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7(화)
 

[교육연합신문=전재학 기고]

일본의 현재를 보면 미래 한국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많은 면에서 우리는 일본의 과거를 거의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역별로 양국 간의 시차가 얼마인지는 말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틈새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예컨대 학교와 관련해서 왕따(이지메), 학교폭력, 학부모와 학생의 교사 폭행, 등교 거부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거의 그대로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재현돼 왔다.

 

앞으로 (초) 고령사회의 모습도 마찬가질 것이다. 문제는 일찍이 미래학자들이 예견한 시차보다 앞당겨 지리라는 예상이 중론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다이내믹한 사회이고 그 변화의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제 또다시 우리가 작금의 일본 사회를 주목할 사항이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기생충족, 니트족,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등이 사회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기생충족이란 중년이 돼서도 부모에 얹혀사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이다. 일본 타임스(2017년 4월 20일)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일본 중년 세대(35~54세) 중에서 부모에 얹혀사는 사람은 45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젊은 시절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며 결혼도 하지 않고 살다가 나이 들어 부모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부모가 돌아가실 경우 아무런 생계 대책이 없는 이들은 일본 사회를 파괴할 일종의 시한폭탄으로 여겨진다.

 

니트족은 의무교육 이후 진학이나 취직을 하지 않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청년을 일컫는 말이다. 사회 문제가 되는 것은 구직도 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비(非) 구직 니트족이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기생충족이 될 가능성이 높고, 기생충족 중 상당수는 은둔형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니트족 중 30%는 은둔형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불안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 주로 2차 베이비붐 세대인 이들이 기생충족이 된 주원인은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던 시기에 불어 닥친 취직난, 종신고용 붕괴 등 사회 환경적 요인이지만 이와 함께 1970년대 중반부터 시행되어온 여유(유토리) 교육을 들기도 한다.

 

여유 교육은 개성과 여유를 강조하며 제창됐던 일본식 전인교육 정책이다. 여유 교육 실시 이후 일본 공립 초중등학교의 학습량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재학시절을 여유 있게 보내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골라 자신이 원할 때 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그런데 그 부작용 중의 하나가 힘든 직업 세계에 부적응 현상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한국에서도 심심찮게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사회현상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아이들이 꿈과 끼를 계발하도록 이끌면서 ‘꿈 너머 현실’도 직시하게 해야 한다. 즉, 꿈이 반드시 직업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음을 교육해야 한다. 가령 2017년 현재 우리나라 연예인 상위 1%가 전체 연예인 소득의 49%를 벌고, 상위 10%가 80%를 번다. 나머지 90% 사람들은 월 60만 원도 못 버는 생활보장대상자 수준이다.

 

어른들의 말만 믿고 꿈을 따라갔는데 그 꿈이 생계유지에 필요한 직업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 아이는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할까? 일본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는 “네가 좋아하는 것만 해서 성공하는 사람은 천에 하나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기본생활비를 보장해 주는 사회가 되기 전까지 학교에서는 꿈과 끼 계발 교육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서 가치를 찾고, 그 일을 좋아할 수 있는 역량도 함께 길러 주어야 한다. 아울러 주어진 일을 끝까지 완수하는 집념과 끈기도 가르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가 되기 어렵다. 이웃 나라 일본의 현실은 우리의 미래 교육에 강력한 시사점과 경고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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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꿈 너머 현실’ 미래교육의 중요성 - 인천제물포고 전재학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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