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교육연합신문=김수아 기자]

 

"완전히 시골이구만"
3월 1일 교원인사에서 섬으로 가게 된 A교사의 '섬 발령' 첫 소감이다.


2003년 영화 '선생 김봉두'를 기억하는가. 서울의 초등학교 선생인 김봉두는 촌지사건으로 인해 동료 교사들이 모두 기피한 '오지유배'에 자신이 낙점되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오지 시골분교로 가게 된다. 영화의 장면은 코믹하게 그려졌다. 그러나 영화의 장면은 결코 가상이 아닌 실제다.

 

도서벽지 학교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교사들은 교육공무원 승진에서 가산점을 줌에도 불구하고 지방발령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 '선생 김봉두'를 교육행정 및 경영의 관점에서 보자. 김봉두가 시골의 작은 학교로 발령을 받는 것은 '전보'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전보'란 동일한 직위 안에서의 수평적 이동을 의미한다. 보통 5년에 1번 이뤄진다. 영화에서는 김봉두가 촌지와 관련돼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시골로 가게 된 것으로 나온다.

 

일반적으로 '전보'는 징계가 아니다. 그러나 전보조치에 대한 이유보다 전보를 가는 이유에 당사자는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번 교육계의 대대적인 인사개편 또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각 시도교육청들은 대대적인 인사단행(전보포함)으로 분주했다. 3월 초 전국의 모든 교육기관은 윗층과 아래층으로 또는 지방으로 섬으로 오고가며 부임 또는 일명 '좌천'이 되기도 했다. 인사단행을 포함한 전보는 교원의 의욕과는 별개로 단행되는 듯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5급 전보·파견 168명, 6급이하 전보·파견 610명의 인사를 실시했다. 인사 자체에는 물론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어 강원도교육청 또한 조직개편과 함께 사상 최대 규모인 2200여명 선에 이르는 교원·일반직 정기인사를 동시 단행했다. 전직 전보 모두 합쳐 총1800여명의 파격적인 인사단행이다.


파격적인 인사가 논란을 빚자 도교육청은 다자녀 교원에 대해 전보 인사 발령 시 혜택을 주는 내용 등을 담은 '행복한 교직원 복지프로그램'등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프로그램은 18세 미만 자녀 3명 이상을 둔 교원이 타 지역 교육지원청 관내 학교로 전보를 희망할 경우 현 재직 학교 근무연수에 50%를 더해주는 것이다.


매번 진행되는 대대적인 인사단행에서 벌어지는 문제점들과 교원 처우 개선책들(교원의 복지프로그램등)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충족되며 적용될지는 미지수이다.


처음 얘기로 돌아가 섬으로 가게 된 A교사. "잘 지낼 수 있을까. 여기서…."라며 혼자 괜히 읊조리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그는 서울에 있을 때 열정이 가득한 교사였다. 그러나 섬으로 출발할 때 패기는 도착과 함께 선기루처럼 사라지고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교사들은 정기, 부정기 인사에서 생각지도 못한 발령을 받고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해당 교사와 가족이 받는 심리적 고통도 가벼이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매번 실시되는 교원인사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교사의 사기와 전문성, 역량 등을 고려해 '파격'적인 인사보다는 '신중한' 인사가 실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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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轉補는 '섬'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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