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최윤용 기고]
1. 지방간의 새로운 이해, 대사이상지방간질환(MASLD)의 복합적 병리 기전 - 최근 세계 간학회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이라는 기존 명칭을 대사이상지방간질환(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MASLD)으로 변경하며 이 병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병명 변경은 이 질환이 단순히 알코올 섭취가 원인이 아닌 지방간 질환이라는 애매한 관점을 넘어, 전신적 대사 기능 장애와 심혈관 대사 위험 인자가 발병의 핵심이라는 보다 명료한 질환명으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MASLD의 병태생리는 단순한 간 내 지방 축적을 넘어서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전적 소인, 인슐린 저항성, 지질 독성, 미토콘드리아 및 내형질세포망 스트레스, 장내 미생물 불균형(장-간 축의 붕괴) 등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여 간세포의 손상과 만성 염증을 유발합니다. 특히, 간 내 지방 축적을 촉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방 조직의 인슐린 저항성에 따른 유리지방산의 과도한 간 유입과 간 내 신생 지방 합성(De novo lipogenesis)의 병리적 증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2. 간경변과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MASLD의 장기적 경과와 조기 발견의 중요성 - MASLD는 조기에 발견하지 못할 경우 간세포에 염증과 지방 축적이 동반되어 정상보다 2-3배 부풀어 오르고 손상되는 풍선변성(hepatocellular balloning)을 동반하는 대사이상지방간염(MASH)으로 진행됩니다. 이 단계까지 악화된 지방간질환은 이후 중증 간질환인 간 섬유화 및 간경변증으로 악화될 위험이 더욱 커집니다. 특히 간 섬유화의 중증도는 MASLD 환자의 전체 사망률 및 간 관련 합병증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간 섬유화가 심해질수록 간세포암(간암) 발생 위험이 동시에 증가하며, 간경변증 환자의 경우 간암의 연간 발생률이 0.7~2.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MASLD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 '조용한 병'이기 때문에 조기에 위험을 인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침습적인 간 생검을 대신하여 FIB-4 지수와 같은 비침습적 혈청 바이오마커나 진동 제어 일과성 탄성초음파(VCTE), 자기공명영상 양성자 밀도 지방 비율(MRI-PDFF) 등의 영상 진단 기법이 간 섬유화의 조기 발견 및 위험도 평가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조기에 발견한 MASLD는 적극적인 생활 습관 교정 및 관리를 통해 질병의 진행을 차단하고 간 건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3. 기존 약물 치료의 한계와 새로운 치료 옵션의 딜레마 - 현재 광범위한 MASLD 환자군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효과적인 약물 치료법은 여전히 충족되지 않은 중요한 의학적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일부 진행성 간 섬유화 환자를 위한 약물이 개발되기도 하였으나,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조직학적이나 임상적으로 충분한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 등 중증으로 악화된 경우에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전무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아직 MASLD에 대한 치료 지침은 체중 감량과 식단 조절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 베타(THR-β) 작용제인 레스메티롬과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중등도 이상의 섬유화를 동반한 MASH 치료제로 미국 FDA의 가속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약물들은 간 내 지질 대사를 촉진하거나 체중 감량 및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여 MASH를 호전시키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인 신약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딜레마는 MASLD가 단순한 단일 질환이 아니라, 다양한 유전적 소인, 대사적 요인, 그리고 환경적 촉발 인자가 복잡하게 얽혀 발생하는 이질적인 증후군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MASLD는 다양한 대사적 요인이 얽힌 이질적이고 복합적인 증후군이므로, 단일 경로만을 억제하는 표적 치료제 하나로는 모든 환자의 병리적 진행을 완벽히 차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4. 과학적으로 입증된 한의 치료와 MASLD 치료 한약의 다중 표적 조절 효과 - 이러한 단일 표적 치료의 한계 속에서, 전신 대사의 불균형을 다각도로 회복시키는 한의학적 접근이 MASLD를 극복할 새로운 과학적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천연 활성 성분이 어우러진 한약은 단일 경로가 아닌 다중 표적에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함으로써, 복잡하게 얽힌MASLD의 병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었습니다.
예컨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역에서 중요한 한약으로 활용되어 온 갈근(Pueraria lobata)의 핵심 이소플라본 성분인 푸에라린(Puerarin)은 간세포 내에서 AMPK 및 PI3K/Akt 신호 전달 경로를 활성화하여 인슐린 저항성을 본질적으로 개선하고, SREBP-1c와 같은 지방 합성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여 간 내 지질 축적을 차단합니다. 아울러, 푸에라린은 Nrf2/ARE 항산화 경로를 자극하여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회복시키고 산화 스트레스를 경감시킵니다. 이 외에도 한약재 황련 등에서 추출되는 베르베린(Berberine)과 강황의 커큐민(Curcumin) 성분 등 역시 간 내 지질 합성을 억제하고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를 제어하는 효과가 보고되었습니다.
또한, 여러 한약에 함유된 다당류(polysaccharides) 성분들은 최근 MASLD의 새로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장-간 축(Gut-liver axis)'의 붕괴를 바로잡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 상태는 장벽의 투과성을 높여 장내의 독소를 간으로 유입시키고 TLR4/NF-κB와 같은 염증 신호 경로를 활성화시킵니다. 다당류와 갈근의 저항성 전분 등은 유익균을 증식시키고 단쇄지방산(SCFA) 생성을 촉진하여 장 점막의 장벽 기능을 회복시킴으로써, 간으로 향하는 염증 신호를 차단하고 전신적인 대사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최근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황련해독탕, 일관전, 영계출감탕 등 전통적인 한약 처방의 유효성이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있습니다. 특히, 다수의 임상 연구에서 한약과 기존 서양의학적 관리(식이, 운동 등)를 병행했을 때, 단독 관리에 비해 간 기능, 혈중 지질 수치, 체질량지수(BMI) 등 전반적인 MASLD 경과에서 더 나은 결과가 확인되기도 하였습니다.
비약물 치료인 침 치료의 효과 역시 과학적 근거가 마련되고 있습니다. 한편, 체내의 지방분율 측정이 가능한 자기공명영상(MRI-PDFF)장비를 활용한 무작위 대조군 임상 연구에서는,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으로 진단된 환자에게 12주간 침전기자극술 치료를 시행한 결과 대조군에 비해 간 내 지방 함량이 유의미하게 크게 감소(-33.6%)하였으며, 간 지방이 30%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도 더 높았습니다. 이는 전침치료가 체중과 체질량지수(BMI)를 안전하게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간 내 지질 대사를 가속화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5. 대사이상지방간질환을 극복하는 일상 속 자가 관리법 - 대사이상지방간질환(MASLD)은 단순한 간의 문제를 넘어 전신 대사의 불균형이 장기간 누적되어 악화하는 다계통 복합 질환입니다. 따라서, 체중 감량과 식이 조절, 규칙적인 운동을 포함한 적극적인 생활 습관의 교정은 질병의 진행을 막고 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일차 치료 전략입니다.
•계획적인 식단 및 영양 관리: 최근 연구에서는 지중해식 식단 패턴을 권장할 때, 체성분의 미미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사 마커와 간 기능 검사에서 유익한 변화가 나타난다고 보고합니다. 아울러, 정제 탄수화물과 초가공식품의 섭취는 줄이고, 규칙적인 식사를 통해 인슐린 저항성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속적인 운동요법 실천: 체중 감량과 독립적으로, 운동 개입은 자기공명영상으로 측정한 간 지방을 평균 24%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여줍니다. 주당 최소 150분 이상의 빠르게 걷기와 같은 중등도 강도의 활동에 해당하는 개입에서 가장 큰 효과가 관찰되었습니다.
•식이섬유 섭취를 통한 장-간 축(Gut-liver axis) 관리: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장내 장벽 투과성의 상실은 내독소 방출을 증가시키고 MASLD의 병리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내 환경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함유된 채소, 콩류, 통곡물, 해조류 등을 매일 적정량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사이상지방간질환은 간의 문제로 시작해 전신 대사 전반을 위협하는 간과할 수 없는 질환입니다. 그러나 신체 고유의 대사 기능과 장내 환경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되찾아주는 과학적인 한의 치료에 꾸준하고 올바른 생활 관리가 더해진다면 충분히 질병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무너진 대사 균형을 지혜롭게 바로잡아,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간을 지켜나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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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용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