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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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교육학자 켄 로빈슨은 TED 강연에서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이미 망가진 모델”이라며 “개선이 아니라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인간의 잠재력과 가치를 획일적인 잣대로 정량화하고 단일한 기준으로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의 교육을 되돌아보면 개인의 개성을 철저히 무시하고 국⋅영⋅수에 몰입한 학습과 사회의 잣대에 맞는 사람이 되라고 종용해 왔다. 이는 우리 교육이 지식 축적이 주요한 산업화 시대에나 맞는 획일화를 추구한 거대한 프로세스임을 보여준 것이다. 
 
인도의 철학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는 “한 인간이 자기의 삶을 온전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말의 배경은 지금까지의 교육 시스템은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에 투자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님과 같다. 따라서 이제는 새로운 교육을 연구하고 고민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학생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삶과 연계된 경험 중심의 교육을 실현해야 한다. 이는 일찍이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가 “1그램의 경험이 1톤의 지식보다 낫다”고 말한 것과도 축을 같이 한다. 하지만 이 시대는 전통적인 핵심 지식의 습득을 기반으로 여기서 더 나아가 디지털 대문명이 요구하는 창의성 기반의 뉴노멀(New Normal)의 가치 창조를 위해 새로운 교육철학으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아쉽게도 우리 교육은 아직도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와 강의로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학생 개개인의 흥미나 관심은 규정된 제도를 벗어나 통제 대상일 뿐이다. 학교는 제도적으로 정해진 것을 교육하고 그것만 공부하도록 만드는 수동적인 배움터에 불과하다. 그렇다 보니 교육의 틀인 시스템만 남고 교육의 목적인 학생의 배움은 멀어져 있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학생의 배움이다. 당연히 배움은 학생이 주도해야 한다, 배움은 교사가 잘 가르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잘 배우는 것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학생 스스로 배움의 의미를 깨닫게 해서 자발성과 적극성을 유도해야 한다. 현재 우리 학생들은 점수와 평가에만 민감하게 반응해 순간의 과정이 고통스럽게 지나면 더 이상의 배움은 없다. 이는 점수로 첫째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는 우리 사회에서는 당연한 귀결이다. 
 
그렇다면 우리 학생들이 점수가 아닌 공부의 재미를 발견하는 교육은 어떤 것일까? 현재처럼 입시라는 커다란 교육의 장애물이 존재하는 한 이는 이상(理想)에 그칠지 모른다. 마치 사무엘 베케트의 오지 않는 <고도(Godot)를 기다리며>처럼 말이다. 배움이 있는 교육 시스템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필수 과업이다. 그러기 위해서 학교는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내적 동기를 발현시켜야 한다. 즉, 교육자는 학생들이 배움의 의미를 깨닫고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인도의 비노바 바브의 “교육은 학생의 머리에 정보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지식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다”라는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학생의 배움은 역설적으로 교사가 많이 가르칠수록 오히려 촉발되지 않는다는데 주의할 필요가 있다. 미래학자 유발 하라리는 “미래 교육에서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더 많은 정보’를 주입하려는 것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배움이 일게 하려면 학생들을 더 많이 만나고 학생의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살펴주고 피드백을 해주어야 한다. 이때 교사는 학생들이 배움의 재미와 필요성을 느끼도록 만드는 ‘인에블러(enabler)’이자 배움의 과정을 돕는 ‘헬퍼(helper)’, 즉 코치(coach)이자 멘토(mentor), 조력자(facilitator)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교육에 획기적인 선을 그은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살면서 이제 교사는 학생들에게 있는 둥 마는 둥한 존재(exist)가 아니라 선한 영향력을 미치면서 상호작용을 이끌어가는 존재(present)로서 교육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학생을 추동(推動)시키는 교육의 근본적인 처방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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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現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 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공동저자
◇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 집필진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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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학생을 추동(推動)시키는 교육을 실현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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