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6(월)
 

[교육연합신문=문석주 기자]

 

인천문화예술회관 공연 성황리에 마쳐…다문화가정·장애인들 대거 참석 의미 남달라

 

지난 10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고난과 시련의 역경을 딛고 일어선 두 사람이 감동의 물결을 선사했다. 그 주인공 중 한명은 가난과 왕따, 대형사고와 악성 종양이라는 악재를 뛰어넘은 영국의 한 외판원 출신의 오페라 가수이고, 다른 한명은 바로 눈앞의 것도 아련한 이미지만 보이는 시각장애를 가진 피아니스트이다.

 

바로 영국의 유명 TV프로그램인 ‘브리튼즈 갓 텔런트’ 출신인 폴포츠와 우리에게 가을동화의 메인테마곡으로 익숙한 케빈 컨이 그 주인공들이다.


교육연합신문과 공연기획 전문회사인 창라이프가 공동 주최한 이날 공연은 전체 관람석 1300여석을 가득 메우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이날엔 LG U+에서 초청한 시각장애인과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이 참석해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영혼을 울리는 피아노 선율 ‘케빈 컨’

 

1부 공연에서 연주된 드라마 ‘가을동화’의 메인 테마곡 ‘리턴 투 러브’는 서두를 여는 차분한 호른 소리, 그를 뒤따르는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로 관객들의 감성을 흠씬 적셨다.

 

이후 ‘선다이얼 드림’, ‘크리스틴의 세레나데’ 등 케빈 컨(52)이 연주한 음악은 각종 CF와 드라마, 영화의 이미지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며 관객들의 가슴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후천적 시각장애를 가진 그는 모든 연주는 악보 없이 외워서 한다. 암기하고 있는 곡이 몇 곡이냐는 질문에 “곡명을 이야기 하면 며칠이 걸릴 것”이라며 답하는 그다.

 

어린 시절 정통 클래식 공부를 시작으로 20대 초반까지는 재즈를 익혔으며 이후 연주와 작곡 활동을 병행했던 탄탄한 기본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6살 때 처음 만나 평생 제 2의 아버지로 삼아 음악과 삶에 큰 영향을 받았던 영국 출신의 피아니스트 조지 쉐링(George Shearing)처럼 케빈 컨은 또 다른 젊은 연주자들에게 작은 보템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1996년, 다소 오랜 무명의 시간을 보낸 후 발매한 1집 앨범 ‘인 디 인챈티드 가든’이 세계 40여 개국에 소개되며 큰 호평을 받았으며, 2집 '비온드 더 선다이얼'이 빌보드 차트 10위 권으로 데뷔해 대중적 성공까지 얻었다.

 

베스트 앨범을 포함 총 10장의 앨범을 발매한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영화음악 작업에 대한 목표를 새로이 삼고 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간 피아노와 몇 가지 악기와의 어울림이 주였다면, 이젠 오케스트라 편성 작곡을 더 넓히고 싶다”며  “이번 한국 투어 공연에서 모스틀리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것 역시 그런 목표의 연장선일 수 있겠고, 처음부터 영상을 위해 작곡을 한 적은 없어서, 이 또한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눈이 거의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좋은 음악을 선사해 주는 케빈 컨,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폴 포츠, 공연장을 가득 메운 '영혼의 울림'

 

캐빈 컨의 1부 공연이 끝나고 난 뒤 무대를 휘어 잡은 이는 폴 포츠다.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서 그의 첫 등장은 관객들의 야유와 심사위원들 조차도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의 노래는 시작과 동시에 관객은 물론 심사위원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한 심사위원은 “그가 등장했을 때 부랑자가 들어오는 것 같았다”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눈길이 가지 않는 외모에 긴장이 역력한 눈빛. 어눌하게 오페라를 부르겠다고 말했을 때, 그의 목소리가 단 5초 후 전 세계인의 마음을 뒤흔들 것이란 예상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노래는 감탄을, 소름을, 눈물을 세상에 터트리게 만들었다. 세계의 눈이 1억 번 이상 그의 오디션 영상을 찾게 되었고, 2007년 오디션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된 폴 포츠(40)는 이제 세계를 누비며 공연을 하는 오페라 가수가 됐다.

 

그는 꿈에도 그리던 가수가 됐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공연을 자주 하게 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었기 때문이다.

 

폴 포츠는 “1년 중 집에 머무는 시간이 며칠 되지 않는다”며 “다행히 여행하는 걸 좋아하지만 아내가 그립다”고 답했다. 특히 그는 10일 공연 중에도 “공연을 하느라 한 달간 집을 떠나 있었다”며 “아내가 많이 보고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창시절의 폴 포츠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고, 가난한 집안 환경 때문에 노래 공부를 하기 위해서 지독하게 돈을 모아야 했다. 그러나 꿈을 펼치기도 전에 대형 사이클 사고로 맹장이 파열되기도 했고, 부신에 악성 종양이 발견되기도 했다. 시련과 역경은 그에게 더욱 어울리는 단어였다.

 

그러나 그는 좋아하는 노래를 멈추지 않았고, 기회 앞에 주저하지 않았다. 서른 여섯 살의 휴대전화 외판원이었던 폴 포츠는 브리튼즈 갓 탤런트 도전 후 그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일부에선 그를 신데렐라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승 이후 4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그가 그렇게 하고 싶었던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 곳곳 아주 멋진 곳을 여행하며 지금처럼 노래하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국 투어 공연에서 폴 포츠는 영화 주제곡들을 주로 노래했다. ‘대부’, ‘타이타닉’, ‘러브스토리’의 선율이 관객들의 마음 속 추억까지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기대로 기립박수를 자아내는 것은 그가 처음 방송에서 불렀던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이다. 관객들은 그의 목소리 뿐 아니라 소시민이 이뤄내던, 기적이 탄생하던 그 순간의 감흥을 나누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공연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계속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폴 포츠와 캐빈 컨은 몇 번이나 무대를 오가며 관객의 환호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공연이 끝난뒤에 진행된 사인회에선 관객들이 폴 포츠와 캐빈 컨에게 직접 악수를 청하거나 공연소감을 전하는 등 그 인기를 절감케 했다.

◆“소외계층에 큰 위로와 힘”

 

한편 이날 공연에 참석한 다문화가정 학생들과 교사 그리고 시각장애인들은 특히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가좌고등학교 정선옥 선생님은 “제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지켜보며 느낀 것은, 처음에는 부산하고 공연에 집중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공연이 계속될수록 공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술의 힘, 위대함을 깨달았다”며 “진정성 있는 공연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아이들을 데리고 온 다문화 가정 학부모님들께서 특히 공연에 집중하시는 모습을 보였는데, 정말 특별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특히 공연에서 주는 메세지가 소외된 계층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됐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문화 가정을 비롯한 소외 계층에 좋은 기회가 많이 주어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전했다.


또 공연을 관람한 한 시각장애인은 “어려움을 딛고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는 케빈 컨과 폴 포츠의 모습에서 많은 힘을 얻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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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로운 피아노 선율과 공연장 가득 신들린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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