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버드나무가 엮어낸 마을의 기억, 사람을 잇는 공동체 공간 ‘고분도리’
꽃과 커피, 그리고 이웃의 정이 머무는 곳
[교육연합신문=구미화 기고]

부산광역시 서구 서대신동의 한 골목길. 화사한 꽃과 푸른 나무가 반갑게 맞이하는 공간이 있다. 주민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들며 이야기를 나누고, 공동체의 온기를 이어가는 마을공동체 공간 ‘고분도리’다.
고분도리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이곳은 주민들이 함께 모여 소통하고 문화를 나누며 마을의 정체성을 되새기는 공동체 플랫폼이다. 도심 속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이웃 간 정과 공동체 정신을 되살리는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분도리라는 이름에는 마을의 역사와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예로부터 이 일대 냇가에는 버드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주민들은 버드나무 가지를 이용해 생활용품인 ‘고리짝’을 만들며 생계를 이어갔다. 고리짝은 버드나무 가지나 대오리를 엮어 만든 상자 형태의 생활도구로, 옷이나 곡식, 생활용품 등을 보관하는 데 널리 사용됐다.
지역 향토사에 따르면 ‘고분도리’는 ‘고블(고리짝)’과 ‘도르(들 또는 마을)’가 합쳐진 말에서 유래했다. 즉 ‘고리짝을 만들던 사람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라는 뜻이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고리짝을 만드는 모습은 사라졌지만, 마을 이름 속에는 선조들의 삶과 노동의 역사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간직한 채 운영되고 있는 고분도리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문화공간으로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꽃과 정성스럽게 가꾼 화단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야외 테라스는 주민들이 자연 속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카페 내부 역시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머물 수 있다.
특히, 이곳은 주민 모임과 마을 프로그램, 문화 활동 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활용되며 세대 간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어르신부터 청년, 아이들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울리며 마을공동체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도 고분도리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한 주민은 “이곳에 오면 자연스럽게 이웃을 만나게 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며,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정을 나누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주민은 “삭막해진 도시에서 마을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며, “이런 공동체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도 마을의 역사와 공동체 정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고분도리. 버드나무로 고리짝을 엮던 선조들의 손길처럼, 오늘날 고분도리는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엮으며 마을공동체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꽃과 향기, 그리고 사람의 온기가 머무는 공간. 고분도리는 오늘도 마을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 구미화
◇ 고분도리 이사장
◇ 서구 서대신1동 주민자치위원회 간사
◇ 前 서구 서대신1동 부녀회 회장
◇ 前 서구 부녀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