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교육연합신문=사설] 
2022년에 나온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약칭: 공교육정상화법)(2021. 7. 20. 개정 / 2022. 7. 21. 시행)도 내용을 보면 말이 좋아 '공교육 정상화법'이지 사실은 '선행학습 금지법'이다. 예부터 공부를 잘하는 왕도는 매일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예습이 무엇인가. 표현만 바꾸면 선행학습이다. 그 예습을 못하게 법으로 규정한다는 말이 자유 대한민국에서 말이나 되는 소린가 되묻고 싶다. 공교육 정상화법을 시행한다는 특별법을 만들어 놓고 학교에서는 중간・기말고사에서 선행학습을 했는지의 여부를 조사하고 감독하는 일이 교육의 최우선 항목이 되었다. 선행학습을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해 놓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선행학습의 부당함을 다음과 같은 논리를 펴고 있다. 그 부당함이란 선행학습을 통해 수업의 마지막 목표를 알고 오기에 수업 과정에서 펼쳐지는 ‘재미나 흥미’를 잃어버려서 호기심이 없어져 교육에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선행학습 금지법이 만들어졌다는 다소 황당한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선행학습을 금지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사교육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때문 아닌가. 물론 킬러 문항은 배제되어야 한다. 수능시험이 도입된 시기가 1993년 8월이었다. 30년이나 된 수능시험은 이제 출제할만한 범위가 거의 없다. 본질에서 벗어난 지엽적인 곳에서 문제를 출제하다가 그것도 변별력이 떨어져 교과융합형 문제(킬러 문항)를 내는 것이다. 이런 킬러 문항을 아이들에게 비싼 값에 팔아먹는 일부 강사들이 문제지, 수능 변별력을 강화시키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 학교에서도 사실은 교과융합형 문제를 만들어 출제해야 한다. 교사들의 교과에 대한 벽을 허물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교사의 자존심은 어떻게 세워지나? 사교육이 넘볼 수 없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다. 교과융합형 문제는 만들기도 어렵다. 그만큼 깊이 넓게 사고해야 한다. 그러니 그런 문제(킬러 문항)는 사교육 시장에 가서 알아보라는 식의 책임 회피로는 공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없다. 
 
공교육 정상화는 선행학습 금지만 가지고 이룰 수 없다. 우선 학생들에게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현재 AI의 출현과 Chat GPT가 교육에도 들어와 있다. 이런 때에 필요한 것은 다양하고 창의성 있는 교육 방안이 나와야 한다. 학생들은 교육 수요자다. 공교육은 수요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학생들의 꿈은 다양하다. 그 꿈을 학교가 실현시켜 줄 수는 없어도 막을 수는 없다. 공교육이 학생들의 미래를 펼쳐 나갈 수 있게 전방위 부대(아방가르드)가 되어야 한다. Chat GPT에게 답을 구하려면 질문을 잘해야 한다. 구조적으로 잘 짜여진 질문이 필요하다. 그냥 마구잡이식 질문으로는 원하는 답, 만족할 만한 답을 구하기 어렵다. 질문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고정관념을 깨는 질문이다. 창의력을 키우려면 기존의 고정관념의 틀을 깨야 한다. 어떻게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가? 카프카가 말했다. 독서는 고정관념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둘째는 배움을 확장하는 질문이다. 이는 심판자의 입장과 학습자의 입장이 있는데, 물론 학습자의 입장에서의 질문이다. 심판자의 질문은 야단치는 질문이다. 이것은 패배자를 만들 수 있다. 학습자의 질문은 사람과 싸우지 않고 문제와 싸우는 질문이다. 최선의 대안을 묻는 것이다. 요즘 우리의 교육현장은 어떤가? 질문은 원천봉쇄되고 학생들은 오로지 답만 따른다. 답은 하나다. 그러나 질문은 끝이 없다. 질문하는 능력을 길러야 흔히 말하는 자발적 학습 또는 자기주도형 교육이 가능해진다. 
 
이른바 킬러 문항 배제 문제로 온 나라가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시끄럽다. AI가 출현하는 이 시기에 선행학습 금지법이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방법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교육은 과거의 습득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준비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유로운 생각의 갈래들과 탐구의 관심과 호기심이 교육의 바탕이어야 한다.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 끝없이 질문하고 맥락을 엮어내는 통합적 교육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낸다. 그것이 미래를 열어가는 힘이다. 사교육을 앞서가는 공교육이 되어야 한다. 교육의 아방가르드가 되어야 한다. 디지털 교육, 1:1 맞춤 교육, 한국형 바칼로레아 기반 조성 등으로 다가올 낯선 관문을 공교육이 열어가는 촉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전체댓글 0

  • 39074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社說] 공교육 변혁, 미래 교육을 열어가는 촉발점이 되어야 한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