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7(화)
 
[교육연합신문=이연옥 객원기자]
 
전국 미세먼지 매우 나쁨. 오늘(4월 24일) 아침 날씨는 산행에 들뜬 마음을 갈등으로 휘몰아간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마음을 정하고 길을 나서니 뿌연 먼지 넘어 노란 버스가 눈에 띈다. 기다리는 버스 안에는 이미 와 있는 동문과 이제 막 차에 오르는 동문들은 동문(同門)이라는 이름 아래 조금은 낯선 인사가 오간다. 낯섦이 반가움으로 변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서서히 마음은 따듯함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철쭉이 화려함을 뽐내고 연초록 잎이 봄빛에 하늘거리는 4월 마지막 주 일요일, 인중제고 제19회차 총동문산우회 산행이 있었다. 인천 중학교, 인천 제물포고등학교(이하 제고)의 총동문회 산행은 올해로 열아홉 해를 맞으며 성년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총 동문 산행은 봄, 가을 두 차례가 있고 봄에는 버스로, 가을에는 기차로 간다. 특히 가을산행은 기차를 통째로 전세 내서 여행을 겸한 산행을 한다. 그 날 기차에는 제고인(濟高人), 오로지 그들만의 축제로 잔치를 벌인다. 제고산행의 이런 추억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2007년도 제 10대 총동문산우회장인 제고13회 졸업생 고(故) 김광수 동문(同門)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야유회로 시작된 모임을 산과 바다를 아우르는 테마여행과 기차산행을 처음으로 기획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기차산행은 첫 기차여행지였던 경기도 연천 고대산을 방문해 시인이기도 했던 김 동문(同門)의 시를 읽으며 고인을 기리기도 했다.
올봄 산행은 충남 홍성 용봉산이다. 해발 381미터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기암괴석이 많아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산 아래 미륵불 용도사의 대웅전은 만개한 철쭉으로 옛 것과 조화를 이룬다. 용봉산의 소나무와 기암괴석은 어울림과 아름다움으로 작은 금강산이란 애칭도 갖고 있다. 또한 역사유적지가 도처에 산재하고 있어 자연학습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총동문 산행의 특징 중 하나는 가족과 함께한다는 거다. 노란 팻말에 남편의 졸업기수를 쓰고 목에 걸면 그 시간부터 그들 모두 제고인(濟高人)이 된다.
 
1회 졸업생(79세)부터 44회 젊은 동문까지 40여 년의 나이 차이가 있지만 공통된 단어 ‘제고인’이 있다. 또한, 가족 및 지인들과 함께하는 등반이기에 안전사고를 대비해 다양한 코스를 준비했다. 난이도를 달리해서 산행을 위한 A와 B코스, 쉽게 걸을 수 있는 둘레길 C코스를 마련했다. 또 하나의 비공식적인 D코스가 있는데 산에 오르지 않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펴고 담소와 정감을 나누는 코스다. 이번 산행에 참석한 300여 명의 동문들은 자신의 컨디션과 산행 능력에 맞춰 A, B, C코스로 발길을 옮긴다. 빨간 모자를 눌러쓴 동문산우회 집행부 동문은 동문들과 가족들의 안전과 편안한 식사를 위한 노력에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참가 동문과 가족들은 이런 수고에 감사함을 느낀다.
자주 만날 수 없기에 더욱 반갑고 할 얘기는 산만큼 높다. 잠시 앉아 쉬는 자리도 풍성한 먹거리와 대화로 세대 간의 격차를 찾을 수 없다. 지나가는 동문이 선배이건 후배이건 자리를 권하는 건 보기에도 흐뭇하다. 낯설던 선후배는 한순배 돌면 그새 친해지고 웃음꽃이 핀다. 총동문회 산행은 산행에 목적을 두기 보담 선후배의 만남을 통해 동문 간 우의를 다지고 제고인의 긍지를 돈독히 하는 행사에 더 가깝다.
 
또한, 매년 가정의 달 5월에는 장애인 및 보육원생들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행사를 진행해 올해로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산과 바다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동행은 소외되고 어려운 형편에 있는 분들을 모시고 함께 어울려 하루를 보냄으로써 지역사회에 조그마한 울림을 주고 있다. 처음 만남에는 어색함과 딱딱함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앎으로써 헤어질 시간에는 눈가가 촉촉해짐을 느끼게 되는 ‘아름다운 동행’이다.
 
명문을 명문으로 만드는 건 학교만의 일은 아닌 듯싶다. 올해로 개교 60년을 맞는 제고는 올 초 전통적으로 이어오던 ‘60년 무감독시험’을 무형문화재에 등록을 추진하고 사회봉사를 통해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고 있다.
 
올 산행도 추억 담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 저기 사진을 찍고 어깨를 두르고 파이팅을 외친다. 이 시간 또 다른 추억은 고스란히 한 컷에  담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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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 산행을 엿보다" - 인중제고총동문산우회 춘계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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