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교육연합신문=사설]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장관의 업무 보고 자리에서 "수능 시험에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공교육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사교육과의 카르텔 아니냐"며 질책했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말은 곧바로 언론을 타고 난이도 문제로 확대되고 이어 ‘올해 수능은 물수능’이란 말로 치환되어 오해의 소지를 낳았다. 윤 대통령의 말의 핵심은 낮은 품질의 공교육 정상화 촉구다. 지난해 사교육비가 26조 원이었다. 넘쳐나는 교부금으로도 학교 교육 수요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지적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2022. 7. 21. 시행)’에 근거를 두고 있다. 
 
공교육정상화법의 주요 골자는 선행학습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학교장은 이를 지도·감독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공교육정상화법 제4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지난 6월 수능 모의평가에서 정답률 10% 이내의 이른바 ‘킬러’ 문항이 교육과정에서 벗어났고, 이것이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변별력은 갖추되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출제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 말은 모순이다. 평가는 변별력을 갖추는 것이 생명이다. 변별력이 없으면 누가 인재인지 알 수가 없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유리하게 되는 평가다. 쉬운 수능을 출제하면 안 되는 이유다. 그러면 방법은 하나다. 킬링 문제와 교과 융합형 문제를 출제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킬링 문제를 출제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 교과 융합형 문제를 출제해서 변별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교과 융합형 교육은 미래교육에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다. 
 
AI시대다. Chat GPT가 출현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학교에선 융합형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막는 것은 커다란 물줄기를 거꾸로 넘어가려는 우매한 정책이다. 이미 물은 아래로 흘러가고 있다. 그것을 막을 수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더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윤 대통령의 사교육비 근절 의지는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발적인 시장을 옥죄는 부작용도 생각해야 한다. 사교육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 사교육을 받게 하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학교 안에서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모든 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어렵긴 하겠지만 문제를 학교에서 배운 내용으로만 출제하게 한다면 평가도 학교 안에서 해결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공정한 것 아닌가. 난이도 높은 문제를 출제하거나 교과 융합형 문제 등을 출제해야 한다. 그것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으니 사교육 시장으로 가라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요, 어불성설이다. 
 
더 이상 학교의 교사들을 얕잡아 보지 마라. 난이도 높은 문제를 출제하지 말라고 한다면 학교 교사들의 실력을 믿지 못하겠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학교 교사들은 전문적인 대학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들이다. 교과 교사끼리 연구하면 난이도 높은 문제를 만들 수도 있고, 교과 융합형 교육도 문제 없이 가르칠 수 있다. 교과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그러한 용기가 교사들에게 필요하다. 
 
교육의 수요자는 학생들이다. 수요자들의 꿈을 키워주는 것이 공교육의 책무다. 교육부가 미래교육을 선도하는 아방가르드가 되어야 한다. 사교육비의 증가가 무서워 뒤에서 절절매는 모습을 바라보기가 참으로 민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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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물수능' 논란 접고, 공교육 정상화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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