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제의 목요칼럼] 일상에 던지는 착한 조약돌
"우리가 디딜 수 있는 선한 징검다리들이 많아질 때 세상은 꽃길이 된다."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불확실 시대를 아름답게 건너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선함의 원인이 되어야 한다. 느닷없이 땅이 꺼져서 사람이 죽고 비행기가 떨어지고 거대 텔레콤 통신회사의 서버가 해킹을 당하고 전쟁이 나고 계엄이 선포되고 상담을 하던 학생이 교직원과 행인에게 문구용 칼을 휘두르는 세상은 불안하고 위험하다.
불교에서는 세상이 촘촘한 인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업’도 운명이 아닌 ‘선택의 결과’이다. 원하는 미래가 있다면 그에 맞는 선택을 지금부터 하면 되는 것이다. 아무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미래에 영향을 주는 원인은 만들 수 있다.
4월 28일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있었다. 지하철과 전철, 고속철도가 멈추고 수십만 명이 고립되었다. 핸드폰과 컴퓨터는 무용지물이었다. 신용카드 단말기도 꺼졌다. 현대문명이 전기에 의존하는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전기로 세상이 굴러가는 세상이지만 우리는 전기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자기장이나 전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현대 인류는 복잡해지는 땅위를 피해 땅속에 전선, 상하수도관, 인터넷 선, 사람이 다니는 지하도, 전철을 만들었다. 땅속은 보이지 않기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온전히 알 수 없다.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고 분명한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공포와 두려움을 느낀다. 느닷없는 범죄는 예상할 수 있는 범죄보다 더 불안하고 무서움을 준다. 알 수 없는 병에 걸렸을 때 공포는 더욱 커진다. 우리는 이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하여 불안과 공포에만 시달리며 살아야만 하는가. 알 수 없고 불안하고 위험한 일상에서 벗어날 길을 없는가.
생각해 보면 자신도 세상이나 타인에게 하나의 분명한 원인이다. 내 생각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내가 선하고 진실한 생각과 행동을 한다면 그 물결은 세상의 원인이 될 것이다. 착한 행위는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도 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불안하고 혼란한 세상의 원인은 욕심과 거짓과 태만이라는 의롭지 않은 원인 때문이다. 세상의 작은 파동을 제어할 수 없고 알 수 없기에 우리는 목숨마저 ‘느닷없는’ 결과에 맡기고 산다. 하지만 아름다운 삶은 자신이 선한 원인이 되어 세상에 선함의 동심원을 만드는 삶이다. 많은 선함의 동기가 모여서 시민운동이 되고 기부문화가 되고 산불로 타버린 이재민의 후원자가 되고 기댈 곳 없는 학생에게 따스한 온정이 되는 것이다. 착한 원인이 하나둘 쌓이면 세상은 살만한 곳이 될 것이다. 비록 알 수 없는 함정들이 곳곳에 있는 위험한 일상이지만 우리가 디딜 수 있는 선한 징검다리들이 많아질 때 세상은 꽃길이 된다. 괴로움이나 공포가 가득한 어두운 여정이 아니라 기쁨과 보람과 즐거움이 있는 삶의 여정이 된다.
오늘 ‘느닷없는’ 기쁨의 원인이 되는 나를 꿈꾼다. 선한 행위의 조약돌을 답답한 일상에 던져보려 한다. 상대방도 행복해지는 선한 동심원이 많아지면 답답한 학교와 사회, 형식적인 동료관계도 더욱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착한 조약돌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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