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교육연합신문=김미영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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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학교에서의 교장실 출입문은 행정실과 연결되어 있고, 학교에 따라 교장실 출입문을 폐쇄하고 행정실을 통해 출입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행정실에서 들어가는 출입문과 교장실로 직접 들어가는 출입문으로 구분되어 있다. 교장실이 투명하지 않으면 학교장이 교장실에서 무엇을 하는지 아무도 볼 수가 없다. 불투명 유리나 블라인드로 가린 경우 복도를 지나가는 학생들과 선생들은 교장실 문을 열지 않는 한 학교장이 무엇을 하는지 볼 수가 없다. 

 

십여 년 전부터 새로 짓는 학교에서는 모든 교실의 창을 투명창으로 설계하고 있다. 그리고 기존 학교도 창호공사를 통하여 투명창으로 교체되고 있다.  바람직한 변화이다. 그럼에도 교장실만큼은 아직도 변화가 필요한 곳이 많이 남아 있는 실정이다. 투명해진 유리창은 학생들에게는 교장실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교사들에게는 행정실로 번거롭게 들어가서 부재 여부를 알거나 부재 여부를 알기 위한 노크를 하는 일이 없어진다. 일반적인 문과 비교하면 전면 유리창을 가진 문은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차이가 있다. 

 

링컨도 항상 누구든 자신을 찾아올 수 있도록 집무실을 항상 열어두었다고 한다. 교장실의 투명 유리창은 만남을 촉진하는 상징적 표현이며,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교장의 비전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막힌 권위가 아니라 소통하는 권위이다. 핀란드의 디자인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디자인의 본질인 비관료적이고 민주주의적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의사결정 방식은 수평순환 구조이다. 우리의 조직문화는 달라지고 있기는 하지만 수직선형적 구조이며, 상명하달식의 의사전달이 대부분이다. 결국 이러한 사회는 위로 올라가는 것이 지상최대의 목표이다. 


업무의 전문성에 대한 열정이나 천착, 자신의 개성이나 특기를 함양하려는 관심은 애당초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개인의 자아실현, 일상의 행복 등 삶의 가 치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여지는 수평적 조직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교장실의 투명 유리창으로 교직사회의 현실이 개선될 수는 없지만, 지금 현재 학교 구성원 누군가는 무엇인가를 실천해야 우리의 미래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은 개개인이 타인, 그리고 사회와 바르고 원만한 관계를 맺어나가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모든 리더가 ‘친화력’을 자신의 가장 큰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 교장은 개교 학교 교장으로 첫 발령을 받고 일반교실과 똑같이 교장실을 투명창으로 교체했고 두 번째 학교인 '신나는 학교, 신남'에서도 발령 첫날, 교장실 창문부터 화끈하게 투명으로 교체하고 아이들과 선생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교장실로 꾸몄다. 자연스러운 소통의 시작이다.


김 교장은 출근하면 교장실 출입문부터 활짝 열어두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선생들이 업무차 들어왔다 나가면 꼭 문을 닫아준다. 그러면 또 쫓아가서 열어 놓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니 '교장 선생, 문은 그냥 열어 둘까?'하며 나간다. 열려 있는 문은 누구든지 언제든 들어와도 된다는 '소통'의 상징적인 의미이다.

 

선생, 학부모, 직원, 아이들 모두가 지나가다 들어와서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들여다보고 인사만 하고 가기도 한다. 특히 우리 아이들의 관심이 가장 많다. 하루는 2학년 귀요미 4명이 김 교장에게 신기한 것 보여준다며 별을 만들 수 있다고 들어왔다. "우와, 너무 신기하다"며 "4명이 힘을 모으니 별도 만들 수 있네. 대단하다!"고 폭풍 칭찬을 했다. 그리고 교장실 구경해도 되냐고 물어본다. 

 

'암만 암만'... 궁금이들의 궁금증을 그렇게 해결했다. 하루에 평균 20여 명의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교장실에 놀러 온다. 이 친구들 응대하느라 심심할 틈이 없는 김 교장이다. 

 

△교장선생님, 뭐하세요?'

△교장선생님, 이거 어디 갇다 놓으면 되요?'

△교장선생님, 애들이 싸워요. 빨리 와 보세요!'

△교장선생님, 이거 뭐예요?'

△교장선생님', 파마 하셨어요?'

△교장선생님, 글씨는 언제부터 잘 적었어요?'

△교장선생님, 행정실이 어디에요?'

△교장선생님, 이리 와 보세요. 저기 이상한 거 있어요.'

△교장선생님, 이거 제가 만든거예요. 잘 했죠?'

△교장선생님, 내 꿈이 뭔지 아세요?'

교장실 앞을 아이들의 놀이터로 만들 생각이고 아이들의 꿈을 소재로 소통하려고 출입구 옆 벽면을 '꿈 낙서판'으로 만들어 주었다.

 

자신의 꿈을 문자화함으로써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정년 후, 교장의 꿈도 아이들과 함께 함께 적어 보았다. 뭔가 분명해지는 듯하다. 아이들의 소중한 꿈 낙서가 빼곡히 채워지면 훌륭한 미술작품으로 탄생될 것이다 매일 아이들의 꿈을 읽으며 응원도 하고, 힐링도 하고 있다. 선생들도 가끔씩 와서 살펴보고 살짝 적기도 한다.

 

2월이 되면 액자로 만들어 작품으로 전시하고, 3월에 새 낙서판을 준비할 것이다.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어, 고등학생이 되어, 이 다음에 '어릴 때의 꿈'을 보게 된다면 과연 어떤 마음일까?

우리 아이들이 꿈을 가지고 있고 그 꿈을 향해 노력하고 도전하여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응원한다.

 

점심시간에는 김 교장이 아이들이 노는 운동장이나 뒷마당으로 나간다.

'얘들아, 무슨 놀이 하노? 교장선생님도 같이 해도 되나?'

'거기는 위험해. 이리 와.'

'왜 울어? 빨리 눈물 닦고 친구들과 같이 놀아.'

'이거 어떻게 차는 건데?'

그러고 보니 교장실에서는 아이들이 김 교장에게 많이 물어보고 운동장에서는 김 교장이 아이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있다.

 

매일 아침 수업 시작 전 교장실에서 '10분 데이트'를 하는 한 남자가 있다.

김 교장이 매일 아침 등교맞이를 하는 교문 앞에서 만나면 반갑게 '하이파이브!'를 먼저 신청하는 씩씩한 남자다. 

 

교장실 들어올 때는 5분밖에 시간이 없다고 튕겨 놓고 나갈 생각도 안 하는 시크한 남자다. '싫어요! 몰라요! 왜요! 왜 알아야 되는데요! 몰라도 되요!‘로 대화가 다 되는 엉뚱한 남자이다. 본인의 이름 외에는 아무 글자에도 관심이 없는 이 남자가 어느 날 로봇을 그렸다. "아하, 우리 OO이가 건담로봇을 좋아하는구나." 건담로봇을 그렸다는 것을 알아주니 김 교장에게 시크한 미소를 보내준다.

 

그나마 김 교장과는 쿵짝이 잘 맞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OO아, 네가 가장 가까이 만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보자.' 우리 집도 알아야 하고, 우리 학교도 알아야 하고, 우리 부모, 선생, 친구까지 점점 관심을 넓혀 나가자. 할 수 있겠지? 넌 할 수 있어!


그렇게 김 교장이 있는 교장실은 아이들과 선생님들, 학부모들이 마음 편하게 들어와서 따뜻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김 교장은 그렇게 교육의 해답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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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영

◇ 前신남초등학교 교장 

◇ 前부산한솔학교 교장 

◇ [특수교육 교구 제작의 이론과 실제] 저자 

◇ [학교디자인의 실제] 공동 저자

◇ 부산교육대상 수상 

◇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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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장의 따뜻한 학교 이야기] 교장실부터 바꾸어 보자! 무엇이 달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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