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0(토)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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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변화는 코끝에서 느껴지는 공기의 냄새에서부터 시작되는 듯하다. 어쩌면 그리도 신기하게 공기는 계절에 따라 특유의 향을 갖고 있을까? 계절이 바뀌었나 애매할 때도, 이른 아침 찬란하게 떠오르는 햇빛 속에서, 늦은 오후 지는 해를 바라보며 노을 속에서 가슴 깊이 계절의 냄새가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그 계절이 주는 향기는 우리를 그 냄새가 났던 어린 시절로, 또 아련한 추억 속으로 데려다주기도 한다.

추워서 옷깃을 여미던 겨울이 어느새 나른함을 한껏 담은 봄으로 바뀌었다. 새싹이 돋아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기도 하지만 그 따듯함에서 오는 기분 좋은 나른함이란...

주변에서 밥만 먹으면 잠이 온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요즘이다. 몸에 이상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그럴 수 있겠다 싶은 계절이다. 따뜻한 봄의 냄새에 취해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잠과 관련된 일화가 전해지는 클래식 곡이 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아마 많은 사람들이 제목까진 정확히 몰라도 영화를 보다가, 혹은 지나가다가, 혹은 라디오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여러 경로를 통해 언젠가는 들어봤음직한, 그만큼 자주 연주되거나 들을 수 있는 곡이다. 우리 귀에 익은 너무나 아름다운 아리아와 30개의 변주로 구성되어 있는 곡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18세기 초 작센의 영주이자 주 러시아 대사였던 헤르만 카를 폰 카이저링크 백작이 심한 불면증에 시달렸었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라이프치히를 방문했을 때 바흐에게 부탁해 불면증에 도움이 될 만한 곡들을 써달라고 했던 것. 그래서 바흐가 수면에 도움이 될 만한 길고 장대한 변주곡을 써서 줬는데, 효과가 좋았는지 바흐에게 금화를 넣은 황금 잔을 선물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곡을 바흐의 제자인 골드베르크가 처음 연주했기 때문에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고 불리어졌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일화가 정말 사실이었는지에 대해선 근거가 별로 없지만, 음악사에 있어서 변주곡으로서는 한 획을 그은 엄청난 곡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바흐는 당시에 대중적으로는 정말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는 올드한 방식을 고집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게다가 이 변주곡은 원래 쳄발로를 위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피아노로 연주하기엔 효과가 좋지도 않았고 쳄발로로 연주하기엔 또 어렵고... 당시 작품성 외에는 대중들에게 외면받을 만한 조건은 다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고집이 후대에 이르러서는 불변의 예술성과 아름다움을 다 갖춰, 변주곡 하면 이 작품을 떠올릴 만한 무게를 갖게 되었다. 역시 위대한 예술가는 후대에 알아보게 되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나중에 이 곡은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피아노로 레코딩을 해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피아노뿐만 아니라 관현악곡으로도 편곡되어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말이다.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사실 이 곡은 들어보면 잠이 올만한 지루한 곡이 아니다. 시작과 끝을 마무리하는 아리아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듣고 있으면 마음에 평화가 깃들고, 요즘처럼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에 가슴깊이 몽글몽글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사람마다 느끼는 느낌은 다를 수 있으니 일단 들어보기를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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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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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봄날의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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