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殷字·東夷·韓民族 이야기] 다섯 차례의 동북공정, 그 긴 그림자
역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를 향해 묻고 있다. “너희는 스스로의 이름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역사는 흔히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거울은 언제나 투명하지 않다. 권력을 쥔 자가 의도적으로 색을 입히면, 우리는 원래의 모습을 잃어버린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 역시 그러하다. 많은 이들은 이것이 최근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동북공정은 오래전부터 다섯 차례나 반복되어 온 역사 왜곡의 연속극이었다.
첫 번째 막-공자의 논리
동북공정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공자에게 닿는다. 춘추전국 시대, 화하족과 동이족은 대립과 충돌을 거듭했다. 공자는 화하족의 입장에서 역사를 해석했다. 『시경』에는 “화하와 동이가 모두 주나라를 따른다”는 구절이 있다. 공자는 이 문장을 근거로 동이족을 ‘화이불변(華夷不辨)’의 틀 속에 가두었다. 다시 말해, 동이는 독자적인 문화를 가진 주체가 아니라 화하에 흡수되어야 할 주변부로 규정된 것이다. 이 순간부터 동이 문화는 문명과 야만의 경계선 바깥으로 밀려났고, 그 빛은 의도적으로 희미해졌다. 공자의 위대한 사상 뒤편에는, 이렇게 타자의 문화를 지워버린 배타적 논리가 숨어 있었다.
두 번째 막-사마천의 『사기』
그 뒤를 잇는 왜곡의 주인공은 사마천이었다. 그는 『사기』라는 방대한 역사서를 통해 동이족의 시조인 ‘현원’을 중국 하나라의 시조로 둔갑시켰다. 동이족의 기원을 아예 중국사의 일부로 끌어들인 것이다. 『사기』 이후의 정사들은 모두 이를 본보기로 삼았다. 결국 동이의 역사는 자기 이름을 잃고, 중국 역사에 종속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사마천은 스스로를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이라 자처했지만, 사실상 그는 기록을 통해 권력을 행사한 셈이었다. 역사의 기록이 곧 권력이라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세 번째 막-김부식의 『삼국사기』
놀랍게도 세 번째 동북공정은 중국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일어났다. 바로 김부식의 『삼국사기』다. 그는 신라 중심의 관점으로 역사를 재편했다. 발해와 신라가 나란히 남북조 시대를 형성했던 사실은 사라졌다. 발해는 역사에서 지워졌고, 우리 민족의 무대는 만주와 대륙에서 한반도로 축소되었다. 이는 단순한 기록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역사적 날개를 잘라낸 비극이었다. 이후 한반도 중심의 협소한 역사관은 우리의 시야를 좁히는 데 오랫동안 영향을 끼쳤다.
네 번째 막-일본 제국의 만선사관
네 번째 막은 일본 제국주의가 연출했다. 식민지배기 일본 학자들은 ‘만선사관(滿鮮史觀)’을 내세웠다. 만주와 조선의 역사는 본래 하나이며, 한국의 문화는 만주에 종속되었다는 논리였다. 그들은 이 이론으로 만주 침략을 정당화하고, 조선의 주체성을 지워냈다. 만주족의 독립성도, 한국 문화의 독창성도 모두 지워졌다. 식민사관은 결코 단순한 학문적 견해 차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제국주의의 칼날만큼이나 날카로운 정치적 무기였다.
다섯 번째 막-오늘의 동북공정
마지막 다섯 번째 막은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중국의 동북공정이다. 중국의 역사공정은 동북, 서북, 서남 공정으로 분류되는데, 특히 동북공정은 흑룡강성, 길림성, 요녕성에서 일어난 과거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는 역사 공정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 지방정권의 역사로 격하시켰다. 더 나아가 한복, 김치, 심지어는 K-팝과 K-드라마 같은 현대 문화까지 중국 기원이라는 억지를 주장한다. 과거 동이족의 역사를 빼앗던 방식이 이제는 한국의 현대 문화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고대에서 현재까지, ‘문화 강탈’은 일관된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다.
역사를 지켜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왜 우리는 역사를 지켜야 하는가. 역사는 한 번 빼앗기면 되찾기가 어렵다. 이름을 잃은 민족은 뿌리를 잃고, 뿌리를 잃은 민족은 미래를 설계하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 문명의 중요한 토대를 지켜온 민족이라는 사실을. 갑골문과 금속활자, 그리고 한글은 모두 문자와 기록 문명의 혁신을 이끌었다. 오늘날 반도체가 인류의 디지털 시대를 열어가듯, 우리는 언제나 ‘문자의 민족’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왔다.
동북공정의 다섯 막을 되짚는 일은 단순한 과거사 논쟁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미래를 지켜내기 위한 싸움이다.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이지만, 그 기록을 온전히 지켜내는 힘은 결국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동북공정의 그림자를 직시하고,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올곧게 지켜내는 것.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짊어진 가장 큰 과제다. 역사는 결코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를 향해 묻고 있다. “너희는 스스로의 이름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