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없는 청소년, 행복감 약 2배 낮아
학교적응·가족지지 없는 진로 불안, 청소년 삶을 흔든다
〔교육연합신문=이유연 기자〕
목표 없는 미래는 청소년들의 학교생활과 행복감까지 흔들고 있었다. 반대로 진로 목표가 분명한 청소년은 학교생활에 더 잘 적응하고 삶의 만족감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재엽 교수 연구팀은 전국 중·고교생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진로계획이 명확한 청소년은 학교적응 수준도 높고 행복감도 높아, 미래에 대한 준비가 현재의 삶의 질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5월 2일 밝혔다.
특히, 진로계획이 불분명한 청소년은 행복감이 낮은 집단에 속할 확률이 2배 높았고, 반대로 계획이 명확한 청소년은 행복감이 높은 집단에 속할 확률이 1.7배 더 높았다. 여기에 가족의 따뜻한 정서적 지지가 더해질 경우, 같은 수준의 진로 고민을 겪더라도 학교 적응도와 행복감이 뚜렷하게 높아지는 ‘상승효과’가 확인됐다.
연구에 따르면, 진로계획이 명확한 청소년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전반적인 삶의 만족감도 높은 경향을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학교 수업에 대한 흥미와 또래 관계에서의 소속감, 학교생활 만족도 등이 높았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행복감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면, 진로계획이 불분명한 청소년은 학교에 대한 흥미와 적응 수준이 낮았고, 삶의 만족감 또한 낮게 나타났다. 즉, 진로에 대한 방향성이 뚜렷할수록 학교적응과 행복감이 모두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된 것이다.
가족의 정서적 지지 여부에 따른 차이도 뚜렷했다. 가족으로부터 “항상 네 편이야”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경험한 청소년은 진로 불안을 느끼더라도 학교생활에 안정적으로 적응하며 행복감을 유지했다. 반면, 가족과의 대화가 드물고 정서적 지지가 부족한 경우에는 진로계획이 마련돼 있더라도 학교적응과 삶의 만족감이 낮아지는 양상이 관찰됐다.
연구를 주도한 신나은 연구원은 “진로는 단순한 직업 준비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며, “한국 청소년들이 OECD 최상위권의 학업 성취도를 보이면서도 행복지수는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로에 대한 방향성이 없는 청소년이 10명 중 6명(59.8%)에 달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38.0%에 이른다. 이는 아이들이 미래를 설계할 최소한의 기반조차 갖추지 못한 현실을 보여준다”며, “이럴 때 가족이 건네는 따듯한 말 한마디는, 진로 불안 속에서도 청소년이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를 붙잡을 수 있는 정서적 버팀목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나연 연구원은 “진로교육은 단순히 직업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자기이해와 감정조절, 가치 탐색까지 포함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아이들에게 진로 고민을 ‘혼자 감당하라’고 해서는 안 되고, 가정과 학교가 함께 손을 잡고 진로 여정을 동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흥미·강점 탐색 활동을 교과 과정에 편성하는 맞춤형 진로 수업 ▲부모‑자녀 진로 대화 워크숍 등 가족‑학교 연계 프로그램의 정례화 ▲학교사회복지사를 중심으로 한 진로·정서 통합지원 허브 구축 등을 정책·실천 과제로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진로교육 정책과 가족지원 프로그램 설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