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교육연합신문=안용섭 기자]
- 수능영어, EBS교재 연계출제 그만두어야
- 수능 독해문제, 쉬운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돼!
 
올해 출간되어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백석영어독해법: 목적어를 찾아내라>의 저자 송백석 박사를 만나보았다. 수능영어 출제오류로 수능시험에 대한 세간의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송백석 박사는 “수능영어의 EBS교재 연계 출제를 그만두어야”하고 “평가원이 지출한 파스타 값 8억 원 중 일부만 써도 신선한 수능 영어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어전문가로서의 그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 책의 제목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는데?
 
네. 책의 독해법에 저의 방법을 소개하였기 때문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나름대로 독창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저는 고교 2학년 때까지 영어에는 완전 문외한이었다가 2학년 겨울방학에 눈을 떠서 대학도 갈 수 있었고 후에 영국 유학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돌아와서는 대학 강단에 섰어요. 영어에 눈을 떠서 인생이 바뀌었기 때문에 영어책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책 안에는 영어에 눈을 뜨게 된 경험에 기초하여 독해법을 담았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았습니까?
 
이 책은 영문장구조을 분석하는 내용입니다. 영문장구조를 이해하는 첩경이 바로 목적어를 찾아내는 일이에요. 목적어만 잘 찾아내면 파생능력이 생겨요. 그다음에는 목적어 이외에 다른 문장성분도 다 눈에 들어오게 되지요. 그래서 책에서 그 능력을 배양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수동태3형식이라는 것도 개발해서 소개했습니다.
 
■ 수능시험 오류로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영어문제에서도 오류가 나왔습니다.
 
인생을 결정하는 수능시험에 오류가 있다는 것은 크나큰 문제입니다. 오류를 인정하고 처리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지요. 수능 영어 25번은 4번과 5번을 모두 답으로 처리했어요. 내용상 4번이 정답인데 5번은 출제자의 실수가 있었기에 그냥 답으로 처리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4번으로 맞은 사람은 독해 지문의 내용을 알고 정답을 맞힌 것이고 5번으로 맞힌 사람은 내용은 모르는데 찍어서 운으로 맞히고 점수를 얻은 것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수능이 상대평가 아닙니까? 4번으로 맞힌 사람이 손해를 보게 되었어요. 따라서 실수가 있었다고 모두 답으로 처리했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 수능시험의 근본적인,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여론이 많습니다.
 
네, 다른 분야는 말고, 영어에만 국한해서 말씀드리죠. EBS와 연계정책이 크나큰 골칫거리입니다. 수능-EBS 연계는 수험생의 수능 준비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고 사교육비를 경감시키고자 하는 정부 정책입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수능 준비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어요. 수능시험의 75% 정도가 EBS 교재에서 나왔지요? 다시 말해 기출문제에서 나온 것이에요. 그러니까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를 합니까? EBS 교재를 사서 영어독해지문 옆에 나온 해석지문을 달달 외우고 있어요. 그것만 공부해 두면 영어지문의 내용을 아니까 그렇게 공부하는 것이에요. 영어는 안보고 한글해석지문만 공부한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입니다. EBS연계 정책의 또 하나의 문제는 EBS가 학교 위에 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교과서는 팽개치고 EBS교재만 보려고 해요. 학교, 학원이 EBS교재만 공부하려고 합니다. 사교육비를 경감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EBS를 거대 공룡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국정감사에서 평가원이 파스타값으로 8억 원을 지출했다는 지적이 나왔더군요. 평가원이 파스타값으로 지출한 8억 원 중 일부만 들이면 영어독해 지문을 모두 새로운 것으로 만들고 위에 언급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저작권을 위반하면서 EBS는 외국에서 독해지문을 가져오고, 평가원은 이것을 다시 수능 문제로 쓰고 있지 않습니까? 수준이 철저히 검증된 몇몇의 원어민을 수능 독해 지문 작성자로 위촉해서 평가원이 가이드라인을 주고 독해지문을 작성하게 하면 되는 것입니다. 8억 원 중 극히 일부만 이렇게 지출을 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신선한 독해지문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 앞으로 영어교육의 방향은 어떻게 나아가야 합니까?
 
정부가 영어시험을 절대평가 하려는 방향은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오래전부터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무한 개인경쟁을 조장하는 상대평가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영어는 다른 나라의 말입니다. 여기에 우리가 목매면서 무한 경쟁하는 것이 우스운 일입니다. 일정 점수 이상만 되면 같은 등급을 주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방향이 수능에 쉬운 독해 문제를 내라는 주문으로 들려서는 안 됩니다. 문제를 더 쉽게 내서 경쟁을 완화시키자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의 경험이나, 주위 교수들의 경험에서 볼 때 우리는 리스닝이나 스피킹으로는 원어민과 경쟁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네이티브가 아닌 이상 그들과 그야말로 게임이 안 됩니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는 그들과 독해는 경쟁할 수 있습니다. 독해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할 수 있어요. 국가 간, 기업 간 모든 문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에 기반해 경쟁을 하는 데에는 영어독해가 결정적입니다. 이래서 독해가 중요합니다. 텍스트를 정확히 파악하고 더 나아가 행간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말 유창하게 못 하고, 리스닝 완벽하지 못 해도 괜찮은 것입니다. 이래서 다행인 것입니다. 한국, 일본이 영어를 잘하는 필리핀,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왜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까요? 독해, 논문작성, 과학기술 때문인 것입니다. 듣기, 스피킹 능력은 뒤져도 모든 공문서, 계약, 논문작성, 과학기술 축적의 근본인 독해능력은 떨어져서는 안 됩니다. 발음에 김치 냄새가 나거나 말이 어눌한 것은 문제가 안 되는데 텍스트를 읽어내고 전략을 짜는 능력에 지는 것은 커다란 문제입니다. 절대평가의 방향으로 나아가되 경쟁에 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절대 안 될 것입니다.
 
■ 송백석 박사 프로필
 
▲ 영국 Newcastle University 정치학박사
▲ 영국외무성장학생
▲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 방송대학 TV (세계의 정치와 경제)사회진행자
▲ 국제로타리 친선사절
▲ 주요저서 <지구화와 자본주의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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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값 8억 원이면 신선한 수능 영어문제 만들어 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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