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6(월)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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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에게 무엇을 먹을지 묻지 않고 짜장면을 시키면 상대방은 어떤 기분일까. 상대방 의견을 묻지 않는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위다. 과거에는 효율성을 위해 일사천리를 중시했다. 민주적 과정보다는 과감한 추진력을 더 높이 샀다. 현대 사회는 민주, 다양, 연계, 복잡, 융합을 향해 가고 있다. 상대와 협의를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통솔자에게 조직 구성원은 자발적 협력을 하지 않는다. 바람직한 통솔자는 구성원에게서 자발성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일사불란한 진행을 위해 제창을 지도하는 지휘자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음악, 문학, 미술, 무용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인 오페라 감독과 같은 지휘자가 필요한 시대이다. 구성원의 협력이 없으면 성공적인 오페라는 기대할 수 없다. 
 
눈을 감고 걸으면 두려움이 생긴다. 눈을 감더라도 앞에 무엇이 있고 어떻게 가야 하나를 설명해 준다면 두려움은 줄어든다. 미리 안내하는 태도는 알 수 없는 미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이다. 존중해야 하는 분을 모시고 운전을 할 때는 운전자가 미리 목적지와 시간을 안내한다. 진행상황에 대하여 안내를 하면 탑승자는 안심한다. 친절한 여행 가이드는 그날 일정, 해야 할 일, 조심해야 할 일을 상세하게 미리 안내한다. 교육자는 친절한 가이드여야 한다. 
 
존중한다는 것은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전달만 하면 성과 달성이 어렵다. 대상자들의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업무를 추진할 때는 정책을 내려 보내기 전에 취지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정책의 과정과 성과를 구성원들과 공유해야 정책은 지속가능성이 높아지고 성과 달성도 가능해진다. 
 
내용을 설명하고 안내할 때 말하는 사람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듣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다. 보도 자료를 쓸 때 ‘행사 개최’를 알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상대방이 그 상황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행사의 배경, 주요 핵심, 특정 일정, 과정에 대한 안내가 중요하다. 말하기 기본요소인 쉬운 말씨, 분명한 내용, 친절한 태도도 고려해야 한다. 
 
학생은 교사의 말 한 마디에 의지를 갖고 나아가기도 하고 깊은 위로를 받기도 하고 새로운 진로를 꿈꾸기도 한다. 교사의 말 한 마디에 수십 년 동안 깊은 상처를 간직하기도 한다. 품격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품격 있는 언어 구사를 배워야 한다. 존중하고 자발성을 이끌어 내는 말하기를 배워야 한다. 교육자는 존중과 배려와 상황에 적합한 말을 해야 한다. 상대방을 무시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미리 설명해주기가 작지만 중요하다. 
 
교육정책도 국민에게 배려의 말하기를 해야 한다. 교육 정책들이 뉴스에 오르내린다. 늘봄학교 확대, 사교육비 경감, 공교육경쟁력 강화, 교원평가 유지, 디지털 교과서, 학교시설 복합화, 교원정원 축소, 교육재정 감축과 같은 많은 난제가 있다. 교육당국은 교사와 학부모와 학생에게 정책의 취지, 의도, 과정, 예상 성과에 대해 미리 충분하게 설명해야 한다. 국민은 무시받지 않고 존중받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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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학생교육문화원 예술진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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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제의 목요칼럼] 미리 안내하기에 담긴 배려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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