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4(토)
 
   최근 서울시 교육청은 교육공무원과 교육청 파견근무자의 부조리행위를 신고할 경우 최고 3천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조례 제정을 추진한 바 있다. 비록 교원단체의 반발과 교원의 사기저하, 불필요한 오해의 우려 등을 고려하여 입법예고 후 그 제정을 철회했지만, 만약 이 같은 내용의 조례가 제정되었다면, 그 파장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교육 관련 법률칼럼을 집필하면서 ‘촌지’를 다룰 것인지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한 바 있다. 학부모와 교사 모두에게 상당히 예민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촌지’의 사전적 정의는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로서 결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자신의 선생님, 혹은 자기 아이의 선생님에게 감사의 뜻으로 자그마한 선물을 줄 수 있음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며, 이는 학생 또는 학부모의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와 같이 좋은 취지를 몰각한 일부 교원들의 촌지 요구가 때로는 아이를, 때로는 학부모를 울릴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 법의 심판이 내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촌지의 법률적 한계는 어떠한가?


    촌지가 형사상 문제된 예는 많지 않다. 통상 학부모들이 선의로 교원에게 지급되는 것이 촌지이므로 그 자체에 대하여 문제를 삼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공무원의 경우 촌지를 형사상 처벌의 대상으로 본다면 ‘수뢰죄(受賂罪)’가 적용될 것이다. 수뢰죄의 구성요건은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직무에 대한 대가관계가 있는지 여부이며 이를 판단하는데 있어서는 뇌물의 규모나 금액 또한 고려될 수 있다.


   촌지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판례는 사교적 의례에 속하는 경우에는 뇌물이 아니라는 점을 기본적으로 인정하면서도 대가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즉 청탁이 수반되는 경우에는 3만원 상당의 식사대접도 사교적, 의례적 범위에서 벗어난 직무에 관련된 뇌물이라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6도8779호 판결 등) 따라서 수수되는 금액의 다소가 반드시 뇌물성을 인정하는 지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촌지의 범위를 직접적으로 다룬 대법원 판결례는 아직 없으나 하급심에서는 학부모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학부모의 자녀에게 ‘너거 엄마 오던지 말던지 맘대로 하라고 해라’는 말을 하면서 약간의 폭력을 가한 후 학부모로부터 5만원을 받은 사례와 학부모들을 모아 놓고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하는지 여부는 앞으로 학부모가 학교에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말을 한 후 학부모들로부터 수십회에 걸쳐 돈을 받은 사례의 경우 직무행위와 대가관계가 인정되므로 뇌물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결국 촌지와 뇌물의 경계는 교사의 직무내용, 교사와 학부모와의 관계, 금액의 다소, 금원이 수수된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고 특히 당해 교원이 그 이익을 수수함으로 인해 사회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소지가 있는지 여부가 촌지의 법률적 한계를 판단하는데 핵심이 될 것이다. 마음과 마음이 통할 수 있는 선물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학교가 되길 기대해본다. 

 

김도현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dhkim@shin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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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교육법률산책] 10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 - '촌지'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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