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교육연합신문=서종현 기자]

지난해 12월 17일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에 컨테이너로 제작된 '아트 플랫폼 갯배'미술관이 열렸다.

이번 작품을 기획한 신미정(34) 작가는 경북 포항 출신의 영상. 설치미술가로 전국을 돌며 만난 사람들의 잊혀진 과거를 추억, 기록해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신미정 작가를 교육연합신문에서 만나보았다.

 

1. 작가님의 소개와 지금까지의 작품 경력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 추계예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프랑스 국립 고등 보자르 미술대학 (ENSA Dijon)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습니다. 2014년 서울 문래동의 버려진 공장에서 첫 개인전시 를 열었고, 곧이어 그 공장에 남아있던 철공업자들의 흔적들과 버려진 물품들을 아카이빙 하여 <폐공장 도난사건>을 발표했습니다. 급격한 도시변화 속에서 수 십년을 지켜온 문래동의 낡은 공장지대의 오랜 역사의 현장에서 망각되어선 안 될 개인의 삶과 사회적 갈등문제를 작품으로 기록했습니다.


이후 다양한 지역을 다니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잊혀진 시간의 단서들을 토대로 작품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5년 익산창작센터에서 작업하면서, 일제 강점기 익산에서 태어났던 일본 소녀가 직접 그렸던 1945년 당시 이리지도를 발견했습니다. 이후 제가 기억하는 익산을 그녀의 지도를 토대로 추적하고 기록한 <식민지/추억>을 발표하였고, 2016년 밤섬을 기록한 <밤섬사람들>, 속초 아바이 마을을 기록한 <자신의 경로>를 발표했습니다. 시간과 거대 담론에 의해 잊혀진 소시민들의 삶과 역사를 그들의 시선을 통해 영상작품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 최근 속초 아바이 마을에 6개월간 살면서 그곳에서 만난 실향민 권문국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았습니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군 복무 중에 쓴 일기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전쟁 당시 포탄을 싸는 천으로 일기장의 겉표지를 만들었고, 그 위엔 <자신의 경로>라는 제목이 쓰여 있었습니다. 인민군을 탈영하고 남한으로 도망쳐 나올 당시 그는 아군도 적군도 아니었습니다. 도망치던 15일간의 여정은 누굴 만나도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는 가장 무서운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무너질 때 오는 두려움과 공포가 현재 실향민들이 겪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아픔이라 생각했습니다. 22살의 청년이 전쟁 중에 쓴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시적이고, 아름답고, 때로는 충격적인 그의 글들을 엮어 작품에 기록했습니다. 그를 통해 실향민들의 애환과 아바이 마을의 역사를 발견하고자 합니다.


 

3. 작품 제작은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 영상을 전공하지 않아서 기술적인 부분들은 작업하면서 스스로 배우고, 자문을 구하기도 합니다. 사실상 작품을 제작할 때 정교한 기술이나 어떠한 연출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카메라는 주로 고정되어 있고,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며, 음악도 없습니다. 내러티브한 서술방식을 적용하였지만, 함축적이고, 간결하게 내용을 전합니다. 사실상 장소와 풍경 속에 묻어있는 시간의 흔적과 주변의 소리를 기록한 사운드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전달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풍경이 오버랩 되면서 시간의 ‘간격’을 열어두는 동시대적인 프레임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 앞으로의 전시 또는 활동 계획이 있다면?


- 한 곳에 머물고 싶지 않습니다. 우선 올해는 진행 중에 있던 영상 작품 <밤섬의 사람들>을 더 보완하여 작품을 완성하고, 새로운 지역도 탐방하여 작품을 만들 예정입니다. 올해 안에 작품을 잘 마무리해서 개인전을 여는게 목표입니다. 작품의 러닝타임은 10-15분 분량으로 길진 않지만, 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작업했던 과정과 작업노트, 사진들을 모두 엮어 작은 책자를 만들고 싶습니다.



5. 포항 출신 미술가로 알려져 있는데, 지역을 위한 활동계획이 있다면?


- 일반적으로 지역 예술가라고 하면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작품을 생산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내 작품의 경우는 한 개인의 이야기에서 출발합니다. 개인의 역사를 아카이빙하고 그들이 갖고 있는 사적인 기억과 공적인 기억들을 추적하다보면 언제나 그 기억이 기반하는 장소 즉, 지역이 나타납니다. 작품을 구현함에 있어서 로컬리티와 장소성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머물고 떠나간 공간에서 상호 유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과 흔적들이 개인의 정체성을 대변해주기 때문입니다. 내가 어떤 지역에서 작업을 하게 될 지는 정말 예측할 수 없습니다. 만약 경북지역에서 다음 작품의 대상이 결정된다면 경북을 기반으로 활동할 가능성도 늘 열어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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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를 찾아서] 신미정 미술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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