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교육연합신문=홍석범 기자]

3월 2일, 어른들이 공부하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에서는 어린 시절 어려운 여건으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던 만학도 580여 명이 입학한다. 새로운 희망을 안고 평생을 소망하던 중고등학교에 첫발을 내디딘다.

 

난소암, 갑상선암 이겨내고 중학교 입학하는 장선희(61세)씨는 “벨 소리만 나도 가슴이 벌렁벌렁, 뭐 써달라고 할까봐 벌렁벌렁”. 보해양조, 보해저축은행 주방에서 30년 넘게 일하다 퇴직한 장선희 씨가 처음 암을 발견한 것은 2007년이었다.

 

오래된 변비인줄 알았는데 난소암이었다. 의사도 깜짝 놀랐던 17cm 난소암을 수술하고 몸을 보양하던 중 2009년 남편이 갑자기 간암으로 사망했다. 남편 그늘에서 은행일 한 번 안 보고 살다가 남편이 떠나자 평생 보해양조에서 일해 왔기에 월급 받은 돈은 모두 보해저축은행에 맡겨놓고 있었다.

 

그런데 보해저축은행이 망하자 그동안 한푼 두푼 벌어 모았던 돈 4700만 원이 한 순간에 날아가버렸다. 암 걸리고 남편 떠나고 돈까지 잃고 나니 극심한 우울증이 찾아왔다. 하루하루 버티기가 어려웠다. 이 때 가장 큰 힘이 된 것이 자식들이었다. “엄마, 병원비 썼다고 생각하세요. 아들 집 사줬다고 생각하세요.”자식들 밖에 없었다.

 

이후, 어려운 살림에 학교공부를 할 수 없었던 엄마를 위해 큰 아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어른들이 공부하는 목포제일정보중고 부설 평생교육원을 소개했다. 한 자 한 자 배우는 기쁨은 새로운 삶의 의욕을 주었다. 그런데 우연히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암이 발견되었다. 화순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방사선치료를 받고 퇴원을 했다. 거기에 또 정기검진에서 난소암이 대장으로 전이된 것 같다며 빨리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먹고 살기위해 밤잠 못 자고 배들어 오는 시간 맞춰 조기 따러 다니고, 양파작업 다니고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며 자식들 키우고 여기까지 왔는데 억울했다.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다행히 지난번 수술한 난소암이 장까지 전이는 되지 않았고 암뿌리가 조금 남아있었다고 했다. 다시 수술했다. 그리고 항암치료 세 번. 머리카락이 다 빠졌다. 모자를 쓰고 평생교육원에 공부하러 다니게 되었다.

 

2014년 목포제일정보중고 부설 평생교육원에서 시작한 초등문해공부를 2016년 2월에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삼월 장씨는 꿈에도 그리던 중학생이 된다. 세 번의 큰 수술도 남편과의 사별도 보해저축은행에서 잃어버린 4,700만원도 장 씨의 공부하는 길을 막을 수 없었다. 
  
중학교 입학한다고 하니 큰 아들은 가방을 사가지고 왔고, 딸은 국어사전 영어사전을 사왔고, 막내아들은 입학금 통지서를 가져가서 입학금을 내줬다.  “중학교에 가면 글을 잘 배워서 자식들한테 한 번이라도 편지를 써보고 싶다.”  장선희 씨의 소박한 중학교 입학 소감이다.

 

무농약 토마토농장 주인 아저씨도 중학교 새내기

영암에서 ‘성원무농약토마토’농장을 30년째 운영하고 있는 남기호(62세, 남)씨도 만학도 중학교새내기가 된다. 50여년전 초등6학년 1학기까지 학교에 다니다가 돈벌러 객지에 나갔던 것이 그만 돌고돌아 48년 뒤에야 중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이다. 남기호 씨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배움이 부족한 것이 걸려 늘 힘들었다고 한다. 남씨도 11일 목포제일정보중고 부설 평생교육원에서 초등학력을 인정받았다. 싱글벙글 웃는 얼굴에서 즐거운 마음이 전해진다.

 

태국 결혼이민자 쿠수마 푸타이송 중학교 입학,
“한글과 한국문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요.”  2000년 태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쿠수마 씨는 만학도 중학교 새내기에 합류한다. 슬하에 1남 1녀(중2, 중1)를 두고 있는 쿠수마 씨는 우리나라로 온 이래 다문화센타에서 한국문화와 한글공부를 했다고 한다. 한국생활 만 15년이 되었지만 처음에 단어위주로 한국어를 잘 못 배운 것이 습관이 되어 지금도 가끔 엉뚱한 단어가 툭 튀어나와 당황스럽다고 한다.


쿠수마 씨는 처음부터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에서 차근차근 공부했다면 지금쯤 정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했을 텐데 처음 시작이 잘 못되어 굳어졌기에 고치기 힘이 들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태국 대학교에서 마켓팅을 전공했다고 하는 쿠수마 씨는 중학교에 입학하면 한글도 영어도 제대로 배워 관광통역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인생 후반기 만학도 중고등학교 새내기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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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워서 자식들한테 한 번이라도 편지 써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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