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김홍제2.jpg

신문에서 영화 소개를 읽고 나니 이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검색을 해 보니 내가 사는 소도시에는 이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이 없었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예매를 하고 다른 도시까지 한 시간 넘게 운전을 했다. 넓은 영화관 안에 관람자는 딱 10명이었다. 국가에서 주도하는 고려장 계획이란 어떤 것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은 무거웠다. 
 
“75세 되셨어요? 태어날 때 계획해서 태어난 거 아니시죠? 죽을 때는 계획해서 죽을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텔레비전을 통해 계속 나오는 플랜 75의 광고 문구이다. 죽음을 서약하면 10만 엔(90만 원)을 지급하며 안락사를 시켜주고 화장장도 제공한다. 초고령화가 진행되는 일본에서 정부는 재정 압박을 느낀다. 노인 혐오 범죄가 잇따르자 정부는 특별한 정책을 시행한다. 75세 이상 국민의 죽음을 국가가 지원하는 정책 ‘플랜 75’를 실행한 것이다. 시행 결과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 정부는 이에 자극받아 65세로 연령을 낮추는 ‘플랜 65로 확대 실시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다. 
 
영화는 공상과학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죽음을 안내하는 공무원들은 상냥하며 친절하다. 신청자들은 약속한 ‘그날’에 전문시설에서 가스를 마시고 죽는다. 그들은 ‘노인들이 변심하지 않도록 죽을 용기를 계속 주라’는 근무 지침을 충실하게 따른다. 남편과 사별한 후 호텔 객실에서 청소 일을 하던 78세 ‘미치’는 해고된 후에 직장을 얻지 못하고 ‘플랜 75’를 신청한다. 
 
하야카와 감독은 2016년 일본에서 20대 청년이 19명을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이 작품을 구상했다. 20대 남성 우에마쓰 사토시는 한 지적장애인 복지시설에 침입하여 장애인 19명을 살해하고 26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그는 “중증장애인은 살아 있어도 가망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쓸모만을 생각하는 사회와 유용성과 합리주의에게 노인은 쓸모를 다하거나 고장이 난 물건과 다를 것이 없는 존재일 것이다.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비생산적인 사람을 제거한다는 정부의 파시즘 정책에 말없이 동조하는 대중의 모습이다. 
 
점점 관용을 잃어가고 있는 사회가 이대로 괜찮은지 질문하고 싶었다는 하야카와 감독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 관용적인 사회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관용 없는 사회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이 중요하다. 효율성과 경제성이라는 기준으로 인간을 죽이는 정부가 등장할 때 과연 우리는 영화와는 다른 강한 저항을 할 수 있을까. 약자에게 함께 살자고 손을 내미는 사회가 되는 것에 교육은 힘을 보태야 한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노인에 대한 인권을 무시하는 사회에서는 결국 시민들도 행복할 리 없다. 플랜75는 자발적 죽음으로 포장한 국가의 학살정책이다. 국가는 선택을 말하지만 죽음으로 갈 수밖에 없는 처지의 약자에게 도움보다는 목숨을 끊게 하는 잔인함을 숨기고 있다. 국가의 비인간성과 기만을 거부하는 시민들을 길러내는 일도 교육의 할 일이다.

 

김홍제2.jpg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학생교육문화원 예술진흥부장

전체댓글 0

  • 48516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김홍제의 목요칼럼] 초고령사회 특별대책 영화 ‘플랜75’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