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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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우균의 깨봉 칼럼] 생각의 수렴(은유로 정의하기)
    [교육연합신문=육우균 교육국장]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은유적 표현은 ‘침대-과학’의 배치가 침대가 더 이상 가구(영토화)가 아니라(탈영토화) 이제 잠을 잘 자게 하는 과학적인 원리로 재영토화된다. 이처럼 사고는 은유에서 비롯된다.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멀면 멀수록 사유의 깊이 또한 무제한으로 확대된다. 그렇기에 은유적 표현을 잘하려면 낯선 것, 다른 것, 혹은 잡종(하이브리드)들과 접속해야 한다. 친숙한 것들과의 만남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인간이라는 존재도 본래 낯선 것과의 만남 속에서 성장한다. 낯선 환경과 만나고 그 낯선 이물질들이 나에게 질문을 하게 만들고, 동시에 그 낯섦 속에서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이다. 또한 은유는 사물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더 확연히 들여다볼 수 있는 장치다. 은유의 연결은 그 본질을 알아야 연결 관계가 맺어진다. 관계맺기가 은유의 핵심이다. 관계를 볼 수 있으면 맥락을 보는 것이고, 그것은 본질에 다가가는 지름길이다. 은유적 표현은 나만의 유일한 것이라 나만의 색깔을 갖는다. 따라서 은유적 표현은 남이 흉내낼 수 없다. 은유는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언어의 마술이다. 은유로 정의한다는 것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사물의 핵심 정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왜 A=B지?’하고 그 이유를 생각해 볼 때 생각의 힘도 길러진다. 커다란 지적 쾌감을 준다. 마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었을 때 느끼는 감흥처럼.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옛날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는 천재의 속성에 관한 은밀한 비밀을 엿보게 하는 말을 그의 저서 『시학』에서 살짝 흘려놓았다. “이것만은 남에게 배울 수 없는 것이며, 천재의 표상이다. 왜냐하면 은유에 능하다는 것은 서로 다른 사물들의 유사성을 재빨리 간파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즉 은유는 유사성을 통해 ‘보편성’을, 비유사성을 통해 ‘창조성’을 드러내는 천재적인 생각의 도구다. ‘책은 도끼다.’ 할 때 ‘책’과 ‘도끼’는 그 쓰임이 다르다. 다를수록 융합적 사고가 된다. 즉 차원이 다른 두 물건(물질)이 섞여 다시 태어난 것은 매우 좋은 창조물이 된다. 이렇게 차원의 거리가 멀수록 좋은 창조물이다. 융합적인 글을 잘 쓰려면 ‘은유적 표현’에 능해야 한다. 은유적 표현은 더 넓은 상상력을 요구하며, 더 큰 감동을 안겨줄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보름달이 앞산에 떠오르고 있다. 산에 기대어 시간이 지날수록 부풀어 오른다. 마치 임신한 아내의 배 같다. 따라서 이를 은유로 표현하면 ‘보름달은 임신한 아내의 배다.’가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달은 한 달에 한 번씩 윙크한다.’ 왜냐하면 달은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다시 초승달로 변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재미있는 표현이고, 또한 창의적인 표현이다. 남들이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표현, 나만의 표현, 남과 다른 표현, 그것이 바로 독창적인 표현이고 그것은 은유에서 비롯된다. 그러면 은유로 정의하는 방법을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동백꽃은 봄의 순교자다.’ 란 은유적 표현이 있다. 왜 동백꽃은 봄의 순교자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 의문의 답은 이것이다. 훼절을 거부하고 한 순간 꽃 송이가 툭 져버린다. 천천히 시드는 법 없이, 생의 절정을 제 무덤으로 삼는다. 바람 부는 어느 봄날을 기다렸다 그 찰나에 결연히 제 몸 전부를 맡긴다. 얼마나 열렬한 믿음의 생애였기에 그 선홍빛은 돌아보지 않고 외마디로 지는 걸까? 『이 한 줄의 가사』 (이주엽) ‘길은 안전한 위험이다.’라는 은유적 표현이 있다. 왜 길은 안전한 위험이 될까? 그 의문의 답은 이것이다. 길은 이미 남이 닦아놓은 것이다. 그 길로 가면 안전하다. 쉽고 빠르다. 그러나 위험하다. 고정관념에 매이게 된다. 결국 인생의 길이란 자신이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을 수동적으로 가는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내가 나의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남이 개척해 놓은 길은 안전하지만 고정관념 때문에 새로운 곁길이나 길섶, 갓길은 제대로 보지 못한다. ‘얼어붙은 고정관념을 깨라’고 카프카는 말했다. 그것을 깨는 도끼는 바로 책(독서)이다. 그래서 “길은 안전한 위험이 된다.” ‘성직자는 쓰레기통이다’ 왜 그럴까? 마음의 욕심이 차면 비우기 때문에, 또는 세상의 쓰레기를 받아주는 사람이라서, 또는 평상시에는 성직자를 본체만체 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다쳐 아파할 때 꼭 필요한 사람이라서 마치 쓰레기통 같다고 하는 것이다. 이유를 알고 나면 ‘성직자는 쓰레기통이다’ 라는 말이 매우 참신한 표현임을 깨닫게 된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오직 나만의 표현이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예술적 천재들이란 공감각적 변이를 보여주는 사람들이다. 공감각은 감각끼리의 변화 과정, 즉 ‘-되기(化)’다. 들레즈에 의하면 의미는 주관 속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사물들이 서로 접속하면서 만들어진다고 보았다. 즉 사물들의 접속에 따라 생성된다는 것이다. 생성이란 무에서 유가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어떤 것이 다른 것으로 ‘되는 것’, 또는 ‘-되기’인 것이다. 어떤 공이 있는데, 그것이 ‘공 – 발 – 네트’와 계열화되면 ‘축구공’이 되고, ‘공 – 발 –넘어가는 네트’와 계열화되면 더 이상 ‘축구공’이 아닌 ‘족구공’이 된다. 또한 ‘공- 손-그물달린 링’으로 계열화되면 그 공은 ‘농구공’의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하나의 공이 어떤 항과 배치되느냐에 따라 공의 의미는 달라진다. 즉 다른 이웃을 만나면 다른 공이 되는 것이다. ‘-되기’는 어떤 사물이 다른 사물과 접속하여 또 다른 의미를 갖는 것을 말한다. 하나의 감각이 다른 영역의 감각을 일으키는 것으로 예를 들면 <시각 + 청각>이 청각의 시각화가 되는 것,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와 같은 표현을 말한다. 음악에서는 청각적 감각을 시각적인 것으로 바꿔주면 되는데, 백남준의 ‘다다익선’이란 작품이 그것이다. 미술에서는 음악과는 반대로 시각적인 감각을 청각적 감각으로 바꿔주면 된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풍덩」이란 작품이 그것이다. 이런 활동을 잘해야 예술 분야에서 천재란 말을 듣는다. 이런 공감각적 심상은 흔히 시에서 많이 사용된다.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든지 “웃음소리가 꽃잎처럼 흩어져 있다”.와 같은 예이다. 이처럼 은유적으로 어떤 개념을 정의하면 언제든지 글을 쓸 때 바로 써먹을 수 있다. 왜냐하면 A=B에서 ‘왜 A는 B인가?’ 하는 ‘이유’를 밝혀주면 그것이 곧 시가 되고 수필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단어를 개념 해체적 질문을 통해 새롭게 정의하면 자기만의 새로운 표현을 할 수 있게 된다. ‘소금’을 예로 들어보자. 소금은 바닷물과 햇볕으로 잉태된 아이다, 소금은 죽음으로 거듭난 보석이다, 소금은 죽은 후에 남은 흰 사리다. 소금은 물의 뼈다. 소금은 물의 흰 석류다. 소금은 바다의 상처요, 아픔이요, 눈물이다. 소금은 생명을 살리는 신비의 약이다. 소금은 부패를 허용하지 않는 짜디짠 영혼의 말씀이다. 이런 은유적 표현들이 시의 시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를 ‘은유의 보석상자’라 하지 않던가. 시를 쓰려면 맨 처음 은유부터 익혀야 하는 이유다. 은유는 움직이는 사유다. A에서 B로 건너가기다. 언어의 감옥인 사전에서 ‘건너간다’는 의미는 질서화를 무질서화 한다는 의미다. 억압에서 자유로 이동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려면 먼저 언어의 감옥에 갇혀있는 단어들(사전 속에 억압되어 있는 단어들)을 해방시켜야 한다. ▣ 육우균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前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자문위원 ◇ 前중등교사 임용시험 채점위원 ◇ 前영흥고등학교 교감 ◇ 前인천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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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19
  • [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인생의 턴오버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지난주 오케스트라에서 신년 음악회로 차이코프스키 심포니 5번을 연주했다. 해가 바뀌고 2월도 어느새 중반을 향해 달려가지만, 얼마 전 우리나라의 명절인 구정이 지난 뒤라 이제 정말 본격적인 새해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겠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은 일곱 곡이 있는데 그중 번호가 붙은 건 여섯 곡, 그리고 그중에서도 5번 교향곡은 6번 교향곡과 더불어 정말 많이 연주되고 사랑받는 곡 중 하나이다. 차이코프스키는 4번 교향곡까지 완성하고 거의 11년 만에야 5번 교향곡을 발표했는데, 그 11년 동안 주로 유럽으로 연주 여행을 다녔고 작곡도 했지만 주로 오페라를 썼다고 한다. 그 시기 차이코프스키가 썼던 편지들을 보면 교향곡을 작곡하는 것에 내심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11년 만에 세상에 나온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내적 우울과 갈등이 녹아 있는 것만 같고 마지막 악장으로 갈수록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것도 같다. 1악장부터 마지막 4악장까지 반복되어 나오는 주 멜로디는 너무나 아름다워 대중음악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우리가 잘 아는 가수 민해경의 노래에도 이 멜로디가 나오니 말이다.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지휘로 초연되었는데 당시 대중들에겐 인기가 좋았지만, 비평가들이나 차이코프스키 자신까지도 별로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인기도 더해지고 지금 우리들에겐 너무나 아름다운 곡으로 연주되고 있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않지만 시간은 누군가에겐 약이 되기도 하고, 시간과 더불어 더 단단해지기도 한다. 차이코프스키도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교향곡을 쓰지 못했던 데에는 나름 많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거기에 그가 원래 갖고 있는 우울한 기질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생각의 꼬리들이 우리를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것조차 더디게 만드는 날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시간은 잠시도 기다려주지 않고 흘러만 간다. 물론 차이코프스키도 다른 장르의 곡들을 작곡하고, 연주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다 보니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 버렸겠지만, 어쨌든 11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교향곡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그 또한 여러 생각으로 자신을 괴롭혔을 것이 뻔하다. 사람의 피부는 일정하게 턴오버 주기를 갖는다고 한다. 그래야 묶은 각질이 탈락되고 새로운 피부가 재생된다는 것이다. 묶은 각질이 제때 탈락되지 못하고 노폐물과 함께 쌓이다 보면 피부에 문제가 생긴다. 우리 인생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탈락되어야 할 각질도 때가 되기 전까진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다 필요한 존재다. 우리의 삶에서 언젠간 버려져야 할 어떤 것들도 지금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 신의 섭리가 참으로 놀랍다. 지금의 고통과 아픔, 힘든 여정이 언젠가는 탄탄한 장벽이 되어 우리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에는 인생의 턴오버 과정이 담겨 있는 것만 같다. 새로운 피부가 재생되기 위해서 지금의 상처는 결국 아물고 각질이 되어 탈락할 것이다. 비록 여러 원인으로 인해 재생 주기가 길어질 수도, 또는 짧아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삶은 피부의 턴오버 주기처럼 재생을 반복할 것이다. 겨울에서 봄을 향해 가는 지금 이 계절에 수많은 생각의 먼지들이 쌓이고 있다면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을 흥얼거리며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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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19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5년을 결단하다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지난 2022년 12월 22일에 구매한 책이 있다. 한국영상대학교 하우석 교수가 쓴 <내 인생 5년 후>라는 제목의 이 책은 흔한 자기 계발서임에도 묘한 즐거움이 있었다. 나의 의지대로 미래를 창조해내고 예견해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였을까, 1주일 사이에 3번을 탐독했고, 신년에 들어서서 4번째 읽고 있다. 그리고 천천히 5년 계획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부터 5년 후 당신의 모습을 떠올려보라. 그때도 지금과 같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매달려 있다면 어떻겠는가? 그것보다 더 큰 두려움이 있겠는가? 5년 후에도 뻔한 삶을 살고 있다면 모골이 송연해지지 않겠는가? -내 인생 5년 후 30p, 하우석, 다온북스 Determination이라는 단어가 있다. 확고한 투지, 혹은 공식적인 결정 등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또 다른 뜻으로 "결단"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정적인 판단을 하거나 단정을 내림'이 결단의 사전적 의미다. 결단이라는 단어를 처음 생각하게 된 것은 2015년 무렵이었다. 사전적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습관적으로 결단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분들을 만난 게 그때였다. 사업상 만나는 분들이었는데, 매 순간 결단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하셨다. "우리 결단합시다." "지금부터 결단하시고 시작하시죠." 이런 식의 대화가 자주 이어졌다. 의기투합해서 뭔가 결과를 만들어내자는 식의 대화는 참 좋았으나 무엇을 어떤 식으로 결단해야 하는지 몰랐다. 마냥 어린아이는 아니었음에도 딱히 결단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할 만한 나이도 아니었고, 결단해서 얻어지는 게 뭔지도 모른 채 그저 결단만 외치는 것도 어색했다. 그렇게 7, 8여 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그러다 마흔을 바라보게 되는 2023년을 시작하면서 결단이라는 단어를 곱씹어보게 되었다. 결단을 내리지 않고 지낸 시간은 결국 후회와 아쉬움으로 남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작은 결단이라도, 그리고 설사 그 결단이 무의미한 것이라 할지라도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 역시 깨달았다. 울산에서 밀양에 있는 회사까지 출근거리는 정확히 편도 50km다. 직선도로라서 뻥 뚫려 있지만,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간혹 집안일이나 개인 사정으로 늦을 때가 있다. 평소 같았으면 음악도 듣고 좋은 강연도 들으면서 가겠지만, 그런 날에는 오직 운전에만 정신을 집중한다. 그리고 정시에 도착한다. 과속은 결코 옳은 행동이 아니다. 차라리 지각해서 눈총을 받더라도 정속 운전하는 게 안전하다. 다만 기운이 빠지거나 목표의식이 흐릿해질 때마다 그때의 작은 결단을 생각하며 복기한다. 책을 읽는 것도 그렇다. 이 책이 참 마음에 든다, 하고 생각이 들면 빠른 시일 내 3번 정도 정독한다. 처음 읽을 때 좋은 구절이나 내용은 빨간색 펜으로 밑줄을 죽죽 긋는다. 두 번째는 파란색 펜으로, 세 번째는 까만색 펜으로 긋는다. 그렇게 최소 3번 정도 읽고 나면 책을 쓴 저자의 마음이 느껴져서 처음 읽을 때와는 다른 깨달음이 있다. 그리고는 틈이 날 때마다 꺼내 읽으면서 새로운 정보들을 얻는다. 집중해서 3번 내리읽어내는 것, 모두 집중과 몰입, 즉 결단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습관이다. 그냥 좋은 책이겠거니, 하고 읽다가 중도에 포기해버린 경험들이 나에겐 얼마나 많았는지! 그런 작은 결단들, 결심들, 올바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결정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겼을 때, 그 결괏값은 다소 미미하더라도 마음에 남는 울림은 절대 미미하지 않았다. 무언가 성과를 냈다는 즐거움과 쾌감이 적잖은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책을 한 권 다 읽어냈을 때의 즐거움, 어렵던 문제를 하나 풀어냈을 때의 즐거움 못지않은 재미들이 결단으로 말미암은 결과에서 만들어졌다. 그러고 보면 매 순간은 결단의 과정이었다.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다 보면 의미 없는 시간이 흘러갔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다 보면 아무런 결과가 없었다. 그러나 결단하면 다음 행동은 쉬워졌다. 결단은 생각을 단순화시키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마음에 없던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큰 소리로 "아자아자! 할 수 있다!"하고 외치는 행위보다는 Let's do it 혹은 Just do it에 가까웠다. 그게 무엇이던 지간에 말이다. 사업에서의 성장, 자기 성장, 자아 성찰, 그 무엇이든지 결단의 과정이 있으면 쉬워졌다. 결단한다고 해서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만은 아니었다. 최근 요리에 관심이 생겨서 고객들에게 선물할 겸 쿠키를 구워봤는데, 작은 상자 2개 분량의 쿠키를 굽는 데 5시간이 걸렸다. 과정 자체는 쉬웠으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집안은 온통 버터와 쿠키 냄새로 난장판이 되었고, 설거지와 빨래는 한 소쿠리나 나왔는 데다, 아들이 한 손에는 티라노사우루스 공룡과 다른 한 손에는 대머리 공룡 인형을 들고 서서 놀아달라고 보챘다. 하루에 한 번 쿠키를 구워서 고객들을 모집하겠다는 결단이 일주일에 한 번으로 대폭 축소되었다. 역시 결단이 필요했다. 5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결단하게 된 계기는 지인의 추천으로 소개받은 책 덕분이었지만, 그저 책 한 번 읽고 '나도 한 번 해봐야지' 하는 결단으로 시작한 것은 물론 아니었다. 한국나이로 29살, 만 28살에 처음 입사했던 회사는 무역회사였다. 직원수가 200여 명에서 30명 안팎으로 급격히 감소한 중소기업이었다. 작은 중소기업이긴 했지만, 한창 때는 꽤 괜찮은 회사였는지 직원들도 빵빵했다. 사수는 필리핀에서 대학을 졸업한, 토플과 토익 점수가 만점에 가까운 37살의 젊은 차장님이었다. 부장님은 50대의 나이에도 철인 3종경기에 도전하는 분이었고, 주변에는 모두 서울의 내로라하는 대학에서 석박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한 40대 초중반의 과차장님들이었다. 요즘 표현으로 지거국(지방거점국립대) 출신의 내가 어떻게 그런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회사가 어려워서 오래 근무하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도 당시 차장님, 부장님과 연락을 주고받는다. 이후 여러 회사를 전전했다. 보험회사에서도 근무했었고, 자동차 영업도 했다. 밀양에서는 박사학위만 3개를 갖고 있는 겸임교수이자 60억 규모의 정부사업을 관리하는 대표님과 함께 일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나는 미래의 내 모습을 봤다. 자기 관리와 클로징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보험이나 자동차 영업처럼 수입의 상한선이 없는 일을 통해 많은 경험들을 만들어갔지만, 성격상 고객을 끌어들이거나 클로징 하는 능력이 없는 나는 애당초 그런 일이 체질상 맞지 않았다.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에서 새로운 경험치들을 쌓는다는 점에서 무척 만족했다.다만 한계는 존재했다. 나쁘지 않게 사는 것 같지만, 별로 원하지 않는 내 미래의 모습을 사는 직장 상사들을 보면서 5년 뒤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 내 나이가 50인데, 왜 이런 인생을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가족이랑 떨어져 살지, 야근 때문에 개인시간은 없지, 집에 가면 아무도 없지. 열심히 살아온 것 밖에 없는데 눈 떠보니 50이야. 시간 금방 가." 함께 근무하는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었다. 5년 후 내 인생을 생각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차근차근히 생각해보게 되었다.39살의 나는 나보다 신체나이가 10년 앞서 나가는 사람과 회사에서 일을 하고, 10년 앞서 나가는 사람들과 미팅을 하며 책을 쓰고, 20년 앞서 나가는 사람들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신체 나이가 10살, 20살 어린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동생, 혹은 제자의 관계이지만 언젠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지도 모른다는 계산에서다. 그리고 그 포지션에 서서 어떤 모습이 가장 인상적인 삶의 형태인가를 가늠하며 나의 롤모델을 찾곤 했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러이 함부로 가지 말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취는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터이니’라는 뜻으로,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 휘호로 유명한 서산대사의 한시다.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 5년 인생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길이다. 내 아들이, 내 아내가, 앞서 나가는 아버지와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인생의 진북을 결정할 수 있다면 결코 함부로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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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18
  • [아빠! 이 말이 무슨 뜻이에요?] 시장 가는 길 - '제육볶음'
    [교육연합신문=권승호 연재]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 중에 볶음이 많지? 낙지볶음, 멸치볶음, 버섯볶음, 새우볶음 그리고 볶음밥. ‘볶음’은 어떤 재료에 양념을 하여 넓적한 그릇에 볶는 조리법이야. 제육볶음도 있다고? 맞아. 그런데 제육이 뭐지? 돼지고기야. 식용으로 쓰는 돼지고기를 제육이라 한단다. 그러니까 제육볶음은 돼지고기를 고추장 양념에 재워 볶은 요리인 거야. ‘육’이 ‘고기 육’인 줄은 알겠는데 ‘제’가 ‘돼지 제'냐고? 그래. ‘돼지’라는 뜻이야. 원래는 ‘돼지 저(猪)’란다. 앞뒤를 따져보지 않고 마구 덤비는 것을 ‘저돌적’이라 하는데 ‘돼지 저(猪)’, ‘돌진할 돌(突)’로 돼지가 돌진하는 것처럼 나아간다는 뜻이거든. 그런데 ‘저’가 돼지고기로 쓰일 때에는 ‘제’로 발음한단다. 그래서 ‘저육’이라 하지 않고 ‘제육’으로 발음하는 거야. 돼지를 뜻하는 또 하나의 글자는 ‘돼지 돈(豚)’이야. 돼지고기를 돈육(豚肉)이라 하는 이유지. ‘돈가스’의 ‘돈’도 ‘돼지 돈(豚)’이냐고? 그래. 얇게 썬 돼지고기에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긴 음식인데 영어의 ‘포크커틀릿(pork cutlet)’에서 온 말이야. 일본 사람들이 ‘포크’ 대신에 돼지 돈(豚)을 썼고 ‘커틀릿’을 일본어 발음 ‘가쓰레쓰’로 바꿨다가 ‘카스’로 줄였어. ‘돈’에 ‘카스’를 더하여 ‘돈카스’로 이름 붙였는데 그것이 우리나라로 건너와 ‘돈가스’로 불리게 되었지. 삶아서 익힌 쇠고기를 ‘수육’이라 하는 것 알지? 원래는 ‘익을 숙(熟)’ ‘고기 육(肉)’으로 숙육(熟肉)이었어. 그런데 ‘숙육’ 발음이 어렵기 때문에 ‘ㄹ’을 탈락시켜서 ‘수육’이라 발음하게 되었단다. 삶은 고기를 눌러서 물기를 빼고 얇게 저며 놓은 음식을 편육이라 하는데 ‘납작한 조각 편(片)’으로 납작한 조각으로 만들어놓은 고기라는 뜻이야. 고기 튀김에 달고 새큼하게 끓인 녹말 채소 소스를 끼얹은 중국요리가 뭐지? 그래, 탕수육이야. ‘사탕 당(糖)’ ‘물 수(水)’ ‘고기 육(肉)’으로 사탕 물에 적신 고기라는 뜻이란다. ▶복습해 볼까요? 익힘 한자어 제육: 돼지 저(猪) -> 제 + 고기 육(肉) 비슷한 한자 돼지 돈(豚) 활용 한자어 돈육, 돈가스, 수육, 편육, 탕수육 ▣ 지은이 권승호 ◇ 전주영생고등학교 국어교사 ◇ 저서 《삶의 무기가 되는 속담 사전》,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설명해주셨어야 했다》, 《공부의 기본기 한자 어휘력》, 《공부가 쉬워지는 한자 어휘 사전》, 《학부모님께 보내는 가정통신문》 ◇ 펴낸곳 도서출판 이비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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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17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특별한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은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공저를 집필하는 분 중에 심리학 강의를 하시는 교수님이 계신다. 우연한 계기로 TCI 심리테스트를 받았고, 꽤 놀랄만한 평가를 받았다. 상담을 진행해주신 교수님은 "전 작가님 점수가 저랑 거의 비슷해요." 하고 이야기하셨다. 두려움 지수는 0에 가까웠고, 인내력과 연대감은 100점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점수가 평균치의 2배 이상 웃돌았는데, 영성 분야 spirituality는 만점이었다. "사이코패스의 기질이 없는 일반인 수준은 되네요." 하고 농을 던지자 "이런 점수는 일반인이 아니고 특별한 사람인 경우예요."하고 이야기하셨다. 마흔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 주머니 사정은 결혼 초에 비해 전혀 달라지지도, 나아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익숙해져 버린 실패와 둔한 경제적 감각 덕분에 더 나빠졌다. 금융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용불량자 등급 언저리까지 내려갔다가 지금은 조금씩 올라오는 추세다. 나보다 얼빠진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 세상에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인생이 이렇게 안 풀릴 수가 있는가, 고민하던 시간이 많았다. 꾸준히 사회생활을 해왔더라면 별다른 어려움은 겪지 않았을 것이다. 운명처럼 책도 쓰고 많은 경험을 하긴 했으나, 사업을 한답시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동안 30대를 흘려보낸 건 사실이다. 당연히 후회는 없다. 다시 30대 초반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왔을 것이다. 아마 더 빨리 튀어나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였을까. 지금은 조직생활이 익숙하지 않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고, 나이가 들면서 점차 바뀌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평가는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의 첫 직장은 무역회사였고, 두 번째 직장은 환경분야 연구소였다. 동료들과 상사들로부터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10년 전에 다녔던 회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직속 상사와는 아직까지 안부를 주고받고 있다. 그러다 다양한 경험을 거치고 난 뒤 다시 시작한 조직생활에서 받은 평가는 별로 좋지 않았다. 일부 조직에서 나를 바라보는 평가는 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갔다. 사람들과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았고, 마음도 잘 흐르지 않았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생각해봐도 크게 미움을 받을 만큼 모난 성격은 아닌 것 같은데, 일부 조직에서의 문화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폐쇄적이었기에 하루도 견디기가 어려웠다. 덕분에 한 달 만에 해고를 당한 곳도 있었다. 놀랍게도 기업가, 사업가, CEO분들과는 상당히 대화가 잘 통했다. 대화의 폭이 넓었고, 대화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큰 사업체를 물려줄 테니 운영해볼 수 있겠느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다양한 경험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기회를 보는 눈, 일을 대하는 자세,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등 나의 내면을 채우고 있는 자세는 직장인의 뇌구조에서 벗어나 기업가와 작가의 뇌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자세였다. 최근 들어 시작한 고전 탐구 모임에서 고전 탐구수업을 참여하는 동안 어마어마한 분량의 플롯과 등장인물, 섬세한 표현력을 갖춘 작품들을 읽고 연구하며 사색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를 지나 고대, 중세, 현대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을 연구하면서 진정한 자아 성찰의 의미에 대해 심도 깊게 연구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짐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근래 유행하고 있는 심리학 서적의 근간이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시작된 건 아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인간의 심리를 아주 세밀하게 표현한 부분도 인상적이었고, 전쟁에서의 승리가 인간승리로 연결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알게 해 준 왕과 장군들의 비극적인 파멸도 인상적이었다. 자기 계발과 심리학 서적도 많이 출간되고 있고, 심리학 강연이나 마스터마인드, 멘탈리티 관련 세미나들도 많이 진행되는 요즈음 시대에 그런 강의나 책 보다 이런 고전을 한 번 읽는 것이, 생각하지 않고 배우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된다는 점에서, 훨씬 심리학적인 부분이나 멘털적인 훈련에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한다. 한계는 있었다. 인류 역사와 시대의 궤를 함께 한 대서사시를 읽는다는 지적 허영심이 지독하게 두껍고 난해하기만 한 고전들을 읽게 만든 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대부분 고전들의 마지막 장은 허무하게 끝났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이라는 건 알겠지만, 뭔가 아쉬움은 남는 건 사실이었다. 뭐지? 이게 끝인가? 싶은 마무리, 목침으로 써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두껍고 무거운 데다 엄청나게 많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로 인한 복잡한 플롯을 갖춘 고전들은, 화려한 커버 디자인과 상당한 비용을 쏟아부은 마케팅 전략으로 인해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리는 수많은 작품들에 비해 다소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런 고전이 당대를 대표하는 엄청난 책이었고, 실제로 생각을 많이 한 사람들이 썼을 테고, 그리스의 교과서로 불리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좀 철없이 행동한다 싶을 정도로 보이는 신들의 이야기나 이야기의 잔혹성들이 지금 시대에 비추어봤을 때는, 고전이니까 읽는 것, 일종의 지적 허영심으로 읽어내려는 건 아닐까 하고 스스로에게 자문하는 시간이 되었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이기는 데 어려움이 따를수록, 이겼을 때의 기쁨도 큰 법이다.” -펠레 pele 축구선수 펠레의 오래전 흑백 영상을 보면 확실히 대단한 선수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펠레가 월드클래스로 활약하던 시대와 손흥민, 음바페가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지금 시대를 비교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미 세상은 많이 좋아졌다. 펠레가 월드클래스 축구선수로 활약하던 시대에 비하면 지금은 먹는 음식, 훈련의 다양성, 화려한 스킬이 훨씬 앞서 나갈 것이다. 젊은 펠레가 지금 다시 축구선수로 태어난다면 모를까, 50년 전의 펠레와 2020년대를 사는 음바페나 손흥민의 실력을 비교해본다면 실력 차이는 꽤 많이 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에,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오디세이아와 일리아드보다 크게 마음에 와닿은 책을 꼽으라면 많이 있다. 인생 최고의 책은 레미제라블이었는데 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뒤를 이어서 다양한 작품들이 연결되고, 그렇게 연결된 작품들이 서로에게 다양한 플롯으로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고전이 가진 나름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고전이 가진 이러한 원론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고전이 고전이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고전 탐구수업을 진행하며 우리가 나눈 대화들은 상당히 고차원적인 것이었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술을 마시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한 번 읽는 행위만으로 수준 높은 토론은커녕 제대로 이해조차 되지 않는) 고전을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삶과 죽음의 의미, 부와 명예, 행복의 근원, 아버지와 아들, 참된 용기, 비겁함, 타인을 위하는 이타심과 이타주의 정신 등의 주제를, 고전을 통해 나누고 토론한다는 점에서 얻어지는 것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 모임의 특성상 일반적인 독서 토론 모임과는 수준이 달랐고, 참석하는 분들도 대부분 남다른 생각의 깊이를 갖고 있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얻은 것은 사람이나 지식뿐만이 아니었다. 영성 spirituality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삶의 가장 높고 본질적인 부분이며, 진정한 자기 초월을 향하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역동성을 통합하려는 고귀하고 높고 선한 것을 추구하는 삶의 실제”다. 복잡한 설명이지만, 인간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의 뿌리이자 생각의 구성요소라고 보면 좋을 듯하다. 종교적인 신념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살면서 만들어진 기질, 성격, 태도는 곧 '실제적으로 그러한 나'를 보여주는 가장 핵심적인 본질, 즉 자아를 의미하는 셈이다. 굳이 학창 시절의 나를 되돌아보지 않더라도, 서른 초반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 달라진 것을 많이 느낄 수 있다.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똑같은 하루를 맞이하면서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사람들과 보폭을 맞추어 조직생활을 할 때는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내는 것이 당연하게만 느껴졌다. 주변 사람들이 그러한데 나라고 다를 게 뭐 있겠는가. 그러나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늘이 내일과 다르고, 내일과 내년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부지런히 뒤쫓아가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나의 내면 역시 단단해지고 깊어지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놀라운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성공하지 않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되는 것이 훨씬 낫다." 언젠가 어느 강연에서 들은 말이다. 기업의 오너를 두고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하진 않는다. 종교지도자를 두고 특별한 사람이라고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기업가, 종교지도자라고 표현한다. 책을 썼다고 해서 평범한 사람이 특별한 사람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고, 남들이 하지 못한 대단한 일들을 일구어냈다고 해서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닐 듯하다. 앞서 언급한 상담 교수님의 말씀처럼, 특별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특별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경험과 기회들을 내면 깊은 곳에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 싶다. 때로 그런 경험과 기회들은 실패라는 이름으로 찾아오기도 하고,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오기도 하며, 때로는 귀인을 통해 얻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살면서 배워나갔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즉, 특별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경험과 기회들을 내면 깊은 곳에 차곡차곡 채워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실패, 어려움, 독서, 때로는 숙명적인 노력을 통해서.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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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17
  • [대한민국 알리기 프로젝트 Fun&Easy Guide to Korea] Hwang Jo Ga
    [교육연합신문=유정희 연재] ◈ 황조가 애니) 유리 왕에게 아내가 여러 명이 있었다는 게 사실인가요? 가온) 네. 두 명이 있었어요. 애니) 왕에게 부인이 여러 명이 있는 건, 나쁜 거잖아요? 가온) 아니요. 그 반대에요. 자손을 많이 낳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부인들이 항상 서로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유리 왕도 부인 중 한 명을 그만 잃게 되었어요. 애니) 무슨 일로요? 가온) 부인들이 서로 싸웠거든요. 그래서 그들 중 한 명이 중국으로 돌아가 버렸어요. ◈ 역사돋보기 황조가는 꾀꼬리가 다정하게 있는 것을 보고 사랑하는 임을 잃은 슬픔을 표현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정시로 알려져 있어요. 그전까지 사람들은 집단적 서사시를 만들어 제례 의식 때에 불렀어요. 이 시의 또 다른 해석으로는 토착민인 화희와 중국인이었던 치희의 싸움을 두 종족 간의 대립으로 보고, 유리왕이 화해시키려다 실패한 것이라고 보는 설도 있어요. 유리왕은 고구려를 세운 주몽의 아들로 재위 기간은 BCE18~CE18년이에요. ▣ 지은이 유정희 ◇ 국제교류문화진흥원 원장 ◇ 마리이야기 대표 ◇ 융합관광콘텐츠학회 국제학술대회위원장 ◇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 이사 ◇ 저서 《Fun & Easy Guide to Korea》, 《담덕이야기》, 《궁파이야기》, 《창덕궁》,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 ◇ 펴낸곳 응용한국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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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17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나아간다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가는 곳이 서재다.기도를 하던, 책을 읽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제일 먼저 들어가는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크고 작은 성과들을 만들어낸다.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이지만, 작고 조악한 인간인 나를 크고 놀랍게 변화시키는 성과물도 있다. 지난 주말 아침, 서재에서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한 주 동안 무엇을 했나 생각하며 다음 주 계획을 짜는 시간이었다. 놀랍게도 이렇다 할 성과가 아무것도 없었다. 사업 성장률 관점에서 목표로 잡았던 업무들을 한 건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심지어 하루 동안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날도 있었다. 책 읽을 시간도 없었다.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저녁에 2시간 내는 것도 빠듯한 것이 핑계라면 핑계일까. 결국 시간관리 착오로 이어졌고, 목표로 했던 일들이 모두 물 건너가 버렸다. 아무런 결과물이 만들어진 게 없었다. 성과가 없었던 한 주. 시간관리의 실패로 성과를 남기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는 한 주. 허탈감으로 가득한 한 주. 그렇게 한 주를 보냈다는 생각에 강한 상실감이 들었다. 서재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중에는 종일 울적한 날도 있었다. 평소 면 종류를 즐겨먹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날 저녁에는 비빔면을 3개나 끓여먹었다. 울적한 기분을 대변하는 행동이었다. 사무실에 나가는 것도 부담스럽고, 일을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사람들과 대면하는 것도 싫고 부담스러웠다. 어떤 것도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날씨도 흐리고, 기분도 울적하고, 마음도 싱숭생숭했다. 그 모든 일들이 나의 부족함과 어리석음때문에 만들어진 거지만, 주변 상황이 모두 부정적으로만 느껴지다 보니 작은 것 하나하나 마음에 상처가 되고 어두움이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뜨겁게 한 주를 보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누군가 묻는다면,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뜨거운 한 주였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보게 된 누군가의 죽음, 그들을 향한 그리움과 상실감을 함께 위로하고, 함께 슬퍼하고, 그 슬픔에서 느껴지는 인지상정의 마음을 용기 삼아 공저 원고를 투고했고, 계약까지 완료되었다. 책을 쓰고 있지만 본업 때문에 바빠서 진척에 어려움을 겪는 어느 작가님의 원고를 집필하는 일 앞에 페이스메이커가 되어드리기로 자처했고, 덕분에 기업과 퍼스널 브랜딩 전문가인 그분에게서 브랜딩과 글쓰기 강의에 대한 조언까지 얻었다. 작가들이 모인 사회적 협동조합의 기획이사 자리를 제안받아서 새로운 감투가 하나 생겼고, 국제포럼, 도서 출판, 대안학교 운영을 추진하는 재단법인 연구소의 겸임 사무국장도 제안받았다. 크고 놀라운 사업들을 하나 둘 진행해보기로 결심한 것도 뜨거운 시간들을 채운 사색의 결정체들이다. 중요한 미팅이 있던 날에는 몸이 좋지 않아서 하루 정도 빠져도 되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며 기도하다가 아무렇지 않게 참석해서 뜨거운 열기와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그것도 스스로 부담을 뛰어넘은 시간이었고, 하늘의 도우심으로 아직까지 건강히 살아있음에 감사한 것도, 아들과 책을 읽고 노래하며 행복한 시간을 나누는 것도, 뜨거운 시간들을 채우는 놀라운 경험들이었다. 결국 그 모든 시간들이 응축되어 나의 솔직한 마음을 만들어갔다. 그런 시간들을 통해 마음에 발견된 작은 깨달음이 하나 있었다. 내 인생은 왜 그와 같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왜 나는 어려움을 겪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왜 나는 슬프지 않아야 하며, 왜 나는 고통스럽지 않아야 하며, 왜 나는 외로움을 겪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음은 항상 뜨거운 시간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내가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다, 고 생각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결과 때문에, 뜨거웠던 시간들을 대수롭지 않은 결과물들로 채워진 낭비의 시간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사람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도, 변화하지도 않는다. 하루, 이틀 채워지는 시간들 속에서는 미미한 변화밖에 측정할 수 없다손 치더라도, 5년 10년 뭉텅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마음의 그릇이든 사업이든 내가 한계를 그어놓은 선까지 커져있음을 발견하게 되리라 믿는다. 울적하고 힘들게만 느껴지던 시간들이 있었지만, 어제와 전혀 다를 바 없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하루하루처럼 느껴져서 왠지 더욱 지치고 울적한 시간들이 있었지만, 그런 내 곁에 조용히 앉아 뽀로로를 보는 아들의 모습이, 그런 내 옆에서 종알종알하는 아들의 모습이, 잠결에 내 손을 잡아주는 아내의 모습이, 문득 손으로 잡고 싶어도 잡히지 않는 머나먼 꿈결처럼 느껴졌다. 처음 겪어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마음이 달라짐을 느꼈다. 정리정돈이 되어 있지 않은 집, 테이블, 주방의 설거지, 난장판이 된 게스트룸에 산처럼 쌓여있는 짐꾸러미들, 거실 바닥에 발 디딜 틈도 없이 뒹굴고 있는 콘프레이크 부스러기와 동물친구들 장난감 때문에 걸을 때마다 발바닥에 뭐라도 밟히는 바닥이 마치 따스한 소망으로 가득 담긴 행복한 일상처럼 느껴졌다. 혼자만의 조용한 저녁시간을 가질 겨를도 없이 아들에게 뽀로로를 보여주고, 씻기고, 재우는 그 모든 과정들이 마치 깨면 사라질 꿈처럼 느껴졌고, 있을 수 없는 소망의 하루처럼 느껴졌다. 울적하다고 생각하면 울적한 하루였고, 실패했다고 생각하면 실패한 하루였고, 이렇다 할 사업적인 성과도 없는 하루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하루였을 시간들. 그러나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과 같은 아들과 아내가 내 곁에 살아 있음을 확인하며 돌아본 집은 너무나 크고 아름다운 곳이었고, 행복과 소망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잠결에 아내가 옆에 있는 것을 느낄 때면, 아들이 나와 아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내 팔과 아내의 팔을 베고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모습을 느낄 때면, 그렇게 마음이 행복할 수가 없었다.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면서 만들어지는 마음이 있다. 절망감과 불안함, 나는 과연 잘살고 있는가 하는 걱정 등이 그 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으면 걱정이 없겠구나, 하는 말도 있지만, 살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들이 아닌가 싶다. 늘 좋을 순 없으나, 좋지 않을 때에도 행복을 갈망하는 습관이 필요했다. 급격한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어제보다 더 춥고 어두운 날이다. 그러나 오늘은 어제보다 행복하다. 오늘은 어제보다 감사하고, 어제보다 소망스럽고, 어제보다 꿈같은 하루다. 그렇게 나의 시간은 흐르고, 나는 조금씩 나아간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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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06
  • [육우균의 깨봉 칼럼] 생각을 확산하는 방법
    [교육연합신문=육우균 교육국장] 생각을 확산하는 방법을 좀더 살펴보자. 일단 ‘나무’를 키워드로 하여 ‘나무’하면 생각하는 단어들을 종이에 적어본다. 꽃, 풀, 푸르다. 서 있다. 숲, 휴식, 그늘, 앉고 싶다. 굳세다, 산 등등이 있을 것이다. 자유연상의 결과들을 명사형과 동사/형용사형으로 나누어 분류해본다. 명사형과 동사/형용사형을 연결하여 문구나 문장을 만들어본다. 예를 들면 ‘꽃이 푸르다.’, ‘꽃이 서 있다.’, ‘그늘에 앉고 싶다’, ‘휴식이 굳세다’ 혹은 ‘푸른 휴식’, ‘앉고 싶은 그늘’, ‘굳센 숲’ 등등이 될 것이다. 여기서 일상적인 낯익은 문장들은 빼고, 낯선 문장들을 추려낸다. 왜냐하면 창조란 ‘낯설게 하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푸른 휴식’, ‘굳센 숲’처럼 비일상적인 표현들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마치 광고 문구같은. 이어령 박사도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라는 책을 낼 때 ‘제목을 어떻게 정할까’를 고민했는데, 마침 ‘한국의 문화풍토’라는 말이 생각났고, ‘풍토(風土)’를 우리말로 풀어보니 ‘풍’을 ‘바람으로, ‘토’를 ‘흙’으로 바꿔 새말이 됐다고 했다. ‘바람 속에 흙 속에’로 하지 않고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로 바꾸니까 한국의 풍토론이 시적 감각어로 변신했다고 말했다. 낡은 개념어를 우리 토착어로 바꾸고 순서를 바꾼 것뿐인데 완전히 새로운 감각의 언어가 탄생했다는 일화다. 이 일화에서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창조란 있을 수 없다. 기존의 것들을 연결하고, 편집하고, 융합한 결과가 바로 창조다. 논의를 심화시켜 보자. ‘무게중심’을 키워드로 6-LCAMST 영역으로 생각을 확산해보자. 먼저 L(언어)은 인간이 동물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직립한다는 점이다. 직립은 균형잡기다. 몸의 무게중심을 잡아야 설 수 있다. 『주역』을 관통하는 무게중심은 ‘성실함’이다. 주역은 세상 모든 것이 변한다는 전제 위에 인간도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드러낸다. 시간은 변화를 잉태한다. 시간은 어김없고 가차 없다. 시간의 선분 위에서 명멸해 가는 생명들일지라도 ‘성실함’을 가지고 있으면 안 좋은 효사가 나와도 비켜간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C(사회)는 중산층이 무게중심을 잡아야 나라가 산다. 국가는 중산층이 잘 살아야 한다. 나라의 무게중심은 중산층이다. A(예술)는 드럼은 밴드 음악의 무게중심이다. 중간에 위치하여 박자로 음악 전체의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M(수학)은 무게중심을 찾는 수학 공식이다. S(과학)는 시소의 지렛대의 원리로 받침점을 중심에 두고 작용점과 힘점 사이의 무게중심을 잡는 것이 원리다. T(공학)는 2014년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 이후에 사건으로 발전되었던 세월호 사고의 균형 문제, 즉 무게중심을 잡는 ‘선박 평형수(Ballast Water)’가 사고의 팩트였다. 선박 평형수는 선박의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하여 안전한 운항을 할 수 있도록 평형수를 담는 물탱크인 밸러스트 탱크에 채워 넣는 바닷물을 말하는데, 세월호 사고는 돈을 더 벌 목적으로 두 개의 밸러스트 탱크 중 하나를 떼어내고 빈 자리에 짐을 싣는 공간으로 구조 변경해서 일어난 사고다. 이렇게 생각의 확산을 통해서 생산된 지식들을 융합하여 의식의 확장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L+T)로 융합하여 의식의 확장으로 나간 것을 정리하면, 우선 아기가 태어나 1년이 지나면 걷기 시작한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연습을 통해 걷고 설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사람이 직립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몸의 균형, 즉 몸의 무게중심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철학적 입장에서 보면 주체적 인간이 되어야 하는 첫 번째 증거다. 몸이 자신의 힘으로 설 수 있다면, 정신적으로도 무게중심을 잡고 주체적으로 행동해야 할 것이다. (M+S)로 융합하여 의식을 확장해 나가면, 수학에서 삼각형의 무게중심을 찾는데, 수학적 정의(공식), 또는 중심의 교점이 무게중심이 되는지를 확인하는 수준으로 지도되고 있다. 그것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무게중심을 찾고 그 원리를 깨닫도록 해야 한다. 즉 학생들이 스스로의 활동을 통해 수학화 과정을 직접 경험해 봄으로써 수학의 본질적인 측면을 체험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수포자’란 말이 자취를 감출 것이다. (C+A)로 융합하여 의식을 확장해 나가면, 사회영역에서 국가는 중산층이 무게중심을 갖기 때문에 그 모양이 항아리형 구조가 된다. 밴드 음악에서 중심 위치가 되는 드럼은 박자로 밴드 음악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이것을 스포츠인 볼링에 적용하면, 볼링공 10개를 선반 위에 올려 놓을 때 그 중심점이 ‘킹핀’이라 해서 5번 공을 중심으로 배치된다. 볼링에서 5번 킹핀을 쓰려뜨려야 스트라이크가 된다. 아무리 많은 핀을 맞혀도 5번 공을 맞히지 못하면 스트라이크가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경영학에서 조직의 리더라면 일을 지시하거나 문제 해결을 할 때 반드시 킹핀(5번 공)을 찾아내어 공략해야 한다. 이처럼 생각의 확산을 통해서 의식의 확장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애써 찾은 지식이 온전히 자기 것이 되고 의식이 확장되어 지식에서 지혜로 나아가는데 유용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여기까지 나아갔다면 그것은 지식의 수용자에 머무르는 것이다. 즉 창조의 다리를 건너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식의 수용자가 아닌 지식의 창조자가 되려면 자신이 확장한 의식을 자신의 것으로 수렴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키워드(무게 중심)를 은유로 정의하는 것이다. ‘무게중심은 000이다.’는 식으로. 예를 들면 무게중심은 삶의 성실함이다. 무게중심은 직립인간이다. 무게중심은 중산층이다. 무게중심은 밴드 음악의 드럼이다. 무게중심은 시소의 받침점이다. 무게중심은 선박 평형수다 등등. 이것은 셜록 홈즈가 쓰던 방식인데, 자신의 머릿속에 도서관을 가상으로 넣어두고 도서목록을 만들어 언제든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할 수 있어야 지식이 내 것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4차 산업시대, AI나 로봇이 따라올 수 없는 인간의 힘은 어디서 오겠는가? 바로 생각의 힘이다. 그럼 생각의 힘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생각의 확산과 수렴이다. 확산된 생각을 주체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육화(Incarnatio)시키려면 확산된 생각을 은유로 수렴해야 한다. ▣ 육우균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前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자문위원 ◇ 前중등교사 임용시험 채점위원 ◇ 前인천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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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01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다시 스무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언젠가 나에게 던진 질문이 하나 있다. "지금의 생각과 느낌, 가치관, 기준을 그대로 갖고 스무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슨 일을 해보겠는가?" 마흔이 가까워오면서 다양한 제안을 받기 시작했다. 일자리 제안도 그렇고, 관리자로서의 제안도 받는다. 뭔가 의미있는 일들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은 욕구가 올라와서 밤잠을 설친 적도 있고,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기도 한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하루하루 의미없는 시간을 보냈던 나,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슬픈 학창시절의 내모습을 아는 나, 그런 내가 조금은 의미있는 일들을 하고 싶어하고, 다양한 경험들을 생각하고 있음에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다시 스무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라는 조건. 당연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고, 그때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계획대로 되리라는 보장도 없지만, 그러나 솔깃한 제안은 아닐 수 없다. 어떤 결과가 만들어지던지간에, 지금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후회로 가득 찬 10대 시절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스무살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분명한 확신을 갖고 있다. 반대로, 60대가 된 나를 생각해보곤 한다. 다시 마흔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슨 일을 해보겠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될 60대의 전준우. 60대가 된 전준우는 40살의 전준우를 생각하면서 어떤 후회를 하게 될까. 스무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일들과는 다소 다른, 그 나이에 맞는 희망사항들을 나에게 던져보지 않을까. 최근에 업무를 진행하는 동안 작은 실수가 있었다. 그리 어렵지 않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는데,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최종마무리가 되어 가는 도중에, 초기에 작성한 보고서 자료를 최종마무리가 거의 끝난 보고서에 덮어씌우기 해서 저장해버린 것이었다. 퇴근시간은 다가오는데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모든 업무가 초기화되어버렸고, 최종 담당자는 한숨을 내쉬며 "이제 내가 할테니 거기까지만 하세요."하고 이야기했다. 나중에는 너무 수고했다며 조심히 들어가라고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 혹시나 내 마음에 생채기라도 날까 싶어 세밀한 배려도 해주는구나 싶은 마음과 더불어 허탈한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그 날, 친한 지인들을 만나 식사를 하던 도중 업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내가 느낀 감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10대, 20대 때는 말이야. 그런 일들이 생기면 욕 한바가지 먹으면 끝날 수 있는 문제였어.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지 되게 뭐라 그러네', 하면 끝나는 일이잖아. 근데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은 조금 다르다는 걸 느낀다. 나를 믿고 신뢰하는 사람을 실망시켰다는 그 허탈감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으로 다가오더라. 그게 참 무섭더라." 함께 식사를 하던 지인은 국책사업을 진행하는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평소 뛰어난 업무능력과 추진력으로 나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준 친한 동생이었다. 그는 내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무실에 같이 근무하는 여자분이 계시는데, 박사학위까지 딴 분이거든요. 하루는 저한테 '아무개씨, 이것 좀 해주세요. 나중에 제가 만든 자료랑 같이 취합할게요.'하고 업무를 부탁하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정리해서 저녁무렵에 자료를 전달드렸는데, 제가 정리한 자료보다 훨씬 넓고 깊이 있는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갖고 계신 거에요. 그 때 '아, 이 사람들은 나랑 다르구나. 난 그동안 뭐했지?'하고 느꼈습니다. 박사학위가 대단해서라기보다는, 나보다 앞서나가는 사람들의 생각에 내가 못미치는 걸 발견하게 되는 거죠.“ ‘지적 쾌감에 대한 희열, 그 반면에 나의 어리석음과 부족에 대한 회의감. 충돌되는 이해관계가 나를 발전시키는 것을 본다. 그 감동이 너무 커서 엉엉 울고 싶은 감정들이 수시로 올라온다.’ 고전 탐구수업을 하던 어느 날 새벽, 노트 귀퉁이에 적은 글귀다. 만약 다시 스무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깊이 있는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지난 시간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20대와 30대를 거치면서 마냥 헛되이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니었겠지만, 아쉽게 흘려보낸 시간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그만큼 발전의 여지가 남아있기에 가능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다 40대의 전준우로 돌아가고 싶은 60대 전준우의 소망은 어떤 것일까,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나와 가까운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풍부한 지혜와 지적인 능력을 갖춘 인재가 될 수 있는 노력을 더 많이 기울였었더라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을 한번쯤 하지 않을까 싶었다. 결국 사람에게서 모든 것이 나오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도 누군가를 실망시켰을 때의 감정을 세밀하게 느낀다. 학습지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똑 부러지고 공부도 잘해서 무척 예뻐하던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내 업무용 컴퓨터를 갖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나는 정색을 하며 혼을 냈고, 시무룩해진 그 여학생은 제자리로 돌아가서 남은 문제집을 풀었다. 한참 뒤 문제집을 갖고 왔는데, '실망'이라는 단어로 문장을 만드는 문제였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오늘 선생님은 나에게 실망했다.' 나는 그 여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선생님은 한 번도 민지에게 실망하지 않았어. 선생님은 결코 너희들에게 실망하지 않아."라고 이야기했다. 내 말을 들은 여학생은 펑펑 울며 집으로 돌아갔고, 그 여학생의 뒷모습을 보면서 급기야 나도 눈물을 쏟고 말았다. "오빠, 남자아이들은 다르게 키워야 된대. 부모님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인지시켜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자아이들은 엄마와 아빠에게서 인정받는 것에서부터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고 하더라." 하늘이 선물해주신 사랑하는 아내에게서 들은 말이다. 어디 남자아이만 그럴까? 모든 인간은 인정을 갈구한다. 누군가의 실망한 모습을 보는 것은 인정받지 못했을 때 느껴지는 고통만큼 크다. 30대가 넘어가면서, 사람이 전부라는 사실을 크게 깨달았다. 그리고 그들을 실망시키는 것과, 그들의 실망스러운 눈초리를 마주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상실감과 상처를 만드는 것인지도 알았다. 10대, 20대 때는 결코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계였다. 경제적인 안정, 시간적 여유, 가정의 평안,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들이 내 앞에 주어져 있다. 다시 스무살로 돌아가서 해야 할 일들을 고민하기에 앞서, 마흔이 되어서조차 올바른 지혜를 배우지 못했음을 초로에 접어든 나이에 후회하기에 앞서, 나를 믿고 신뢰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한 나를 만드는 것, 그래서 오늘 하루에 충실한 나를 만들어가는 것이 내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두 번째 스무살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이렇게 조금씩, 나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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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27
  • [육우균의 깨봉 칼럼] 생각의 확산(6-LCAMST)
    [교육연합신문=육우균 교육국장] 먼저 핀란드와 영국에서 하는 융합 교육을 소개한다. 핀란드에서는 융합 교육을 ‘현상 기반 학습’이라 하는데, 교과 간의 벽을 허무는 융합 교육 개혁을 강하게 시도하는 중이다.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 (2018)를 쓴 박형주님의 사례를 보자. 바다에 유조선이 좌초해 기름이 쏟아진 상황을 던져주고 한 학기 동안 각종 자료를 뒤지고 책을 읽어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내용으로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융합 교육이 시작된다. 역사 시간에는 유사한 기름 유출 사례를 찾아본다. 화학 시간에는 기름 제거 방법과 약품을 찾아본다. 수학 시간에는 어떤 대처법이 가장 효과적이었는지를 빅데이터로 분석한다. 생물 시간에는 생태계 복원에 관한 자료를 찾아본다. 이런 학습을 한 학생들은 왜 그동안 지겹게 역사와 화학과 수학과 생물을 공부했는지 사무치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 다음 학기에 심화 수업을 하더라도 학생들은 즐거움을 느끼며 공부에 더욱 매진하게 될 것이다. 다음은 영국의 사립 중학교 수업시간에 하는 융합 프로그램이다. 도나 그리핀 교과개발팀장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이런 방식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수업은 다음과 같다. 먼저 마르크 샤갈의 「나와 마을」이란 그림을 보여 주고, 국어 시간에는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나눔직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짧은 소설 한 편씩 써보라. 수학 시간에는 도형의 닮음과 비례를 이용해 그림을 확대하라. 역사 시간에는 이 그림이 그려진 시기인 1차 세계대전 직전 상황에 대해 설명하라. 미술 시간에는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림 뒤에 펼쳐진 세상을 그려라. 가사 시간에는 이 마을 사람들이 축제 때 먹을 음식상을 디자인하라. 연극 시간에는 이 그림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연극으로 만들라. 음악 시간에는 팀을 이루어 이 그림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작곡을 하라. 이렇게 그림 한 점을 두고 일곱 교과가 협력하여 융합 교육을 실시한다. 이미 영국의 사립 중학교는 우리나라보다 10년 빨리 실제 수업시간에 적용하고 있다. 우리는 한참 늦은 것이다. 마르크 샤갈의 「나와 마을」 4차 산업시대, 인간이 AI나 로봇보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무기는 바로 ‘생각의 힘’이다. 생각의 확장 방법으로 ‘6-LCAMST’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6’은 여섯 과목이란 말이고, 알파벳은 ‘(언어-사회-예술), (수학-과학-공학)’의 여섯 교과를 말한다. 그것은 초등학교에서 중・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을 분석해서 공통분모를 모아놓은 교과목이다. 앞의 세 교과목은 문과 계열, 뒤의 세 교과목은 이과 계열의 과목이다. 결국 ‘6-LCAMST’는 생각의 확장을 통해 사고의 넓이를 키워준다. 그런데 창의성의 사고를 강조하는 방법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우선 창의성의 고전이라 불리우는 『생각의 탄생』(미셀/로버트 루트번스타인)에서는 13가지 생각 도구(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 인식, 패턴 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 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를 언급했다. 또한 확산적 아이디어 창안법으로 유명한 스캠퍼(SCAMPER) 기법이 있는데, 교체해보기(종이 만화를 인터넷으로 옮긴 웹툰), 합쳐보기(전화기와 컴퓨터를 연결), 조정해보기(헬기의 프로펠러는 단풍잎의 씨앗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듦), 수정하거나 확대하거나 축소해보기(스마트폰은 컴퓨터를 작게 축소한 것), 다른 쓰임새 생각해보기(빵에 넣는 베이킹파우더가 요즘은 세제로 더 많이 활용), 없애보기(유선 마우스를 무선 마우스로 바꿔보기), 반대로 해보기, 순서 바꾸기(역발상) 이 그것이다. 그밖에도 브레인스토밍이나 마이드 맵 등 많은 창의적 방법들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결과물을 내놓기 위한 생각의 방법들이다. 즉 ‘결과 중심 생각하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6-LCAMST는 ‘과정 중심 생각하기’다. 생각의 힘은 과정 중심 생각하기에서 더 강해지는데, 연상작용의 상상력으로 왜 이런 결과물이 나왔는가를 생각하면 할수록 생각의 힘을 더욱 굳세진다. 정답이 하나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생각을 확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고민하고 탐구해 나가야 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생각의 힘은 근육이 단련되듯이 더욱 강력해진다. 키워드를 여섯 가지의 영역으로 나누고 그 결과물과 키워드 사이를 상상력을 동원하여 서로 관련되게 연결하는 것이 생각을 확산하는 핵심이다. 지금은 4차 산업시대다. 4차 산업은 창의성이 생명이다. 창의성은 연결과 편집으로 이루어진다. 김정운 박사는 그의 책 『에디톨로지』에서 ‘창조는 편집이다’라고 주장했다. 편집은 연결성으로 승부한다. 똑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반전도 있고 재미도 다르다. 그래서 ‘영화는 편집이 생명’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스티브 잡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창의적인 사람은 아니다. 발명가는 더욱 아니다. 그런 그가 왜 창조의 아이콘이 되었나? 기존의 물건들을 하나로 연결시켜 애플 스마트폰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이란 ‘연결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기존의 것들을 연결한 결과라고 하였다. 즉 창의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분야를 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융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들을 녹여서 하나로 합하는 것이므로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지식을 연결해서 창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영국에 올드미스가 많아지면 영국 해군이 강해진다.”는 말이 있다. 왜 그럴까? 이를 연상작용을 통해 논리적으로 그 과정을 설명해 보자. 올드미스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 올드미스가 많아지면 고양이가 많아진다. → 고양이가 많아지면 쥐가 줄어든다. → 들쥐는 뒤웅벌을 잡아먹기 때문에 쥐가 없으면 뒤웅벌이 많아진다. → 뒤웅벌이 많아지면 들에 목초가 무성해진다. → 목초들이 무성해지면 젖소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 젖소들은 좋은 쇠고기와 우유를 제공한다. → 좋은 쇠고기와 우유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영국의 해군은 강해진다. 문제를 좀더 심화시킨 다음의 예를 보자. “미국은 자기들이 생산한 옥수수를 일본에 수출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일본에는 이미 태국에서 생산된 옥수수를 수입하고 있어 문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우선 미국은 태국에 눈을 돌린다. 태국에서 ‘아침 식사를 충분히 하자!’는, 얼핏 보아 아무 관계도 없는 것 같은 캠페인을 미국이 시도한다. 그 이유는, 태국 사람들이 듬뿍 아침 식사를 하게 되면 틀림없이 훨씬 많은 달걀을 먹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닭을 키워야 한다. 닭의 먹이로는 옥수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태국 내에서 옥수수의 소비량이 늘고, 그만큼 일본에의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미국은 또 그만큼 일본에 대한 옥수수의 수출량을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앞의 핀란드와 영국의 두 사례처럼 상상력에 의한 연상작용은 창조적 사고를 보다 넓고 깊게 만들어 준다. 창조란 결국 들레즈/가타리의 말로 ‘새로운 배치로 탈영토화’ 되는 것이다. ▣ 육우균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前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자문위원 ◇ 前중등교사 임용시험 채점위원 ◇ 前인천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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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24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세상을 관조하는 관찰력의 힘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글로벌 솝 프로젝트 G.Soap Project.co의 수장이자 2011년 CNN이 선정한 “올해의 영웅”이었던 데릭 케욘고 Derreck Kayongo는 우간다 출신의 자선사업가다. 매년 200만여 명의 사람이 세균 감염으로 죽어가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경험했던 그는 출장 중 방문한 호텔에서 매일 아침 화장실의 비누가 새것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자선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비누가 고가의 사치품이어서 쉽게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버려지는 비누를 모아 새 비누로 제작한 다음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보내면 매년 200만여 명의 아이들이 자라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애틀랜타에 위치한 호텔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이후 케냐, 스와질란드, 가나 등 아프리카를 비롯한 전 세계 각국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300여 곳의 호텔과 주요 국제 보건단체가 뜻을 함께 하고 있다. 경험에서 비롯된 관찰력이 만들어낸 훌륭한 성과다. 창조적인 시각은 정확하게 보는 것, 그러니까 관점 Point of View으로부터 시작한다. 사회적 기업이나 여타의 가치적인 활동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창조적인 시각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게 만들며, 만나지 못한 세계를 만나도록 돕는다. 글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능력이다. 허먼 멜빌 Herman Melville은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이며,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대문호다. 그가 20대 초반 선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장편소설 「모비딕」은 영문학 3대 비극으로 불린다. 작품 속 일등 항해사 스타벅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글로벌 커피 체인점의 이름으로도 톡톡히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데,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출간되었을 때는 소설이 아닌 ‘고래학’으로 분류되었을 정도로 세밀한 필체를 자랑한다. 「모비딕 」은 뛰어난 관찰력이 훌륭한 원고를 집필하는 데 얼마나 탁월한 기술인지 알게 해 준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 이스마엘과 일등항해사 스타벅은 바다 한복판에서 커다란 향유고래를 만난다. 육지를 벗어난 지는 오래다. 주변은 온통 검푸른 바다, 미지의 세계다. 그 속에 살고 있는 거대한 향유고래는 선원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의 상징이다. 허먼 멜빌은, 인간이 향유고래를 만났을 때 느낄 법한 극한의 두려움과 용기를 세밀한 관찰력만으로 극대화시켜서 서술했다. 그때 노잡이들은 아직 아무도 사활이 걸린 위험에 직면해 있지는 않았지만, 고물에 있는 항해사의 긴장한 표정을 보고 긴박한 순간이 왔음을 알았다. 그들은 코끼리 쉰 마리가 잠자리에서 일어나려고 버둥거리고 있는 듯한 굉음도 들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보트는 여전히 안개를 뚫고 달리고 있었으며, 파도는 성난 뱀들이 목을 빳빳이 세운 것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쉿쉿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저기 혹이 있다. 저기. 저기다. 한 방 먹여라.” 스타벅이 속삭였다. 휙 하는 소리가 보트에서 뛰쳐나갔다. 그것은 퀴퀘그가 던진 작살이었다. 그러자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진 혼란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보트를 뒤에서 떠밀었다. 앞으로 밀려난 보트는 암초에 부딪힌 것 같았다. 돛은 쓰러져서 산산조각이 났고, 데일만큼 뜨거운 수증기 한 줄기가 보트 바로 옆에서 솟아올랐다. 보트 밑에서 무언가가 지진처럼 출렁거리고 뒹굴었다. -「모비딕」 허먼 멜빌, 289p, 작가정신 흔히 논문이나 학문 서적처럼 연구하고 탐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는 글은 관찰력과는 다른 능력이 요구되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1. 광범위한 정보 탐색 2. 논리적 접근과 이해 3. 논증의 과정 거치기 이런 글에는 관찰력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한 하나의 지적 요소 정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반면에 다양한 구성(시대적 배경, 내면의 흐름, 저술적 시점 등)이 필수요소로 받아들여지는 소설이나 영적 지능의 비약적 도약을 위해 집필되는 심리학 분야에서는 관찰력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통치권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으로 ‘편지’ 정도의 분량이지만, 매우 세밀한 관찰력에 토대를 둔 심리학 서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세밀한 관찰력에서 비롯되고 창조된 세계다. 관찰 Observation은 일종의 습관이다. 사물을 주의 깊게 연구하거나, 매사에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살피는 습관이 관찰의 특징이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뛰어난 성과를 낸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관찰력은 놀랍게도 망상, 혹은 독특한 성격 정도로 인식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남들과 다른 생각과 사고의 흐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 중에 산소 같은 경우 탄소 주변으로 향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이 가까워지면 탁 달라붙게 되는데요. 이때 어떤 방식으로든 열을 가해서 이 과정을 빠르게 할 수 있다면 산소가 탄소 주변으로 더 가까이 다가와서 탁 달라붙게 되는데, 이는 굉장히 불안정한 움직임을 가져옵니다. 그렇게 다른 원자들과도 부딪히게 돼 그 원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겠죠. 그러면 이 원자들도 다른 탄소 원자에 올라타 부딪히면서 불안정하게 움직이게 되고, 이는 또 다른 움직임으로 이어져 결국 끔찍한 재앙이 일어나게 됩니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노벨상 수상자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이론물리학자로 명성을 떨친 리처드 파인만 Richard Phillips Feynman은 앞서 이렇게 설명한 뒤 “그 재앙은 바로 불이라고 하는 것입니다.(That catastrophe is a fire.)”라고 이야기했다. 제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가능성의 길로 인도한 천재 물리학자의 언어는 탁월한 관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레오나르도는 받침대 위에 올라가 그가 그려놓은 것을 유심히 바라보며 붓 한번 대지 않고 팔짱을 끼고 하루 종일 서 있곤 했었다고 한다. 작품이 이렇게 파손된 상태 속에서도 그가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사색의 결과이다. <최후의 만찬>이야말로 인간의 천재성이 만들어낸 위대한 기적들 중의 하나인 것이다. -「서양미술사, 298p」, E.H. 곰브리치, 예경 관찰력은 인간이 가진 위대한 5가지 인지능력 중 하나이지만,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빠질 수 없는 지적 능력이기도 하다. 자연의 위대한 관찰자이자 탁월한 스푸마토sfumato 기법의 창시자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Leonardo Da vinci는 붓 하나만 가지고 인류 역사상 가장 영광스러운 여인을 창조했고, 미켈란젤로 Michelangelo Buonarroti는 허리가 꺾이는 고통 속에서도 인간의 눈으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기적이라고 불리는 천지창조(바티칸에 위치한 Aedicula Sixtina경당 천장화)를 만들어냈다. 새로운 작품의 창조라는 측면에서, 글쓰기도 일종의 예술 분야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독서가 중요한 이유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로 알려진 찰스 디킨스, 영국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쓴 유랑시인 호메로스의 공통점은 극사실주의Hyperrealism에 가까운 묘사와 표현을 바탕으로 문학사에 획을 긋는 탁월한 작품을 창조해냈다는 데 있다. 독서가 훈련되지 않은 사고의 규모를 넓히고 감정의 파동 범위를 빠른 속도로 축소시켜나간다는 점을 생각해봤을 때, 뛰어난 관찰력을 바탕으로 집필된 훌륭한 저서들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 작품들을 접할 때마다 느껴지는 감동, 위대한 작품을 읽고,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즐거움과 쾌감이 삶에 상당히 즐거운, 또한 큰 경험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하는 말의 어휘와 단어가 달라져 있음을 느꼈다. 신뢰할 만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단어가 1,500~1,800자 정도 된다고 한다. 위대한 작품들은 그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 풍부한 어휘와 표현이 있다. 그런 작품에 스며들면서 나도 모르게 관찰력이 풍부해지는 것을 느꼈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형성된 관찰력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도구이자 기회였던 셈이다. 관찰력은 세심한 주의에서 비롯되는 가치다. 탁월한 관찰력을 키우고 싶다면 많은 글을 써보고, 세상 모든 사물들을 관찰하는 습관을 기르자. 만년필은 연필이나 볼펜과 달리 잉크 주입방식으로 제작된, 인간이 글을 쓸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자세에 손이 위치해있을 때 가장 적당한 잉크가 흘러나와 글을 쓸 수 있도록 고안된 펜이다. 브랜드는 모두 다르겠지만, 만년필로 집필된 수많은 작품들이 고전과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만약 보험설계사였던 루이스 에드슨 워터맨 Lewis Edson Waterman에게 '계약서에 잉크를 쏟으면 계약서가 잉크에 젖는다.'는 사실을 '관찰'하는 자세가 없었다면, 어떻게 이토록 훌륭한 만년필이 이 땅에 나올 수 있었겠는가?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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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20
  • [육우균의 깨봉 칼럼] 4차 산업시대 교육의 방법
    [교육연합신문=육우균 교육국장] 글쓴이가 중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한문 수업 첫 시간이어서 나름 기대감으로 머릿속을 꽉 채운 상태였다. 한문 수업이 끝났을 때 나의 기대감은 절망감으로 다가왔다. 숙제가 너무 지겨워 한문 공부를 당장 때려치우고 싶었다. 숙제가 ‘한일(一)자’를 한 페이지 써 오라는 것이었다. 이건 숙제가 아니라 고문이었다. 아니 고문은 참으면 된다. 하지만 한문(한자)을 공부하는 즐거움을 선생님이 빼앗아 간 것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지. 한창 한문(한자)에 흥미와 재미를 느껴야 할 때, 오히려 한문(한자)에 질려버리는 경험을 했다. 단지 한일자를 한 페이지 써오라는 숙제 대신 이렇게 바꾸면 어땠을까. “우리 일상생활에서 ‘한일자’가 들어가는 단어를 5∽10개씩 찾아오라(일편단심, 동일, 1등, 합일, 일문일답, 일생, 일장일단 등)”든지, “‘한일자’의 여러 가지 뜻을 써오라(하나, 오로지, 첫째, 잠시, 한결같은, 다른, 좀, 약간, 만일, 혹시, 어느, 동일하다 등)” 그러면 단어 수준이 상당히 올랐을 것이고, 그것은 생각을 확장시켜 인식을 높였을 것이고, 새로운 학문을 접하는 데도 상당히 도움이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1타 3피. 한 시간의 수업만으로도 한 학생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다. 교사의 책무감을 상기시키는 글쓴이의 경험이었다. 들레즈/가타리에 의하면 세계를 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수목형(나무형) 사고와 리좀형(땅속 뿌리줄기형) 사고가 그것인데, 수목형 사고는 세계의 중심이 되는 어떤 것이 있고, 세계가 그 중심으로부터 위계질서를 가지고 존재한다는 식의 사고이고, 리좀형 사고는 중심도 없고 질서도 없고 패턴도 없어서 닥치는 대로 갈라지고 접속하고, 또 접속이 끊어지기도 하면서 뒤엉켜 있어, 위계질서가 없고 모두 평등한 관계를 맺는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수목형 사고는 ‘무엇이 존재하는가?’를 묻지만, 리좀형 사고는 ‘다른 사물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관심을 갖는다. 이를 교육에 대입해 보면 수목형 사고는 ‘장기형(체스형) 교육’에, 리좀형 사고는 ‘바둑형 교육’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장기형 교육’이었다. 부모님에게, 선배에게 배운 대로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미래가 보장되었다. 그래서 윗사람의 말씀을 신의 말씀처럼 잘 받들어야 했다. 이미 잘 닦여진 길을 걸으면 목표로 하는 지점까지 갔다. 아무런 장애물 없이. 그러나 4차 산업시대의 교육은 ‘바둑형 교육’이다. 길이 없다. 바둑은 흰 돌이든 검은 돌이든 두면서 길을 만든다. 그 길을 연결하면서 집을 만들어 나간다. 마치 땅속 뿌리줄기처럼. 그래서 더 이상 길을 몰라서 부모님이나 선배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왜냐하면 부모님이나 선배도 그 길을 모른다. 자기가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사고가 아니라 이전과 다른 사고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네 번째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만든 78번째 신의 한 수 같이, 이전에 없던 수를 만들어 내어 결과를 승리로 이끄는 것처럼 말이다. 상상력을 통해서 길을 내 손으로 만들어 나가는 교육이 4차 산업시대에 요구되는 교육이다. 길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이제 길은 ‘안전한 위험’이 되었다. 잘 닦여져 있는 길은 더 위험하다. 그 길을 따라가면 기존의 지식만을 얻어 고정관념에 빠진다. 그 고정관념은 장자의 ‘정저지와(井底之蛙)’와 같이, 자신이 만든 고정관념의 지식 그물에 갇혀 아집과 편견에 집착하게 된다. 창의성은 길러지지 않는다. 4차 산업시대에는 독서를 통해 고정관념의 얼음 바다를 깨는 도끼가 마련되어야 한다. 즉 그 도끼는 바로 창의성이다. 창의성의 핵심은 ‘연결’이다. 우리 속담에도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고 하지 않던가. 매일 밤하늘의 은하수만 쳐다보면 뭘 하나, 그 별들을 연결하여 북두칠성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 그렇게 별자리는 탄생하지 않았나. 스티브 잡스를 보라. 그는 축적의 시간으로 거둬 올린 지식의 거인 위에 올라선 난쟁이다. 그 난쟁이가 거인보다 멀리 볼 수 있다. 그는 애플 컴퓨터를 만들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어 창조성의 아이콘이 되었다. 이제는 플랫폼 사업(에어비엔비, 우버, 요기요, 배달의 기수 등)이나 사물 인터넷으로 모든 제품을 연결하여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시대다. 4차 산업시대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은 우리의 뇌를 단련시키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방법은 다음에 언급할 세 가지다. 생각 확장법(6-LCAMST)과 수렴법(개념을 은유로 정의하기), 그리고 그것을 통한 융합적인 글쓰기다. ▣ 육우균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前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자문위원 ◇ 前중등교사 임용시험 채점위원 ◇ 前인천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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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15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인연과 필연사이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첫 회사에 사직서를 쓰고 나온 날은 2014년 10월 31일이었다. 그날은 비가 내렸고, 퇴근길 라디오에서는 2pac의 "Life goes on"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빨간색 모닝을 타고 집으로 가는 동안,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몰라 한숨만 쉬었다. 자동차 앞유리에 투두둑 떨어지던 빗소리와 축축한 공기, 다소 차갑게 느껴지던 그 순간이 생생하다. 사업을 해보겠노라고 큰소리는 쳐두었으나, 사업이란 걸 해본 적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었다. 동대문에서 몇 벌 떼온 옷을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몰라 길거리에 테이블을 깔아놓고 판 적도 있고, 길가던 여대생을 붙잡고 설명하다가 거절을 받은 적도 있었다. 방황의 시간이었다. 2014년 11월 3일에 빨간 모닝을 타고 아내와 둘이서 떠난 가을여행은, 그런 실패의 서막을 마주하기 위하여 떠난 첫 가족여행이었다. 목적지는 전주였다. 가진 것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한 우리는 여행을 떠날 때도 돈이 없었다. 제일 싼 펜션과 게스트하우스만을 골라 다녔다. 담양, 전주 등 포괄적인 목적지를 제외하고는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수준이었다.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전주는 지금이나 그때나 우리에게 꿈의 도시였으나, 사고 싶은 걸 사고 원하는 호텔에서 잠잘 수 있을 정도로 물가가 싸진 않았다. 그래도 첫 여행인데 큰맘 먹고 좋은 곳으로 가자 싶어 고르고 고른 곳이 분위기 좋고 아늑한 어느 게스트하우스였다. 하루 숙박료는 10만 원이었다. 싸지도, 비싸지도 않았다. 다만 우리에겐 큰돈이었다. 하루 숙박에 10만 원이라는 말에 아내가 망설이자 전화기 너머에 계신 사모님은 이유를 물으셨고, 아내는 "저희가 신혼부부라서 여행을 왔는데, 예산을 조금 초과했거든요."라고 대답했다. 아내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 그래요? 그럼 8만 원에 해드릴게요. 아니다, 7만 원에 해드릴게요."하고 이야기하시는 목소리가 무척 밝았다. 아내도 밝고, 사모님도 밝았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면서 갈 필요 있겠나, 다른 데 가자.”라고 할 수도 있었을 그 상황에서, 깎아달라고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음에도 우리에게 작은 호의를 베풀고자 한 그분의 친절이 우리를 이끌었음을 안다. 그렇게 도착한 게스트하우스는, 생각했던 것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우리가 생각한 건 작고 소소한 게스트하우스였다. 가난한 신혼부부가 잠시 쉬었다 갈 수 있을 정도의 아늑한 게스트하우스면 충분했다. 그렇기에 분위기도 좋고 예쁘긴 해도 10만 원씩이나 주고 자기엔 좀 비싸다, 하고 생각했던 게스트하우스가, 그러나 상당히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가진 엔틱가구들과 소품들로 가득 채워진 고급 갤러리에 가까운 게스트하우스라는 것을 알게 되자 한참을 '우와! 우와!'거리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대단히 품위 있는 예술공간의 일부분을 잘라내어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소망을 다스리는 며느리로서 지혜로운 딸들의 어머니로서, 무엇보다 위대한 남편의 현명한 아내로서의 역할을 하고 계셨을 사모님은 실제로도 무척 친절한 분이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사모님은 먼 이방인인 우리 부부에게 직접 만든 요플레를 예쁜 찻잔에 담아서 주셨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가 첫 손님도 아니었고, 딱히 좋은 인상을 남길 만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으나, 먼저 연락처를 물어보셨다. "너무 잘생기셨네요. 마치 영화배우처럼 생기셨어요.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빨간 모닝을 타고 전주까지 다녀오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오고, 3일 동안 샴푸도 없어서 물로 대충 감은 머리는 미역처럼 떡졌다. 그럼에도 '언젠가 영화배우가 되고픈 꿈이 있다'는 말에 과찬을 아끼지 않는 겸손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고객관리 차원에서 물어보시는가 보다 싶어 별 의미 없이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렇게 8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좋은 경험으로는 남아 있으나 그리 유쾌한 기억으로 남아있지는 않은 지난 시간들은,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아내와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지나고 나니'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랫동안 겪은 어려움들 속에 조금씩 쌓인 지긋지긋한 빚 때문에 경제적 여건이 썩 나아졌다고 이야기할 건 아니나,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통해 인생의 형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게 된 2022년이 되어서 다시 만난 전주는 처음 방문한 2014년 그때보다 조금은 더 너그러운, 그리고 풍요로운 마음을 갖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8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사모님과 반가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필연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진지한 고찰을 하게 되는 경험을 마주하게 되었다. 결혼 초기에 떠난 전주 여행에서 만난 사모님은 대단히 훌륭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사장님이었다. 우리는 빨간색 중고 경차를 타고 먼 도시에 여행 삼아 방문한 젊은 신혼부부에 불과했다. 그렇다 보니 이렇다 할 연결고리도 없었고, 종종 안부 인사를 드리는 것 외에는 관계가 이어질 리 만무했다. 그런데 8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내면의 중심에서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한 경험들이 나로 하여금 사람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형성시켜 주었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 서로의 마음에 크고 작은 신뢰가 형성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참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던 중, 사모님이 내게 물었다. "혹시 직업을 바꿀 생각 있어요?" "직업이요? 어떤 직업으로요?" "이런 카페를 하나 주면, 운영해볼 수 있겠어요?" 수도권에서나 볼 수 있는 초대형 카페는 아니었지만, 아름다운 도시 전주와 무척 잘 어울리는 예쁜 카페였다. "카페와 캠핑장을 운영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공사는 들어갔고, 완공되면 전주에 와서 같이 운영해보면 참 좋을 듯해요. 한번 고민해봐요." 검증되지 않은 도시로 머나먼 여행을 떠나는 것은 많은 두려움과 아울러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하는 고민을 동반한다.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이 엄청난 실수였을 수도 있고,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전화위복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어떤 것이 기회인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만남을 두고 기회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8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신뢰와 견고한 믿음이 상대방의 눈빛, 대화, 언어,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 속에서 섬세하게 드러나보였기 때문이다. 기회를 보는 눈이 어떠한가에 따라 그 사람의 자질과 역량이 판가름 난다고 믿는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의 앞머리는 길고 뒷머리는 대머리인 이유가 그러하다. 게다가 기회의 신은 저울과 칼을 들고 있다. 저울은 조금이라도 무거운 곳으로 기울고, 칼은 자르는 능력이 있다. 기회를 보는 눈 안에는 저울질할 수 있는 분별력도 있고, 과감하게 잘라내는 신념과 믿음도 있다. 올바른 분별력은 기회를 만들고, 신념과 믿음은 기회를 성취로 연결시킨다. 올바른 분별력, 신념과 믿음이 인연과 필연을 판가름짓는 데 중요한 능력이 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귀한 시간이었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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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10
  • [육우균의 깨봉 칼럼] 4차 산업시대 교육의 패러다임
    [교육연합신문=육우균 교육국장]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지식 정보화시대라 한다. 학교 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이 지식과 정보를 알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는 지식을 전수하는 공장이다. 교육 이론을 따지지 않아도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하는 옛 동요 가사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는 공장의 동시성, 보편성을 상징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학교 제도는 대개 좌뇌 지향적인 교육 현상에서 나왔다고 보아진다. 따라서 예술성, 창조성이 없다. 이는 근대 학교 교육의 시스템이 ‘지혜’를 목표로 삼지 않고, ‘지식과 정보’를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T.S 엘리엇이 말한 지혜보다 상위의 것인 ‘생동하는 생명, 기쁨, 즐거움, 감동에 찬 삶’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정보의 바다에 떠다니는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조합, 가공, 응용해 지식을 창출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느냐 하는 방향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 즉 평면적 지식을 입체적 지식으로 바꿔, ‘지식의 소비자’에서 ‘지식의 창조자’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사회는 지식을 암기하는 단계를 넘어 여러 교과 지식을 활용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그렇게 해결한 문제를 논·구술을 통해 다른 사람과 잘 소통할 줄 아는 인재를 원한다. 아이를 이런 인재로 키우려면 우리나라의 주체적인 인재 교육인 융합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학생의 학업 성취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학습에 대한 흥미를 가지지 못하고 있으며 공부하는 것이 즐겁지 못하다. 이는 ‘수포자’란 말로 증명된다. 이어령 박사도 생전에 말한 바이지만 일제 강점기에 뿌리내린 ‘탑-다운’식의 주입식 교육의 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교과가 바로 수학이다. 4차산업의 핵심인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모두 수학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수학경시대회에서 상은 휩쓸어도 수학 흥미도는 꼴찌 수준이다. 재미와 흥미가 전혀 없다. 새로운 내용을 학습할 때 고통을 느끼기보다는 즐거움을 느끼는 인재가 필요하다. 『논어』에도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라 하지 않았나. 『프랑스 교육처럼』을 쓴 이지현 님에 의하면 프랑스(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 수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나라)에서 고1학년 때 수학 시험을 보았는데, 20점 만점에 12점을 받아 선생님에게 이유를 묻자, 그때 선생님의 코멘트가 ‘개념 부재’, ‘상세 설명 부재’였다고. 다른 친구들 답안을 보았더니 문제 풀이 과정을 빼곡하게 모두 글로 설명해 놓았더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수학 시험 문제는 숫자만 쓰는 단답형, 또는 선다형 시험이잖는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에피소드다. 답은 하나가 아니라는 생각의 전환.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이 있는 수학. 기-승-전 –반복학습이 아니라 호기심의 생산성을 만들어 내는 학습 등등. 이제 4차 산업 시대 교육의 방향은 보편성에서 다양성으로, 다양성에서 개별성으로 바뀌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4차 산업시대의 교육의 방향은 20세기까지의 ‘직선적 사고의 항상적 패러다임’을 ‘원형적 사고의 순환적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리하여 교육의 피라미드 구조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자료, 정보에 초점을 맞추는 교육이 아닌,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상위의 것, 곧 ‘생동하는 생명, 기쁨, 즐거움, 감동에 찬 삶’으로 대체하는 교육으로 바꾸어 실천해 나가야 한다. 공장 같은 지식전수형 학교 교육으로 만들 수 없는 원형-순환적 패러다임의 출현으로 학교는 이제 순종교배의 순수함을 보전하려는 엘리트주의가 아니라, 잡종교배(하이브리드)의 다양함과 풋풋함이 넘쳐나는 새로운 실험과 교제가 이루어지는 곳이어야 한다. 이제 지식전수형 교육은 종말을 고했다. 다가올 미래는 연결의 시대다. 생각의 재료를 주고 융합을 통해 이를 버무리는 사고 훈련 과정이 필요하다. 앞으로 생각의 힘을 키우는 교육 외에 대안은 없다. 연결의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는 많이 배운 사람이 아니라 잘 배우는 사람 즉 배움을 즐기는 사람이 될 것이다. 정보나 지식은 구글을 검색하면 된다. 오죽하면 ‘구글 신’이란 말이 다 있을까. 진정한 공부는 모두 당연하다고 생각한 현상에 대하여 남다른 호기심과 의심의 눈초리로 시비를 걸면서 구체적 질문으로 만들어 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질문은 궁금증과 호기심의 발로다. 다이나마이트의 심지에 갖다 대는 불이다. 세상은 질문하는 자로부터 변화했다. 최진석 교수는 “문명의 모든 것은 생각의 결과이고, 질문의 결과다”라고 했다. 질문할 때만 주체자가 된다. 따라서 주체적 지식의 창조자가 되려면 질문해야 한다. 공부는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여러 가지 현명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다. 그러기 위하여 우리는 독서를 해야 한다. 먼저 통독하고 다음에 정독하는 방식으로 머릿속에서 융합적 사고가 일어날 때까지 빡쎄게 독서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복잡하게 서로 연결되고 있다. ▣ 육우균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前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자문위원 ◇ 前중등교사 임용시험 채점위원 ◇ 前인천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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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07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극한의 즐거움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제법 사고라는 것을 할 만한 나이가 된 뒤에는, 딱히 나를 안쓰럽거나 불쌍한 존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은 있었으나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 경우는 별로 없었기에, 나이가 들어갈수록 재밌고 감사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서재 말고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가 또 하나 있다. 주방 싱크대 아래 구석진 곳, 그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을 때 그렇게 편안함을 느낀다. 하루는 사무실 주방 싱크대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서 물을 마시고 있는데 지나가던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왜 거기 앉아 계세요?” “아, 그냥요.”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표정이었다. 등이 쏙 들어가는 주방 싱크대 모서리에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그렇게 폭 들어맞을 수가 없다. 등을 대고 쭈그리고 앉아서 물이나 음료를 마시노라면, 혹은 퍽퍽한 고구마를 먹고 있노라면, 그렇게 맛이 좋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분위기 좋은 카페도 많고 푹신한 소파를 준비한 곳도 많은데, 하고 많은 자리 중에 왜 여기가 편할까 생각해보았다. 신체적인 굴곡에 맞춰진 모서리 공간, 주방이 주는 특유의 아늑한 분위기, 혼자만 느낄 수 있는 심적인 여유와 여유를 보장해주는 자유로운 시간 등등. 우선은 거기까지였으나, 굳이 한 가지 이유를 더 꼽자면 '인간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의외의 편안함을 느낀다.'는 사실이었다. 누군가 물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요?" 그에게 대답했다. "시간이 아까워서요." 학창 시절에는 얼른 대학생, 직장인이 되고 싶었다. 현실이 버겁다고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남들이 들으면 우스운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단 한 번도 10대로 돌아가고 싶었던 적이 없을 정도로 힘든 시기였다. 잿빛 하늘처럼 울적하고 우울하기만 하던 10대 시절이 지나고 내 능력과 주관에 따라 뭔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시간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38살의 전준우, 39살의 전준우가 지나고 나면 불혹의 전준우가 찾아오고, 그 시간이 다시 지나면 지천명의 전준우가 온다. 늙수레한 외모를 두고 달리 부를 표현이 없어 불혹이니 지천명이니 하지만, 존경스러운 불혹과 겸손을 깨닫게 해주는 지천명의 리더들도 분명히 우리 주위에 있는 반면에, 예순이 넘도록 나잇값 못하는 철부지 노망쟁이들 역시 수두룩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렇다 할 생각이나 계획 없이 시간을 허비해버린다면 그들과 다를 바 없는 노년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그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그렇기에 극한의 삶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준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하는 일이 많다는 뜻이거나, 시간관리에 소홀하다는 뜻이거나 둘 중 하나다. 딱히 시간관리에 소홀하진 않으나, 하는 일이 많았다. 그렇다 보니 늘 시간이 없었다. 선택과 집중의 의미도 알고 중요한 것도 알지만, 고정적인 월급을 제공할 테니 일은 1.5배에서 2배 정도 해달라고 지시하는 회사생활은 체질상 맞지 않았다. 시간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글도 써야 하고, 책도 써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좋은 분들과 식사도 해야 하고, 훌륭한 분들이 참석하는 모임에도 참석해야 하고, 강의도 해야 하고, 사업도 해야 하고, 사색도 해야 하고, 종교생활도 해야 하고, 아들과 책도 봐야 하고, 아내와 영화도 봐야 하고, 데이트도 해야 하고, 가족과 여행도 가야 하는 게 내가 해야 되는 일들이었다. 의미 있는 일에 대한 고찰을 위해서라면 돈을 받지 않고도 일할 의향이 있었지만, 늘 칼퇴근을 하는 나를 보고 "당신은 우리랑 일할 수 없을 것 같으니,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라."는 어느 회사 대표의 말에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예, 알겠습니다."하고 짐을 싸서 나온 적도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다른 회사로 출근했다. 와달라고 하는 곳은 많이 있었다. 열심히 산다고 해서 인생에 여유가 생기는 건 아니었다. 기회를 잡지 않으면 여유는 찾아오지 않았다. 꽤 오랫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이유였다. 기회를 분별할 만한 눈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을 지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순간 모든 순간이 여유롭게 다가왔고, 조금씩 일을 하면서 여유를 찾는 스타일로 바뀌어갔다. 누구는 인생이 쓰다고 하고 삶의 무게가 무겁다고 하는데, 나는 하루하루 흘러가는 순간의 연속이 너무 달달하고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매 순간을 살고 있다. 그렇기에 “삶의 무게”라던지, “인생이 쓰다.”는 식의 표현을 상당히 싫어한다. 쓰면 달게 만들던지, 무거우면 덜어낼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쓰다 무겁다고만 이야기하는 무리를 곁에 두고 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나와 가족만 힘들어졌다. 환난의 많은 시련 가운데서 저희 넘치는 기쁨과 극한 가난이 저희로 풍성한 연보를 넘치도록 하게 하였느니라.<성경 고린도후서 8:2> 수천 년 전 형성된 초대교회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환난의 많은 시련은 지금 우리가 겪는 시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어려움과 문제였을 줄 안다. 그러나 그런 극한 가난을 통해 마음에 형성된 굳건한 믿음과 기쁨이 연보를 하게 하였고, 초대 교회가 형성되는 데 큰 기틀을 마련해주었다. 수많은 예수쟁이들이 판을 치고 타락한 종교인들이 시끌시끌 떠들어대는 이 시국에, 극한 가난을 즐긴 수많은 믿음의 사람들 덕분에 지혜로 충만한 사람들이 태어났고, 그들이 만든 결과물들을 통해 우리는 삶에 상당한 편리와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삶 속에 찾아오는 극한의 과정은 상당한 쾌감과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극한의 과정을 즐겨보자. 굳이 익스트림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극한의 즐거움은 무수하게 많다. 나에게 극한의 즐거움을 선사해준 것은 독서, 글쓰기, 다양한 의미 있는 과정들의 연속이었기에 그에 걸맞은 최소한의 결과를 냈을 뿐이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 기획·연재
    • 연재
    2022-12-30
  • [육우균의 깨봉 칼럼] 現교육제도의 실태와 비판
    [교육연합신문=육우균 교육국장] 1905년 11월 17일(을사늑약)부터 1945년 8월 15일(조국광복)까지 일본은 우리 국민에게 총이나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식민교육은 인문학이 완벽히 배제된 우민화 교육이었다. 이후의 교육은 그들의 우민화 교육이 성공했음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초·중·고·대학 어디라도 좋다. 학교 현장에 가 보라. 인류의 문명을 진보시키고 역사를 바꾼 원동력인 인문학적 대화와 질문, 치열한 사색, 위대한 깨달음은 찾아볼 수 없다. 죽은 지식의 강제적 주입, 맹목적 암기, 기계적 문제 풀이, 친구와의 무의미한 무한 경쟁만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청년들은 그렇게 불행하고 나약하고 소극적인 20대가 되어 사회에 나온다. 광복 이후 지난 70여 년 동안 우리 교육을 지배한 이 사악한 교육의 목적은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었다. 한나 아렌트가 말했듯이 생각할 줄 모르면 죄다. 결국 식민교육은 우리를 범죄자로 만들었다. 그런 교육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우리 교육 당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되풀이해서 강조한다. “수능 문제는 교과서 밖에서는 내지 않는다. 수능 교육 방송만 잘 봐도 70%는 맞출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우리는 수능에 대비하기 위해 정해진 범위 내에서 외우고 외워서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된다. 한창 지식욕이 왕성한 고교 시절의 금쪽같은 소중한 시간을 이렇게 한 줌의 지식만 가지고 끊임없이 반복하며 실수하지 않는 연습만 하면서 보내게 하는 것이 타당한가? 언제든지 인터넷에서 검색이 가능한 시대에 차고 넘치는 지식과 정보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는 길이 아님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러면 경쟁을 제거하는 것이 교육일까? 세상 모든 생물들은 하다못해 풀들까지도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현재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개선하려는 동기’를 속성으로 지닌다. 경쟁을 제거하는 것은 ‘개선하려는 동기’를 지닌 인류를 모독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는 경쟁이 제거될 수 없다는 점이다. 고교평준화 정책이 잘못된 이유다. 신분의 사다리가 망가져 가고 있다. 예전 가난한 시절에는 공교육이 일부라도 싸고 질 높은 교육을 공급했는데, 지금의 공교육은 다 같이 공부를 덜 하게 만드는 데에만 전념하고 있다. 어떻게 우리나라는 교육정책의 최대 목표가 ‘사교육비 절감’인가? 학교에서 경쟁을 피하고 고교평준화를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사교육비 절감이란 기준에서 나온 것이다. 전국 학생들이 EBS 교육방송의 강사에게서 똑같이 받은 수업으로 수능시험에 대비하란 말인가? 일방향적인 관계로 어떻게 교육이 가능한가? ‘줄탁동시(啐啄同時)’라고 했다. 교육은 예로부터 쌍방향적 관계일 때 그 시너지 효과도 큰 것이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예외가 되겠지만. 프랑스 현대철학자 질 들레즈의 말을 빌려 보자. 그는 ‘홈패인 공간’과 ‘매끄러운 공간’의 개념을 말했다. ‘홈패인 공간’이란 고속도로처럼 주어진 방향으로만 가야 한다. 옆으로 셀 수가 없다. 앞을 향해 질주하거나 낙오해야만 하는 둘 중 하나만 있는 교육을 뜻한다. 현재 우리의 교육이 바로 ‘홈패인 공간’과도 같다. 맹목적으로 천편일률적인 인간을 공장에서 생산하듯 학교에서 만들어 사회에 내놓는다. 이제 4차 산업시대다. ‘홈패인 공간(교육)’보다는 ‘매끄러운 공간(교육)’ 예를 들면 사바나 초원이나 아라비아 사막처럼 평평하게 펼쳐져 있어 사방 어디로든지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홈패인 교육’은 실패와 성공이라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반대말이 아니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다. 실패해야 성공할 수 있다. 두려워하지 말자. 매끄러운 공간을 흐르는 물은 사방 어디로든지 흘러 다른 것들과 합쳐져 융합하고 거기에서 창의적인 생산물을 만들게 된다. 지식의 수용자가 되지 말고 이제 지식의 창조자가 되자. 인격을 가진 한 인간에게 점수로 평가받는 것이 현재 우리 아이들이다. 이런 획일적인 사고와 기준으로 어떻게 창조적인 인재를 만들 수 있나? 창조는 자유로운 개인, 다양성, 이종 간의 연결에서 나온다. 이런 우리의 교육 현실 앞에서 어떻게 세계와 경쟁할 수 있겠는가? ▣ 육우균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前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자문위원 ◇ 前중등교사 임용시험 채점위원 ◇ 前인천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교무부장
    • 기획·연재
    • 연재
    2022-12-24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고전 탐구생활이 나에게 주는 것들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두 달 전부터 진행하고 있는 인문고전 탐구 모임이 있다. 매주 정해진 요일 새벽 6시부터 1시간 반 동안 일정 분량의 고전을 읽고 발표하며 의견을 나누는 모임인데, 생각 외로 흥미로운 경험들을 많이 한다.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과 고전을 읽고 발표하며 의견을 나누는 1시간 반(대개 1시간 반을 넘기고 2시간가량 토론하기 일쑤다.)의 시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깊은 사색으로 말미암은 감동으로 가득 채워지곤 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으나, 직업을 통해 상대방이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지는 어렴풋하게나마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추측이 대개는 맞아떨어진다. 고위직 공무원이나 전문직 종사자, 전문 경영인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평범한 사람들의 그것과 같을 리는 없다.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하는 이유다.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목표의식을 갖고, 똑같은 기준을 갖고 산다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다른 예도 있다. 어떤 모임에서 무슨 활동을 하느냐를 통해 그 사람의 관념과 가치관을 확인할 수도 있다.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내진 않았지만, 경제적인 여유와는 거리가 먼 활동들을 하며 삶에 의미를 찾는 일들을 주로 해왔던 나와 경찰 공시생이었던 아내는 벌어둔 돈이 없어서 단출하게 신혼을 시작했다. 부모님에게서 절반을 지원받고, 절반은 신혼부부 대출을 받아서 자그마한 빌라를 매매로 얻었다. 지은 지 20년이 넘어가는 흔한 동네 빌라였다. 가진 것 없는 우리 주제에 대단히 훌륭한 아파트나 저택을 구매할 여력은 없었다. 그렇기에 별로 불만을 가지지도 않았고, 딱히 불편스러운 것도 없었다. 그러다 아들이 태어나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아들에게 더 좋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나의 좁고 편협한 시각 때문에 아들이 좁은 세상 속에서 그럭저럭 살아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주변을 돌아보는 눈이 뜨여진 것도 그 무렵이었다. 지역적 텃세가 심한 곳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내와 나는 활동지역이 동네가 아니었기 때문에 마주칠 일이 없었고, 관계는 상호 간에 이루어지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맺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거주하는 거주지 반경에 있는 아이들과 관계를 맺기 마련이다. 아이는 부모의 그림자라는 말도 있듯이, 내 아이가 마주하게 될 아이들은 대개 이웃주민들의 아이들이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내게 있어서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의 의미는 “무탈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앞서 밝힌 바 있다. 내게 있어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은 책과 거리가 멀고, 부정적인 단어를 습관적으로 남발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며, 옹졸하고 편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게다가 가난하다는 것은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인생에 찾아오는 기회를 습관적으로 무시해버리는 사람들(Poor, Pass Over Opportunity Repeatedly)이라는 점에서 생각해봤을 때, 우리가 사는 곳 근처의 이웃 주민들은 대단히, 매우, 상당히, 평범하고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꽤 오랫동안 그들과 대화를 시도해보려고 노력했다. 언제 어디서 도움을 주고받을지 모르는 일이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였다.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떡을 해서 돌리고, 궁금한 게 있으면 먼저 연락해서 물어보았다. 이웃집 어린아이들에게는 천 원짜리와 만 원짜리를 쥐어주며 “건강히 자라거라.” 하고 덕담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들은 전혀 변화하지 않았고, 성장하지 않았다. 늘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서로를 대했고, 형식적인 인사치레 외에는 별다른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10여 년 간 지켜본 결과 준중형 승용차가 중형 승용차로, 중형 승용차가 준대형 승용차로 바뀌는 식의 변화 외엔 삶에 어떠한 변화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웃주민들의 삶이라는 것이 대개 그런 식이었다. 반면에 어느 지인은 갖은 고생 끝에 상당히 큰 사업적 성장을 일구어내면서 삶을 큰 폭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는데, 그의 삶 속에서 보이는 여유와 안정감은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었다. 이는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었고, 그의 아이들도 대부분의 주변 아이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크고 작은 활동들(자가 요트를 타고 낚시 투어 다니기, 학교 마치고 서핑 수업하기, 방학기간 동안 크루즈 타고 유럽 대륙 투어 하기 등)을 통해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의 성장과 변화가 경제적 안정으로 끝나버렸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경제적으로는 상당히 안정되었으나 가정이 불행하다던지, 겉으로 보기엔 나름 성공한 사업가로 보이는데 법적인 문제에 휘말려서 갖은 고초를 겪는 부자들을 꽤 많이 만나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젊은 사람의 성공스토리 정도로 인식한다면, 그의 성공 역시 부러움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도전의 대상 정도로 느껴졌을 것이다. 무엇보다 내게 있어서 그가 '정말 멋있는 삶을 산다.'하고 느꼈던 포인트는 배움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었다. 그는 사업을 키워나가는 와중에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는데, 엄청난 규모의 서재를 빼곡히 채우다 못해 여기저기에 수북이 쌓여있는 책들을 소유한 애서가이자 다독가였다. 무엇보다 새벽마다 가지는 인문고전 탐구 프로그램도 그런 배움의 활동들 중 하나였다. 그런 활동들이 그로 하여금 더 깊은 사색으로 말미암은 성공의 기회를 제공하였으리란 사실에는 조금의 의심도 없었다. 고전에는 인생을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깊은 지혜가 숨어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해석과 풀이에 있어서 한계가 있었다. 어느 정도까지는 읽고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맥락을 이해하는 정도이거나 글자 수 헤아리기 정도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인도자의 도움이 없으면 별다른 진척이 없을 듯했다. 그러던 차에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접하게 된 고전 탐구 모임은 그런 내적 갈증을 해소해주는 기회이자 훌륭한 인맥을 선물해주는 소통의 경로이기도 했다. 나에겐 인생을 바꿀 자유도 있고 더 나은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있지만, 생각의 수준이 달라지고 깊어지지 않는 한 그런 기회에도 한계가 있었다. 경험의 폭과 시각의 범위가 좁고 낮았기 때문에 품위 있는 대화나 모임을 접할 기회가 적었다. 그렇기에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과 나누는 대화들이 마음에 깊게 심기워지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음은 물론이다. 무엇이든지 일단 시작하면 10년을 바라보고 진행하는 성격 때문에 차근차근히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나가고 있다. “크산토스여! 왜 내게 죽음을 예언하는가? 정말 너답지 않구나. 내가 사랑하는 부모님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죽을 운명임은 나도 잘 아는 바다. 그렇다 해도 트로이아인들에게 전쟁이라면 신물이 나도록 해주기 전에는 나는 결코 쉬지 않으리라.” -일리아드 19장 420절 준마 크산토스가 아킬레우스에게 죽음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아킬레우스가 던진 대사다. 죽음의 운명을 두려워하지 않고 전투에 임하는 위대한 장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킬레우스의 죽음을 알리는 복선伏線의 의미를 담고 있는가 하면, 오직 명예와 영광을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과 욕심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고전은 다양한 방면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풍부한 어휘를 활용할 수 있는 활용 방법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는 것이다. 고전을 공부하면서 아들과 대화할 때 언어가 달라짐을 느꼈다. 아들이 “비누 어디 갔어요?” 하고 질문하면 “세면대 위에 있어.” 하고 이야기하면 될 것을, “검은 세균의 군단들과 힘 있게 싸우는 비누는 물을 만나면 나쁜 세균들을 검은 하수구 속으로 흘려보내서 영원한 전쟁의 굴레 속에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도록 이끄는 힘이 있지만, 오랫동안 물과 함께 있다면 순두부처럼 연약하고 부드러워져서 위대한 장군에서 어두운 밤을 무서워하는 어린아이처럼 변해버린단다. 그래서 항상 자신의 몸을 지켜줄 수 있는 훌륭한 곽 속에서 틈이 날 때마다 잠을 자야 해.” 하고 말하는 식이었다. 의도하고 한 말도 아니었으나, 어느 순간 사용하는 언어의 형태가 달라짐을 느끼면서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이제 겨우 두 돌이 지난 아들은 병원에서 5~6살 정도의 어휘력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좋은 생각을 떠올릴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 라이너스 폴링 생각은 수많은 변수를 갖추고 있으므로, 형상화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기에 수많은 생각들 중에서 최선의 생각을 골라내기 위해서는 변별력과 분별력이 필요하다. 반면에 좋은 생각은 많이 생각하는 습관에서 비로소 형성된다. 많이 생각하지 않으면 삶 속에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결과들만 얻게 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엮이게 된다. 살면서 만나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사고력과 분별력의 부재에서 시작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고전 탐구와 사색이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나,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다는 점에서 충분히 시간과 돈을 투자할 만하다. 관심이 생긴다면 지금 바로 도전해도 좋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읽고 생각하라는 것이지, 고전을 집필하라는 게 아니지 않은가. 놀랄 만한 인사이트는 읽고 사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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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15
  • [육우균의 깨봉 칼럼] 프롤로그(prologue)
    [교육연합신문=육우균 교육국장] 옛 중국 고전인 「장자」에 보면 정저지와(井底之蛙)란 말이 나온다. ‘우물 안 개구리’란 말이다. 개구리에게 바다를 설명해 줄 수 없다. 또한 한 여름만 살다 가는 매미에게는 찬 얼음에 대해 설명해 줄 수가 없다. 편협한 지식인에게는 진정한 도의 세계를 설명해 줄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가르침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장자는 이 ‘정저지와’란 고사에서 세 가지의 집착과 한계를 파괴하라고 충고한다. “시간, 공간, 지식의 그물을 찢어라.”라고. 프란츠 카프카는 독서를 “내 마음에 고정관념으로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따라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란 제목의 책도 나왔다. 이처럼 자기 내부의 한계를 깨부수어야 새로운 창조가 시작된다. 말하고 글쓰기는 아웃 풋(out put)이다. 인풋(in put)은 읽기와 듣기다. 따라서 글을 잘 쓰려면 먼저 독서부터 해야 한다. 독서를 하면 언어가 생성되고 언어는 개념을 만든다. 그리고 개념은 사고를 만든다. 인간을 흔히 ‘생각하는 갈대’라 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약하지만 생각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생태계의 최상위자가 되었다. 생각하는 힘은 결국 언어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 했다. 사물에는 이름이 있다. 이름은 언어로 만든다. 그러므로 사물은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즉 언어는 사물의 속성을 파악해 규정해 놓은 것이다. 언어를 많이 알고 있으면 생각의 힘도 세진다. 언어를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생각할 수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언어를 많이 알 수 있을까? 책을 많이 읽어야 하지만 일단 신문부터 읽는 습관을 들이자. 신문은 종합적인 독서력을 길러주고 백과사전적 지식을 제공한다. 책 읽기, 신문 읽기를 하면 우리의 뇌 속 뉴런들이 복잡하게 생성된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마치 나무의 뿌리나 잔가지처럼 사방으로 붉은 색이 뻗어간다. 즉 독서를 많이 하면 우리의 뇌 속에서 자라고 있는 뉴런의 잔가지들이 많아지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융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서 창의력이 자라난다. 이 칼럼에서는 창의・융합적인 글쓰기의 방법으로 사고확장법을 알려주려 한다. 사고확장법은 지식의 확장(6-LCAMST)과 지식의 수렴(개념을 은유로 정의하기)을 통해 사고의 넓이와 깊이를 가져온다. ▣ 육우균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前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자문위원 ◇ 前중등교사 임용시험 채점위원 ◇ 前인천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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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11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반응방식을 선택하는 기술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30대 시절을 되돌아 생각해보면, 어려움과 실패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잘못된 선택으로 어려움을 당한 시간들이 꽤 많이 있었는데,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잘못된 선택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세일즈에 전혀 관심도 없고 자신도 없는데 자동차 영업을 했고, 무역회사에서 해외영업 관리자로 밤 10시, 11시까지 일했다. 이건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싶어 사표를 쓰고 나와서 세차장에서 시급을 받아가면서 일했다. 세계 5대 금융기관이라는 외국계 보험사에서도 얼마간 근무를 했으나, 아버지 양복을 입고 학예발표회 주인공으로 등장해야 하는 초등학생처럼 느껴졌다. 그곳에서 1년을 버티고 퇴사했다. 외국계 보험사의 특성상 사람들은 상당히 권위적이고 딱딱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사람들은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버렸다.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뎌냈는지,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신기하다. 꽤 성공한 선배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물상을 차리는 게 꿈이었다."는 이야기가 귓구멍으로 쏙 들어오는 바람에 고물상에 이력서를 들고 방문한 적도 있다. 세상을 몰라서 엉뚱한 일을 경험하기도 하고, 6개월 동안 월 100만 원도 벌지 못한 적도 있었다.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었다가 고소를 당하는 바람에 법원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난 경험도 있다. 이렇다 할 혐의가 없었기에 무죄로 풀려나긴 했지만 상당히 가슴 아픈 경험이었다. 순전히 미래에 대한 두려움만으로 선택한 길이었는데, 덕분에 운명은 내게 사람도 잃고, 돈도 잃고, 시간도 잃을 수 있는 놀라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그 모든 경험들은 나로 하여금 분별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기분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마인드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런 분별력과 태도는 놀라운 기회로 연결되기도 했다. 사람을 보는 눈, 일의 미래를 가늠하는 눈은 이론만으로 배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니 다양한 방면의 사람들을 사귀게 되었고, 그들로부터 얻게 되는 기회들이 있었다. 최근에는 한국학 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출신 지인을 통해 정부사업을 함께 하자는 제안도 받게 되었다. 직업에 귀천은 없으나, 세차장보다는 시급이 높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경제적 고립에 허덕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언론에 종종 나온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적은 유서, 편지, 그리고 얼마간의 현금. 마지막 월세이거나, 뒤에 남은 사람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으리라.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선택 또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여기저기에 도움의 전화를 걸었더라면, 소리쳐 싸우고 대들고 하소연이라도 했다면, 구걸이라도 할 요량으로 길거리에 나섰더라면 분명히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는다. 비극적인 결과의 시작점에는 잘못된 선택이 있다. 마찬가지로 훌륭한 결과의 시작점에도 선택이 있다. 그 선택은 훌륭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대단히 훌륭한 선택은 아니고, 단지 조금 더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무단횡단을 하더라도 좌우를 살피며 재빨리 무단횡단을 하느냐,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느냐의 차이다. 무단횡단은 옳지 않다.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선택의 결과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더 좋은 것이고 옳은 것인지 파악하고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은 분별력과 같은 말이다. 나는 종종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고 연구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적절한 분별력을 기르는 데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우리가 고통스러운 것은 일어난 사건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반응 방식 때문이다. 물론 우리에게 무언가가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해를 입힘으로써 슬픔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성품, 즉 기본적인 자기 정체성이 반드시 상처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사실 우리가 겪은 힘든 경험들은 자신의 성품을 형성하고 내면적 힘을 개발해주는 시련이다. 이는 또 장차 닥칠 어려운 여건을 다스리는 능력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인내력도 키워준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136p, 스티븐 R. 코비, 김영사 인간에게 있어서 훌륭한 분별력은 지혜로운 시간으로 삶을 매꿔가는 데 필요한, 매우 중요한 삶의 도구다. 누구든지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지 못한다면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감옥에 있는 사람들의 90%는 잘못된 반응 방식의 폐해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상황에 대처하는 반응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어려움을 당하고 고통을 겪는다. 그들은 죄가 있어서 감옥에 간 것이 아니다. 그들의 죄는 그저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일 뿐이지 않은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이니, 피해 갈 수 없는 결과였다느니 하는 운명론적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결정적 상황에서 잘못된 선택을 함으로 인해 남들과 다른 운명의 길을 걸어가게 되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어떻게 반응하는 게 옳은 일인지 궁금하다면 감옥을 떠올려 보라. 결정적인 순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모르는 즉흥적선택주의자들이 모인 곳이다. 불치병이나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가 갇힌 세계를 경험하는 사람들도 있을 줄 안다. 그러나 많지 않다. 독서하고, 산책하고, 대화를 나누고, 여행하고, 적절한 스트레스 속에서 어려움을 당하는 과정들은 올바른 분별력을 갖추기 위한 훈련이다.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올바른 선택은 다양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지혜이자 그런 노력으로 말미암은 결과물이며, 그렇기에 동사(動詞) 형이다. 계속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올바른 선택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자존심에 상처가 가는 행동이기 때문에,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을 수도,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 때 만나는 결과들을 예측해보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는 무단횡단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건 사고는 결과를 예측하지 않은 사고의 부재 때문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아직 어린아이 수준의 사고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어떤 어려움도 직원들과 함께 극복해야 하며 그들에게 개인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직원들이 사우스 웨스트가 항상 그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 Southwest Airlines CEO 허브 캘러허 국내선 여객 수송인수 세계 1위, 여객 운송 기준 세계 3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흑자를 내고 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고객이 1순위, 직원이 0순위다. 40년 넘는 세월 동안 흑자를 기록한 세계적인 항공사의 ceo 허브 캘러허는 직원의 행복이 고객의 행복으로 이어지고, 직원의 만족이 고객의 만족으로 이어진다고 믿었으며, 그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다. 그들은 우리에게 '오늘 내가 내린 선택이 20년 뒤, 30년 뒤 내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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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15
  • [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찰나’의 삶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응급의학과 의사가 나와서 인터뷰하는 걸 우연히 듣게 되었다. 우리가 아는 응급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생과 사의 경계가 치열한 곳이었다. 정말 다양한 사고를 당한 환자가 가게 되는 곳이지만, 무엇보다 나를 집중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곳에선 그 ‘순간’에 삶이 계속되기도, 삶이 끝나기도 한다는 사실의 무게감이었다. 수많은 순간순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순간’의 무게감을 매번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은 사실 별로 없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워 그냥 살아가고 있든가 나와는 상관없는 먼 훗날의 일이라 생각해 관심이 없든가 그렇지 않을까.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또 너무 짧다. 자신의 삶의 끝이 언제인지 알고 삶을 계획하고 살아나가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언제 어떻게 생을 마감하고 떠나가게 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늘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35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모차르트는 레퀴엠을 작곡할 당시 “나 자신을 위해 이 곡을 작곡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레퀴엠을 마저 다 완성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레퀴엠이란 카톨릭에서 죽은 자를 위해 치르는 미사나 그 미사에서 연주되는 음악을 말한다. 모차르트가 이 레퀴엠의 작곡을 시작했던 10월, 그의 건강은 양호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참 작곡 중이던 11월 말쯤은 병세가 심각해져 누워있어야만 했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모차르트는 곡을 완성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12월 초 이 곡을 완성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정황 때문에 이 곡에 관한 많은 추측들이 생기게 된다. 우리가 잘 아는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는 모차르트의 재능을 질투하던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나오지만, 사실 그 당시 살리에르는 궁정 음악가로서 존경을 받고 있었던 인물로서 모차르트를 질투할만한 위치는 아니었던 것 같다. 모차르트의 최후의 작품이 된 레퀴엠을 쓸 당시, 이 작품이 보수가 높아 무리해서 일을 하기도 했고, 레퀴엠을 쓰면서 동시에 다른 작품들의 일도 하느라 병세가 더 악화되었던 것 같다. 결국 작업을 하면서 모차르트는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던 것일까. 모차르트가 완성하지 못한 레퀴엠은 그의 제자 쥐스마이어가 모차르트의 스타일을 최대한 반영하여 완성했다고 한다. 12월 5일 숨을 거두기 하루 전 모차르트는 그의 제자 쥐스마이어를 불러 레퀴엠의 부속가 중 한 곡으로 8마디밖에 작곡하지 못한 ‘눈물의 날이여(Lacrimosa)'를 어떻게 작곡해야 할지 지침을 주고 몇 시간 후 세상을 떠난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음악에 혼신을 다했던 그의 삶, 너무나 짧았던 생이지만 그렇기에 더 그의 작품이 빛나고, 이 레퀴엠은 바로크 시대의 엄격함과 까다로운 화음과 뛰어난 선율이 독창적으로 결합해 있다는 점에서 음악 양식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누구나 자신의 죽음을 예견할 수는 없고, 알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겠지만 중요한 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죽음이고,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찰나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늘 깨어있어야 우리의 삶이 그래도 조금은 더 의미 있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 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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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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