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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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글탱글하고 귀여운 모습이 많은 다육식물은 보통 ‘다육이’로 부른다. 다육식물은 건조한 기후를 이겨내기 위하여 잎이나 줄기 혹은 뿌리에 물을 저장하는 식물을 말한다. 선인장, 알로에, 돌나물과 등의 식물군이 다육식물에 포함된다. 주된 산지는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 및 그 주변 섬이라고 한다. 코틸레돈, 에케베리아, 에오니움, 크라슐라 등 이름은 발음하기 쉽지 않다. 다육이는 햇빛이 잘 드는 공간에서 예쁘게 자란다. 

 

살고 있는 아파트 베란다에 다육이가 많다. 아내가 좋아해서 키우고 있다. 나는 다육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탱탱하고 둥글둥글하게 나온 배를 보면 덩달아 통통한 이파리를 가진 다육이가 싫어진다. 다육이는 무엇보다 꽃도 거의 안 보이고 화려하지도 않아 볼품이 없다. 크기도 조그마하고 화려하지도 않다. 

 

젊은 시절에는 화려한 꽃들이 좋았다. 계절의 여왕 장미, 향기의 여왕 재스민, 가을꽃 국화, 첫사랑의 빛 연산홍, 봄날의 목련과 벚꽃이 좋았다. 목련은 얼마나 그 자태가 우아한가. 벚꽃이 눈부시게 핀 봄날은 얼마나 세상이 아름다웠던가. 서리를 맞고서도 노란 꽃잎을 단 국화는 얼마나 점잖고 품위가 있는가. 영산홍의 그 처연한 꽃색은 얼마나 가슴을 흔들어 놓았던가. 라일락이 향기를 바람에 날리고 보랏빛 꽃이 햇살을 담뿍 받아 빛날 때 얼마나 매혹적이었던가. 

 

예쁜 꽃들은 살뜰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오죽하면 어린 왕자가 장미의 까다로운 요구에 지쳐서 자기가 살아오던 별을 떠났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의 중심에 서는 존재가 되기를 원한다. 젊은 사람들도 화려한 삶을 원한다. 수입차와 명품가방, 백화점VIP고객을 꿈꾼다. 화려함은 오래 아름다움이 지속되지 않는다. 한 계절이 지나가면 화려한 꽃들은 사라진다. 

 

다육이는 평안하다. 민감하지 않다. 사계절 그 자리를 지킨다. 아내의 모습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조용하게 중심을 지키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를 지탱하는 것은 화려한 것이 아니었다. 교사자격증이 나를 먹여 살려주었고 아내가 나를 키웠다. 

 

내 주변에는 다육이 같은 사람들이 많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크게 나에게 요구하는 것도 없다. 그런 사람들은 언제 만나도 편안하다. 조용하고 소박하고 진실한 사람들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다. 

 

다육이 같은 삶은 반짝이지 않지만 든든하다. 통통한 촉감이 정스럽다. 나이가 들면 장미 같은 화려함이나 재스민의 매혹적인 향기는 부담스럽다. 가시에 찔리고 라일락과 목련을 사랑하다 이별을 하고 나서 가만히 돌아 서면 다육이 같은 친구와 가족이 나를 받아준다. 

 

자신 주장을 강하게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런 사람들에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 힘든 날에 떠올리기만 해도 편안하고 위로가 되는 사람이 좋다. 담담하고 건강하고 믿음직하고 진솔한 다육이 같은 사람들에게 더 믿음이 간다. 오늘은 통통한 다육이도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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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학생교육문화원 예술진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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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다육이 같은 사람들과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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