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교육연합신문=이은주 기고] 

이은주.jpg

지난 주말에 시댁에 다녀왔다. 시아버지 제사가 있어서다. 이번 제사는 일요일 자정 정확히(?) 표현하자면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자정이다. 시댁은 제사를 중요하게 여긴다. 결혼한 지 23년 차이고 내 생활태도는 가급적 어떠한 상황이든 주어진 상황에 맞춰주자이다. 내 뜻대로가 아닌 그 상황을 가급적 편안하게 수용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문득 나의 에고(거짓자아)는 나에게 말을 건다(속삭인다는 표현이 어쩌면 더 정확할 수 있다. 나를 함정에 빠뜨린다). “이건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지 않나...?”하고... 그러면 불편한 마음이 생겨나고 마음의 바다가 출렁인다. 내 몸은 배이기에 오랫동안 출렁이면 내 몸의 상태는 멀미를 생각나게 한다. 즉 탈이 나는 것이다. 

어제 시댁 제사를 저녁 10시경으로 당겨서 지내자는 쪽과 기존처럼 자정이 지나서 지내자는 쪽이 나뉘었다. 결과는 조금 더 의견을 어필하는 분들이 있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즉 기존처럼 자정이 지나서 지내기로. 내가 원하는 건 저녁 10시경이었는데... 의견을 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약간의 언짢음이 올라왔다. 나는 제사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이므로 밤 10시에 지내나 늦게 지내나 상관은 크게 없다. 다만 익일 출근을 해야 하는 나는 조금 일찍 지내는 것이 내 몸 덜 피곤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저녁 10시에 지내는 것을 내심 원했던 것이다.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있었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은 전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에고가 일어나려고 하는 마음에게 말을 걸었다 “은주야! 그럼 너는 2시간 동안 작은방에 가서 책을 좀 읽는 건 어때?” 이런식으로 내 에고를 달래고 나면 보다 나은 방법... 이번에는 몸으로 행동하는 것(즉 독서)으로 대체하고 나면 기분이 훨씬 나아지는 걸 느낄 수 있다. 

4남 3녀 막내며느리로 살면서 나름 형님들의 배려를 많이 받고 살고 있다고 긍정암시를 하고는 있지만 다들 저마다의 개성 있는 성격들이 있는 가족들이기에 자기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면서 말하는 분들이 계신다. 만약 이 분들과 너무 자주 만나고 너무 가깝게 지내다 보면 서로 원치 않는 기대와 원치 않는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에 인간관계를 잘 맺고 싶다면 우선 나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고 그리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예의 있게 대하며, 추측하지 말고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적당한 거리두기는 어찌 보면 '정 없다!'로 오해받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난로를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난로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닌 난로에 적당히 떨어져 있는 상태인 것이다.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정도로...

어제도 여러모로 배려가 많은 둘째 형님과 큰 시누이에게 큰 감사드리며! 이번 추석 때 시댁 식구 모임을 힐링시간으로 체험하고자 한다. 
 

이은주.jpg

▣ 이은주 
◇ 구성심리상담센터 본점 원장 
◇ 한국정신건강심리학회 회장 
◇ 구성아카데미 대표교수

전체댓글 0

  • 12344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기고] 따뜻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