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우균의 周易산책] 군대는 네모로 다듬어진 기계(지수사괘)
두드리지 마라. 삶의 문은 이미 열려 있다.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지수사괘는 위에 땅(☷)이 있고, 아래에 물(☵)이 있는 모양이다. 땅 속에 물이 있는 모습이다. 왜 ‘땅 아래’라 하지 않고 ‘땅 속’이라 했을까? 그것은 땅 속의 물이니 냇물이나 샘물처럼 노출되어 있는 물이 아니라 숨겨진 ‘지하수’를 의미한다. 고조선 시대에는 병농일치의 사회였기 때문에 군(軍)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농(農) 속에 병(兵)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고조선 시대 농부는 평상시는 농부였다가 전쟁이 나면 병사로서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일제 강점기 때도 그랬다. 어제까지 농부였다가 오늘 갑자기 독립군이 되는 그런 시대였다.
군대는 힘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또한 군대는 네모로 다듬어진 기계에 비유할 수 있다. 군대는 고도로 조직되고 효율적인 단위를 나타내고, 기계의 다양한 구성 요소는 군대를 구성하는 군인, 장비 및 시스템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네모는 다중의 다양한 조직을 하나로 각지게 잘 다듬는 것을 말한다. 훈련소에 가면 제식훈련을 통해 말하는 습관(-다. -나. -까.)까지 바꾼다. 마치 마모된 기계를 기름칠이 잘 된 기계로 바꾸는 것같이 잘 훈련되고 조직된 군대는 정확하게 기능할 수 있다. ‘네모로 다듬어진 기계’라는 은유는 군대가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데 필요한 규율과 질서뿐만 아니라 고장을 방지하기 위해 주의 깊은 유지 관리를 의미한다. 의용소방대, 경찰, 소방대원 등 유니폼을 입은 조직도 모두 군대라는 조직처럼 하나로 움직인다. 명령에 죽고 사는 조직인 것이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요건은 다섯 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는 정의를 위한 전쟁이라야 한다. 나폴레옹, 징기즈칸, 히틀러,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은 침략전쟁을 일으킨 장본인들이다. 이들은 결과적으로 전쟁에서 졌다. 그와는 달리 침략전쟁에 맞서 싸운 장수들도 있다. 이순신, 처칠, 맥아더 장군 등이다. 이들은 전쟁에서 대의명분이 서야 한다는 것을 증명한 훌륭한 장수들이다.
둘째는 훌륭한 지휘자가 있어야 한다. 훌륭한 지휘자란 몸가짐이 바라야 한다. 필승의 신념이 있고, 정의를 위하여는 언제든지 한 몸을 나라에 바칠 각오가 되어 있으며, 부하를 아끼고, 어려운 일에 솔선수범할 수 있고, 공정하고, 정당하고, 의젓하고, 용기가 있어야 한다.
셋째는 충분한 역량이 있어야 한다. 지혜와 식견과 전략과 판단의 현명과 실천의 과단 등등의 요건이 겸비된 탁월한 장수라야 한다.
넷째는 군대의 통솔에는 규율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집단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서의 확립이다. 질서의 확립은 규율에서 나온다. 규율이야말로 군대의 생명인 것이다. ‘군명여산(軍命如山)’이라 했다. 군명은 태산같이 무게가 있고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군대에 규율이 해이하면 그것은 오합지졸이고 명령 계통이 설 수 없다. 제갈량의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를 떠올리면 된다. 이밖에도 우수한 무기, 풍부한 보급과 경제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전쟁은 돈으로 한다는 말이 있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전쟁은 실패한다.
다섯째는 군인의 정신력이다. 정신력은 무기보다 중요할 수 있다. 베트남 전쟁을 보아 알 수 있지만 미국의 우수한 무기를 그렇게 쏟아 붙고도 전쟁에서 참패했다. 그 원인은 바로 월남군의 정신력이 해이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이스라엘의 6일 전쟁을 보아도 실감난다.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이스라엘 대학생과 이슬람 대학생의 행동에서 이미 이스라엘이 이길 것이라는 확신을 했다는 하숙집 주인의 말이다. 전쟁이 터졌다는 뉴스를 듣고 이스라엘 대학생은 바로 비행기표를 샀단다. 왜 비행기표를 샀냐고 했더니 내 나라에서 전쟁이 났는데 나라도 가서 도와줘야 한다고 했더란다. 모든 일은 마음에서 시작하고 끝맺는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주는 일화다.
전쟁과 관련된 문학작품을 찾아보면 우선 2001년 출간된 김훈의 『칼의 노래』를 들 수 있다. 위에서 말한 훌륭한 지휘관의 요건을 갖춘 장수가 바로 이순신 장군이다. 이런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을 시작할 무렵부터 임진왜란 중 장렬하게 전사하기까지의 삶을 당대의 국내외적 사건 속에서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영웅 이순신의 드러나 있는 궤적을 다큐멘터리식으로 복원하여 현실성을 부여하되, 소설 특유의 상상력으로 이순신 자신의 1인칭 서술을 일관되게 유지하여 전투 전후의 심사, 혈육의 죽음, 여인과의 통정, 정치와 권력의 폭력성, 죽음에 대한 사유, 문(文)과 무(武)의 멀고 가까움, 밥과 몸에 대한 사유, 한 나라의 생사를 책임진 장군으로서의 고뇌 등을 드러내고 있다.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은 영원한 호국정신의 한국적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 ‘명량’이란 영화로도 만들어져 천만 관객을 동원하였다.
6.25 한국전쟁을 겪은 우리 민족은 이제 징병제냐 모병제냐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답은 나와 있다. 모병제다. 왜? 현재는 인구 절벽 시대를 넘어 인구 소멸 시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징병제를 하려고 해도 군인으로 뽑을 사람이 없다. 대안은 모병제로 제도화하는 것이다. 모병제를 하면 일자리도 많아지고 전문적인 군인을 만드는 데도 유리하다. 양심적 병역 거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요즘 전쟁은 드론 전쟁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최첨단 현대전이다. 6・25 때처럼 백병전하는 구식 전쟁이 아니다.
우리 민족은 960여 차례 이민족의 외침을 당한 민족이다. 그러한 외침에 굴하지 않고 오천 년의 역사를 살아온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나라다. 그러한 유전적인 힘은 바로 ‘용민휵중(容民慉衆)’에 있다. ‘민중(民衆)’이란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힘 있는 군대를 육성하려면 그래서 세계 평화를 바란다면 먼저 백성을 포용하고 그러한 포용심으로 다중의 힘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저마다 파란만장한 군대 시절이 있다. 삶을 사는 내내 저마다 경험한 군대 시절을 꺼내볼 일이다. 왜? 우리는 그때 젊었으니까. 모든 게 용서되었던 시절이었다. 나의 화양연화는 군대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도 내 인생에서 그렇게 가슴 뛰는 열정이 있었나 되새겨 본다. 최백호의 「입영 전야」를 가만히 불러본다.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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