으로 여민 ‘좌임’이다. 반면 한나라의 유물은 ‘우임’이 주류다. 왜 이렇게 달랐을까? 이는 활쏘기와 연관이 있다. 좌임은 활을 당길 때 화살이 옷깃에 걸리지 않도록 고안된 궁수 문화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 스키타이 기마병들의 판금 갑옷도 좌임이었는데, 이 역시 활쏘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교가 확산되면서 좌임은 ‘오랑캐의 풍습’으로 낙인찍히고, 대륙의 표준인 우임으로 수렴된다. 풍습이 정치·이데올로기와 만나 변용된 것이다. □ 무릎 꿇은 옥인형과 ‘여자(女)’ 은허에서 나온 작은 옥인형은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모으고 있다. 이 자세는 단순한 예배 동작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일상 자세였다. 의자 대신 바닥에 앉아 생활하던 시대, 무릎 꿇기는 자연스러운 기본 자세였다. 이 인형은 곧 갑골문의 ‘女’와도 연결된다. 여자의 글자는 무릎을 꿇고 앉아 상체를 구부린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것이다. 가슴이 강조된 듯한 선까지 남아 있다. 문자란 결국 생활의 기록이라는 말이 이보다 잘 맞는 경우도 드물다. □ 앉는 풍속의 변천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익숙한 ‘양반다리’는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상·주·한 시대에는 바닥에 무릎을 꿇어 앉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당대 이후 서역에서 ‘호자’라 불린 의자가 전래되며 앉는 방식이 변하기 시작했다. 조선 시대에는 온돌의 보급이 큰 변화를 가져왔다. 따뜻한 바닥 덕에 무릎을 꿇기보다는 다리를 풀어 앉는 습관이 자리잡은 것이다. 일본은 다다미 문화 덕에 무릎 꿇어 앉는 풍습이 오래 지속되었으니, 생활기술과 환경이 사람의 몸짓을 바꾸는 대표적 사례라 할 만하다. □ 편두와 순장, 낯선 풍습의 그림자 편두(偏頭), 즉 납작한 머리 모양은 고대 기록마다 묘사가 엇갈린다. 어떤 사서는 부여와 고구려 사람들이 뒤통수를 평평하게 만들었다고 적고, 또 어떤 기록은 그렇지 않다고 전한다. 후한서, 삼국지, 지증대사비… 자료는 제각각이다. 이런 차이는 단순한 사실 확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록자의 인식·편견에서 나온 문제로 본다. 건륭이 남긴 비판적 언급도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 풍습이 어땠든, 후대의 눈으로 본 모습은 언제나 가감과 왜곡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순장 풍습은 더욱 극적이다. 상나라 무덤에서는 순장의 흔적이 확연하다. 『삼국지』에도 부여에서 순장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고구려 벽화에도 피장자 곁을 지키는 듯한 인물상이 보인다. 신라의 지증왕은 공식적으로 순장을 금지했고, 고려 시대에 이르면 법으로 철저히 막는다. 그러나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에서는 실제 순장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풍습은 권력과 사회구조의 그림자처럼 나타나고 사라진다. □ 왜 바뀌었을까? 풍습의 변화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는 교류다. 스키타이, 페르시아, 몽골과의 만남이 머리 모양, 옷차림, 무기 체계에 영향을 주었다. 둘째는 사상이다. 유교의 확산은 옷깃 하나까지도 ‘문명 vs 오랑캐’라는 틀로 재해석했다. 셋째는 생활기술이다. 의자와 온돌 같은 작은 발명품이 사람들의 몸짓과 풍습을 완전히 바꿨다. 넷째는 정치다. 순장 금지 같은 국가적 법령이 사회 풍습을 강제로 바꿔놓았다. □ 연속성과 단절의 기억 그렇다고 해서 동이족과 현대 한국인을 단순히 동일시할 수는 없다. 수천 년 동안 수많은 교류와 전쟁, 제국의 흥망이 있었다. 그러나 상투, 좌임, 무릎 꿇기, 편두, 순장 같은 풍습이 문자와 유물, 벽화, 기록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다. 그것은 하나의 연속된 흐름을 보여준다. 문화는 시간의 겹을 통과하며 남고, 사라지고, 또 변형된다. 갑골문과 유물은 그 겹 사이에 박힌 단서들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꿰어내어, 한 민족의 옷자락을 다시 펼쳐보는 것이다. □ 오늘의 함의 흔히 역사는 먼 과거의 일이어서 우리와 무관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상투를 틀던 손길, 옷깃을 여미던 습관, 무릎 꿇어앉던 자세, 그리고 순장에 담긴 사회 질서까지……. 모두가 오늘 우리의 몸과 의식 속에 길게 드리워져 있다. 민족 정체성이란 단순히 혈통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생활 속에 스며든 몸짓과 관습, 그 변형과 지속 속에서 형성된다. 우리가 흰옷을 고집하듯, 상투나 옷깃, 앉는 방식 하나에도 수천 년의 이야기가 겹겹이 배어 있다. 결국 역사를 본다는 것은, 우리 안의 오래된 몸짓을 발견하는 일이다. 동이족을 다시 보는 것은, 그 속에서 현재 우리를 다시 만나는 길이기도 하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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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갑골문 속에서 되살아난 우리 풍습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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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Discovering Seoul’s Heritage Along the Seoul City Wall
- [교육연합신문=이채원 학생기자] The past few months, K-Pop Demon Hunters has been the most talked-about animated film. From winning the Academy Award for Best Animated Feature Film to the MAMA Awards for Music Visionary of the Year to the Golden Globe Award for Best Animated Feature Film, K-Pop Demon Hunters has caught the eyes of the world stage. One of the famous scenes was actually atop a Korean heritage site: the Seoul City Wall. The Seoul City Wall, also known as Hanyangdoseong, wraps around the heart of Seoul, outlining its surrounding mountains. Built during the Joseon Dynasty, the wall served as a protective barrier for the capital, stretching over 18 kilometers split into 6 trails. Today, much of it remains preserved, offering both historical insight and scenic walking paths for visitors. One of the most accessible sections of the wall can be found at Naksan Park. Located along a hillside, Naksan Park provides a unique blend of history and modern city life. As visitors walk alongside the stone walls, they are met with breathtaking views of Seoul’s skyline. The park is especially popular during the sunset. Following the wall leads to another iconic landmark: Dongdaemun. Officially known as Heunginjimun Gate, Dongdaemun is one of the Eight Gates of the old city wall. Its striking traditional Korean architecture has been carefully preserved in the middle of Korea’s rapid modernization. Today, Dongdaemun is not just a historical site, but also a vibrant hub of activity. Surrounding the gate is one of Seoul’s busiest shopping districts. This contrast between the ancient gate and the lively urban environment truly highlights Seoul’s unique ability to preserve its past while heading towards the future. As seen in K-Pop Demon Hunters, the Seoul City Wall and its surrounding landmarks are more than just historical remnants. Whether walking along the paths of Naksan Park or standing breathless before the gates of Dongdaemun, visitors can experience a side of Seoul where history and modern culture coexist harmonious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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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Discovering Seoul’s Heritage Along the Seoul City 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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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 칼럼] 스마트폰 시대의 굽은 목, 만성 목 통증을 해결하는 추나요법의 과학
- [교육연합신문=최윤용 칼럼] 스마트폰과 PC 앞에서 현대인이 보내는 긴 시간은, 만성 목 통증이라는 무거운 짐으로 돌아옵니다. 2025년 출간된 최신 해외 임상진료지침에서는, 성인의 절반 가까이가 매년 한 차례 이상 목 통증을 경험한다고 보고했습니다. 특히,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비특이성 목 통증(Nonspecific chronic neck pain)'은 뚜렷한 해부학적 병변이나 외상이 없음에도 통증과 뻣뻣함이 지속되는 별도의 질환 범주로 분류됩니다. 유럽 통증 저널(European Journal of Pain, 2025)에 게재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목 통증의 강도가 높거나 심리적 스트레스가 동반될 경우, 단순 근육통을 넘어 지속적이고 재발하는 장애로 고착화된다고 지적합니다. 이로 인한 만성적인 피로 누적과 수면 장애는 학생들의 학습 능력은 물론 직장인의 업무 효율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며, 나아가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목 통증이 만성화되기 전에 구조적·장기적 원인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효과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습니다. ○ 근골격계 균형을 회복하는 한의 수기치료, 추나요법 만성적으로 굳어진 목 관절과 근육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한의학적 방법으로 '추나요법'이 있습니다. 국제 학술지 Integrative Medicine Research(2014)에 소개된 바와 같이,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과 신체 일부 또는 추나 테이블과 같은 보조 기구를 활용해 척추·관절·근육·인대의 비정상적인 틀어짐을 교정하고 기능을 회복시키는 대표적 한의학 수기치료입니다.2019년 추나요법에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된 이후 그 활용도는 급증했습니다. 최근 국제 학술지 BMJ Open(2025)의 대규모 청구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보험 적용 이후 근골격계 질환 환자들의 추나요법 이용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며 활용 범위가 확대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대중이 체감하는 추나요법의 임상적 효용성과 안전성이 그만큼 높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 현대적 과학연구를 통해 입증된 추나요법의 치료 효과와 경제성 추나요법의 효과는 경험적 차원을 넘어, 엄격하게 설계된 현대 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국제 저명 학술지에 그 효용이 객관적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첫째, 기존 일반 치료 대비 우월한 통증 감소 효과입니다. 저명 의학 저널 JAMA Network Open(2021)에 발표된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은 만성 목 통증 환자에게 5주간 추나요법을 시행한 결과, 진통제와 물리치료 중심의 일반 치료군보다 목 통증과 기능 장애 지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되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교통사고로 인한 급성 목 통증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Journal of Integrative Medicine, 2026)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되어, 추나치료가 급성 및 만성 통증 모두에서 유용한 치료임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장기적인 비용-효용성입니다. 통증이 줄어들면 환자가 병원을 찾는 횟수와 결근율이 감소합니다.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Medicine에 실린 2022년 비용-효용 연구에서는 추나요법이 일반 치료에 비해 초기 치료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환자의 삶의 질 향상(QALY)과 사회적 비용 절감을 고려할 때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적으로 유리한 치료 대안임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셋째, 최신 뇌 영상(fMRI)을 통한 통증 억제 기전의 규명입니다. 단순히 굳은 근육을 푸는 것을 넘어, Frontiers in Neurology에 2024년 발표된 휴식 상태 fMRI 연구는 추나치료가 통증성 경추증 환자의 대뇌에서 통증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특정 뇌 영역의 비정상적인 활성도를 정상화한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이는 추나요법이 뇌 신경망의 가소성(plasticity)을 조절하여 만성 통증의 악순환을 중추신경계 수준에서 억제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 일상에서 실천하는 바른 목 건강 관리와 융합적 접근 한의사의 전문적인 교정 치료와 더불어 환자 스스로의 적극적인 생활 관리가 병행될 때 목 통증은 효과적으로 관리될 수 있습니다. JAMA Network Open (2022)의 최신 연구는 수기치료 단독 시행보다 근력 강화와 스트레칭이 결합된 적절한 운동요법을 병행했을 때 통증 감소와 목 기능 회복이 훨씬 극대화됨을 보였습니다. 일상생활에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거나 목을 길게 빼고 모니터를 응시하는 자세를 피해야 합니다. 귀와 어깨의 중심선이 일치하도록 턱을 가볍게 당긴 자세를 유지하고, 매시간 자리에서 일어나 목과 어깨를 부드럽게 늘려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꾸준한 스트레칭과 규칙적 휴식에도 불구하고 목과 어깨에 해소되지 않는 통증이 몇 주 또는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지체 없이 전문적인 한의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추나요법을 통해 목의 균형을 회복하고 만성 통증을 해소하여 건강한 학습과 업무 환경으로 빠르게 복귀하시기를 기대합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1.El-Allawy A, Hecht N, Luedtke K, Schleicher P, Weidner N, Kötter T. Clinical Practice Guideline: Nonspecific Neck Pain. Dtsch Arztebl Int. 2025 Oct 3;122(20):552-557. doi: 10.3238/arztebl.m2025.0119 2.Yu CWG, Wongwitwichote K, Mansfield M, Deane JA, Devecchi V, Falla D. Physical and Psychological Predictors for Persistent and Recurrent Non-Specific Neck Pain: A Systematic Review. Eur J Pain. 2025 Nov;29(10):e70168. doi: 10.1002/ejp.70168 3.Park TY, Moon TW, Cho DC, Lee JH, Ko YS, Hwang EH, Heo KH, Choi TY, Shin BC. An introduction to Chuna manual medicine in Korea: History, insurance coverage, education, and clinical research in Korean literature. Integr Med Res. 2014 Jun;3(2):49-59. doi: 10.1016/j.imr.2013.08.001 4.Baek GG, Ha IH, Lee YJ, Shin YJ, Shin BC. Analysis of the utilisation of Chuna manual therapy for musculoskeletal disorders after its coverage under national health insurance in Korea: a retrospective analysis. BMJ Open. 2025 Aug 8;15(8):e094099. doi: 10.1136/bmjopen-2024-094099 5.Lee J, Cho JH, Kim KW, Lee JH, Kim MR, Kim J, Kim MY, Cho HW, Lee YJ, Lee SH, Shin JS, Prokop LL, Shin BC, Ha IH. Chuna Manual Therapy vs Usual Care for Patients With Nonspecific Chronic Neck Pain: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Netw Open. 2021 Jul 1;4(7):e2113757. doi: 10.1001/jamanetworkopen.2021.13757 6.Choi SW, Kim KH, Yoon JY, Lee SW, Park JW, Hong HW, Kyeong DH, Kim MK, Kim SN, Kim CY, Lee YJ, Lee JH, Kim JY, Ha IH. Effectiveness and safety of manual therapy for inpatients with traffic accident-induced acute neck pain: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 Integr Med. 2026 Jan;24(1):81-89. doi: 10.1016/j.joim.2025.10.008 7.Ha IH, Kim ES, Lee SH, Lee YJ, Song HJ, Kim Y, Kim KW, Cho JH, Lee JH, Shin BC, Lee J, Shin JS. Cost-Utility Analysis of Chuna Manual Therapy and Usual Care for Chronic Neck Pain: A Multicenter Pragmatic Randomized Controlled Trial. Front Med (Lausanne). 2022 May 11;9:896422. doi: 10.3389/fmed.2022.896422 8.Song S, Fang Y, Wan X, Shen L, Hu Y, Lu C, Yue T, Chen L, Chen J, Xue M. Changes of regional brain activity following Tuina therapy for patients with painful cervical spondylosis: a resting-state fMRI study. Front Neurol. 2024 Sep 13;15:1399487. doi: 10.3389/fneur.2024.1399487 9.Cheng ZJ, Zhang SP, Gu YJ, Chen ZY, Xie FF, Guan C, Fang M, Yao F. Effectiveness of Tuina Therapy Combined With Yijinjing Exercise in the Treatment of Nonspecific Chronic Neck Pain: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Netw Open. 2022 Dec 1;5(12):e2246538. doi: 10.1001/jamanetworkopen.2022.46538 ▣ 최윤용 ◇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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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 칼럼] 스마트폰 시대의 굽은 목, 만성 목 통증을 해결하는 추나요법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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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정월 대보름에 나타난 하늘의 쇼 ‘블러드문’, 옛 기록에도 있었다
- [교육연합신문=원선재 학생기자] 지난 정월 대보름 밤, 하늘에서는 달이 붉게 물드는 ‘블러드문(적색월식)’ 현상이 관측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평소와 달리 붉은빛을 띠는 달의 모습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블러드문은 월식, 그중에서도 개기월식이 일어날 때 나타난다. 지구가 태양과 달 사이에 위치하면서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데, 이때 지구 대기를 통과한 빛이 굴절되며 붉은 색만 달에 도달하게 된다. 그 결과 달이 붉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개기월식 현상은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관측돼 기록으로 남아 있다. 대표적으로 삼국사기에는 신라 시대에 달이 사라지거나 붉게 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당시 사람들은 이를 하늘의 징조로 여겨 왕이나 나라에 중요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조선왕조실록에도 월식에 대한 기록이 자세히 남아 있어, 우리 조상들이 천문 현상을 꾸준히 관찰해 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정월 대보름과 블러드문이 겹치면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정월 대보름은 한 해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전통 명절로, 둥근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풍습이 있다. 붉은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경험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옛날 사람들도 이런 달을 보고 기록을 남겼다고 생각하니 신기했고 과학이랑 역사가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이번 블러드문은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 과학과 역사, 그리고 전통이 함께 어우러진 특별한 경험이 됐다. 앞으로도 하늘의 변화를 관심 있게 관찰하며 그 의미를 생각해 보는 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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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정월 대보름에 나타난 하늘의 쇼 ‘블러드문’, 옛 기록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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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리더스] 케이원에코텍(주) 김종학 대표
-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AI 안전관리 시대, 수영장은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 “사람의 눈을 넘어, 기술이 생명을 지키는 시대를 열겠다” 케이원에코텍(주) 김종학 대표는 “이제 안전은 경험이 아니라 데이터와 기술로 관리해야 하는 시대”라며, “특히, 수영장은 AI 적용이 가장 시급한 고위험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이 물속에서 배우는 시간은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가장 소중한 순간”이라며, “그 시간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고 계신 모든 교사와 현장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한, “기술은 차갑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사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따뜻한 도구”라며, “아이들의 작은 위험 신호 하나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더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데 책임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종학 대표는 “아이들이 안심하고 물에 들어갈 수 있는 세상, 부모님이 걱정 없이 아이를 보낼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케이원에코텍은 그 길에서 가장 먼저 움직이는 기업이 되겠다.”라고 전했다. ■ “정책은 AI, 현장은 육안… 간극 해소 시급” 김종학 대표는 정책과 현장의 괴리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정부 정책은 AI 기반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지만, 실제 수영장 현장은 여전히 사람의 눈에 의존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이어 “익수 사고는 수 초 내 발생하는 만큼, 기존 방식으로는 구조적으로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현재의 안전관리 방식은 사고를 사람이 발견하기를 기다리는 구조다.”라며,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사고 예방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 케이원에코텍, AI 안전관리 기술 선도 케이원에코텍(주)는 환경·안전 기술 기반 기업으로, AI 영상 분석과 데이터 기반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을 개발·운영하는 전문 기업이다. 특히, 수영장, 체육시설, 공공 안전 환경 등 고위험 공간에 적용 가능한 차세대 스마트 안전관리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케이원에코텍의 AI 영상 분석과 데이터 기반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은 ▲AI 기반 익수 위험 실시간 감지 ▲비정상 행동 및 움직임 패턴 분석 ▲장시간 정지 상태 자동 인식 ▲위험 상황 즉시 경고 및 관리자 연동 ▲24시간 무중단 모니터링 시스템 ▲사각지대 최소화 및 데이터 기반 안전 분석을 통해 안전한 수영장을 구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케이원에코텍의 AI 기반 첨단 안전관리 시스템은 수영장 등 고위험 공간에 대해 ▲단순 감시→사전 예방형 안전관리 전환 ▲인력 의존→AI·데이터 기반 판단 시스템 구축 ▲경험 중심→정량적 위험 분석 체계 구현을 통해 안전사고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시스템을 접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케이원에코텍의 기술은 단순한 감시 시스템이 아니라, '사고를 미리 감지하고 차단하는 예방형 안전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 공공·교육 분야 적용 확대 필요성 케이원에코텍의 AI 안전관리 기술은 다음과 같은 분야로 확장 가능하다. 특히, 생존수영 교육을 수행하고 있는 수영장, 학교 체육시설 및 실내 체육관공공 수영장 및 생활체육시설 스마트시티 안전 인프라 등에 도입이 시급한 시점이다. 김 대표는 “특히, 교육 현장에서의 적용은 학생 안전 확보뿐 아니라 교사의 부담을 줄이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놓칠 수밖에 없는 위험을 보완하는 기술이다.”라며, “수영장과 같은 환경에서는 AI 기반 감지 시스템이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안전 기준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 “교사 책임 구조, 시스템으로 바꿔야” 김종학 대표는 “현재는 사고 발생 시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AI 기반 안전관리 체계를 도입하면 위험 감지와 대응이 체계화되면서 교사의 부담을 줄이고, 동시에 안전 수준을 높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기술이 부족한 시대가 아니다. 기술은 준비됐다. 남은 문제는 도입 여부에 대한 정책적 결단”이라며, “AI 안전 시스템 도입을 미루는 것은 위험을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 “부산이 시작하면 전국이 바뀐다” 김 대표는 정책 방향에 대해 “부산이 AI 기반 수영장 안전관리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면, 전국 확산 모델이 될 수 있다. '시범 도입→효과 검증→정책 반영→전국 확산'의 구조를 통해 전국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지금이 바로 전환의 골든타임이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김종학 대표는 "생존수영 교육은 확대됐지만, 안전관리 체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아이들의 생명을 사람의 눈에만 맡겨서는 안된다. 이제는 사람의 오감에 의존하는 원시적인 안전 대책에서 탈피해 기술이 책임지는 안전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김종학 ◇ 케이원에코텍(주) 대표이사 ◇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 특허청장상 수상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 수상 ◇ 중소벤처기업부장관표창 수상 ◇ 대한민국 독도홍보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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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리더스] 케이원에코텍(주) 김종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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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흰옷을 입은 민족, 그 오래된 빛의 기억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3·1운동의 사진을 떠올려보자. 거리마다 모여든 군중은 손에 태극기를 들고, 모두 흰옷을 입고 있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와 함께 사람들의 옷도 하얗게 빛났다. 일제 당국은 이 장면을 경계했다. 흰옷은 너무나 눈에 잘 띄었고, 동시에 민족의 상징으로 번져갔다. 그래서 일제는 ‘백의(白衣) 금지령’을 내려 흰옷을 입지 못하게 하려 했다. 그러나 흰옷은 사라지지 않았다. 왜일까? 흔히 “우리 민족은 가난해서 흰옷만 입었다”, “염색 기술이 부족해서 그렇다”라는 말을 들었다. 또 어떤 이는 “상복을 오래 입는 풍습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설명은 어딘가 부족하다. 과연 흰옷이 단순히 염색 비용을 아낀 가난의 상징이었을까? 아니면 상복의 연장이었을까? 흰옷 숭상이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훨씬 더 오래된 관념 즉, 태양과 광명에 대한 숭배에서 비롯되었다 □ 갑골문 속 ‘白’자의 비밀 먼저 문자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白(백)’의 갑골문과 소전(小篆) 형태를 보면, 그 기원은 흥미롭다. 글자는 해(日)와 닮아 있으면서도 그 위에 빛줄기 같은 표상을 얹은 모습이다. 다시 말해, ‘白’은 원래 햇빛, 특히 정오의 눈부신 빛을 상징했다는 것이다.([그림 22] ‘白’ 참조) 물론 다른 해석도 많다. 어떤 이는 쌀알을 본뜬 것이라 하고, 어떤 이는 촛불, 또 어떤 이는 누에고치라 말한다. 그러나 ‘日(해)’과의 관계, 선사시대 제천 맥락을 고려할 때 ‘광명 → 흰색’으로 읽는 해석이 훨씬 더 설득력 있다. 흰색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태양이 내리쬐는 찬란한 빛 그 자체였다.([그림 22] ‘日’ 참조) □ 태생의 빛, ‘소(小)’자의 단서 청동기 문자 가운데 ‘小(소)’의 초기형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학자들은 이 글자의 원형을 태반이나 탯줄과 연결 짓는다. 아이가 태어날 때 맺는 탯줄, 그 창백한 빛깔에서 ‘흰색’의 의미가 비롯되었다는 해석이다. 결국 ‘흰색’은 태어남과 빛, 생명의 상징과 이어진다. 이처럼 문자 속에서 흰색은 처음부터 신성하고 생명적인 의미를 지녔다. □ 은나라에서 조선까지 흰색의 역사적 전승 문자학적 단서가 흰색과 태양을 이어준다면, 역사 기록은 이 관념이 실제 사회 풍습으로 이어진 과정을 보여준다. 중국 고대의 은(殷, 상)나라는 흰색을 신색(神色)으로 삼았다. 제천 의식과 왕실 제사에서 흰색이 신성한 색으로 쓰였다. 이 관습은 은나라의 후손으로 여겨지는 부여, 그리고 고구려·백제·신라로 이어졌다고 한다. 『삼국지』에는 부여인이 흰옷을 즐겨 입었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고려사, 그리고 『세종실록』에도 흰옷에 대한 언급이 이어진다. 백의 민족이라는 인식은 단절되지 않고 기록 속에 계속 이어졌다. □ 오행과 색채 정치 그렇다면 왜 은은 흰색을, 주는 붉은색을 숭상했을까? 이는 고대 중국의 색채 정치, 즉 오행 사상과 관련 있다. 오행에서 흰색은 서쪽과 금(金)을 상징하고, 붉은색은 남쪽과 화(火)를 상징한다. 은은 흰색을, 주는 붉은색을 통해 각기 자신들의 정치적·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냈다. 조선에 들어오면 흰옷은 여전히 민중의 삶 속에 자리했지만, 동시에 국가 권력은 색을 통제하려 했다. 푸른색 염색을 금지하거나, 특정 계급만이 특정 색을 입게 하는 제도적 규제가 시행되었다. 그러나 그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흰옷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 단순한 경제적 이유일까? 여기서 반론이 제기된다. “조선 사람들은 가난해서 흰옷을 입은 것 아니냐?” 염색에는 비용이 들고, 흰옷은 값이 싸니 자연히 대중화되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반론은 “조선은 상복을 중시했으니 흰옷 풍습은 상복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난이나 상복으로는 왜 왕실과 제사에서조차 흰색이 신성하게 쓰였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또한 왜 이웃 민족들과 달리 한민족은 지속적으로 흰옷을 고집했는지도 풀리지 않는다. 기후나 지역적 조건만으로는 더더욱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문자·제천·왕실 풍습에서 이어진 ‘광명 숭배’의 일관성이 이런 현상을 더 잘 설명해 준다. 흰옷은 가난의 표지가 아니라, 태양의 빛을 입는 행위였다. □ 근대의 백의는 저항과 정체성의 상징 이 오래된 관념은 근대에 들어와 또 다른 의미로 부활한다. 일제강점기, 흰옷은 항일 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3·1운동의 군중이 흰옷을 입고 거리를 메운 장면은 세계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일제는 이를 두려워했고, 그래서 백의 착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흰옷은 여전히 민족 정체성과 저항의 코드로 살아남았다. 즉, 흰옷은 단순한 의복의 선택이 아니라, 민족의 영혼이 담긴 문화적 표상으로 기능했다. □ 오늘날 흰옷의 의미 오늘날 우리는 예복이나 제례에서조차 흰옷을 자주 입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인의 무의식 속에 흰색은 특별하다. 결혼식의 드레스, 장례식의 상복, 국기와 체육대회 단체복까지 흰색은 여전히 ‘순수·광명·정화’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다. 흰옷은 단순한 옷감의 색깔이 아니라, 오랜 역사와 문화적 기호가 응축된 상징이다. 그것은 태양의 빛을 입고자 했던 제천의 기억이고, 왕실과 민중이 공유한 신성의 색이었으며, 근대에는 저항과 정체성의 옷이 되었다. □ 맺으며 흔히 우리는 “흰옷 입은 민족”이라는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그 뿌리를 따라가면 태양 숭배와 제천, 문자와 왕실 제사, 색채 정치와 항일 저항이 서로 얽힌 깊은 역사를 발견한다. 흰옷은 가난의 흔적이 아니라, 광명과 신성의 표상, 그리고 민족적 정체성의 상징이었다. 오늘 우리가 흰옷을 입을 때, 비록 그 의미를 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우리의 몸은 이미 수천 년 이어온 빛의 전통을 다시 입고 있는 것이다. 흰옷은 단순히 눈에 띄는 색이 아니라, 한민족이 기억 속에서 지켜온 빛의 언어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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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흰옷을 입은 민족, 그 오래된 빛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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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칼럼] AI의 시대, 다시 인문학의 시간을 걷다
- [교육연합신문=김춘식 칼럼] 불과 몇 년 전까지 교육 현장과 우리 사회는 '코딩', '3D프린팅', '메타버스'라는 기술적 주문(呪文)에 함몰되어 있었다. 모든 교육의 지향점은 기계적 숙련도에 매몰되었고, 대학의 인문학은 취업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숨을 죽인 채 고사(枯死) 위기에 내몰렸다. 그러나 2026년 오늘, 우리는 거대한 역설의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정점에 다다를수록 세상은 오히려 가장 ‘인간다운 것’을 강력하게 호출하고 있으며, 인문학적 사유와 소통 능력이 기술적 기량을 압도하는 핵심 자본이 되는 ‘인류사적 디지털 르네상스’가 그 서막을 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담론이 아닌 실증적 지표로 증명되고 있다. AI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는 최근 “이제 가장 핫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인간의 언어”라고 단언했다. 복잡한 코딩 언어보다 문제를 정의하는 ‘비판적 사고력’과 협업을 이끌어내는 ‘공감 능력’이 AI 활용의 성패를 가른다는 뜻이다. 실제로 뉴욕 연방준비은행(New York Fed)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이공계 전공자의 실업률(5.9~7.2%)보다 인문학 전공자의 실업률(3.0~3.8%)이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이는 기술의 유효기간이 급격히 짧아지는 시대에 특정 기술에만 매몰되기보다, 변화하는 환경을 유연하게 읽어내고 맥락을 짚어내는 인문학적 소양이 노동시장에서 훨씬 더 높은 생존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파편화된 정보를 엮어 통찰을 만드는 능력이 AI 시대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 셈이다. 한국 교육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며 2023년 이래 ‘국제 컴퓨터·정보 소양 연구(ICILS)’ 등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어 왔다. 하지만 자부심 이면에 도사린 과제는 무겁다. 이제는 하드웨어의 확충을 넘어 그 안을 채울 ‘질적 소프트웨어’, 즉 교육의 본질을 혁신해야 한다. 기술 도입에 앞서 ‘비판적 미디어 수용 능력’을 최우선 가치로 세워야 하며,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기술이 사회와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성찰하게 하는 교육 모델로의 전격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시급한 실천은 교사의 역할 재정의다. 지식의 전달은 AI가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겠지만, 학생의 윤리적 판단력을 길러주고 기술적 한계를 비판적으로 조망하게 하는 것은 오직 인간 교사만이 가능하다. 교사는 이제 지식 공급자가 아니라 인문학적 성찰을 이끄는 ‘조력자’이자 기술의 오남용을 막는 ‘윤리적 등대’가 되어야 한다. 교육 현장은 이제 단순히 기기를 다루는 법이 아니라, AI의 결과물을 의심하고 재해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질문의 장'으로 변모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성찰을 넘어 구체적인 교육 혁신에 나서야 한다. 첫째, 교과 과정을 기술 습득과 더불어 인문학적 사유와 비판적 글쓰기를 동시에 함양할 수 있는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둘째, AI 학습 도구 활용 시 기술적 오류와 편향성을 탐색하는 ‘디지털 혹은 인공지능 문해력(AI Literacy)’ 교육을 정규 과정에 전면 배치해야 한다. 셋째, 정답을 찾는 경쟁보다 인간과 기술의 공존 방안을 모색하는 프로젝트형 인문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교육적 실천은 교실의 담장을 넘어 사회적 연대로 확장되어야 한다. AI가 가져올 고용 구조의 변화와 윤리적 혼란은 어느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학·연이 머리를 맞대어 인문학적 통찰이 기술 개발의 가이드라인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민사회가 기술의 공공성을 감시하는 역량을 키울 때 비로소 우리는 기술에 매몰되지 않는 단단한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다. 인문학적 가치는 결코 먼지 쌓인 옛 유물이 아니라, AI 시대를 당당하게 헤쳐 나갈 가장 품격 있는 삶의 전략이다. 우리가 고유한 인간성을 잃지 않으면서 거센 기술의 파도를 넘는 주체가 될 때, 비로소 교육은 그 존재의 이유와 근본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교육 현장의 체질을 인문학적 성찰 중심으로 유연하게 바꾸는 실천이 필요하다. 그것이 이 시대 인문학이 우리에게 부여한 소중한 과업이자,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는 미래를 열어가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 김춘식 ◇ 동신대학교 교수 ◇ 교육연합신문 논설위원 ◇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한국독일네트워크(ADeKo) 이사 겸 인문교육위원장 ◇ 2024 칼만 해외석학 ◇ 前국가교육위원회 전문위원 ◇ 前한국전문대학평가인증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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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칼럼] AI의 시대, 다시 인문학의 시간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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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요즘 교육 현장에서 가장 핫(Hot)한 말
-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최근 학교 현장에서 유행하는 말이 이제는 사회 곳곳에서도 널리 유행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실, 중학교 수행평가 시간, 고등학교 탐구 보고서 지도 현장, 심지어 대학 강의실까지 관통하는 가장 ‘핫(hot)한 말’이 있다. 바로 “이건 AI한테 물어보면 돼요”이다. 이를 조금 변주하면 “챗GPT에 돌려봤어요”, “프롬프트 이렇게 쓰면 답 잘 나와요”, “AI랑 같이 했어요”이다. 이 짧은 문장들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다. 지금 교육이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을 잃고 무엇을 다시 찾아야 하는지를 은근히 고백하는 시대의 은유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말이 뜨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아는 것’의 시대가 끝났기 때문이다. 과거 교실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말은 “외워라”, “정답은 이것이다”였다. 그러나 지금 학생들은 이미 알고 있다. 정답은 더 이상 찾기 어려울 정도로 희소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AI는 질문만 던지면 즉시 설명하고, 요약하고, 비교하고, 심지어 글까지 써 준다. 그래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묻는다. “굳이 이걸 외워야 하나요?” 그리고 그 질문 끝에는 늘 이 말이 따라온다. “AI가 다 해주는데요~” 이 말은 게으름, 나태함의 선언이 아니라, 지식 중심 교육에 대한 조용한 저항이자 불복종이다. 이처럼 “AI한테 물어본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이제 교육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이 말이 시사하는 교육적 전환은 분명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묻느냐, 어떻게 질문을 구조화하느냐, 나온 답을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하고, 책임지느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교실에서 은근히 또 다른 말이 유행한다. “프롬프트가 중요해요.” 이 말은 교육의 중심이 지식 → 사고, 암기 → 질문, 정답 → 판단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AI는 계산기와 결코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계산기가 수학 실력을 대신해 주지 않듯, AI도 생각하는 힘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교실의 언어는 교육을 무엇에 비유하고 있는가? 바로 교육은 ‘지도’에서 ‘나침반’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AI한테 물어보면 돼요”라는 말은 교육을 하나의 비유로 바꾸어 놓고 있다. 과거 교육이 정확한 지도를 나눠주는 일이었다면, 지금 교육은 방향을 가늠하는 나침반을 알려주는 일이다. 지도는 AI가 더 잘 그린다. 하지만 어느 길을 갈지, 왜 그 길을 선택할지, 중간에 길을 바꿀 용기는 있는지, 이것은 여전히 인간의 선택 몫이다. 그래서 이 유행어는 역설적으로 교사의 역할이 사라진다는 말이 아니라, 더 깊어진다는 신호라 할 수 있다. 지금 교실에 필요한 질문은 “AI를 써도 되나요?”가 아니다. 이제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이 답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이 선택이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다시 볼 수 있는가?”, “나는 이 결과에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들은 AI가 대신 던져주지 않는다. 교육만이, 교실만이, 교사와 학생의 관계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 이제 가장 위험한 말은 이것이다. “AI 때문에 교육이 끝났다.”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AI 때문에 교육의 본질이 드러나고 있다. 요즘 교실에서 “AI한테 물어보면 돼요”라는 말의 유행은 교육의 패배 선언이 아니라, 교육이 다시 사람에게로 돌아오고 있다는 징후다. 따라서 AI시대는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를 다시금 펼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교육은 지식을 가르치는 일만이 아니라, 질문할 줄 아는 인간, 판단할 줄 아는 시민, 책임질 줄 아는 지식인을 길러내는 일이다. AI는 답을 준다. 하지만 교육은 여전히 묻는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이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한, 교육은 결코 한 시대의 유행(trend)처럼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바야흐로 교육은 질문과 선택의 시대로 깊숙이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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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요즘 교육 현장에서 가장 핫(Hot)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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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사람인가
-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모처럼 아내와 영화를 보았다. 천만 관객이 가까워지던 ‘왕과 사는 남자’였다. 지금은 천만 관객을 훌쩍 넘었다.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는 관광객이 5배로 늘었다고 한다. 줄거리는 모두 아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이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엄흥도가 줄을 당길 때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를 들었다. ‘모두가 결말을 아는 내용과 큰 반전이 없는 이 영화가 왜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하는 의아함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왜 어떤 사람은 권력 앞에서도 양심을 지킬까? 엄흥도의 선택은 단순히 왕에게 충성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한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교육에서 강조하는 도덕적 용기도 인간 존중의 마음에서 나온다. 우리는 직장, 사회적 지위, 직함 같은 여러 ‘왕관’을 쓰고 살아간다. 하지만 결국 그것을 벗고 나면 남는 것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뿐이다. 2월 28일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폭격으로 수많은 초등학생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크나큰 충격을 주었다. 얼마나 많은 피를 뿌려야 전쟁이 멈출까? 이란과 미국, 이스라엘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무차별 공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은 양쪽 지도자 모두가 정의를 말하는 것이다. 살상과 파괴를 서로의 전쟁 성과로 홍보하는 뉴스를 보면서 정의와 힘에 대하여 생각한다. 갈등과 정치적 계산으로 전쟁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정치 지도자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이었다. 도시가 파괴되고 가족이 흩어지며 어린 학생들까지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살아야 했다. 국가의 힘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주식이 곤두박질하고 세계 경제가 요동을 치고 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은 국제 뉴스의 한 장면으로 스쳐 지나가기 쉽다. 이 전쟁을 교육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 사건은 단순한 외교 현안이 아니라 문명을 가르치는 방식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세계를 어떻게 읽도록 가르치고 있는가. 영화와 전쟁 이야기가 전혀 다른 시대와 상황을 다루면서도 비슷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영화에서 권력을 잃은 왕은 인간적인 관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전쟁의 역사에서는 권력 경쟁이 얼마나 많은 시민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두 사례 모두 권력 그 자체보다 인간의 삶과 공동체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역사는 우리에게 같은 교훈을 준다. 권력은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인간의 삶보다 더 중요한 권력은 없다는 것이다.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왕과 권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세상을 조금 더 인간답게 만드는 사람들은 이름이 크게 기록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위험을 감수하고도 옳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다. 학생들이 왕의 이름이나 전쟁의 연도를 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지는 것이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사람인가?’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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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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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강강수월래, 춤추는 글자의 기원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한여름 보름달 아래, 손에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노래하고 춤추던 기억이 있는가. “강강수월래―” 소리를 높이면, 어느새 우리 몸은 노래와 하나가 되고, 둥근 원 속에서 삶의 고단함도 흩어진다. 이 단순한 원무(圓舞), 곧 손잡고 도는 춤은 어쩌면 수천 년을 이어온 인간 공동체의 원초적 몸짓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춤’이라는 글자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을까. 오늘 우리가 쓰는 ‘舞(무)’자는 갑골문에서부터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단순한 몸놀림 이상의 의미, 곧 공동체가 하늘에 기도하고 자연과 소통하던 오래된 제의적 기억이 숨어 있다. □ 팔 벌린 사람, 손에 든 도구 갑골문 속 ‘舞’는 단순하다. 두 팔을 활짝 벌린 사람의 형상(大) 위에, 양손에 나뭇가지나 깃털, 혹은 꼬리 같은 도구가 들려 있다. 이 도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어떤 이는 소의 꼬리라고 했고, 어떤 이는 깃털 장식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제의적 도구, 이를테면 바람과 비를 불러들이는 가지나 부채와 같은 기능을 가진 물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그림 21] ‘舞’ 참조) 중요한 건, 춤의 본래 모습이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양손에 든 도구는 하늘에 대한 기도, 특히 기우제와 같은 제천의식의 상징일 수 있다. 하늘을 향해 흔들고, 땅을 두드리며, 무리를 지어 돌던 춤. ‘舞’의 출발은 곧 공동체 전체가 하나 되어 하늘과 소통하던 몸짓이었다. □ 발자국이 더해지다 흥미로운 점은 글자의 변화다. 갑골문에서는 단순히 팔 벌린 사람과 도구만 그려졌지만, 금문(청동기에 새겨진 문자)과 소전에 이르러서는 새로운 요소가 추가된다. 바로 발자국이다. 글자 아래 ‘止(발자국 지)’ 모양이 덧붙으며, 이제 ‘무’는 단순히 도구를 든 사람이 아니라 발을 옮기며 움직이는 장면으로 변한다. 다시 말해, 춤은 손의 동작과 함께 발의 움직임까지 담아내며 본격적으로 ‘춤’의 의미를 확립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舞’와 ‘無(없을 무)’가 일시적으로 의미 관계를 맺은 흔적도 보인다. 어떤 제의에서는 손에 든 도구를 불 속에 던져 태움으로써 ‘없어짐’을 상징했는데, 이런 의례적 맥락이 ‘무(無)’의 뜻과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문자학적 세부는 복잡하지만, 분명한 것은 춤과 제의가 분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 춤은 제사였다 우리는 춤을 흔히 예술이나 오락으로 본다. 그러나 고대 사회에서 춤은 무엇보다 제사였다. 춤은 신과 만나는 길이었고, 공동체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의식이었다. 중국의 종묘대제 기록에는 ‘무구(舞具)’라는 도구가 등장한다. 북과 피리뿐 아니라, 춤추는 이들이 손에 들던 도구가 제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종묘제례악에서도 춤은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다만 조선시대의 종묘무는 송나라와 고려를 거쳐 들어온 양식을 계승한 것이어서, 갑골문 ‘舞’의 원형과 동일시하기에는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의식에서 춤이 빠질 수 없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춤은 곧 기도였고, 기도는 춤이었다. □ 고고학과 민속의 증언 문자의 해석을 넘어 고고학은 우리에게 더 구체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요하 지역의 우하량 유적에는 제천을 위한 원형 재단이 발견되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천원지방’ 사상을 구현한 구조다. 흥미롭게도 강화도의 참성단도 이와 유사한 형태를 보인다. 우연일까, 전승일까? 또한 중국과 티베트 일대에서는 4~5천 년 전 도자기에서 원을 그리며 춤추는 무리의 그림이 발견되었다. 사람들은 손에 손을 잡고 둥글게 선 채 발을 구르며 춤을 춘다. 이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문득 오늘날의 ‘강강수월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강강수월래가 곧 갑골문 ‘舞’의 원형이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문화는 복잡하게 전파되고 변용된다. 그러나 원무, 즉 원을 그리며 집단으로 추는 춤이 인류 보편의 오래된 제의적 몸짓이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강강수월래는 그 기억의 한국적 변주라 할 수 있다. □ 춤은 어떻게 전승되었나 고대의 춤이 제의적 기원에서 출발했다면, 이후의 역사는 수용과 변용의 과정이었다. 송나라에서 유입된 궁중무가 고려와 조선을 거쳐 종묘제례악에 자리 잡았듯, 춤은 국경과 시대를 넘어 옷을 갈아입으며 이어졌다. 고구려의 넓은 소매춤을 갑골문 ‘舞’와 직접 연결 짓는 해석도 있지만, 역사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춤이 시대마다 다른 이름과 형식을 입었어도 그 뿌리에는 늘 공동체적 기도와 제의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이 곧 춤의 본질이었다. □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이제 우리는 다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춤이 왜 필요했을까.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다. 춤은 곧 공동체의 생존과 직결되었다. 비가 와야 농사를 지을 수 있었고, 풍년이 들어야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었다. 하늘에 기도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은 몸을 흔들고, 손에 도구를 들고, 발을 구르며 춤을 췄다. 오늘 우리는 더 이상 하늘에 비를 빌기 위해 춤을 추지 않는다. 그러나 축제와 무대, 혹은 운동장에서 손에 손을 잡고 함께 노래하며 몸을 흔들 때, 우리는 여전히 같은 기억을 공유한다. 춤은 여전히 우리를 하나로 묶어준다. 강강수월래는 단순한 민속놀이가 아니다. 그것은 하늘을 향한 오래된 기도의 기억이자, 공동체가 함께 살아남고자 했던 몸짓의 유산이다. □ 맺으며 갑골문 ‘舞’는 단순히 춤을 뜻하는 글자가 아니다. 그것은 팔 벌린 사람과 양손의 도구, 그리고 발자국이 새겨진, 살아 있는 의식의 기록이다. 춤은 오락이 아니라 제사였고, 기도였다. 우하량의 재단, 강화도의 참성단, 고대 도자기의 원무, 그리고 오늘날의 강강수월래. 이 모든 것이 서로 닮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춤이 인류의 가장 오래된 언어이기 때문이다. 노래와 몸짓으로 하늘에 닿고, 서로의 마음에 닿고자 했던 몸의 언어. ‘舞’라는 글자 속에는 바로 그 언어가 새겨져 있다. 춤은 단순한 몸짓이 아니라 공동체의 기도였고, 글자는 그 기도를 잊지 않기 위한 도구였다. 수천 년이 흘러도 우리는 여전히 그 글자 속 발자국을 따라 걷고 있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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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강강수월래, 춤추는 글자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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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탐방] 부산학교안전공제회, 교원보호공제사업 지원 범위 확대
-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체험 중심 교육이 확대되면서 학교 밖 교육활동의 안전 관리가 교육 정책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부산이 학생과 교직원을 동시에 보호하는 새로운 학교안전 모델을 제시하며 전국 교육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학교안전공제회가 시행한 ‘여행자공제사업’은 학생 안전과 교사 보호, 행정 부담 완화를 동시에 담아낸 부산형 학교안전 정책으로 평가된다. 부산광역시교육청(교육감 김석준)은 부산학교안전공제회(이사장 이득재)가 ‘여행자공제사업’을 지난 3월 1일부터 본격 시행하며 학교 밖 교육활동 안전 지원 체계를 한층 강화했다고 3월 14일 밝혔다. 이번 여행자공제사업은 현장체험학습과 수학여행 등 교외 교육활동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와 질병에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특히, 기존 공제제도에서 보상되지 않았던 항목을 포함해 총 8개 항목의 보장 체계를 새롭게 구축함으로써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 보호 범위를 크게 확대했다. 신설된 보장 항목은 ▲비급여항목 치료비 ▲질병 치료비 ▲질병사망 위로금 ▲특정 전염병 위로금 ▲식중독 위로금 ▲재물손해 ▲긴급조치비 등이며 여기에 후유장애 보장 확대까지 포함됐다. 특히, 재물손해 보장에는 휴대전화와 안경 등 개인 소지품까지 포함돼 실제 학교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보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 제도는 부산지역 유치원·초·중·고 학생과 교직원 등 수십만 명이 학교 밖 교육활동을 진행할 때 적용되는 안전 보장 체계로, 학교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 학교현장 행정 부담도 완화 그동안 학교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을 진행할 때마다 학교가 직접 보험사에 여행자보험을 가입해야 하는 행정 절차가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교사와 행정 담당자의 업무 부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번 여행자공제사업 시행으로 부산학교안전공제회가 공제 보장을 지원하게 되면서 학교 현장의 행정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공제회 차원의 통합 관리 체계를 통해 사고 발생 시 보다 신속한 대응과 지원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 학생 안전 중심 공제사업 확대 부산학교안전공제회는 최근 학생 안전을 위한 공제사업 확대와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학교 밖 교육활동이 증가하는 교육 환경 변화에 대응해 학생 안전 보장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교육계에서는 이러한 정책을 두고 학생 안전을 실질적으로 강화한 공제 정책 성과이자 전국 시·도 학교안전공제회 가운데 선도적인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이 증가하는 교육 환경에서 학교 안전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부산이 이러한 정책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면서 향후 전국 학교안전 정책의 모델로 확산될 가능성도 기대되고 있다. ■ 교사 보호 위한 현지 경호 지원도 부산학교안전공제회는 학생 안전뿐 아니라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지원 체계도 함께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교권 침해나 위협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위협대처서비스(경호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현지 경호 인력을 투입해 교사의 신변 보호와 교육활동 안전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분쟁 발생 시 변호사 상담과 분쟁 조정 지원, 심리 상담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교사가 안정적으로 교육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학교안전은 제도가 아니라 현장에서 완성” 이득재 이사장은 “학교 밖 교육활동은 학생들에게 교실을 넘어 세상을 배우는 중요한 교육 과정이다. 무엇보다 안전이 확보되어야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 이사장은 학교안전 정책의 핵심을 ‘현장 체감형 안전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도에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번 여행자공제사업 역시 학교 현장의 요구와 교육환경 변화에 대응해 마련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이 안심하고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제 지원 체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도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학교 안전은 단순한 제도 구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부산학교안전공제회가 학생과 교직원을 지키는 든든한 안전망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교권 보호는 교육의 기본 원칙” 이득재 이사장은“교원의 교육활동이 존중받고 보호받는 환경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학교 교육의 질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며, “교권 보호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교육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학교안전공제회는 단순한 보상 기관을 넘어 교원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안전망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전문가가 학교 현장을 직접 찾아가 분쟁을 조정하고 법률·심리 지원을 확대하는 등 현장 중심의 교원 보호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 부산형 교원 보호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산학교안전공제회의 교원보호공제사업 확대는 교권 보호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교육 현장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며, 향후 전국 교원 보호 정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모델로 확산될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 부산형 학교안전 모델 부산학교안전공제회가 추진하는 학교안전 정책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학교 밖 교육활동 여행자공제사업 도입 ▲기존 미보장 항목 포함 보장 범위 확대 ▲휴대전화·안경 등 개인 소지품 재물손해 보장 ▲사고 발생 시 통합 대응 체계 구축 ▲교권 보호 위한 경호서비스 지원 ▲분쟁 조정·변호사 상담·심리 상담 교사 지원 프로그램 운영 교육계에서는 이러한 정책이 학생 안전, 교사 보호, 학교 행정 부담 완화를 동시에 담아낸 새로운 학교안전 모델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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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탐방] 부산학교안전공제회, 교원보호공제사업 지원 범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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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칼럼] 봄바람과 함께 찾아온 불청객, 알레르기 비염의 과학적 관리
- [교육연합신문=최윤용 칼럼] ○ 새학기 숨길을 막는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 차가운 겨울 바람이 물러가고 따뜻한 봄기운이 피어나는 3월입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콧물과 재채기, 코막힘으로 인해 두려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15%가 이 알레르기 비염(allergic rhinitis)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 질환은 코 점막이 꽃가루, 먼지 등 특정 항원에 과민 반응을 일으켜 점막 장벽이 손상되고 제2형 도움 T세포(T-helper type 2) 매개 염증이 발생하는 면역 질환입니다. ○ 계절 탓으로 돌린 코막힘, 수면과 학습을 위협하는 전신 질환 많은 분들이 알레르기 비염을 "봄철에만 잠깐 견디면 되는 병" 혹은 "증상이 심할 때 개인적으로 항히스타민제를 구입하여 복용하면 되는 가벼운 질환"으로 오해합니다. 하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천식, 습진, 만성 부비동염(축농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만성적인 두통과 수면 장애를 유발하게 됩니다. 특히 새 학기를 맞은 학생들에게 코막힘으로 인한 수면의 질 저하는 집중력과 학습 능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요인이 됩니다. 알레르기 비염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불치병이거나 반드시 수술을 해야만 낫는 질환이라는 오해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알레르기 비염은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병행될 경우 예후가 비교적 좋은 질환으로 평가되며, 적절한 관리를 통해 증상의 완전한 소실 및 원인 노출 종료 후 치료를 마칠 수도 있습니다. 호전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주된 이유는 알레르기 비염이 불치병이기 때문이 아니라, 치료가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거나 원인 항원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레르기 비염은 단순한 코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 전반의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전신 질환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습니다. ○ 최신 연구에서 제안하는 한의 치료의 면역 조절 효과 한의 치료는 증상의 일시적인 억제를 넘어, 무너진 코 점막의 환경을 개선하고 면역 체계의 균형을 되찾는 방향으로 알레르기 비염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용 기전과 효과는 국제 점차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들을 통해 점점 더 자세하게 규명되고 있습니다. 첫째, 비강 내 침 치료의 즉각적인 점막 안정화 효과입니다. 2023년 출판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에 따르면, 코 주변의 특정 부위에 시술하는 침 치료가 만성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증상 개선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또한, 베이지안 통계기법을 활용하여 여러 임상시험 결과를 합성한 메타분석 연구를 통해서도 다양한 침 치료 기법이 비염 증상을 유의미하면서도 안전하게 완화할 수 있다는 결과가 확인되었습니다. 둘째, 다양한 호흡기 질환에 오랜 기간 활용되어 온 한약의 면역 조절 및 항염증 효과입니다. 예컨대, 2022년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맑은 콧물과 재채기를 동반하는 비염에 현재도 널리 활용되는 한약 ‘소청룡탕’이 뛰어난 유효성과 안전성을 보였습니다. 더불어, 호흡기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에게 쓰이는 '옥병풍산'의 경우, 2025년의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통해 관련 질환에 자주 시달리는 비염 환자에게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2026년 발표된 최신 임상-실험 중개연구 (translational research)에서는 이 옥병풍산 기반 코 점적액(nasal drops)이 점막의 염증 매개 경로를 억제하고, 면역 세포(Th17/Treg)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작용에 대해 분자생물학적 수준에서 그 기전을 규명해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호흡기 건강 관리법 봄철 비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활 속 적극적인 환경 관리가 1차 치료법으로 동반되어야 합니다.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에는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사용하여 외부 항원의 실내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내 주요 항원인 집먼지진드기의 번식을 막기 위해 제습기 등을 활용하여 실내 습도를 30~50%로 유지해야 합니다. 아울러 반려동물이 있다면 침실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침실과 주요 활동 공간에 고효율 공기청정 필터를 가동하여 공기 중의 항원을 제거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외출 후에는 등장성 또는 고장성 생리식염수를 이용하여 비강 내부를 세척하면 점막에 붙은 항원을 물리적으로 제거하여 증상 중증도를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습니다. 각별히 주의해야 할 점은 무분별한 약물 오남용입니다. 개인이 임의로 판단하여 의료진의 처방 없이 국소 비강 충혈제거제(코막힘 스프레이) 등을 장기간 남용할 경우, 오히려 코 점막이 비대해지고 기능이 망가지는 약물유발성 비염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비염은 단순한 코의 불편함을 넘어 삶의 질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복합 면역 질환입니다. 따라서 막연히 임의로 약물을 활용하기보다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철저한 생활 환경 관리와 함께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에 따른 맞춤 치료를 병행하여 건강한 호흡을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 참고문헌 (References) 1. Bernstein JA, Bernstein JS, Makol R, Ward S. Allergic Rhinitis: A Review. JAMA. 2024 Mar 12;331(10):866-877. doi: 10.1001/jama.2024.0530 2. Yin Z, Geng G, Xu G, Zhao L, Liang F. Acupuncture methods for allergic rhinitis: a systematic review and bayesian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Chin Med. 2020 Oct 12;15:109. doi: 10.1186/s13020-020-00389-9 3. Liu LL, Gong Z, Tang L, Yan ZF. A novel and alternative therapy for persistent allergic rhinitis via intranasal acupuncture: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Eur Arch Otorhinolaryngol. 2023 Jun;280(6):2773-2783. doi: 10.1007/s00405-022-07793-x 4. Yan Y, Zhang J, Liu H, Lin Z, Luo Q, Li Y, Ruan Y, Zhou S. Efficacy and safety of the Chinese herbal medicine Xiao-qing-long-tang for allergic rhiniti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J Ethnopharmacol. 2022 Oct 28;297:115169. doi: 10.1016/j.jep.2022.115169 5. Lin ZX, Ho TM, Xian YF, Chan KL, Xu QQ, Lo CW, Wu JCY, Hon KL, Leung SB, Chia CP, Sum CH, Chow TY, Cheong PK, Ching JYL, Zhang H, Leung KC, Lin WL. Exploring the efficacy and safety of Yu-Ping-Feng powder with variation against allergic rhinitis: a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trial. Chin Med. 2025 May 26;20(1):70. doi: 10.1186/s13020-025-01120-2 6. Hu Y, Fu L, Ren Q, Wang F, Luo H, Li J, Wang X, Tian L. Yu-Ping-Feng nasal drops relieve allergic rhinitis via TRPV1/Ca2+/NFAT pathway. J Ethnopharmacol. 2026 Jan 30;355(Pt A):120618. doi: 10.1016/j.jep.2025.120618 ▣ 최윤용 ◇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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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칼럼] 봄바람과 함께 찾아온 불청객, 알레르기 비염의 과학적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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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학교를 이끄는 새로운 교육 리더십의 필요와 중요함
-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현시대 우리의 학교 교육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교육 리더십’은 무엇인가? 이는 한 마디로 더 이상 교장을 정점으로 한 지시와 통제의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유리처럼 투명하게 학생·학부모·교사의 깨지지 않는 신뢰의 구조를 세우는 일이다. 이는 국가 경영의 입장에서는 무신불립(無信不立)과 같은 맥락이다. 정보는 넘치지만 방향은 흐릿한 시대, 성적은 높아졌지만 배움의 의미는 옅어진 우리 학교의 현실 속에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에서는 다시 지금 학교를 이끄는 새로운 교육 리더십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보다 구체적으로 진술하고자 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교육이 효율과 표준화를 중심으로 발전했다면, 오늘날의 교육은 연결과 공감, 그리고 자율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세계적 교육 혁신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High Tech High는 교장을 ‘관리자’가 아니라 ‘학습 설계자’로 규정한다. 그들은 학생에게 프로젝트를 맡기고, 교사에게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자율권을 부여한다. 리더는 간섭하지 않는다. 대신 “이 배움이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가?”라고 질문한다. 그 질문이 일부의 학교를 바꿔 왔고 이제는 모든 학교로 보편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인 요구가 되었다. 교육 선진국 핀란드의 교육 개혁을 이끈 Pasi Sahlberg는 “신뢰는 정책이 아니라 문화다.” 라고 말했다. 핀란드의 학교에는 전국 단위 일제고사가 거의 없다. 대신 교사 전문성에 대한 깊은 존중과 신뢰가 있고 그에 합당한 대우가 있다. 리더는 교사를 통제하지 않는다. 교사의 성장을 지원할 뿐이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학생은 시험을 위해 공부하지 않고, 삶을 위해 배운다. 이것이 신뢰 기반 리더십의 힘이자 결과다. 우리 사회에서도 변화의 씨앗은 싹트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 자치회가 교육과정 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교사 협의체가 학교 의사결정의 중심에 선다. 한 중학교에서는 ‘시험 없는 한 학기’를 도입해 지역사회 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학생들은 지역 하천의 수질을 조사하고, 상인들과 인터뷰하며, 정책 제안서를 작성했다. 교장은 단 한 번도 “성적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지 않았다. 대신 “이 경험이 너를 어떻게 성장시켰는가?”를 물었다. 그 질문 하나가 학생의 눈빛을 바꾸었다. 새로운 교육 리더십은 세 가지 전환을 요구한다. 첫째, 통제에서 신뢰로, 둘째, 평가에서 성장으로, 셋째, 독점에서 공유로의 전환이다. 이를 위해서 리더는 더 많이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더 많이 듣는 사람이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목소리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설계자여야 한다. 실패를 처벌하지 않고 학습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문화 창조자여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최첨단 디지털 과학·기술의 시대에 리더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인공지능(AI)이 교육 깊숙이 파고들고, 지식을 전달하는 시대에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답은 명확하다. 질문하는 힘, 협력하는 능력, 공감하는 태도, 이 3가지를 기르는 것이다. 이는 상명하달식 명령으로 길러지지 않는다. 존중과 참여의 경험 속에서만 자란다. 새로운 교육 리더십은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다. 그것은 학생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이며, 교사의 교육방식을 지지하는 결단이며, 실패한 수업이라도 비난 대신 성찰로 이끄는 용기다. 유리처럼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유리처럼 단단하게 공동체를 보호하는 것, 그것이 이 시대 교육이 요구하는 새로운 교육 리더의 모습이어야 한다. 교육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그리고 리더십은 그 이야기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지금 우리의 학교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규정이 아니라 더 깊은 신뢰다. 이제는 모든 학교 교육이 통제의 시대를 넘어 공감의 시대로, 경쟁의 문화를 넘어 성장의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내일을 지키는 가장 혁신적인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대통령조차 “AI 3대 강국”, ”국가 과학자 양성“을 선언하며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늦춰진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제는 교육 선언으로 그치지 않고 국가 지도자와 모든 교육 리더들의 실천과 행동만이 필요할 뿐이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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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학교를 이끄는 새로운 교육 리더십의 필요와 중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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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탐방] 부산관광고등학교, 관광·MICE 인재 양성의 새 지평 열다
- [교육연합신문=이정현 기자] 부산 관광·MICE 산업을 이끌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새로운 교육 모델이 공식 출범했다. 부산관광고등학교(교장 정정부)는 지난 3월 11일 오전 10시 부산 벡스코(BEXCO) 컨벤션홀 2층 써밋홀에서 ‘2026학년도 부산관광고등학교 협약형 특성화고 개교식’을 개최하고 관광·MICE 산업 인재 양성의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이번 개교식에는 민용기 재단이사장과 정정부 교장을 비롯해 부산광역시교육청, 부산광역시 서구청, 부산관광공사, 벡스코, 부산광역시관광협회, 부울경관광벤처협의회, (사)부산컨벤션산업협회 등 관광·MICE 산업 관련 주요 기관 관계자와 교육계 인사, 학생, 학부모 등 600여 명이 참석해 부산 관광교육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축하했다. ■ 학생 난타 공연으로 힘찬 개교식 이날 개교식은 부산관광고 재학생들의 난타 공연으로 활기차게 시작됐다. 학생들은 역동적인 북소리와 박진감 넘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행사장의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렸고, 미래 관광산업을 이끌 학생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며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후 개교 선언과 학교 비전 발표, 축사 등이 이어지며 부산 관광교육의 새로운 방향과 역할을 공유하는 뜻깊은 시간이 마련됐다. ■ 관광산업과 교육을 잇는 ‘협약형 특성화고’ 모델 부산관광고등학교는 관광·MICE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전문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교육기관과 산업계, 공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협약형 특성화고 모델을 도입했다. 협약형 특성화고는 지역 산업과 교육이 긴밀히 연결된 미래형 직업교육 모델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산업 현장에서 직접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부산관광고는 관광서비스, 컨벤션 운영, 관광마케팅, 글로벌 관광비즈니스 등 관광·MICE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실무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현장 맞춤형 관광 전문 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산업체와 연계한 현장실습과 인턴십, 취업 연계 프로그램 등을 확대해 학생들의 진로 설계와 취업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 “부산 관광도시 경쟁력, 인재 양성에서 시작” 민용기 재단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관광산업에서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 이사장은 “관광산업은 도시의 브랜드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이라며, “부산관광고등학교가 관광산업과 교육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며 글로벌 관광도시 부산을 이끌 인재를 키워내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부산광역시교육청 관계자는 “부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MICE 도시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걸맞은 전문 인재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부산관광고등학교가 지역 산업과 연계한 미래형 직업교육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 정정부 교장 “산업과 교육이 함께 만드는 미래형 관광교육” 정정부 부산관광고등학교 교장은 환영사를 통해 부산 관광·MICE 산업과 연계한 미래형 직업교육의 방향을 강조했다. 정 교장은 “부산은 외국인 관광객 360만 명을 돌파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도시로 성장했고,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관광·MICE 허브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도시 경쟁력 속에서 부산관광고등학교가 협약형 특성화고로 선정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부산관광고는 협약형 특성화고 운영을 통해 관광·MICE 산업 전문가와 미식관광을 이끌 스타 셰프를 양성하고, 부산 관광산업의 미래를 이끌 인재 양성 거점학교로 도약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정 교장은 이를 위한 교육 전략으로 3단계 교육 플랜을 제시했다. 먼저 산업체 중심의 B-MICE+ 인증 자격제도를 통해 외국어 능력과 직업기초능력, 현장 실무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이어 3학년 2학기에는 협약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실시해 취업으로 이어지는 교육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협약 대학과 연계한 일학습병행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경력과 학력을 동시에 갖춘 지역 인재로 성장하고 부산에 정주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정 교장은 “협약형 특성화고 개교는 학교와 지역사회, 산업계가 함께 협력해 미래 인재를 키우는 새로운 교육 모델의 출발점”이라며, “부산관광고가 부산을 넘어 전국 협약형 특성화고의 대표적인 성장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교직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 관광·MICE 기관 협력 네트워크 구축 이번 협약형 특성화고 개교를 통해 부산관광고등학교는 지역 관광산업과 교육을 연결하는 협력 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게 됐다. 특히 부산관광공사, 벡스코, 부산광역시관광협회, 부울경관광벤처협의회, 부산컨벤션산업협회 등 관광·MICE 산업 주요 기관들과 협력해 현장 중심 교육과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개교가 부산 관광산업과 직업교육이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협력기관 감사패 전달…“함께 만든 교육의 출발”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협약형 특성화고 운영과 관광·MICE 교육 발전에 기여한 기관과 관계자들에게 감사패 전달식이 진행됐다. 부산관광고등학교는 협약형 특성화고 추진 과정에서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부산광역시교육청, 부산광역시 서구청, 부산관광공사, 벡스코, 부산광역시관광협회, 부울경관광벤처협의회, (사)부산컨벤션산업협회 등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정부 교장은 “오늘의 개교는 학교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산업계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며, “앞으로도 협력기관들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부산 관광산업을 이끌 미래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 “글로벌 관광도시 부산을 이끌 관광교육 허브” 부산관광고등학교는 앞으로 관광서비스와 컨벤션 산업, 관광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재를 양성하며 부산 관광산업의 미래를 이끌 관광교육 허브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교육계는 이번 협약형 특성화고 개교가 부산이 글로벌 관광·MICE 도시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전문 인재 양성의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과 교육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직업교육 모델이 부산 관광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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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탐방] 부산관광고등학교, 관광·MICE 인재 양성의 새 지평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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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칼럼] 인공지능의 빛과 단종의 그림자: 기술 권력 시대, 왜 우리는 다시 슬픔의 공동체를 찾는가
- [교육연합신문=김춘식 칼럼] □ 프롤로그: 0과 1의 세계에서 터져 나온 집단적 통곡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단종)가 개봉 31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투자배급사 쇼박스가 관객의 뜨거운 성원에 보답하고자 마련한 ‘통곡 상영회’는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효율과 논리가 지배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현대인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울기 위해 극장으로 모여드는 현상은 단순한 흥행 기록 그 이상의 의미를 시사한다. 스크린 속 어린 왕의 비극에 수많은 이들이 오열하는 모습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감상적 동조를 넘어선다. 그 이면에는 빛의 속도로 질주하는 기술 문명 속에서 방향 감각을 잃고 소외된 현대인의 깊은 실존적 공허함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기계가 결코 복제할 수 없는 인간성의 최후 보루를 확인하기 위해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 기술의 초가속과 인간의 정서적 지연 인공지능은 어제의 불가능을 오늘의 일상으로 치환하며 진화한다. 그러나 인간의 생물학적 뇌와 정서 체계는 이토록 빠른 기술 속도에 적응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기술 문명은 삶의 중심을 잡아주던 기준점인 닻을 흔들어 놓았고, 그 결과 많은 이들이 공중에 부유하는 듯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정체성의 위기는 고도화된 기술 사회에서 낙오될지 모른다는 실용적 공포와, 모든 것이 데이터로 환원되는 세상에서 인간 고유의 감정적 교감이 거세당하고 있다는 근원적 두려움을 동시에 낳는다. 기술이 가속화될수록 우리 내면에는 기묘한 정서적 지연 현상이 발생하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점점 더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온다. 단종의 비극에 대한 열광은 바로 이 길을 잃은 세대가 찾아낸 역설적인 안식처인 셈이다. □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과 통곡 상영회의 평행이론 현대인들이 통곡 상영회로 집결하는 모습은 수천 년간 특정 민족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Wailing Wall)’을 연상시킨다. 거대한 성벽 앞에 모여 자신의 고통을 하늘에 고하고 집단적으로 슬픔을 공유하며 정체성을 지켜냈듯, 오늘날의 관객들은 극장이라는 현대적 성벽 앞에 모여 디지털 시대에 상실해 가는 인간의 원형을 붙잡으려 한다. 인공지능은 결코 눈물을 흘릴 수 없기에, 인간의 눈물이 지닌 실존적 가치는 이 지점에서 더욱 빛난다. AI는 수억 개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가장 그럴듯한 답변을 출력할 수는 있지만, 가슴이 먹먹해지고 목이 메는 신체적 고통을 수반한 실제적 경험은 불가능하다. 인간의 슬픔은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우리가 기계가 아님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유일한 신호다. 통곡 상영회는 인공지능이 줄 수 없는 따뜻한 위로와 연대를 확인하는 현대판 통곡의 벽이라 할 수 있다. □ 아날로그적 결핍과 살롱 문화의 귀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으나, 역설적으로 심각한 정서적 굶주림을 겪고 있다. 온라인 소통이 강화될수록 대면 소통은 줄어들고, 이모티콘과 ‘좋아요’는 타인의 온기를 갈구하는 인간의 근원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러한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과거 계몽주의 시대 유럽의 교양 사회를 이끌었던 ‘살롱 문화(Salon culture)’에 주목해야 한다. 살롱은 당대의 지식인들이 모여 철학과 예술, 정치와 사회를 논하며 고립된 자아를 확장하던 소통의 장이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는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를 전달하는 기계적 회의가 아니다. 오히려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지적으로 자극하며 인간적 유대를 쌓는 ‘취향과 감성의 공동체’가 절실하다. 디지털의 범람 속에서 아날로그적 온기를 간직한 작은 살롱들은 우리를 기계적 종속으로부터 해방해 줄 정서적 피난처가 될 것이다. □ 역사적 고비로서의 AI 혁명과 기술 권력에 대한 공포 역사적으로 기술의 급격한 전환기는 언제나 인간 소외와 정체성 붕괴라는 혹독한 대가를 요구해 왔다. 산업혁명의 가속화가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듯, 현재의 4차 산업혁명 역시 인류에게 거대한 실존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현대인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은 AI가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걱정을 넘어, 기술을 장악한 소수 권력에 의해 인간의 판단과 감정이 통제당할지도 모른다는 본능적인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정보를 소비하고 데이터가 분석한 감정에 의존하는 삶 속에서 인간의 주체성은 점차 희미해진다. 우리는 지금 역사의 심판대 위에서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기술이 우리를 이끄는 대로 내버려 둘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기술의 방향을 결정할 것인가. □ 에필로그: 인간 중심의 5차 산업혁명과 공동체 리빙랩의 시대 결국 해답은 기술의 거부가 아니라 인간성을 중심에 둔 기술의 통제와 관리에 있다. 기술이 인간 위에 군림하는 주인이 아닌,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로 남을 수 있도록 윤리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것이 바로 인공지능 시대의 정서적 공허함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인간 중심의 5차 산업혁명’의 핵심 가치다. 이러한 가치를 현실화할 구체적인 대안으로 생활 현장 기반의 ‘리빙랩(Living Lab)’ 공동체에 주목해야 한다. 리빙랩은 시민들이 삶의 현장에서 기술을 도구 삼아 지역 사회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 나가는 ‘살아있는 실험실’이다. 이는 전문가의 일방적인 주도를 넘어 사용자 중심의 사회 혁신을 실현하며, 기술이 만남을 대체하는 고립의 섬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다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통곡 상영회에서 터져 나온 뜨거운 눈물은 기술 문명의 노예가 되지 않고 존엄한 인간으로 남겠다는 가장 강력한 저항이자 선언이다. 슬픔은 기계가 결코 침범할 수 없는 인류 최후의 영토다. 우리가 여전히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고 함께 울 수 있는 한, 인류의 이정표는 차가운 알고리즘이 아닌 따뜻한 공감의 선율을 따라 움직일 것이다. 결국 슬픔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며, 그 공감의 능력이 바로 우리가 인공지능 시대를 인간답게 살아내야 할 진정한 이유다. ▣ 김춘식 ◇ 동신대학교 교수 ◇ 2024 칼만 해외석학 ◇ 교육연합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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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칼럼] 인공지능의 빛과 단종의 그림자: 기술 권력 시대, 왜 우리는 다시 슬픔의 공동체를 찾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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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죽은 자의 발자국, 살아 있는 자의 기억-은자 ‘복(復)’의 이야기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역사라는 것은 언제나 낯설고도 친근하다. 눈앞에 있는 돌 하나, 땅속에서 나온 기와 조각 하나에도 수천 년의 기억이 서려 있다. 그런데 그 기억을 읽어내는 방식은 시대와 권력, 그리고 우리의 시선에 따라 달라진다. 갑골문 이야기도 그렇다. 중국에서는 흔히 갑골문을 ‘중화문명의 뿌리’라 부른다. 맞는 말이지만, 그 내부로 들어가면 상황은 조금 다르다. 정작 갑골문이 어떤 뜻을 지니고 있는지, 글자 하나하나가 어떤 사연을 품고 있는지 아는 이는 드물다. “갑골문 글자 하나만 해독해도 10만 위안을 번다더라”는 식의 괴담이 대중 속에 퍼져 있을 정도다. 귀중한 문화유산이지만, 막상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신비하고도 난해한 문자일 뿐이다. 하지만 갑골문을 단순히 난해한 고문자로만 본다면 그 속의 생생한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놓치게 된다. 오늘 다루려는 ‘복(復)’자가 바로 그렇다. 우리는 보통 ‘복’이라 하면 ‘되돌아온다, 회복한다’는 뜻을 떠올린다. 하지만 갑골문 속 ‘복’은 조금 다르다. 글자의 형상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돌아옴’ 이상의, 생과 사를 오가는 깊은 상징을 만나게 된다. □ 발자국, 집을 나서다 먼저 글자의 아랫부분을 보자. 거기에는 ‘止(지)’라는 모양이 새겨져 있다. 우리는 이 글자를 오늘날 ‘그칠 지’라고 읽지만, 본래의 뜻은 달랐다. ‘발자국’ 혹은 ‘발이 움직이는 모습’을 나타내는 상형이었던 것이다. 즉, ‘앞으로 걸어간다’는 의미가 기본에 깔려 있었다. 그런데 ‘복’자의 갑골문에서는 이 발자국이 거꾸로 뒤집혀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집에서 ‘밖으로 나가는’ 모양새다. 발길이 안쪽을 향하지 않고 바깥으로 향한다는 점이 중요한 대목이다. 이 발자국 위에는 직사각형 구조물이 놓여 있다. 마치 성곽이나 움집처럼 보이는 그림이다. 그 중앙에는 삼각형, 혹은 역삼각형의 표시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출입구를 뜻하는 기호로 자주 쓰였다. 그렇다면 이 모양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단순히 해석하면 ‘집에서 발길이 밖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갑골문은 늘 단순한 그림 이상이다. 당대의 삶과 죽음을 담아내는 기호였으니, 여기서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죽은 자의 거처, 곧 신옥(神屋)이나 무덤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발자국이 밖으로 향하는 장면은? 바로 ‘죽은 자의 영혼이 집을 나서 세상으로 나온다’는 뜻이다.([그림 20] ‘復’ 참조) 즉, 복(復)은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죽은 자의 발길이 세상으로 되돌아오는 장면’을 담고 있는 셈이다. □ ‘아(亞)’와 ‘복(復)’의 친연성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것은 ‘아(亞)’자와의 연관성이다. ‘亞’ 하면 우리는 흔히 ‘버금, 차순위’의 뜻을 떠올린다. 하지만 원래 이 글자는 조상의 영혼이 거처하는 종묘를 둘러싼 길을 형상화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귀신의 집’이라는 뜻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그림 20] ‘亞’ 참조) 시간이 흐르면서 ‘亞’는 단순히 위계나 순서를 표시하는 용도로 의미가 축소되었지만, 갑골문 단계에서는 ‘죽은 자와 산 자를 이어주는 장소’를 뜻했다. ‘복(復)’자가 ‘죽은 자의 발자국’이라면, ‘亞’는 그 발자국이 오가는 길과 공간이었다. 두 글자는 같은 세계관 속에서 서로 호응하며 만들어진 셈이다. □ 고고학이 말해주는 것들 갑골문 해석은 종종 고고학의 발견과 맞닿는다. 하북성에서 발견된 조조의 무덤을 보자. 무덤 구조가 ‘복’자의 형상과 닮아 있다. 직사각형의 집 모양, 출입구, 바깥으로 향한 통로. 조조 무덤이 실제로 그 시대의 것인지 여부를 떠나, 이 형식이 상나라 이래 이어져 온 전통임을 보여준다. 더 흥미로운 건 한반도의 사례다. 2007년 경북 문경의 고모산성에서 5세기 지하 목조건물이 발굴되었다. 고고학자들은 그 내부 구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직사각형의 집 모양과 출입구, 그 배치가 갑골문 속 ‘복(復)’자의 형상과 거의 동일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상나라의 건축 전통, 나아가 동이족 문화권의 신앙과 생활양식이 한반도 신라에까지 전승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결국 ‘복’자는 단순히 문자 차원의 해석이 아니라, 건축, 장례, 종교적 의례 전반과 연결되는 문화적 상징이었던 것이다. □ 돌아옴은 곧 ‘영혼의 귀환’ 우리는 흔히 ‘복’이라는 글자를 일상적으로 쓴다. 회복, 반복, 복귀. 모두 되돌아옴을 뜻한다. 하지만 그 뿌리를 더듬어 올라가면, 그 되돌아옴은 단순히 사람의 이동이 아니라 ‘영혼의 귀환’을 가리켰다. 죽은 자가 저승에서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발자국, 그것이 곧 ‘복’이었다. 동이족의 세계관에서는 죽음은 단절이 아니었다. 삶과 죽음은 서로 문을 열고 드나드는 관계였다. 영혼은 저승으로 떠났다가도 제사와 의례를 통해 언제든 세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래서 무덤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양쪽 세계를 이어주는 통로였고, 갑골문 속 ‘복’은 그 문턱에서 찍힌 발자국이었다. □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여기서 우리는 질문 하나를 던질 수 있다. 왜 동이족은 죽음을 ‘복’이라 불렀을까. 왜 발자국이 집을 나서는 장면을 글자로 새겼을까. 그것은 아마도, 죽은 자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올 존재’임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우리는 과학의 시대를 산다. 영혼의 귀환 같은 이야기는 미신으로 치부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믿음이 담고 있던 삶의 태도, 곧 죽음을 두려움이 아니라 ‘되돌아옴’으로 바라보던 시선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그것은 단절 대신 순환을, 끝 대신 이어짐을 강조하는 세계관이다. 문경 고모산성 지하 건축물의 발자취를 바라보며, 혹은 갑골문 속 ‘복’자를 마주하며 우리는 깨닫는다. 우리 조상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삶과 죽음을 하나의 길 위에서 바라보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발자국은 멈추지 않고 이어져 왔다는 것을.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 우리의 존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갑골문 속 작은 발자국 하나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귀환이며, 우리는 모두 언젠가 다시 ‘복’할 존재라는 것. □ 맺으며 중국에서조차 대다수는 알지 못하는 갑골문. 그러나 그 안에는 동아시아 문명의 뿌리, 나아가 한반도까지 이어진 깊은 문화의 흔적이 숨어 있다. ‘복(復)’자는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단순히 돌아옴을 뜻하는 글자가 아니라, 죽은 자의 영혼이 세상으로 돌아오는 상징,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잇는 통로였다. 이제 우리는 ‘복’자를 다시 읽어야 한다. 그것은 단지 반복되는 일상의 귀환이 아니라, 선조들의 영혼이 오늘도 우리 곁에 되돌아오는 발자국이다. 고대의 무덤과 건축물, 그리고 문자 속에 살아 있는 그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답도 조금은 가까워질 것이다. 죽은 자의 발자국은 살아 있는 자의 기억 속에서 여전히 울리고 있다. 그것이 바로 갑골문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오래된, 그러나 가장 따뜻한 위로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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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죽은 자의 발자국, 살아 있는 자의 기억-은자 ‘복(復)’의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