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소외된 것’에 건네는 ‘따뜻한 시선’, ‘버려진 것’으로 살찌우는 ‘감성’

 

 

사람의 삶과 마찬가지로 물체나 공간에도 그에 깃든 이야기가 존재한다.
박물관의 수많은 유물들이 그렇고, 수 년간 한 가족의 식사를 책임졌을 부러진 상다리가 그렇다.

공사장에 버려진 녹슨 못이라고 사연이 없을리 없으며, 내 아이가 가지고 놀던 인형 혹은 장난감은 영화 토이스토리의 주인공들처럼 할 말이 많을지도 모른다.
골목 담벼락에 그려진 낙서는 사랑하는 연인 혹은 젊은 청춘의 반항과 같은 강렬한 이야기의 ‘흔적’이기도 하다. ‘흔적’은 사물 혹은 공간이 지닌 이야기를 추측케하며, 그것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한다.

 

세오갤러리(대표 서자현)는 올 초 시작한 <접속지대> 전의 세번째 프로젝트이자, 올해 갤러리의 마지막 전시로 황성준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선택했다.

 

지난 11월 19일부터 29일까지 평창동 세줄 갤러리에서 열린 황성준 작가의 ‘시간적 표면을 떠올린 공간의 흔적’ 展은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대전제를 두고 1년간 장기 프로젝트를 펼친 세오갤러리의 <접속지대> 전의 연장이다.

 

세오갤러리는 <접속지대> 프로젝트를 ▲전시기획, 회의 등 준비과정을 관객과 함께하는 ‘생각하는 전시’ ▲관객이 작품을 즐기고 체험하는 ‘소통하는 전시’ ▲오로지 관객과 작품만이 만나는 ‘보여지는 전시’ ▲프로젝트 과정이 그대로 담긴 책(내년 초 출간 예정)으로 만나는 ‘열어보는 전시’ 총 4가지로 계획해 운영해 왔다. 이번 황성준 작가의 개인전은 ‘보여지는 전시’ 중의 하나로, 올해 세오갤러리가 진행하는 마지막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공간이나 사물의 ‘흔적’, 그 중에서도 버려지고 소외된 것들에 더욱 따뜻한 관심을 가져온 황성준 작가는 버려진 물건들로 상을 차리고 하얀 캔버스를 상보처럼 덮어 관객의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 안에 무슨 반찬이 놓여 있을까?’하는 먹는 이의 상상이 제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궁금증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밥상 위에 씌여진 상보’에 자신의 작품을 비유하고, 관객들의 호기심을 밥상을 앞에 둔 이의 맛있는 상상에 비유하는 작가의 비유가 명쾌하다.

 

작품은 연필을 문질러 오브제의 명암이 극대화되도록 하는 프로타주 기법으로 탄생됐다.

미묘하게 드러나는 사물의 외형은 가장 강렬한 특징만이 캔버스 위에 남는다. 이러한 표현은 불필요한 색과 형태를 배제한 세련된 절제미로 관객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황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열린 시각과 해석으로 관객들이 각자의 기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전시공간을 벗어난 후 파란 하늘이 관객들에게 여느때와 달리 더욱 푸르게 느껴지길 원한다”고 말한다.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사치스럽게 받아들여지거나 잊혀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운 표현이 지나친 감상으로 치부되는 요즘, 황성준 작가의 개인전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오늘의 우리에게 기억을 더듬어 보도록하는 훈훈하고도 귀중한 시간을 선물한다.

 

  ▲ 황성준 작가와 그가 가장 애착이 간다는 작품(PAUSE, mixed media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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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살찌우는 배부른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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