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교육연합신문=조성돈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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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한국인들의 사망원인 5위에 있다. 단연 많은 사망자를 내는 것은 암이다. 그 이후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 다음으로 한국인들은 자살로 인해서 죽는다. 그 다음이 당뇨병과 알츠하이머병, 그리고 간질환과 고혈압 등으로 나타난다. 이미 꽤 알려졌지만 10대, 20대, 30대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그리고 40대와 50대에서는 자살이 사망원인 2위에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통계가 있다. 20대 사망자 중에 54.4%가 자살 사망자이다. 30대에서는 39.4%, 40대에서는 20.8%, 그리고 50대에서는 9.9%가 자살 사망자이다. 즉 20대에서는 장례가 일어나면 절반 이상이 자살로 인한 사망이다. 그런데 우리가 자살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자살에 대해 오해 하는 것 중에 하나는 10대와 20대의 자살이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실은 10대와 20대에서 자살이 많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살률로 치면 80대 이상의 노인에서 가장 높게 나오고, 자살한 사람의 숫자로는 40대와 50대가 높게 나온다. 자살률이라고 하는 것은 인구 10만 명 당 자살로 인해 사망한 사람의 숫자를 말한다. 평균은 25.7명인데, 80대 이상의 노인 자살률은 62.6명으로 2.5배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40대와 50대의 자살 사망자는 각각 2,579명, 2677명으로 거의 전체 자살 사망자의 40%에 이른다. 그래도 지난 10년 동안 자살이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는데, 그 이유는 노인자살률이 많이 줄어든 탓이다. 2010년 노인자살률은 127명이었다. 그런데도 자살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은 40, 50대, 특히 이 세대의 남성들의 자살이 많기 때문이다. 


기독교를 포함하여 종교계에서 자살예방을 하는 방법은 대부분 지옥이라는 공포심 조장이었다. 자살이라는 죄를 지으면 천국에 갈 수 없고 지옥에 갈 것이라고 했다. 물론 최근 20년 정도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적지 아니하게 이 부분은 교회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것이 실제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이런 말을 듣고 자살을 안 할 정도면,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자살의 심각한 상황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이런 말 자체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한 마디로 자살예방을 하려 드는 것 때문에 전문적인 도움이 들어가지 못하고, 합리적인 예방활동이 거부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말로 인해서 남은 유가족은 더 심한 고통 가운데 지내야 한다. 유가족은 너무나도 상실로 인해 큰 아픔과 슬픔에 처해 있다. 이때 하나님의 은혜와 교회 공동체의 위로가 너무나도 절실하다. 현실은 이때 교회에 다툼이 일어난다. 자살한 사람이 구원을 받았는지, 그래서 교회가 장례를 해야 할지를 가지고 논쟁이 이루어진다. 그때 유가족들이 느끼는 고통과 분노는 극에 달한다. 결국 교회를 떠나고 하나님을 떠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구원은 인간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 한 인간의 구원은 하나님께서 정하실 것인데, 은혜로운 하나님은 선하게 결정하실 것이라고 믿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한계이다. 단지 우리는 이 땅에서 고통받고 있는 그 유가족을 위로하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라이프호프에서는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유가족 위로예배를 함께 드리고 있다. 예배 후에 어느 분이 찾아오셔서 인사를 나누었다. ‘내가 수 십년 다닌 교회에서도 장례를 안 치러주었는데, 이렇게 함께 위로예배를 드리게 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 듯한데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자살이 많은 이유는 죽음의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죽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돈이 우리에게 절대적 가치로 자리를 잡으면서 생명이라는 절대가치는 상대적 가치로 전락했다. 즉 돈이 기준이 되어서 우리가 살아야 할지, 죽어야 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 실패하거나 삶의 어려움이 닥치면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죽음을 연결한다. 바로 이러한 가치관, 더 넓게는 문화를 바꾸는 것이 궁극적인 자살예방이다. 즉 죽음의 문화에서 생명의 문화로 전환하는 일이다.

 

종교는 이 부분에서 할 일이 있다.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어 주는 일은 종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사람들이 모두 돈을 중시할 때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감사한 삶을 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교회가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죽음의 문화가 지배하는 한국 땅에서 생명문화를 만들어내고 함께 나누는데 교회와, 더 나아가서 종교계가 함께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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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생명을 살리는 공동체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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