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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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네 번째 차를 엊그제 계약했다. 고민 끝에 어떤 차량을 구입하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내가 사려던 차량 종류만 눈에 보였다. 신기했다. 거리에서, 아파트 주차장에서 같은 종류 차는 계속 눈에 들어왔다. 며칠 동안에 내가 계약한 종류 차량들이 늘어난 것은 당연히 아니다. 관심이 없으면 있어도 보이지 않고, 관심이 있으면 안 보이던 것도 선명하게 보인다. 오래 전 주번교사 제도가 있을 시절이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교내 휴지가 주번교사만 되면 보였다. 물론 주번교사가 끝나면 많던 휴지는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디스크 증세로 병원에 오래 다닌 적이 있다. 허리가 아플 때는 허리환자만 보였고 치아를 치료할 때는 치과환자만 보였다. 위장이 좋지 않을 때는 세상 사람이 위장병환자로 보였다. 허리가 아플 때는 허리가 건강에 제일 중요해 보였고 위장이 아플 때는 위장이 제일 중요해 보였다. 허리, 치아, 위장이 치료가 되고 나면 세상은 다시 전과 같았다. 세상 사람들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내 관심에 따라 사람들이 다 허리환자, 치과환자, 내과환자로 보였다가 사라졌다. 
 
생존을 위해 나와 관계된 것에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관심의 총합이 정체성을 보여준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내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모든 일에 관심을 가질 수는 없다. 에너지를 집중해야 해결이 가능하다. 문제는 나에 대한 집중이 지나치다는 점이다. 부자, 출세. 존중받는 지위, 건강, 편안함. 값나가는 집과 옷, 귀찮지 않은 것 등을 위해 자신의 관심을 집중한다. 
 
살인예고, 칼부림, 묻지마 폭행, 악성민원은 예고편이다. 지옥의 바닥은 끝이 정해져 있지 않다. 옆에 누군가 굶든 말든, 괴로워하든 말든, 죽든 말든 관심이 없다면 그 힘겨운 대상들은 보이지 않는다. 힘겨움으로 집에서 죽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회로 나와 분노를 표출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다친다. 관심은 남에게도 적절하게 배분해야 한다. 행복하고 안전한 삶이라는 것은 나만 편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주변이 썩어가고 오염되어 있다면 내 삶은 안전하지 않다. 자신은 죽어가고 썩어가고 있는데 주변은 싱싱하고 웃으며 사는 것을 보면 흉기를 들고 거리에 나설 수도 있다. 
 
낮은 곳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외로운 사람, 실직한 사람, 보호자가 없는 아이, 삶이 무의미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의롭지 못한 행위에 비판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 관심들이 등불처럼 모여서 세상을 밝힐 것이다. 나만을 위한 욕심은 세상을 어둠에서 구하지 못한다. 나만을 위해 살라는 것도 아니고 타인과 사회를 위해서만 살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상식이 통하는 사회,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 나와 타인에 대한 관심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내 입만을 위해 살면 내 팔이 다쳤을 때 굶어 죽는다. 사회구성원들은 팔이 불편한 사람들 입에도 먹을 것을 넣어주는 관심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인간사회다. 
 
주변에 힘든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가.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힘든 사람들은 어제도 오늘도 주변에 많다. 관심이 없으니 보이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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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학생교육문화원 예술진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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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관심이 없으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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