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사립학교 교원인 A씨는 무리한 대출을 통해 공격적인 재테크를 하던 중 주식과 부동산의 가치 폭락으로 인해 대출금이 눈더미처럼 불어났고 끝내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게 되었다.

 

그러자 이를 알게 된 A씨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A씨에게 퇴직통지를 하였고 A씨는 이 같은 학교의 행위가 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과연 A씨의 주장은 타당한가?

 

사립학교법 제57조 파산을 당연퇴직 사유로 규정

 

사립학교 교원의 신분은 사립학교법에 의하여 정해지는데 사립학교법 제57조는 사립학교의 교원이 국가공무원법 상의 임용결격사유, 즉 파산선고자에 해당하는 경우 당연퇴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사립학교법에 의하여 파산선고를 받은 교원은 당연퇴직이라는 신분상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다.

독자 중에는 이 같은 법률 조항이 존재하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경우도 있을 것이며, 적지 않게 놀라는 분도 계실 것이다.

 

파산선고는 개인의 경제 생활상의 문제에 기인한 것일 뿐 교원으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과는 무관한데 어떻게 파산선고가 난 사실만으로 당연퇴직될 수 있느냐고 말이다.

이와 같은 의문은 누구라도 한번쯤은 가져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립학교 교원 또한 일반인과 다르지 않게 유동적이고 복잡한 경제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판단착오, 급작스러운 경기 변동, 불가피한 인적 ·물적 보증 등 다양한 사유로 파산의 결과에 이를 수 있음에도 사립학교 교원이 파산에 이르게 된 경위나 과정을 묻지 아니하고 파산선고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로 당연퇴직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며, 사립학교 교원이 이와 같은 불운한 경제적 상황이나 경제적 선택 등의 사유로 파산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교원직에서 당연히 퇴직되어야 할 만큼 교원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거나 장차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산선고를 이유로 퇴직통지를 받은 사립학교 교원의 위헌제청사건-헌법에 위배되지 않아

 

실제로 파산선고를 받아 소속 학교로부터 퇴직통지를 받은 사립학교 교원이 헌법재판소에 위 사립학교법 관련 조항에 대한 위헌제청을 하여 법조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동 사건은 2005년경 헌법재판소에서 재판을 시작하여 3년여 간의 열띤 공방 끝에 2008년이 끝나갈 무렵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헌법재판소는 '파산선고를 받은 사립학교 교원에 대하여 당연퇴직이라는 신분상 불이익을 가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교원의 사회적 책임 및 교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고, 교원으로서의 성실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담보하기 위한 법적 조치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파산선고를 받은 교원을 교직에서 배제하도록 한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이다.

 

파산선고를 받은 사립학교 교원이 교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 공평무사하게 학생들을 교육하는 본업에 전념할 수 있을지에 관하여는 회의적일 뿐만 아니라 피교육자나 그 학부모 등 사회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당해 교원의 신뢰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될 개연성이 대단히 높고,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으면서도 제약이 덜한 대체적인 입법수단의 존재가 명백하지 아니하며, 파산선고에 따른 자격제한을 없앨 경우 파산신청의 남용이 우려되는 점, 파산선고를 받은 교원의 지위가 박탈된다고 하여도 그것이 교원의 사회적 책임과 교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한다는 공익에 비해 더 비중이 크다고는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침해의 최소성이나 법익의 균형성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여 동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헌재 2008. 11. 27. 2005헌가21 판결 )

 

위 판례에 대한 반대 의견-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도 있어

 

헌법재판소의 동 판결은 사립학교 교원이 파산선고를 받을 경우 교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신뢰가 저하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하여는 복잡다기한 현대의 경제생활에서 파산은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고, 사립학교 교원이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에도 그 원인 여하에 따라 국민의 교직에 대한 신뢰에 미치는 영향은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일률적으로 파산선고를 받은 사립학교 교원을 교직에서 퇴출되도록 하고 있는 사립학교법의 동 조항은 입법목적에 비해 지나치게 큰 이익의 침해가 존재할 수 있는 규정이라는 비판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도 동 판결에서 헌법재판관 중 2명은 동 조항이 덜 제약적인 대체적 입법수단을 강구하지 아니하고 파산선고를 받은 사립학교 교원을 일률적으로 교직에서 퇴출되도록 하고 있으므로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특히 동 법률조항은 면책 여부에 불구하고 파산선고를 받은 교원을 일률적으로 그의 경제적 갱생의 기초가 되는 교직으로부터 퇴출시키고 있는바 이는 개인파산제도의 취지와도 맞지 아니하고,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결격사유와 당연퇴직사유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규정체계상으로도 공익과 사익 간에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진 입법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파산후 복권되어도 퇴직처분에는 영향없어

 

그렇다면 파산선고를 받은 후 복권되면 교원으로서의 신분이 되살아날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의 위 판결에서는 이와 같은 점에 대하여도 다루고 있는데, 사립학교법에서 파산선고만을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파산선고라는 결격사유가 발생하는 것 자체에 의하여 임용권자의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된 시점에 당연히 교원으로서의 신분을 상실하는 것이고, 당연퇴직의 효력이 생긴 후에 당연퇴직사유가 소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므로 파산선고 후에 복권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당연퇴직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헌법재판소, 교원의 지위와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

 

결국 교원은 "국민으로부터 공교육의 주도자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은 수임자로서 고도의 윤리·도덕성을 갖추어야 할 뿐 아니라 교원이 수행하는 교직 자체가 공교육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이것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원 개개인이나 교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기본바탕이 되어야 하는바, 교원에게 고전적인 의미의 사표(師表)로서 모든 생활영역에서의 염결성을 요구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교원의 신뢰성에 대하여 국민들이 가지는 기대수준은 여전히 여러 직역 가운데 최상위에 자리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으므로"(위 헌법재판소 판결문 중 인용)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교원으로서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법률의 시각에서 바라본 교원의 지위이다. 교원이라는 지위는 이만큼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요하는 것이다.

 

김도현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dhkim@shin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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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교육법률산책]12 사립학교 교원의 파산은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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