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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장윤기 사건을 통해 얻은 교훈과 바람직한 인성교육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오늘도 각종 TV 매체에서는 ‘장윤기 사건’이 단 한 순간도 거르지 않고 오랫동안 ‘핫(hot)’한 뉴스 기사로 오르고 있다. 물론 그 이유는 범죄의 잔혹함을 넘어 권력 유착, 초동수사 부실, 그리고 인간 염치의 상실이라는 촌극이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2026년 5월 광주에서 장윤기에 의해 벌어진 한 여고생 성폭행 및 살인 사건은 10대 청소년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간 가슴 아픈 비극이자, 우리 사회의 법치와 윤리가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 글에서는 청소년들에게 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한 경종으로 삼기 위해, 사건의 전말과 교육적 교훈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는 향후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사건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첫째, 계획된 왜곡과 뻔뻔한 변명으로 “우발적 자살 충동”이라는 거짓말이다. 피의자 장윤기(23세)는 체포 초기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 디지털 포렌식 결과, 범행 이틀 전 직장 동료 성폭행, 1.2km 미행, 차량 문을 열어둔 납치 시도, 결박용 케이블타이 준비, 학창 시절부터 SNS에 남긴 “청소년 여성 납치 범행” 발언 등이 속속 드러났다. 자신을 ‘불쌍한 피해자’로 포장하려던 가해자의 황당한 변명이 언론에 하나씩 노출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둘째, “아빠가 경찰이라서”라는 아빠 찬스 수사 유착과 부실 초동수사 논란이다. 사건이 끊임없이 잡음을 낳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가해자 부친과 큰아버지가 현직 경찰 간부라는 사실 때문이다. 수사 초기, 현직 경찰인 부친이 자택 내 주요 증거물(성인용품 등)을 폐기했고, 경찰은 강간살인 혐의(최소 무기징역)가 아닌 단순 살인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봐주기 수사’ 의혹을 자초했다. 검찰이 재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바로잡고, 경찰청 특별수사단이 당시 형사과장 등 책임자들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신청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매일 같이 새로운 스캔들이 쏟아진 것이다. 셋째, 뻔뻔한 미래 계획과 빼앗긴 희생자의 꿈이 서로 극과 극을 이루고 있다. 희생된 고(故) 이채원 양은 생전 응급구조사를 꿈꾸며 이웃을 돕고자 했던 따뜻한 청소년이었다. 반면 가해자 장윤기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수감된 상태에서도 “교도소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겠다”며 자신의 미래를 태연하게 계획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타인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아놓고 정작 자신의 삶은 알뜰히 챙기려는 피도 눈물도 없는 몰염치한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씁쓸함과 분노를 안겼다. 그렇다면 우리 청소년들이 이 사건에서 배워야 할 삶의 교훈은 무엇인가? 첫째. ‘핑계의 기술’ 대신 ‘책임의 무게’를 배워야 한다. 어른들의 세상에는 종종 자신의 범행을 ‘환경 탓’, ‘기분 탓’, ‘우발적 충동’으로 포장하려는 비겁함이 넘쳐난다. 하지만 진짜 어른이란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엄중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청소년 시기부터 자신의 잘못을 타인이나 상황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직면하는 용기를 배워야 할 것이다. 둘째, 타인을 대상화하는 왜곡된 정보와 거리 두기다. 장윤기는 학창 시절부터 음란물과 삐뚤어진 욕망에 노출되며 타인을 인격체가 아닌 ‘성적 대상’이나 ‘범죄 대상’으로 바라보는 왜곡된 인식을 키웠다. 인터넷과 미디어에 범람하는 그릇된 성 관념과 자극적인 정보들을 비판적으로 걸러내고,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정의감과 용기다. 이 사건의 비극 속에서도 빛난 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던 동년배 학생의 용기였다. 또한 권력 유착 의혹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파헤친 언론과 검찰의 추적은, 시스템이 오염되더라도 결국 정의는 바로잡혀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을 교육적으로 청소년들에게 하나의 의미와 교훈을 남길 수 있는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욕망을 통제하는 자제력과, 잘못 앞에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주변 사람들의 염치다. 타인의 삶을 짓밟고 얻는 자유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청소년 교육에 시사점으로 부각시켜 활용함으로써 인간의 도덕적·윤리적 사상과 가치, 그리고 생명 존중 의식을 더욱 확고하게 고취하는 것이야말로 인성교육과 인간 존중의 핵심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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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일장춘몽’이기에 더 아름다울 수밖에...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흐린 날이면 마음은 이상하게도 더 멀리 간다. 창밖의 빛이 희미할수록, 오래된 기억과 사라진 시간은 오히려 또렷해진다. 그런 날 레스피기(Ottorino Respighi)의 “고풍스러운 춤곡과 아리아”를 듣고 있노라면, 지금 이 순간이 마치 이미 지나가버린 어떤 꿈의 잔상처럼 느껴진다. 이 작품이 나온 20세기 초에는 유럽 전반에 옛 음악을 다시 찾으려는 흐름이 강했다. 레스피기는 음악학자이기도 해서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악보를 연구했고, 그 자료를 현대 악기로 연주 가능하도록 다시 엮는 데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이 음악은 옛 류트 음악을 바탕으로 하되, 20세기적인 관현악 색채를 입힌 작품으로 이해하면 좋다. 작곡가 레스피기는 단순히 옛 음악을 복원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잊혀진 선율에 새 생명을 부여하려고 했다. 즉, 원곡의 품위를 존중하면서도 현대의 청중이 공감할 수 있는 울림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그래서 ‘고풍스러운 춤곡과 아리아’는 고대의 음악이라기보다는 고대의 영혼을 가진 현대 음악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마치 과거와 현대가 대화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음악을 듣는 내내 ‘일장춘몽’이라는 단어가 머리에서 맴돌았는데 사실 ‘일장춘몽’이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허무의 상징처럼 쓰여 왔다. 한바탕 봄날의 꿈, 짧고 덧없고 잡히지 않는 것. 그러나 삶을 조금 더 길게 바라본 사람들은 알게 된다. 덧없음은 반드시 공허를 뜻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사라지기 때문에 더 또렷해지는 것이 있고, 오래 가지 못하기 때문에 더 깊이 남는 정서가 있다. 꿈은 깨는 순간 사라지지만, 이상하게도 꿈의 윤곽은 오래 남을 때가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인간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레스피기의 음악은 바로 이런 경계에 서 있는 것 같다. 이 음악은 지나간 시간을 불러오되, 막연한 과거가 아닌 사라진 시간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숨 쉬게 만들어 버린다. 이 곡이 아름다운 이유는 과거를 그리워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과거가 여전히 오늘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연주자의 삶도 다르지 않다. 무대 위의 순간은 태어나는 순간 곧 사라진다. 활이 현을 떠나면 음은 공기 속으로 흩어지고, 남는 것은 몇 초의 울림과 그 뒤의 침묵뿐이다. 그러나 그 짧음 때문에 음악은 오히려 더 진실 해진다. 붙들 수 없기에 더 집중하게 되고, 영원하지 않기에 더 절실해진다. 음악은 사라지는 예술이지만, 바로 그 사라짐 속에서 가장 깊은 생을 얻는다.(물론 녹음된 음반은 예외로 하고.) 그래서인가... 흐린 날의 레스피기는 이상하리만큼 잘 어울린다. 선명한 빛보다 흐릿한 빛 속에서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다. 기억, 후회, 그리움, 그리고 뭐라 정의 내리지 못한 숱한 감정들. 이 음악은 그런 것들을 조용히 건드린다. 화려하게 말하지 않고, 대신 오래 남는 방식으로 마음에 들어온다. 지나간 시간을 다시 살아보게 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일장춘몽’은 허무를 말하는 문장이 아니라, 순간의 아름다움을 끝까지 인정하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이 음악은 그런 태도를 음악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삶이 짧다는 사실마저도 어쩐지 품격 있게 느껴진다. 살다 보면 선명한 햇빛 아래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흐릿한 빛 속에서 비로소 윤곽을 드러낸다. 모든 것이 또렷할 때보다 어딘가 불완전하고 답답할 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더 오래 기억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결국 ‘일장춘몽’ 이란 허무의 선언이 아니라 순간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받아들이라는 조용한 권유일지도 모른다. 레스피기의 음악처럼 우리의 삶도 이미 지나가는 중이지만 그 안에서 울리는 감정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오늘도 하나의 선율이 끝나듯 하루가 저문다. 그리고 우리는 또 다른 꿈의 첫 음을 준비한다. 레스피기의 ‘고풍스러운 춤곡과 아리아’는 그의 모음곡 3번 중에 있다. 그중 1번 'Italiana'와 3번 'Siciliana'를 추천해 본다. ▣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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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의 고용정책 칼럼] 사람을 잇는 일이 미래를 만드는 일
[교육연합신문=이수연 칼럼] 우리는 흔히 일자리를 연결하는 것을 '취업지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취업지원 과정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취업이 단순히 일자리를 얻는 과정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누군가에게 취업은 삶을 다시 시작하는 용기이고, 누군가에게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책임이며, 기업에게는 함께 성장할 동료를 만나는 일이다. 결국 사람을 연결하는 일은 한 개인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기업과 지역사회,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청년은 '경력이 없어 취업이 어렵다'고 말하고, 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중장년은 새로운 출발을 고민하고, 취약계층은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좋은 정책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지만, 정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정책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정책, 사람과 기업, 사람과 사회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있다. 그래서 사람을 키우는 일, 즉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는 단순한 교육이나 취업 지원을 넘어선다. 숨은 역량을 발견하고, 필요한 역량을 키우며, 적합한 일자리와 연결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모든 과정이 HRD의 영역이다. 필자는 이러한 가치를 바탕으로 다양한 고용·교육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도전지원사업, 기업지원사업, 평생교육, 기업교육, 취약계층 지원사업 등 사업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업 자체가 아니다. 사업은 사람을 위한 수단이고, 사람의 성장은 우리의 목적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한 사람의 변화는 숫자로 환산하기 어렵다. 취업을 포기했던 청년이 다시 미래를 준비하고, 새로운 직무를 배우며 자신감을 되찾는 중장년이 있으며, 적합한 인재를 만나 기업이 다시 성장하는 모습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했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모여 정책의 성과를 만들고, 지역사회의 경쟁력을 높이며, 결국 우리 사회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오늘날 고용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의 확산은 새로운 직업을 만들고, 산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이제는 취업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기업과 사람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사람과 기업, 정책과 현장을 연결하는 HRD 전문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현장에서 답을 찾고, 사람의 가능성을 믿으며, 함께 성장하는 미래를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이며 존재 이유이다. 이번 연재에서는 필자가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을 중심으로,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사람의 삶을 바꾸는지, 기업에는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내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함께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람을 잇는 일은 결국 미래를 잇는 일이다. 필자는 그 연결의 가치를 믿으며, 사람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내일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다음 회에서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해 한 사람의 새로운 출발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 이수연 ◇ 인천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 ◇ (주)채움HRD 대표이사 ◇ 인천지방고용노동위원회 사용자위원 ◇ 인천발달장애인훈련센터 전문가위원 ◇ 고용·교육정책 및 HRD 분야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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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교실 사법화에 경종 울리기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요즘 대한민국 학교는 교육의 전당이라기보다 교사의 ‘아동학대’, 또는 ‘정서 학대’로 인한 사법화가 일상화됨에 따라 법원 직영 아동 청소년 상담소에 가까워졌다. 예컨대, “선생님, 쟤가 제 지우개 가져갔어요!”라는 귀여운 고자질의 시대는 저물었다. 이제는 “선생님, 그 눈빛과 말투는 제 아이에게 정서적 학대 행위이니 법정에서 뵙겠습니다”라는 무시무시한 ‘사법 고소’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상 이상의 많은 교사들이 고소·고발의 홍수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 그런데 다소 이해 불가의 사실이 있다. 이렇게 난무하는 교육 현장의 아동학대 고소 중 거의 대부분이 조사나 재판 과정을 거쳐 결국 ‘기각’되거나 ‘무죄 판결’로 끝난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법정에서 “죄가 없다”고 최종 판결을 내려준들, 그동안 교사가 흘린 피눈물과 영혼의 상처는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교사가 법정을 들락날락하는 동안 방치된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은 어디서 환불받아야 하는가? “아님 말고” 라는 무분별한 고소로 교육 현장을 초토화한 무법자들에게 이제는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할 때이다. 이 글에서는 교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벽, 이른바 ‘징벌적 교육방해죄(가칭)’ 제정의 필요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미국의 저명한 법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필립 하워드(Philip K. Howard)는 그의 저서 『법의 죽음(The Death of Common Sense)』에서 과도한 사법화가 어떻게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지 경고한 바 있다. 미국에서도 1990년대 이후 학교 내 소송이 급증하자, 교사들이 학생의 싸움을 말리지 않거나 칭찬조차 조심하는 ‘방어적 교육’ 현상이 일어났다. 하워드는 이를 “법이 상식을 집어삼켜 공동체를 마비시킨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및 교육청 국정감사 자료 등에 따르면, 교사를 상대로 한 아동학대 신고 중 실제 처벌(벌금형 이상)로 이어지는 비율은 극히 낮다. 대부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되거나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무죄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 그동안 교사는 직위해제를 당해 월급이 깎이고, ‘아동학대 피의자’라는 주홍글씨를 단 채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교사가 무죄 판결을 받고 교단에 돌아왔을 때, 교실에 남은 것은 영광의 상처, 서먹함과 두려움뿐이다. 전쟁에서 이겼는데 영토는 황무지가 된 꼴이다. 우리 사회는 지하철에서 비상정지 버튼을 장난으로 누르면 무거운 과태료를 부과한다. 수많은 사람의 발을 묶고 시스템을 마비시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교라는 공공 시스템을 사적인 감정이나 무리한 요구로 마비시킨 사람에게도 통념에 상응하는 책임, 즉 ‘교육 활동 마비죄’ 혹은 ‘무고성 교육방해죄’를 물어야 공평치 않겠는가? 이를 위해 첫째, 소송 비용 및 정신과 치료비 ‘전액 역청구’가 필요하다. 무죄나 무혐의가 확정되는 순간, 고소인이 교사의 변호사 선임 비용은 물론, 그동안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그리고 교사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된 대체 강사 인건비까지 전액 배상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이다. 둘째, 공익 봉사 명령(‘학교 잡무 100시간’)부여다. 돈으로만 해결하면 ‘유전무죄’가 될 수 있으니, 무리한 고소로 학교 행정을 마비시킨 학부모에게는 학교 행정실이나 급식실에서 공익 봉사를 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이는 본인이 마비시킨 교육 현장이 얼마나 치열하게 돌아가는지 몸소 체험해 보라는 취지라 할 것이다. 교사를 죽이는 과도한 사법 고소·고발을 종식시키기 위해, 무죄 판결 시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하는 법 제정은 결코 과한 처사가 될 수 없다. 단적인 예로 축구의 헐리우드 액션에 대한 대응(경고 또는 퇴장)을 보라. 이제는 무너진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대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정당방위’가 필수적이다. 법은 교실을 흔드는 자들에게 엄중한 청구서를 주저 없이 발행해야 한다. 상식이 통하는 교실, 교사가 안심하고 출근하는 학교를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교육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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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월드컵은 끝났지만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4년을 기다렸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끝났다. 한국은 첫 경기에서 체코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며 기대를 키웠지만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이어 패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한국 축구의 개선 여론 속에서 홍명보 감독이 사퇴했다. 2002년 월드컵은 우리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고 2026년 월드컵은 다른 숙제를 남겼다. ‘이제는 정말 바꿔야 한다.’ 한국 축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과거 관행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역설적 상황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 교육은 어떤가. 인공지능, 창의력, 학생 중심이라는 구호 아래 실질적인 시스템은 건드리지 못하고 ‘뫼비우스 띠의 길’을 달리는 것은 아닌가. 정답과 입시라는 관행의 길은 한국 교육이 뛰어내려야 할 길이다. 축구에 ‘경기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입시만 바꾼다고 교육이 달라지지 않는다. 교실이 바뀌고, 수업이 바뀌고, 평가가 바뀌어야 한다. 월드컵에서 강한 팀은 실수를 숨기지 않는다. 패배를 분석하고 다시 도전한다. 그러나 우리는 교육의 실패를 학생 탓, 교사 탓, 부모 탓으로 돌리는 데 익숙하다.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수없이 강조했듯이 입을 닫고 귀를 기울이는 수업이 아니라 질문을 만들고 협력하고 실수에서 배우는 교육이다. 상대를 끌어내리는 교육이 아니라 협력하는 교육이다. 거대한 과학기술은 많은 반복적 실수와 협력으로 업그레이드한 결과물이다. 컴퓨터 세상이 되면서 업그레이드는 일상이 되었다. 유연한 업그레이드는 생존 조건이다. 산업화 시대의 경직된 교육 방식을 인공지능 시대까지 끌고 간다면 미래를 이길 수 없다. 세상이 변했는데 교실이 변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배우게 된다. 좋은 축구는 좋은 선수가 만드는 것보다는 좋은 시스템이 만든다. 좋은 교육도 마찬가지다. 한 명의 천재를 기다리는 나라보다 평범한 아이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는 나라가 결국 미래의 승자가 된다. 우리는 선수가 바뀌기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바뀌기를 요구해야 한다. 교사를 믿고, 학생에게 질문할 자유를 주며, 교실을 토론과 협력의 공간으로 바꾸어야 한다. 창의성은 침묵에서 자라지 않고 질문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교실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학생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보다 출제자의 생각을 추론하는 훈련을 받는다. 실패는 성장의 과정이 아니라 감점의 이유가 된다. 인공지능은 이미 지식 암기의 인간을 앞질렀다. 검색도, 계산도, 번역도 기계가 더 빠르다. 인간에게 남은 경쟁력은 질문하는 능력, 서로 협력하는 능력,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능력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어제의 방식으로 내일의 인재를 키우고 있다. 장기적 교육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월드컵 패배는 경기의 패배지만 교육의 실패는 미래 세대의 돌이킬 수 없는 패배이다. 세계와 경쟁하는 시대에 단기적인 정책 중심의 교육은 처참한 패배를 불러 올 수 있다. 월드컵 조별 탈락을 통해서 우리 교육을 볼 때 결코 남일 같지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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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무너지는 교실 속에서도 조용히 싹트는 ‘진짜 공교육’의 실태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우리는 흔히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을 달고 산다, 하지만 이는 기원전(B.C) 1700년경 수메르 점토판에도 적혀 있었다. 참으로 오랫동안 인간 성장에 대한 교육적 한탄은 인류의 유구한 전통으로 아어진 것이다. 특히 오늘날 대한민국의 교육 언론을 장식하는 뉴스들을 보면 온통 여기저기서 교권 추락, 붕괴된 교실, 인공지능(AI) 시대의 학력 미달, 그리고 끝없는 입시 경쟁까지, 온통 사면초가에 빠진 ‘교육 부실론’뿐이다. 그러나 모든 교실이 절망의 비명만 지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 모두가 한국 교육의 절망적인 상황을 진단하고 있을 때, 전국 구석구석의 학교 현장에서는 도덕과 상식, 그리고 인간미를 복원하며 ‘공교육의 기적’을 일구어내는 진짜 교육자들과 아이들이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를 잠시 가라앉히고, 묵묵히 교육의 본질을 혁신하며 주목받고 있는 교육의 현장들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최근 교육계의 화두는 AI 교육과 같은 ‘기술적 진보’에 치우쳐 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배워도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모른다면 그 교육은 실패한 것이다. 이 엄혹한 시대에 경쟁 대신 ‘상생과 인성’을 전면에 내걸고 획기적인 성과를 낸 사례가 있다. 이를 널리 알리고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은 긴 장마 끝에 모처럼 활짝 피어오른 햇살과 같은 감응을 일으킨다. 먼저 경기도 파주교육지원청이 전개하고 있는 ‘마음 온(溫, ON) 인성교육’ 프로젝트다. 파주 관내 초·중·고등학교들은 ‘1학교 1인성브랜드’를 자율적으로 선정해 교육과정 속에 완전히 녹여냈다. 2026년 2월 파주교육지원청이 선정한 인성브랜드 실천 우수학교(청암초, 통일초, 선유중, 운정고 등)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타임즈, 2026년 2월 4일 자 보도). 이 학교들은 일회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상시로 배려와 감사를 실천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욕설이 난무하던 복도에 감사 인사가 흐르고, 선후배가 멘토링을 통해 격차를 메우는 모습은 ‘인성교육이 곧 최고의 학력 향상 대책’임을 증명했다. 지식만 욱여넣는 ‘인큐베이터 교실’을 인간성을 따뜻하게 켜는(ON) ‘온실’로 바꾼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학교가 바뀌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무거운 관료주의와 행정 편의주의다. 교사가 공문 처리에 치여 아이들 눈을 맞출 시간이 없다면 그 교육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그런데 경남교육청이 지난 12년간 추진해 온 ‘경남 혁신교육’은 일부 학교의 실험을 넘어 공교육 전체의 문화를 바꾼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교육언론창, 2025년 기획 분석 보도). 이 사례가 주는 교육적 울림은 경남 혁신교육의 핵심이 ‘학교 자치’와 ‘교사 행정업무 경감’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교사를 온전히 아이들 곁으로 돌려보내니, 수업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주입식 수업은 학생 중심의 프로젝트형 토론 수업으로 바뀌었고, 아이들은 획일적인 정답 찾기가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개별 교사의 독단적 헌신에 의존하던 구조를 깨고, 학교 공동체 전체가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공교육 개혁의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초·중등 교육의 긍정적인 변화가 입시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좌절하지 않으려면, 고등 교육과의 유기적인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제는 단순히 “착하게 살자”는 훈화식 교육을 넘어, 인성과 창의성을 고등 교육 및 지역 산업과 연계하는 획기적인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그와 같은 획기적인 대안으로 경상남도가 추진 중인 미래차·방산 등 지역산업 DNA를 교육과 연계하는 ‘G-10 모델’(한국대학신문, 2025년 보도)처럼, 이제는 대학과 시도교육청이 손을 잡고 ‘인성 및 창의성 특별전형’을 교육 벨트화해야 한다. 이 땅에서 매우 흔한 일로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손쉬운 일이다. 확대경을 들이대고 교실의 상처를 들추며 비난의 화살만을 쏘아 대는 것은 지양할 일이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얼어붙은 학교 현장을 녹이고 묵묵히 헌신하는 교사와 학교를 응원하는 따뜻한 ‘햇볕’의 시선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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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아름다운 세상이란 어떤 세상일까. 아름다운 사람이 많이 사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전쟁, 인공지능, 숫자, 비교가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상이다. 세상은 그대로이기에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마음이 중요하다.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결국 타인을 대하는 방식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타인을 편안하게 만드는 힘’에 가깝다. 진짜 아름다움을 만들고 싶다면 먼저 ‘어떻게 보일까’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한 사회의 품격은 그 사회가 어떤 아름다움을 존경하느냐에 달려 있다. 돈과 성공만을 숭배하는 사회에서 사람의 마음은 거칠어진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하루하루의 선택이 겹쳐서 한 사람의 표정을 만든다. 배려와 품위가 있는 사회에서는 서로를 인간답게 대하려 애쓴다. 자기 자신만으로 가득 찬 사람은 타인을 위한 공간이 없다. 흥미로운 것은 아름다움이 전염된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의 친절은 또 다른 친절을 낳는다. 그 친절은 햇살처럼 세상을 아름답고 따스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나. 학교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 가운데 하나가 ‘관계가 어렵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국 교육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감’을 가르치는 것이다. 공감은 단순히 착해지는 교육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 일처럼 느끼는 능력이다. 공감은 민주주의와 공동체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다. 학교는 점수를 경쟁하는 공간이기 전에 인간을 배우는 공간이어야 한다. 아이들은 교과서보다 어른들의 태도를 더 많이 배운다. 교사와 부모가 타인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배려를 말할 수도 없다. 교육은 말이 아니라 분위기와 태도로 이루어진다. 아름다운 세상은 인간이 서로를 소모품처럼 대하지 않는 세상이다. 아이가 실수해도 모욕당하지 않는 학교, 나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쓸모없다고 취급받지 않는 사회. 아픈 사람이 가난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실패한 사람이 다시 일어설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공동체. 그런 곳이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세상은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지 않은 사회’이다. 사람들은 점점 타인의 불행에 익숙해지고 있다. 공동체가 무너지는 것은 가난 때문만이 아니라 서로의 아픔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시작할 때다. 아름다운 세상은 서로를 경쟁자로만 보거나 숫자와 성과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한 인간의 삶 자체를 존중하는 사회이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고, 울고 있는 사람 곁에 잠시라도 함께 서주는 누군가가 있는 세상. 인간다운 따뜻함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사회. 그런 세상이야말로 기술보다 오래가고 돈보다 강하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믿는다. 교육은 아름다운 사람이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고 믿는다. 사람다운 사람, 공감하는 사람, 함께하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교육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 창밖은 다양한 꽃들이 서로 어우러져 세상을 환하게 만드는 모습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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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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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은자(殷字)의 재발견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한자는 2,000여 년간 동양 문명의 핵심이자 일상의 도구였으나, 우리는 매일 쓰는 글자의 진짜 주인과 얼굴을 잊은 채 살아왔다. 오늘날 흔히 ‘한자(漢字)’라 불리는 이 문자는 사실 한나라 시대에 붙여진 이름일 뿐, 그 기원은 3,500년 전 상(은)나라의 갑골문과 금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적·고고학적 진실은 이 문자의 창제 주체가 바로 우리의 직접적인 선조인 ‘동이족(東夷族)’이었음을 명백히 가리킨다. 하지만 이 위대한 유산의 해석은 오랜 시간 왜곡되었다. 그 오해의 중심에는 서기 100년경 동한(東漢)의 학자 허신(許愼)이 집대성한 『설문해자(說文解字)』가 있다. 허신은 문자학의 권위자였으나,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갑골문과 금문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소전(小篆) 위주의 해석을 내놓았다. 이는 동이족의 풍습과 철학이 담긴 문자를 화하족(한족)의 시각에서 한정 지어 해석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수많은 ‘은자(隱字)’가 본래의 뜻과는 다른 모습으로 굳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특히 한자의 근본 원소 곳곳에는 동이족만의 고유한 생활 양식과 풍습이 짙게 배어 있다. 대표적으로 ‘오랑캐’로 격하된 ‘이(夷)’자는 갑골문에서 ‘큰 활(大+弓)’을 능숙하게 다루는 문명인의 기개를 형상화한 것이다. 또한,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술을 올리고 춤을 추며 신과 소통하던 제천 행사의 모습, 죽은 이의 영혼을 기리며 옥(玉)을 소중히 여겼던 장례 문화, 그리고 흰 옷을 즐겨 입으며 예의를 갖추어 무릎을 굽히던 생활 방식 등은 갑골문 속에 고스란히 박제되어 있다. 허신은 이러한 동이족의 문화적 맥락을 알지 못한 채, 이미 변형된 글자 모양만을 보고 억지로 뜻을 짜 맞추는 실수를 저질렀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는 여러 개의 작은 ‘근본 원소’들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정교한 퍼즐이다. 본서는 허신의 권위에 가려진 채 잃어버린 동이족의 지혜를 되찾기 위해 다음의 5가지 엄격한 원칙으로 한자의 비밀을 검증한다. ㅁ원형성: 반드시 갑골문과 금문의 초기 자형에 부합해야 한다. ㅁ역사성: 반드시 동이족의 역사적 사실이나 선진(先秦) 시대의 문헌 기록에 부합해야 한다. ㅁ일관성: 모든 한자 부호의 해석은 일관되어 다른 글자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ㅁ합리성: 자형에서 파생된 뜻이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해야 한다. ㅁ계승성: 자형과 뜻의 변화 과정이 시대별로 일관되게 이어져야 한다. 본서의 목적은 명확하다. 2,000년 전 허신의 실수와 화하족 중심의 역사관이 만들어낸 광범위한 오류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왜곡된 해석을 바로잡고 동북아시아 문명의 시원인 동이족의 발자취를 추적함으로써, 비로소 한자라는 거대한 나무의 뿌리인 진짜 ‘은자(殷字)’의 의미를 마주하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문자 해석을 넘어, 우리 역사의 잃어버린 원류를 되찾는 엄숙한 여정이다. ■ 한자의 막힌 혈관, ‘홀태’와 ‘모래톱’으로 뚫다 한자(漢字)는 동양 정신의 뿌리이자 고대인의 삶을 담은 그릇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랫동안 한자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중국의 해설서, 특히 허신의 『설문해자』가 정해놓은 틀에 갇혀 그 역동적인 본래 의미를 잃어버렸다. 이제 우리말의 고유한 감각인 ‘훑다’와 ‘모래톱’이라는 열쇠를 통해, 한자의 잃어버린 원형을 복원해보고자 한다. ■ 勿(물/몰), 깃발이 아닌 ‘훑어내는’ 동작의 형상 허신은 말 물(勿)자를 깃발이 세워진 모습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갑골문과 금문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칼(刀) 사이로 낱알(丶)이 흩어지는 형상, 즉 빗처럼 생긴 도구로 곡식을 ‘훑어내는’ 동작이 선명하게 읽힌다. 본래 ‘털어내다’라는 뜻의 털 몰(勿)이었던 셈이다. 이 흔적은 만물 물(物)자에서 더욱 명확해진다. 소의 등 긁개로 털을 훑어내는 모습에서 유래한 이 글자는, 본래 ‘털어내다’라는 동작이 한자의 핵심 자형 원리였음을 증명한다. ■ 賜(사)와 易(이), 모래톱이 내어준 자연의 선물 줄 사(賜)와 쉬울 이(易)의 관계는 우리 민족의 지형적 감각인 ‘모래톱’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賜’는 조개(貝)를 훑어내는(勿) 모습이다. 물가 모래톱에서 조개를 훑어 건져 올리는 풍경을 묘사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우리말 ‘모래톱’이다. 지형이 톱니처럼 생기지 않았음에도 우리는 왜 ‘톱’이라 부르는가. 이는 ‘훑는 도구’인 홀태(톱)의 이미지가 지형에 투영된 결과다. 자연이 거저 내어주는 조개를 줍는 일이니 ‘줄 사(賜)’가 되었고, 물줄기가 지형을 쉽게 바꾸는 모습에서 ‘바꿀 역/쉬울 이(易)’라는 뜻이 파생된 것이다. 이는 우리가 갑골문의 원형 정신을 가장 온전히 계승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利(리), 벼를 베는 것이 아니라 알곡을 ‘터는’ 유용함 우리는 흔히 이로울 리(利)를 ‘벼(禾)를 칼(刀)로 베는 모습’이라 배운다. 그러나 원형은 벼와 ‘털 몰(勿)’의 결합에 가깝다. 볏단에서 알곡을 훑어내는 ‘홀태질’의 효율성을 표현한 글자인 것이다. 수확의 극대화에서 ‘이롭다’는 뜻이, 홀태 날의 예리함에서 ‘날카롭다’는 뜻이 나왔다. 더 나아가 알곡이 체에 걸러지듯 배출된다는 비유에서 대소변을 뜻하는 의미까지 확장되었다. ‘베는’ 행위보다 ‘터는’ 행위가 농경의 핵심적 이익임을 고대인들은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 우리말로 복원하는 한자의 생명력 중국조차 자의적 해석에 갇혀 잃어버린 한자의 본뜻이, 역설적이게도 우리말의 ‘훑다’와 ‘모래톱’이라는 감각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한자를 중국의 전유물로만 여기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고유의 언어 감각으로 한자를 재해석할 때, 비로소 한자의 막힌 혈관이 뚫리고 고대인의 삶과 지혜가 우리 곁으로 온전히 돌아올 것이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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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은자(殷字)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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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 칼럼] 매달 반복되는 원발성 월경통, 프로스타글란딘과 중추신경 감작의 연결고리 풀기
- [교육연합신문=최윤용 기고] 1. 자궁이 보내는 경고음, 원발성 월경통의 원인과 유병률 - 원발성 월경통(Primary dysmenorrhea)은 골반 내 뚜렷한 기질적 이상 없이 월경 주기에 맞춰 발생하는 하복부의 경련성 통증을 의미합니다. 전 세계 70개국 자료를 종합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원발성 월경통은 여성 인구에서 매우 높은 유병률을 보이며 일상생활과 학업·업무 수행 능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대표적 여성 건강 문제로 지목됩니다. 병태생리학적으로 이 통증의 핵심은 자궁 내막에서 과도하게 분비되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라는 염증 매개 물질이 자궁 근육을 강하게 수축시키고 혈류량을 감소시켜 허혈성 통증을 유발하는 데 있습니다. 월경통으로 인해 반복되는 통증 신호는 척수를 거쳐 뇌로 전달되며, 점차 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비정상적으로 높이는 '중추 감작(central sensitization)' 상태를 초래하여 신경학적 만성 통증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2. 진통제만으로 월경통 관리가 어려운 이유와 숨은 위험성 - 현재 원발성 월경통의 1차 치료로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와 경구 피임약이 주로 처방됩니다. 이들 약물은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차단하여 급성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많은 환자가 진통제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거나, 장기 복용 시 위장관 장애, 신장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을 겪어 복용을 중단하곤 합니다. 식물 유래 한약 치료(plant-derived therapies)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도 이러한 기존 약물의 한계와 부작용 우려 때문입니다. 특히 현재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대상 질환에 월경통이 포함되면서, 표준화된 한약 치료에 대한 치료 접근성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월경통이 동반하는 심리적 부담입니다. 매달 반복되는 심한 통증은 신경면역학적 불균형을 유발하여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이어질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따라서 단순한 진통을 넘어 신체 전반의 신경학적 안정과 염증 제어를 돕는 다각적인 접근이 절실합니다. 3. 뇌 신경망 연구를 통한 월경통의 뇌과학적 재해석 - 최근 뇌과학 연구는 월경통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등의 신경영상 기법을 활용한 연구에 따르면, 장기간 원발성 월경통을 앓은 여성들은 통증을 지각하고 조절하는 뇌의 특정 네트워크(대뇌피질-변연계 등) 구조와 활성도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즉, 자궁에서 시작된 말초의 염증 신호가 뇌의 통증 조절 회로를 교란시켜, 작은 자극에도 과도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월경통 치료가 자궁 수축 억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중추신경계의 과흥분을 안정화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합니다. 4. 원발성 월경통에 대한 효과적 대안: 한약과 침 치료의 현대 과학적 근거 - 이러한 맥락에서 한의학 치료는 월경통 관리에 있어 효율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그 효과와 기전이 최신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먼저 침 치료는 뇌의 통증 조절 네트워크를 정상화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입니다. fMRI를 이용한 연구에서 침술은 월경통 환자의 비정상적인 뇌 기능적 연결성을 조절하여 중추성 진통 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다양한 침 관련 치료를 비교 분석한 네트워크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침 치료는 통증 강도를 유의미하게 낮추고 진통제 사용량을 줄이는 데 안전하고 효과적임이 입증되었습니다. 특히 대만에서 19년간 진행된 대규모 코호트 추적 연구에서는 원발성 월경통 환자에게 꾸준히 침 치료를 시행한 결과, 신경면역 조절 기전을 통해 향후 우울증으로 이행될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했다는 보고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는 침 치료가 단순 진통을 넘어 중추신경계 보호 효과를 지님을 의미합니다. 한약 역시 다양한 약리 성분이 여러 병리적 표적에 동시에 작용하여 자궁 내 염증 환경과 혈류 개선에 기여합니다. 월경통에 다용되는 대표적 처방인 온경탕은 최신의 인공지능 기반 약리분석 연구를 통해 염증 발현의 핵심 경로인 PI3K/AKT/NF-κB 신호 전달을 억제하여 하복부의 혈류에 장애를 야기하는 원인 염증을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근래의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에서는 월경질환 치료에 오랜 기간 활용돼 온 계지복령환이 위약군에 비해 월경통 강도를 현저히 감소시키고 삶의 질을 높인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특정 처방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6년 발표된 국내 다기관 전향적 관찰연구에서도 환자 맞춤형 한약 치료가 진통제 복용량을 줄이고 통증 지속 시간을 단축하는 데 유의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5. 약물 의존을 줄이는 일상 속 월경통 자가 관리법 - 임상적인 한의 치료와 함께, 일상생활에서의 적극적인 관리 요법을 병행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으로 만성 월경통을 관리해나갈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운동 요법 : 운동은 가장 효과적인 천연 진통제입니다. 29개의 무작위 대조 연구를 종합한 네트워크 메타분석에 따르면, 규칙적인 요가, 스트레칭, 중등도의 유산소 운동은 골반 내 혈류 순환을 개선하고 통증 유발 물질을 배출시켜 월경통 강도를 뚜렷하게 감소시킵니다.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기저 체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온 유지와 하복부 보온 : 한의학에서 말하는 '한응혈어(寒凝血瘀, 차가운 기운이 혈액을 뭉치게 함)'는 실제 생리학적 혈관 수축과 일치합니다. 하복부를 따뜻하게 유지하여 골반 근육의 긴장을 풀고 미세혈류 순환을 돕는 것이 좋습니다. 생리통을 '여성이라면 당연히 참고 견뎌야 하는 숙명'으로 받아들이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렇다고 진통제에만 의존한 채 위장 장애와 우울감을 감내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궁의 국소적 염증을 다스리고 중추신경계의 예민함을 잠재우는 과학적인 한의 치료와 올바른 운동 습관을 통해, 매달 찾아오는 통증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활기찬 일상을 누리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1.de Arruda GT, Barbosa-Silva J, Driusso P, Pathmanathan C, Armijo-Olivo S, Avila MA. Worldwide prevalence of dysmenorrhe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across 70 countries. Pain. 2026 Jan 1;167(1):41-55. doi: 10.1097/j.pain.0000000000003768 2.Iacovides S, Avidon I, Baker FC. What we know about primary dysmenorrhea today: a critical review. Hum Reprod Update. 2015 Nov-Dec;21(6):762-78. doi: 10.1093/humupd/dmv039. 3.Cho SI, Jung HJ, Park M, Kim DI. Effectiveness and safety of herbal medicine on treatment of dysmenorrhea: An analysis of a multicenter, prospective observational study. Integr Med Res. 2026 Mar;15(1):101209. doi: 10.1016/j.imr.2025.101209 4.Wu L, Xu Lou I, Hu Z, Wang G, Deshpande SV, Cáceres-Matos R. Efficacy of Plant-Derived Therapies for Primary Dysmenorrhe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Phytother Res. 2026 Apr 15. doi: 10.1002/ptr.70324 5.Tsai IC, Hsu CW, Chang CH, Lei WT, Tseng PT, Chang KV. Comparative Effectiveness of Different Exercises for Reducing Pain Intensity in Primary Dysmenorrhea: A Systematic Review and Network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Sports Med Open. 2024 May 30;10(1):63. doi: 10.1186/s40798-024-00718-4. 6.Chen B, Guo Q, Zhang Q, Di Z, Zhang Q. Revealing the Central Mechanism of Acupuncture for Primary Dysmenorrhea Based on Neuroimaging: A Narrative Review. Pain Res Manag. 2023;2023:8307249. 7.Chen B, Guo Q, Zhang Q, Di Z, Zhang Q. Revealing the Central Mechanism of Acupuncture for Primary Dysmenorrhea Based on Neuroimaging: A Narrative Review. Pain Res Manag. 2023 Feb 18;2023:8307249. doi: 10.1155/2023/8307249. 8.Liao CC, Lin CL, Tsai FJ, Chien CH, Li JM. Acupuncture's long-term impact on depression prevention in primary dysmenorrhea: A 19-year follow-up of a Taiwan cohort with neuroimmune insights. J Affect Disord. 2024 Jan 1;344:48-60. doi: 10.1016/j.jad.2023.10.013. 9.Li XL, Jin Y, Gao R, Zhou QX, Huang F, Liu L. Wenjing decoction: Mechanism in the treatment of dysmenorrhea with blood stasis syndrome through network pharmacology and experimental verification. J Ethnopharmacol. 2025 Jan 30;337(Pt 1):118818. doi: 10.1016/j.jep.2024.118818. 10.Luo Y, Mao P, Chen P, Li C, Fu X, Zhuang M. Effect of Guizhi Fuling Wan in primary dysmenorrhea: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 Ethnopharmacol. 2023 May 10;307:116247. doi: 10.1016/j.jep.2023.116247. ▣ 최윤용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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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 칼럼] 매달 반복되는 원발성 월경통, 프로스타글란딘과 중추신경 감작의 연결고리 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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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국내 최대 국가유산 축제 ‘궁중문화축전’
- [교육연합신문=원나린 학생기자] ‘궁중문화축전’은 매년 봄·가을 서울의 5대 궁궐(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경희궁)과 종묘에서 펼쳐지는 국내 최대 국가유산 축제다. 궁궐을 무대로 공연·전시·체험·의례 재현 등 한국 전통문화를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선보이고 있다. 국가유산청이 주최하고 국가유산진흥원이 주관하는 궁중문화축전은 올해로 12회를 맞아 ‘궁, 예술을 깨우다’라는 주제로, 궁궐을 국가유산 관람 공간을 넘어 K-컬처의 원천을 경험할 수 있는 문화예술 무대로 확장할 예정이다. 2026년 봄 궁중문화축전은 4월 24일 개막제를 시작으로, 4월 25일부터 5월 3일까지 9일간 진행됐다. 평소엔 들어가 볼 수 없는 궁 내부 공간을 들어가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인상적인 공연들도 이어졌으며, 다양한 체험 활동도 있었다. 그 중 종묘 대제전 앞에서 펼쳐지는 종묘제례악 야간 공연은 한국의 전통 문화를 직접 느낄 수 있는 멋진 기회였다. 종묘제례악이란 조선 시대 왕실의 제사를 위해 연주되던 음악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 음악은 조상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전통 악기와 무용이 어우러지는 종합적이고 아름다운 공연이다. 공연은 전통 악기를 이용한 음악과 함께 시작되었다. 특히, 야간 공연이라는 점에서 종묘의 고즈넉한 배경과 함께 어우러진 조명 덕분에 공영의 웅장함이 더욱 배가됐다. 궁중문화축전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전통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관람객 중 많은 외국인들이 있었으며, 이러한 행사에 참여하며 대한민국의 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전통을 이어나가며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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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국내 최대 국가유산 축제 ‘궁중문화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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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구교정 동인천중 교장, '학교 성장의 구조와 실천' 출간
- 〔교육연합신문=이유연 기자〕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학교의 모습을 담은 교육 전문서 『학교 성장의 구조와 실천』이 출간됐다고 동인천중학교 구교정 교장이 5월 21일 밝혔다 구교정 교장과 함께 고흔석, 전인선, 신봉철, 이창열 저자가 공동 집필했으며, 미래교육 시대 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학교 성장의 의미를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단순한 학업 성취를 넘어 학생의 삶과 성장, 관계와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기후 위기, 사회 변화 등 빠르게 달라지는 시대 속에서 학교의 역할 역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학생이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며 자신의 삶과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자들은 이번 책에서 학교 성장을 단순한 수상 실적이나 평가 결과 중심으로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학교의 성장은 눈에 보이는 결과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실제 학교 안에서는 학생과 교사가 함께 배우며 만들어 가는 관계의 변화와 학교 문화의 성장, 교실 속 작은 실천들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학교 성장의 중요한 의미로 바라보며, 학교를 살아 있는 교육공동체로 설명하고 있다. 교육계 전문가들의 추천도 이어졌다. 손민호 인하대학교 교수는 “미래교육의 방향과 학교 현장의 실천을 담아낸 책”이라고 평가했으며, 최재광 국가교육위원회 전문위원은 “학교 현장을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전했다. 김미란 한국교육개발원 석좌연구위원은 “학교 성장의 실제와 철학을 함께 담아낸 의미 있는 저서”라고 평가했다. 임상순 평택대학교 교수는 “학교 현장의 생생한 변화와 고민을 담아낸 책”이라고 밝혔으며, 유석형 인천광역시교육청 정책기획조정관은 “성과 중심이 아닌 과정과 변화 중심으로 학교 성장을 바라본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했다. 저자들은 “학교 성장은 특정한 결과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배우고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며, “이번 책이 미래교육과 학교의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하는 교육 현장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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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구교정 동인천중 교장, '학교 성장의 구조와 실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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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제철 음식과 탄소 중립 그리고 환경교육의 재인식
-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작년 겨울, “할아버지, 이 딸기 맛이 좀 이상해~.” 제철이 지난 시기에 어린 손녀가 먹던 딸기를 내려놓으며 하던 말이다.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철 지난 과일의 맛은 6살 아이의 기억과 입에도 낯설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딸기 한 알을 우리 식탁에 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비됐는지 우리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사실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지구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우리는 날로 무더운 여름을 나면서 인내의 한계를 넘을 만큼 폭염과 싸우고 있다. 이제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나 과학 교과서 속 개념이 아니다. 가뭄, 폭우, 태풍, 식량 위기까지, 우리의 삶은 이미 기후변화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이런 시대, 교육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지식을 뛰어넘는 ‘지속 가능한 삶의 선택’을 가르쳐야 한다. 그 시작은 아주 작고도 가까운 곳, 바로 우리의 식탁에서 출발할 수 있다. 제철 음식은 그 자체가 탄소 중립의 실천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 농산물이나 비제철 작물의 경우, 수송 과정에서 평균 11배 이상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한다. 특히 겨울철에 하우스에서 재배되는 작물은 인공조명, 난방, 수분조절 등에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이는 곧 탄소 배출량의 증가로 이어진다. 예컨대, 2020년 녹색연합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겨울에 먹는 딸기 1kg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탄소 배출량은 약 3.4kg의 CO₂로 밝혀졌다. 반면에, 제철인 봄에 재배된 딸기는 0.8kg의 CO₂로 훨씬 적다. 같은 딸기이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4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르고 지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교육 현장에서부터 ‘제철 급식’을 운영함으로써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철저한 탄소 중립 교육에 나서야 한다. 서울 성북구의 한 초등학교는 2022년부터 ‘제철 급식 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영양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함께 참여해서 한 주일씩 제철 재료로만 구성된 메뉴를 만들고, 식사 후에는 환경에 대한 소감을 나눈다. 한 학생은 “처음엔 낯선 반찬도 있었지만, 알고 보니 자연이 지금 주는 맛이라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적었다. 또 다른 학생은 “내가 먹는 음식이 지구를 아프게 할 수도 있다니, 앞으로 장을 볼 때도 생각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교육은 단순히 환경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삶의 태도와 가치관의 변화를 이끄는 울림 있는 실용적인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가 제철 음식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탄소 중립의 실천이다. 계절에 맞는 재료를 소비함으로써 난방, 냉방, 장거리 운송에 드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둘째, 농업의 활성화이다. 식재료는 대개 지역 농산물이다. 이는 지역 경제를 살리고, 음식의 이동 거리를 줄이는 ‘로컬푸드’ 실천이기도 하다. 셋째, 식문화의 회복이다. 제철 음식은 자연이 주는 최적의 영양 상태를 가진다. 건강한 성장기 아이들에게 특히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넷째, 소비자로서의 책임 교육이다. 아이들이 직접 음식 선택의 윤리성과 환경적 영향을 배움으로써, 더 넓은 차원의 ‘지속 가능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전남 순천의 한 중학교에서는 ‘제로 푸드 마일(Zero Food Mile)’ 프로젝트를 실시했고 그 결과는 한 학생이 쓴 글이 많은 교사들의 마음을 울렸다. “우리가 먹는 밥 한 그릇이 지구에 무게가 될 수도, 지구를 쉬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제철이라는 건 단지 맛있는 시기가 아니라, 자연이 숨 쉬는 시기였다.” 결론적으로 ‘제철 음식 먹기’는 단지 건강을 위한 선택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작은 실천이자 위대한 교육이라 할 수 있다. 탄소 중립은 거창한 기술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 계절을 느끼고, 자연의 순리를 배우고, 식탁에서 지구를 생각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환경교육이며, 지속 가능한 삶의 기초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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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제철 음식과 탄소 중립 그리고 환경교육의 재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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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희 반려詩選] 핑계
- [교육연합신문=구본희詩選] 핑계 당신은 핑계의 대가라며 아내는 불평한다. 아직 어리니, 유치원 가면, 학교 가면...... 빈자리로 남은 약속들. 자전거 타기, 공놀이, 캠핑, 놀이공원. 돌아보니 바쁘단 핑계로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미안한 젊은 날, 나는 나만을 사랑했다. 내리사랑이라 했던가. 손주가 생기면 그때는 꼭 지키리라, 또 다짐한다. 그보다 아내가 먼저. 오늘도 아내의 한마디가 조용히 가슴을 후빈다. ▣ 구본희 ◇ 前인천국제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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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희 반려詩選] 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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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칼럼] 한·독 미래 교육의 만남: 기술적 수용성과 윤리적 성찰의 글로컬 상생을 향하여
- [교육연합신문=김춘식 칼럼]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에 따스한 봄 햇살이 깊숙이 내려앉는 이 계절, 전라남도와 독일 브레멘·니더작센주가 미래 교육이라는 가치 아래 국경을 넘어 손을 맞잡았다. 양국 교육 교류 역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전라남도교육청교육연수원(JETI)과 독일 브레멘주교육연구원(LIS)·니더작센주 교육전문가의 교원 공동 연수를 앞두고, 수많은 교육 관계자들과 교사들이 뜻을 모아 연수를 준비해 왔다. 필자 또한 양국 교원들의 교육적 고뇌가 담긴 발제문들을 한국어와 독일어로 다듬고 살피는 과정에 동참하며, 비록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으나 참여한 모든 이들의 마음만큼은 내내 뜨거웠음을 깊이 체감할 수 있었다. 교육의 본질은 결국 아이들을 가슴에 두고 서로의 미래를 위해 함께 투입하는 정성과 시간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장의 수많은 손길이 모여 시작된 헌신이 인류 보편의 가치와 맞닿을 때, 우리는 비로소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글로컬(Glocal) 교육의 진정한 서막을 목도하게 된다. 이 역사적인 만남이 뜻깊은 결실을 보게 된 배경에는 교육의 미래를 멀리 내다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린 교육 리더들과 실무자들의 결단과 헌신이 있었다. 전남 담양교육지원청 교육장을 포함한 관계자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혜안, 그리고 대한민국 최초의 한·독 공동 연수라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한 교육연수원장과 연수기획부장, 그리고 교육연구사의 교육적 진심이 맞물려 이 경이로운 무대가 완성되었다. 형식주의와 일회성 퍼포먼스를 과감히 걷어내고, 오직 교사와 학생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자 했던 이들의 교육 철학은 전남이라는 지역적 경계를 넘어 대한민국 공교육 전반에 깊은 시사점을 던진다. 무엇보다 이러한 글로컬 실천의 중심에서 이루어진 양국 교육의 만남은 '기술 수용성'과 '윤리적 성찰'의 화학적 결합이라는 거시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번 교류의 핵심 축인 ‘민주주의 교육’, ‘지속가능발전 교육(ESD)’, 그리고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교육’이라는 글로벌 3대 의제는 오늘날 지구촌 전체가 마주한 문명사적 위험이자,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 미래 세대가 반드시 풀어내야 할 공동의 숙제다.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과 전남의 교육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인프라를 빠르게 흡수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기술적 수용성'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반면 독일의 교육은 디지털 전환의 거센 흐름 속에서도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주권, 그리고 강력한 기술 윤리적 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인간 중심의 철학적 브레이크를 밟아왔다. 따라서 속도를 내며 질주하는 한국의 디지털 교육과, 방향과 안전을 철저히 점검하는 독일의 윤리적 교육이 만난 것은 단순한 친선을 넘어 미래 문명을 선도할 상호 보완적 융합의 계기다. 학교 현장을 방문하는 동안 디지털화가 가져온 편리함 뒤에 숨은 인간 소외 현상, 그리고 알고리즘 의존으로 인한 비판적 사고 저하를 깊이 염려해 온 독일 교사들의 고뇌는 대한민국 교육이 쫓던 속도전에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반대로 한국의 역동적인 디지털 수업 모델과 담양 관내 학교에서 펼쳐진 생태·역사·진로 중심의 유연한 교육과정은 독일 연수단에게 미래 교육의 실천적 가능성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었다. 주목할 만하게도 교류 첫날, 담양의 한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5·18 민주화운동' 주제의 현장 수업은 양국 교육자들에게 깊은 공감대를 선사했다. 5·18의 진실을 세계에 알린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깊이 있게 다룬 이 수업에서, 독일 연수단은 한국 초등학생들의 높은 역사적 문제의식과 성숙한 태도에 큰 감동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정체성과 존엄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바로 이처럼 국경을 초월해 인류 보편의 가치를 뜨겁게 공유했던 상생의 현장 속에 존재한다. 이번 한·독 교원 교류는 단순한 지역 단위의 연수를 넘어 대한민국 미래 교육의 거버넌스를 확장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향후 대한민국 교육 정책을 이끌어갈 선구자들과 행정 담당자들에게 세 가지 정책적 제안을 던지고자 한다. 첫째, 글로벌 교육 교류에 대한 지속가능한 행정·재정적 지원의 확대와 제도화가 시급하다. 미래 교육의 도전과제는 개별 지역이나 국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 정책 담당자들은 지역의 우수한 교육 자산이 글로벌 무대와 중단 없이 소통할 수 있도록 전용 예산을 확보하고 수립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국가적 차원의 제도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기술' 중심의 디지털 수용성 정책에서 '철학과 윤리' 중심의 가치 정책으로 확고하게 대전환해야 한다. 스마트 기기 보급률이나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속도라는 수치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독일 교육이 보여준 개인정보보호, 데이터 윤리, 그리고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 'AI 리터러시'를 대한민국 교육과정 전반에 제도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기술을 다루는 테크니션을 넘어, 기술의 시대에 인간다움을 사수하고 다스리는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셋째, 일회성이자 일방향적인 교원 연수를 넘어선 '글로컬 교육공동체 및 학생 교류 모델'의 정립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교사들의 만남과 사유의 시간은 반드시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의 실질적인 상호 교류로 이어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세계의 학생들과 민주주의와 인권, 디지털 윤리를 주제로 함께 토론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지역의 특수성과 세계의 보편성을 잇는 글로벌 교육 네트워크를 국가 정책 차원에서 밀어주어야 한다. 이번 교류는 현장 리더들의 교육적 혜안과 보이지 않는 실무진의 땀방울이 맞물려 일궈낸 대한민국 미래 교육의 역동적인 출발점이다. 참된 교육은 외형적 형식을 넘어 내실 있는 가치를 채우는 일이며, 교사의 뜨거운 가슴을 통해 아이들의 숨결을 온전히 느껴야 하는 본질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교육정책 담당자들이 이번 한·독 교류가 전남의 대지 위에 가꾸어 놓은 글로컬 상생의 불씨를 이어받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 아이들이 거대한 디지털 해일 속에서도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인간 존엄의 가치를 단단히 쥔 채 당당한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미래 교육의 문을 활짝 열어주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 김춘식 동신대학교 에너지경영학과 교수이자 한국독일사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한국의 교육, 독일의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을 만나다』(포스텍융합문명연구원; 소명, 2025) 등이 있다. ◇ 교육연합신문 논설위원 ◇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한국독일네트워크(ADeKo) 이사 겸 인문교육위원장 ◇ 2024 칼만 해외석학(독일 연방교육연구부, 아헨공과대학교) ◇ 前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 前 국가교육위원회 미래과학인재양성특별위원회 전문위원 ◇ 前 한국전문대학평가인증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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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칼럼] 한·독 미래 교육의 만남: 기술적 수용성과 윤리적 성찰의 글로컬 상생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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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1980: 광주의 뜨거운 함성
- [교육연합신문=이윤서 학생기자] 광주 소요사태가 무엇인지 아는가? 이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일컫는 말로, 5월 18일에 일어났던 항쟁을 뜻한다.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을 위해 일어난 운동인데 왜 소요사태라고 불렸었을까?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1980년 5월 17일, 전두환 신군부 세력은 군사반란으로 정치를 장악하자 거세진 민주화 열기를 약화시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전국의 여러 도시들은 계엄에 시위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민주화 운동이 더 거세졌던 곳이 있었으니, 바로 광주이다. 광주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를 외쳤다. 신군부 세력은 광주를 본보기로 삼아 권력을 확실히 하려고 했고, 광주를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광주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광주에 간첩이 있다고 하고 광주로 가는 길목을 막았다. 계엄군은 광주로 들어가 시민들을 학살했다. 6.25 전쟁 이후 최다의 사상자가 발생한 비극이었다. 비록 많은 희생을 치렀지만, 광주 민주화 운동은 이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이념을 굳건히 하는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시민들이 스스로 일으킨 반독재민주화운동이자 민중운동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의지와 단합력이 놀랍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토머스 제퍼슨의 말이 있다. 지금 누리는 것 중 대다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을 바쳤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 피를, 희생을 헛되게 사용할 것인가? 그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계속계속 새로운 과제를 내준다. 어려운 숙제지만, 모두가 다같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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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1980: 광주의 뜨거운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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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오지선다형 수능, 개선해야 할 교육의 본질을 가로막는 틀
-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오지선다형 수학능력시험(수능)은 효율성과 공정성을 앞세워 오랜 기간 강력한 힘을 발휘해 왔다. 하지만 이제 교육 전문가들과 교육 현장에서는 수능 체제가 AI 시대, 최첨단 과학·기술의 디지털 시대에는 대한민국 교육의 발전을 가로막는 강력한 틀이라는 사실에 이구동성으로 공감한다. 그동안 우리 교육이 배출한 유능한 엘리트들은 실제로는 교육 현장에서 빠른 시간에 정답을 찾는 ‘기술’을 익히는 구조에 남다르게 익숙한 인재들이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수업 중 학생들이 ‘답이 몇 번이냐’를 먼저 묻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고 지적하며, 문제해결보다는 시험 요령에 집중하는 구조적 한계를 꼬집었다. 이 같은 경향은 사교육 의존을 심화시키는 구조로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이루어 왔다. 왜냐면 객관식 수능은 ‘선택지를 제거하는 기술’을 요구하는 형태고, 이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일수록 전문 사교육이 의존해 효과를 얻어 결국 계급의 세습화를 부채질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국내의 수능 운영 방식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제한적이다. 다만, 2028학년도부터 서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며, 이를 통해 사고력 평가 강화가 기대된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다만, 공정성과 비용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런 논의들은 개관식의 한계를 통계적으로 검증하려는 노력과 맞물려 있다. 예컨대,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와 같은 서술·논술형 대입 시험은 사고력과 표현력을 측정하는 데 유리하며,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서술형 문항 도입에 대해 “학생들의 사고력이나 깊이 있는 성찰 능력을 측정할 수 있어 진일보한 방법”이라며, “2028학년도부터의 도입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 입시 전문가는 “서술형 문항은 전산 채점이 어렵고, 채점 기준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빈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역시 채점의 신뢰성과 관리 비용 문제는 현실적인 장애물로 지적된다. 앞서 말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는 전통적인 논술형 중심 평가 방식으로 역사적으로 사고력과 논리적 표현을 핵심으로 여겼다. 프랑스어 과목은 수험생이 출제된 주제에 대한 긴 글을 작성해야 하며, 수학은 풀이 과정을 중심으로 평가된다. 독일, 이탈리아, 영국도 유사한 방식의 논술·서술형 대입 평가를 채택하고 있어, 학습자의 ‘사고하는 능력’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의 흐름은 우리 교육도 단순한 지식 암기가 아닌 사고력 중심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오지선다형 객관식 수능은 평가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만, 교육이 지향해야 할 사고력, 창의성, 다양성이라는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정답 중심의 구조는 이미 변화의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혹자에 따라서는 수능 문제의 ‘해킹’조차 가능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제 요구되는 것은 선발을 위한 ‘시험’이 아니라 바람직한 민주시민 육상을 위한 ‘교육’이다. 여기엔 질문을 만들고,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으로의 전환은 필수다. 이제 우리 교육이 가야 할 길은 명백하다. 수능의 고득점자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교 시절 내내 문제 풀이 기술을 익혀 빠르게 정답을 찾는 것만이 학창 시절의 고정된 기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고 말한다. 이렇게 길러진 우리의 엘리트들은 토의⋅토론조차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인재로 고위직에 올라 공인된 인재들임에도 ‘공부머리’와 ‘일머리’의 극심한 부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흔히들 인생은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객관식 정답 찾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기존의 시스템에서 이득을 보는 기득권층의 완강한 저항과 반발로 밖에 볼 수 없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랴”는 말처럼 수능 개혁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것은 개선이 가능한 핑계 수단일 뿐이다. 개혁에는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정체되고 퇴행한다. 이제 수능 개혁은 다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우리의 미래 세대들을 위한 것이기에 더욱 필요성이 클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수능 개혁을 도모하고 대비하는 것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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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오지선다형 수능, 개선해야 할 교육의 본질을 가로막는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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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차트는 읽지만 삶은 읽지 못하는 시대
-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오늘의 한국 사회는 차트를 읽는 데는 민감하지만 삶의 방향을 읽는 데는 서툴러지고 있다. 투자 광풍과 가짜 정보가 범람하는 이유에 한국 교육의 책임도 있다고 나는 믿는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법’보다 ‘따라가는 법’에 더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주식 열풍은 결국 돈에 대한 욕망만이 아니라 양극화와 불안한 시대가 만들어낸 집단 심리의 거울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모든 시대의 광풍은 늘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암호화폐 열풍도 당시에는 모두 새로운 질서와 미래의 약속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끝내 남는 것은 본질이었다. 인간의 탐욕과 두려움, 그리고 그것을 견뎌내는 이성의 힘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수학 공식은 배웠지만 자본의 원리는 배우지 못했다. 문제를 푸는 훈련은 반복했지만 위험을 판단하는 능력은 익히지 못했다. 객관식 시험에 길들여진 사회는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을 만든다. 삶은 보기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잔인한 진실은 세상이 객관식 시험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 시장에서 상승하는 종목들을 보라. 반도체와 인공지능, 전력과 에너지 전환 산업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들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먼저 반영하고 있다. 상승하는 자산의 본질은 ‘변화에 대한 감각’에 있다. 전력 기업의 상승은 에너지 질서의 전환을 예고하고 인공지능 기업의 부상은 인간의 노동과 사고 체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은 미래의 방향을 읽고 있는데 우리의 교육은 과연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주식은 미래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교육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낼 인간을 길러내는 일이어야 한다. 오늘의 한국 사회는 교육보다 시장의 움직임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하루에도 수십 번 주가를 확인하면서도 정작 어떤 인간을 길러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무관심하다. 자본은 사회를 움직일 수 있지만 인간의 품격까지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존재는 가장 강한 종도, 가장 영리한 종도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라고 말했다. 지금 교육에 필요한 것도 단순한 제도의 개편이 아니다. 교육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의다. 질문할 수 있는 인간, 의심할 수 있는 인간,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는 인간을 길러내는 일이다. 교육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는 인간’이다. 자기만의 기준으로 유행하는 답보다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힘은 긴 독서와 토론, 예술과 철학, 그리고 혼자 사유하는 시간 속에서 단련된다. 속도의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빠른 판단이 아니라 깊은 내면이다. 차트를 읽는 능력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지만 삶의 방향까지 대신 결정해 주지는 못한다. 결국 미래를 살아갈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불안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힘이다. 미래를 주도적으로 살아갈 학생에게 교육에서 그 힘을 길러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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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차트는 읽지만 삶은 읽지 못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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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백제의 이름, ‘밝은 나라’에서 ‘일본’까지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역사는 과거를 읽는 일이지만, 단지 지나간 세월을 정리하는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역사는 오늘을 비추고, 내일을 준비하는 거울이 된다. 그래서 국호(國號), 즉 나라의 이름을 새삼 살펴보는 일은 단순한 어원 풀이가 아니다. 이름은 정체성이고, 그 이름에 담긴 뜻은 후대가 스스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큰 자산이 된다. 우리에게 백제는 교과서 속에서 흔히 “한반도 서남부의 소국, 660년 나·당 연합군에 의해 멸망”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최근 학계와 현장의 발굴은 그 단순화된 서술에 물음표를 던진다. 백제의 범위는 더 넓었고, 영향력은 훨씬 깊었으며, 무엇보다도 그 이름이 지닌 의미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풍부했다. □ 백제라는 이름의 여러 얼굴 문헌과 금석문에는 백제의 국호가 한 가지로만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가 잘 아는 百濟(백제) 말고도, 광개토대왕비에는 百殘(백잔), 다른 기록에는 十濟(습제), 또 이체자인 佰濟, 남부여(南扶餘)라는 표기도 보인다. 일본에서는 倶太羅(구다라), 百濟(일본식 발음 구다라)라 불렀다. 더 나아가 은유적 표현으로 扶桑, 風谷, 半島라는 지칭까지 섞여 있다. 이처럼 다층적이고 이질적인 표기들이 얽혀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연구자들이 찾는 것은 이들을 하나로 묶어낼 “어원 열쇠”이다. □ ‘백’과 ‘제’, 문자에 담긴 빛과 물 먼저 ‘백(百)’이라는 글자를 보자. 갑골문과 금문에서는 본래 엄지손톱의 흰빛을 그린 상형이었다. 그 흰빛이 곧 밝음, 순수함을 뜻하게 되었고, 후대에 ‘많다’의 의미가 붙으며 수사 ‘백(100)’이 된 것이다. 결국 그 뿌리는 ‘밝음’이었다.([그림 30] ‘百’ 참조) ‘제(濟)’는 본래 제나라의 ‘제(齊)’에서 갈라져 나온 글자다. 물(水) 변이 붙으며 강과 관련된 뜻으로 발전했다. 중국의 제수(濟水)와 연결되고, 후대에는 ‘건너다’, ‘구제하다’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그러니 百濟는 문자적으로도 ‘밝음’과 ‘강’이 결합한 이름이라 할 수 있다.([그림 30] ‘濟’ 참조) □ 예군 묘지명에 새겨진 단서 2011년, 중국 서안에서 발견된 한 묘지명은 백제사 연구에 큰 충격을 주었다. 백제계 인물로 추정되는 ‘예군(禰群)’의 묘지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었다. “日本餘燼(일본의 여초, 전란 뒤 살아남은 무리)”, “扶桑에 의지하여 죽임을 면했다.” 여기서 ‘일본’을 단순히 열도, 즉 야마토로 읽을 수는 없다. 당시 맥락에서 ‘餘燼(여초)’는 멸망한 나라의 잔민을 뜻했으니, 이는 분명 백제를 가리킨 것이다. 같은 문맥의 ‘扶桑’이 일본 열도를 가리키는 은유로 쓰였음을 고려하면, 문장은 이렇게 읽힌다. “망국 백제의 유민이 일본(扶桑)에 의지하여 살아남았다.” 즉, 묘지명 속 ‘日本’은 ‘해가 떠오르는 곳’이라는 은유적 표현으로, 바로 백제를 지칭했다고 보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 왜가 일본이 되다, 그리고 백제 『신당서』는 함형 원년(670)에 왜가 국호를 ‘일본’으로 바꾸었다고 기록한다. 『삼국사기』 문무왕 10년조에도 같은 내용이 보인다. 하지만 『구당서』와 『신당서』의 서술은 미묘하게 다르다. 한쪽은 “일본이 예전 작은 나라였는데 왜를 병합했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왜가 일본을 병합했다”고 전한다. 명칭이 혼용되던 전환기의 혼란이 드러난다. 해석은 이렇다. 백제 멸망 이후 유민과 지배층이 열도 정치에 깊이 편입되었고, 그 결과 670년 국호 ‘일본’ 채택은 백제 재기의 성격을 띠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본’은 단순히 왜의 새로운 이름이 아니라, 백제인의 자의식이 투영된 이름이었다. □ ‘해의 근본’, 일본과 백제를 잇다 여기서 흥미로운 언어학적 연결고리가 등장한다. 고구려 건국지로 알려진 ‘졸본(卒本)’은 광개토왕비에는 ‘홀본(忽本)’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홀’은 ‘해’를 뜻하는 말과 음운적으로 이어지고, 결국 ‘日(해)의 本(근본)’이라는 ‘日本’의 의미망과 연결된다. 소서노가 졸본계 부여 혈통이라는 전승, 해모수·주몽의 태양적 신화 계보와 겹쳐 보면, ‘해의 근본’이라는 관념이 이미 고대 건국서사 속에 자리 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백제, 밝음의 나라 우리 고대 국호 가운데는 태양과 광명과 관련된 이름이 많다. 조선(아침 해가 비치는 나라), 부여(벌판, 햇볕이 드는 곳), 고구려(높음, 태양), 발해(큰 바다에 뜨는 해) 모두 그렇다. 백제도 예외가 아니다. 국어학자 양주동은 백제를 ‘밝은 성(城), 곧 광명성’으로 풀이했다. ‘백’은 밝음, ‘제’는 성·고을을 뜻하는 자을(齊)의 음차라는 것이다. 결국 백제는 ‘밝은 땅, 해가 비치는 나라’라는 뜻으로 확장된다. 이는 예군 묘지명의 ‘日本(해의 근본)’ 은유와도 정확히 호응한다. ‘박달’이라는 말도 같은 계열이다. ‘밝-달(양달, 해가 드는 곳)’이 ‘배달’로 발전했고, 이는 곧 밝은 나라, 태양의 나라를 뜻했다. 백제의 이름도 바로 이 ‘밝음’의 계열에 속한다. □ 다양한 별칭과 변이 물론 백제를 가리키는 다른 이름들도 있었다. ‘十濟(습제)’는 몽골어·튀르크어의 ‘온(온, 열)’과 연결짓는 가설이 있지만, 『수서』의 “백가가 바다를 건너 백제라 부름”과 같은 후대식 설명에 가깝다. ‘남부여(南扶餘)’는 부여계 혈통을 강조한 표기였다. 일본에서 부른 ‘구다라(倶太羅)’는 어원설이 다양하다. ‘큰 나라(쿠) + 타라(땅)’라는 풀이, 공주 구드레 나루에서 비롯되었다는 지명설, 심지어 브리야트계 민족명과의 연결까지 제기된다. 일본어 속 ‘구다라나이(くだらない, 하찮다)’가 여기서 비롯되었다는 설까지 있지만, 아직 분분하다. □ 맺으며 사료, 금석문, 언어학, 신화적 상징을 종합하면, 백제라는 이름은 결국 ‘밝음, 해, 근본’이라는 의미장으로 수렴한다. 예군 묘지명 속 ‘日本’이 백제를 지칭했다는 해석은, 백제의 멸망 이후에도 그 이름과 상징이 일본 열도 속에서 살아남아 정치적 재편의 원동력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660년 백제가 무너진 뒤, 불과 10년 만에 왜가 ‘일본’으로 국호를 바꾼 사실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백제인의 기억과 정체성이 열도에 깊이 뿌리내린 사건이었다. 결국 백제는 ‘밝은 땅, 해의 나라’였다. 그 이름 속에는 태양의 힘과 동아시아를 가로지른 백제인의 활력이 함께 담겨 있다. 오늘 우리가 백제를 다시 불러내는 까닭은, 단순히 잊힌 나라를 복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이름에 깃든 빛을 오늘의 자존과 내일의 역량으로 되살려내기 위함이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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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백제의 이름, ‘밝은 나라’에서 ‘일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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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 칼럼] 허리를 펴야 삶이 편안해진다 : 만성 비특이성 요통을 다스리는 추나요법
- [교육연합신문=최윤용 기고] 원인 모를 허리 통증, '만성 비특이성 요통'의 굴레 - 싱그러운 5월, 산과 들로 나들이를 떠나고 싶지만 허리 통증 때문에 선뜻 걸음을 내딛기 어려운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특히 X-ray나 MRI 검사를 받아도 뚜렷한 디스크 파열이나 뼈의 이상이 발견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3개월 이상 뻐근함과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 비특이성 요통(Chronic non-specific low back pain)'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만성 요통은 단순히 허리 근육이 뭉친 것을 넘어, 척추 주변 근육과 관절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발생하기도 합니다. 통증이 몸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걷거나 앉아 있는 일상적인 동작조차 버거워지며, 근육 감소 및 우울감까지 초래하여 일상생활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근골격계 질환의 중요 대안으로 자리 잡은 '추나요법' - 이렇게 굳어지고 틀어진 척추와 골반의 균형을 바로잡는 한의학적 수기치료가 바로 '추나요법'입니다. 국제 학술지인 통합의학연구(Integrative Medicine Research, 2014)에 소개된 바와 같이,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인체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척추와 관절의 구조적 문제를 교정하는 한의학적 수기치료법입니다. 최근에는 만성 통증 관리 분야에서 추나요법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4년 국제 저명 학술지(Complementary Therapies in Medicine)에 발표된 서지학적 분석 연구에 따르면, 만성 통증에 대한 추나요법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를 분석한 2025년 대규모 후향적 연구(BMJ Open)에서는 추나요법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이후 근골격계 질환 환자들의 추나 치료 활용이 매우 안정적으로 정착하였으며, 국민의 척추 건강 관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최신 연구에서 입증된 추나요법의 통증 완화 및 기능 회복 효과 - 추나요법의 치료 효과는 엄격하게 설계된 임상연구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2026년 영국 의학저널(BMJ Supportive & Palliative Care)에 게재된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만성 비특이성 요통 환자에게 추나요법을 시행하면 통증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 기능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추나요법은 다른 보존적 치료와 병행할 때 더욱 강력한 시너지를 냅니다. 2026년 발표된 실용적 임상연구(BMC Complementary Medicine and Therapies)에서는 추나요법과 일반 물리치료를 병행한 그룹이 단독 치료 그룹에 비해 만성 요통 개선에 더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였습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퇴행성 변화가 심한 '증상성 퇴행성 요추 전방전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2025년 다기관 임상시험(Mayo Clinic Proceedings)에서도 추나를 포함한 비수술적 통합 치료가 척추 기능 회복에 도움을 주고 통증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대안임이 입증되었다는 점입니다. 신경을 재생하고 근육 위축을 막는 추나의 분자생물학적 효과기전 - 최근의 기초 과학 연구들은 추나요법이 단순히 뼈를 맞추는 물리적 자극을 넘어, 우리 몸의 세포와 신경 기능 조절을 통한 통증 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째, 손상된 신경의 재생을 돕습니다. 2025년 정형외과 연구 저널(Journal of Orthopaedic Surgery and Research)에 발표된 동물 실험 연구에 따르면, 추나 치료의 물리적 자극은 세포 내 특정 경로(Piezo1/YAP/TAZ)를 활성화하여 신경을 감싸는 보호막인 '수초(myelin)'의 재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둘째, 신경 손상으로 인한 근육 소실을 방지합니다. 요통이 오래되면 다리가 가늘어지고 힘이 빠지기 쉬운데, 2024년 발표 연구에서는 추나요법이 근육 회복과 관련된 세포 신호 (PI3K/Akt)를 조절하여 좌골신경 손상으로 유발된 근육 위축을 효과적으로 완화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셋째, 중추신경계의 통증 민감도를 낮춥니다. 2026년 세포 분자 의학 저널(Journal of Cellular and Molecular Medicine)에 실린 연구는, 추나가 척수 내 성상세포의 특정 경로(NDRG2/GLT-1)를 조절해 뇌로 전달되는 통증 신호의 증폭을 억제함으로써 만성적인 신경병증성 통증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바른 척추로 되찾는 100세 시대의 든든한 일상 - 성공적인 요통 관리를 위해서는 임상적 치료와 더불어 생활 습관 교정이 필수적입니다. •자세의 인체공학적 관리: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넣고 척추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하며 허리를 세워야 합니다. 특히 무거운 물건을 들 때 허리를 숙이는 대신 무릎을 굽혀 하체의 힘을 이용하는 습관은 요추에 가해지는 과도한 압축력을 분산시켜 구조적 변형을 예방하는 첫걸음이 됩니다. •운동 요법 : 하루 30분 이상의 평지 걷기나 수영은 척추를 지탱하는 핵심 코어 근육을 강화합니다. 이는 추나 치료가 자극하는 근육 회복 신호와 결합하여, 신경 손상으로 인한 근육 위축을 방지하고 척추의 지지력을 높여줍니다. •근육 이완과 스트레칭 : 틈틈이 허리와 골반 주변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하는 자가 스트레칭은 척추 주변 신경에 가해지는 기계적 압박을 줄여줍니다. 가벼운 스트레칭과 근육 이완은 척추 주변의 긴장을 줄이고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몸의 긴장을 완화해 만성 통증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줄이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만성 요통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지만, 단순히 진통 약물에만 의존해서는 충분한 개선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한의 치료와 올바른 생활 관리를 병행하여, 지긋지긋한 통증의 굴레에서 벗어나 평온하고 활기찬 일상을 되찾으시기를 바랍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1.Kim K, Yan D, Bauer BA, Choi JC, Wang Z, Jung JE, Kim J, Kim TH, Eldrige JS, Mauck WD, Holmes BD, Bublitz SE, Seo M, Qu W. Nonsurgical Integrative Treatments for Symptomatic Degenerative Lumbar Spondylolisthesis: A Multinational Randomized Controlled Clinical Trial. Mayo Clin Proc. 2025 Nov 2:S0025-6196(25)00334-9. doi: 10.1016/j.mayocp.2025.05.030 2.Tan ICC, Wong HEM, Qiao F, Chong WM, Soh CCR, Ho CE, Cheong KCP, Chen LTJ, Bong PA, Seet IHN, Lim XW, Ma QY, Zhou X, Shen LB, Yang J, Chen JX, Bauer BA, Tay BK. Effectiveness of tuina and physiotherapy to manage pain for patients with chronic low back pain: a pragmatic randomized clinical trial. BMC Complement Med Ther. 2026 Jan 9;26(1):47. doi: 10.1186/s12906-025-05234-w 3.Baek GG, Ha IH, Lee YJ, Shin YJ, Shin BC. Analysis of the utilisation of Chuna manual therapy for musculoskeletal disorders after its coverage under national health insurance in Korea: a retrospective analysis. BMJ Open. 2025 Aug 8;15(8):e094099. doi: 10.1136/bmjopen-2024-094099. 4.Huayu L, Jiamin Y, Xudong S, Mengchao Z, Shunqin Y. Tui Na therapy for pain and function in chronic low back pain: a systematic review. BMJ Support Palliat Care. 2026 Mar 3:spcare-2025-005896. doi: 10.1136/spcare-2025-005896. 5.Xu H, Wang Z, Wang Z, Lei Y, Chen J, Zhou H, Li M, Diao J, Bian Y, Zhou B, Zhou Y. Recent trends in Tuina for chronic pain management: A bibliometric analysis and literature review. Complement Ther Med. 2024 Sep;84:103068. doi: 10.1016/j.ctim.2024.103068. 6.Park TY, Moon TW, Cho DC, Lee JH, Ko YS, Hwang EH, Heo KH, Choi TY, Shin BC. An introduction to Chuna manual medicine in Korea: History, insurance coverage, education, and clinical research in Korean literature. Integr Med Res. 2014 Jun;3(2):49-59. doi: 10.1016/j.imr.2013.08.001. 7.Zhang H, Chen L, Jiang J, Huang L, Huang H, Huang L, Chen S, Lin Z. Tuina Inhibits Synaptic Plasticity Through the Astrocytic NDRG2/GLT-1 Pathway to Alleviate Neuropathic Pain. J Cell Mol Med. 2026 Jan;30(1):e71013. doi: 10.1111/jcmm.71013. 8.Zhang Y, Zhang H, Liu J, Sun J, Xu Y, Shi N, Zhang H, Yan J, Chen J, Wang H, Yu T. Tuina alleviates the muscle atrophy induced by sciatic nerve injury in rats through regulation of PI3K/Akt signaling. J Orthop Surg Res. 2024 Dec 31;19(1):892. doi: 10.1186/s13018-024-05270-1 9.Xu Y, Rentuya N, Yu T, Yan J, Zhang H, Zhang Y, Zhang H, Sun J, Liu J. Tuina promotes nerve myelin regeneration in SNI rats through Piezo1/YAP/TAZ pathway. J Orthop Surg Res. 2025 May 12;20(1):454. doi: 10.1186/s13018-025-05794-0. ▣ 최윤용 ◇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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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 칼럼] 허리를 펴야 삶이 편안해진다 : 만성 비특이성 요통을 다스리는 추나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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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학생복과 함께하는 탑골공원 국가유산지킴이’ 성료
- [교육연합신문=김병선 기자] 국제교류문화진흥원(원장 유정희)은 지난 5월 9일 엘리트학생복이 주최하고 국제교류문화진흥원이 주관해 진행한 ‘엘리트학생복과 함께하는 탑골공원 청소년 국가유산지킴이’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다고 밝혔다. 본행사는 청소년들이 우리 문화유산의 역사적 의미를 배우고, 환경정화 활동과 문화유산 해설 활동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프로그램은 5월 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됐으며, 학생과 학부모, 관계자를 포함해 40여 명이 현장에 참여했다. 이번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에게는 봉사활동 실적 3시간이 인정된다. 탑골공원은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발상지이자 3·1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장소로, 국보 원각사지 10층 석탑과 보물 원각사비 등이 자리한 역사문화공간이다. 참가자들은 현장 탐방을 통해 우리 국가유산의 의미와 역사적 가치를 직접 체험했다. 참가 학생들은 한국어반, 영어반(초등), 영어반(중등)으로 나뉘어 활동을 진행했다. 한국어반은 문화유산교육지도사와 함께 탑골공원의 역사와 3·1운동의 의미, 팔각정과 독립선언문 기념비 등 주요 문화유산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현장을 탐방했다. 영어반은 한국인·외국인 선생님와 함께 영어로 탑골공원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 문화를 영어로 소개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학생들에게는 사전에 영어로 제작된 탑골공원 교육 영상과 교재를 배포해 연습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문화유산과 관련된 영어 표현을 직접 말해보고 발표하며, 글로벌 소통 능력을 키우는 시간이 진행됐다. 참가 어린이와 학생들은 환경정화 활동과 문화유산 탐방을 함께 진행한 후, 탑골공원에서 서순라길과 율곡터널 상부를 거쳐 창덕공원까지 이어지는 도심 역사문화 공간을 살펴보았다. 참가자들은 활동 과정에서 20L 쓰레기봉투를 채우며 국가유산 주변 환경 보존의 중요성도 함께 체험했다. 특히 이번 활동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함께 참여해 가족 단위 문화유산 체험 활동으로 운영됐으며, 역사·문화 교육과 봉사활동을 함께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부모 참가자는 “선생님께서 설명을 정말 잘 해주셔서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소감을 전했으며, 초등학생 참가자는 “영어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유익하고 즐거웠고, 선생님들도 친절해 더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제교류문화진흥원은 청소년 문화유산해설사를 비롯해 우리 국가유산의 의미를 배우고 이를 함께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문화유산 교육과 봉사활동이 결합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제교류문화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활동은 문화유산 교육과 환경정화 활동을 함께 진행해, 청소년들이 국가유산의 가치를 배우고 이를 지키는 실천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앞으로도 청소년들이 우리 문화유산을 이해하고 국가유산지킴이 정신을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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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학생복과 함께하는 탑골공원 국가유산지킴이’ 성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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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희 반려詩選] 유모차 없는 거리
- [교육연합신문=구본희詩選] 유모차 없는 거리 저출산 시대, 유모차 지나가면 낯선 반가움. 그 안엔 아이 없이 선풍기 바람에 흔들리는 강아지. 대형 매장 아이 코너엔 강아지, 고양이 반짝이는 무대. 아이 키우기 어려운 세상, 출산 정책은 바람에 날리는 종잇장. 결혼도 독립도 뒷전, 답답함은 세상 탓일까, 우리 탓인가. 유모차 없는 거리, 우린 무얼 기다리나. ▣ 구본희 ◇ 前인천국제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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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희 반려詩選] 유모차 없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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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세계적인 Z세대의 분노, 우리는 그들을 위한 대책이 있는가?
-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Z세대는 1997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로 간주한다. 이들은 유년기부터 스마트폰, SNS, 유튜브 등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며 자란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 세대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함께 성장한 특징이 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이들 Z세대가 역사의 흐름을 다시 쓰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도 그 가능성을 보일 것으로 예견되어 이에 대한 대책과 그들을 바르게 교육하고 성장시키는 데 보다 관심과 애정, 기회 부여와 역량 계발에 총력을 모을 필요가 있다. 2020년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를 뒤덮은 촛불 시위의 중심에, 2022년 네팔 총선에서 신생 정당 래코스트(RSP)를 제1야당 반열로 끌어올리고 여성 총리를 탄생시킨 돌풍의 핵심에, 그리고 2023년 마다가스카르의 대선에서 “더 이상 가난을 물려받지 않겠다”고 외치며 기존 정치권력을 뒤흔든 주역 역시 바로 Z세대였다. 이들은 더 이상 정치와 경제의 주변인들이 아니다. 이제는 미래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미래를 만드는 세대가 되었다. 불가리아 청년들이 거리에 나선 이유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었다. 정부 고위 관료들이 해변을 사유화하고 부패 스캔들이 반복되던 현실 앞에서 그들은 “더 이상 침묵하면, 이 나라는 사라진다”고 외쳤다. 그들의 끈질긴 연대는 결국 장기 집권 세력의 몰락, 개혁 내각 출범으로 이어졌다. 네팔에서는 30대 국회의원들이 대거 등장했다. 가난, 실업, 해외 노동 의존이라는 구조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Z세대는 SNS를 활용해 정치의 문법을 새로 만들었다. 거리 캠페인이 디지털 플랫폼과 연결되면서 기성 정치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청년 주도 정치 혁명이 현실이 되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대학 청년들이 “청년 세대에게 남은 것은 빈곤뿐”이라며 일자리를 요구했고, 이를 중심으로 6개 청년 시민단체가 연대한 끝에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 시민 행동을 조직했다. 반면 한국의 청년들은 어떤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지만, 주거·일자리·미래 전망은 OECD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용의 문은 좁아지고, 주거비는 하늘을 찌르고, 경력은 쌓아야 하지만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최근 그냥 쉬고 있다는 청년들이 40만~70만~100만 명을 넘나들고 있다. 청년들은 “도전보다 생존이 먼저”라고 말한다. 한국 청년의 삶 만족도 역시 OECD 최하위권이며, 20대 자살률은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빠르고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실패다. 청년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청년이 아니라 바로 한국 사회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Z세대의 절망을 희망으로 되돌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청년을 ‘참여자’가 아니라 ‘국가 설계자’로 참여시켜야 한다. 불가리아·네팔·마다가스카르의 공통점은 청년이 정치 결과의 ‘대상’이 아니라 ‘원인’이었다는 점이다. 둘째, 청년의 경력을 직선이 아니라 ‘다중 경로’로 재구성해야 한다. 네팔의 청년 정치 혁명은 직업·학업·창업을 넘나드는 유연한 경로 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셋째, 주거는 희망의 시작이다. 청년들이 세계 곳곳에서 거리로 나선 이유는 모두 ‘삶이 불가능한 현실’ 때문이었다. 넷째, 청년의 분노를 국가 변화의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Z세대는 불평만 하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 그들은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가가 되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 청년의 절망은 그들이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역으로 청년이 직접 희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글로벌 Z세대의 분노로부터 안전지대가 되려면, 이제 청년을 국가의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핵심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고용 절벽, 집값 급등, 전월세 가격 급등, 학자금 빚 상환 유연성, 어설픈 연금 개혁 등으로 청년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도 이제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응답할 차례가 되었다. 누릴만한 것들을 충분히 누린 기성세대이자 이 사회의 최고 엘리트들조차 12.3 비상계엄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통해 권력과 욕망을 끝없이 채우려 하는데 만년 생채기만 당하며 실신할 수준의 청년들이 극우화되는 것을 좌시할 것인가? 그들이 절망보다 희망을 간직한 채 자신들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정책 설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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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세계적인 Z세대의 분노, 우리는 그들을 위한 대책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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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칼럼]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삶, 평범을 자처한 삶의 품격과 향기
- [교육연합신문=김춘식 칼럼] 인생의 정점에서 스스로를 낮추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앉는 것은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고결한 용기다. 성취와 효율만이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서 프랑스의 올리비에 드 베랑제(Olivier de Berranger, 1938-2017) 주교가 남긴 삶의 궤적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마무리'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다. 베랑제 주교의 생애는 국경과 지위를 초월한 헌신과 겸손의 결정체였다. 그의 한국 인연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초청으로 시작되었다. 1976년부터 17년간 '오영진'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살았던 그는 화려한 사목 활동 대신 가난한 이들의 곁을 선택했다. 그는 프라도사제회가 한국 가톨릭교회에 뿌리내리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이 땅의 고통받는 민중과 함께 울고 웃었다. 프랑스로 돌아간 뒤에도 그의 가슴에는 늘 한국이 살아 있었다. 1996년 생드니 교구 주교로 서품된 후, 저서 『서울의 예수, 생드니의 예수』를 통해 두 나라 소외된 이들의 삶을 증언했다. 특히 2000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당시에는 "상대방에게 모멸감을 주지 않고 감싸 안는 인내와 민족애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분단의 상처를 보듬기도 했다. 주교라는 권위의 정점에 도달했을 때조차 그의 마음은 늘 프라도 사제로서 서약했던 초심의 자리를 향했다. 은퇴 후 행보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성찰을 안겼다. 그는 주교의 지팡이를 내려놓고 프라도회가 시작된 리옹의 가난한 동네에서 홀로 숙식을 해결하며 살기를 자청했다. 말년에는 고향 양로원에서 '주교님'이 아닌 친근한 형제로서 노인들과 똑같은 처지로 살다 생을 마감했다. 지위라는 껍데기를 벗어던진 인간 본연의 숭고함을 몸소 증명해 보인 것이다. 이러한 삶은 직위와 명예를 인생의 성적표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내려놓은 '직함'이 아니라, 그 자리에 새롭게 채워진 '삶의 품격'이다. 이는 퇴임 후 과거의 위신을 뒤로하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눈을 맞추는 독일 교육자들의 성숙한 직업 윤리와도 궤를 같이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 역시 재직 시절의 위세에 갇히지 않는 용기다. 원숙한 경륜이 박제된 훈장이 아닌, 학교 현장의 실질적인 활력으로 환원되는 선순환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우리 곁에서도 이러한 가치의 실천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사례를 만날 수 있다. 전남 강진교육지원청의 최 모 전 교육장의 행보가 그러하다. 그는 평생을 바친 교단에서 최고의 영예인 교육장까지 역임했으나, 퇴임 후 안락한 원로의 자리를 사양했다. 대신 최근 강진의 외국인 유학생 중심 직업계 고등학교에서 '임시교사'라는 이름으로 다시 분필을 들었다. 화려한 의전 대신 타국 학생들의 서툰 한국말을 다독이며 교육자의 초심을 현장에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주교에서 평범한 노인으로 돌아간 베랑제 주교처럼, 교육장에서 임시교사로 돌아간 그의 행보는 직함이 사라진 자리에 오직 '스승'이라는 이름의 진정성만을 남겼다. 스스로를 낮춤으로써 오히려 세상을 밝히는 이들의 삶은 기술적 풍요 속에서도 우리가 결코 잃지 말아야 할 인간의 품격과 온기가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결국 이들이 보여준 삶의 궤적은 우리 사회 전반의 의식 개혁을 요구하는 묵직한 화두다. 전문성이 사장되지 않고 사회적 자산으로 재투입되는 환경, 위계의 옷을 벗고 존재 그 자체로 기여하는 이들이 존중받는 풍토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성숙한 공동체의 모습이다. 이러한 겸손의 선순환이야말로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유산이자, 우리 시대가 마주해야 할 '준비된 기적'이다. ▣ 김춘식 동신대학교 에너지경영학과 교수이자 한국독일사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한국의 교육, 독일의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을 만나다』(포스텍융합문명연구원; 소명, 2025) 등이 있다. ◇ 교육연합신문 논설위원 ◇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한국독일네트워크(ADeKo) 이사 겸 인문교육위원장 ◇ 2024 칼만 해외석학(독일 연방교육연구부, 아헨공과대학교) ◇ 前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 前 국가교육위원회 미래과학인재양성특별위원회 전문위원 ◇ 前 한국전문대학평가인증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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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칼럼]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삶, 평범을 자처한 삶의 품격과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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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고구려의 국호, 잊힌 이름을 다시 부르다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우리가 역사를 이야기할 때, 늘 아쉬움으로 남는 장면이 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다.”라는 말은 교과서에서 너무도 익숙하지만, 사실 그 통일은 제한적이었다. 청천강 이북은 포함되지 않았고, 한반도의 북쪽은 여전히 미완의 공간으로 남았다. 그래서일까. 한국인들의 집단 기억 속에는 언제나 “고구려가 통일했다면 어땠을까?”라는 물음표가 남아 있다. 실제로 몇 해 전 학자 100인에게 “한국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건”을 묻는 설문에서, 가장 많이 꼽힌 답은 ‘고구려의 멸망’이었다. 패배의 순간임에도, 사람들은 고구려에서 한국사의 자존심과 대륙적 상상력을 찾는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이 이름, ‘고구려’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그 국호 속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을까? □ 건국 연대, 단순한 연표가 아니다 『삼국사기』는 고구려의 건국을 기원전 37년으로 적었다. 그러나 다른 기록은 다르다. 『신당서』는 고구려가 “한(漢) 대부터 있었고, 지금 900년에 이른다”라고 전한다. 『후한서』, 『삼국지』 등 중국 사서에 고구려는 일찍부터 등장하지만, 신라는 훨씬 늦게 독립된 항목으로 나타난다. 이는 단순히 연표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고구려’라는 이름을 썼는지, 그것이 어떤 문화적 맥락에서 형성되었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 ‘구려’라는 이름의 뿌리 『삼국지』 동이전에는 “구루는 고구려말로 성(邑)이다”라는 흥미로운 구절이 있다. 여기서 ‘구루’는 ‘굴(동굴)’, ‘골짜기’, ‘고을’로 이어지는 어원망을 품고 있다. 즉, 집단이 모여 사는 거처, 곧 성(邑)을 뜻했다. 따라서 ‘구려’는 단순한 고유명사가 아니라, 원래는 ‘성’이나 ‘고을’을 가리키는 보통명사였다가 국호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고구려는 ‘높은 성, 위대한 고을’을 뜻하는 이름이었다. □ 졸본이 아니라 홀본, 해의 근본 고구려 건국지로 잘 알려진 곳은 ‘졸본(卒本)’이다. 그러나 광개토왕비(413년)에 기록된 표기는 ‘홀본(忽本)’이다. 시기상 더 원 사료에 가까운 비문을 따른다면, ‘홀본’이 원형일 가능성이 높다. ‘홀’은 문자학적으로 ‘해(태양)’와 연결된다. 그렇다면 ‘홀본’은 곧 ‘해의 근본’, ‘해 뜨는 곳’을 의미한다. 조선의 ‘아사달’, 단군신화의 태양적 국호 전통과도 이어진다. 고구려의 건국지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태양 숭배와 연결된 신성한 공간이었음을 알 수 있다. □ ‘고(高)’ 자의 기원 그렇다면 ‘고(高)’는 무엇일까. 흔히는 다층 성곽의 모양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지만 갑골문과 금문을 들여다보면, ‘고’는 원래 솟아오름, 남성적 생명력의 상징에서 출발한 글자였다. ‘높다’라는 추상적 의미는 그 뒤에 파생된 것이다. 따라서 ‘고구려’는 ‘높은 성’일 뿐 아니라, 태양의 상징과 맞닿아 있었다. 시조 해모수와 주몽의 성씨 전통이 이 ‘높음’과 ‘태양’을 겹겹이 담아낸 셈이다.([그림 28] ‘高’ 참조) □ 이미 쓰였던 이름, ‘고려’ 많은 사람들이 ‘고려’라는 국호를 왕건이 새로 만든 줄로 안다. 그러나 사실 고구려 시기부터 ‘고려’는 이미 사용되었다. 충주 고구려비(397년)에는 ‘고려 태왕’이 등장하고, 539년의 연가 7년명 금동여래입상에는 ‘고려국’이라는 명문이 보인다. 게다가 당·원·명대의 음운서, 그리고 『용비어천가』 표기를 보면 ‘려’는 ‘리’로도 발음되었다. 고려가 곧 ‘고리’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고려’는 단순한 약칭이 아니라, ‘골/홀(해)’ 계열 어원과 연결된 또 하나의 정통 국호였다고 볼 수 있다. □ 북경까지 뻗은 고구려의 무대 덕흥리 고분 벽화(408년)에는 ‘유주자사’와 13군 태수의 이름이 등장한다. 유주는 오늘날 북경 일대다. 이는 고구려가 이미 화북 내륙과 접속해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당대 문헌에는 평양성·국내성·한성의 3수도 체제가 등장한다. 그런데 송·명대 지리지에는 평양성을 ‘평주=북경권’으로 비정한 기록이 있다. 이는 고구려의 활동 무대가 단순히 압록강 주변이 아니라, 북경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고구려가 수·당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계승된 국호, 고려 고구려 멸망 후에도 ‘고려’라는 이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발해, 보덕국, 후삼국의 태봉, 그리고 왕건의 고려까지 이어졌다. 왕건의 고려는 새로운 창조물이 아니라, 고구려 시기부터 이어진 정통 국호의 계승이었다. 조선 건국 때 명나라의 눈치를 보며 채택된 ‘조선’과는 달리, 고려라는 이름은 대륙적 상상력과 민족적 자존을 담은 이름이었다. □ 다시 불러야 할 이름 1948년 제헌 국회에서도 국호는 논쟁거리였다. ‘대한민국’과 ‘고려공화국’이 경쟁했고, 결국 표결로 ‘대한민국’이 채택되었다. 하지만 고려라는 이름을 다시 쓰려 했던 흔적은 분명 남아 있다. 오늘날 통일 한국의 국호를 논의한다면, ‘고려’는 가장 국제성과 역사성을 겸비한 후보일 것이다. 북한 역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을 제안한 바 있다. ‘고려’라는 이름에는 남과 북이 함께 이어받을 수 있는 전통이 담겨 있다. □ 결론: 태양과 높음의 나라 고구려와 고려의 이름에는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태양 숭배와 ‘높음’의 상징이 담겨 있다. 그것은 단군의 아사달에서, 해모수와 주몽의 성씨에서, 홀본이라는 건국지에서, 그리고 ‘고려’라는 국호의 지속에서 확인된다. 고구려는 패망했지만, 그 이름은 꺼지지 않았다. 민족의 자존심, 대륙적 상상력, 그리고 태양과 높음의 전통은 여전히 살아 있다. 언젠가 통일의 순간이 오면, 우리는 다시 이 이름을 불러야 할지 모른다. 고려(高麗). 그 이름 속에서 우리는 사라진 전사의 기억과 미래의 자존을 함께 만날 수 있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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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고구려의 국호, 잊힌 이름을 다시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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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 칼럼] 지끈거리는 편두통, 뇌와 경추의 신경학적 연결고리로 풀어내기
- [교육연합신문=최윤용 기고] 1. 뇌신경이 보내는 경고음, 편두통의 원인 - 편두통(migraine)은 단순한 두통을 넘어, 뇌신경계의 비정상적인 흥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복합적인 신경혈관 질환입니다. 임상적으로는 일측성 또는 양측성의 박동성 통증이 중등도 이상의 강도로 발생하며, 구역질, 구토, 빛 번짐(광과민), 소리 공포증 등을 동반합니다. 병태생리학적으로 편두통의 핵심은 삼차신경혈관 시스템(trigeminovascular system)의 활성화와 관련성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내외부의 자극으로 삼차신경이 흥분하면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산화질소(NO) 등 혈관 활성 신경펩타이드가 방출됩니다. 이 물질들은 뇌수막 혈관을 확장시키고 비만 세포를 탈과립시켜 국소적인 신경성 염증을 유발하며, 이는 통증 신호가 증폭되어 중추신경계로 전달되는 원인이 됩니다. 2. 진통제만으로 편두통 관리가 힘든 이유 - 현재 편두통의 급성기 치료에는 트립탄(Triptans),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 디탄(Ditans), 게판트(Gepants) 등이 사용되며, 예방 치료에는 CGRP 단일클론항체(mAbs)와 항우울제, 항경련제 등이 처방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 치료로 잘 해결되지 않는 편두통도 많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약 30~40%의 환자는 위와 같은 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심혈관계 질환 위험 요인이 있는 환자에게는 혈관 수축 작용을 하는 약물의 사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위장관 장애, 인지 기능 저하,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있는 환자의 경우 약물의 복용 중단율이 높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통증 조절을 위해 급성기 진통제를 과용할 경우, 오히려 두통의 빈도와 강도가 악화되는 '약물과용두통(medication overuse headache)'으로 만성화될 위험도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문제입니다. 3. 편두통과 밀접하게 얽힌 '경추기원성 두통(cervicogenic headache)' - 최근 경추의 관절, 디스크, 인대 또는 근육의 병리적 이상으로 인해 유발되는 경추기원성 두통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질환이 편두통 관리에서 중요한 이유는 편두통 환자의 최대 90%가 목 통증을 동반하여, 임상적으로 두 질환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해부학적 중첩은 삼차경수복합체(trigeminocervical complex)라는 신경 구조로 설명됩니다. 상부 경추에서 기원하는 구심성 통증 신경과 뇌신경인 삼차신경의 구심성 섬유는 뇌간에서 융합됩니다. 이 때문에 경추부의 통증 신호가 편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반대로 편두통 발작이 경추부의 방사통으로 발현될 수도 있습니다. 4. 편두통에 대한 효과적 대안: 한약, 침, 추나 치료의 현대 과학적 근거 - 근래에 이와 같은 약물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의학적 치료가 대안으로 조명받고 있으며, 현대과학적 연구방법론을 통해 그 효과와 작용기전이 검증되고 있습니다. 먼저, 다수의 무작위 대조 시험을 종합한 우산 고찰(Umbrella review) 연구에서는 침 치료가 기존 약물 치료와 비교해 부작용이 현저히 적으면서도 편두통 발생 일수와 통증 강도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최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한 커넥톰(connectome) 기반 예측 모델 연구에서는, 편두통 환자에게 4주간 침 치료를 시행한 결과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피질하-소뇌 네트워크 간의 기능적 연결성 조절을 통해 진통 효과와 장애 개선이 나타남이 입증되었습니다. 더불어, 편두통의 경추성 유발 요인을 제어하기 위해 상부 경추 및 흉추에 이루어진 추나와 침전기자극술 병행치료는 단순 수기치료 및 운동보다 두통의 빈도와 강도를 3개월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크게 감소시켰습니다. 이들 효과는 생물학적으로 침 치료가 보이는 CGRP 및 NO 방출 억제와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조절을 통한 신경 염증 완화 효과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울러 천궁(Chuanxiong rhizoma), 천마(Gastrodiae rhizoma), 백지(Angelicae dahuricae radix) 등 두통에 널리 활용되는 한약을 중심으로 구성된 복합처방은 뇌혈류를 개선하고 신경성 염증을 억제합니다. 이들 한약의 유효 성분은 혈액-뇌장벽(BBB)의 투과성을 안정화하고, CGRP 및 NF-κB 염증 신호 전달 경로를 억제하여 중추 및 말초의 통증 감작을 차단함으로써 편두통의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5. 약물 의존을 줄이는 일상 속 편두통 자가 관리법 - 성공적인 편두통 관리를 위해서는 임상적 치료와 더불어 생활 습관 교정이 필수적입니다. •식이 및 영양 관리 : 금식이나 불규칙한 식사는 혈당 저하를 유발해 편두통의 촉발 인자가 되므로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합니다. •운동 요법 : 규칙적인 중등도 유산소 운동 및 저항성 근력 운동은 뇌의 베타-엔돌핀 및 BDNF 수치를 높여 편두통 빈도와 강도를 줄입니다. 단, 두통의 발작기에는 신체 활동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운동을 피해야 합니다. •근육 이완과 스트레칭 : 경추부와 두피에 대한 가벼운 자가 이완 및 스트레칭은 통증 유발 물질인 Substance P와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켜 두통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잦은 편두통은 삶의 질 전반을 위협하지만, 진통제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뇌 신경의 과도한 흥분을 가라앉히고 경추의 구조적 긴장을 해소하는 과학적 한의 치료와 올바른 생활 관리를 병행하여, 지긋지긋한 통증의 굴레에서 벗어난 평온한 일상을 되찾으시기를 바랍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1.Kollenburg L, Kurt E, Mulleners W, Arnts H, Robinson CL, Poelen J, Meier K, Dominguez M, Ashina S, Vissers K. Bridging the gap: molecular mechanisms, regional activity and connectivity in headache disorders. Brain. 2026 Mar 5;149(3):710-735. 2.Schiller J, Niederer D, Kellner T, Eckhardt I, Egen C, Zheng W, Korallus C, Achenbach J, Ranker A, Sturm C, Vogt L, Gutenbrunner C, Fink MG, Karst M. Effects of acupuncture and medical training therapy on depression, anxiety, and quality of life in patients with frequent tension-type headache: A randomized controlled study. Cephalalgia. 2023 Jan;43(1):3331024221132800. 3.Cropes M, Deacon A, Nelson EO, Deuel D, Sandgren A, Abd-Elsayed A, Houdek T. Exploring Pain Phenotyping in Cervicogenic Headache Management. Curr Pain Headache Rep. 2025 Dec 13;29(1):122. 4.Raggi A, Leonardi M, Arruda M, Caponnetto V, Castaldo M, Coppola G, Della Pietra A, Fan X, Garcia-Azorin D, Gazerani P, Grangeon L, Grazzi L, Hsiao FJ, Ihara K, Labastida-Ramirez A, Lange KS, Lisicki M, Marcassoli A, Montisano DA, Onan D, Onofri A, Pellesi L, Peres M, Petrušić I, Raffaelli B, Rubio-Beltran E, Straube A, Straube S, Takizawa T, Tana C, Tinelli M, Valeriani M, Vigneri S, Vuralli D, Waliszewska-Prosół M, Wang W, Wang Y, Wells-Gatnik W, Wijeratne T, Martelletti P. Hallmarks of primary headache: part 1 - migraine. J Headache Pain. 2024 Oct 31;25(1):189. 5.Robinson CL, Christensen RH, Al-Khazali HM, Amin FM, Yang A, Lipton RB, Ashina S. Prevalence and relative frequency of cervicogenic headache in population- and clinic-based studi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Cephalalgia. 2025 Mar;45(3):3331024251322446. 6.Pereira PA, Marto CM, Oliveiros B, Botelho MF. Acupuncture is an effective alternative to medication for migraine: An umbrella review. J Integr Med. 2025 Oct 13:S2095-4964(25)00162-1. 7.Zhang X, Chen Q, Liu Y, Li J, Nie L, Miao Q, Fu F, Lyu T, Tan Z, Kong Y, Li B, Liu L. Acupuncture for Migraine Without Aura and Connection-Based Efficacy Prediction: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Netw Open. 2026 Jan 2;9(1):e2555454. 8.Chen Y, Wang S, Wang Y. Role of herbal medicine for prevention and treatment of migraine. Phytother Res. 2022 Feb;36(2):730-760. 9.Dunning J, Butts R, Zacharko N, Fandry K, Young I, Wheeler K, Day J, Fernández-de-Las-Peñas C. Spinal manipulation and perineural electrical dry needling in patients with cervicogenic headache: a multicenter randomized clinical trial. Spine J. 2021 Feb;21(2):284-295. ▣ 최윤용 ◇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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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용의 100세 칼럼] 지끈거리는 편두통, 뇌와 경추의 신경학적 연결고리로 풀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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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South Korea's Proud Independence Activist An Chang Ho
- [교육연합신문=이윤서 학생기자] Korea has gone through the Japanese colonial era, which led to the emergence of various independence activists. Let me introduce a significant leader of our popular movement: educator and independence activist An Chang Ho. An Chang Ho was born in 1878. After he witnessed the Sino-Japanese War, he got the idea that the country needed to grow stronger. In 1902, he moved to San Francisco and actively worked for Korea's independence. He created the Young Korean Academy (흥사단). The Young Korean Academy helped An Chang Ho educate young Korean students. His ideal was to cultivate patriotic citizens with sound character. He highlighted the importance of character development. The Young Korean Academy supported the independence movement by giving financial aid and cultivating talented individuals. Thanks to his help and endeavors, the movement spread and helped make Korea an independent country. When you have time, try to go to Hyehwa Station and visit the Young Korean Academy (흥사단), and imagine what our ancestors might have done to make the dream of independence come 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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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South Korea's Proud Independence Activist An Chang H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