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2(목)
 

[교육연합신문=편집국]

 

임승규 교육칼럼니스트

 

스승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학부모는 공포의 시간이다. 선생님에게 선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초·중·고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화상품권 등 유사 현금을 제공한 경험이 있는 학부모가 전체의 18.6 %를 차지했다.

 

선물을 고민하느니 차라리 상품권이 마음이 편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촌지(寸志)는 원래 '작은 정성' 이라는 의미이다. 촌지는 현금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교사에게 주는 모든 선물을 통칭한다.

 

상품권이나 명품가방 등이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분류는 합리적이다.


재미있는 점이 있다. 교육청은 원칙적으로 촌지를 불법으로 보면서 이미 근절된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교육청은 금품수수 및 복무규정을 근거로 '교사는 어떤 선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세웠다.

 

교육청의 관점에서는 현재 촌지(선물)를 받는 사람은 없으며, 뉴스에 이슈화 되는 교사는 법을 어긴 일부일 뿐이다. 촌지는 있다.


명확한 사실을 인정하자.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촌지는 사회적으로 생긴 자연스런 문화이다. 교사를 존경하는 풍토에서 작은 정성으로 촌지를 제공하는 것은 역사적 전통이기도 하다. 거절할 수 없는 촌지들이 있다. 정성어린 천마리학, 직접 캐온 나물, 돌려보내면 상할게 뻔한 순대, 김밥 같은 것들이다. 부모님 없이 손자를 키우는 할머니가 학교에 힘들게 찾아왔다.

"선상님 이거 하나 드셔보세요" 손자가 혹여 삐뚤게 자랄까봐 마음고생 하는 할머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 고구마를 직접 손으로 찢어서 내 입에 들이대는데 그것을 거절할 수가 있겠는가?

 

이런 것들을 거절하면 오히려 할머니가 상처를 받을 것이다. 실제적으로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촌지를 받는 상황에서 뚜렷한 기준 없이 촌지받은 교사를 처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촌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촌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음성적인 촌지를 양성적인 곳에서 없애기 위해 열린 공간에서 논의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촌지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촌지의 존재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토론해야 한다.


둘째, 기존의 촌지를 주는 사회문화적 통념을 제도의 힘을 통해 개선하는 것이다. 계몽운동을 통한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 강제성을 토대로 한 합리적인 제도가 필요하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오는 공문이 있다.


'촌지 안 주기, 촌지 안 받기 운동! ' 고작해야 학교 앞에 플랭카드 붙이고 가정통신문을 보낸다. 학부모들은 코웃음 친다. '그래도 주면 받더라'라는 인식이 학부모들에게는 깊게 깔려 있다.

 

촌지가 없던 지역에서 단 한명이라도 촌지를 주는 순간, 폭발적인 영향력을 가진다. 다양한 사람이 모인 사회에서 인간의 이기심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내 아이 잘 봐주세요'하며 교사에게 금품을 건네는 학부모의 이기심은 나쁘다.


그러나 이것은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자연스런 행동이다. 모든 원인을 학부모의 이기심으로 돌려, 비난만 한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것을 자율에 맡기니 단 한명으로 무너지는 계몽운동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현상을 고치기 위해서는 제도를 고쳐야 한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선물금지 가정통신문에도 불구하고 선물이 쏟아져 들어온다. 작년 나는 작은 실험을 했다. 강력한 가정통신문을 보낸 것이다.


"선물은 물론 꽃 한 송이라도 가져온다면, 가정통신문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부모님 속을 썩인 죄를 물어 하루 종일 벌을 세울 겁니다.

 

자식을 생각하신다면 스승의 날에 아무것도 들고 오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결과는 놀라웠다. 단 한명도 선물을 가져오지 않았다. 이는 교사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사소한 촌지도 근절될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일개 한 교실에서 일어난 작은 실험에 불과하다. 교단에 정의롭고 용기있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교사도 보통사람과 똑같은 인간이다.

 

욕심이 있기도 하고, 의지가 약하기도 하고, 추진력이 없을 수 도 있다. 이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은 강력한 제도이다. 제도적으로 단 1원의 촌지도 금지해야 한다.

 

특별감시반을 일시적으로 운영하여 강제적으로 집중단속하거나, 학교에 오는 학부모가 손에 아무것도 들고 오지 못하게 강제적인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선생님에게 작은 정성으로 촌지를 주는 사회문화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다. 이 힘을 깰 수 있는 것은 강제성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제도 마련뿐이다.


학교는 '작은 선물을 가져오면 되는 곳' 이 아니라 '절대 선물을 가져오면 안 되는 곳' 으로 만들어야 한다.


군고구마를 들고 학교에 오는 할머니가 '아. 학교는 아무것도 들고 가지 않는 곳이지' 생각하며 빈손으로 오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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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촌지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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