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7(화)
 

[위클리피플=오미경 기자]

 

열정과 의지로 신경과학계의 미래를 짊어지다!

세계 최초로 아교세포의 신호전달 물질 분비 기능 밝혀낸 젊은 여성 과학자

 

윤보은 단국대학교 나노바이오의과학과 교수

 

그녀의 첫 인상은 생각보다 더 어려 보였다. 교수님으로서 강단에 서는 모습이 선뜻 상상되지 않을 정도로 귀엽고 앳된 여대생 느낌마저 풍겼다. 그러나 첫 인상은 첫 인상일 뿐, 인터뷰 내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짚으며 후학양성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서 예사롭지 않은 젊은 학자의 열정이 묻어났다. 그리고 그녀는 꿈과 멀어지는 요즘 학생들의 현실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는 ‘꿈꾸는 교육자’였다. 주인공은 바로 세계적인 과학저널에 이름을 올리며 만 29세의 나이로 대학 교수에 임용 된 단국대학교 나노바이오의과학과 윤보은 교수. 촉망받는 젊은 여성 과학자 윤보은 교수의 삶과 꿈을 꺼내보는 시간에 주간인물이 동행했다. 

취재_이선진 기자/ 글_오미경 기자

 

 

뛰어난 연구 성과로 교수직에 오르기까지
 

“생명과학 및 치·의·약학 분야에 나노바이오물질 소재 기술, 유기화학 및 고분자화학기술, 정보과학기술 등을 접목시킨 융합생명과학분야로 현대의 의생명과학기술 발전에 중요한 역할이 기대되는 첨단 학문분야가 나노바이오의과학입니다.” 막 종강을 한 여유로운 캠퍼스연구실에서 만난 윤보은 교수는 2009년에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에 신설된 나노바이오의과학과를 소개할 수 있어 기쁘기도 하다며 인터뷰 소감을 밝혔다.

윤 교수가 이 학교 신설학과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은 4년제 종합대학으로서 다양한 학문의 발전과 함께 캠퍼스별 특성화 교육에 주력하고자 하는 단국대학 측의 목표에 따라 의생명과학 분야에 우수한 연구 성과를 보인 교수들을 임용한 것이 맞물리면서 실현됐다.

윤 교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재학 시절, 신경세포인 뉴런만이 신호전달 물질을 전달한다는 기존의 학계 이론을 뒤엎고, 비신경세포인 아교 세포가 뉴런의 서포트 역할을 넘어 신호전달 물질 분비라는 능동적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밝힌 논문으로 세계 3대 과학 저널 중 하나인 사이언스에 1저자로 이름을 올리며 화제를 모았다. 수적으로 신경세포보다 훨씬 많은 비신경세포의 기능적 한계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 이 연구 논문은 아교세포에서 분비되는 신호전달 물질이 음이온 채널로 분비된다는 사실과 신경비신경세포의 억제성흥분성 상호 작용 및 비신경세포를 통한 흥분억제 기전을 세계 최초로 입증 했고, 우울증과 불면증, 운동성 소실 등 신경성 질환 치료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연구 논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향후 신경과학계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리란 평가도 받았다. 이후 다양한 연구와 논문을 통해 과학 열정을 펼친 윤 교수는 학계에서도 10년~20년 된 연구 대가들만이 한다는 리뷰논문을 쓰는 기회까지 얻으며 실력을 인정받아 UST 졸업과 동시에 2012년 가을, 만 29세의 나이로 단국대 나노바이오의과학과에 임용되었다. 그녀는 이러한 결과를 두고 “의지와 열정만 있다면 무엇이든 실험연구가 가능했던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환경적 장점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히며, 그 성과를 이어 현재 신경질환 모델 관련 연구도 진행 중이라 말했다.

 

국내 과학인재 육성의 빛과 그림자
 

과학 기술력에 있어 양적·질적으로 국제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이지만 이공계 기피 현상, 우수 연구 인력의 해외 유출 문제 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윤 교수는 정부의 선별적인 연구 지원이 아쉽다고 입을 열었다. 소위 연구 성과가 잘 나오리라 기대되는 사업단과 분야에 예산이 편중되어 지원받지 못하는 다수의 연구실은 열악한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고, 이는 전체 과학자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떨어뜨려 이공계 기피현상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졸업 이후에 취직할 수 있는 정규직이 부족한 현실과 학위를 따기까지 들인 노력 및 투자에 상응하는 수준의 성과 보장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학생들의 인식 이 더해지며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계 뿐 아니라 다수 학생들이 당장의 현실에 맞춰 꿈을 설정하고 포기하는 일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까워요. 대학교육이 취업이나 고시패스가 목적이 아닌 전문지식인 양성이라는 학문적 본질을 되찾고, 정부에서도 대학의 취업률 평가에 소모적인 낭비를 할 게 아니라 각 대학만의 장점을 살려 양질의 특성화 교육을 하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무엇보다 폭넓은 연구 지원을 통해 기초과학의 단계적 육성을 독려해 줄 것을 당부했다.

 

나의 꿈, 나의 멘토

단지 평범하고, 안정된 직장에 대한 꿈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능력과 관심을 살려 전문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윤 교수는 원래 연세대학교에서 전문 의료 직종으로의 진출이 가능한 임상병리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졸업을 앞두고 그녀는 단순한 의료인보다 의·과학 기술 분야에 좀 더 능동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을 하면서 신경과학 분야의 비전을 발견했고, ‘꿈’에 대한 열정 하나로 ‘안정’을 버리고 ‘도전’을 택했다.

"KIST에 들어간 이후 실험이 뜻대로 안되거나 다른 친구들이 안정된 길을 가는 것을 보면서 상실감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석사과정 까지만 하고 그만 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 부모님이 처음으로 저의 결정을 반대하며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셨어요.” 순탄치 만은 않았던 과정이었지만 윤 교수에겐 가족이란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자녀의 눈높이에 맞추어 존중하되 ‘자율성 속의 관리’란 방식으로 지도했던 부모님의 교육은 그녀에게 자신감과 독립심을 키워주었고, 대학원 결정과 같은 중요한 시기에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인 윤 교수의 삼촌은 지금도 그녀에게 많은 힘이 되어주고 있다. 또한 그녀의 학위 과정 지도교수였던 이창준 교수의 가르침은 연구 성과 뿐 아니라 과학자로서의 인내심과 끈기를 키워준 빼놓을 수 없는 멘토였다. 
 
쉽지 않은 과학자의 길에서 성공적으로 걸음을 떼고, 교육자로서도 무사히 첫 단추를 끼운 윤보은 교수. 그녀의 남은 꿈이 궁금했다.
“앞으로 연구자로서 작게는 아교세포 연구를 이어가며 좋은 성과를 내고 싶고, 학과 내 다른 교수님들과 협력하여 신경성질환에 관계된 기전을 밝혀 치료물질이나 약물 개발에서도 결실을 맺고 싶어요. 그리고 교육자로서도 학생들이 현실적인 문제로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힘닿는 데까지 길잡이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차분하면서도 단호하게 더 많은 연구·교육 활동을 통해 기초과학 발전에 이바지 하고 싶다는 최종 꿈을 밝힌 그녀는 자신이 노력한 만큼 학생들도 받아들인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제는 자신이 그들의 멘토가 되고자 했다.  <주간인물>은 지금까지의 시간보다 더 길게 남은 그녀의 과학 인생에 조심스레 노벨상 수상이라는 꿈을 하나 더 얹으며 젊은 여성 과학자 윤보은 교수의 다짐을 힘차게 응원한다.

 

 

 

 

profile.
<학력 및 경력 사항>
연세대학교 임상병리학과 보건학사
과학기술연합대학원 대학교 생체신경과학 석,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박사과정연구원
미국 듀크대학교 신경생리학 방문연구원
일본 국립생리학연구소 교환연구원
<주요수상내역>
2011.10.07  한국 분자세포생물학회 차세대 연구자상
2011.11.09  아시아여성에코사이언스포럼 최우수 발표상
2011.11.09. 한국여성과학기술인총연합회 미래 인재상
<주요논문>
1. Channel-mediated Tonic GABA Release from Glia. (Science/2010.11.05.)
2. T-type channels control the opioidergic descending analgesia at the low threshold-spiking GABAergic neurons in the periaqueductal gray. (PNAS/ 2010.07.12.)
3. The amount of astrocytic GABA positively
correlates with the degree of tonic inhibition in hippocampal CA1 and cerebellum.
(Molecular Brain/2011.11.22.)
4. Astrocytes as GABAergic and GABAceptive cells. (Neurochemical research/ 2012.06.15.)
5. TREK-1 and Best1 Channels Mediate Fast and Slow Glutamate Release in Astrocytes upon GPCR Activation. (Cell/201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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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피플 신년 특집 인터뷰] 세계 최초로 아교세포의 신호전달 물질 분비 기능 밝혀낸 젊은 여성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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