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Home >  기획·연재
-
[전재학의 교육칼럼] 대학 간판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교육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교육은 국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이 말의 배경처럼 우리에게는 전통적으로 천 년을 내다본다면 나무를 심고, 백 년을 내다본다면 사람을 키우라는 옛말이 있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만드는 가장 위대한 투자이자 과업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교육은 사람을 키우기보다 경쟁을 키우고, 꿈을 키우기보다 불안을 키우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새벽의 어둠을 뚫고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 밤늦게까지 문제집과 씨름하는 아이들,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미루는 부모들…. 이 모습은 이제 대한민국의 익숙하고 관례적인 풍경이 되었다. 부모의 사랑은 아름답고 거룩하지만, 그 사랑이 사교육 시장의 땔감이 되는 현실은 결코 아름답거나 미덥지 않다. 교육부와 통계청의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교육비는 해마다 천문학적으로 증가해 이미 29조 2000억에 이르렀다. 그래서 부모의 ‘등골 브레이커’라 불리고 있다, 교육은 점점 더 가정의 경제력에 영향을 받는 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교육이 희망의 사다리가 아니라 부모의 지갑 크기를 보여 주는 경쟁이 된다면, 그것은 교육의 위기이자 또한 국가 경제의 위기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하나의 길만을 ‘정답’이라고 믿어 왔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출세하고 성공한다는 믿음, 대학 졸업장이 인생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통념은 우리 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해 왔다. 하지만 시대는 이미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은 어느 대학을 나왔습니까?”가 아니라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로 전환되고 있다. 여기에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혁명의 시대가 학벌보다 창의성, 암기보다 문제 해결 능력, 졸업장보다 실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이 먼저 보여 주고 있다. 30여 년 전 삼성은 고졸자에게 입사의 문을 열러 놓은 데 이어 최근 국민이 선호하는 대기업, SK그룹이 역량 중심의 채용을 확대하며 ‘4년제 대학 학사 학위’를 입사 조건에서 폐기함으로써 대학 졸업 여부보다 실제 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방향으로 채용 문화를 바꾸었다. 해외로 시선을 돌리면 오래전부터 독일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원화 직업교육제도를 통해 기술자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키워 왔고, 세계 여러 기업들도 학위보다 기술과 경험을 인재 선발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교육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어 왔다. 여기서의 교육은 시험 점수를 높이는 교육이 아니라 인간의 가능성을 깨우는 교육이다. 대한민국에도 수많은 젊은 장인들이 있다. 특성화고 실습실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 용접 기술 하나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술자, 농업과 정보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청년,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세계를 무대로 창업하는 젊은이들… 매년 고교 졸업자의 70% 정도가 일방통행로의 대학을 향한 병목현상을 심하게 겪고 있는 우리는 국가가 먼저 국민 의식을 바꾸는 ‘학벌문화 개선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정부는 능력 중심 채용을 더욱 확대하고, 고졸 기술인과 전문인력에게 실질적인 성장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학벌보다 직무 능력을 평가하는 인사제도를 더욱 공고히 하고, 기업은 학력이 아니라 성과와 역량으로 승진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학교는 대학 진학률보다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얼마나 행복하게 찾아가는지를 교육의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교육 선진국이 되는 날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이 자신의 기술과 열정으로 당당하게 사회에 나서고, 그 땀과 실력을 존중받는 날이다. 그날에는 부모가 불안 때문에 학원을 찾지 않을 것이고, 학생은 점수가 아니라 꿈을 이야기할 것이다. 또한 기업은 학벌이 아니라 능력을 경쟁력 삼고, 국가는 누구나 다시 도전할 기회를 주는 사회가 될 것이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숭고한 유산은 화려한 대학 간판이 아니다. "네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 길에서 정직하게 최선을 다한다면 너는 이미 존귀한 사람이다"라는 믿음을 사회가 함께 품는 것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학벌 공화국’을 넘어 ‘꿈의 공화국’으로 나갈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이를 ‘진짜 교육’이자, 교육개혁이라 부르는 국가의 대전환기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
[김홍제의 목요칼럼] 연필과 스마트폰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초등학교 때 크레파스 72색짜리를 선물 받은 기억이 생생하다. 머리맡에 놓고서 잠을 설쳤다.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이 가난했지만 문구류에 대한 관심과 욕심, 특히 필기구에 대한 관심과 욕심이 아주 컸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문구류에 대한 물욕은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도구를 발명한 역사이면서 기억을 보존하려는 노력의 역사이다. 필기구의 역사는 망각에 저항하려는 인간의 오랜 분투라고 생각한다. 점토판 문자, 파피루스 위 갈대 펜 글을 지나서 동물의 깃털을 다듬어 만든 깃털 펜이 유럽에서 지식과 권위를 기록하는 도구로 쓰였다. 필기구의 속도만큼 인간의 머리도 점차 빨라졌지만 자신의 내면에 대해서는 얼마나 생각을 많이 했을까. 16세기 유럽에서는 흑연을 나무에 끼워 쓰는 방식의 연필이 등장했다. 18세기 말 프랑스의 니콜라자크 콩테는 흑연과 점토를 섞어 굽는 연필 제조법을 개발했다. 19세기에는 만년필이 발전했고, 20세기에는 볼펜이 일상으로 들어왔다. 점성이 높은 잉크와 작은 구슬 모양의 펜촉을 결합한 볼펜은 잉크가 번지는 문제를 줄이고 보다 편리한 필기를 가능하게 했다. 1960년대에 태어난 나에게 필기구 변화는 역사 연표를 보는 듯한 기분이 있다. 어린 시절 연필을 깎고 공책에 글씨를 쓰던 기억에서 출발해 볼펜으로 시험 답안을 채웠다. 교직에서는 시험지 출제를 철필로 하기도 했다. 이후 컴퓨터 자판과 스마트폰이 손에 익숙해졌다. 인류가 오랜 동안 발전시킨 기록 도구들이 한 사람의 생애 안에서 압축적으로 바뀐 셈이다. 도구가 바뀌면서 쓰는 행위의 의미도 달라졌다. 연필은 틀린 것을 지우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볼펜은 한번 남긴 흔적에 책임을 져야 한다. 컴퓨터는 수정과 편집을 자유롭게 했고, 스마트폰은 기록을 시간과 장소의 제약에서 풀어 놓았다. 컴퓨터로 글을 쓰면서 의문이 생긴다. 기록하는 능력이 커질수록 인간의 기억과 사유도 깊어졌을까. 기록의 양과 생각의 깊이는 비례하지 않는다. 이제 인공지능은 질문에 답하고, 글을 쓰고, 인간의 생각을 문장으로 정리한다. 미래의 필기구는 더 이상 손에 쥐는 물건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목소리를 듣고 생각을 정리하며, 머릿속 구상을 그림과 문서로 바꾸는 지능형 도구가 등장할 것이다. 인간은 더 편리하게 쓰기 위해 수많은 필기구를 발명했지만 정작 자신을 이해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문장을 써 왔을까. 상대의 말을 들으며 천천히 적다 보면 말의 속도와 표정, 잠시 멈추는 침묵까지 마음에 들어왔다. 적는다는 것은 기억하는 일이었고, 기억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함부로 잊지 않는 일이었다. 젊은 날에는 무엇을 이루고 어떻게 인정받을 것인가를 생각하며 기록했다. 삶의 후반에 접어든 지금은 무엇을 더 많이 쓸 것인가 보다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비워야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삶의 아픔을 통과하지 않은 문장이 고통받는 사람을 얼마나 깊이 위로할 수 있을까.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
[최윤용의 100세 칼럼] 마음의 감기를 넘어선 뇌신경계 질환 ‘우울증’
[교육연합신문=최윤용 칼럼] 1. 뇌 신경망과 면역계가 보내는 경고음, 우울증의 원인 - 우울증은 단순한 일시적 기분 저하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약 2억 5천만 명에서 3억 5천만 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치며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복합적인 신경정신과적 질환입니다. 임상적으로는 2주 이상 지속되는 우울감과 흥미 및 즐거움의 상실(무쾌감증)을 핵심으로 하며, 수면 및 식욕 장애, 만성 피로, 집중력 저하, 무가치감 등을 동반합니다. 병태생리학적으로 과거에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 뇌 내 신경전달물질의 부족을 뜻하는 ‘모노아민 가설’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신경내분비-면역 네트워크의 불균형과 뇌 구조의 기능적 변화가 핵심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을 과도하게 활성화하여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 수치를 비정상적으로 높입니다. 이는 뇌의 미세아교세포(microglia)를 자극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방출시키고 신경염증을 유발합니다. 아울러 손상된 세포 소기관과 단백질을 제거하는 세포 내 청소 시스템인 ‘자가포식(autophagy)’ 및 미토콘드리아 품질 관리 기전(mitophagy)에 장애가 발생하고, 뇌 항상성을 유지하는 성상교세포(astrocyte)가 위축되면서 결국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전전두엽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과 시냅스 연결이 손상되어 우울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2. 항우울제만으로는 쉽지 않은 우울증 관리 - 현재 우울증의 일차 치료에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s)와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s), 삼환계 항우울제 등이 널리 처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 합성 항우울제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치료에 도달하지 못하는 환자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항우울제를 복용하더라도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최소 2~4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전체 우울증 환자의 약 33~50%는 다수의 약물 치료에도 완전한 관해(remission)에 이르지 못하는 치료 저항성을 보입니다. 또한 경증 우울증의 경우 약물의 효과가 위약(placebo)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두통, 구역질, 위장관 장애, 성기능 장애, 체중 증가, 정서적 둔마 등의 부작용은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크게 떨어뜨리며, 심혈관 질환이 동반된 환자에게는 빈맥이나 심전도(QT 간격) 연장 같은 심장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약물을 감량하거나 중단할 때 환자의 약 3분의 1에서 어지럼증, 불면, 감각 이상 등을 동반하는 ‘항우울제 중단 증후군(antidepressant discontinuation syndrome)’이 발생할 위험도 가벼이 넘길 수 없습니다. 3. 우울증과 밀접한 ‘장-뇌 축(gut-brain axis)’ 및 만성 통증·심혈관 질환의 연결고리 - 최근 우울증 관리에서 뇌 바깥의 신체 기관과 뇌가 소통하는 ‘미생물-장-뇌 축(microbiota-gut-brain axis)’ 및 전신 만성 질환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체내 세로토닌의 약 90%는 장크롬친화세포에서 합성되며, 장내 미생물은 미주신경(vagus nerve), 면역계, 그리고 단쇄지방산(SCFAs)과 같은 대사산물을 통해 뇌 기능과 기분을 양방향으로 조절합니다. 스트레스나 외부 요인으로 유익균(락토바실러스, 비피도박테리움, 아커만시아 등)이 줄어들고 장내 미생물 불균형(dysbiosis)이 발생하면 장벽 투과성이 증가하는 ‘장 누수(leaky gut)’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로 인해 내독소인 지질다당류(LPS)가 혈류를 타고 혈액-뇌장벽을 손상시키며 뇌 속 NLRP3 인플라마좀을 활성화하고, 트립토판 대사를 세로토닌 합성 대신 신경독성을 가진 키누레닌 경로로 전환시켜 우울증을 악화시킵니다. 이러한 신경염증과 장-뇌 축의 불균형은 만성 통증 및 심혈관 질환과 우울증이 함께 나타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 줍니다. 실제로 만성 통증 환자의 30~54%가 우울증을 겪으며, 두 질환은 IL-1β, IL-6, TNF-α 등 동일한 신경염증 매개체를 공유합니다. 또한 관상동맥 우회술이나 스텐트 시술 등 심장 시술을 받은 환자의 15~40%에서도 수술 스트레스와 장-뇌 축 불균형으로 인한 불안 및 우울증이 발생하여 장기적인 심혈관 예후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4. 우울증에 대한 효과적 대안: 한약과 침 치료의 현대 과학적 근거 - 근래에 기존 약물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중 표적을 동시에 조절하기 위해 한의학적 치료가 효과적인 대안 및 병용 요법으로 조명받고 있으며, 최신 연구를 통해 그 작용기전이 과학적으로 규명되고 있습니다. 먼저, 만성 통증을 동반한 주요우울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이중맹검 무작위 교차 임상시험에서는 6주간의 침 치료가 해밀턴 우울척도(HAM-D)와 통증 지수(BPI)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키고 혈중 염증성 사이토카인(IL-1β, IL-6, TNF-α) 수치를 낮추어 우울증과 통증을 동시에 개선함이 입증되었습니다. 전임상 기전 연구에 따르면, 백회(GV20), 인당(GV29), 족삼리(ST36), 합곡(LI4), 태충(LR3) 등의 경혈에 시행하는 침 및 전침 치료는 전전두엽과 해마에서 스트레스에 의해 위축된 성상교세포의 구조와 밀도를 회복시킵니다. 특히 침 치료는 성상교세포의 글루타메이트 수송체(GLT-1, GLAST) 발현을 높여 시냅스 내 과도한 글루타메이트 흥분독성을 막고, P2X7R/NLRP3 경로에 의한 염증성 세포사멸(pyroptosis)를 억제하며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분비를 촉진해 신경가소성을 회복시킵니다. 아울러 ‘울증(鬱證)’ 치료에 널리 활용되는 한약 처방과 천연물 성분들은 뇌와 장을 아우르는 다중 경로를 통해 항우울 효과를 발휘합니다. 대표적으로 창출, 향부자, 천궁, 치자, 신곡으로 구성된 ‘월국환(越麴丸)’은 단백질 번역 조절 인자인 eEF2의 탈인산화를 유도해 해마의 BDNF 발현을 빠르게 증가시켜, 케타민과 유사한 신속한 항우울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미세아교세포를 항염증성(M2)으로 전환하고 시냅스 가소성 유전자를 활성화합니다. 또한 소요산, 시호소간산, 개심산, 사역산, 시호가용골모려탕 등의 한약 처방과 파극천 함유 다당류, 바이칼린, 레스베라트롤, 퀘르세틴 등 개별 한약재의 유효 성분은 AMPK/mTOR 및 PINK1/Parkin 경로를 조절해 손상된 뇌세포의 자가포식과 미토파지 항상성을 회복시키고, BDNF/TrkB/CREB 신호 전달을 활성화하여 해마 신경발생을 촉진합니다. 나아가 인삼의 주요 성분인 진세노사이드(Rb1, Rg1, Rg3, Rk3 등)와 세인트존스워트, 사프란, 라벤더, 홍경천 등의 한약재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의 과활성화를 진정시킬 뿐만 아니라, 장내 유익균을 증식시키고 장벽 밀착연접 단백질(ZO-1, Occludin)을 복구하여 단쇄지방산 생성과 도파민·세로토닌 대사체 전환을 돕는 등 장-뇌 축을 통해 안전하고 입체적으로 우울증을 개선합니다. 5. 우울증의 성공적인 극복을 돕는 일상 속 자가관리 지침 - 성공적인 우울증 극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임상 치료와 더불어 뇌 신경가소성과 장-뇌 축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상 속 자가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규칙적인 맞춤형 운동 요법: 걷기, 조깅 등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요가는 인지행동치료(CBT)에 버금가며 항우울제(SSRIs)보다 뛰어난 수준의 우울 증상 완화 효과를 보입니다. 특히 젊은 층과 여성에게는 근력 운동이, 남성과 고령층에게는 요가가 더 큰 이점을 제공하며, 신체 활동은 해마의 BDNF 발현을 높이고 수면과 인지 기능을 개선합니다. -항염증 식이와 장내 미생물 관리: 초가공식품과 정제당 섭취는 전신 염증을 높여 우울증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반면 식이섬유와 발효 식품, 폴리페놀이 풍부한 지중해식 식단과 식물성 위주의 균형 잡힌 식사는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높이고 단쇄지방산 생성을 촉진하여 장-뇌 축의 염증 신호를 줄이고 기분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수면 위생 및 생체리듬 회복: 우울증은 깊은 수면(서파 수면) 감소와 일주기 리듬(Per2 유전자 등) 교란을 동반하며, 이는 다시 장벽 손상과 신경염증을 악화시킵니다. 일정한 기상 시간 유지, 낮 시간의 충분한 햇빛 노출(광치료 효과), 카페인·알코올·흡연 제한 등을 통해 수면 위생을 바로잡고 생체시계를 안정화해야 합니다. 우울증은 개인의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뇌 신경망과 내분비·면역계, 그리고 장 건강이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하는 전신적 질환입니다. 뇌의 신경염증을 가라앉히고 시냅스 가소성과 장-뇌 축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회복시키는 과학적 한의 치료와 건강한 생활 습관을 병행하여, 마음의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 활기차고 평온한 일상을 되찾으시기를 바랍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1. Malhi GS, Bell E, Stavdal A, Wu CY, Naylor A, Kumari V. Depression. Lancet. 2026 May 2;407(10540):1738-1756. doi: 10.1016/S0140-6736(26)00201-1. 2. Liao HY, Satyanarayanan SK, Lin YW, Su KP. Clinical efficacy and immune effects of acupuncture in patients with comorbid chronic pain and major depression disorder: A double-blinded, randomized controlled crossover study. Brain Behav Immun. 2023 May;110:339-347. doi: 10.1016/j.bbi.2023.03.016. 3. Wu X, Wu W, Teng Y, Yang D, Yang H. Exploring the antidepressant potential of Yueju Pill: Insights from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Br J Pharmacol. 2026 Feb 4. doi: 10.1111/bph.70341. 4. Ren M, Tao X, Chang H, Bi HC, Lee SM, Wan JB. Ginsenosides in the management of depression: a comprehensive pharmacological review. Chin Med. 2026 May 15;21(1):133. doi: 10.1186/s13020-026-01416-x. 5.Xu N, Huang T, Wang L. Acupuncture in depression treatment: Insights into astrocyte regulation. J Integr Med. 2026 Mar;24(2):163-173. doi: 10.1016/j.joim.2025.09.003. 6. Liu J, Sun M, Wang F, Gao H, Lu Y, Ma H, Shang R, Zhong X, Yi Y, Yu X, Lv S. Modulating the neuroendocrine-immune network in depression: Therapeutic targets and pharmacological mechanism of natural products. Phytomedicine. 2026 Aug;158:158397. doi: 10.1016/j.phymed.2026.158397. 7. Ning B, Wei Y, Luo C, Yang L, Zheng Z, Fang P, Ge T, Wang C, Hu J, Zhao Q, Bo J, Dong Y, Lei Y, He L, Zhang Z, Zhao M, Peng J, Zou R, Fan X. Natural products targeting the gut-brain axis for the treatment of post-cardiac procedures anxiety or depression. Phytomedicine. 2026 Jun;155:158061. doi: 10.1016/j.phymed.2026.158061. 8. Zeng J, Wang Z, Zhang X, Zhao A, Qi H, Jiang Y, Cai D, Zeng N. Exploring the neuroplasticity hypothesis in depression: The role of traditional Chinese herbal medicine. Phytomedicine. 2025 Jul 25;143:156927. doi: 10.1016/j.phymed.2025.156927. 9.Zhou Y, Nan F, Zhang Q, Xu W, Fang S, Liu K, Zhao B, Han H, Xie X, Qin C, Pang X. Natural products that alleviate depression: The putative role of autophagy. Pharmacol Ther. 2024 Dec;264:108731. doi: 10.1016/j.pharmthera.2024.108731. 10. Korczak M, Pilecki M, Granica S, Gorczynska A, Pawłowska KA, Piwowarski JP. Phytotherapy of mood disorders in the light of microbiota-gut-brain axis. Phytomedicine. 2023 Mar;111:154642. doi: 10.1016/j.phymed.2023.154642. ▣ 최윤용 ◇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
[이수연의 고용정책 칼럼] 사람을 위한 기업이 미래를 만든다
[교육연합신문=이수연 칼럼] 기업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는 것 모두 중요한 가치이다. 그러나 오늘날 기업에게는 한 가지 역할이 더 요구되고 있다. 바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청년 일자리, 기업의 인력난, 취약계층의 고용, 지역 간 교육과 일자리 격차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나 기업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공공과 민간,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사회적기업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단순히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아니라, 기업 활동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의 가치는 '사회적기업'이라는 인증 자체에 있지 않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는지, 얼마나 많은 기업과 지역사회를 연결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 냈는지가 더 중요하다. 우리가 만나는 참여자들은 모두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 첫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도 있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중장년도 있으며, 경력단절여성, 북한이탈주민, 장애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기업 역시 인재 확보와 조직문화 개선, 교육훈련 등 저마다 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해야 할 일은 이들을 각각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기업과 사람, 정책과 현장을 연결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교육이 새로운 시작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취업이 삶의 전환점이 되며, 기업에게는 필요한 인재를 만나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연결이 쌓일수록 지역사회는 더욱 건강한 성장 기반을 갖추게 된다. (주)채움에이치알디 역시 이러한 사회적기업의 철학을 바탕으로 사람과 기업,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청년도전지원사업, 기업탐방형 일경험, 채용박람회, 기업교육, 평생교육 등 사업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그 목적은 하나이다. 사람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며, 지역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연결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사회적 가치는 거창한 사업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사람의 취업을 돕고, 한 기업의 인재 채용을 지원하며, 한 번의 교육을 통해 누군가가 자신감을 회복하는 작은 변화들이 모여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앞으로 지역사회가 더욱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 교육기관과 기업이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사회적기업은 그 중심에서 서로의 전문성을 연결하고, 정책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장은 사회의 성장과 함께할 때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사람의 변화를 믿고 지역사회와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사회적기업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주)채움에이치알디가 앞으로도 꾸준히 실천해 나갈 가치이다. 다음 회차에서는 지역과 기업, 공공이 함께 만드는 협력 네트워크와 상생의 고용 생태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 이수연 ◇ 인천대학교 경영대학원(MBA) ◇ (주)채움HRD 대표이사 ◇ 고용·교육정책 및 HRD 분야 전문가 ◇ 인천지방고용노동위원회 사용자위원 ◇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사회통합협의위원 ◇ 인천해양경찰서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 인천발달장애인훈련센터 전문가위원
-
[전재학의 교육칼럼] 가수 지드래곤에게서 배우는 ‘남다름’의 힘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최근 베트남의 한 천재 소녀가 우리 교육에 던진 시사점은 매우 깊게 다가선다. 호앙 흐엉 지앙 학생은 2026년 베트남 고교 졸업시험 A01 계열에서 30점 만점에 29.75점을 받아 전국 공동 수석에 올랐고, SAT에서도 만점을 받았다. 세계의 전통적인 명문대학들을 비롯해 서울대의 입학 허가를 받았으나 최종 KAIST라는 선택지를 택했다. 9월 학기에 입학하여 놀랍게 디자인된 KAIST 캠퍼스 적응에 익숙해지고 과학 연구에 의지를 불태우는 가운데 그가 주목한 인물 한 사람이 뜻밖에도 초빙교수인 가수 지드래곤이었음을 각종 언론은 보도한 바 있다. 지앙 학생은 지드래곤에게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는 도전 정신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는 우리에게 묻는다. “과학 영재가 가수에게서 배울 것이 있는가?”, “무엇을 배우고자 하는가?”… 매우 의아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답은 간단하다. 창의성에는 전공의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지드래곤은 2024년 KAIST 기계공학과 초빙교수로 임명됐다. KAIST는 그의 대중문화 경험과 창작 역량을 과학기술과 문화산업의 융합에 활용하고자 했다. 이후 KAIST와 함께 AI·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작업을 진행했고, 2025년에는 미디어아트와 우주 연구를 결합한 음원 송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과학의 언어로 예술을 상상하고, 예술의 방식으로 과학을 바라본 사례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청소년 교육이 주목해야 할 것은 ‘지드래곤’이라는 유명인의 이름 자체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한 사람이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하듯이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묻는 태도다. 이는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라는 말로 치환하여 이 시대 우리 교육의 중요한 화두로 다시 소환할 필요가 있다. 무리 지은 펭귄들이 얼음 끝에서 바다를 바라본다. 물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 모두가 머뭇거리는 순간 한 마리가 먼저 뛰어든다. 그 한 번의 도약이 무리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교육에서 퍼스트 펭귄은 어떤 학생인가? 정답을 가장 빨리 맞히는 학생이 아니라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학생이다. 실패하지 않는 학생이 아니라 실패를 새로운 배움으로 바꾸는 학생이다. 남보다 앞서가는 학생이 아니라 남들이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가는 학생이라 할 것이다. KAIST가 2026학년도 학사과정에서 ‘창의도전전형’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런 시대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KAIST는 해당 전형을 통해 과학영재를 선발하고 있으며, 대학 입시 자체에서도 기존의 성취만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잠재력을 바라보는 흐름을 선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흔히 오해하기 쉬운 것은 퍼스트 펭귄 교육이 무모함을 가르치는 것으로 왜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용기와 무모함은 다르다. 지드래곤에게서 청소년이 배워야 할 것은 그가 입는 옷도, 부르는 노래도, 얻은 명성도 아니다. 지드래곤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법이다. 누군가는 음악으로 자기 길을 만들고, 누군가는 과학으로, 누군가는 문학으로, 누군가는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분야가 아니라 태도다. “남들이 이렇게 하니까 나도 이렇게 한다”가 아니라, “나는 이것을 어떻게 다르게 해볼 수 있을까?”라고 묻는 태도다. 베트남의 한 천재 소녀가 지드래곤에게서 발견한 것은 결국 유명인의 화려함이 아니었다.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인간의 자세였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남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방법인가, 아니면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방법인가? 교육은 아이에게 완성된 지도를 건네주는 일이 아니다. 아직 길이 그려지지 않은 백지 한 장을 건네고, 그 위에 자기만의 길을 그릴 용기를 갖게 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
[이수연의 고용정책 칼럼] 함께 일할 때 더 큰 가능성이 열린다
[교육연합신문=이수연 칼럼] 기업의 경쟁력은 뛰어난 기술이나 자본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경험과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때 조직은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 고용의 중요성을 꾸준히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장애인 고용은 단순히 의무를 이행하는 차원을 넘어,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사람을 장애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량과 가능성으로 바라볼 때 기업과 사회는 함께 성장할 수 있다. 현장에서 기업들을 만나 보면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의지는 있지만 실제 채용과 근무환경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채용 이후의 직무 배치, 조직 구성원의 이해, 소통 방식 등은 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포용적인 조직문화는 교육과 이해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공공기관과 협력하여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슈퍼바이저 역량강화 교육, 대기업 장애인 고용 담당자 역량강화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운영하며 장애인 고용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단순히 법과 제도를 설명하는 교육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례를 공유하고, 조직이 함께 고민하며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실무 중심의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ESG 경영이 기업의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으면서 장애인 고용 역시 사회적 책임을 넘어 지속 가능한 경영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직은 더 넓은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구성원들이 협력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장애인 고용은 특정 계층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과정인 것이다. 포용적인 일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교육은 이러한 변화를 시작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며,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기반이 된다. 앞으로의 고용정책은 채용 숫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다양한 역량이 발휘되는 조직이 결국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좋은 일터는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이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의 가능성을 믿는 조직은 더 큰 혁신을 만들어 낸다. 사람 중심의 교육과 포용적 조직문화를 통해 모두가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HRD의 또 다른 가치이다. 다음 회차에서는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사회적기업의 역할과 지역 협력 네트워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 이수연 ◇ 인천대학교 경영대학원(MBA) ◇ (주)채움HRD 대표이사 ◇ 고용·교육정책 및 HRD 분야 전문가 ◇ 인천지방고용노동위원회 사용자위원 ◇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사회통합협의위원 ◇ 인천해양경찰서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 인천발달장애인훈련센터 전문가위원
실시간 기획·연재 기사
-
-
[학교탐방] 부산관광고등학교, 관광·MICE 인재 양성의 새 지평 열다
- [교육연합신문=이정현 기자] 부산 관광·MICE 산업을 이끌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새로운 교육 모델이 공식 출범했다. 부산관광고등학교(교장 정정부)는 지난 3월 11일 오전 10시 부산 벡스코(BEXCO) 컨벤션홀 2층 써밋홀에서 ‘2026학년도 부산관광고등학교 협약형 특성화고 개교식’을 개최하고 관광·MICE 산업 인재 양성의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이번 개교식에는 민용기 재단이사장과 정정부 교장을 비롯해 부산광역시교육청, 부산광역시 서구청, 부산관광공사, 벡스코, 부산광역시관광협회, 부울경관광벤처협의회, (사)부산컨벤션산업협회 등 관광·MICE 산업 관련 주요 기관 관계자와 교육계 인사, 학생, 학부모 등 600여 명이 참석해 부산 관광교육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축하했다. ■ 학생 난타 공연으로 힘찬 개교식 이날 개교식은 부산관광고 재학생들의 난타 공연으로 활기차게 시작됐다. 학생들은 역동적인 북소리와 박진감 넘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행사장의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렸고, 미래 관광산업을 이끌 학생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며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후 개교 선언과 학교 비전 발표, 축사 등이 이어지며 부산 관광교육의 새로운 방향과 역할을 공유하는 뜻깊은 시간이 마련됐다. ■ 관광산업과 교육을 잇는 ‘협약형 특성화고’ 모델 부산관광고등학교는 관광·MICE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전문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교육기관과 산업계, 공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협약형 특성화고 모델을 도입했다. 협약형 특성화고는 지역 산업과 교육이 긴밀히 연결된 미래형 직업교육 모델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산업 현장에서 직접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부산관광고는 관광서비스, 컨벤션 운영, 관광마케팅, 글로벌 관광비즈니스 등 관광·MICE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실무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현장 맞춤형 관광 전문 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산업체와 연계한 현장실습과 인턴십, 취업 연계 프로그램 등을 확대해 학생들의 진로 설계와 취업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 “부산 관광도시 경쟁력, 인재 양성에서 시작” 민용기 재단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관광산업에서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 이사장은 “관광산업은 도시의 브랜드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이라며, “부산관광고등학교가 관광산업과 교육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며 글로벌 관광도시 부산을 이끌 인재를 키워내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부산광역시교육청 관계자는 “부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MICE 도시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걸맞은 전문 인재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부산관광고등학교가 지역 산업과 연계한 미래형 직업교육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 정정부 교장 “산업과 교육이 함께 만드는 미래형 관광교육” 정정부 부산관광고등학교 교장은 환영사를 통해 부산 관광·MICE 산업과 연계한 미래형 직업교육의 방향을 강조했다. 정 교장은 “부산은 외국인 관광객 360만 명을 돌파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도시로 성장했고,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관광·MICE 허브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도시 경쟁력 속에서 부산관광고등학교가 협약형 특성화고로 선정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부산관광고는 협약형 특성화고 운영을 통해 관광·MICE 산업 전문가와 미식관광을 이끌 스타 셰프를 양성하고, 부산 관광산업의 미래를 이끌 인재 양성 거점학교로 도약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정 교장은 이를 위한 교육 전략으로 3단계 교육 플랜을 제시했다. 먼저 산업체 중심의 B-MICE+ 인증 자격제도를 통해 외국어 능력과 직업기초능력, 현장 실무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이어 3학년 2학기에는 협약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실시해 취업으로 이어지는 교육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협약 대학과 연계한 일학습병행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경력과 학력을 동시에 갖춘 지역 인재로 성장하고 부산에 정주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정 교장은 “협약형 특성화고 개교는 학교와 지역사회, 산업계가 함께 협력해 미래 인재를 키우는 새로운 교육 모델의 출발점”이라며, “부산관광고가 부산을 넘어 전국 협약형 특성화고의 대표적인 성장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교직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 관광·MICE 기관 협력 네트워크 구축 이번 협약형 특성화고 개교를 통해 부산관광고등학교는 지역 관광산업과 교육을 연결하는 협력 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게 됐다. 특히 부산관광공사, 벡스코, 부산광역시관광협회, 부울경관광벤처협의회, 부산컨벤션산업협회 등 관광·MICE 산업 주요 기관들과 협력해 현장 중심 교육과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개교가 부산 관광산업과 직업교육이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협력기관 감사패 전달…“함께 만든 교육의 출발”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협약형 특성화고 운영과 관광·MICE 교육 발전에 기여한 기관과 관계자들에게 감사패 전달식이 진행됐다. 부산관광고등학교는 협약형 특성화고 추진 과정에서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부산광역시교육청, 부산광역시 서구청, 부산관광공사, 벡스코, 부산광역시관광협회, 부울경관광벤처협의회, (사)부산컨벤션산업협회 등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정부 교장은 “오늘의 개교는 학교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산업계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며, “앞으로도 협력기관들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부산 관광산업을 이끌 미래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 “글로벌 관광도시 부산을 이끌 관광교육 허브” 부산관광고등학교는 앞으로 관광서비스와 컨벤션 산업, 관광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재를 양성하며 부산 관광산업의 미래를 이끌 관광교육 허브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교육계는 이번 협약형 특성화고 개교가 부산이 글로벌 관광·MICE 도시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전문 인재 양성의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과 교육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직업교육 모델이 부산 관광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
- 기획·연재
- 기관탐방
-
[학교탐방] 부산관광고등학교, 관광·MICE 인재 양성의 새 지평 열다
-
-
[김춘식 칼럼] 인공지능의 빛과 단종의 그림자: 기술 권력 시대, 왜 우리는 다시 슬픔의 공동체를 찾는가
- [교육연합신문=김춘식 칼럼] □ 프롤로그: 0과 1의 세계에서 터져 나온 집단적 통곡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단종)가 개봉 31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투자배급사 쇼박스가 관객의 뜨거운 성원에 보답하고자 마련한 ‘통곡 상영회’는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효율과 논리가 지배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현대인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울기 위해 극장으로 모여드는 현상은 단순한 흥행 기록 그 이상의 의미를 시사한다. 스크린 속 어린 왕의 비극에 수많은 이들이 오열하는 모습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감상적 동조를 넘어선다. 그 이면에는 빛의 속도로 질주하는 기술 문명 속에서 방향 감각을 잃고 소외된 현대인의 깊은 실존적 공허함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기계가 결코 복제할 수 없는 인간성의 최후 보루를 확인하기 위해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 기술의 초가속과 인간의 정서적 지연 인공지능은 어제의 불가능을 오늘의 일상으로 치환하며 진화한다. 그러나 인간의 생물학적 뇌와 정서 체계는 이토록 빠른 기술 속도에 적응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기술 문명은 삶의 중심을 잡아주던 기준점인 닻을 흔들어 놓았고, 그 결과 많은 이들이 공중에 부유하는 듯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정체성의 위기는 고도화된 기술 사회에서 낙오될지 모른다는 실용적 공포와, 모든 것이 데이터로 환원되는 세상에서 인간 고유의 감정적 교감이 거세당하고 있다는 근원적 두려움을 동시에 낳는다. 기술이 가속화될수록 우리 내면에는 기묘한 정서적 지연 현상이 발생하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점점 더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온다. 단종의 비극에 대한 열광은 바로 이 길을 잃은 세대가 찾아낸 역설적인 안식처인 셈이다. □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과 통곡 상영회의 평행이론 현대인들이 통곡 상영회로 집결하는 모습은 수천 년간 특정 민족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Wailing Wall)’을 연상시킨다. 거대한 성벽 앞에 모여 자신의 고통을 하늘에 고하고 집단적으로 슬픔을 공유하며 정체성을 지켜냈듯, 오늘날의 관객들은 극장이라는 현대적 성벽 앞에 모여 디지털 시대에 상실해 가는 인간의 원형을 붙잡으려 한다. 인공지능은 결코 눈물을 흘릴 수 없기에, 인간의 눈물이 지닌 실존적 가치는 이 지점에서 더욱 빛난다. AI는 수억 개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가장 그럴듯한 답변을 출력할 수는 있지만, 가슴이 먹먹해지고 목이 메는 신체적 고통을 수반한 실제적 경험은 불가능하다. 인간의 슬픔은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우리가 기계가 아님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유일한 신호다. 통곡 상영회는 인공지능이 줄 수 없는 따뜻한 위로와 연대를 확인하는 현대판 통곡의 벽이라 할 수 있다. □ 아날로그적 결핍과 살롱 문화의 귀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으나, 역설적으로 심각한 정서적 굶주림을 겪고 있다. 온라인 소통이 강화될수록 대면 소통은 줄어들고, 이모티콘과 ‘좋아요’는 타인의 온기를 갈구하는 인간의 근원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러한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과거 계몽주의 시대 유럽의 교양 사회를 이끌었던 ‘살롱 문화(Salon culture)’에 주목해야 한다. 살롱은 당대의 지식인들이 모여 철학과 예술, 정치와 사회를 논하며 고립된 자아를 확장하던 소통의 장이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는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를 전달하는 기계적 회의가 아니다. 오히려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지적으로 자극하며 인간적 유대를 쌓는 ‘취향과 감성의 공동체’가 절실하다. 디지털의 범람 속에서 아날로그적 온기를 간직한 작은 살롱들은 우리를 기계적 종속으로부터 해방해 줄 정서적 피난처가 될 것이다. □ 역사적 고비로서의 AI 혁명과 기술 권력에 대한 공포 역사적으로 기술의 급격한 전환기는 언제나 인간 소외와 정체성 붕괴라는 혹독한 대가를 요구해 왔다. 산업혁명의 가속화가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듯, 현재의 4차 산업혁명 역시 인류에게 거대한 실존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현대인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은 AI가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걱정을 넘어, 기술을 장악한 소수 권력에 의해 인간의 판단과 감정이 통제당할지도 모른다는 본능적인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정보를 소비하고 데이터가 분석한 감정에 의존하는 삶 속에서 인간의 주체성은 점차 희미해진다. 우리는 지금 역사의 심판대 위에서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기술이 우리를 이끄는 대로 내버려 둘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기술의 방향을 결정할 것인가. □ 에필로그: 인간 중심의 5차 산업혁명과 공동체 리빙랩의 시대 결국 해답은 기술의 거부가 아니라 인간성을 중심에 둔 기술의 통제와 관리에 있다. 기술이 인간 위에 군림하는 주인이 아닌,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로 남을 수 있도록 윤리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것이 바로 인공지능 시대의 정서적 공허함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인간 중심의 5차 산업혁명’의 핵심 가치다. 이러한 가치를 현실화할 구체적인 대안으로 생활 현장 기반의 ‘리빙랩(Living Lab)’ 공동체에 주목해야 한다. 리빙랩은 시민들이 삶의 현장에서 기술을 도구 삼아 지역 사회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 나가는 ‘살아있는 실험실’이다. 이는 전문가의 일방적인 주도를 넘어 사용자 중심의 사회 혁신을 실현하며, 기술이 만남을 대체하는 고립의 섬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다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통곡 상영회에서 터져 나온 뜨거운 눈물은 기술 문명의 노예가 되지 않고 존엄한 인간으로 남겠다는 가장 강력한 저항이자 선언이다. 슬픔은 기계가 결코 침범할 수 없는 인류 최후의 영토다. 우리가 여전히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고 함께 울 수 있는 한, 인류의 이정표는 차가운 알고리즘이 아닌 따뜻한 공감의 선율을 따라 움직일 것이다. 결국 슬픔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며, 그 공감의 능력이 바로 우리가 인공지능 시대를 인간답게 살아내야 할 진정한 이유다. ▣ 김춘식 ◇ 동신대학교 교수 ◇ 2024 칼만 해외석학 ◇ 교육연합신문 논설위원
-
- 기획·연재
- 기획
-
[김춘식 칼럼] 인공지능의 빛과 단종의 그림자: 기술 권력 시대, 왜 우리는 다시 슬픔의 공동체를 찾는가
-
-
[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죽은 자의 발자국, 살아 있는 자의 기억-은자 ‘복(復)’의 이야기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역사라는 것은 언제나 낯설고도 친근하다. 눈앞에 있는 돌 하나, 땅속에서 나온 기와 조각 하나에도 수천 년의 기억이 서려 있다. 그런데 그 기억을 읽어내는 방식은 시대와 권력, 그리고 우리의 시선에 따라 달라진다. 갑골문 이야기도 그렇다. 중국에서는 흔히 갑골문을 ‘중화문명의 뿌리’라 부른다. 맞는 말이지만, 그 내부로 들어가면 상황은 조금 다르다. 정작 갑골문이 어떤 뜻을 지니고 있는지, 글자 하나하나가 어떤 사연을 품고 있는지 아는 이는 드물다. “갑골문 글자 하나만 해독해도 10만 위안을 번다더라”는 식의 괴담이 대중 속에 퍼져 있을 정도다. 귀중한 문화유산이지만, 막상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신비하고도 난해한 문자일 뿐이다. 하지만 갑골문을 단순히 난해한 고문자로만 본다면 그 속의 생생한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놓치게 된다. 오늘 다루려는 ‘복(復)’자가 바로 그렇다. 우리는 보통 ‘복’이라 하면 ‘되돌아온다, 회복한다’는 뜻을 떠올린다. 하지만 갑골문 속 ‘복’은 조금 다르다. 글자의 형상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돌아옴’ 이상의, 생과 사를 오가는 깊은 상징을 만나게 된다. □ 발자국, 집을 나서다 먼저 글자의 아랫부분을 보자. 거기에는 ‘止(지)’라는 모양이 새겨져 있다. 우리는 이 글자를 오늘날 ‘그칠 지’라고 읽지만, 본래의 뜻은 달랐다. ‘발자국’ 혹은 ‘발이 움직이는 모습’을 나타내는 상형이었던 것이다. 즉, ‘앞으로 걸어간다’는 의미가 기본에 깔려 있었다. 그런데 ‘복’자의 갑골문에서는 이 발자국이 거꾸로 뒤집혀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집에서 ‘밖으로 나가는’ 모양새다. 발길이 안쪽을 향하지 않고 바깥으로 향한다는 점이 중요한 대목이다. 이 발자국 위에는 직사각형 구조물이 놓여 있다. 마치 성곽이나 움집처럼 보이는 그림이다. 그 중앙에는 삼각형, 혹은 역삼각형의 표시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출입구를 뜻하는 기호로 자주 쓰였다. 그렇다면 이 모양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단순히 해석하면 ‘집에서 발길이 밖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갑골문은 늘 단순한 그림 이상이다. 당대의 삶과 죽음을 담아내는 기호였으니, 여기서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죽은 자의 거처, 곧 신옥(神屋)이나 무덤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발자국이 밖으로 향하는 장면은? 바로 ‘죽은 자의 영혼이 집을 나서 세상으로 나온다’는 뜻이다.([그림 20] ‘復’ 참조) 즉, 복(復)은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죽은 자의 발길이 세상으로 되돌아오는 장면’을 담고 있는 셈이다. □ ‘아(亞)’와 ‘복(復)’의 친연성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것은 ‘아(亞)’자와의 연관성이다. ‘亞’ 하면 우리는 흔히 ‘버금, 차순위’의 뜻을 떠올린다. 하지만 원래 이 글자는 조상의 영혼이 거처하는 종묘를 둘러싼 길을 형상화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귀신의 집’이라는 뜻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그림 20] ‘亞’ 참조) 시간이 흐르면서 ‘亞’는 단순히 위계나 순서를 표시하는 용도로 의미가 축소되었지만, 갑골문 단계에서는 ‘죽은 자와 산 자를 이어주는 장소’를 뜻했다. ‘복(復)’자가 ‘죽은 자의 발자국’이라면, ‘亞’는 그 발자국이 오가는 길과 공간이었다. 두 글자는 같은 세계관 속에서 서로 호응하며 만들어진 셈이다. □ 고고학이 말해주는 것들 갑골문 해석은 종종 고고학의 발견과 맞닿는다. 하북성에서 발견된 조조의 무덤을 보자. 무덤 구조가 ‘복’자의 형상과 닮아 있다. 직사각형의 집 모양, 출입구, 바깥으로 향한 통로. 조조 무덤이 실제로 그 시대의 것인지 여부를 떠나, 이 형식이 상나라 이래 이어져 온 전통임을 보여준다. 더 흥미로운 건 한반도의 사례다. 2007년 경북 문경의 고모산성에서 5세기 지하 목조건물이 발굴되었다. 고고학자들은 그 내부 구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직사각형의 집 모양과 출입구, 그 배치가 갑골문 속 ‘복(復)’자의 형상과 거의 동일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상나라의 건축 전통, 나아가 동이족 문화권의 신앙과 생활양식이 한반도 신라에까지 전승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결국 ‘복’자는 단순히 문자 차원의 해석이 아니라, 건축, 장례, 종교적 의례 전반과 연결되는 문화적 상징이었던 것이다. □ 돌아옴은 곧 ‘영혼의 귀환’ 우리는 흔히 ‘복’이라는 글자를 일상적으로 쓴다. 회복, 반복, 복귀. 모두 되돌아옴을 뜻한다. 하지만 그 뿌리를 더듬어 올라가면, 그 되돌아옴은 단순히 사람의 이동이 아니라 ‘영혼의 귀환’을 가리켰다. 죽은 자가 저승에서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발자국, 그것이 곧 ‘복’이었다. 동이족의 세계관에서는 죽음은 단절이 아니었다. 삶과 죽음은 서로 문을 열고 드나드는 관계였다. 영혼은 저승으로 떠났다가도 제사와 의례를 통해 언제든 세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래서 무덤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양쪽 세계를 이어주는 통로였고, 갑골문 속 ‘복’은 그 문턱에서 찍힌 발자국이었다. □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여기서 우리는 질문 하나를 던질 수 있다. 왜 동이족은 죽음을 ‘복’이라 불렀을까. 왜 발자국이 집을 나서는 장면을 글자로 새겼을까. 그것은 아마도, 죽은 자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올 존재’임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우리는 과학의 시대를 산다. 영혼의 귀환 같은 이야기는 미신으로 치부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믿음이 담고 있던 삶의 태도, 곧 죽음을 두려움이 아니라 ‘되돌아옴’으로 바라보던 시선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그것은 단절 대신 순환을, 끝 대신 이어짐을 강조하는 세계관이다. 문경 고모산성 지하 건축물의 발자취를 바라보며, 혹은 갑골문 속 ‘복’자를 마주하며 우리는 깨닫는다. 우리 조상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삶과 죽음을 하나의 길 위에서 바라보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발자국은 멈추지 않고 이어져 왔다는 것을.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 우리의 존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갑골문 속 작은 발자국 하나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귀환이며, 우리는 모두 언젠가 다시 ‘복’할 존재라는 것. □ 맺으며 중국에서조차 대다수는 알지 못하는 갑골문. 그러나 그 안에는 동아시아 문명의 뿌리, 나아가 한반도까지 이어진 깊은 문화의 흔적이 숨어 있다. ‘복(復)’자는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단순히 돌아옴을 뜻하는 글자가 아니라, 죽은 자의 영혼이 세상으로 돌아오는 상징,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잇는 통로였다. 이제 우리는 ‘복’자를 다시 읽어야 한다. 그것은 단지 반복되는 일상의 귀환이 아니라, 선조들의 영혼이 오늘도 우리 곁에 되돌아오는 발자국이다. 고대의 무덤과 건축물, 그리고 문자 속에 살아 있는 그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답도 조금은 가까워질 것이다. 죽은 자의 발자국은 살아 있는 자의 기억 속에서 여전히 울리고 있다. 그것이 바로 갑골문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오래된, 그러나 가장 따뜻한 위로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
- 기획·연재
- 기획
-
[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죽은 자의 발자국, 살아 있는 자의 기억-은자 ‘복(復)’의 이야기
-
-
[구본희 반려詩選] 뽀샵하는 사회
- [교육연합신문=구본희 詩選] 뽀샵하는 사회 언제부턴가 아름다움도 만들어졌다. 사실보다도 더 진짜 같은 가짜 현실 속에서ㅡ 마법 거울은 묻는다. "누가 가장 아름다운가?" 모두 백설공주 되어 나만의 만족을 좇는다. 왜곡된 옷을 입은 진실도 조용히 비틀리고, 모두 획일화된다. 진짜 나를 잃어간다. 꾸밈이 기본 예의인 이 사회 속에서ㅡ 사진 속 얼굴도, 화장 뒤 표정도, 오늘 우리는 가면을 쓴다. ▣ 구본희 ◇ 前인천국제고등학교 교장
-
- 기획·연재
- 연재
-
[구본희 반려詩選] 뽀샵하는 사회
-
-
[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Changgyeonggung: The history of Restoration
- [교육연합신문=이윤서 학생기자] Changgyeonggung Palace is one of the main 5 palace of Joseon. It was built in 1483 by Joseon’s 9th king, Seongjong(성종). It’s original name was Suganggung, but when Seongjong expanded it for three grandmas, he changed this palace’s name into Changgyeonggung. A lot of kings of Joseon were born in this palace which makes it special and important. However,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Japanese people harmed it and displayed animals and plants in there and opened it to public. They had degraded the name into Changgyeongwon. After the colonial era ended, in 1983, people restored Changgyeonggung palace and found its own form again. It now is one of the beautiful palace in Korea and became a must-visit spot for tourists. Why don’t you pick Changgyeonggung for spring flower sightseeing? Walk across Okcheongyo(Bridge) and appreciate the wonderful look of Changgyeonggung palace and what it had overcome.
-
- 기획·연재
- 청소년국가유산지킴이 기자단
-
[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Changgyeonggung: The history of Restoration
-
-
[전재학의 교육칼럼] 이제는 ‘뽑는 교육’에서 ‘키우는 교육’을 지향해야
-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우리는 오랫동안 인재를 국가의 동량(棟梁)으로 간주해 우수한 인재만을 뽑으려고 몰입해 왔다. 그래서 역량을 키워 잠재력이 높은 인재를 많이 확보하는 학교가 소위 ‘명문고’, ‘명문대’로 이 사회에서 우위를 독점했다. 이는 처음부터 능력이 출중한 인재를 학교에서 교육의 기능을 발휘해 더욱 출중한 인재로 키웠다고 판단하기엔 한계가 있다.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또래 집단의 경쟁을 통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우수한 결과를 내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이를 두고 우리는 인재를 길러 왔다고 스스럼 없이 말해 왔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의 교육은 인재를 ‘키운’ 것이 아니라, 미리 자라난 아이를 골라내는 일에 더 익숙했다. 시험은 능력을 발견하기보다 순위를 만들었고, 학교는 성장을 돕기보다 선발을 준비하는 공간이 되었다. 이제는 분명히 말해야 한다. 인재 양성의 방향은 뽑는 것 즉, 선발이 아니라 키우는 것, 성장이라고 말이다. 선발 중심 교육은 효율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짧은 시간 안에 상위 몇 퍼센트를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가능성은 무시된 채 사라진다. 성장할 수 있었던 아이, 늦게 피는 아이, 다른 방식으로 빛날 아이들은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포기하게 만든다. 선발은 결과를 가르지만, 성장은 가능성을 키운다. 교육이 선택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세계의 교육 선진 사례는 이미 이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핀란드는 조기 선발과 학교 서열화를 철저히 배제하고, 모든 학생이 자신의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 결과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높은 성과를 유지하면서도 학력 격차는 작다. 이는 특별한 아이들만을 골라낸 결과가 아니라, 대다수 아이들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지원한 결과다. 국내에서도 작은 변화의 가능성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경쟁 대신 과정 중심 평가를 도입한 학교, 성취 수준보다 학습의 변화와 노력을 기록하는 교사들, 뒤처진 학생을 분리하지 않고 함께 성장시키는 학급 운영 사례들은 이를 말해 준다. 아이들은 서열이 낮아서가 아니라, 기다려 주지 않았기 때문에 성장하지 못했던 것임을 말이다. 성장 중심 교육은 느리고 번거롭다. 단기간에 성과를 수치로 증명하기 어렵고, 교사의 전문성과 책임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교육은 본래 느린 일이다. 씨앗을 뿌린 다음 날 열매를 요구하지 않듯, 아이의 가능성 역시 시간과 신뢰 속에서 자란다. 선발은 관리가 쉽지만, 성장은 돌봄과 책임을 요구한다. 그래서 성장 중심 교육은 곧 기성 세대의 각오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제 선언해야 한다. 교육의 목적은 더 빨리 앞서가는 아이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가 어제보다 한 걸음 더 성장하도록 돕는 것임을. 시험은 줄 세우기보다 학습을 돕는 도구가 되어야 하고, 평가는 탈락의 근거가 아니라 성장의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학교는 선발의 전초기지가 아니라, 가능성이 안전하게 자라는 공간이어야 한다. 인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진다. 그리고 그 출발선은 결코 같지 않다. 교육의 역할은 출발선의 차이를 이유로 탈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끝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책임지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공정의 본래 의미이며, 미래 사회가 교육에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 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뽑는 교육’에 머물 수 없다. 이제 교육은 선언해야 한다. 인재 양성의 길은 선발이 아니라 성장이라고 말이다, 그 선언이 말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학교는 다시 희망이 될 것이다. 이는 곧 학교와 국가의 존재 이유인 사회적 신뢰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
- 기획·연재
- 연재
-
[전재학의 교육칼럼] 이제는 ‘뽑는 교육’에서 ‘키우는 교육’을 지향해야
-
-
[최윤용의 100세칼럼] 100세 시대를 위한 내 몸 사용 설명서
- [교육연합신문=최윤용 칼럼] ‘오십견’은 시간이 약일까? 방치하면 굳어지는 어깨 어깨가 굳어 팔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고,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극심한 통증. 흔히 '오십견'이라 불리는 이 질환의 정확한 의학적 명칭은 '유착성 관절낭염(Adhesive Capsulitis)' 또는 '동결견(Frozen Shoulder)'입니다. 이름 그대로 어깨 관절을 둘러싼 주머니(관절낭)에 염증이 생기고 두꺼워져, 관절이 얼어붙은 것처럼 굳어지는 질환입니다. 50대 전후에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오십견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PC의 장시간 사용, 운동 부족 등으로 인해 30~40대에서도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 일반적인 오해: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낫는다?" 오십견에 대해 대중이 가진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특별한 치료 없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병"이라는 인식입니다. 과거에는 이 질환을 스스로 치유되는 질환으로 간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최신 임상 연구에 따르면 이는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린 사실입니다. 미국 의학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된 2026년 최신 리뷰 논문에서는 상당수의 오십견 환자가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할 경우 수년이 지나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어깨 관절의 운동 범위가 영구적으로 제한되는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초기 염증기에는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고, 이후 관절이 굳어지는 동결기를 거쳐 서서히 풀리는 해동기로 진행되는데, 이 과정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 이상 소요됩니다. 따라서 '시간이 약'이라며 고통을 참는 것보다는,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염증을 빠르게 가라앉히고 굳어진 관절의 가동 범위를 회복시키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 현대 과학이 밝혀낸 부드러운 침 치료의 힘 굳어진 어깨를 부드럽게 풀고 통증을 덜어내는 데 있어 침치료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최근 여러 국제 연구를 통해 그 과학적 원리가 명확히 밝혀지고 있습니다. 첫째, 침과 일반 물리치료를 병행하면 회복이 훨씬 빠릅니다. 2024년 발표된 통증 관리 전문 국제학술지의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두 치료를 함께 받은 환자들이 물리치료만 받은 환자들보다 어깨 통증이 더 많이 줄고 움직임도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침 자극이 우리 몸의 천연 진통 물질인 엔돌핀 분비를 돕고, 환부의 혈류를 늘려 손상된 조직의 회복을 돕기 때문입니다. 둘째, 전침이나 약침 같은 다양한 한의 기법은 어깨 속 굳은 조직을 직접적으로 풀어줍니다. 2024년과 2025년의 최신 연구들은 전기 자극을 더한 전침이나 정제된 한약 성분을 주입하는 약침이 단순한 일시적 통증 완화를 넘어 어깨 관절 주변의 염증 물질을 억제하고, 유착되어 엉겨 붙은 근막 조직을 본래 상태로 회복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 집에서 실천하는 굳은 어깨 회복 운동법 굳어진 관절의 운동 범위를 안전하게 회복하고 2차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스트레칭 프로그램이 필수적입니다.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두 가지 자가 운동법을 소개합니다. ▶ 전자 운동: 테이블이나 카운터에 건강한 쪽 손을 짚고 상체를 살짝 숙인 뒤, 아픈 팔을 아래로 편안하게 늘어뜨립니다. 시계추처럼 팔을 앞뒤, 좌우, 그리고 원형으로 부드럽게 흔들어줍니다. ▶ 막대를 이용한 수동적 내회전: 등 뒤로 가벼운 막대(예: 자)를 잡고, 건강한 손으로 막대의 반대쪽 끝을 가볍게 쥡니다. 건강한 팔로 막대를 가로 방향으로 당겨, 아픈 쪽 어깨가 통증이 없는 범위 내에서 수동적으로 당겨지도록 30초간 유지한 뒤 30초간 휴식합니다. ○ 오십견 자가 관리 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주의사항 오십견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일상생활의 세심한 관리는 병원 치료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스트레칭을 시작하기 전에는 걷기나 고정식 자전거 타기 같은 부담 없는 활동으로 5~10분간 체온을 높여 몸을 웜업해주어야 근육과 인대 손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엄격히 지켜야 할 원칙은 '운동 중 결코 통증을 억지로 참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팽팽한 느낌이 드는 부드러운 범위 내에서만 관절을 움직여야 합니다. 또한 환자의 병기(초기 극심한 염증기인지, 이후 굳어지는 동결기인지)와 환자가 가진 동반 기저질환에 따라 관리 및 운동 방법이 철저히 개별화되어야 합니다. 극심한 염증기에 무리한 운동을 강행하면 오히려 관절낭의 염증이 덧나게 됩니다. 따라서 막연한 자가 판단보다는, 전문가의 정확한 상태 평가를 바탕으로 안전한 치료와 맞춤형 재활 운동을 병행하여 튼튼한 어깨 건강을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1. Achilova F, Daher M, Nassar JE, Daniels AH, Abboud JA. Frozen shoulder: Diagnosis and treatment of adhesive capsulitis. Am J Med. 2026 Jan 23:S0002-9343(26)00055-0. doi: 10.1016/j.amjmed.2026.01.021. 2. Xu B, Zhang L, Zhao X, Feng S, Li J, Xu Y. Efficacy of Combining Acupuncture and Physical Therapy for the Management of Patients With Frozen Shoulder: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Pain Manag Nurs. 2024 Dec;25(6):596-605. doi: 10.1016/j.pmn.2024.06.009. 3. Kim D, Park KS, Kim SA, Seo JY, Cho HW, Lee YJ, Yang C, Ha IH, Han CH. Pharmacopuncture therapy for adhesive capsulitis: A pragmatic randomized controlled pilot study. Integr Med Res. 2024 Sep;13(3):101065. doi: 10.1016/j.imr.2024.101065. 4. Ji R, Huang W, Weng M, Zhang M. Comparative effectiveness of acupuncture-related therapies for frozen shoulder: a systematic review and network meta-analysis. Front Med (Lausanne). 2025 Nov 26;12:1673193. doi: 10.3389/fmed.2025.1673193. ▣ 최윤용 ◇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
- 기획·연재
- 연재
-
[최윤용의 100세칼럼] 100세 시대를 위한 내 몸 사용 설명서
-
-
[김홍제의 목요칼럼] 자본주의 시대의 금융교육
-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돈의 심리학』과 『돈의 방정식』이라는 책을 설날 연휴에 읽었다. 자본주의 시대에 살면서 돈에 대한 개념이 너무도 없다는 자각에서 구입한 책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대중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 주는 증표라고 생각한다. 지구 위 모든 나라를 아우르는 테마는 경제, 즉 돈이다. 정치, 교육, 사회, 환경에 모두가 돈이 들어가 있고 전쟁도 돈이 들어가 있다. 돈이 중세 시대의 종교처럼 군림하고 있다. 이를 직시하고 올바른 경제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학생을 사랑한다면 학생이 돈 중심사회에서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경제에 대한 안목을 키워주는 교육이 옳은 방향이다.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행복도 그만큼 커지리라고 믿는다고 한다. 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족의 사랑, 친구 간의 우정, 건강, 경험, 존경 등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꽃이 하나도 없는 외계에서 온 사람은 이 지구상에 있는 많은 꽃을 보면 감탄을 멈추지 못할 것이다. 소중한 것이 너무도 흔하고 많으면 우리가 그 감사함을 모른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지금보다 월급이 딱 2배만 더 있으면 더 행복할 것이라고 한단다. 200만 원을 버는 사람은 400만 원이면 행복할 듯하고, 400만 원을 버는 사람은 800만 원만 벌면 행복하다고 하고, 800만 원을 버는 사람은 1억 600만 원을 벌면 행복하다고 생각한단다. 과연 그럴까. 저자는 그런 행복은 일시적이라고 했다. 성공을 하고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직장을 얻고 멋진 결혼을 하는 것은 사실 일시적인 행복을 위한 것이다. 진정한 행복은 일시적인 것에 있지 않다. 지속적인 행복은 자신에 대한 신뢰와 타인에 대한 공감과 존경, 사랑의 관계 속에 있다. 행복과 돈의 관계를 거시적이고 진솔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 학생 중심 교육이라면 학생에게 필요한 것을 가르치는 것이 의무이고 양심적 태도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가르치지 않고 도구로서의 교육을 한다면 교육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영교육과정은 아이즈너(Eisner)가 『교육적 상상력(Educational Imagination)』에서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과정을 가리켜 영(null) 교육과정이라 부르면서 시작되었다. 현재는 ‘배울 만한 가치가 있지만 공식적 문서에 포함되지 않거나 포함되어 있어도 실제 수업이나 운영에서 다루어지지 않아 학생이 학습할 기회가 없는 교육 내용이나 경험’의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교육과정 속에 모든 내용을 담을 수는 없다. 어떤 것은 선택되고 또 다른 내용은 배제할 수밖에 없는 것이 교육과정의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시대가 변하면서 학생들이 배워야 할 내용 중에서 정작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 빠지지 않았는지를 반성하고 점검해야 한다. 대부분의 학생은 사회에 나가서 노동이나 경제활동을 해서 수입이 있어야 먹고 살 수 있다. 당연히 회사의 근무에 대한 교육, 일의 정당성, 권리의 주체성, 진정한 행복과 경제 등을 교육에 넣어야 한다. 현대의 노동은 노예의 노동이 아니다. 현대 시민은 창조적이고 효율적이고 협력적이고 나라와 국가를 위한 태도와 방식을 고민하는 시민 근로자여야 한다.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는 ‘문맹’은 불편할 뿐이지만, ‘금융문맹’은 생존을 위협한다는 말이 있다. 국가 경쟁력과 개인 행복을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청소년기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
- 기획·연재
- 연재
-
[김홍제의 목요칼럼] 자본주의 시대의 금융교육
-
-
[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무지개, 한자 속에 새겨진 색과 신화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무지개는 누구에게나 신비롭다. 비가 갠 뒤 하늘에 걸리는 곡선, 일곱 가지 색이 겹쳐진 장면을 우리는 자연의 선물로 받아들인다. 어린 시절 과학책에서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순으로 줄 세워 배웠지만,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이 현상은 단순한 스펙트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동아시아, 그중에서도 고대 동이족 사회에서는 무지개의 색을 자연 관찰과 신화, 인간과 연결해 해석했고, 그 흔적이 한자 속에 남아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먼저 서양에서 무지개 색을 기억하는 방법을 떠올려보자. 영어권에서는 R.O.Y.G.B.I.V.라는 이니셜, 즉 Red(빨강), Orange(주황), Yellow(노랑), Green(초록), Blue(파랑), Indigo(남색), Violet(보라)를 외운다. 15세기 영국, 요크 공작 리처드의 장미 전쟁 패배와 연결해, 교육과 기억을 돕는 장치로 정착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세기도 코구세이(世も世も今や昔)'’란 이름으로 비슷한 체계를 가졌지만, 중국이나 고대 동이족 사회에는 이렇게 알파벳식 축약 표현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무지개의 색은 자연과 인간, 신화적 존재를 결합해 문자와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 홍색(빨강) - 용과 불타는 색의 상징 무지개의 첫 색, 빨강은 동이족에게 단순한 색상이 아니었다. 갑골문 속 기록을 보면 무지개는 ‘북쪽에서 내려와 강에서 물을 마시는 신비한 생물’로 묘사되었고, 종종 머리가 두 개인 용으로 그려졌다. 이 용은 암용과 수용으로 나뉘는데, 수용은 화려한 색, 특히 빨강을 띠었다. 초기 갑골문에서는 뱀과 공(큰 것)을 합쳐 거대한 용으로 표현했고, 이후 소전과 해서에 이르러 용이라는 상징이 정교하게 확립되었다.([그림 19] 참조) 한국과 일본에서는 이 빨강을 ‘불타는 붉은색’으로, 중국에서는 비단에 염색한 ‘홍자’로 표현했다. 관련 글자로는 적(赤), 홍(紅), 주(朱), 단(丹), 비(緋) 등이 있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색을 넘어, 인간과 신화적 상상, 그리고 제의적 의미까지 포괄한 색이었다. □ 주황색 - 등자와 황자 주황색은 자연과 인간의 생활을 연결한 색이다. 한국에서는 ‘불굴 주자’와 ‘황자’를 합쳐 주황색을 표현했다. 등자는 인도에서 유래해 한국에서 재배가 어려웠지만, 색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채택됐다. 황색은 갑골문에서 태반과 출산 장면을 묘사하면서 발전했다. 갓 태어난 아이의 피부색, 건강과 번식의 상징, 그리고 귀중함을 나타내는 황금과 황제, 옥토와 연결된다. 이렇게 주황과 황색은 단순한 색을 넘어 생명과 번영을 상징하는 색이 되었다.([그림 19] 참조) □ 초록색 - 풀과 우물, 생명의 색 초록은 무지개의 자연적 색상을 대표한다. 갑골문에서는 우물가의 싱싱한 풀 그림에서 비롯됐다. 당시 동이족은 녹색과 청색을 엄격히 구분하지 않았으며, 자연 속 푸른 풀과 물빛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었다. 소전과 해서에 이르러서는 명주실과 우물물 그림으로 발전해, 청록빛을 표현하는 문자가 만들어졌다. 즉 초록색은 자연의 생명력과 물의 신비를 동시에 담은 색이었다.([그림 19] 참조) □ 파란색 - 쪽람과 청자 파란색은 쪽람, 즉 쪽 염색과 연결된다. 소전 단계에서는 풀과 감 그림으로 발전해, 쪽을 물에 적셔 햇볕에 말린 청색 천을 상징했다. 우리가 잘 아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속담은 청자가 먼저 있었고, 쪽람은 소전 시대 이후 등장했다는 연구가 많다. 동이족의 색 개념에서 파랑은 염색 기술과 자연의 색이 결합해 문자가 된 사례다.([그림 19] 참조) □ 자주색 - 명주실과 색의 혼합 마지막으로 자주색은 명주실에 빨강과 파랑을 혼합해 얻은 색이다. 갑골문과 금문에서는 사람, 발, 명주실 그림이 합쳐져 자주빛을 나타내는 글자로 정착했다. 현대적 감각에서 자주색의 범위가 넓어 명확한 정의는 어렵지만, 혼합과 조합을 통한 색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그림 19] 참조) □ 무지개 색과 문화적 의미 이처럼 무지개는 단순히 하늘의 현상에 머무르지 않았다. 고대 동이족은 비 온 뒤 나타난 하늘을 통해 자연, 인간, 신화적 존재를 연결했다. 각 색은 생명, 풍요, 불, 물, 염색 기술 등 구체적 경험과 결합해 의미화되었다. 문자의 발전도 흥미롭다. 갑골문에서는 그림처럼 구체적 도상을 사용했고, 금문과 소전을 거치며 도상과 의미가 점차 추상화됐다. 해서에 이르러 현대 한자로 정착하면서도 초기 의미와 상징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지역별로 색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다. 한국과 일본은 동이족 전통의 색상과 상징을 비교적 그대로 유지했지만, 중국에서는 문화적, 지역적 차이에 따라 일부 색상을 선택하거나 방식이 달라졌다. □ 결론 : 무지개, 자연과 인간의 기록 무지개의 색은 단순한 스펙트럼이 아니었다. 고대 동이족에게는 인간, 자연, 신화가 결합된 문화적 상징이었다. 그 의미는 문자 속에 새겨졌고, 시대를 거치며 한자로 정착했다. 오늘날 우리가 무지개를 볼 때 느끼는 경이로움 속에는, 수천 년 전 사람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느끼고 기록한 경험이 겹겹이 쌓여 있다. R.O.Y.G.B.I.V.라는 영어 축약법은 현대인의 기억 장치일 뿐, 동이족은 용, 풀, 물, 명주실, 신화적 존재를 통해 색을 이해했고, 문자로 남겼다. 한 글자, 한 색 속에는 자연 관찰, 인간 생활, 신화, 사회적 의미가 결합되어 있다. 무지개를 바라볼 때, 우리는 그 긴 시간과 문화의 흐름을 함께 보는 셈이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
- 기획·연재
- 기획
-
[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무지개, 한자 속에 새겨진 색과 신화
-
-
[구본희 반려詩選] 갯골의 함성
- [교육연합신문=구본희 詩選] 갯골의 함성 -제107주년 삼일절 기념 헌시- 소래나루 갈매기 떼 낮게 선회하고 소금기 마른 갯골 붉은 퉁퉁마디 사이 그을린 얼굴 새끼줄 여민 무명 바지 품속 깊이 숨겨 온 그날의 태극기 하나둘 들불로 번질 때 “대한 독립 만세” 포구는 시린 함성으로 흰 파도처럼 일렁였다 색바랜 필름 속 낮은 바람으로 맴도는 그날의 파열음 내 심장에 아직 타오른다 ▣ 구본희 ◇ 前인천국제고등학교 교장
-
- 기획·연재
- 연재
-
[구본희 반려詩選] 갯골의 함성
-
-
[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3.1절 그날의 함성을 기억하며"
- [교육연합신문=이윤서 학생기자] “우리 조선은 이에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하노라” 1919년 3월 1일 탑골공원에 엄숙한 낭독이 울려 퍼졌다. 독립선언서를 읽기로 한 민족대표들은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식을 거행하고 자진 체포되었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였지만 기다리던 학생 중 하나가 앞으로 나와 독립선언서를 대신 낭독했다. 그렇게 3·1 만세운동이 시작되었다. 독립운동의 불길은 다른 지역으로도 퍼져 나가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4월 1일에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는 유관순 열사 및 다른 주도자들에 의해 거사가 이루어졌다. 그 전날 거사를 위한 봉화를 올렸고 함께 만세를 부르기로 약속한 사람들은 봉화를 따라 올렸다. 수천 명이 참여해 규모가 엄쳤났던 이 만세운동에서는 희생자들이 많이 나왔다. 집계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19명이 사망했고 30명 정도가 중상을 입었다. 유관순 열사의 부모도 이때 순국했다고 한다. 유관순 열사도 곧 검거되어 18살의 나이로 순국했다. 유관순 열사와 함께 만세운동을 계획했던 사람들도 감옥 안에서 차례차례 순국했다.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그냥 세워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까지 저버린 용기와 대담함이 이뤄낸 값진 것이다. 2026년 삼일절을 맞이하여 희망에 차 독립과 만세를 외친 숭고한 영혼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에 대한 애착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대한독립 만세!
-
- 기획·연재
- 청소년국가유산지킴이 기자단
-
[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3.1절 그날의 함성을 기억하며"
-
-
[전재학의 교육칼럼] 새로운 학기, 내 인생의 '참주인'으로 당당히 서는 법
-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새로운 학기를 앞둔 전국의 초중고는 설렘과 긴장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새 학기의 시간표를 받아 든(들) 학생들의 마음속에는 아마도 '이번 학기는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되는데'라는 조급함이 함께 자리 잡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적과 진학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몸을 싣기 전, 여러분이 반드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나는 지금 내 인생의 '참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남이 짜놓은 각본 위의 연기자로 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우리 청소년들이 자기 인생의 참주인으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동서양의 지혜의 보고(寶庫)인 고전(古典)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당나라의 고승 임제 선사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서 있는 그곳이 모두 진리(진실)가 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흔히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가거나, 어른이 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을 때만 내 인생의 주인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임제 선사가 말하는 '주인'은 환경의 노예가 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 첫째, 타인과의 비교의 감옥에서 벗어나기다. 예컨대, 친구가 나보다 수학 성적이 높다고 해서 열등감을 느끼는 것은 내 기분을 '친구의 성적'에 맡겨버린 상태라 할 수 있다. 이때 자신은 주인이 아니라 환경에 휘둘리는 '객(客)'일 뿐이다. 둘째, 현재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공부를 하는 이유가 "내가 나의 성장을 위해 이 시간을 선택했다"라고 마음먹는 순간, 지루한 학습 공간은 나를 위한 단련의 장으로 변할 것이다. 서양 철학사에서 인간의 주체성을 가장 강렬하게 외친 망치를 든 철학자라 불리는 니체는 그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 정신의 변화 단계를 세 단계로 설명한다. 첫째는 낙타이다. 이는 타인이 지운 짐을 묵묵히 지고 "해야 한다"는 명령에 복종하는 단계다. 둘째는 사자이다. 이는 기존의 가치에 "아니오"라고 외치며 자유를 쟁취하려는 투쟁의 단계다. 셋째 단계는 바로 '어린아이'이다. 이는 "어린아이는 순진무구함이며 망각이고, 새로운 시작이자 하나의 놀이다“에 근거하고 있다. 즉, 어린아이는 자기 일에 몰입해 주변을 잊고 기쁨과 즐거움을 얻는 진정한 자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참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낙타처럼 억지로 짐을 지는 것도, 사자처럼 매사에 반항만 하는 것도 아니다. 어린아이가 놀이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듯, 자신의 삶을 하나의 '놀이'이자 '창조'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바로 자기 삶의 주인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참주인'의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여기에 그 세 가지 지침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나만의 언어'를 소유하라. 남들이 좋다는 학과, 남들이 입는 옷, 남들이 쓰는 유행어에만 매몰되지 않길 바란다. 주권(主權)은 내 생각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는 언어의 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둘째, '작은 승리'를 매일 목표로 하길 바란다. '오늘 단어 10개 외우기', '쉬는 시간 5분 명상하기'처럼 내가 스스로 결정하고 완수할 수 있는 작은 성취들이 모여 스스로의 삶은 통제 가능하다는 강력한 주인 의식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셋째, 실패할 권리를 당당히 행사하라. 결과가 나쁘더라도 "이건 내가 선택한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야"라고 말할 수 있다면, 이는 이미 주인이라 할 수 있다. 청소년 제위여, 학교에서 스스로를 '입시 기계'나 '평균 이하의 존재'로 정의하지 않기를 바란다. 여러분은 철학자 칸트가 말한 '자율적 인간'이며, 장자가 말한 '소요유(逍遙遊, 얽매임 없이 자유롭게 노니는 경지)'의 잠재력을 가진 귀중한 존재이다. 새 학기, 새로운 마음과 자세로 교문을 들어설 때 마음속으로 이 한 문장을 새겨보길 바란다. "이 시간의 주인은 나다. 나는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오늘을 선택했다"고 말이다. 여러분이 당당한 '참주인'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길 진심으로 응원하는 바이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
- 기획·연재
- 연재
-
[전재학의 교육칼럼] 새로운 학기, 내 인생의 '참주인'으로 당당히 서는 법
-
-
[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글자 속에 새겨진 계절의 기억(春夏秋冬)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춘하추동”이라 부른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나타내는 이 네 글자는 마치 처음부터 추상적인 시간의 구분을 뜻하는 듯하다. 그러나 갑골문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훨씬 생생하다. 계절을 나타내는 글자들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고대인이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관찰한 자연과 생명의 순간들이 그림처럼 새겨진 흔적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춘풍(春風), 하계(夏季), 만추(晩秋), 동면(冬眠) 같은 단어를 쓰며 계절을 언어로 호명한다. 하지만 이 네 글자가 어떻게 지금의 형태로 정착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인류가 자연과 맺어온 관계의 깊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 봄 - 새싹이 움트는 순간, 春 봄은 언제나 시작의 계절이다. 갑골문 속 春은 해(日)와 땅에서 막 솟아나는 새싹을 그린 모습이었다. 마치 한 점 씨앗이 움트며 땅 위로 고개를 내미는 장면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하다.([그림 18] ‘春’ 참조) 시간이 흘러 금문에서는 풀(艹의 전신)과 뿌리내림(屯의 초기형)이 결합되고, 거기에 해(日)가 더해졌다. 결국 해서체에 이르러서는 艹(풀) + 屯(싹 틔움) + 日의 구조로 정리되어 오늘의 春자가 되었다. 즉, 봄이라는 계절은 추상적인 “시간 단위”가 아니라 햇살을 받아 씨앗이 깨어나는 생명의 관찰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입춘(立春), 춘설(春雪) 같은 말 속에도 늘 생명과 새로움의 이미지가 배어 있다. □ 여름 - 더위에 지친 몸, 夏 여름은 뜨겁다. 갑골문 속 夏는 해 아래서 팔다리가 축 늘어진 사람의 형상을 담았다. 태양의 열기에 머리에서는 열기가 솟고, 사지(四肢)는 힘없이 처져 있다. 글자 하나에 “더위에 지친 몸”이라는 생생한 체험이 담겨 있는 셈이다. 금문으로 가면 이 사람 형상 위에 해(日)가 얹혀진다. “뜨거운 햇볕 아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소전 단계에서는 머리 부분이 頁(혈)의 전신으로 정리되고, 해서체에 이르러서는 팔이 생략되고 다리만 夂 모양으로 남아 지금의 夏자가 완성되었다.([그림 18] ‘夏’ 참조) 우리가 하복(夏服)을 입고, 하계(夏季)를 보내며, 여름방학을 즐긴다고 말할 때, 그 속에는 사실 고대인이 더위에 늘어진 몸을 문자로 남겨둔 기억이 숨어 있는 것이다. □ 가을 - 귀뚜라미와 곡식의 계절, 秋 가을, 한자로 秋를 쓰면 흔히 벼(禾)와 불(火)의 결합이라고 배운다. 볕에 벼가 익는 계절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갑골문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초기의 秋자는 귀뚜라미를 옆으로 눕혀 그린 상형이었다. 다리와 더듬이가 표현된 이 작은 곤충은 울음소리가 “추추”로 들려 가을을 알리는 존재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소리로 계절의 변화를 느꼈고, 글자에도 담았다.([그림 18] 秋 참조) 이후 금문 단계에서 귀뚜라미 옆에 벼(禾)와 불(火)이 더해졌다. “볕에 곡식이 익는다”는 농경적 의미가 추가된 것이다. 소전과 해서에 이르러서는 곤충 도상이 생략되고 禾와 火만 남아 오늘날의 ‘秋’ 자가 되었다. 그래서 추호(秋毫, 털끝처럼 미세함), 만추(晩秋), 추상(秋霜) 같은 말 속에는 단순히 곡식만이 아니라, 곤충 소리에 귀 기울이던 고대인의 감각이 함께 녹아 있다. □ 겨울 - 차가움과 탯줄, 冬 겨울은 차갑고 고요하다. 그런데 갑골문 속 冬은 의외로 갓난아이의 탯줄을 닮은 형상에서 출발했다. 둥글게 휘어진 선이 마치 배꼽과 탯줄을 연결한 듯하다. 왜 겨울에 탯줄일까? 갓 태어난 아기가 처음으로 느끼는 감각은 바로 “춥다”는 것이었다. 고대인은 이 신체적 체험을 겨울이라는 계절에 빗댄 것이다. 금문에서는 그 안에 해(日)가 들어가 ‘계절의 한 시점’을 강조했고, 소전에서는 해 대신 얼음을 뜻하는 부호(冫의 전신)가 자리 잡았다. 해서에서는 위쪽의 움직임 표지 夂와 좌측의 冫이 결합해 오늘날의 冬이 되었다.([그림 18] 冬 참조) 그래서 동계(冬季), 동면(冬眠), 월동(越冬) 같은 단어에는 단순히 추위 이상의 삶과 탄생의 기억이 겹겹이 깔려 있다. □ 문자에 새겨진 시간의 철학 춘하추동, 이 네 글자는 갑골문에서 출발해 금문, 소전, 해서로 이어지며 점점 간결해졌다. 처음에는 그림 같은 도상(icon)이었지만, 후대로 갈수록 부수와 구조가 정제되며 체계적인 문자로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이 단순히 필기 효율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연의 관찰(햇살, 초목, 곤충, 추위)과 인간의 체험(더위에 지친 몸, 아기의 탯줄)이 문자로 응축되었고, 그 의미가 세대를 거쳐 농경적·사회적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춘추전국(春秋戰國)’이라든가 ‘하계 올림픽(夏季)’, ‘추수감사절(秋收感謝節)’, ‘동지(冬至)’처럼 당연하게 쓰지만, 그 뿌리에는 고대인의 감각적 경험과 생명에 대한 통찰이 배어 있다. □ 오늘의 독자에게 이제 “춘하추동”이라는 말을 다시 떠올려보자. 그것은 단순히 사계절을 나열한 말이 아니다. 씨앗이 움트는 새싹, 더위에 지친 몸, 귀뚜라미 소리, 아기의 탯줄 같은 구체적 체험이 문자로 응고된 언어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글자 하나하나는 사실 자연과 인간이 나눈 오래된 대화의 기록이다. 그래서 한자를 읽는다는 것은 단지 뜻을 아는 일이 아니라, 그 속에 새겨진 수천 년 전 사람들의 감각과 세계관을 엿보는 일이기도 하다. 춘하추동은 시간의 이름이자, 인간과 자연이 맺어온 관계의 압축 파일이다. 그것을 풀어내는 순간, 우리는 언어를 넘어 삶과 문화의 깊은 층위에 닿게 된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
- 기획·연재
- 기획
-
[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글자 속에 새겨진 계절의 기억(春夏秋冬)
-
-
[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Celebrating Seollal at the Korean Folk Village
- [교육연합신문=이채원 학생기자] Seollal in Korea is a time of remembrance and family. It is celebrated by visiting your family, paying respects to your ancestors, and going back to the original Korean traditions. One place that is an amazing location to go to during this holiday is the Korean Folk Village(한국민속촌). Located in Yongin, not too far from Seoul, the Korean Folk Village has everything, from authentic restorations of real houses from the Joseon Dynasty village from each province to traditional performances to ghost houses. Spread across the map are many different houses from different provinces and social class areas. All 270 of them have been relocated and restored to provide visitors with an authentic experience. These houses contain numerous small details that reveal aspects of the homeowners’ daily lives, such as the tools, decorations, and even the house's structure itself. Some notable locations include the Landowner’s House in the Southern Region, the Provincial Governor’s Office, the Nobleman’s Mansion in the Central Region, and the Kumryonsa Buddhist Temple—all located in the Folk Village. With many houses to walk through and sights to see, the Korean Folk Village presents a perfect opportunity to learn about Korean traditional culture in an interactive way. Other than the Folk Village, there are also interactive elements within the location. The Korean Folk Village includes the “four seasons festival”, with festivals 365 days a year. For example, “Welcome to Joseon” runs from March to June, “A Flash of Water in the Dry Sky” from July to August, “The Ghost World” from September to November, and “A Christmas with the King” from November to March. There are also yearly performances with traditional arts, from musical instruments to farmers' music and dance to parades. The location also has a Market Village and a Market Place with food and souvenirs. The Amusement Village is a fun place to go for families to rest after walking around the Folk Village, where Viking ships, horror house experiences, and even slow sled fields (only available in the winter) await. As a place rich with heritage and authentic traditional experiences, the Korean Folk Village stands as one of the best places to go during Seollal for anyone of all ages. Whether it’s strolling around through the houses or engaging in traditional Korean festivities, the museum reanimates the past, allowing visitors to step into Korea’s history and experience its customs in a lively and immersive way.
-
- 기획·연재
- 청소년국가유산지킴이 기자단
-
[국가유산지킴이기자단] Celebrating Seollal at the Korean Folk Village
-
-
[전재학의 교육칼럼] ‘독서국가’의 선언, 그러나 사서교사는 어디에 있는가?
-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가 ‘독서국가’를 선포했다는 소식은 이 나라의 장래를 위해 매우 반가운 사실이다. 문해력 저하, 사고력 빈곤, 학습격차 심화라는 위기의식 속에서 독서를 국가 교육의 핵심 전략으로 재정립하겠다는 선언은 분명 시대에 부응한 요청이다. 그러나 선언은 시작일 뿐이다. 정책은 사람을 통해 구현된다. 그 중심에 있어야 할 사서교사의 전국 배치율이 16%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현실은 ‘독서국가’가 아직 구호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서교사는 단순히 책을 정리하고 또 관리하는 인력이 아니다. 교과 수업과 연계한 정보활용교육, 독서교육,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교원이다. 핀란드나 독일 등 독서 선진국에서는 학교 도서관과 사서교사가 교육과정의 한 축을 담당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도서관은 있어도 사람은 없다”는 말이 교육 현장의 자조처럼 회자되고 있다. 문제의 출발점은 우리의 사서교사 양성과정에 있다. 현재 사서교사는 교원자격증을 취득해야 하지만, 양성과정은 극히 제한적이고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 일부 대학에서만 사서교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으며, 매년 배출 인원도 매우 적다. 그 결과 임용시험 자체가 거의 열리지 않거나, 열리더라도 극소수만 선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예비 사서교사들은 수년간 임용을 준비하다 결국 진로를 포기하거나, 기간제·비정규직 형태로 현장을 떠돌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양성과정의 질적 수준이다. 많은 과정이 여전히 ‘도서관학’ 중심에 머물러 있어, 실제 학교 현장에서 요구되는 교육역량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한 중학교에서 사서교사가 교과교사와 협력해 프로젝트 수업을 설계하려 했지만, 협력수업 경험이나 교육과정 이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례는 낯설지 않다. 이는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양성과정에서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충분히 길러주지 못한 구조의 문제다. 현장 사례는 사서교사의 효과를 분명히 증명한다. 사서교사가 상주하는 한 초등학교에서는 매일 아침 ‘10분 독서’가 형식이 아닌 생활이 되었다. 교과 연계 독서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책을 ‘과제’가 아니라 ‘생각의 도구’로 인식하게 되었고, 그 결과 글쓰기와 토론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반면 사서교사가 없는 학교에서는 도서관이 자물쇠로 잠긴 채 창고처럼 방치되거나, 단순 대출 공간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속 교사 또한 학생 앞에ㅓ 책 한 권을 선도해 읽는 학교 문화를 이끌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독서 격차는 곧 교육 격차로 이어진다. 이제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사서교사 양성과정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국립대와 교육대학을 중심으로 사서교사 전공 트랙을 신설하고, 안정적인 임용 규모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둘째, 양성과정의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 교육과정 이해, 수업 설계, 교과 협력,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핵심 역량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셋째,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한 전환·연수 과정도 적극 도입해 학교도서관 전문인력을 단계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책을 읽지 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이 말은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을 패러디한 것이다. 한때 일본은 책읽는 민족으로 널리 알려졌었다. 그 결과는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 27명을 배출한 선진국으로 변모했다. “내 인생의 8할은 어려서 마을 도서관에서 이루어졌다”는 빌 게이츠의 말은 이미 널리 회자된 바가 있다. 역사상 물줄기를 크게 바꾼 세계적 위인들이 한때 책 읽기에 몰입한 ‘독서광’이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서사로 전해지고 있다. ‘독서국가’는 책의 양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책을 통해 질문하고, 연결하고, 사유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사서교사는 독서국가의 장식물이 아니라 엔진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선언이 아니라, 그 엔진을 키우겠다는 국가의 실질적인 결단이다. 사서교사 양성이나 임용 없는 독서국가는 모래 위에 지은 집 즉, 사상누각(沙上樓閣)과 결코 다르지 않음을 다시금 확고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
- 기획·연재
- 연재
-
[전재학의 교육칼럼] ‘독서국가’의 선언, 그러나 사서교사는 어디에 있는가?
-
-
[오피니언리더스] 한효섭 부산한얼고 교장 퇴임…“수고는 무슨 수고인가”
-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부산 한얼고등학교 한효섭 교장의 퇴임은 단순한 임기 만료가 아니다. 전국의 교장들에게 던지는 하나의 질문이자, 교육 리더십에 대한 깊은 성찰의 메시지다. 올해 80세로 최고령 학교장에 속하는 한 교장은 4년의 임기를 마치며 연임 요청을 받았지만, 정년이 남아 있는 후배에게 학교 경영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스스로 물러났다. 더 머무를 수 있었지만, 그는 떠날 때를 선택했다. 그의 선택은 “언제까지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언제 내려놓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답이었다. 재임 기간 동안 그는 휴일을 가리지 않고 학교를 지켰다. 교육 환경 개선, 재정 안정화, 조직의 화합을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성과를 내세우기보다 기반을 다지는 데 힘을 쏟았고, 학교를 ‘내 업적의 무대’가 아니라 ‘공동체의 터전’으로 여겼다. 퇴임 자리에서 그는 말했다. “학교는 한 사람의 힘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니다. 나는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그리고 덧붙였다. “월급 받고 일했는데 무슨 수고인가.” 이 말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다. 공직의 본질에 대한 선언이다. 직무는 희생이 아니라 책임이며, 자리는 특권이 아니라 맡겨진 역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늘날 교육 현장은 급변하는 정책 환경과 학령인구 감소, 학교 공동체 갈등 등 복합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리더의 태도는 더욱 중요하다. 성과를 과시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준비시키는 리더십. 권한을 행사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책임을 완수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한효섭 교장의 퇴임은 전국의 교장들에게 묻는다. 자리는 얼마나 오래 지키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지키다 떠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 학교는 나의 성취를 위한 공간인가, 아니면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인가. 그는 화려한 수식 대신 담백한 한 문장으로 교육자의 품격을 남겼다. “수고는 무슨 수고인가.” 그 울림은 특정 학교를 넘어 전국 교장들에게 향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 리더십의 본질을 다시 묻고 있다. 떠나는 순간까지 품격을 잃지 않은 그의 선택은 오래도록 교육 현장에 남을 하나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한효섭 교장 ◇ 학교법인 한얼교육재단 설립자(이사장) ◇ 한얼고등학교 교장 ◇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회장 ◇ 한국노인교육연합회 회장 ◇ 대한민국헌정회 이사 ◇ 부산동성고등학교 졸업 ◇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중등교육행정 석사 ◇ 컬럼비아퍼시픽대학교대학원 정치학 박사
-
- 기획·연재
- 오피니언리더스
-
[오피니언리더스] 한효섭 부산한얼고 교장 퇴임…“수고는 무슨 수고인가”
-
-
[김홍제의 목요칼럼] 성공을 가르친 교육, 침묵을 배운 사회
-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2019년 미국 금융가이자 사교계 인사였던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이 미성년자 성착취과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된 뒤 구치소에서 사망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으로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엡스타인은 정계·재계·학계·문화계 가릴 것 없이 돈과 권력, 명성을 가진 자는 누구나 자신의 섬으로 초대했다. 그 섬은 나중에 미성년 피해 여성들이 최소 1,000여 명 정도로 추정되는 장소였다. 초대받은 사람 중에 성착취를 했다고 인정한 사람은 없다. 이들의 성범죄를 유추할 수 있는 근거는 엡스타인 파일 속에 담긴 수많은 이메일과 사진뿐이다. 엡스타인 사건의 핵심은 범죄의 잔혹성만이 아니다. 왜 그렇게 오랫동안 단죄되지 않았는가에 있다. 많은 사회 유명 인사들이 그와 교류했지만 문제 제기는 거의 없었다. 권력자들의 네트워크는 서로를 보호하는 장치로 기능했다. 엡스타인은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 입사하기 전에는 사립학교 교사였다. ‘엡스타인 사건’ 연루 주요 인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빌 게이츠 MS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놈 촘스키 교수, 영국 앤드루 전 왕자, 뵈르게 브렌데 세계경제포럼 총재 등이다. 그 명성이 충격적이다.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은 한 범죄자의 타락으로만 읽기엔 너무 많은 것을 드러냈다. 그것은 권력, 돈, 명성이라는 이름의 ‘성공’이 어떻게 도덕적 감각을 마비시키는지 보여준 사건이다. 한국 교육은 오랫동안 ‘어디에 들어갔는가’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했다. 명문대, 대기업, 고소득 직업. 어릴 때부터 성취와 경쟁의 언어로 살아왔다. 성공의 기준이 단선적이다. 그럴수록 성공을 둘러싼 윤리적 질문은 주변으로 밀려났다. 엡스타인 사건에서 보듯이 사회적 지위는 때로 면죄부처럼 작동했고 주변의 엘리트들은 침묵을 선택했다. 능력과 네트워크가 도덕적 판단보다 앞설 때 사회 정의는 쉽게 무너졌다. 한국 사회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 라캉의 말을 보면 인간은 단순히 욕구를 충족하는 존재가 아니라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존재다. 권력과 부, 명성과 네트워크는 곧 상징계에서의 승인이다. 엡스타인은 그 상징적 권력을 매개로 욕망의 중심에 서 있었고 많은 이들은 그 주변에서 침묵을 선택했다. 우리는 무엇을 성공이라 가르쳐왔는가. 명문대, 자산, 인맥을 향한 경쟁 속에서 ‘타자의 욕망’을 내면화하도록 교육한 것은 아닌가. 우리는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로서 윤리적 주체 대신 상징적 지위를 좇는 주체로 학생을 길러낸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라캉에게 욕망은 제거할 대상이 아니라 자각하고 책임져야 할 구조다. 교육은 바로 그 책임을 가르치는 장이어야 한다. 엡스타인 사건은 욕망을 통제하지 못한 개인의 타락이 아니라 욕망을 성찰하지 못한 사회의 실패다. 교육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무엇을 가질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주체로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질문하게 하는 것이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
- 기획·연재
- 연재
-
[김홍제의 목요칼럼] 성공을 가르친 교육, 침묵을 배운 사회
-
-
[구본희 반려詩選] 와우디족(Wow-di 族)
- [교육연합신문=구본희 詩選] 와우디족(Wow-di 族) 손끝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세대들. 웃음도, 분노도 쇼츠처럼 스쳐간다. 느림은 지루하고 침묵은 불편해, 스크롤 속에서 하루를 소비한다. 감정은 이모티콘으로, 대화는 댓글 몇 줄이면 족하다. 밥을 고르고 영화를 클릭하며 우리는 '와우'에 중독된 삶을 산다. 손안의 세상ㅡ 화면은 눈부시지만, 마음은 에덴강 너머 어스름 속에 잠긴다. ※와우디족(Wow-di 族): Wow와 Digital 이 합성된 신조어.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디지털 소비에 심취한 세대를 성찰. ▣ 구본희 ◇ 前인천국제고등학교 교장
-
- 기획·연재
- 연재
-
[구본희 반려詩選] 와우디족(Wow-di 族)
-
-
[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문자에 새겨진 나침반(東西南北)
-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우리는 ‘동서남북’을 너무나 당연하게 쓴다. 동쪽은 해가 뜨는 곳, 서쪽은 해가 지는 곳, 남쪽은 따뜻한 곳, 북쪽은 차가운 곳. 그러나 이 네 글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곰곰이 물어본 적이 있는가. 방향이라는 추상 개념이 문자로 기록된 것은 단순한 발명이 아니라, 고대인의 삶과 도구, 그리고 눈앞의 자연을 관찰한 결과였다. 이에 갑골문 해석은 흥미로운 시각을 던져준다. 전통적 해석은 ‘동(東)’을 나무와 태양으로, ‘서(西)’를 새의 보금자리로 풀이하지만, 이 강연은 생활사적 흔적에 주목한다. 즉, 방향 문자는 일상 도구와 행위에서 비롯되었고, 후대에 의미가 정제되어 오늘날의 동서남북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 동(東) - 자루를 메고 떠난 사냥꾼 갑골문 속 ‘東’은 오늘날 우리가 아는 나무(木)와 해(日)를 합친 모양이 아니다. 오히려 굵은 막대와 잔가지를 엮고 짐승 가죽으로 씌운 자루의 그림과 닮았다.([그림 17] ‘東’ 참조) 고대인에게 자루는 삶의 필수품이었다. 사냥으로 얻은 고기, 채집한 열매를 담아 집으로 가져오는 도구였다. 흥미로운 점은, 그 자루가 해 뜨는 쪽과 연결되었다는 사실이다. 사냥과 채집은 이른 아침, 동쪽에서 떠올리는 태양과 함께 시작되었다. 자연스레 ‘자루’라는 그림은 곧 해 뜨는 방향, 동쪽을 뜻하게 되었다. 그 후 문자 변천의 과정을 거치면서, 갑골문의 자루 그림은 금문과 소전에서 도식화되었고, 해서에 이르러 오늘날 우리가 쓰는 ‘東’자가 되었다. 이처럼 문자 속 자루 하나가 인류의 동쪽 인식의 뿌리가 되었으니, 동방을 ‘해 뜨는 쪽’으로 이해한 관습이 단순한 천문학적 관찰을 넘어 생활 도구와도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 서(西) - 물항아리에 깃든 석양 ‘西’자는 흔히 둥근 새집 속 새가 날아드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갑걸문은 다른 길을 제시한다. 홍산문화의 채색 토기, 즉 물 항아리 그림과 ‘西’자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는 것이다.([그림 17] ‘西’ 참조) 고대 농경사회에서 하루의 마지막은 물과 함께 정리되었다. 사냥에서 돌아와, 밭일을 마치고, 저녁을 준비하는 시각. 그때 물항아리가 중요한 도구로 등장했다. 해가 지는 서쪽은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풍경과 맞닿아 있었다. 그래서 ‘서쪽(西)’은 단순한 방위가 아니라, 하루가 저무는 시간과 행위를 상징했다. 이후 ‘서양, 서구’ 같은 의미로 확장되었지만, 그 기원에는 물항아리를 들고 석양을 바라보던 고대인의 일상이 스며 있다. □ 남(南) - 악기와 따뜻한 바람 ‘남쪽’은 의외로 음악과 관련이 깊다. 은허에서 출토된 고대 악기 모양의 도상이 곧 ‘南’의 초기 형태라는 해석이다.([그림 17] ‘南’ 참조) 더욱 흥미로운 것은 발음이다. 고대 중국어에서 ‘南’[남]과 ‘暖(따뜻하다)’[난]의 발음이 비슷했다. 이 때문에 악기의 이름이 따뜻한 방향, 곧 남쪽을 가리키는 말로 차용되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남쪽을 따뜻한 지역으로 인식한다. 계절풍의 영향으로 북반구에서 남쪽은 햇볕이 강하고 기후가 온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골문 속 남자는 단순히 기후적 특징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소리를 내던 악기의 이미지와 언어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문자에 담긴 남쪽은 따뜻한 바람처럼, 음악처럼 사람의 감각을 자극하는 방향이었다. □ 북(北) - 그림자의 방향 네 방향 중 가장 상징적인 것은 ‘北’이다. 갑골문 속 ‘北’은 등진 두 사람처럼 보인다. 왜 사람 둘이 서로 등을 지고 있을까?([그림 17] ‘北’ 참조) 설명은 이렇다. 고대인은 늘 남쪽을 바라보고 제사를 지냈다. 그렇게 남쪽을 마주할 때, 사람의 그림자는 북쪽으로 길게 드리워졌다. 곧, 그림자가 지는 방향이 북쪽이었다. 그러나 그림자는 문자의 형태로 옮기기 어려웠다. 그래서 사람 둘이 서로 등을 지고 선 형상으로 단순화한 것이 오늘날의 ‘北’자가 되었다. 북쪽은 차갑고 음울한 방향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갑골문 속 북은 단순한 추상이 아니라, 태양과 사람, 그림자의 구체적 경험에서 비롯된 상징이었다. □ 문자 변천과 해석의 여지 동서남북 네 글자는 갑골문에서 출발해, 금문과 소전, 해서로 이어지면서 오늘날의 모습으로 굳어졌다. 처음에는 그림에 가까운 표상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점 단순화·도식화되었다. 강연자는 이 과정에서 주류 문자학의 해석, 특히 ‘동=나무와 태양’ 같은 전통 설명에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대신 고고학 유물, 생활 도구, 풍습을 바탕으로 새 해석을 제안했다. 물론 이는 추정과 상상력을 포함한다. 따라서 문자학·고고학의 더 많은 증거와 교차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우리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준다. 문자는 삶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이다. □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동서남북은 단순한 나침반의 방위가 아니다. 그것은 고대인이 들었던 자루, 썼던 항아리, 울려 퍼지던 악기, 그리고 태양 아래 드리운 그림자의 기억이다. 우리는 그 기억을 문자라는 껍질 속에 간직한 채 오늘도 “동쪽 해가 떴다” “서쪽 하늘이 붉다” 말하고 있다. 이제 동서남북을 떠올릴 때, 단지 지리적 방향만이 아니라 그 속에 새겨진 고대인의 삶과 상징을 함께 느껴보면 어떨까. 문자가 곧 문화의 기록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가 쓰는 한 글자 한 글자가 새로운 풍경처럼 다가올 것이다. 그래서 한자는 풍경이요, 스냅샷이요, 압축 파일인 것이다. □ 한눈에 보는 동서남북 문자 기원 ㅁ동(東) : 자루 그림 → 해 뜨는 쪽(사냥·채집의 시작) ㅁ서(西) : 물항아리 그림 → 하루 끝, 해 지는 쪽 ㅁ남(南) : 악기 모양 → 따뜻한 발음과 연결 → 남쪽 ㅁ북(北) : 사람+그림자 → 그림자가 향하는 쪽 → 북쪽 방향은 언제나 길을 찾게 해준다. 그러나 문자가 말하는 방향은 단순한 나침반의 좌표가 아니다. 그것은 고대인의 눈과 손, 그리고 삶의 궤적이 새겨진 문화적 나침반이다. 오늘 우리가 동서남북을 부르는 순간, 사실은 수천 년 전의 사냥꾼, 농부, 음악가, 제사장의 세계와 조용히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
- 기획·연재
- 기획
-
[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문자에 새겨진 나침반(東西南北)
-
-
[오피니언리더스] 이현우 부산서구의원, “정치는 골목에서 시작됩니다”
-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부산광역시 서구의 한 골목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의원님, 이제 밤길이 무섭지 않아요.” 짧은 한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오랫동안 쌓여온 불안과 안도의 감정이 함께 담겨 있었다. 그 골목은 오래된 주택가 사이에 있었다. 가로등은 희미했고, 계단 난간은 손으로 잡으면 흔들렸다. 비가 오는 날이면 물기가 마르지 않아 미끄러웠고, 어르신들은 늘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한 발 한 발 집으로 향해야 했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시설 보수’일지 모르지만, 그곳을 매일 오르내리는 주민들에게는 하루의 안전이 달린 문제였다. 그날 한 어르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기 좀 봐주세요. 넘어질까 무서워요.” 그 말을 듣고 멈춰 선 사람이 있다. 바로 이현우 의원이다. ■ "민원은 숫자가 아니라 얼굴입니다" 이 의원은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섰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다시 그 골목을 찾았다. 밤의 밝기와 그림자, 계단의 경사와 난간의 흔들림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담당 부서와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쳤다. 단순 요청이 아니라 예산 반영 가능성과 공사 시기, 주민 불편 최소화 방안까지 꼼꼼히 챙겼다. 조명은 교체되었고, 난간은 보강되었다. 몇 주 뒤, 같은 어르신이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이제는 손주 손 잡고 다닐 수 있어요.” 그 순간, 그 골목은 단순히 밝아진 것이 아니라 ‘안심’이라는 감정을 되찾았다. 이 의원은 말한다. “민원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한 사람의 일상이 바뀌면, 그게 정치의 이유입니다.” 기자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정치는 언제부터 보고서와 통계가 되었는가. 정치는 원래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 아니었는가. ■ 지역일꾼의 자세 그는 자신을 ‘의원’보다 ‘지역 일꾼’이라 부른다. 큰 정책보다 주민 한 사람의 불편을 먼저 살핀다. 통학로의 균열, 경로당 냉난방 문제, 상인의 간판 조명, 폭우 뒤 배수로 정비…. 작은 민원 하나라도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 민원을 듣고, 현장을 걷고, 행정과 연결하고, 처리 과정을 점검하고, 다시 현장을 찾는다. 그 반복 속에서 신뢰가 쌓인다. 주민들은 말한다. “연락하면 끝까지 챙겨주는 사람이다.”, “결과를 꼭 알려준다.”, “해결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서구 해결사’다. 하지만 그가 해결하는 것은 단지 시설 문제가 아니다. 주민의 불안을 덜어주고, 일상의 안정을 되돌려 주는 일이다. ■ 봉사에서 배운 정치 겨울 부산연탄은행 나눔 봉사 현장에서,폭염 속 경로당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태풍이 지나간 뒤 파손된 시설을 살피는 골목에서. 그는 늘 먼저 와 있었다. 누군가는 묻는다.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그는 웃으며 말한다. “이웃이 불편하면 저도 편하지 않습니다.” 정치가 직업이 되기 전에, 그는 먼저 이웃이었다. 그래서 그의 정치는 따뜻하다.목소리를 높이기보다 손을 내민다. 성과를 자랑하기보다 주민의 말을 먼저 듣는다. ■ 정치의 본질을 다시 묻다 정치는 멀리 있지 않다. 골목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순간, 그곳이 정치의 자리다. 이현우 의원이 밝힌 골목은 어쩌면 작은 공간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곳에서 시작된 변화는 주민의 마음에 오래 남는다. 어두웠던 길이 밝아졌고, 흔들리던 난간이 단단해졌으며, 무섭던 밤길이 안심의 길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맙습니다”라는 한마디가 정치의 이유를 다시 일깨워 주었다. 부산 서구에는 오늘도 묵묵히 골목을 걷는 한 지역 일꾼이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따뜻한 정치. 우리는 어쩌면 그런 정치인을 오래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
- 기획·연재
- 오피니언리더스
-
[오피니언리더스] 이현우 부산서구의원, “정치는 골목에서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