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법과 질서는 어지러운 사회를 헤쳐 나가고 질서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서합은 법집행이다’라는 화뢰서합은 우리에게 법과 질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시켜 준다. 
 
「대상전」에 서합괘를 보면 ‘우레가 요동하는 바탕 위에 번개가 내려치는 모습’이다. 형벌로써 어지러운 사회를 바로잡아 질서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서합(噬嗑)’은 일차적 의미가 ‘깨물다’의 뜻이고, 무언가를 깨문다는 의미는 입 속에 무언가를 넣고 있다는 것이니까, ‘씹는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우레는 밝은 것이고, 번개는 권위가 있는 것이니까, 여기서 ‘씹는다’는 말은 형벌을 뜻하게 되고, 형벌을 명확하게 하고, 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서 어지러운 사회를 바로잡는다는 의미로 확대된다. 화뢰서합괘의 모양을 보라. 턱 모양으로 입 속에(初9와 上9 사이의 음을 가리킴) 뭔가를 넣고 있는(94의 양을 말함) 모양이다. 
 
다음은 명확한 처벌과 엄격한 법 적용을 주제로 한 문학 작품이 있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다. 이 소설은 늙은 전당포 주인과 그녀의 여동생을 살해하는 청년 라스콜니코프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그에 대한 범죄의 심리적 영향과 그의 행동의 법적 결과를 탐구한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초인론에 인도되어 비범인(非凡人)을 긍정한다. 자신을 신으로부터 선택되었다는 자만심으로 가득찬 인물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없다. 성인을 제외하면 말이다. 꽃잎이 지고 열매를 맺으면 씨앗이 바람에 날려 아무 땅에 떨어져 씨앗이 꽃을 피우듯, 우리 인간도 그저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다. 거기에 선인의식 같은 건 없다. 프랑스의 철학자 들레즈에 의하면 우리 모두는 리좀의 관계로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자연스런 관계로 탄생하고 존재한다. 마치 평평한 판에 물을 부으면 물의 압력이나 양에 의해 힘이 큰 쪽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별의별 사람들이 생기고 사고의 다양성도 생긴다. 선민의식이 있는 사람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법이 필요하다. 사회 전체의 질서를 잡아가야 하기에. 법치주의 만큼 사회 질서를 민주적으로 만들어 나갈 이념이 어디 있는가. 
 
법이란 사람이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서로의 이해를 조정하고 질서유지를 위해 나라에서 정한 강제 규정이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우린 최소한 법에 대해 이렇게 알고 있다. 상식이다. 하지만 오늘날 돈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법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일명 ‘법꾸라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법이 있기에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벌을 내릴 수 있고, 억울한 이들에게는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것이다. 
 
법(法)과 관련된 한자로는 ‘법(法)’과 ‘칙(則)’이 있다. 법(法)은 원래 氵(물수)+ 廌(해태치) 그 밑에 去(갈거)를 써 넣은 글자였다. 氵(물수)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항상 수평을 지키니 공평을 나타내고, 廌(해태치)는 전설상의 짐승으로 올바르지 않은 것을 만나면 무서운 뿔로 받아 죽여버린다고 전해지는 상상의 동물이다. 그래서 재판관은 해태(해치) 모양의 관을 머리에 썼다. 오늘날 재판정의 재판관 모자도 해태 모양이 변한 것이다. 광화문 앞 거리에도 해태상을 세웠으니 관리들은 죄를 짓지 말라는 뜻이 있었다. 법칙(則)은 조개 패(貝)와 칼 도(刀)로 이루어져 있는데, 원래는 솥 정(鼎)과 칼 도(刀)로 이루어진 글자였다. 갑골문에서 금석문으로 그 다음 소전 단계에서 정(鼎)이 패(貝)로 잘못 변해서 지금처럼 되었다. 정(鼎)은 가장 대표적인 청동 기물이다. 청동은 용해점을 낮추고 강도를 높이기 위해 순수한 동에다 주석과 아연, 납 등을 일정 비율로 섞어 만든다. 이렇게 합금을 할 때는 반드시 일정한 비율을 지켜야만 훌륭한 청동을 얻을 수 있다. 거푸집에다 청동 녹인 물을 부어 주조했는데, 칙(則)에느 주조한 솥이 굳은 후 거푸집을 묶었던 줄을 칼(刀)로 자르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그래서 칙(則)에는 사회를 탄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간 활동을 자유롭게 허용하면서도 합리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질 좋은 청동을 얻기 위해서는 합금 비율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처럼, 훌륭한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 규제에는 언제나 일정한 규칙이 있어야만 한다. 이러한 는리로부터 출발해 칙(則)에는 일정한 ‘법칙’이라는 뜻이 생겼다. 이처럼 법이란 바르지 않은 사람을 떠받아 죽여버리는 해태(해치)나, 항상 낮은 곳으로 임하는 물처럼 정의롭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법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한비자다. 춘추전국시대 한비자는 군주가 행해야 할 법이란 매우 엄격하고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지독하리만치 철저하게 법으로서의 정치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시대 진나라는 중국 변방에 위치한 약소국이었는데, 상앙(商鞅)의 변법을 통해 전국 7웅 중 가장 두드러진 나라가 되었다. 진시황이 전국시대를 통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 바로 ‘법치주의’였다. 
 
한비자가 한 명언들은 오늘날에도 사용 가치가 있다. ‘임금의 성품이 너무 강해서 신하들과 화합할 줄 모르고, 간언을 물리치고 신하들을 이기는 일을 즐기며, 나라의 이익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경솔하게 움직이며, 자신의 믿음에만 의지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임금을 리더로 바꾸어 보면 그러한 리더의 조직은 망한다는 말이다. 조선시대 선조가 생각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삼류 리더는 자신의 능력만을 활용하고, 이류 리더는 남의 능력을 활용하며, 일류 리더는 남의 능력을 끌어낸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일류 교육자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사람이다. ‘태산에 부딪혀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것은 작은 흙더미다.’ 하늘을 바라보지 말고 자신이 걷는 땅을 잘 보고 걸어야 넘어지지 않는다. 기적은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 위를 걷는 것이다. 현실을 잘 살피며 인생길을 가야 한다. 현실을 잘 살핀다는 것은 법규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화뢰서합은 음식을 가려서 씹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의미다. 법을 잘 알아서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서합의 괘모양을 보면 턱 사이에 작대기가 들어있는 모양이다. 이빨이 맞물리는 질서에 대한 장애물이라는 의미다. 장애물이 있다는 것은 그것을 씹어서(서합), 제거하는 일(법, 형벌)이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러한 장애물은 사회의 안전과 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작용하며, 법질서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우리의 입은 음식물이 있어야 씹는 작용을 한다. 장애물 즉 음식물이 없으면 씹을 필요도 없다. 장애물이 없으면 형벌이 필요 없는 것이다. 스스로 알아서 장애물을 만들지 말자. 이것이 가장 민주적인 방법이다. 
 
화뢰서합괘의 효사를 보자. 먼저 지의 자리다. 어릴 때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를 본 자는 이를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처럼 작은 죄에도 크게 혼을 내서 발목에 상처를 내서라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래서 소인을 대인으로 키워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 집행에서 가해자의 인권을 우선시해서 죄에 비해 처벌이 미약하다. 법은 엄격하게 집행해야 한다. 과테말라에서는 음주 운전을 하면 1회 경고, 2회 사형이다. 그것도 즉결 심판한다. 경찰이 권총으로 그 자리에서 사형시킨다. 누가 음주운전을 하겠는가. 
 
다음은 인의 자리다. 사람이 사리에 맞지 않게 처신하면 독을 먹는 것과 같고, 사리에 맞게 처신하면 건육을 씹다가도 금화살을 발견하듯이 행운이 온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자식을 너무 자랑하지 말라. 팔불출이다.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생긴다. 잘못하면 살인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생을 포기한 사람이 길을 걷다가 담 밖으로 들리는 가족의 화목한 웃음소리에 감정이 격해져서 칼을 들고 그 집에 들어가 살인 사건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고기를 구워 먹더라도 이웃에 냄새를 풍겨서는 안 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자녀의 결혼식을 치르고 나서 결혼식 잘 치렀다고 알렸다고 한다. 그는 화뢰서합괘를 알고 있었던 듯하다. 
 
마지막 천의 자리다. 사소한 일상생활의 관습 속에 이미 큰 선, 큰 악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 소인은 작은 선은 별로 이득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여 계속 행하지 않는다. 작은 악도 별로 해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여 계속 행한다. 그러나 악이 쌓이면 엄폐할 방법이 없고, 죄도 커지면 마무리할 방도가 없다. 그래서 상구(上9) 효사에 ‘하교멸이, 흉(何校滅耳, 凶)’이라고 했다. 요즘 정치가들이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할 명구다. “화뢰서합!”

 

육우균.jpg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전체댓글 0

  • 14699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육우균의 周易산책] 법과 질서에 대한 장애물은 씹어서 제거해야 한다(화뢰서합괘)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