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전재학2.jpg

‘성격이 좋은 사람은 신뢰할 수 있을까?’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은 신뢰할 수 있을까?’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신뢰할 수 있을까?’ …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신뢰의 조건에 관한 단적인 물음들이다. 평소 행동이나 생각을 들어보면 좋은 성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분명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따뜻함이나 배려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멀 정도로 매사 자기중심적으로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한번 내뱉은 말은 어떻게든 지키며 출중한 능력을 소유한 사람이 있다. 이 가운데 누굴 더 신뢰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성격이 좋다는 것만으로, 역량이 뛰어난 것만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는 아주 쉽게 성품이 좋은 사람은 신뢰할 만하고 능력이 뛰어나 신뢰할 수 있다고 단정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아무리 성격이 좋은 가족이라도 면허증이 없다면 운전대를 맡길 수 있을까? 덧붙여 어떤 사람과 함께 하면 어떠한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그를 신뢰할 수 있을까? 대답은 둘 다 'No'다. 따라서 신뢰에는 몇 가지 조건이 함께 한다. 그것은 바로 성품과 역량, 그리고 결과다. 왜 이렇게 신뢰 조건을 따지는가. 
 
일찍이 동양의 고전 『논어』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가르침을 후세에 전한다. 이는 신뢰가 없으면 설(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말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무수히 많이 들어왔다. 그 누구도 우리의 삶에 있어서 그리고 인간관계와 일에 있어서 신뢰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 없다. 신뢰는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없어선 안 되는 것이다. 현대와 같은 신용 사회에서 신뢰는 성공의 분명한 척도다.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깊은 신뢰를 획득할 수 있느냐는 얼마나 더 가치 있는 것들을 성취할 수 있느냐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맺고 있다. 
 
현재 우리의 교육을 보자. 공교육은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단적인 예로 2022년 26조 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한 사교육 공화국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물론 자녀를 더 좋은 역량을 갖추게 할 목적으로 그리고 다양한 보충학습 또는 능력계발을 위해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학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다. 문제는 대부분 상급학교 입시를 위해 그리고 내신 성적을 높이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현실 이면에는 학교 교육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도 팽배해 있다. 여기에 더해 교사에 따라서는 수업의 진행을 학원에 다니는 학생을 기준으로 한다거나 진로⋅진학 상담에서 오히려 학원을 권장하는 교사가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교사가 학생을 학원으로 내모는 교육에선 희망을 걸 수도 없고 그 교사를 신뢰할 수도 없다. 
 
최근 3년여에 걸쳐 우리의 교육은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을 겪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유치원, 초중등학교 나아가 대학교까지 대면(등교) 수업과 비대면(온라인) 수업의 병행이 그것이다. 미래에도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은 우리의 지구촌을 송두리째 뒤흔들며 더 큰 불확실성을 주도할 수 있다. 그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며 생존하려면 미래 교육은 온라인 교육이 대세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최근 대한민국 교사는 온갖 시련과 역경을 감내하며 학교 교육에서 쌍방향 온라인 수업의 위상을 확립한 공적에도 불구하고 저평가 되고 오히려 교사의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진실의 순간(the moment of truth)’을 겪었다. 학교에 따라서는 아이들에게 얼마만큼의 관심과 애정, 수업에의 열정과 실력, 그리고 진로⋅진학 상담자로서의 역량, 교육의 성과에 대한 믿음 등 교사를 향한 국민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집중되었다. 동시에 AI 교사와 인간 교사에 대한 비교와 평가도 자연스럽게 거론되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음이 또한 군자가 아닌가!”라던 공자의 가르침처럼 이제 교사는 다시금 인간적 매력(성품)을 바탕으로 전문성(역량)에 대한 성장, 그리고 교육활동의 열정으로 인한 기대치(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 교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을 불식시킬 수 있는 신뢰의 조건이라 믿으며 묵묵히 작금의 ‘교사 상처의 시대’에 이 모든 것을 포용한 채 사도(師道)를 걷는 이 땅의 교사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이 글에 담아 전한다. 

 

전재학2.jpg

▣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 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공동저자

◇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 집필진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전체댓글 0

  • 95862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전재학의 교육칼럼] 시련과 역경의 ‘교사 상처의 시대’, 신뢰받는 교사가 되려면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