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7. 착한 어린이와 폐끼치지 않는 어린이

 

한국과 일본 교육은 그 출발점에서부터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발견한다.


즉, 두 나라 교육의 이면 목표가 전혀 다른 곳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착한 어린이가 되라'고 가르치는데, 일본은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어린이가 되라'고 가르친다.


한국 교장선생님 훈화의 핵심인 '착한 어린이가 되라'는 어떤 어린이를 말하는가?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열심히 공부하는 어린이가 아닐까?


바꿔 말하면 우리 교육은 '효행 사상'을 제일의 덕목으로 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일본이 강조하는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어린이'란 무엇을 의미하나?


그것은 한마디로 사회성이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공동체의식 즉, 사리분별이다.


일본인들은 자기보다 남을 더 의식하고, 타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의 습관은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주입시켜, 설령 부부라 할지라도 서로를 깍듯하게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며 산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것은 참게 되고, 이러한 인내가 한계에 다다르면 화산의 분화구처럼 무섭게 폭발하고 만다. 한마디로 끝장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효행정신은 자기 가족, 동료, 아는 사람, 즉 우리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해서는 이해심이 적고 매우 배타적이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소홀히 하거나 함부로 해도 괜찮다는 의식이 은연중에 숨어있어, 때때로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불손한 태도를 보이는 젊은이들을 거리에서 종종 본다.


자기가 잘 아는 친구의 부모나 가까운 이웃이었다면 전혀 상상도 못할 무례도 서슴지 않는 것에 가슴 아팠던 기억을, 한국에 사는 이들은 누구나 한두번씩은 경험해서 알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도 있지만, 효는 정(情)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그 바탕에는 사랑이 있다.


반대로 타인에 대한 배려 즉, 사회성은 사리판단의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지(知)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감정을 억제하고 자제하는 인내를 미덕으로 여기는 분별력이 있다.


이러한 두 나라의 이면 교육이 '이지적인 일본인'과 '감성적인 한국인'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8. 하하하(ははは) 호호호(ほほほ)

 

◆ 웃음 소리로 인품을 추정


한국어에는 감정을 표현하는 의태어나 감탄사가 넘칠 정도로 많은데, 이런 말들도 일본으로 전래되어 비슷한 말로 남아있다.


예를 들면, 냄새를 맡는 '킁킁'은 '쿵쿵'(くんくん), 늘쩡거리는 '시부적시부적'은 '시부시부'(しぶしぶ), 이야기가 '술술'은 '스라스라'(すらすら), 조용히 하라는 '쉿'은 '싯', 바람이 '살랑살랑'은 '사라사라'(さらさら), 방울이 '짤랑짤랑'은 '차랑차랑'(ちゃらんちゃらん), 맥없이 '터벅터벅'은 '토보토보'(とぼとぼ), 북소리의 '둥둥'은 '동동'(どんどん), 새가 '파닥파닥'은 '파다파다'(ぱたぱた)…등.


그리고 웃는 모습은 일본어에서는 모음이 5개 밖에 없어서 '하하하(ははは), 히히히(ひひひ), 후후후(ふふふ), 해해해(へへへ), 호호호(ほほほ)'의 5종류 밖에 없어, 우리처럼 '흐흐흐' '끼륵 끼륵' 'ㅋㅋㅋ'하는 괴상망칙한 웃음은 도저히 표현할 길이 없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1443년에 만든 글자로 "어린 백성이 자기 말할 바를 표현하고 싶어도 그 뜻을 표현할 길이 없어서 이 글을 만들었노라"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고, 그 이면의 목표는 유교의 기본정신인 '충효사상'의 심화 보급에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한글을 배우면 저절로 상하의 개념이 생기게 되어 있다.


한국어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것이지만, 한국어는 영어의 알파벳처럼 그냥 단순한 배열이 아니고 자음과 모음이 합쳐져야 하나의 문자가 된다.


남녀가 합해서 하나의 가정을 이루는 것처럼, 삼라만상이 음양이 합쳐서 된 것으로, 글자에도 그런 개념을 도입했던 것이다.


그리고 한글의 모음 배치도 '아, 야, 어, 여…를 보면 금새 알수 있지만, 여기에는 말의 중요도와 높낮이가 절묘하게 배치돼 있다.


예를 들면, 아버지의 '아' 가 맨 윗자리에 있고 그 밑에 어머니의 '어', 그 아래에 형, 더 아래에 누나…이런 배치는 그저 된 것이 아니고 의도적으로 만든 유교정신의 서열을 가미한 것이다.


웃음소리도 위로부터 열거하면 '하하, 허허, 호호, 후후, 흐흐, 히히'가 되는데, 여기서 '하하'는 남자의 웃음소리, '허허'는 그보다 낮은 남자의 웃음소리이고, '호호'는 여자의 웃음소리인데, 그보다 낮은 것이 '후후'이다.


그리고 더 내려가면 '흐흐'가 되는데 이는 뭔가 흉계를 꾸미는 못된 간신을 연상케 하고, '히히'가 되면 귀신이 씻나락 까먹는 웃음소리가 되고 만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그냥 웃음소리만 듣고도 그 주인공의 인물 됨됨이를 대강 짐작하는 것이다.


이렇듯 맑고 아름다운 말은 윗자리에, 어둡고 음침한 말은 아래 구석으로 몰아넣은 한글이야말로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천하의 명품으로 언어학 대회가 있으면 한번 내 보내고 싶을 정도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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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한국 전래의 일본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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