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대상전에 화천대유괘를 보면 ‘하늘 위에서 불(태양)이 빛나는 모습이다.’ 태양 빛은 사람과 사물에서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햇볕은 비타민 D을 공급한다. 우울증은 햇볕을 보지 못해서, 즉 비타민D가 부족해서 걸리는 병이다. 밝음, 선(善), 긍정성 등의 상징을 갖는 태양은 인간이 항상 우러르는 자연이다. 태양은 자연 중 으뜸이다. 그래서 태양을 ‘하늘의 눈’이라 한다. 피로할 줄 모르는 태양은 매일매일 그의 창조력을 발휘한다. 모든 대지 위에 전능한 태양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대유괘의 인간상은 바로 임상옥이다. 최인호의 장편소설 『상도』에 나오는 실존 인물 임상옥은 200여 년 전에 실재하였던 의주 상인이다. 우리나라가 낳은 최대의 무역왕이며 거상이었다. 임상옥은 죽기 직전 자신의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였고, ‘재물는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유언을 남겼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제는 정경유착, 부정부패, 매점매석과 같은 부정적인 도리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바르지 못한, 정직하지 못한 재산가는 언젠가는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 파멸을 맞을 것이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이 소설은 석숭 스님이 임상옥에게 내려주었던 세 가지 즉, ‘죽을 사(死)’와 ‘솥 정(鼎)’과  ‘계영배’의 세 활구(活句)를 가지고 그것을 서사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상도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푸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먼저 ‘죽을 사(死)’의 활구(活句)다. 중국과의 인삼 무역에서 중국 상인들이 담합하여 인삼에 대해 불매 운동을 벌이는 바람에 커다란 사업의 존폐 위기에 처한다. 이때 임상옥은 ‘죽을 사(死)’를 생각하여 백척간두에서 다시 걸어 나간다. 백척간두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그 벼랑 끝에서 다시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지혜를 터득하고 죽음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오직 죽음뿐이라는 결론을 낸다. 임상옥은 계속되는 중국 상인들의 불매 운동에 가져온 5천 근이나 되는 인삼을 모두 불태우라는 지시를 내린다. 5천 근이나 되는 인삼의 반 정도가 실제로 잿더미가 되는 것을 본 중국 상인들은 앞다투어 불을 끄는데 동참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임상옥은 조선뿐만 아니라 중국에까지 거상으로서 이름을 드날리게 된다. 세상 모든 일들은 자기 자신을 버리고 자아 포기의 죽음이란 무(無)를 반드시 통해야만 생명의 기쁨인 존재의 유(有)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라는 교훈을 준다. 
 
다음 ‘솥 정(鼎)’의 활구(活句)다. 중국의 도가에서는 솥의 세 발을 인간이 가진 세 가지 욕망으로 흔히 비유하여 말한다. 인간에게는 세 가지 욕망이 있다. 명예욕, 지위욕, 재물욕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욕망을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삼욕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재물을 가진 사람은 명예뿐 아니라 권세까지 누리려 한다. 권세를 가진 사람은 명예뿐 아니라 재물까지 가지려 한다. 이것은 분명히 하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계영배(戒盈杯)’의 활구(活句)다. 임상옥은 언제나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을 품 속에 지니고 다니며 장사를 했다. 계영배는 가득 채우면 어느새 한 방울의 술도 남아 있지 않고 7부 정도 채워야만 온전하다. 억지로 가득 채우려 하면 술독의 술은 물론 한강물을 전부 쏟아붓는다고 해도 채울 수 없는 술잔이다. “장사는 곧 사람이다. 사람이 곧 장사다” 상즉인(商卽人). 임상옥이 말하는 상도(商道)란 무엇인가. 하늘 아래 최고의 거부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욕망의 유한함을 깨닫고, 그 욕망의 절제를 통해 스스로 만족하는 마음을 가질 때 이루어진다. 곧 장사는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인 것이다. 마치 『초한지』에 진시황의 실제 아버지인 여불위처럼. 임상옥은 옳은 일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버린다. 
 
요즘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화천대유’ 부동산 사건은 ‘(백성들의 삶을)크게 풍요롭게 하다’의 대유의 뜻을 ‘크게 해 처먹는다’로 곡해해서 벌어진 웃지 못할 사건이다. 결국 대유괘는 자신의 이익을 버리고 사람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공적 베풂이다. 그래서 대상전에서는 말한다. ‘알악양선(遏惡揚善), 순천휴명(順天休命)’이라고. 악을 근절시키고 선을 드러내어 아름다운 하늘의 명령에 순응한다는 의미다. 하늘의 명령에는 이미 알악양선의 당위성이 내포되어 있다. 천명의 선악에는 사의(私意)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 따라서 대유(大有)는 ‘크게 소유한다’는 뜻이 아니고, ‘크게 아름다운 천명을 따른다’는 의미다. 사적인 개인적 취함이 아니라 공적인 보편적 가치를 발현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공무원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화천 대유해야 한다. 재계 서열 상위에 드는 기업들도 화천 대유의 뜻을 실천해야 한다. 조선의 거상 임상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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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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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균의 周易산책] 대유의 비전–공적이고 아름다운 천명 (화천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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