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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재학의 교육칼럼] 장윤기 사건을 통해 얻은 교훈과 바람직한 인성교육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오늘도 각종 TV 매체에서는 ‘장윤기 사건’이 단 한 순간도 거르지 않고 오랫동안 ‘핫(hot)’한 뉴스 기사로 오르고 있다. 물론 그 이유는 범죄의 잔혹함을 넘어 권력 유착, 초동수사 부실, 그리고 인간 염치의 상실이라는 촌극이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2026년 5월 광주에서 장윤기에 의해 벌어진 한 여고생 성폭행 및 살인 사건은 10대 청소년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간 가슴 아픈 비극이자, 우리 사회의 법치와 윤리가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 글에서는 청소년들에게 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한 경종으로 삼기 위해, 사건의 전말과 교육적 교훈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는 향후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사건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첫째, 계획된 왜곡과 뻔뻔한 변명으로 “우발적 자살 충동”이라는 거짓말이다. 피의자 장윤기(23세)는 체포 초기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 디지털 포렌식 결과, 범행 이틀 전 직장 동료 성폭행, 1.2km 미행, 차량 문을 열어둔 납치 시도, 결박용 케이블타이 준비, 학창 시절부터 SNS에 남긴 “청소년 여성 납치 범행” 발언 등이 속속 드러났다. 자신을 ‘불쌍한 피해자’로 포장하려던 가해자의 황당한 변명이 언론에 하나씩 노출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둘째, “아빠가 경찰이라서”라는 아빠 찬스 수사 유착과 부실 초동수사 논란이다. 사건이 끊임없이 잡음을 낳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가해자 부친과 큰아버지가 현직 경찰 간부라는 사실 때문이다. 수사 초기, 현직 경찰인 부친이 자택 내 주요 증거물(성인용품 등)을 폐기했고, 경찰은 강간살인 혐의(최소 무기징역)가 아닌 단순 살인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봐주기 수사’ 의혹을 자초했다. 검찰이 재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바로잡고, 경찰청 특별수사단이 당시 형사과장 등 책임자들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신청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매일 같이 새로운 스캔들이 쏟아진 것이다. 셋째, 뻔뻔한 미래 계획과 빼앗긴 희생자의 꿈이 서로 극과 극을 이루고 있다. 희생된 고(故) 이채원 양은 생전 응급구조사를 꿈꾸며 이웃을 돕고자 했던 따뜻한 청소년이었다. 반면 가해자 장윤기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수감된 상태에서도 “교도소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겠다”며 자신의 미래를 태연하게 계획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타인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아놓고 정작 자신의 삶은 알뜰히 챙기려는 피도 눈물도 없는 몰염치한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씁쓸함과 분노를 안겼다. 그렇다면 우리 청소년들이 이 사건에서 배워야 할 삶의 교훈은 무엇인가? 첫째. ‘핑계의 기술’ 대신 ‘책임의 무게’를 배워야 한다. 어른들의 세상에는 종종 자신의 범행을 ‘환경 탓’, ‘기분 탓’, ‘우발적 충동’으로 포장하려는 비겁함이 넘쳐난다. 하지만 진짜 어른이란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엄중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청소년 시기부터 자신의 잘못을 타인이나 상황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직면하는 용기를 배워야 할 것이다. 둘째, 타인을 대상화하는 왜곡된 정보와 거리 두기다. 장윤기는 학창 시절부터 음란물과 삐뚤어진 욕망에 노출되며 타인을 인격체가 아닌 ‘성적 대상’이나 ‘범죄 대상’으로 바라보는 왜곡된 인식을 키웠다. 인터넷과 미디어에 범람하는 그릇된 성 관념과 자극적인 정보들을 비판적으로 걸러내고,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정의감과 용기다. 이 사건의 비극 속에서도 빛난 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던 동년배 학생의 용기였다. 또한 권력 유착 의혹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파헤친 언론과 검찰의 추적은, 시스템이 오염되더라도 결국 정의는 바로잡혀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을 교육적으로 청소년들에게 하나의 의미와 교훈을 남길 수 있는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욕망을 통제하는 자제력과, 잘못 앞에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주변 사람들의 염치다. 타인의 삶을 짓밟고 얻는 자유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청소년 교육에 시사점으로 부각시켜 활용함으로써 인간의 도덕적·윤리적 사상과 가치, 그리고 생명 존중 의식을 더욱 확고하게 고취하는 것이야말로 인성교육과 인간 존중의 핵심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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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8-07
  • [최윤용의 100세 칼럼] 장(腸)내 생태계의 붕괴와 염증의 악순환: 염증성 장질환을 제어하는 한의학의 역할
    [교육연합신문=최윤용 기고] 1. 복합적인 전신 면역 질환, 염증성 장질환의 경고 -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대표되는 염증성 장질환(IBD)은 위장관에 발생하는 만성적이고 재발성이 강한 면역 매개 염증성 질환입니다. 이 질환은 단순한 소화기 문제를 넘어 유전적 감수성, 환경적 노출, 장내 미생물 불균형(dysbiosis), 그리고 점막 면역계의 비정상적인 활성화가 복잡하게 얽혀 발생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염증성 장질환의 발병은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후성유전-미생물군집-미토콘드리아 축(epigenetic-microbiome-mitochondrial axis)'의 조절 이상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장내 미생물이 생성하는 단쇄지방산과 같은 대사 산물들은 숙주의 후성유전학적 조절과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대사에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상호작용이 무너질 때 장 상피 장벽의 기능 부전과 만성 염증이 촉발된다는 것입니다. 2. 기존 표적 약물 치료의 한계와 대장암의 위협 - 현재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는 염증 경로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항-TNF, 항-IL-12/23 등)와 소분자 억제제(JAK 억제제 등)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이러한 약물들은 중증 환자의 증상 완화에 크게 기여했지만, 환자의 30~40%는 초기 무반응이나 내성 발생을 경험하며 완치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면역 억제로 인한 감염 위험 증가, 높은 치료 비용, 그리고 약물 중단 시의 높은 재발률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장기간 지속되는 만성 장내 염증이 산화 스트레스와 유전적, 후성유전학적 변이를 유발하여 '염증성 장질환 유발 대장암(colitis-associated cancer)'이라는 치명적인 악성 종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염증 기간이 7년을 초과하거나 염증의 정도가 심할수록 이러한 암화(Carcinogenesis)의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3.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세포 사멸 메커니즘 '페롭토시스(ferroptosis)' -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장내 환경을 분석해 보면, 병의 초기 단계부터 장내 미생물의 심각한 불균형이 뚜렷하게 관찰됩니다. 특히 유익한 혐기성 세균이 급감하는 반면, 산소에 내성이 있거나 구강과 연관된 유해균이 장내로 유입되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미생물 불균형은 장내 점막에 과도한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세포 사멸인 '페롭토시스(ferroptosis)'를 촉발합니다. 페롭토시스는 철분 대사의 이상과 지질 과산화(lipid peroxidation)에 의해 발생하는 비세포사멸성 세포 죽음으로, 장 상피세포를 대량으로 파괴하여 장 점막 장벽을 무너뜨리고 2차적인 면역 염증 반응을 증폭시키는 핵심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4. 염증성 장질환 치료의 총체적 대안: 침, 뜸, 한약을 활용한 다중표적 치료 - 최근 각종 체내 염증 상태의 복합적 병리 표적 및 다중 경로를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한의학적 치료가 염증성 장질환의 관리의 보완적 선택지로 부상하는 추세입니다. 침과 뜸 치료는 크론병 환자의 임상 활동 지수(CDAI)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며, 피로감을 개선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특히 뜸 치료와 침 치료의 병행은 밀착 연접 단백질(ZO-1 등)의 발현을 상향 조절하여 손상된 장 상피 장벽을 물리적으로 복구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입니다. 한편, 복잡한 병리기전을 가진 이 질환의 약물 치료로는 한약과 관련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약에 포함된 폴리페놀, 알칼로이드(베르베린 등), 테르페노이드 등의 활성 성분은 면역 세포의 Th17/Treg 균형을 회복시키고, NF-kB, MAPK, PI3K/AKT 등의 염증성 신호 전달 경로를 동시에 억제하여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근본적으로 차단합니다. 더 나아가, 한약은 장내 '페롭토시스'를 직접적으로 억제하여 지질 과산화로부터 장 점막 세포를 보호하며, 무너진 장내 미생물 환경을 재건하여 유익한 단쇄지방산 생성을 촉진함으로써 염증이 대장암으로 악화되는 경로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강력한 치료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살펴보신바와 같이 한의 치료는 면역 조절, 항염증, 장벽 기능 복원, 장내 미생물 생태계 개선 등 신체 전반의 불균형을 총체적 관점에서 바로잡는 효과에 대한 다양한 과학적 근거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5. 장내 면역 환경을 복원하는 일상 속 자가 관리법 - 염증성 장질환의 성공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의학적 치료와 함께 환자 스스로의 환경 및 생활 습관 교정이 필수적입니다. •항염증 식이요법: 고지방, 고당분의 서구식 식단은 장내 유해균을 늘리고 장벽을 파괴하므로 피해야 합니다. 반면, 식이섬유와 폴리페놀이 풍부한 지중해식 식단은 단쇄지방산을 생성하는 유익균을 늘려 장벽을 튼튼하게 하고 면역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프로바이오틱스 및 프리바이오틱스 섭취: 유익균과 그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의 섭취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회복시키고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규칙적인 중강도 운동: 적절한 신체 활동은 심혈관 기능을 개선하고 피로와 불안을 줄여주며, 면역 세포의 반응성을 조절하여 장내 염증을 완화하는 데 기여합니다. •스트레스 관리 및 금연: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흡연은 면역 조절 유전자의 DNA 메틸화(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일으키고 장내 미생물 군집을 악화시켜 크론병의 진행을 가속화하므로 반드시 관리되어야 합니다. 염증성 장질환은 단순히 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신의 면역과 대사, 미생물이 얽힌 복합 질환입니다. 장내 환경을 재건하고 신체의 자생력을 다중으로 끌어올리는 과학적인 한의 치료와 올바른 생활 습관 관리를 통해 보다 평온한 일상으로 한발짝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 참고문헌 (References) 1. Peter Rimmer, Zhang F, Scott G; Microbiome Data Provision Group; Hold GL, Gordon M, Iqbal TH, Hansen R. The Gut Microbiome at the Onset of Inflammatory Bowel Disease: A Systematic Review and Unified Bioinformatic Synthesis. Gastroenterology. 2026 Mar;170(3):539-556. doi: 10.1053/j.gastro.2025.09.014. 2. Kazemifard N, Shahrokh S, Dimitrov G, Totonchi M, Dimitrov S. From signals to systems: the epigenetic-microbiome-mitochondrial axis in IBD pathogenesis. Gut Microbes. 2026 Dec 31;18(1):2692755. doi: 10.1080/19490976.2026.2692755. 3. Graham DB, Xavier RJ. Mechanisms of inflammatory bowel diseases: Insights from human genetics and chemical biology. Immunity. 2026 May 12;59(5):1184-1200. doi: 10.1016/j.immuni.2026.04.002. 4. Yang X, Guo H, Zou M. Inflammatory bowel diseases: pathological mechanisms and therapeutic perspectives. Mol Biomed. 2026 Jan 7;7(1):2. doi: 10.1186/s43556-025-00395-z. 5. Feng Y, Pan M, Li R, He W, Chen Y, Xu S, Chen H, Xu H, Lin Y. Recent developments and new directions in the use of natural products for the treatment of inflammatory bowel disease. Phytomedicine. 2024 Sep;132:155812. doi: 10.1016/j.phymed.2024.155812. 6. Liu Y, Zhang JT, Sun M, Song J, Sun HM, Wang MY, Wang CM, Liu W. Targeting ferroptosis in the treatment of ulcerative colitis by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A novel therapeutic strategies. Phytomedicine. 2025 Apr;139:156539. doi: 10.1016/j.phymed.2025.156539. 7. Zhang Y, Zhang Y, Yao S, Chen L, Dong Q, Luo R, Zheng K, Liu J, Liu Y, Chen Y, He Y, Chen Z, Li L. Inflammatory Bowel Disease Induces Colorectal Cancer: Risk Factors, Triggering Mechanisms, and Treatment With Phyto-Derivatives. Phytother Res. 2025 Aug;39(8):3386-3418. doi: 10.1002/ptr.70015. 8. Ribaldone DG, Valdiserra G, Di Salvo C, Puxeddu I, Bertani L, Antonioli L. The right drug at the right time: key to IBD success. Trends Mol Med. 2026 Jul;32(7):658-677. doi: 10.1016/j.molmed.2025.10.010. 9. Xie J, Huang Y, Wu HG, Li J. Acupuncture and moxibustion for treatment of Crohn's disease: A brief review. World J Gastroenterol. 2022 Jul 7;28(25):3001-3003. doi: 10.3748/wjg.v28.i25.3001. 10. Zeng SH, Jiang XY, Lin DR, Zhang WJ, Wu YQ, Xu L, Guo SJ. Mechanisms and therapeutic potential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for inflammatory bowel disease. World J Gastroenterol. 2026 Mar 14;32(10):115821. doi: 10.3748/wjg.v32.i10.115821. ▣ 최윤용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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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8-03
  • [전재학의 교육칼럼] 교실 사법화에 경종 울리기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요즘 대한민국 학교는 교육의 전당이라기보다 교사의 ‘아동학대’, 또는 ‘정서 학대’로 인한 사법화가 일상화됨에 따라 법원 직영 아동 청소년 상담소에 가까워졌다. 예컨대, “선생님, 쟤가 제 지우개 가져갔어요!”라는 귀여운 고자질의 시대는 저물었다. 이제는 “선생님, 그 눈빛과 말투는 제 아이에게 정서적 학대 행위이니 법정에서 뵙겠습니다”라는 무시무시한 ‘사법 고소’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상 이상의 많은 교사들이 고소·고발의 홍수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 그런데 다소 이해 불가의 사실이 있다. 이렇게 난무하는 교육 현장의 아동학대 고소 중 거의 대부분이 조사나 재판 과정을 거쳐 결국 ‘기각’되거나 ‘무죄 판결’로 끝난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법정에서 “죄가 없다”고 최종 판결을 내려준들, 그동안 교사가 흘린 피눈물과 영혼의 상처는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교사가 법정을 들락날락하는 동안 방치된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은 어디서 환불받아야 하는가? “아님 말고” 라는 무분별한 고소로 교육 현장을 초토화한 무법자들에게 이제는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할 때이다. 이 글에서는 교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벽, 이른바 ‘징벌적 교육방해죄(가칭)’ 제정의 필요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미국의 저명한 법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필립 하워드(Philip K. Howard)는 그의 저서 『법의 죽음(The Death of Common Sense)』에서 과도한 사법화가 어떻게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지 경고한 바 있다. 미국에서도 1990년대 이후 학교 내 소송이 급증하자, 교사들이 학생의 싸움을 말리지 않거나 칭찬조차 조심하는 ‘방어적 교육’ 현상이 일어났다. 하워드는 이를 “법이 상식을 집어삼켜 공동체를 마비시킨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및 교육청 국정감사 자료 등에 따르면, 교사를 상대로 한 아동학대 신고 중 실제 처벌(벌금형 이상)로 이어지는 비율은 극히 낮다. 대부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되거나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무죄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 그동안 교사는 직위해제를 당해 월급이 깎이고, ‘아동학대 피의자’라는 주홍글씨를 단 채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교사가 무죄 판결을 받고 교단에 돌아왔을 때, 교실에 남은 것은 영광의 상처, 서먹함과 두려움뿐이다. 전쟁에서 이겼는데 영토는 황무지가 된 꼴이다. 우리 사회는 지하철에서 비상정지 버튼을 장난으로 누르면 무거운 과태료를 부과한다. 수많은 사람의 발을 묶고 시스템을 마비시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교라는 공공 시스템을 사적인 감정이나 무리한 요구로 마비시킨 사람에게도 통념에 상응하는 책임, 즉 ‘교육 활동 마비죄’ 혹은 ‘무고성 교육방해죄’를 물어야 공평치 않겠는가? 이를 위해 첫째, 소송 비용 및 정신과 치료비 ‘전액 역청구’가 필요하다. 무죄나 무혐의가 확정되는 순간, 고소인이 교사의 변호사 선임 비용은 물론, 그동안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그리고 교사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된 대체 강사 인건비까지 전액 배상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이다. 둘째, 공익 봉사 명령(‘학교 잡무 100시간’)부여다. 돈으로만 해결하면 ‘유전무죄’가 될 수 있으니, 무리한 고소로 학교 행정을 마비시킨 학부모에게는 학교 행정실이나 급식실에서 공익 봉사를 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이는 본인이 마비시킨 교육 현장이 얼마나 치열하게 돌아가는지 몸소 체험해 보라는 취지라 할 것이다. 교사를 죽이는 과도한 사법 고소·고발을 종식시키기 위해, 무죄 판결 시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하는 법 제정은 결코 과한 처사가 될 수 없다. 단적인 예로 축구의 헐리우드 액션에 대한 대응(경고 또는 퇴장)을 보라. 이제는 무너진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대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정당방위’가 필수적이다. 법은 교실을 흔드는 자들에게 엄중한 청구서를 주저 없이 발행해야 한다. 상식이 통하는 교실, 교사가 안심하고 출근하는 학교를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교육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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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31
  • [김홍제의 목요칼럼] 월드컵은 끝났지만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4년을 기다렸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끝났다. 한국은 첫 경기에서 체코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며 기대를 키웠지만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이어 패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한국 축구의 개선 여론 속에서 홍명보 감독이 사퇴했다. 2002년 월드컵은 우리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고 2026년 월드컵은 다른 숙제를 남겼다. ‘이제는 정말 바꿔야 한다.’ 한국 축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과거 관행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역설적 상황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 교육은 어떤가. 인공지능, 창의력, 학생 중심이라는 구호 아래 실질적인 시스템은 건드리지 못하고 ‘뫼비우스 띠의 길’을 달리는 것은 아닌가. 정답과 입시라는 관행의 길은 한국 교육이 뛰어내려야 할 길이다. 축구에 ‘경기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입시만 바꾼다고 교육이 달라지지 않는다. 교실이 바뀌고, 수업이 바뀌고, 평가가 바뀌어야 한다. 월드컵에서 강한 팀은 실수를 숨기지 않는다. 패배를 분석하고 다시 도전한다. 그러나 우리는 교육의 실패를 학생 탓, 교사 탓, 부모 탓으로 돌리는 데 익숙하다.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수없이 강조했듯이 입을 닫고 귀를 기울이는 수업이 아니라 질문을 만들고 협력하고 실수에서 배우는 교육이다. 상대를 끌어내리는 교육이 아니라 협력하는 교육이다. 거대한 과학기술은 많은 반복적 실수와 협력으로 업그레이드한 결과물이다. 컴퓨터 세상이 되면서 업그레이드는 일상이 되었다. 유연한 업그레이드는 생존 조건이다. 산업화 시대의 경직된 교육 방식을 인공지능 시대까지 끌고 간다면 미래를 이길 수 없다. 세상이 변했는데 교실이 변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배우게 된다. 좋은 축구는 좋은 선수가 만드는 것보다는 좋은 시스템이 만든다. 좋은 교육도 마찬가지다. 한 명의 천재를 기다리는 나라보다 평범한 아이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는 나라가 결국 미래의 승자가 된다. 우리는 선수가 바뀌기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바뀌기를 요구해야 한다. 교사를 믿고, 학생에게 질문할 자유를 주며, 교실을 토론과 협력의 공간으로 바꾸어야 한다. 창의성은 침묵에서 자라지 않고 질문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교실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학생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보다 출제자의 생각을 추론하는 훈련을 받는다. 실패는 성장의 과정이 아니라 감점의 이유가 된다. 인공지능은 이미 지식 암기의 인간을 앞질렀다. 검색도, 계산도, 번역도 기계가 더 빠르다. 인간에게 남은 경쟁력은 질문하는 능력, 서로 협력하는 능력,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능력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어제의 방식으로 내일의 인재를 키우고 있다. 장기적 교육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월드컵 패배는 경기의 패배지만 교육의 실패는 미래 세대의 돌이킬 수 없는 패배이다. 세계와 경쟁하는 시대에 단기적인 정책 중심의 교육은 처참한 패배를 불러 올 수 있다. 월드컵 조별 탈락을 통해서 우리 교육을 볼 때 결코 남일 같지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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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30
  • [전재학의 교육칼럼] 무너지는 교실 속에서도 조용히 싹트는 ‘진짜 공교육’의 실태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우리는 흔히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을 달고 산다, 하지만 이는 기원전(B.C) 1700년경 수메르 점토판에도 적혀 있었다. 참으로 오랫동안 인간 성장에 대한 교육적 한탄은 인류의 유구한 전통으로 아어진 것이다. 특히 오늘날 대한민국의 교육 언론을 장식하는 뉴스들을 보면 온통 여기저기서 교권 추락, 붕괴된 교실, 인공지능(AI) 시대의 학력 미달, 그리고 끝없는 입시 경쟁까지, 온통 사면초가에 빠진 ‘교육 부실론’뿐이다. 그러나 모든 교실이 절망의 비명만 지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 모두가 한국 교육의 절망적인 상황을 진단하고 있을 때, 전국 구석구석의 학교 현장에서는 도덕과 상식, 그리고 인간미를 복원하며 ‘공교육의 기적’을 일구어내는 진짜 교육자들과 아이들이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를 잠시 가라앉히고, 묵묵히 교육의 본질을 혁신하며 주목받고 있는 교육의 현장들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최근 교육계의 화두는 AI 교육과 같은 ‘기술적 진보’에 치우쳐 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배워도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모른다면 그 교육은 실패한 것이다. 이 엄혹한 시대에 경쟁 대신 ‘상생과 인성’을 전면에 내걸고 획기적인 성과를 낸 사례가 있다. 이를 널리 알리고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은 긴 장마 끝에 모처럼 활짝 피어오른 햇살과 같은 감응을 일으킨다. 먼저 경기도 파주교육지원청이 전개하고 있는 ‘마음 온(溫, ON) 인성교육’ 프로젝트다. 파주 관내 초·중·고등학교들은 ‘1학교 1인성브랜드’를 자율적으로 선정해 교육과정 속에 완전히 녹여냈다. 2026년 2월 파주교육지원청이 선정한 인성브랜드 실천 우수학교(청암초, 통일초, 선유중, 운정고 등)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타임즈, 2026년 2월 4일 자 보도). 이 학교들은 일회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상시로 배려와 감사를 실천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욕설이 난무하던 복도에 감사 인사가 흐르고, 선후배가 멘토링을 통해 격차를 메우는 모습은 ‘인성교육이 곧 최고의 학력 향상 대책’임을 증명했다. 지식만 욱여넣는 ‘인큐베이터 교실’을 인간성을 따뜻하게 켜는(ON) ‘온실’로 바꾼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학교가 바뀌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무거운 관료주의와 행정 편의주의다. 교사가 공문 처리에 치여 아이들 눈을 맞출 시간이 없다면 그 교육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그런데 경남교육청이 지난 12년간 추진해 온 ‘경남 혁신교육’은 일부 학교의 실험을 넘어 공교육 전체의 문화를 바꾼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교육언론창, 2025년 기획 분석 보도). 이 사례가 주는 교육적 울림은 경남 혁신교육의 핵심이 ‘학교 자치’와 ‘교사 행정업무 경감’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교사를 온전히 아이들 곁으로 돌려보내니, 수업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주입식 수업은 학생 중심의 프로젝트형 토론 수업으로 바뀌었고, 아이들은 획일적인 정답 찾기가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개별 교사의 독단적 헌신에 의존하던 구조를 깨고, 학교 공동체 전체가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공교육 개혁의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초·중등 교육의 긍정적인 변화가 입시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좌절하지 않으려면, 고등 교육과의 유기적인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제는 단순히 “착하게 살자”는 훈화식 교육을 넘어, 인성과 창의성을 고등 교육 및 지역 산업과 연계하는 획기적인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그와 같은 획기적인 대안으로 경상남도가 추진 중인 미래차·방산 등 지역산업 DNA를 교육과 연계하는 ‘G-10 모델’(한국대학신문, 2025년 보도)처럼, 이제는 대학과 시도교육청이 손을 잡고 ‘인성 및 창의성 특별전형’을 교육 벨트화해야 한다. 이 땅에서 매우 흔한 일로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손쉬운 일이다. 확대경을 들이대고 교실의 상처를 들추며 비난의 화살만을 쏘아 대는 것은 지양할 일이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얼어붙은 학교 현장을 녹이고 묵묵히 헌신하는 교사와 학교를 응원하는 따뜻한 ‘햇볕’의 시선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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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24
  • [전재학의 교육칼럼] AI 시대, ‘기술 낙관론’의 후퇴와 기초학력의 역습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최근 대한민국 교육계의 지배적인 언어는 단연 ‘AI’와 ‘디지털 대전환’이다. 이를 반영하듯이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인공지능(AI)이 학생 개개인의 학업 성취도를 분석해 맞춤형 문제를 제공하고, 교실마다 태블릿 PC와 디지털 교과서가 보급되면 해묵은 학력 격차와 사교육 문제가 마법처럼 해결될 것만 같았다. 그동안 몇 해에 걸쳐서 수조 원의 예산이 에듀테크 인프라 구축에 투입되었고, 미래 교육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였다. 그러나 2026년 7월 현재, 대한민국 교육 현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급반전했다. 화려한 기술적 수사(修辭) 뒤에 가려져 있던 차가운 현실, 즉 ‘사상 최악의 기초학력 붕괴’와 ‘디지털 과의존’이라는 역풍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26년도 주요 업무계획과 예산 편성 추이를 살펴보면, 기술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국가 책임 기초학력 보장’을 정책의 최전면에 다시 배치했음을 알 수 있다. 화려한 미래 기술 낙관론이 교실의 참담한 현실 앞에서 일보 후퇴하고, 교육의 가장 본질적인 ‘기초’가 2026년 교육계의 ‘핫(hot)’한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이러한 학력 붕괴의 주범으로 지목된 것이 바로 과도한 디지털기기 노출이다. 위기감을 느낀 국회는 결국 지난 하반기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여, 올해 2026년 3월 1일부터 ‘전국 학교 내 학생 스마트폰 사용 원칙적 금지’라는 초강수 제도를 전면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행정규칙에 불과했던 스마트폰 제한을 상위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한 것은 그만큼 아이들의 디지털 중독과 교실 붕괴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의 연계로 지난 7월 1일, 새로운 교육감들이 업무를 시작하면서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결제 서류 1호로 경기도 내 초중고에서의 ‘폰-프리(Phone-free) 스쿨’ 선언에 이르렀다. 이는 AI 시대에 학교에서의 소통을 강화하고 학력의 저하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의 일환으로 판단된다.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겠다며 예산을 쏟아붓는 동시에, 한편에서는 스마트폰을 법으로 금지하고 국가기초학력지원포털을 급히 개통하는 모순적인 풍경이 바로 이 시대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라 할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의 홍수 속에서 무너진 기초학력을 복원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기술을 이기는 ‘기초학력 전담 교원’의 파격적 확장인 인프라 구축이 요구된다. 교육부는 ‘국가기초학력지원포털’을 구축하여 나이스(NEIS)와 연계한 학습 이력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 모니터 속 데이터와 분석 리포트는 아이들의 무너진 학력을 스스로 메워주지 못한다. ‘수포자 및 ’국포자‘란 용어로 통칭되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교한 알고리즘이 아니라, 자신의 눈을 맞추고 발음을 교정해 주며 끝까지 기다려 주는 ‘인간 교사의 따뜻한 손길’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정론이다. 둘째, ‘질문하는 학교’와 ‘서·논술형 평가’로의 평가 혁신이 시급하다. 기초학력의 붕괴는 단순히 지식의 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정답을 도출해 내는 ‘생각의 근육’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사지선다형, 오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에 최적화된 기존의 평가 체제 속에서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아이들이 요령만 터득할 뿐, 깊이 있는 인지 능력을 발달시키기 어렵다. 실제로 수능에 고득점을 한 졸업생들은 “고등학교 시절. 문제를 빨리 풀고 익숙해지는 연습만을 무한 반복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이제 대한민국 교육은 방향타를 거듭 고쳐 잡아야 한다. 한때 국가교육위원회의 권고 사항이었다가 이제는 인권 침해가 아니라고 번복한 스마트폰 압수 제재라는 일차원적 규제를 교육혁명으로 간주하는 수준을 넘어, 아이들이 책장을 넘기며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교실 환경을 시급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화려한 예산안과 차가운 디지털 플랫폼 뒤에 숨지 말고, 교실 현장에서 아이들과 뒹굴며 기초를 닦아줄 ‘교사’라는 휴먼 웨어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공교육의 본령은 모든 아이가 사회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단단한 지적·정서적 기초를 다져주는 데 있다. 부디 대한민국 교육이 만병통치약처럼 번지는 첨단 기술이라는 미혹에서 벗어나 ‘인간적 성장의 기초’라는 인간 중심의 위대한 본질에 보다 집중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소망하는 마음이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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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17
  • [전재학의 교육칼럼] 인생의 길은 전공이 아니라 도전이 만든다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이 말은 컴퓨터의 선구자 앨런 케이가 한 말로 유명하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 “무슨 전공을 했는가?”를 성공의 잣대로 삼는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시대는 이미 달라졌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업을 바꾸고, 최첨단 기술이 산업의 경계를 허무는 시대에는 전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평생 배우려는 자세와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성숙 신임 국무총리다. 그녀는 공학도도, 컴퓨터공학 전공자도 아니었다. 숙명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평범한 인문학도였다. 그러나 졸업 후 컴퓨터 전문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누구보다 빠르게 정보기술의 미래를 읽었다. 이후 나눔기술을 거쳐 인터넷 포털 엠파스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국내 최초의 '열린 검색' 서비스를 기획하며 인터넷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어 NHN과 네이버에서 검색과 서비스 혁신을 주도했고, 2017년에는 네이버 최초의 여성 대표이사(CEO)에 올랐다. 그녀가 대표로 재직하는 동안 네이버는 웹툰, 간편결제, 인공지능, 글로벌 플랫폼 사업을 확대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T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발탁되었고, 이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며 기업 경영과 공공행정을 모두 경험하는 보기 드문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한성숙의 인생은 우리에게 묻는다. “전공이 미래를 결정하는가, 아니면 배움이 미래를 결정하는가?” 말이다. 답은 이미 그녀의 삶 속에서 드러났다. 교육학자 존 듀이는 “교육은 삶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삶 그 자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출발점일 뿐이다. 삶은 졸업 후에도 계속 배우는 사람에게 더 큰 기회를 선물한다.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 CEO 가운데도 전공과 직업이 일치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중요한 것은 학과 이름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며, 끊임없이 배우려는 태도이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과거 기술자가 아니었지만 기술을 이해했고, 경영학도가 아니었지만 조직을 성장시켰으며, 정치인이 아니었지만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자리까지 나아갔다. 이것이 바로 융합형 인재가 갖는 힘이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꿈이 무엇이냐?"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평생 무엇을 배우며 살아갈 것인가?”이다. 직업은 바뀔 수 있다. 산업도 바뀐다. 그러나 배우는 사람은 어느 시대에서도 살아남는다. 이 시대 최고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교육도 이제는 정답을 빨리 맞히는 학생보다 새로운 질문을 던질 줄 아는 학생을 길러야 한다. 대학 입시를 위한 암기보다 세상을 바꾸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지식을 저장하는 사람보다 지식을 연결하는 사람이 더 큰 가치를 만든다. 한성숙 국무총리의 성공은 개인의 영광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것은 대한민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하나의 이정표다. 오늘의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영문학을 전공했다고 영어만 해야 하는 시대는 끝났다. 지방대 출신이라고 꿈을 포기할 이유도 없다. 실패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결론은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은 언제든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다는 진리다. 교육은 직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드는 일이다. 사람다운 사람이 많아질 때 사회는 발전하고, 그런 사람이 혁신을 이끌 때 국가는 미래를 얻는다. 이제 우리는 조용하지만 강한 교육적 메시지를 얻었다. “전공은 출발선일 뿐, 목적지는 스스로 배우는 사람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늘날 우리의 청년들은 고용 절벽의 시대를 살아간다. 온갖 스펙으로 실력을 갖추었지만 40만~70만 명의 청년들이 아무 하는 일도 없이 그냥 쉬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 어렵게 살아 온 순간의 삶과 축적한 지식, 실력을 그대로 사장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대학에서의 전공은 하나의 경우일 뿐이다. 인생의 길은 전공이 아니라 도전이 만든다는 사실을 이 글의 주인공의 삶을 통해 느끼고 모델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바라는 마음이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교육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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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10
  • [김홍제의 목요칼럼] 교사를 바라보는 교실에서 토론과 질문 중심의 교실로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한국 학생은 하루 대부분을 교실에서 보낸다. 교실은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질서와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여러 차례 바뀌었다. 디지털 교과서도 도입했고, 인공지능 교육도 시작했다. 하지만 반세기 전과 크게 변하지 않은 풍경이 있다. 교사는 칠판 앞에서 설명하고 학생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듣는다. 정해진 진도가 가장 중요하다. 질문은 시간을 늦추는 변수이고, 토론은 진도를 마친 뒤에나 가능한 사치이다. 질문이 사라진 교실에서 자란 아이들은 토론보다 침묵에 익숙하다. 설득과 이해보다 승부와 경쟁에 익숙해졌다. 학교에서 의견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회는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갈등을 증폭시킨다. 민주주의는 투표장만이 아닌 교실에서 시작한다. 인간성은 교과서로만 길러지지 않는다. 공감은 대화할 때 자라고, 책임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우며, 배려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끝까지 들어 보는 경험 속에서 형성된다.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기술이 아니다. 사람을 성장시키는 문화이다. 그런 문화는 설명보다 대화에서, 경쟁보다 협력에서 꽃핀다. 국가 경쟁력도 예외가 아니다. 새로운 문명과 혁신도 언제나 한 사람의 질문에서 출발했다. 교실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교실의 방향을 칠판이 아니라 학생에게 돌려야 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이야기이다. 지금은 공개수업을 하거나 마무리 활동을 할 때만 이러한 학습 형태를 보여주기 위주로 한다. 하지만 거꾸로 학생토론중심 구조가 항시적이고 전체 공유가 필요할 때는 일시적으로 교사 중심 방향이어야 한다. 수업은 토론이 일상화된 학습 구조와 체계가 필요하다. 책상은 언제든 네다섯 명이 마주 앉아 토론할 수 있는 구조로 준비하여야 한다. 교사의 자리는 교실의 중심이 아니라 배움을 연결하는 자리여야 한다. 학생들은 설명을 듣는 시간이 아니라 질문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수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하루 한 시간이라도 ‘질문과 토론'이 모든 교과에서 자연스럽게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실이 된다면 학교의 문화는 역동적으로 살아 있는 공간으로 달라질 것이다. 교육과정에서 사고할 시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평가의 기준도 바꾸어야 한다. 정답을 얼마나 맞혔는가보다 어떤 질문을 만들었는지, 어떤 근거로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는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어떻게 존중하며 토론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교사에게 수업을 연구할 시간을 돌려주어야 한다. 질문 중심 수업은 훨씬 많은 준비와 성찰을 요구한다. 교육개혁은 교사의 희생이 아니라 국가의 투자로 이루어진다. 교실 풍경이 바뀌지 않는 한 교육은 바뀌지 않는다. 교육이 바뀌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도 바뀌지 않는다. 학생이 교사를 바라보는 교실에서 벗어나 서로를 바라보는 교실. 정답을 외우는 교실이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교실. 결국 '질문과 토론' 교육 방식은 ’인간다움의 회복‘을 위한 길이다. 이 길은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바뀌어야 한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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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09
  • [최윤용의 100세 칼럼] 피부로 드러나는 전신 염증의 신호 건선, 한의학적 접근을 통한 면역 불균형 정상화
    [교육연합신문=최윤용 기고] 1.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닌 전신 면역 질환, 건선 - 건선(psoriasis)은 단순한 표피의 문제를 넘어,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 그리고 면역 체계의 조절 장애가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하는 전신 염증성 질환입니다. 임상적으로는 경계가 뚜렷한 붉은 반점 위에 은백색의 두꺼운 각질이 덮이는 것이 특징이며, 심한 가려움과 통증을 동반합니다. 병태생리학적으로 건선의 핵심은 선천성 및 적응성 면역 체계의 비정상적인 활성화, 특히 IL-23/Th17 축(axis)의 조절 이상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수지상세포 등에 의해 분비된 인터루킨-23(IL-23)은 Th17 세포의 분화와 생존을 촉진하며, 활성화된 Th17 세포는 IL-17을 비롯한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과다 분비합니다. 이러한 염증 매개체들은 각질형성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을 유발하고 염증 반응을 지속시켜 건선 특유의 두꺼운 각질 판을 형성하게 만듭니다. 2. 기존 약물 치료의 한계와 새로운 대안의 필요성 - 현재 건선 치료에는 국소 스테로이드제, 비타민 D 유사체와 같은 바르는 약부터 메토트렉세이트(MTX), 사이클로스포린 등의 전신 면역억제제, 그리고 특정 염증 경로를 차단하는 생물학적 제제(Biologics)가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IL-17이나 IL-23을 표적으로 하는 최신 생물학적 제제는 중증 건선 환자에게서 피부 병변을 개선하는 단기적 효과가 입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이같은 합성약물 치료만으로 모든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생물학적 제제는 높은 치료 비용으로 인해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지며, 장기 사용 시 약물 내성이 발생하거나 효능이 감소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기존에 널리 활용되어오던 전신 면역억제제는 간독성이나 골수 억제와 같은 부작용의 위험을 동반하며, 국소 스테로이드제의 장기 사용은 피부 위축이나 모세혈관 확장과 같은 비가역적인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약물 투여를 중단할 경우 높은 확률로 증상이 재발한다는 점은, 증상 완화를 넘어선 근본적인 면역 항상성 회복과 관련한 새로운 치료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3. 건선과 밀접하게 얽힌 '전신 대사 증후군'과 '장-피부 축' - 최근 학계에서는 건선을 단순한 피부병이 아닌 심혈관계 질환, 비만, 대사 증후군, 염증성 장질환 등과 동반되는 전신 질환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건선 환자의 체내에서 지속되는 만성 염증은 혈관 내피세포 기능 장애를 유발하여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근래의 여러 연구들을 통해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피부의 염증성 질환에 기여한다는 '장-피부 축(Gut-skin axis)' 이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장내 점막 장벽의 기능이 저하되면 미생물이나 대사 산물이 혈류로 유입되어 전신 염증 반응을 촉발하고, 이는 다시 Th17 세포 분화와 IL-17 발현을 통해 건선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이는 건선 치료가 피부 표면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체내 대사 및 면역, 장내 환경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필수적임을 말해줍니다. 4. 건선에 대한 효과적 대안: 침, 뜸, 한약 치료의 현대 과학적 근거 - 최근 기존 약물 치료의 효과를 보완하고, 전신 면역 체계의 종합적 안정을 도모하는 한의학적 치료가 효과적인 대안으로 조명받고 있으며, 다양한 현대 과학적 연구를 통해 그 효과와 작용 기전이 검증되고 있습니다. 먼저, 널리 활용되는 약물인 전신면역억제제인 메토트렉세이트에 전침(Electroacupuncture)을 병행한 치료는 피부 병변과 염증을 기존 약물 단독 치료보다 더욱 강력하게 완화하는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연구에 따르면 전침 치료는 피부와 림프절에서 병원성 Th17 세포의 비율을 낮추고, 반대로 면역 반응을 진정시키는 조절 T 세포(Treg)의 빈도를 현저히 증가시켜 Th17/Treg 면역 균형을 회복시킨다고 합니다. 또한, 뜸(moxibustion) 치료는 건선 병변에서 세포 증식 및 발판 단백질 합성을 감소시키고, 혈관의 비정상적인 과다 증식을 억제하며, IL-8, IL-17A, IL-23과 같은 전염증성 인자의 발현을 뚜렷하게 낮추는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한편, 건선은 면역계의 이상, 피부 세포의 과증식, 비정상적인 혈관 신생, 그리고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복합 질환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다중 경로(multi-pathway)를 동시에 조절하는 한약 치료의 장점이 발휘될 수 있습니다. 각종 피부 질환에 널리 활용되어온 여러 한약 처방의 활성 성분은 여러 병리 표적에 대한 동시조절 기전을 통해 건선을 치료합니다. 예를 들어, 커큐민(curcumin), 바이칼린(baicalin) 등의 성분과 다수의 한약 처방이 NF-kB, MAPK, PI3K/AKT 및 IL-23/IL-17 신호 전달 경로를 동시에 억제하여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차단하고 각질형성세포의 과다 증식을 막아주는 효과가 규명되어 있습니다. 더 나아가, 복합 한약 처방은 피부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그치지 않고 '장-피부 축(Gut-skin axis)'에 작용하여 무너진 장내 유익균의 다양성을 회복시키고 전신 대사 장애를 바로잡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살펴보신바와 같이 한의 치료는 면역 조절, 항염증, 혈관 신생 억제, 장내 미생물 환경 개선 등 신체 전반의 불균형을 총체적 관점에서 바로잡는 효과에 대한 다양한 과학적 근거가 갖춰져 있습니다. 5. 약물 의존을 줄이는 일상 속 건선 자가 관리법 - 성공적인 건선 관리를 위해서는 임상적 치료와 더불어 환자 스스로의 생활 습관 및 식단 교정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지중해식 식단: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과일, 채소, 통곡물을 강조하는 지중해식 식단은 강력한 항염증 효과가 있습니다. 이 식단에 풍부한 오메가-3 고도불포화지방산과 폴리페놀은 전신 염증을 조절하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데 유익합니다. •체중 감량 및 저칼로리 식단: 비만은 건선의 진행 및 중증도 악화와 강한 인과관계가 있습니다. 과체중 또는 비만인 건선 환자가 저칼로리 식단을 통해 체중을 감량할 경우, 건선 중증도 지수(PASI)가 유의미하게 감소하고 기존 치료에 대한 반응률이 높아집니다. •간헐적 단식: 식사와 단식 시간을 조절하는 간헐적 단식은 아디포넥틴 분비를 증가시켜 국소 및 전신 염증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 임상 관찰에서도 한 달간의 간헐적 단식이 건선 환자의 PASI 점수를 유의하게 낮춘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글루텐 프리 식단: 셀리악병을 동반하거나 항글리아딘 항체(antigliadin antibodies)에 양성 반응을 보이는 건선 환자의 경우, 글루텐 프리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건선 중증도 감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건선은 평생에 걸쳐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며 삶의 질을 위협합니다. 전신의 면역 균형을 다스리고 피부의 과도한 염증 반응을 진정시키는 과학적 한의 치료와 올바른 식이 관리를 병행한다면, 붉은 반점과 각질의 고통에서 벗어나 건강한 피부로 한걸음 더 다가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1.Prema SS, Shanmugamprema D. Systemic Psoriasis: From Molecular Mechanisms to Global Management Strategies. Clin Rev Allergy Immunol. 2025 Aug 7;68(1):79. doi: 10.1007/s12016-025-09089-4. 2.Leung A, Kranyak A, Marquez-Grap G, Bhutani T. Nutrition and Psoriasis: The Latest Evidence and How to Approach Nutrition in Clinical Practice. Am J Clin Dermatol. 2026 Jan;27(1):9-16. doi: 10.1007/s40257-025-00992-2. 3.Morrow S, Hawkins P, Griffiths CEM, Tektonidis TG, Harriss E, Scragg J, Jebb S. Impact of weight-loss interventions on psoriasis severity: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 Eur Acad Dermatol Venereol. 2026 Jun;40(6):980-993. doi: 10.1111/jdv.70247. 4.Armstrong AW, Nong Y, Merola JF. Systemic Pharmacological Treatments for Chronic Plaque Psoriasis. JAMA Dermatol. 2026 May 1;162(5):525-526. doi: 10.1001/jamadermatol.2026.0200. 5.Huang F, Zhang T, Li B, Wang S, Xu C, Huang C, Lin D. NMR-based metabolomic analysis for the effects of moxibustion on imiquimod-induced psoriatic mice. J Ethnopharmacol. 2023 Jan 10;300:115626. doi: 10.1016/j.jep.2022.115626. 6.Liu H, Chen Y, Xu S, Chen H, Qiu F, Liang CL, Mo X, Liu J, Lu C, Dai Z. Electroacupuncture and methotrexate cooperate to ameliorate psoriasiform skin inflammation by regulating the immune balance of Th17/Treg. Int Immunopharmacol. 2024 Oct 25;140:112702. doi: 10.1016/j.intimp.2024.112702. 7.Gamus D, Shoenfeld Y. Acupuncture therapy in autoimmune diseases: A narrative review. Autoimmun Rev. 2025 Jan 31;24(2):103709. doi: 10.1016/j.autrev.2024.103709. 8.Jo HG, Seo J, Jang B, Kim Y, Kim H, Baek E, Park SY, Lee D. Integrating network pharmacology and experimental validation to advance psoriasis treatment: Multi-target mechanistic elucidation of medicinal herbs and natural compounds. Autoimmun Rev. 2025 Jul 31;24(8):103836. doi: 10.1016/j.autrev.2025.103836. 9.Feng W, Liu H, Liang CL, Huang H, Chen Y, Dai Z. Immunoregulatory effects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and its ingredients on psoriasis. Int Immunopharmacol. 2025 Jun 26;159:114896. doi: 10.1016/j.intimp.2025.114896. ▣ 최윤용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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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08
  • [전재학의 교육칼럼] 대학 간판을 떨쳐낸 SK하이닉스, 그럼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하나?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 시대를 지배할 인류의 생존 조건으로 아주 독특한 “3대 근육”을 제시했다. 그것은 헬스장의 바벨을 들라는 게 아니라, 미래 인재가 반드시 탑재해야 할 “세 가지 정신 근육”이다. 첫째, ‘생각 근육’으로 AI에게 제대로 질문하고 답을 융합하는 비판적 사고력이다. 둘째, ‘적응 근육’으로 기술 격변의 파도 속에서 빛의 속도로 변신하는 유연성이다. 셋째, ‘공감 근육’으로 기술에 인간성을 불어넣고 타인과 연대하는 소통 능력이다. 이 발언이 떨어지기 무섭게, AI 반도체의 심장인 SK하이닉스가 전격적인 행동에 나서 신입사원 채용에서 수십 년간 당연시되던 ‘4년제 학사 학위 이상’이라는 학력 제한을 전면 폐지했다. 즉, 고졸이든 대학 중퇴든 상관없이, 최 회장이 말한 3대 근육만 짱짱하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한민국 최고의 일터로 채용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그동안 말로만 “학벌 철폐”를 외치던 사회에 던진 거대한 폭탄이자, 대학 간판만 믿고 안주하던 교육계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려친 유쾌한 인간 승리 선언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타까운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 30년 전 삼성 그룹은 이미 학벌 철폐의 선도자로서 발걸음을 떼었고 공공기관에서도 이력서에 출신 학교를 가리는 ‘블라인드 채용’에 들어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또 다른 ‘불공정’ 논란에 휩싸였다. 즉, 이력서에서 간판을 지웠더니, 제한된 시간 내에 눈에 띄는 ‘말만 번지르르한 지원자’나 ‘고액 사교육으로 떡칠된 외부 스펙자’가 합격하는 왜곡이 발생한 것이다. 밤낮 코피 쏟아 명문대에 간 학생들은 “내 학창 시절의 성실함을 증명할 기회조차 빼앗겼다”며 역차별을 호소했고, 일부 기관에서는 주관적 평가 개입으로 비리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하이닉스의 이번 결단이 본격적인 ‘학벌 철폐’와 ‘인재 혁명’으로 이어지려면, 이제 학교 교육의 판 자체를 새로 짜는 획기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첫째, ‘생각 근육’ 단련을 위해 오픈 AI ‘피신(Piscine)’ 프로젝트의 운영이다. 프랑스의 혁신적인 IT 교육기관인 ‘에꼴 42(Ecole 42)’에는 교수도, 교재도, 주입식 시험도 없다. 오직 동료들과 한 달간 맨땅에 헤딩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피신(Piscine, 수영장)’이라는 서바이벌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의 진짜 역량을 길러내고 있다. 우리의 학교 평가 기준도 ‘암기한 정답’이 아니라, AI에게 어떤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힌트를 얻고, 이를 어떻게 자신만의 논리로 융합하는가의 과정이어야 한다. 둘째, ‘적응 근육’ 단련을 위해 ‘학년 팝업(Pop-up :경계 파괴)’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 오토매틱(Automattic)은 채용 전, 지원자들에게 몇 주간 실제 직무와 유사한 프로젝트를 맡겨 이들이 새로운 툴과 변화하는 환경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는지를 검증한다고 한다. 교육도 이 방식을 적용해 아침에는 로봇 공학 프로젝트를 하다가, 오후에는 기후변화 뮤지컬을 제작하는 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학년의 경계를 넘어 매번 바뀌는 동료와 낯선 과제 속에서 뒹굴어봐야, 어떤 위기가 와도 카멜레온처럼 ‘적응 근육’이 생긴다는 사고에 근거한 것이다. 셋째, ‘공감 근육’ 단련을 위해서 ‘동료 평가(Peer Review)’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Tesla)는 인재를 뽑을 때 아무리 천재라도 독불장군이거나 팀워크를 해치는 자는 가차 없이 탈락시킨다고 한다. 철저히 동료들의 다면 평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제 학교 성적표에서 교사의 주관적 평점이나 줄 세우기식 등급을 지워야 한다.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서로의 협업 태도와 인성을 평가하는 동료 평가 시스템을 공교육 성적의 핵심 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청(소)년들이 스펙 성형외과를 찾아다니며 자소서에 넣을 형식적인 위장 줄글을 만드느라 청춘을 낭비하는 대신, 매일 아침 자신만의 ‘생각과 적응, 그리고 공감’을 키울 아령을 들어 올리는 학교, SK하이닉스가 던진 학벌 철폐의 공을 받아 안는 학교로의 구습 타파 ‘인재 양성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작년 고1 학생 1만 명이 넘게 자퇴한 우리의 학교는 아이들의 책가방 속에 스트레스 유발의 시험지만 잔뜩 넣어 주었기 때문이다. 대신 ‘미래를 살아갈 단단한 근육’ 즉, ‘삶의 힘’을 기르는 교육으로 전환할 때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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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03
  • [구본희 반려詩選] 봉선화 물들이기
    [교육연합신문=구본희詩選] 봉선화 물들이기 구순 앞둔 아버지, 옥상 봉선화를 따 말려 절구에 정성스레 찐다. 이순 앞둔 딸, 손가락과 발가락에 꽃을 올리고 어머니는 실로 살며시 묶는다. 딸의 고운 모습에 모녀는 함께 웃는다. 붉은 꽃비처럼 사랑이 번져간다. 노을빛 속, 시간은 살짝 눈길을 보낼 뿐 지금, 이 순간, 눈물 나도록 아름답다. ▣ 구본희 ◇ 前인천국제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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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02
  • [전재학의 교육칼럼] 교육의 ‘정치적 면역계’를 구축하자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우리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 제도를 뜯어고치고, 교육 거버넌스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위원회와 기구를 신설하는 등 주로 ‘제도적 외과 수술’에 매달려 왔다. 하지만 아무리 법률을 바꾸고 구조를 개편해도, 적대적 거대 양당 정치라는 강력한 구조는 교실이라는 공간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선거철만 되면 교육 현장은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가장 자극적인 실험실로 전락하곤 했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정치가 교육을 지배하는 이 고질적인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외과적 수술을 넘어, 교육 현장 스스로가 정치적 외풍을 이겨내는 자체적인 ‘면역계(Immune System)’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제도나 정치인의 선의(善意)에 기대는 독립이 아니라, 교실 내부의 체질을 바꾸어 정치가 감히 침투할 수 없도록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라 할 것이다. 과거 우리가 거시적인 제도 개혁에만 매몰되어 있는 사이, 정작 교육의 미시적 생태계는 심각하게 오염되어 왔다. ‘교육 현장의 정책 수용도’ 연구에 따르면, 상향식(Top-down)으로 하달되는 정치권발 교육 정책이 학교 현장에 안착하는 비율은 매우 낮으며, 오히려 교사들의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을 침해하여 공교육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OECD 교육 지표에서도 교육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확보된 국가일수록 정치적 변화와 무관하게 일관된 교육 성과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정치가 교육을 흔들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교실이다.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단기적 성과 위주의 공약들은 학교를 장기적인 안목이 실종된 ‘피로 사회’로 만들 뿐이다. 이에 우리는 제도적 독립을 넘어, 정치의 논리가 교실 문턱에서 스스로 차단되도록 만드는 획기적인 실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과정의 ‘블록체인(Blockchain)화’를 통한 정책 불변성 확보다. 중앙정부나 정치권이 교육과정을 손쉽게 주무르지 못하도록, 국가 교육의 핵심 뼈대를 분산형 시스템인 ‘블록체인’처럼 상호 검증 구조로 묶어야 한다. 지역 사회, 현장 교사, 학부모, 그리고 학계가 공동으로 승인한 교육의 핵심 가치와 장기 로드맵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단독으로 수정할 수 없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는 정치가 교육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합의체만이 교육을 진화시킬 수 있는 안전한 ‘잠금장치’라 할 것이다. 둘째, 진영 논리를 파쇄하는 ‘메타-비판(Meta-Critical) 사고’의 훈련이다. 정치인들이 교육을 도구로 삼는 이유는 대중이 진영 논리에 쉽게 휩쓸리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특정 정치적 이념을 가르치는 대신, “왜 저 정치인은 저런 주장을 할까?”, “저 공약 뒤에 숨은 이해관계는 무엇인가?”를 스스로 분석하는 ‘미디어 및 정치 리터러시’ 수업의 강화가 필요하다. 정치적 수사와 선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춘 아이들 앞에서는, 어떤 정치인도 교육적 야합이 불가할 것이다. 이는 핀란드의 체계적인 ‘가짜 뉴스’ 판별 교육과 같은 맥락이다. 셋째, 세대의 서사로 이념의 독소를 녹이는 ‘격대(Gyeok-dae)교육’의 구조화이다. 정치적 이념은 대개 동시대의 갈등을 먹고 자라지만, 세대를 뛰어넘는 역사적 경험은 갈등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이는 현대의 이념 대립으로 얼룩진 교과서 밖으로 나와, 아이들이 격동의 한국사를 온몸으로 관통해 온 조부모 세대의 서사를 직접 채록하고 아카이브로 구축하는 프로젝트라 할 것이다. 정치인의 외침이 아닌, 평범한 이웃이자 가족인 조부모 세대의 날 것 그대로의 삶의 궤적을 마주할 때, 아이들은 인위적으로 가공된 진영 논리를 초월해 연대감과 따뜻한 인성의 가치를 체득하게 될 것이다. 이제 세계의 미래 교육의 도도한 흐름은 이미 정부 중심의 규제에서 벗어나, 학습자 스스로가 삶의 주체로 우뚝 서는 교육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정치가 교육을 걱정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다. 이제는 교육이 정치의 미성숙함을 걱정하고, 이를 치유할 인재를 길러내야 할 때다. 5년마다 반복되는 정치적 요요현상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교실 내부의 면역력을 키워 굳건한 교육의 자존감을 세워야 한다. 정치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깊고 단단한 사유의 숲을 아이들의 내면에 심어주는 것, 그것이 우리의 가장 혁신적인 교육 자율성의 확보라 할 것이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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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26
  • [김홍제의 목요칼럼] 교사 10명 중 9명이 무혐의인 아동학대 신고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 10명 중 9명이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다.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이다. 자녀가 그 억울한 교사라면 그 상황에서 누가 분노하지 않겠는가. 교직을 떠나고 싶다는 통계 증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는 순간 교사의 일상은 마비된다. 정당한 교육활동 중에 발생한 사건으로 신고를 당했는데 혼자 대응해야 한다는 고립감, 형사 절차와 수사에 대한 부담과 수치심, 낙인 효과를 교사는 가장 힘들어한다. 통계에 따르면 교사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신고 가운데 상당수가 수사와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신고된 교사 10명 중 9명 가까이가 혐의없음이나 불송치, 불기소로 사건이 종결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 안에는 몇 달, 때로는 몇 년 동안 범죄 혐의자로 살아야 했던 교사들의 지난한 고통이 담겨 있다.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거짓 비난은 칼보다 깊은 상처를 남긴다”고 말했다. 아동학대는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신고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허위·과장 신고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제도적 보완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학부모는 생활지도나 훈육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을 아동학대 신고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다. 교사의 교육적 지도가 곧바로 범죄 혐의로 연결되는 현실은 교육의 본질을 흔들고 있다. 교권 침해 신고센터에는 우울증 치료와 휴직을 고민하는 교사들의 상담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이 무혐의라면 제도의 운영 방식에 문제를 살펴보고 실질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교사를 잠재적 가해자로 바라보게 만들고, 교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학생과 거리를 두게 된다면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아이를 걱정하는 교사보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다면 현장 교육의 질적 하락은 당연하다. 현실적이고 시급한 대안은 무엇인가. 우선 교육활동과 학대를 구분하는 전문 심의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1차 검증장치가 필요하다. 교사의 생활지도가 포함된 사안은 교육 전문가와 아동 전문가가 먼저 검토하도록 해야 한다. 정서적 아동학대 적용도 교육 상황에서는 제한하도록 아동복지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악의적 허위 신고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정당한 신고는 보호하되 보복성 신고까지 방치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송망방이 처벌이 이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교육은 입시 중심·불평등·창의성 억제 구조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당장 시급한 것은 교사에 대한 무차별적인 아동학대라는 드론 공격이다. 학생에 대한 선한 동기를 가진 교사들이 악의적 소송에 쓰러지고 있다.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교사에 대한 최대한의 보호막을 마련해야 한다. 악의적 허위 신고라는 드론 살상 공격을 막아 주어야 한다. 홀로 맨몸으로 살상적인 드론에 맞서라는 것은 교육을 최전선에서 수행하는 교사에게 너무도 가혹한 내몰림이다. 학생에게 안전이 제일이듯이 교사에게 안전한 교직 활동도 최우선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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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25
  • [최윤용의 100세 칼럼] 침묵의 장기가 보내는 경고, 대사이상지방간질환(MASLD)과 한의학적 해법
    [교육연합신문=최윤용 기고] 1. 지방간의 새로운 이해, 대사이상지방간질환(MASLD)의 복합적 병리 기전 - 최근 세계 간학회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이라는 기존 명칭을 대사이상지방간질환(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MASLD)으로 변경하며 이 병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병명 변경은 이 질환이 단순히 알코올 섭취가 원인이 아닌 지방간 질환이라는 애매한 관점을 넘어, 전신적 대사 기능 장애와 심혈관 대사 위험 인자가 발병의 핵심이라는 보다 명료한 질환명으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MASLD의 병태생리는 단순한 간 내 지방 축적을 넘어서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전적 소인, 인슐린 저항성, 지질 독성, 미토콘드리아 및 내형질세포망 스트레스, 장내 미생물 불균형(장-간 축의 붕괴) 등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여 간세포의 손상과 만성 염증을 유발합니다. 특히, 간 내 지방 축적을 촉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방 조직의 인슐린 저항성에 따른 유리지방산의 과도한 간 유입과 간 내 신생 지방 합성(De novo lipogenesis)의 병리적 증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2. 간경변과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MASLD의 장기적 경과와 조기 발견의 중요성 - MASLD는 조기에 발견하지 못할 경우 간세포에 염증과 지방 축적이 동반되어 정상보다 2-3배 부풀어 오르고 손상되는 풍선변성(hepatocellular balloning)을 동반하는 대사이상지방간염(MASH)으로 진행됩니다. 이 단계까지 악화된 지방간질환은 이후 중증 간질환인 간 섬유화 및 간경변증으로 악화될 위험이 더욱 커집니다. 특히 간 섬유화의 중증도는 MASLD 환자의 전체 사망률 및 간 관련 합병증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간 섬유화가 심해질수록 간세포암(간암) 발생 위험이 동시에 증가하며, 간경변증 환자의 경우 간암의 연간 발생률이 0.7~2.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MASLD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 '조용한 병'이기 때문에 조기에 위험을 인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침습적인 간 생검을 대신하여 FIB-4 지수와 같은 비침습적 혈청 바이오마커나 진동 제어 일과성 탄성초음파(VCTE), 자기공명영상 양성자 밀도 지방 비율(MRI-PDFF) 등의 영상 진단 기법이 간 섬유화의 조기 발견 및 위험도 평가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조기에 발견한 MASLD는 적극적인 생활 습관 교정 및 관리를 통해 질병의 진행을 차단하고 간 건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3. 기존 약물 치료의 한계와 새로운 치료 옵션의 딜레마 - 현재 광범위한 MASLD 환자군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효과적인 약물 치료법은 여전히 충족되지 않은 중요한 의학적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일부 진행성 간 섬유화 환자를 위한 약물이 개발되기도 하였으나,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조직학적이나 임상적으로 충분한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 등 중증으로 악화된 경우에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전무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아직 MASLD에 대한 치료 지침은 체중 감량과 식단 조절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 베타(THR-β) 작용제인 레스메티롬과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중등도 이상의 섬유화를 동반한 MASH 치료제로 미국 FDA의 가속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약물들은 간 내 지질 대사를 촉진하거나 체중 감량 및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여 MASH를 호전시키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인 신약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딜레마는 MASLD가 단순한 단일 질환이 아니라, 다양한 유전적 소인, 대사적 요인, 그리고 환경적 촉발 인자가 복잡하게 얽혀 발생하는 이질적인 증후군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MASLD는 다양한 대사적 요인이 얽힌 이질적이고 복합적인 증후군이므로, 단일 경로만을 억제하는 표적 치료제 하나로는 모든 환자의 병리적 진행을 완벽히 차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4. 과학적으로 입증된 한의 치료와 MASLD 치료 한약의 다중 표적 조절 효과 - 이러한 단일 표적 치료의 한계 속에서, 전신 대사의 불균형을 다각도로 회복시키는 한의학적 접근이 MASLD를 극복할 새로운 과학적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천연 활성 성분이 어우러진 한약은 단일 경로가 아닌 다중 표적에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함으로써, 복잡하게 얽힌MASLD의 병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었습니다. 예컨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역에서 중요한 한약으로 활용되어 온 갈근(Pueraria lobata)의 핵심 이소플라본 성분인 푸에라린(Puerarin)은 간세포 내에서 AMPK 및 PI3K/Akt 신호 전달 경로를 활성화하여 인슐린 저항성을 본질적으로 개선하고, SREBP-1c와 같은 지방 합성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여 간 내 지질 축적을 차단합니다. 아울러, 푸에라린은 Nrf2/ARE 항산화 경로를 자극하여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회복시키고 산화 스트레스를 경감시킵니다. 이 외에도 한약재 황련 등에서 추출되는 베르베린(Berberine)과 강황의 커큐민(Curcumin) 성분 등 역시 간 내 지질 합성을 억제하고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를 제어하는 효과가 보고되었습니다. 또한, 여러 한약에 함유된 다당류(polysaccharides) 성분들은 최근 MASLD의 새로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장-간 축(Gut-liver axis)'의 붕괴를 바로잡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 상태는 장벽의 투과성을 높여 장내의 독소를 간으로 유입시키고 TLR4/NF-κB와 같은 염증 신호 경로를 활성화시킵니다. 다당류와 갈근의 저항성 전분 등은 유익균을 증식시키고 단쇄지방산(SCFA) 생성을 촉진하여 장 점막의 장벽 기능을 회복시킴으로써, 간으로 향하는 염증 신호를 차단하고 전신적인 대사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최근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황련해독탕, 일관전, 영계출감탕 등 전통적인 한약 처방의 유효성이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있습니다. 특히, 다수의 임상 연구에서 한약과 기존 서양의학적 관리(식이, 운동 등)를 병행했을 때, 단독 관리에 비해 간 기능, 혈중 지질 수치, 체질량지수(BMI) 등 전반적인 MASLD 경과에서 더 나은 결과가 확인되기도 하였습니다. 비약물 치료인 침 치료의 효과 역시 과학적 근거가 마련되고 있습니다. 한편, 체내의 지방분율 측정이 가능한 자기공명영상(MRI-PDFF)장비를 활용한 무작위 대조군 임상 연구에서는,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으로 진단된 환자에게 12주간 침전기자극술 치료를 시행한 결과 대조군에 비해 간 내 지방 함량이 유의미하게 크게 감소(-33.6%)하였으며, 간 지방이 30%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도 더 높았습니다. 이는 전침치료가 체중과 체질량지수(BMI)를 안전하게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간 내 지질 대사를 가속화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5. 대사이상지방간질환을 극복하는 일상 속 자가 관리법 - 대사이상지방간질환(MASLD)은 단순한 간의 문제를 넘어 전신 대사의 불균형이 장기간 누적되어 악화하는 다계통 복합 질환입니다. 따라서, 체중 감량과 식이 조절, 규칙적인 운동을 포함한 적극적인 생활 습관의 교정은 질병의 진행을 막고 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일차 치료 전략입니다. •계획적인 식단 및 영양 관리: 최근 연구에서는 지중해식 식단 패턴을 권장할 때, 체성분의 미미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사 마커와 간 기능 검사에서 유익한 변화가 나타난다고 보고합니다. 아울러, 정제 탄수화물과 초가공식품의 섭취는 줄이고, 규칙적인 식사를 통해 인슐린 저항성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속적인 운동요법 실천: 체중 감량과 독립적으로, 운동 개입은 자기공명영상으로 측정한 간 지방을 평균 24%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여줍니다. 주당 최소 150분 이상의 빠르게 걷기와 같은 중등도 강도의 활동에 해당하는 개입에서 가장 큰 효과가 관찰되었습니다. •식이섬유 섭취를 통한 장-간 축(Gut-liver axis) 관리: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장내 장벽 투과성의 상실은 내독소 방출을 증가시키고 MASLD의 병리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내 환경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함유된 채소, 콩류, 통곡물, 해조류 등을 매일 적정량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사이상지방간질환은 간의 문제로 시작해 전신 대사 전반을 위협하는 간과할 수 없는 질환입니다. 그러나 신체 고유의 대사 기능과 장내 환경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되찾아주는 과학적인 한의 치료에 꾸준하고 올바른 생활 관리가 더해진다면 충분히 질병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무너진 대사 균형을 지혜롭게 바로잡아,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간을 지켜나가시기를 바랍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1. Reinson T, Bilson J, Childs C, Buchanan RM, Targher G, Byrne CD. Metabolic dysfunction 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mechanisms, diagnosis, and management in adults. BMJ Med. 2026 Mar 31;5(1):e002038. doi: 10.1136/bmjmed-2025-002038. 2. Ren R, Liang X, Wei X.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pathogenesis and novel treatment options. Mol Biomed. 2026 May 30;7(1):80. doi: 10.1186/s43556-026-00486-5. 3.Wild SH, Lazarus JV, Spearman CW, Ocama P, Bilson J, Zhou XD, Zheng MH, Byrne CD. MASLD prevalence, incidence and global aspects. Diabetologia. 2026 May 21. doi: 10.1007/s00125-026-06726-1. 4. Bian Z, Zhao A, Wang Q, Li Y, Liu Y, Yang W, Li Y, Bai J, Niu S, Liu S, Guo J. Advancements in research on the anti-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effects and mechanisms of action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polysaccharides: A review. Int J Biol Macromol. 2025 Sep;321(Pt 3):146292. doi: 10.1016/j.ijbiomac.2025.146292. 5. Zhou X, Xu H, Wang H, Zhang H, Chen Y, Chen J. Roles and mechanisms of Pueraria lobata radix in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J Ethnopharmacol. 2026 Oct 28;369:121891. doi: 10.1016/j.jep.2026.121891. 6. Wang S, Xu H, Du R, Wei C, Cui X, Zhang C, Zhong M, Zhang H, Wu Q, Tong G, Luo L. Underlying mechanisms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in treating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 evidences from preclinical and clinical studies. J Ethnopharmacol. 2025 Aug 29;352:120192. doi: 10.1016/j.jep.2025.120192. 7. Ding X, He X, Tang B, Lan T. Integrated traditional Chinese and Western medicine in the prevention and treatment of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future directions and strategies. Chin Med. 2024 Feb 3;19(1):21. doi: 10.1186/s13020-024-00894-1. 8. Zhao J, Wang Q, Zhao X, Wu L, Li J, Zhang W, Xu S, Han C, Du Y, Tong X, Duan W, Cao D, Ren H, Zhao X, Ou X, Jia J, You H. Electro-acupuncture reduced steatosis on MRI-PDFF in patients with non-alcoholic steatohepatitis: a randomized controlled pilot clinical trial. Chin Med. 2023 Feb 24;18(1):19. doi: 10.1186/s13020-023-00724-w. 9. Chen X, Shi J, Lai Y, Xue Y, Ung COL, Hu H. Systematic analysis of randomised controlled trials of Chinese herb medicine for non-alcoholic steatohepatitis (NASH): implications for future drug development and trial design. Chin Med. 2023 May 19;18(1):58. doi: 10.1186/s13020-023-00761-5. 10. Cao Y, Fang X, Sun M, Zhang Y, Shan M, Lan X, Zhu D, Luo H. Preventive and therapeutic effects of natural products and herbal extracts on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nonalcoholic steatohepatitis. Phytother Res. 2023 Sep;37(9):3867-3897. doi: 10.1002/ptr.7932. ▣ 최윤용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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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23
  • [전재학의 교육칼럼] “적이 없는 곳에서 싸워라”-손자병법의 교육에의 적용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손자(孫子)는 2500년 전 전쟁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적이 없는 곳에서 싸워라.” 이 말을 듣자마자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를 교육에 적용하자면 “아니, 그럼 시험 기간에 학생이 없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라는 말인가?” 하지만 이 말은 단순한 전략·전술이 아니다. 오히려 오늘날 교육이 가장 절실하게 새겨야 할 철학으로 연계할 수 있다. 우리 교육은 지금 너무 많은 ‘적이 몰린 곳’에서만 싸우고 있다. SKY 입시, 의대 경쟁, 사교육 의존, 스펙 전쟁…. 모두가 하나의 좁은 문으로 몰려들어 심한 정체현상을 빚으며 서로의 어깨를 들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게 죽도록 경쟁하는데도 행복한 학생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말이다. 교육은 원래 사람을 키우는 일인데, 우리 교육은 전통적으로 사람을 줄 세우는 일이 되어버렸다. 대한민국의 많은 학생들은 아침 7시에 학교로 향하고 밤 11시에 학원을 마친다. 그런데도 부모는 불안하고 학생은 자신이 뒤처진다고 느낀다. 마치 전 국민이 러닝머신 위에서 뛰고 있는데 속도 조절 버튼이 고장 난 느낌이다. 더 무서운 건, 아무도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손자의 말은 놀라운 통찰을 제공한다. “적이 많은 곳에서 이기려 하지 말고, 애초에 적이 없는 곳으로 가라.” 오늘날 교육 문제의 핵심은 경쟁 자체보다 “모두가 똑같은 목표만 바라본다”는 데 있다. 어느 고등학생은 의사가 꿈이 아니라도 의대 설명회를 간다. 왜냐면 “안 가면 손해 보는 것 같아서”이다. 이것은 꿈의 문제가 아니라 두려움, 공포의 문제다. 그러나 세상은 이미 바뀌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년 이후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창의성, 문제 해결력, 협업 능력을 제시했다. 또한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연구는 학생의 장기적 성공에 성적보다 자기주도성과 회복탄력성이 더 중요하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우리의 교실은 여전히 “정답 하나를 가장 빨리 맞히는 사람”을 양성하는 데 집중하여 미래의 ‘팀플레이’ 대신에 치열한 ‘개인전’만 치르고 있다. 그래서 이제 교육은 손자가 제안하는 대로 “적이 없는 곳”을 발견하도록 학생을 도와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한 학생이 수학 2등급이지만 영상 편집을 기막히게 잘한다. 또 어떤 학생은 영어는 약하지만 사람을 웃기는 능력이 천재적이다. 그런데 학교는 묻는다. “그래서 내신 몇 등급인데?” 마치 코끼리와 원숭이와 펭귄을 한 줄로 세워놓고 나무 오르기 시험을 보는 셈이다. 이쯤 되면 펭귄은 “난 수영 국가대표인데...”라고 탄식하지 않을까? 실제로 미국의 교육학자 하워드 가드너(Haward Gardner)는 ‘다중지능이론’을 통해 인간의 재능이 언어·논리 능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의 연구는 음악지능, 공간지능, 대인관계지능 등 다양한 재능의 존재를 강조했다. 이는 오늘날 교육이 왜 획일적 경쟁에서 벗어나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손자의 전략은 바로 수학 천재와 경쟁하지 말고, 자신만의 전장을 만들라는 것이다. 물론 현실은 냉혹하다. 부모는 불안하다. 대학 간판이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희귀한 인재는 ‘1등급 인간’이 아니라 ‘자기가 가야 할 길을 아는 인간’ 즉,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아는 인간’이다. 왜냐하면 AI 시대에는 평균적인 능력은 기계가 훨씬 더 잘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교육은 아이들에게 정답을 외우게 하고 줄을 세우는 공부가 아니라, 자기만의 질문을 하고, 자기를 알게 하는 일련의 과정이어야 한다. 그래서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다. 하지만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적이 없는 곳에서 싸운다는 것은 경쟁을 회피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남의 전장에서 허무하게 소모되지 말라는 뜻이다. 손자는 아마 오늘날 한국 교육을 본다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왜 모두 같은 문으로 들어가려 하는가? 문이 없으면 창문으로 들어가고, 창문이 없으면 벽을 뚫어라”고 말이다. 결국 고전의 지혜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기에 우리는 그 지혜를 발견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대응하는 지혜를 단련해야 할 것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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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19
  • [구본희 반려詩選] 걸음도 값이 있다
    [교육연합신문=구본희詩選] 걸음도 값이 있다 첫발 뗀 아이도 늙은 어른도 걸음걸이는 참 닮았다. 아이는 아장아장, 어른은 뒤뚱뒤뚱. 아이는 귀엽다 하고 어른은 안쓰럽다 한다. 손잡고 걷는 모습도 비슷한데 아이는 대견하다 하고 어른은 짠하다고 한다. 걸음도 값이 달라서 나이든다는 게 문득 서럽기만 하다. 하지만, 걸을 수 있다는 것만도 감사한 일이다. ▣ 구본희 ◇ 前인천국제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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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18
  • [최윤용의 100세 칼럼] 번아웃 뒤에 숨은 세포의 비명, 만성피로증후군과 '뇌-장 축'에서 찾는 해결의 실마리
    [교육연합신문=최윤용 기고] 1. 에너지 방전의 신호, 만성피로증후군의 과학적 실체 - “조금 쉬면 괜찮아지겠지”라고 넘겼던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한 과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우리 몸의 조절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상태인 근육통성 뇌척수염/만성피로증후군(ME/CFS)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ME/CFS는 단순히 ‘피곤하다’는 주관적 증상이 아니라, 면역계 조절 이상, 산화 스트레스,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중추신경계의 신경염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전신 질환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세포 안에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가 있습니다. 하지만 ME/CFS 환자에서는 이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세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ATP)를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 과정에서 뇌와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회로가 지속적인 염증 반응에 영향을 받게 되고, 몸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활동량을 줄이는 ‘질병 행동(sickness behavior)’ 상태에 들어갑니다. ME/CFS의 진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작업후 권태감(Post-exertional malaise)입니다. 이는 가벼운 신체 활동이나 정신적 활동 후에도 며칠 동안 극심한 피로와 기능 저하가 이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2. 완치제가 없는 만성 피로, '운동이 독이 되는' 역설 - 안타깝게도 ME/CFS를 완전히 치료하는 표준 약물이나 치료법은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치료는 주로 피로 증상을 조절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문제는 일반적인 피로 관리법이 일부 환자에게는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만성 피로 환자들에게 널리 권장했던 '점진적 운동치료'나 '인지행동치료'는 최근 연구에서 효과와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ME/CFS 환자는 일반적인 운동 부족과 달리 세포 에너지 대사와 면역 조절 체계에 이상이 있기 때문에, 무리한 운동은 미토콘드리아 부담을 증가시키고 작업후 권태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환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적용하는 치료보다는, 개인의 상태와 생체 반응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합니다. 3. 코로나19 장기 후유증(Long COVID)과 '뇌-장 축(Brain-Gut Axis)'의 교란 - 최근 만성 피로 연구가 크게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코로나19 장기 후유증(Long COVID)이 있습니다. 많은 코로나 19 장기 후유증 환자는 ME/CFS와 유사하게 지속적인 피로, 운동 후 악화, 집중력 저하(Brain fog)를 경험합니다. 이 때문에 두 질환 사이의 공통된 생물학적 원인을 찾으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중요한 연결고리 중 하나로 뇌-장 축(brain-gut axis)의 이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장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들은 면역과 신경 기능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감염이나 만성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지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장벽 기능이 약화되면 장내 미생물 유래 물질이 혈액으로 이동하는 ‘미생물 전위(microbial translocation)’가 일어나고, 이러한 변화가 면역계 이상 및 신경계 염증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장의 변화가 뇌 기능과 자율신경계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뇌-장 축’의 악순환이 만성 피로 증상을 지속시키는 하나의 요인이라는 것이 최근 연구의 관심사입니다. 4. 만성 피로를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 침·뜸·추나·한약 연구의 가능성 - 최근에는 뇌-장 축과 신경-면역 조절 체계를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치료 접근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의학적 치료법들이 이러한 생체 조절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연구가 다수 진행중입니다. 첫째, 한의학에서 전통적으로 기력 저하와 허약 상태의 개선에 사용되어온 대표적 처방인 '사군자탕(四君子湯)'의 효능이 다기관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 사군자탕은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의 장내 미생물 균형을 직접적으로 재조정하여 유익균의 점유율을 높이고 피로 증상을 유의하게 개선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한약재 황기에서 추출한 '황기 다당류(Astragalus polysaccharide)' 역시 복합 인자로 유발된 만성 피로 동물 모델에서 단쇄지방산(SCFA) 대사산물을 촉진하고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복원함으로써 뇌-장 축의 병리 상태를 개선한다는 연구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의 정밀 의학 기전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만성 피로 한약 치료는 한의학 특유의 맞춤형 세분화 진단 유형에 따라 처방이 이루어진 후, 말초혈액 단핵구의 히스톤 인산화(Histone phosphorylation)와 같은 후성유전학적 신호 전달 경로를 조절하여 개인별로 최적화된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둘째, '침 및 전침 치료'는 자율신경계 조절의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RCT 연구에 따르면, 침과 뜸 치료는 심박수 변동성(HRV)을 유의미하게 조절하여 교감신경의 과도한 흥분을 가라앉히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함으로써 신경-면역계의 항상성을 회복시킵니다. 특히 뇌-장 축 치료 기전 연구에서는 깊은 비골신경(deep peroneal nerve) 부위의 전침 자극이 미주신경 반사를 강력하게 유발하여, 중추신경계의 신경염증을 억제하고 장벽의 투과성을 회복시키는 뇌-장 축 조절 효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셋째, 수기 요법인 '추나 치료' 역시 의미있는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고 있습니다. 최근 이루어진 임상시험 연구에 따르면,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게 4주간 주 3회(총 12회)의 추나 치료를 일반 관리와 병행한 결과, 단순 일반 관리군에 비해 환자가 느끼는 다차원적 피로 점수와 신체 기능 장애가 비약적으로 감소하고 치료의 안전성 또한 매우 우수함이 밝혀졌습니다. 5. 세포 에너지를 지키는 일상 속 만성 피로 자가 관리법 - 만성 피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절한 치료와 병행되는 생활 습관 관리가 중요합니다. 핵심은 뇌-장 축과 미토콘드리아가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생활 페이스 조절을 통한 에너지 보존: ME/CFS 관리의 핵심은 무리한 활동으로 작업 후 권태감을 유발하지 않는 생활 페이스 조절(pacing)입니다. 일상생활 중 자신의 체력적 한계를 파악하고, 신체 활동과 정신적 집중 후에는 반드시 충분한 휴식을 취해 피로 증상의 악화를 예방하는 것이 좋습니다. •뇌-장 축 보호를 위한 식이 및 장 건강 관리: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과 장벽 투과성을 개선하기 위해 정제당과 가공식품, 글루텐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식이섬유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식단을 통해 미생물이 장내에서 유익한 대사산물을 생성하는 것을 돕고 면역 균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 이완을 위한 부드러운 심신 요법: 격렬한 운동보다는 요가, 필라테스, 스트레칭 등과 같은 저강도 심신 이완 요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몸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긴장된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고 수면과 회복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만성 피로는 단순한 의지 부족이나 ‘참으면 지나가는 피곤함’이 아니며, 우리 몸의 면역계와 신경계, 그리고 장내 환경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앞으로의 만성 피로 치료는 단순히 증상을 억제하는 수준을 넘어, 세포 에너지 대사와 뇌-장 축, 면역 조절 시스템을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만성 피로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기반한 과학적 한의 치료와 관리를 바탕으로 여러분의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1.Latimer KM, Gunther A, Kopec M. Fatigue in Adults: Evaluation and Management. Am Fam Physician. 2023 Jul;108(1):58-69. 2.Komaroff AL, Dantzer R. Causes of symptoms and symptom persistence in long COVID and myalgic encephalomyelitis/chronic fatigue syndrome. Cell Rep Med. 2025 Aug 19;6(8):102259. doi: 10.1016/j.xcrm.2025.102259. 3.Li T, Litscher G, Zhou Y, Song Y, Shu Q, Chen L, Huang Q, Wang Y, Tian H, Teng R, Wang H, Liang F. Effects of acupuncture and moxibustion on heart rate variability in chronic fatigue syndrome patients: Regulating the autonomic nervous system in a clinical randomized controlled trial. Complement Ther Med. 2025 Sep;92:103184. doi: 10.1016/j.ctim.2025.103184. 4.Wang D, Yang T, Cui Y, Qu Y, Feng C, Sun Z, Zhang M. From tradition to healing: the promise of acupuncture in managing chronic fatigue syndrome. Front Med (Lausanne). 2026 Jan 20;12:1724290. doi: 10.3389/fmed.2025.1724290. 5.Fan J, Jiao J, Chang HQ, Zhong DL, Liu XB, Li J, Chen LM, Jin RJ, Wu X. Myalgic encephalomyelitis/chronic fatigue syndrome (ME/CFS): diagnosis and management. J Transl Med. 2025 Dec 9;24(1):62. doi: 10.1186/s12967-025-07506-y. 6.Dai L, Liu Z, Zhou W, Zhang L, Miao M, Wang L, Hua H, Wang B, Ji G. Sijunzi decoction, a classical Chinese herbal formula, improves fatigue symptoms with changes in gut microbiota in chronic fatigue syndrome: A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multi-center clinical trial. Phytomedicine. 2024 Jul;129:155636. doi: 10.1016/j.phymed.2024.155636. 7.Xu T, Gao S, Cheng X, Man W, Wang Y, Yin Y. Histone phosphorylation analysis of two main TCM syndromes of chronic fatigue syndrome. J Transl Med. 2025 Dec 25;24(1):69. doi: 10.1186/s12967-025-07579-9. 8.Wang S, Ren J, Zhou X, Fang S, He T, Wu Z, Xu S, Kong L, Fang M. Tuina therapy for patients with chronic fatigue syndrome: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 Transl Med. 2026 Jan 8;24(1):301. doi: 10.1186/s12967-025-07624-7 9.Kim DY, Youn J, Kang N, Cho SI, Ha IH. Potential application of brain-gut axis-based treatments in Long COVID and ME/CFS: a case-based systematic review. J Transl Med. 2026 Feb 10;24(1):371. doi: 10.1186/s12967-026-07807-wIF. 10.Wei X, Xin J, Chen W, Wang J, Lv Y, Wei Y, Li Z, Ding Q, Shen Y, Xu X, Zhang X, Zhang W, Zu X. Astragalus polysaccharide ameliorated complex factor-induced chronic fatigue syndrome by modulating the gut microbiota and metabolites in mice. Biomed Pharmacother. 2023 Jul;163:114862. doi: 10.1016/j.biopha.2023.114862. ▣ 최윤용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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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14
  • [전재학의 교육칼럼] ‘틴 테이크오버’ 시대, 부모 책임법을 숙고(熟考)하며...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최근 우리 사회는 촉법 소년(만 14세)의 나이를 하향하는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는 십 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대담해진 범죄 수법과 빈번한 횟수에 그 책임에 대한 사회적인 논란으로 번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과거와는 다른 십 대 청소년에 관한 관심과 지원, 그리고 바람직한 성장에 대한 교육적 책임을 숙고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요즘 바다 건너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틴 테이크오버(Teen Takeover)’다. 이는 수백 명의 청소년들이 SNS를 통해 순식간에 모여 도심을 점거하고, 난폭운전과 폭력, 기물 파손을 벌인 뒤 흩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여러 도시에서는 공공질서 훼손과 시민 불안을 이유로 강력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논의의 화살이 청소년뿐 아니라 부모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플로리다주와 루이지애나주 일부 지역에서는 미성년 자녀의 반복적 비행에 대해 부모에게 벌금이나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제도를 운영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또한 여러 주에서는 미성년자의 범죄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부모에게 일부 부담시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아이가 잘못했는데 왜 부모가 책임져야 하는가?” 역으로 이렇게도 물을 수 있다. “부모가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우리 사회도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학교폭력, 집단 폭행, 무면허 운전, 온라인 범죄, 마약 범죄에 이르기까지 청소년 범죄의 양상은 점점 조직적이고 지능화되고 있다. 범죄 연령은 낮아지고 수법은 성인 범죄를 닮아간다. 그런데 이상한 면이 있다.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면 학교를 탓한다. 학교는 가정을 탓한다. 가정은 사회를 탓한다. 사회는 제도를 탓한다.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그 사이 정작 책임은 사라진다. 마치 축구 경기에서 공만 있고 선수는 없는 것 같다. 실제로 유엔 산하 아동권리 관련 보고서들은 청소년 문제를 단순히 부모 개인의 실패로 환원하는 접근을 경계하고 있다. 아동은 가정과 사회가 함께 양육해야 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부모의 역할이 희석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세상에서 처음 만나는 학교는 가정이지 않은가? 첫 번째 교사는 부모다. 첫 번째 생활 규칙도 부모에게 배운다. “하지 마라”보다 강력한 교육은 부모의 삶 그 자체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듣기보다 부모의 모습을 따라 한다. 그래서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는가? 실제 아버지가 독서를 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 교육이 아니라 연설이 된다. 어머니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게임을 줄이라고 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어쩌면 교육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은 자녀 교육이 아니라 부모 교육인지도 모른다. 독일의 한 교육학자는 “아이 문제의 절반은 아이가 아니라 어른의 문제”라고 말했다. 뼈아픈 지적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수십 시간 교육을 받는다. 심지어 반려견을 입양할 때도 교육을 받는다. 그런데 한 인간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모 역할은 별다른 준비 없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농담처럼 말했다. “부모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채용 공고도 없이 시작하는 직업이다.” 웃음이 나지만 사실이다. 그렇다면 청소년 범죄 증가에 대응하여 부모 책임 조항을 법으로 강화해야 할까? 필자는 일정 부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그것이 처벌 중심이어서는 안 된다. 벌금 부과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 교육 의무화다. 징계보다 중요한 것은 상담 참여다.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양육 책임 회복이다. 이제 우리에게 청소년 범죄를 줄이는 가장 강력한 예방책은 더 많은 CCTV가 아니다. 더 많은 경찰도 아니다. 저녁 식탁에서 자녀와 눈을 맞추는 부모, 하루 10분이라도 진심으로 대화하는 부모, 잘못했을 때 책임을 가르치는 부모다. 그래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 범죄의 책임을 법으로 부모에게 물어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과연 부모의 책임을 교육하고 있는가? 이제 우리도 다른 선진국처럼 우리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부모 교육을 더욱 강력하게 실행하는 용기와 결단, 그리고 법적 제도가 필요한 때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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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12
  • [김홍제의 목요칼럼] "그거 그냥 장난이었는데요?"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그거 그냥 장난이었는데요? 분노가 일었다. 담임을 하면서 학생에게 가장 화가 나는 일은 괴롭힘이었다. 약한 동급생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학생을 보면 참을 수가 없었다. 지나가면서 머리를 툭툭 치면서 갑자기 목을 누르거나 연필로 등을 찌르거나 한다. 울면 더 놀리면서 ‘내가 뭐?’라는 표정을 짓는다. 담임이 발견해서 제지하면 “아니 그냥 친해서 장난한 거예요.”하며 그냥 쓱 지나간다. 약한 친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지속성에 있다. 장난이라고 하는 폭력은 지속적이고 상대를 조롱하고 중단요청에 대한 무시를 반복한다. 상대 반응을 즐기며 자신의 가학성을 조금씩 높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묘하게 처벌을 피할 정도의 경계선에서 폭력을 행사한다. 걸리면 장난이라고 하거나 상대방이 원해서라고 하기도 한다. 나는 그 학생에게 묻는다. 너보다 힘이 센 친구에게 그렇게 장난을 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냐고. 당연히 그런 적은 없다. 장난이라는 말은 폭력을 감추기 위한 포장일 뿐이다. 친구를 곤충이나 작은 힘없는 동물처럼 학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곤충의 다리를 자르고 날개를 자르고 하다가 결국은 목을 잘라내고 죽음의 고통에 꿈틀대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장난의 강도는 점점 강해진다. 그래서 초기에 작은 장난이라도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지 말도록 교육하고 훈화하는 것이 담임교사인 나에게 주어진 중요한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교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교사에게 성적인 농담을 하는 학생을 그냥 모른 척하고 두면 안 된다. 그런 행동은 교사에 대하여 더 많은 위해를 할 가능성을 키워주는 것이다. 교실에서 교사 권위를 무시하는 학생을 어찌 할 수 없다는 것은 교육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거나 장난을 치거나 교사의 지시를 무시하는 학생(그런 학생은 조금씩 강도를 더해간다)은 어느 정도의 징계를 받지 않은 선을 넘나들면서 학교와 교사를 능멸하려 한다. 성취의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작은 싹부터 반드시 끊어주어야 한다. 학생이 파괴와 능멸이라는 어긋난 성취 재미를 느끼고 사회로 진출하기 전에 학교와 교사가 단호하게 끊어주어야 하는 중요한 일이다. 스타벅스 ‘5·18 탱크 데이’ 이벤트가 사회적 공분을 불렀다. 대표가 사과도 했다. ‘일베’ 등장 이후 혐오 놀이는 일상화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 앞 ‘폭식 투쟁’처럼 혐오가 유희의 형태로 오고 있다. 혐오 세력은 계산된 모호성으로 도발적 메시지를 던지고 비난에 처하면 의도성을 부인한다. 제재가 가해지면 ‘전체주의’로 비난하며 자신을 억압받는 피해자로 만든다. 쟁점을 ‘표현의 자유’로 바꾸어 비난을 무력화하고 결국 자신의 도발을 사회가 관용하게 만든다. 민주국가라면 극단주의 행위를 예방하고 처벌하는 강력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 학교 교육은 작은 틈을 막는 것에서 시작한다. 상대에 대한 폭력적인 장난을 그대로 두면 더 큰 분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운동경기든 사람 사는 것에서든 작은 것부터 챙겨야 한다. 작은 일을 대하는 삶의 방식이 한 사람의 품격과 사회의 품격을 만든다. 교실에서 작은 일을 어떻게 대하는가, 바로 그 자리에서 진정한 인간 존중과 교육은 시작한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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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11
  • [전재학의 교육칼럼] AI 시대, 『사람 공부』가 던지는 관계(關係)의 메시지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지식은 넘쳐나는데, 왜 사람 사이의 마음은 더 닫히는 것일까?” 이 질문은 디지털 대전환의 물결 속에서 우리 교육 현장이 마주한 가장 아픈 질문이다. 아이들의 문해력 저하보다 무서운 것은 ‘관계의 문해력’ 결핍이라 할 수 있다. 상대의 의도를 읽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며, 갈등 앞에서 쉽게 무너지는 요즘의 아이들, 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코딩 한 줄, 영어 단어 하나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최고의 인문학자 진웨준(金越俊)의 저서 『사람 공부』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교육자들에게 번뜩이는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동서고금 영웅들의 흥망성쇠를 통해 ‘처세(處世)’라는 단어를 기회주의적 기술이 아닌, ‘타인과 공존하기 위한 최고의 지혜’로 격상시키기 때문이다. 진웨준은 이 책에서 조조의 일화를 통해 교육적 울림이 큰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조조가 젊은 시절, 자신을 도왔던 현령 진궁과 함께 도망치던 중 의심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내가 세상을 버릴지언정 세상이 나를 버리게 하지는 않겠다”고 말한 장면은 유명하다. 진웨준은 이를 단순한 악행으로 치부하지 않고, ‘사람을 읽는 안목’과 ‘포용의 기술’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을 하고 있다. 진웨준의 『사람 공부』를 교실에 적용하기 위해 우리는 세 가지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첫째, ‘정답’이 아닌 ‘마음’을 채점해야 한다. 교실 내 갈등 상황에서 교사는 판사가 되기 쉽다. 하지만 『사람 공부』는 ‘현상 너머의 동기’를 보라고 조언한다. 잘못을 저지른 학생에게 벌을 주기 전, 그 아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이면에 숨겨진 ‘두려움’이나 ‘인정 욕구’를 읽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진웨준이 말하는 영웅들의 통찰력이라 할 것이다. 둘째, ‘침묵’의 처세를 가르쳐야 한다. 책에서는 말 한마디로 천하를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사례가 즐비하다. 요즘 아이들은 SNS를 통해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말하는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 ‘멈춤과 경청’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 “내 주장을 관철하는 법”보다 “상대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힘”이 결국 가장 강력한 설득의 도구가 된다는 것을 아이들이 체험하게 해야 한다. 셋째, ‘패배’를 대하는 태도가 사람의 격을 결정한다. 역사 속 영웅들은 위기의 순간에 본모습이 드러난다. 진웨준은 실패했을 때 타인을 탓하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는 ‘반구저기(反求諸己)’의 자세를 강조한다. 시험 성적이 떨어졌을 때, 경기에서 졌을 때 아이들이 타인이나 환경을 원망하기보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회복탄력성’을 기르도록 돕는 것이 살아있는 사람 공부라 할 것이다. 이제 교사는 지식 전달자를 넘어 ‘관계 코디네이터’가 되어야 한다. 진웨준의 『사람 공부』가 제안하는 처세의 지혜를 교육 과정에 녹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웨준은 책의 말미에서 결국 “모든 공부의 끝은 사람이다”라고 단언한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최종적인 기술은 미적분 공식이나 영문법만이 아니다. 바로 곁에 있는 친구의 눈물을 닦아줄 줄 알고, 억울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타인의 성공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사람 됨의 기술’이라 믿는다. 서두에서 언급한 조조가 천하를 호령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완벽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의 치명적인 결함을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자신과 반대되는 성향의 인재들을 끝없이 찾아내고 그들의 능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사람 공부의 달인이었기 때문이다. “상대의 약점을 잡는 것이 처세가 아니라, 상대의 강점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사람 공부다.”(본문 중) 『사람 공부』는 우리에게 말한다. 처세는 남을 이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와 남이 함께 승리(Win-Win)하기 위한 따뜻한 전략이라고 말이다. 이 책을 읽은 교사가 교실에 섰을 때, 비로소 아이들은 책 속의 글자가 아닌 ‘살아있는 인간’의 품격을 배우게 될 것이다. 오늘, 당신의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람’을 읽어보지 않겠는가? 그 공부가 시작되는 순간, 교실은 비로소 삶의 현장이자 가장 위대한 인문학의 장이 될 것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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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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