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2(목)
 
[교육연합신문=육우균 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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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가 중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한문 수업 첫 시간이어서 나름 기대감으로 머릿속을 꽉 채운 상태였다. 한문 수업이 끝났을 때 나의 기대감은 절망감으로 다가왔다. 숙제가 너무 지겨워 한문 공부를 당장 때려치우고 싶었다. 숙제가 ‘한일(一)자’를 한 페이지 써 오라는 것이었다. 이건 숙제가 아니라 고문이었다. 아니 고문은 참으면 된다. 하지만 한문(한자)을 공부하는 즐거움을 선생님이 빼앗아 간 것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지. 한창 한문(한자)에 흥미와 재미를 느껴야 할 때, 오히려 한문(한자)에 질려버리는 경험을 했다. 
 
단지 한일자를 한 페이지 써오라는 숙제 대신 이렇게 바꾸면 어땠을까. “우리 일상생활에서 ‘한일자’가 들어가는 단어를 5∽10개씩 찾아오라(일편단심, 동일, 1등, 합일, 일문일답, 일생, 일장일단 등)”든지, “‘한일자’의 여러 가지 뜻을 써오라(하나, 오로지, 첫째, 잠시, 한결같은, 다른, 좀, 약간, 만일, 혹시, 어느, 동일하다 등)” 그러면 단어 수준이 상당히 올랐을 것이고, 그것은 생각을 확장시켜 인식을 높였을 것이고, 새로운 학문을 접하는 데도 상당히 도움이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1타 3피. 한 시간의 수업만으로도 한 학생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다. 교사의 책무감을 상기시키는 글쓴이의 경험이었다. 
 
들레즈/가타리에 의하면 세계를 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수목형(나무형) 사고와 리좀형(땅속 뿌리줄기형) 사고가 그것인데, 수목형 사고는 세계의 중심이 되는 어떤 것이 있고, 세계가 그 중심으로부터 위계질서를 가지고 존재한다는 식의 사고이고, 리좀형 사고는 중심도 없고 질서도 없고 패턴도 없어서 닥치는 대로 갈라지고 접속하고, 또 접속이 끊어지기도 하면서 뒤엉켜 있어, 위계질서가 없고 모두 평등한 관계를 맺는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수목형 사고는 ‘무엇이 존재하는가?’를 묻지만, 리좀형 사고는 ‘다른 사물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관심을 갖는다. 이를 교육에 대입해 보면 수목형 사고는 ‘장기형(체스형) 교육’에, 리좀형 사고는 ‘바둑형 교육’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장기형 교육’이었다. 부모님에게, 선배에게 배운 대로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미래가 보장되었다. 그래서 윗사람의 말씀을 신의 말씀처럼 잘 받들어야 했다. 이미 잘 닦여진 길을 걸으면 목표로 하는 지점까지 갔다. 아무런 장애물 없이. 그러나 4차 산업시대의 교육은 ‘바둑형 교육’이다. 길이 없다. 바둑은 흰 돌이든 검은 돌이든 두면서 길을 만든다. 그 길을 연결하면서 집을 만들어 나간다. 마치 땅속 뿌리줄기처럼. 그래서 더 이상 길을 몰라서 부모님이나 선배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왜냐하면 부모님이나 선배도 그 길을 모른다. 자기가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사고가 아니라 이전과 다른 사고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네 번째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만든 78번째 신의 한 수 같이, 이전에 없던 수를 만들어 내어 결과를 승리로 이끄는 것처럼 말이다. 
 
상상력을 통해서 길을 내 손으로 만들어 나가는 교육이 4차 산업시대에 요구되는 교육이다. 길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이제 길은 ‘안전한 위험’이 되었다. 잘 닦여져 있는 길은 더 위험하다. 그 길을 따라가면 기존의 지식만을 얻어 고정관념에 빠진다. 그 고정관념은 장자의 ‘정저지와(井底之蛙)’와 같이, 자신이 만든 고정관념의 지식 그물에 갇혀 아집과 편견에 집착하게 된다. 창의성은 길러지지 않는다. 
 
4차 산업시대에는 독서를 통해 고정관념의 얼음 바다를 깨는 도끼가 마련되어야 한다. 즉 그 도끼는 바로 창의성이다. 창의성의 핵심은 ‘연결’이다. 우리 속담에도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고 하지 않던가. 매일 밤하늘의 은하수만 쳐다보면 뭘 하나, 그 별들을 연결하여 북두칠성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 그렇게 별자리는 탄생하지 않았나. 스티브 잡스를 보라. 그는 축적의 시간으로 거둬 올린 지식의 거인 위에 올라선 난쟁이다. 그 난쟁이가 거인보다 멀리 볼 수 있다. 그는 애플 컴퓨터를 만들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어 창조성의 아이콘이 되었다. 이제는 플랫폼 사업(에어비엔비, 우버, 요기요, 배달의 기수 등)이나 사물 인터넷으로 모든 제품을 연결하여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시대다. 
 
4차 산업시대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은 우리의 뇌를 단련시키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방법은 다음에 언급할 세 가지다. 생각 확장법(6-LCAMST)과 수렴법(개념을 은유로 정의하기), 그리고 그것을 통한 융합적인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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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우균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前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자문위원

◇ 前중등교사 임용시험 채점위원

◇ 前인천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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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균의 깨봉 칼럼] 4차 산업시대 교육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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