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7(화)
 

[교육연합신문=전재학 기고]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는 학년별로 본관, 후관, 별관으로 나눠 생활한다. 워낙 넓은 공간이라 대학 캠퍼스를 연상하는 교사동이 아름다운 전경을 이루고 있다.

 

어느 날 야간에 자기주도 학습을 실시하기 전에 3학년이 생활하는 별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 학생이 전날 내린 봄비에 젖은 땅을 정성껏 삽으로 파면서 텃밭을 일구고 있었다. 학생과의 대화를 통해 그는 3학년 학생으로 ‘텃밭 가꾸기’ 동아리의 회장이었다. 6명으로 이뤄진 자율동아리를 운영하면서 그는 제법 능숙한 손길로 땅을 파고 흙을 고르게 일구며 감자를 심고 있었다.

 

지금 심으면 6월경에 수확을 한다며 열심히 설명하는 그 학생에게 나는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말을 해줬다. 그 순간에 가슴에 꽂히는 무언가를 느낀 듯 󰡒아, 참 좋은 말이네요. 나무에 푯말을 걸어서 늘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씽긋 웃는 것이 아닌가.

 

그 표정이 너무도 순박하고 진실한 농부의 모습과 같았다. 그 후 몇 차례 저녁 시간이면 텃밭에 나와서 열심히 땅을 일구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텃밭을 가꾸는 모습에 한 마디 격려를 덧붙여 “요즘 일본은 농과대학의 인기가 부활하고 농작물이 국가안보에 연계돼 그 중요성이 날로 증대된다.”고 말해주니 “저는 중국에 화훼산업으로 도전장을 내려고 합니다. 5조 9천억의 시장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지 않는가?

 

어떤 근거로 그러한 수치를 제시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무언가 열심히 자신의 꿈을 생각하며 키우는 모습이라 생각하니 그 학생을 다시 쳐다보게 됐다. 그렇다. 무기력한 요즘 학생들이 그런 꿈과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미래인생을 준비한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그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단다. 네가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 꿈을 꼭 성취하길 바란다. 나중에 성공하면 교감 샘도 잊지 않고 연락을 할거지?"하고 되물으니 "물론이지요. 제가 꼭 성공해서 학교와 교감 샘에게도 자랑스러운 제자가 되겠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참으로 감동적인 학생과의 만남으로 그날은 힘든 줄로 모르고 하루를 마감할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학생들의 무기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비판하며 한탄한다. 필자는 그 무기력의 원인이 어쩌면 우리 어른들에게 있다고 느끼지는 않는지 되묻고 싶다. 실제로 학생들은 자신들이 절대로 꿈을 포기하거나 삶을 그럭저럭 되는대로 살려고 하지 않는다. 아무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그들이 과연 생각 없이 사는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들은 고민하고 힘겨워하면서 자신들의 꿈과 목표를 생각한다. 다만 어느 순간에 어떠한 계기가 발생해 그 꿈과 목표를 좌절당하거나 절망을 느끼기 때문에 심하게 무기력하게 된다. 이때 우리 어른들, 부모나 교사들이 나서서 그들을 이해하고 혼내지 말며 낙심하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는 청소년들을 달리 보자. 그들 편에 서서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격려하자. 그들은 우리의 미래이다. 그들이 3포, 5포, 7포, N포 세대라 비하하며 살아갈 때 우리의 미래는 무너진다. 출산율 저하로 인해서 언젠가 이 지구상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사라질 운명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에 우리는 과연 얼마나 긴장하고 미래를 위해 대비하며 살아가는가? 그저 생색을 내는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획기적이고 구체적인 활동이 국가적으로 뒤따라야 한다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과제이다. 그 중심에 자신의 꿈과 목표를 향해 살아가는 우리의 미래 주인공들에겐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 칭찬과 격려와 환대, 그리고 그들과 연대해 그 꿈을 키워주고 응원하는 어른이 돼야 하지 않을까? 텃밭을 가꾸는 청소년의 꿈을 존중하고 그들을 단지 공부를 하지 않는 불량한 학생으로 간주하면서 소중한 꿈을 포기하고 살아가도록 통제하고 억압하는 과오를 범하는 어리석은 어른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태그

전체댓글 0

  • 72192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텃밭 가꾸는 학생의 꿈을 키우자 - 인천제물포고 전재학 교감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